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강고택 문이 잠겨 있어 담장 밖에서)


고택순례
雲岡古宅
운강고택은 소요당 박하담이 벼슬을 사양하고
그곳에 서당을 지어 후학을 양성했던 옛터에 박정주가 분가하면서 살림집으로 건립한 가옥
1824년에 중건 1905년에 다시 중수하였다고 한다.
사당을 맨 안쪽에 두고 그 앞쪽에 사랑채와 안채를 중심으로
'ㅁ'자형으로 건물들을 결합시켜 만들었다고 한다.
운강고택을 나와서 금천교를 지나면 동곡 마을이 있다.
이곳에 동동주 양조장이 있다.
우리일행 여덟명이 들이닥쳐 시음하고 싶다고 하니,
귀찮은 듯 파란 프라스틱 바가지를 주는데 마음껏 뱃속에는 채울 수 있다.
의자나 휴게실 같은 쉼터는 없어 푸대접을 받는 기분은 들었다.
하기야 양조장이 뭐가 답답해 지나가는 객에게 주막을 제공한단 말인가.
선채로 술술 술을 마셨다.
다른 곳의 맛보다 많이 달콤했다.
술 인심 무척 좋았다.
설령 주막을 마련해도 의자가 있으면
엉덩이 질기게 퍼 마실 것이고 취하면 그 꼴을 또 어찌 볼것인가.
우리 일행 중 막걸리 메니아인 무릎도사는 말들이로 사서 집집마다 두병씩 술보시했다.








萬和亭은 소요당 박하담이 건립한 서당이었으며
근대화 교육의 강학소로 쓴 유적지이다.
운강고택을 중심으로 아들집, 손자 집, 길 건너 둘째 아들집 등 고택이 모여 있다.
그러나 대구에 살고 있다는 후손들에게 미리 연락을 하고 가지 않아 문이 잠겨 있다.
높은 담 안을 들여다보지도 못한 아쉬움이 크다.




근처의 집들도 조만간 대대적인 보존 공사를 할 계획인지
지정되어 있다는 안내판만이 지키고 있었다.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집도 몇 채 있었으나 문을 열고 들어서기에는 적막강산 분위기.
살금살금 기웃기웃 거리며 동네를 배회했다.
온 동네 선홍색 꽃분홍색 흰색의 접시꽃만 빗속에 화사하여
동막골의 소녀처럼 ‘마이아파’ 까불대다 돌아 나왔다.




TV 세상의 이런 일이 프로에 방영되었다는 바위 집을 가는 길.
길에 지나가는 몇 사람들에게 텔레비젼에 나온 집을 물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저씨는 저 쪽으로 쭉 가면 된다.
바로 조기다 등등.
몇 미터 몇 분으로 대답을 하지 않으니
저쪽 끝에 가서 물으면 이쪽이다 하고
이쪽 끝에 가서 물으면 저쪽이라 하고…
그 중 우리 신랑이 지나가는 한 초로의 여자 분에게
애교섞인 목소리로 “돌뺑이 떨어진 집이 어디 있따카던데… ”라고 하니,
그 까짓것을 찾아 젊은 사람들이 한 차 타고 오느냐는 듯한
아주 같잖고 한심하고 기가 막힌다는 듯한 순박한 헛웃음
(그 웃는 모습, 우리 일행은 청도의 ‘친절’하면 절대 그분의 웃음을 잊지 못할 것이다)
돌뺑이 떨어진 집




그 고장에 가면 그 고장의 장터를 간다.
그 고장에 필요한 물건이 다 나와 있고
그 고장의 사투리와 고장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과 같이 사는 또 다른 식구들도 있다.












시장어귀에서 알려준 '가장 맛있는 냉면 집'에 가서
'냉면 곱배기'를 먹었다.
어쩜, 곱배기는 안 먹는 것이 나을 뻔 했다.




