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 부산 갈매기

'야구장 3루측 지정석위 ‘2008 갈매기 상륙작전’ ‘Again1999’프랭카드 밑에 있음'

4시부터 가서 자리잡은
남편에게서 문자 한통을 받고
사직 야구장으로 향했다.


'

지금도 야구를 잘 볼 줄 모르지만
정말 깜깜 모르던 시절에는
청계천 헌책방에서 ‘학구파’처럼
야구 해설집을 사들고
동대문야구장을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야구장 풍속도' 시대따라 많이 변했다.
옛날의 나처럼 책을 들고 온 사람은 물론 없었다.
우리일행만 해도
떡 김밥 족발 양념닭과 매운 양념닭 음료수와 시원소주를
책 대신 바리바리 사들고 갔다.






신문과 유리테이프 바람방망이
준비는 완벽했지만,







삼성라이온스에게 3루에서 7점을 빼앗기면서…
기대와 응원, 흥분의 도가니에서 김이 푹푹 새기 시작했다.
앞뒤 관중석에서 “씨~씨~ㅂㅂ~ ” 불만이 터지더니
급기야~
내 뒤에 아저씨 응원 박수소리에 맞춰
“차비 물어내라” 소리치기 시작!
살짝 뒤돌아보고 싶지만,
'부산사랑" 으로 열 받은 아저씨에게
한대 얻어맞을 분위기라 키득키득 낄낄낄 ...
성질 급한 아저씨
우리들에게 KTX 서울-부산 차표 보여주더니
“에라~ㄱㅅㄲ들아 ” 소리치면 가버린다.






열심히 던지고 뛰는 선수들 보다
주위 관중의 풍경이 더 더욱 흥미진진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텐트족에서
전국에서 월차를 내고 몰려온 회사원,
학교 수업을 빼먹고 온 학생들
커플 야구 옷을 입고 맵씨 뽐내는 연인들^^
찌든 일상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희망을 충전 받을 팬들의 성원^^
아~ 멋져부러 !

어른들은 만남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지만
학생들은 지는 있는 것이 안타까워
울분 침통하다.







일어나서 신나게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노래하고
신문지 꽃 마구 흔들어 대고 싶은 데...
많이 지고 있으니
마음과 손이 민망하다.
우리팀 ‘초뺑이’ 두 남정네들
누가 이기고 지는지 승부에는 관심 없고
앞뒤사람 언제 친했는지 권커니 잣커니…
아내들에게 틈새틈새 야단 맞아가면서도
술잔이 바쁘다.




스포츠 기자들 노트북 놓고 취재열기
야구장 함성만큼 높았으나
우리 롯데 응원단
에이~ 입가심도 못하고
각자 내일의 일상으로 출근하기 위하여
지하철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진것보다 기대하던 '축하주' 한잔이 더 아쉽다.


그리고 반성한다.
나 같은 사람이 안가던 야구장을 가니
응원이 2% 부족이었나 보다.




야속한 부산사람들
9회말까지 안 기다리고
듬성듬성 아쉽게 빈자리 남기고 빠져버렸다.

1981년 가을이었던 것 같다.
직장에 다니고 있던 나는 꾀가 났는지
이곳저곳 몸이 말썽을 부렸다.
간기능 검사를 했더니 죽고 사는 일도 아닌데 입원을 하라했다.
방년26세 부산으로 시집오기 1년 전이다.
안국동에 있는 ‘한국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입원한 아래층에 사람들이 들락날락 관심이 쏠렸다.
나도 나의 남자친구도 구경삼아 자주 내려가곤 했었는데,
당시 선린상고 야구의 천재라고 불리던
'박노준 선수'가 발목부상으로 입원을 해 있었다.



‘박노준’ 하면 동대문야구장에서 냅다 치고 달리던가
고등학생 까까머리 반짝이며
부상으로 입원해있어야 할 것 같은데 ...
어느 날,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의 모습으로
야구해설을 하고 있었다.
내 나이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어머! 박노준이 쟤는 자라다 말고 늙어버렸네~”

세월은 잘 간다.

08년 10월 8일


호미   2008-10-13 21:15:48
ㅋㅋㅋ
쌤 땜시 부산 갈매기가 날지도 못하고....
(아~~~ 부산 야구 슬프다.)

