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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전날의 사건
'노고단'을 향해 산을 올랐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밤 12시가 넘도록,
지리산 산속에서 'S자형' 산길을 몇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앞차도 뒷차도 집도 사람도 표지판도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달과 별만이 계속 우리를 쫓아다녔는데,
천만다행인것은 차에 기름도 가득,
늦게 먹은 저녘도 가득.
점점 깊어가는 시간과 검은 천지.
재미있다며 명랑모드로 깔깔거렸지만,
난 사실 목소리를 내기도 겁이 많이 났었다.
오밤중에 우리부부는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 '정령치와 달궁계곡' 속에 있었다.
높은 산과 별과 달과 바람과 SsSs자 꼬부랑길의 스릴과 적막강산의 고요와 맑음,
평생 겁나게 '아름다웠던 밤' 으로 기억할 것이다.
다음날 아침,
남편 왈 : "둘이 같이 있는데 뭐가 겁이 나겠느냐."
꼼짝없이 같이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길상이와 서희와 박경리선생의 일생이 안 부러운 밤이었다.
둘이 함께 있다는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밤 늦도록 꾸불탕 꾸불탕 뱀처럼 기어오르고, 뱀처럼 기어 내리다 뱀사골에서 숙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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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노고단에 올랐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