보갑사내 영담 한지 미술관
(청도군 운문면 방음리)
절인지 갤러리인지 모르게 아지자기
절집도 미술관 건물도 새로 지은 아주 근사한 집이다.
족히 중년은 넘었을 비구니 스님이 나오는데, 동글동글 예쁘시다.
‘영담스님’이시다.
어서 오라며 반갑게 맞는다.
전시장의 한지 작품도 둘러보고 차도 한잔하고 가라며 호탕하시다.
‘예로부터 佛畵와 佛經을 모시기 위해서 지극한 불심으로 만들어 온 종이,
우리나라 전통종이 질의 맥은 사찰스님들에 의해서 지켜져 왔습니다’














1층과 2층 전시실에 그윽한 작품들이 곱다.
다 관람하고 내려오니 사무를 봄직한 여성이
차도구와 앞치마를 입고 나와
방명록을 내어 놓으며 적고 쉬었다 가라며 끼어앉는다.
아~ 이 친절~ 한지처럼 포근하고 따듯하다.
그렇게 땀을 식히며 담소를 하며 앉아있었다.
잠시 후, 사람이 있는데도 편안히 앉아 놀다가라고 말은 하며 불을 끈다.
우린 이쯤에서 눈치가 있어야 했다.
눈치가 있어야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눈치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다.




처음부터 찻값은 별도라고 했으면
법당까지 쫒기듯 올라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알 수 없다.
비구니스님 혼자 계신 절에서 차를 팔지는 않았을 텐데.

알아서 관람료를 내라고 했다.
안내에 적혀있는 금액대로 관람료를 냈는데 …
우리일행에게 거는 기대보다 많이 부족했었던가 보다.

위로 올라가 평상에서 한참을 쉬며 놀았다.
그쯤에 차 한 잔은, 아니 버들잎을 띄운 물 한바가지는 나올 법도 했다.
그래서 기다렸다.
그럼 왜 차를 마시고 가라고 했을까.
차가 나오면 우린 찻값에 두터운 정을 듬뿍 담으려고 했다.




후후 우리 신랑은 절도 그렇게 바꿔야한다며
여긴 절이기 보다는 사립미술관이니 ...
절집의 집사처럼, 절 살림의 편에 서서 구구절절 말이 바쁘다.
급기야는 절 마당으로 내려가 어줍은 일꾼들이 다루는 전기드릴을 가지고
공학도도 아니면서 인부들 앞에서 반풍수 요령을 가르쳐주고 있다.

‘내 남편, 퇴직해서 비구니 절에 처사로 간다면
아마, 밥은 안 굶을 것 같다.
아니 분명 잘 우려낸 차 한 잔은 매일 대접 받을 것 같다'

그래도 어쩐지 서운하다.
옷은 가사를 입었으나 어느 높은 경지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이다.
너그러운 관세음 보살과 한지의 포근하고 소박한 성질을 이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이미 신지식인이다.

휘돌아 나오는데, 스님이 그 예의 밝은 목소리로
다음 달 어디어디에서 개인전을 할 것인데 그곳으로 꼭 와달라고 부탁을 하신다.
우리 여행대장인 까르페디엠이 스님보다 더 밝은 목소리로
“근데, 스님 솔직히 섭섭합니다. 차도 한잔 안 주시고 …” 야박하다는 뜻을 표하니,
밝게 웃으시며
“다음에… 다음에 오시면 맛있는 차 드릴게…”

후후 글쎄 뭐 일부러야 또 그곳에 찾아들겠는가.
이때 문득,
'一期一會' 가 떠 오른다.
한번의 기회
처음 한번에 정성을 다 하는 만남^^
그래도 혹시 '다음'에 다시 그곳에 갈일이 만에 하나 생긴다면,
생수 물병은 하나 꼭 챙겨들고 갈것이다.

그리하여 청도 운문사의 저녁예불 소리를 듣고자 했던 꿈은 뒤로 미뤘다.

