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李外秀)
독특한 상상력, 기발한 언어유희로 사라져가는 감성을 되찾아주는 작가 이외수.
특유의 괴벽으로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명명되며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문학의 세계를 구축해온 예술가
공중부양에 대한 일화
몇 년 전에 남양주에 살고 있는 후배 소설가 하나가 평소 친하게 지낸다는 동네 꼬마 하나를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이학년쯤으로 보이는 꼬마였다. 나는 꼬마에게 독자사랑방 겨외선당(格外仙堂)에 걸려 있는 그림들을 구경시켜 주었는데 돌아갈 무렵 꼬마가 내게 그림을 하나 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 시작했다. 심성이 착해서 남에게 부담을 주는 일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후배 소설가는 그러면 안 된다고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타일렀지만 꼬마는 전혀 개의치 않고 눈물까지 찔끔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후배 소설가의 난처함을 무마시키기 위해 먹으로 동자 하나를 그려서 꼬마에게 주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다. 후배 소설가가 다시 우리 집을 방문해서 꼬마에 대한 후일담을 들려주었다.
“누군가 다급하게 제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문을 여니 꼬마가 숨이 턱에 차서 더듬거리는 목소리고 소리치더라는 것이었다.
“테, 텔레비전을 틀어보세요. 저, 저한테 그림을 그려준 하, 할아버지가 지, 지금 텔레비전에 나와요.”
꼬마의 얼굴은 놀라움과 환희에 충만해 있었다고 한다. 내가 어떤 텔레비전 교양프로에 잠깐 출연했던 사실을 언급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꼬마의 다음 말이 가관이었다.
“그 할아버지 이제 떴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꼬마가 말하는 ‘떴어요’ 는 어떤 의미일까. 나는 그때 공중부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날 나는 무척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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