이탈리아, 보르미오 질주의 본능을 멈추지 못하는 스텔비오패스~
이턀리아 스텔비오(STELVIO PASS)
해발 2758m
동 알프스 지역에서 가장 높은 도로
나의 남편이 외국에 나와
운전하면서 가장 신나 하던 코스
태어나 꼭 한번 넘고 싶었다는
스텔비오 패스를 넘고 있는 중이다
우리 같이 초보 초행길은 곡예사의 길이다
그런데 신난다
나는 펼쳐진 경치를 좋아하고
남편은 기어오르는 산길을 좋아한다
질주본능은 이런 곳에서 솟는다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드르렁거리며 오른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듯
완만할 때 멈춘 그림 같다가
치고 올라갈 때
빙산과 낭떠러지다
나는 이런 곳에서는
꽃을 본다
차안에 부케처럼 차려놓고
속도감 과속할 때마다
오줌 찔금거리며 남편 넙적다리를 잡는다
난
아직 죽고싶지 않다는 신호다
이탈리아에서 여름 옷 입고 올라가
눈위에 섰다
섭시 32도에서 영하까지 떨어진다
하루 안에
봄꽃도 여름도 가을의 신선한 바람도 눈도
사계가 다 있다
이태리 스위스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
나라도 다 있다
산 하나 씩의 경계가 피자한판처럼
유럽연합이다
나의 짝지 자동차 운전으로
겁쟁이 아내를 싣고 올라 왔지만
자전거나 오토바이
혹은 오픈카 타고 온 유럽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울까
시종 부러운 눈길로 미소로
어쩔 줄 모른다
내가 사진 찍으니
포즈잡아주는 사나이를 부러운듯 바라본다
이제 길을 열었으니
고등학교 친구들과 이곳에 와서 실컷 맘껏 달려보고
나 같은 여행객들에게
포즈잡아 주는 남정네로 거듭나기를 ...
노천카페에서 빵과 소시지
카푸치노 한잔에
질주하던 스릴감각이
노곤하게 풀린다
그날 내려와 후회스러운 것은
스키는 탈줄도 모르고
스키도 없지만,
스키 리프트타고
더 높은 곳에서
사계의 경치를 볼것을 ....
아쉬움이 남는다
요렇게 생긴 차타고 달려보고 싶다
네비 모양이
지그재그 꺾인다
몸도 기울고 차도 기울고
절벽 같이 차가 기울면
남편은 용을 쓰고 달리고
나는 차안에서 밖을 향해 사진을 찍는다
그네타는 것 같고 시소타는 것 같이 기운다
눈도 보이고 절벽도 보이고
꽃도 보인다
곤두박질 쳐 떨어질 것 같다
드디어 앞에 사고가 났다
비상 경보음이 울리고
길은 외길이고
사람은 누워있고
경찰차 구급차 헬기가 동시에 다 뜬다
남의 생사가 다 걸려있는 순간,
겨우 한 숨 쉰다
앞에 사고가 없다면
어찌 죽기 살기 달리는 차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끄떡 없이 오토바이들은 달리고
길 곳곳에 해골이 그려져있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보라는 경고 표지판이다
이제 겨우 평지로 내려왔다
8/11일 일요일
Le Corti 동네 이름인가.
보르미오.
스텔비오 패스 지그재그길
어린이 레고 자동차 경주장 같다.
험준한 산맥
ㅋ 찻길이 아니라 오토바이 경주장에 잘못 들어 온 것 같다.
찻길에 온통 오토바이 폭주족 뿐이다.
스키, 자전거, 오토바이, 올드 오른카,
희한한 세상, 벗어제낀 일광욕, 스키 타고 내려오는 놈.
누워타는 놈, 앉아타는 놈, 하늘에서 타는 놈, 물에서 타는 놈
별별 놈 사람 다 있다.
세상은 넓다.
이제 치고 내려간다.
희한한 세상, 질주 본능 지그재그
속도감은 20~30대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놈들이 헬멧을 벗는 순간 놀랐다.
체력 열정 에너지
‘죽어도 좋아’라는 말은 복상사(腹上死)가 아니고
도상사(道上死) ‘길 위에서 죽어도 좋아!’ 의 주인공들
적어도 50, 60대의 장년들이다.
장년들의 질주라서 더 기분좋다
나의 남편, 뭐처럼 업 업 업 기분이 최고다
우리와 반대다
유럽은 젊은이들은 돈이 없어 오토바이도 오픈카도 살 수가 없다고 한다
우린 비싸고 좋은 것은 젊은이들이 누리고
퇴직을 하면 오토바이도 차도 돈도... 자식 눈치보기 바쁘다
열심히 일한 장년들
젊은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돈쓰며 누리며 살자
우리가 열심히 땀흘려 번 돈 아닌가
그렇다
너희들도 억울하면
열심히 일하여 돈과 연륜 노하우 쌓이면
당당하게 떠나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2013년 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