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안을 안 통하고
바로 작은 하얀 문으로 들어가도 된다.

농염한 자태 뽐내며
능소화가 내려다 보며 반기고 있으니,































































물밫 닮은 작고 예쁜차
운전하고 가는 내모습을 차에 담아본다.
창문 내리고 손 흔들고 싶다.

어쩌지~
나와 꼭 어울릴 것만 같은데....















화랑 뒷뜰

정자에 가방 내려놓고

오붓조붓
둘러보는 것이 좋다.

구석구석
담장에 돌확에 풀섶에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 분꽃 제비꽃 능소화 등등
작으면 작은대로
진하면 진한대로
촌스러우면 촌스러운대로
화사하면 화사한대로

가끔은 화랑주인이 나와
나무와 꽃에게 물을 뿌려주며
싱긋 웃어주는 미소가 좋다.

외지고 조용한 화랑에
전시하는 작품보다
때론, 마당을 둘러보며 걸을 때
행복이 차오른다.
꽃향기들 처럼^^*


류창희   2008-08-31 17:44:17
두 아들들을 따로 불러 앉혀놓고
각자에게 말했다.
"장래에 너희들 형제 의논하여
어미에게 '미니' 요런 차 한대 뽑아라"

내가 타고 다니고 싶어서가 아니다
너희들을 위해서다.
내가 너희 아이들을 '마티즈'에
태우고 다니는 것이 더 좋으냐
아니면
'미니'에 태우고 다니는 것이 더 좋으냐?

큰놈 왈 : 엄마 저 학교나 졸업하고 생각해 볼게요.
작은놈 왈 : 엄마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가장 타고 싶어하는 차인데
엄마가 뽑아서 저 한테 주세요.
남편 왈 : 내가 뽑아 드리지 ... 복권 당첨되면 ....
나 왈 : 꼭 물빛색깔로요.

누구를 믿어볼까나~







수가화랑 2전시실에
도예가 윤광조 선생의 상설전시관이 있다.
그는 경주시 안강 깊은 산중,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골'이라 불리는 곳에서
'정신'의 실체를 찾고자
세속과의 인연을 끊고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그해 겨울
내가 처음 수가화랑을 찾아간 날,

그날도 오늘처럼
쫓아 들어오는 햇살 말고는
전시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니
화랑 뒷뜰에
한 여인이 그림처럼 서 있었다.

검은 롱코트에 단발머리
작은 키에 왜소한 몸매
화장기 없는 민얼굴
가느다란 눈만 진하게 아이라인을 그렸는데
샤머니적인 눈매에서
배여나오는 진한 쓸쓸함이
겨울 석양과도 닮았다.




나 왈 : "선생님! 선생님 모습은 꼭 선생님 다우세요"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아이가 몇이에요?"
나 : "저는 선생님처럼 자궁이 튼실하지 못해서... 두명밖에 못 만들었어요"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자궁?"
"ㅎㅎㅎ"
"ㅎㅎㅎ"


나 : "아이들은 언제 만드세요?"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아이들 재워놓고 만들죠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이 학교다닐 때는 실어나르고
아이들은 다 장성하고
지금은 호미들고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요
가족들이 다 자는 시간이라야 내 시간이 나는걸요"

나 : "정말 대단하세요
그 바쁜 틈에 아이를 다섯이나 낳고
그리고도, 또 계속해서 종이 아이들을 만들고 있으니...."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사랑이겠죠"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한국에 오니
식당에도 찻집에도 전시장에도
젊은 여자들이 많이 오네요.
독일에서는 상상도 못해요.
너무 부러워요. 낮의 시간적 여유가"

시간을 쪼개어
시간 강사로만 뛰는 나.

틈새를 이용해 찾아드는
전시장 시간을 부러워하는 여인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뮌헨의 민들레>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 작가

그녀는 전시회를 하는 시간이
외출복을 입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며
'휴식'이라며 ... ...
다음날 독일로 돌아간다고 했다.

아마,
지금도 이국 당에서
작업복을 입고
아이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튼튼한 자궁
난, 그분의 '자궁속 에너지'가 부렵다.

수가화랑을 찾으면
늘, 겨울의 석양과도 닮았던
'김영희'선생의 모습이
그날처럼 보인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학부모교육원을 지나 뒷골목으로 접어들면
스쳐 지나가기 쉽상인 팻말이
심심한 듯 서있다.





담벼락을 지나 50M쯤 타박타박 걷다보면
그 또한 지나치기 쉽도록
그냥 그대로 평범한듯 건물이 있다.















1층을 지나
2층 전시실로
3층 전시실로
나무 계단을 살짝살짝 밟고 올라갈 때
쫓아 들어오는 햇살이 좋다.





수가화랑 만을 위해 일부러 찾는 날은 없다.

학부모교육원에서
여름방학 겨울방학이면
학부모대상
또는 가르치미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심화학습 특강을 맡는데 ... ...

'특강'
특강처럼 피를 말리는 작업도 없다.
나는 쌓인 내공이 없어서인지
한시간 수업에 몇날 며칠을
또는 참고 문헌을 책상위에 수북히 쌓아놓고
달포넘게 골머리를 썪는다.

요즘 올림픽에서 경기마다
치고 올라가는 야구의 4강 진출처럼
날마다 진도나가는 수업이 오히려 편안하다.

역도의 장미란처럼
손가락 하나 치켜드는
유도의 최민호처럼
특강은 '한판승'으로 끝내야 한다.





오늘,

4시간 연강을
명랑하게
신나게
경쾌하게
'양귀비' 빨갛게 피어나듯
목소리 벌겋게 피가 터지도록
열정을 다했다.

체력전 다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
속옷이 흠뻑 젖어있다.

있는 힘을 다하여
진이 다 빠지면
마음까지 젖은 솜이 된다.

이럴때는
몸도 마음도 보송보송하게
충전하러
'수가화랑'을 찾는다.
















3층 전시실에서 2층 전시실로
2층 전시실에서 1층으로
절기 하나씩 지나가듯
계단을 내려왔다.
내일 모레면 '처서'이다.

아~ 이렇게 방학이 지나가고있다.

아깝다
아깝다 여름이
가는 세월이
너무 너무 아깝다.


리지앙   2008-08-28 21:07:11
한여름 내내 비실비실 지낸줄 알았더만 꽉차게 보내었구려.
특강도 하고 , 난 몰랐지 이리 유명인사인줄...
화랑뒷태가 너무 어여뻐. 사진솜씨가 첨부터 이리 좋았나?
류창희   2008-08-29 16:54:42
한 3일 운동하고
한 20일 감기몸살하고
틈틈이 특강하고,
복지회관에서 '소외계층' 봉사활동하고 ... ...
그러다 선들선들 가울 바람부니
여름 너무 아깝고요.
아까워서 고마 죽겠고요.

리지앙님!
비실비실한 화양연화를 위해
밥을 사시구료.
화랑뒷태가 예쁜 집에서
맛있는 茶를 대접하리다.
류창희   2008-08-31 10:52:22
리지앙님!
제가 며칠전에 부탁 안 하던가요.
사진 찍는 법 배우고 싶다고,
알아봐 달라고.

사실적인 것 말고
예술적인 것 찍고 싶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