바로 부산으로 돌아와 용호동 복국 한그릇씩 무릎도사가 쐈다.
청도 1박 2일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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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청도에 '玄門山房' 이 있다.
대학에서 평생 노자를 읽는 분이
산 중턱에 방한칸 아궁이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지
내 맘속의 청도는 언제나 '한칸'이었다.

이번에 청도 곳곳을 겉핥기로 돌며, 많이 놀랐다.
안보일 듯 뒤돌아 앉은 뒤켠의 풍요.
안동과 대구 문화권의 고풍스러움과 풍류가 곳곳에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산수좋은 곳곳에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갤러리와 음식점 별장등.
지상낙원 '무릉도원'이 바로 청도인것 같았다.

외형적인 건물이나 돈의 냄새 말고 또 하나의 이미지.
만나는 사람마다 소박하고 점잖고 친절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길위에 걸어가는 사람
인가에서 문을 열고 나와 길안내를 해주는 사람
사람, 사람, 어디 사람 뿐이랴.
좁은 외길 농로에서 차 끼리 마주치면 뒤로 빼어 외지인을 지나가게 해줬다.
한대만이 아니다. 마주치는 자전거 경운기 차들마다 다 그랬다.
우리 일행은 청도 사람들에게 너무도 감사했으며
'다시 가고 싶은 청도'라고 후렴처럼 말했다.

1박2일동안 같이 해준 메트로 훼밀리 팀 친구들
드래곤 / 희망선포   무릎도사 / 이승희
특히 청도여행을 주선하고 길안내을 맡았던
거들짝 / 까르페디엠
감사감사요. 감그린 와인으로 '건배!'

그리고 이곳 사이트에 들어오셔서
눈으로 같이 여행길 동행해준  님들^^ 감사감사요.
청도 꼭 한번, 다녀오세요.
체바퀴 같은 삶이 한 단계 올라갑니다.
청도의 감그린 와인으로
"건배!"





강변학생   2009-07-12 08:38:07
청도 1박2일
너무좋은 서원 고택순례였군요
선망스러운 훈장님의 가족과 문우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보람된 일 많으시길 기원합니다
류창희   2009-07-12 17:56:55
강변학생님^^
'강추!'입니다.
강력하게 추천할만한 코스입니다.
부산과는 서울과는 안동과는
또, 다른 문화입니다
나그네   2009-07-13 11:46:08
장마 끝나고 휴가 때 청도 한번 생각해 봐야겠어요.
설명 잘 듣고 구경 잘하고 갑니다.
무암(無菴   2009-07-13 22:47:14
'도불습유(道不拾遺)' 길에 버려져 있는 것도 줍지 않는다.
그만큼 마을도 깨끗하고 사람도 깨끗하다.
청도(淸道)는 그런 곳이라 합디다.
막걸리는 저도 좋아하는데 남아 있습니까?
류창희   2009-07-14 09:07:06
나그네님^^
청도의 여름은 너무 더울것 같고요.
휴가까지는 ...
놀토가 낀 1박2일 정도의 시간이면 좋을 것 같아요.
류창희   2009-07-14 09:11:04
무암님^^
'도불습유'의 고장 공감합니다.
아직 청정지역입니다. 산천과 그곳 지역민들은.
단지 이익을 보려고 들어간 사람들이 ...
막걸리 벌~써! 다 마셨지요.
우리 바지랑대가 못마시니, 저 혼자서 숭늉마시듯 ^^
빙호   2009-07-14 09:51:00
"안 보일 듯 뒤돌아 앉은 뒤켠의 풍요"
청도를 한 문장으로 보는 대단한 감상이며 인식입니다.
저 역시 공감합니다.
가끔 청도를 방문하는데 사람들의 푸근한 인심이 남다르고
철마다 바뀌는 자연경관이 무료로 보시하는 소박한 정서와
갖은 수목이 주는 꽃이며 열매가 다른곳과는 달리 풍성해
청도를 그 이름자로서 빛나게 하는 고장이었습니다.
뭐랄까요?
좁은 산길 하나를 걸어도 꼭 외갓집 같은 따스함이 곳곳에 스며있어
어디를 가도 마음이 환하게 열린다고나 할까요.
토양이 사람의 품성을 만든다는 말을 예서 다시 실감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감이 익어가는 늦가을의 청도는 환상적입니다.
색색으로 물든 감잎이 떨어지면서 가지에 남아 붉게 타오르는 열매는
꽃처럼 보이다가도 때로는 눈물방울처럼 애잔해
까닭없이 마음이 시려오는 것이
한 자리에서 두가지의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기이한 체험을 하도록 만듭니다.
마음에 여며둔 아름다운 장소를 다시금 꺼내보면서
화양연화님 발자취따라 종종걸음치다보니
'구경 한번 잘 했다'는 말 입에서 절로 터집니다.
류창희   2009-07-14 18:15:40
빙호님^^
바람불어 좋은 날,
비가와서 좋은 날,
혼자라서 좋은 날,
잊지않고 찾아주시는 마음 감사감사요.

