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여름
오늘 처럼 무더웠다.
어머님 병원생활 몇년 차,
대소가 가족들이 지칠대로 지쳐
서로 신경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당시,
대학 1학년(02학번) 이던 큰 아들이
엄마와 단 둘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
하루가 위급한 상황
말도 안되는 제안,
깜짝놀라 누가 들을새라 펄쩍 뛰었다.
" 엄마에게 바람 좀 쐬어드리겠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참 좋은 생각' 이라며 칭찬까지 받았단다.
(만약 아들이나 며느리가 말했다면
'천하의 불효자'
손자가 말하니 '천하의 기특한 손자^^* ' )
하루에 딱 한번만 떠나는
딱딱한 의자의 완행 열차
칙칙폭폭 전라도 무안으로 ....
아들은 메모수첩과 연필을 들고
맨 앞자리로 옮겨가며
나보고는 멀리 떨어진 뒷자리에 앉으란다.
지성인(?)끼리
나란히 앉아 여행하면
사색에 서로 방해가 된다나.
새볔에 일어나
안개 자욱한 삼나무 숲 사잇길를 걸어
아무도 없는 보성차밭으로 들어서는 순간!
고단하고 쌉싸름하던 날들이
금새 상큼한 차향처럼 ....
아~
'세상은 견딜만 하구나!'
그후 남편과
겨울날 새벽에도 보성차밭에 갔었고
그리고 이렇게 18기 10팀들과 또 여행 중.
그러나 ...
그해 여름,
가장 힘 들었던 시기에
아들이 녹차를 우려주던 지혜만큼의 '감동'은 .....
다녀온 후,
아들 친구들이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묻더란다.
"야 ! 너희 아버님 안 계시니?"
그후로 아들 왈 :
모녀지간이라면 모를까
"모자지간이 같이 여행가는 것 아니래요"
별 미친 놈들!
즈그는 하늘에서 떨어진 '별똥들' 인가?
사진 : 이동인교수 제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