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에 오르는 길,
밤새 꼬불탕 꼬불탕 헤매던 길이
아침에 보니 이제 막 연두빛 물이 촉촉 차오르고 있었다.





도시는 벌써 봄이 무성하여
매미소리 들릴 듯 녹음이 짙은데,
지리산 노고단 쪽은 이제 연두빛 움트기 시작!






진달래 군락지
키가 작고 빛깔이 진하다.
온통 꽃 분흥.






다 오르고 내려오도록
나무판으로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좌측으로 오르고 우측으로 내려오고

10년 후, 다시 찾을 때
관절염 조금있어도 오를 수 있을만큼 ...
공유할 수 있게 해놓은 '노고단길' 좋다.






지리산을 두고
어머니의 젖줄 같은 산이라 하고
포근한 할머니의 산이란 뜻으로
노고단(老姑壇)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노고단 정상
바람은 신선하고
나무 마루판은 대청마루처럼 따뜻하다.






말로만 듣던 지리산 노고단
소원 풀었다.
왼쪽으로 천왕봉이 보이고
오른쪽에 섬진강 줄기가 내려다 보인다.





지리산 밑에 '대통밥'
한번쯤 먹어볼만!
대접받는 기분으로 사찰음식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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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전날의 사건


'노고단'을 향해 산을 올랐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밤 12시가 넘도록,
지리산 산속에서 'S자형' 산길을 몇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앞차도 뒷차도 집도 사람도 표지판도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달과 별만이 계속 우리를 쫓아다녔는데,
천만다행인것은 차에 기름도 가득,
늦게 먹은 저녘도 가득.
점점 깊어가는 시간과 검은 천지.
재미있다며 명랑모드로 깔깔거렸지만,
난 사실 목소리를 내기도 겁이 많이 났었다.
오밤중에 우리부부는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 '정령치와 달궁계곡' 속에 있었다.
높은 산과 별과 달과 바람과 SsSs자 꼬부랑길의 스릴과 적막강산의 고요와 맑음,
평생 겁나게 '아름다웠던 밤' 으로 기억할 것이다.

다음날 아침,
남편 왈 : "둘이 같이 있는데 뭐가 겁이 나겠느냐."
꼼짝없이 같이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길상이와 서희와 박경리선생의 일생이 안 부러운 밤이었다.
둘이 함께 있다는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밤 늦도록 꾸불탕 꾸불탕 뱀처럼 기어오르고, 뱀처럼 기어 내리다 뱀사골에서 숙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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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노고단에 올랐다.



강변   2009-05-12 17:59:46
정령치와 달궁계곡
하이야속에 정던부부
지천명에 야간여행
길을잃고헤메일때
지리산의 산신령이
가호하셨네
훈장님 주야간에
참으로 좋은 드라이브 코스임니다
부럽네요
류창희   2009-05-12 21:41:31
밤은 무서웠고요.
아침에 오르면서 아~! 아~!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청정지역이었습니다.
부전   2009-05-16 08:43:55
선생님 초등학생 같아요
류창희   2009-05-19 16:13:28
자연, 그 싱그러움이 소풍나온 초등생으로 만들어요.
곽인수   2009-05-20 21:18:40
어디든 훌쩍 떠나길 좋아하는 제가 고3 딸 덕분에 주말이면 비상대기조가 되어 꼼짝을 못합니다.
답답한 마음 사진으로나마 위안삼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이십년이 훨씬지났네요. 동트기전 어두울때 렌튼 켜들고 노고단 등정을 했죠. 토끼봉, 날라리봉 이름도 요상스런 봉우리들을 누비며
잘나가던때 생각하며 혼자 웃음짓습니다.
류창희   2009-05-21 07:56:30
곽인수님,
잘 나가던 때' ㅋㅋㅋ.
몇개월 지나 따님 대학가면 엔진 교환하시고... 룰룰 랄랄
여행을 떠나요~


지리산 둘레길 1구간
매동마을- 다랑논- 등구재- 창원마을 - 금계마을











다랑논






2009년4월 4일 5일
참가 ; 열팀부부와 한명 (21명)



짱가   2009-04-15 17:28:20
쌤...정말로 부럽심더. 늘 행복하이소. 또 건강하시고요...
류창희   2009-04-15 19:56:49
짱가님,
시간과 건강이 허락되시면 하루 투자하여 걸어보세요.
호젓하게 걸으면 더 좋을 듯,
저희는 스무명이 넘다보니 이야기하며 웃다가
웃음소리에 아름다운 경치를 많이 놓쳤습니다.
황대식   2009-04-27 15:48:05
지난 여름에 답사를 한 곳인데 이 동네 동동주 맛이 일품임
류창희   2009-04-27 20:02:46
벌써 술 도사님들 한잔씩 하셨지요.
묵은 김치 안주에 동동주 ^.^
여자분들을 대표하여 언제가 저 혼자 술떡술떡 ~
구정맥   2009-04-29 21:01:49
멋진 사진들 보기 좋습니다.산행열심히 하십시요.
류창희   2009-04-29 23:27:35
구정맥님,
둘레길 정말 예쁘죠?
구비구비 돌아돌아 마을과 마을을 오가던
박물장수, 새우젓 장수, 엿장수.
또는 가마타고 시집가는 새색시
친정나들이 가는 새댁 등등 ...
다시 호젓하게 걷고 싶은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