청도는 빙호님의 작품 속에 있지요.
힘이 느껴지는 소싸움 속에요.
저희 일행은 골목골목을 삶을 들여다보지는 못하고요.
'언저리' 청도 언저리만 빙빙돌다 왔어요.
여태까지 제 마음 속에 기억하고 있었던 청도하고는 사뭇 다른,
다른 문화였어요.
부럽기도 겁나기도 한.

무성한 장마가 비껴갈 즈음,
한적한 곳에서 수다한번 떨어요.
영담 혜원스님   2009-08-09 06:37:21
우리 작은 영담한지미술관을 찾아주셨었군요. 감사합니다. 에그, 우리 총무보살님이 손님이 계신데 전시용전등을 껐나보군요...미안해요. 아마도 그 전등의 불이 열이 많이 발생하므로 실내가 더울까봐서 그랬을꺼예요...그리고 차 한 잔 기대에 못미치게 해드려서 그것도 미안하구요... 절이기도 하고 미술관이기도 한 저희 도량에 오시는 분들이 다 대접 후하게 받아 기분좋게 가시도록 해야 할텐데 ...찾아 오시는 분들마다 다 후하게 챙기지 못하는 실정 안타깝고 미안합니다. 만에 하나 다시 오시면 서로 후한 인정 나누어 봅시다....^*^




자계서원 (紫溪書院)
이서면 서원리에 자리하고 있다.
제대로 된 팻말이 없어 좁은 골목을 몇 바퀴 헤매고 겨우 찾았다.
옛날 濯纓 김일손이 무오사화를 당해 참화를 입었을 때
이 냇물이 3일 동안이나 핏빛으로 거꾸로 흘렀다고 한다.
그 후부터 붉을紫 ‘자계’라 하였다고 한다.
문이 잠긴걸 봐서는 아직 문중의 관리로 되어있는 것 같다.

잠긴 문안에 서 있는 비석에 적인
濯纓을 보면서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나아가 벼슬을 하겠다는
굴원의 어부사의 장면이 떠오른다.





한옥학교 체험장
한옥에 관심이 많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몇개월씩 합숙하며 한옥짓는 일을 배운다고 한다.
마침, 방학이라 실습하는 사람들이 없고
관계자 한 분을 만나 설명을 들었다.















초가 개집





























선암서원 소요대 앞





매전면에 있는 (선암서원 )
길에 가는 사람들에게 선암서원을 물으니 모텔을 찾는 줄 알고 동문서답
삼족당 김대유 소요당 박하담의 위패를 모신 곳
문이 잠겨 서원 뒷편 계곡과 연지.
세월을 말해주듯 오래된 아름드리 나무들의 숲.
그 옆으로 돌아 유원지로 계곡에 발을 담그는 물놀이는 할지언정
그 곳은 깊숙하여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연지에는 가시연이 곱게 피었다.

