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8기 10팀
다섯 부부 10명이 보성 차밭에 갔다.
신혼여행이나 온듯
갖은 폼 다 잡아
둘씩 둘씩
싱그런 녹색의 찻물처럼

봄날이 차밭에 머물렀다.

막 해가 지는 순간
'대한다원'에서




어느 해 여름
오늘 처럼 무더웠다.

어머님 병원생활  몇년 차,
대소가 가족들이 지칠대로 지쳐
서로 신경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당시,
대학 1학년(02학번) 이던 큰 아들이
엄마와 단 둘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

하루가 위급한 상황
말도 안되는 제안,
깜짝놀라 누가 들을새라  펄쩍 뛰었다.

" 엄마에게 바람 좀 쐬어드리겠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참 좋은 생각' 이라며 칭찬까지 받았단다.

(만약 아들이나 며느리가 말했다면
'천하의 불효자'
 손자가 말하니 '천하의 기특한 손자^^* ' )

하루에 딱 한번만 떠나는
딱딱한 의자의 완행 열차
칙칙폭폭 전라도 무안으로 ....

아들은 메모수첩과 연필을 들고
맨 앞자리로 옮겨가며
나보고는 멀리 떨어진 뒷자리에 앉으란다.

지성인(?)끼리
나란히 앉아 여행하면
사색에 서로 방해가 된다나.

새볔에 일어나
안개 자욱한 삼나무 숲 사잇길를 걸어
아무도 없는 보성차밭으로 들어서는 순간!

고단하고 쌉싸름하던 날들이
금새 상큼한 차향처럼 ....

아~
'세상은 견딜만 하구나!'

그후 남편과
겨울날 새벽에도 보성차밭에 갔었고
그리고 이렇게 18기 10팀들과 또 여행 중.



그러나 ...
그해 여름,
가장 힘 들었던 시기에
아들이 녹차를 우려주던 지혜만큼의 '감동'은 .....

다녀온 후,
아들 친구들이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묻더란다.

"야 ! 너희 아버님 안 계시니?"

그후로 아들 왈 :
모녀지간이라면 모를까
"모자지간이 같이 여행가는 것 아니래요"

별 미친 놈들!
즈그는 하늘에서 떨어진  '별똥들' 인가?




사진 : 이동인교수 제공


오드리   2008-07-23 22:01:47
차밭이 정말 싱그럽네요. 나도 언젠가 한번 가봐야쥐. 하나 딸밖에 없으니 화양연화님같은 호사는 못누려보겠습니다. ㅎㅎ
류창희   2008-07-24 09:42:16
아~
오드리님
오랫만이죠?
안녕하세요?

촌이는 로마에서 엄마사랑으로
나날이 어여쁜 숙녀가 되고 있으니
더 좋은 곳에
초대를 하겠지요.

아들엄마 싱크대 앞에서 ...
딸엄마 비행기 안에서 ...

지금 뭐하는지 모르겠네요.
우리 아직 녹차처럼 싱그러운 나이인데...

자식 이야기를 하다니...
'쉰냄새' 물씬

날씨탓^^*

방부제 쳐야겠네요.

"앗싸!"

오드리님
한국에 오시면
보성 녹차밥에서 '녹차 수제비' 한그릇 쏠게요.
  2008-07-24 14:55:59
사진상으론 부군님이 최인호작가님을 살짝 닮으셨어요. 물론 훨씬 미남이세요. ㅎㅎ
음, 이방에 오두리님이 계셔서 나는 란이란 필명을 쓸래요.
빙호   2008-07-24 18:56:27
녹차밭이 굼실굼실한 파도를 밀고 오네요.
싱그러운 초록바다에
지친 몸과 마음을 씻어 봅니다.
절절 끓어넘치는 찜통에 무더위를 넣고
오랫동안 식히면 녹차같은
해사한 여름이 우려나겠지요?
두분의 선한 미소가 여름과 닮아 있어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인듯 부럽습니다.
류창희   2008-07-25 08:06:13
'란'
'란님'

역시 아는 사람만 알아요.

"우리신랑 정말 근사하죠?"
결혼 전에는 선배들이
피아니스트 '백건우' 같다고,
어디 문화적인 장소에 가면
'시인'이냐고 물어요.

'예술'은 내가 하는데 ...
신랑은 '애술'만 하는데 ...

사람들은
나보고 막 예쁘다고
몰려와 칭찬하다가
우리신랑 쨘~ 나타나면
저보다 남편이 휠씬 낫다고
난리 굿을 피우죠.

저 다음주 신랑 떼어놓고 어디 다녀와야해요.
지금 상황,
우리 신랑한테 무지 아부해야하는데 ....

란님
더 크게 동네방네
확성기 대고
신랑 미남이라 말해주세요^^*

근데,
<오드리 방>의 '오드리'가 더 정이 들었는데 ...
우짠다~
류창희   2008-07-25 08:43:41
氷壺
빙호

겨울의 얼음 담긴 항아리의
고결함도 좋지만
요즘같은 여름 날
더 곁에 두고 싶은 이름이죠.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면
영화는 찍을 수도 있지만
흥행은 장담 못하겠어요 ㅋㅋㅋ
그래도 한턱 쏘아야지^^*

잘 지내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