미국식 야구와 한국식 야구의 차이 탓이라고
혹자는, 부산 응원단의 기에 선수들이 쫄았다고
패인의 분석은 여러가지이지만...

저는 단지
운동장 가득 퍼지는 함성과 열기를 온 몸에 담으신
쌤의 함박 웃음이 억수로 부럽네요.
류창희   2008-10-14 08:44:31
몸무게가 적게 나가서 그런가
제가 조금 가볍지요.

누가 제게 전화해서
'우리 무게잡지말고 폼잡지 말자'
여태까지 점잖은척 ...
삶의 무게 앞에 허우적거렸다'

가볍게 살자네요.

그래도 부산갈매기 하늘로 날아 오르지 못하고
사직운동장에 묶여있잖아요^^
푸른솔   2008-10-14 11:45:55 
ㅎㅎㅎ, 해태하고 게임을 해야
억쑤로 재미있는 게임인데,
류샘의 폼잡은 응원
사직구장 부산 갈매기 그 함성이
여기까지 들려오는듯,
현장감있는 중계사진에
잠시동안 내가 그곳에 서있는느낌,
샘은 영원한 소녀인가 봅니다.
불타는 로라   2008-10-14 18:37:28
낭창낭창 창희씨!
정말 하루하루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저는 지금 아궁이에 군불 때고 있답니다.
왜 이렇게 연기만 나고 불이 활활 안붙는지...
불 태우기도 참 힘드네요. ㅎㅎㅎ
류창희   2008-10-14 23:20:05
푸른솔님
그 날
응원태세는 완전히 갖췄었는데...
12 : 3으로 지는 바람에
부산갈매기 노래도 몇번 못부르고
신나게 신문지꽃 빙글빙글 돌리지도 못하고...

언제 해태하고 롯데하고 붙으면
나란히 서서 겨뤄봅시^^* 다
류창희   2008-10-15 07:52:45
불타는 로라님
벌써 군불을 때시다뇨?
부산 펜들 아직 불타는 그대열기 식지않았는데...
뭔소리?
'참숯'으로 화롯불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불돌 살짝 들춰내면 ^^

군불은 내가 때야 할때.
ㅎㅎㅎ 불씨나 살아있는지 모르지 ...

풍구바람 "후_ 후_ "
동그리   2008-10-17 11:40:28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번에 준플레이오프인 삼성과 우리 부산경기를 직접 보셨나봐요
저는 야구에 대해선 잘 모르고(사실 관심도 없었지요) 룰도 잘 모른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올려주신 사진을보니 그 흥분의 열기가 저에게도 느껴지네요.
남편분이 표를 구해주셨나봐요 우리남편은 제가 관심이 없는걸 아는지 회사 동료들과 갔다지요
혹시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네요 하하하
단지 아쉬운점은 롯데가 지고있을때 주위에서 심한말을 하는게 안타깝던데
함께 있는 선생님은 조금 당황스러웠을꺼 같아요.
류창희   2008-10-17 20:29:31
아하~!
그 잘생기고 멋진 분이 동그리님 남편이셨나 봐요.
남자분들 정말 많이 계시던걸요.

저희가 삼성응원단 옆 옆에 앉았었는데요.
음악에 맞춰
"마!"
"얏 마!"
한게 아니라, 물병을 던지고
삼성응원단 무대에 올라가 난리가 났었죠.
경찰이 3회부터 9회말까지 호위하여 에어싸고 있었어요.
롯데팀 관중 열기는 전국이 다 알아준다지만,
좀 쫌 그랬어요^^*

화투치는 사람들의 말
"돈잃고 기분좋은 놈 없다" 처럼
지고 기분좋은 경우는 없겠지만 ...
류창희   2008-12-07 10:01:06
부산갈매기
08년 전국에서 가장 좋은 응원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부산갈매기'의 함성을 들으면
그 함성에 기가 퍅팍 들어갑니다.

사직구장 옆에 사는 어느 분은
그 함성을 만끽하려고
TV화면만 틀어놓고 창문 열어놓고 시청한다나요.
이사도 못 간다고 엄살 떨죠.

전국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부산갈매기'의 함성
함성과 더불어 '배려'도 베풀 때가 아닌가^^

혹시, 부산사직구장에서 '해태'와 붙더라도
그들을 위해 함성 나눠줄 수 있는 여유.
그날을 위해 '박수'연습 좀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