산책로를 지키고 있는 소요대에서 청도천이 맴돌아 나아가는 풍경이 그윽하다.
서원 뒤편 고즈녘한 길을 걸으며 높은 담장을 까치발로 들여다보는 재미.
들어가서 보면 더 깊이 숨을 쉴 수 있었을 터인데 아쉬움이 크다.
소요대 앞에서 장자의 소요유의 절대자유의 경지를 이야기하며
그 곳의 풍류를 읊는다.

나의 카메라 여기서 배터리 수명을 다하여... 그 소요대근처의 풍경 없다.
하늘이 갑짜기 컴컴해지며 한 바탕 쏟아질 기세
발걸음이 바빠졌다.






나그네   2009-07-13 12:02:28
서원들이 문이 대부분 잠겨있군요. 그래도 그 뜰을 밟아보고 싶은데 ...요.
류창희   2009-07-14 09:15:54
서원이 개인문중 소유로 되어있으니
누가 한가하게 문열어놓고 지키겠어요.
저도 보면서 생각해봤는데,
청도군과 문중들과 어떻게 잘 商量商量 해서
입장료 받고 청도의 문화를 열었으면 하는 마음 컸습니다.
개인들의 자산이지만 공유하는 것도 ...
문화적 유산이잖아요.




비슬문화원

헐티재 첫 입새에 비슬문화원
한달에 한번씩 음악회가 열리고
촌장 부인이 만든 도자기와 한국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미 문을 닫는 시간,
겉모습만 슬쩍 보고 나오려고 했는데
운좋게 문화원 촌장님이 걸어간다.
촌장님과 만나게 되어 본격적인 안내를 받았다.










비슬문화원 뒤로나가 청도의 배경을 바라보며
농로를 한참 걷다보면 갤러리가 나온다.
이곳은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들어갈 수가 없다.
부인의 갤러리가 있고 잘 꾸며진 마당과
작은 초가가 있다.





















초가집이 큰 괘종시계 사면 작은 손목시계 끼어준 듯 있다.










살금살금 배부른 고양이도
하나의 풍경이다.





촌장님이 까만 벽쪽으로 부지런히 가더니
있는 힘을 다해 벽을 밀어낸다.
실내 무대가 펼쳐진다.
이곳에서 뮤지션들이 한달에 한번 연주나 공연을 한단다.
자체 발표회며 돈을 받거나 주거나는 안하고
순수 발표공간이라고 한다.










단체의 연말 모임장소로 괜찮을 성 싶다.
수련원으로는 6~700여명 정도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전갤러리로 부리나케 갔다.
단번에 가지는 못했다.
간혹 아니 자주 중앙선을 넘어 차를 돌렸다.
위험했지만 앞서는 차나 뒤 따르는 차가 없었다.
네비게이션이 잘 못해서 그랬다.






어둠이 내려올까 말까 어둑어둑 해질무렵
끼익!
급하게 차를 대는 소리에 놀라 '전갤러리' 주인이 나왔다.
부산에서 왔다며 방명록에 폼잡고 일필휘지하니 ㅋㅋㅋ
누가 일칠휘지했는지는 말 안해도 아시지요 ㅋㅋㅋ
서둘러 오렌지쥬스와 다과를 준비한다.
사진 좀 같이 찍자고 하니
자신도 카메라를 들고나와
'귀한손님'으로 우리 일행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 ~
근데 갤러리 주인정도 하려면
키와 몸매가 S라인 정도는 갖춰야 하는가보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문화적 체험은 따뜻하고 넓었다.





'전갤러리'
한국화가 전병화씨가 운영하는 '전갤러리'





최복호 갤러리
패션디자이너 최복호가 운영하는 갤러리와 찻집, 매장.
건물이 흰색 네모통으로 단순했다.

그곳 매장에 많은 옷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한벌한벌마다 패션쇼에 출품작이라고 한다.
그중, 나풀나풀 민소매 쉬폰원피스
그 소재와 능소화빛의 어우러진 빛깔이 고왔다.
맨얼굴에 맨발에
그런 헐렁한 원피스하나 걸치고 스파게티 먹고싶다.
그냥 그러고 싶은 꿈이 있다.
생일 같은 날에....
근데 원피스 값
장난아니게 비싸다.
내 꿈의 한계는 '요기까정' 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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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식당이름이다.
식당 안채에 장인 장모님이 살고 있는 사위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여행하다 잠자리가 마땅치 않은 여행객을 위하여
이부자리와 객실 화장실이 호텔수준은 안 되어도
저녁먹고 잠자고 아침까지 해결할 수 있는 손님을 받는다고 한다.

솔깃하여 깃들었다.
식당채와 안채가 따로 있는데 안채를 통째로 준단다.
조그만 방은 두개인데 식당홀은 넓다.
그곳에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후, 동네 한바퀴 산책~
별이 쏟아지고 간혹 개가 짓고 개구리 맹꽁이 소리 들린다.
구석구석에 식당과 별장이 오붓조붓 박혀있다.

낮에 구입한 청도 감그린 와인을 한잔씩하고
영화를 한프로 보려니
스크린이 마땅치 않아
감물체험을 한 천을 벽면에 치고
영사기를 돌렸다.
앉아서 혹은 누워서 영화 한편을 보았다.

그리고 이런 야그 저런 야그
그렇게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더러 깨고 더러 자고 아침이 되었다.

장인장모라는 분들과 종업원이 곁방에서 자며
들락날락 우리 일행을 살펴본다.
뭐하고 노는가가 무척 궁금한가 보다.
노래방 기구도 다 설치되어 있고 화투도 있고 물론 술판도 있다.

아침밥까지 잘 먹고 손흔들며 떠나려는 우리들에게
같은 동년배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뭔가 희한한 꼴을 본듯한 눈초리로 우리 여자들에게
"재미있었느냐" 고 묻는다.

그렇게 조용히 이야기만 하고 노는 사람들 처음봤다며
"그게 재미냐"고 또 묻는다.

아무래도 술과 노래와 춤과 화투 혹은 말다툼으로
볼거리가 없는 마무리가 아쉬운 모양이다.

드디어,
청도, 1박 끝났다.
청도, 2일 할 차례다.





곰솔   2009-07-05 19:39:28
지름신이 나타나야하는데 ...
스파게티 먹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요.
류창희   2009-07-07 08:45:52
곰솔님,
오늘은 애호박 슴벅슴벅 썰어넣은
손칼국수가 그립군요.




천연화장품 요한나의 집





미리 인테넷으로 방문 목적과 인원을 이야기하고
어렵게 방문허락을 받아 요한나님을 만났다.
아토피로 고생하던 중 어느집안의 사당을 인수하였다는 몇칸 안되는 대숲아래 고택이 고즈녁하다.
입구가 좁고 꼬부라진 동네라 차를 돌려가며 찾아들기 힘이 들었지만,
밀집모자에 면원피스를 입은 모습이 우리를마중나온 요한나님인걸 금새 알아차렸다.
집 앞에 빨간 편지함과 허브의 향기들이 먼저 나와 반긴다.





한련 예쁘죠?
원래 인터넷 주문판매만 하는 집인데
천연허브로 만든 샴푸와 스킨 샀어요.
효과가 있어야 될터인데 ...
예전에 나는 개울에서 쇠똥비누로 머리 감았어도
아직까지 삼단 같은 머리결인데...
ㅋㅋㅋ
남편은 솔깃하여 두병이나 사더라구요.






매발톱 아직 피었네





집이 잘 안보이지만
상당히 운치있게 깊은 한옥입니다.
'아자방'
어째 사진이 관광온 아줌마들 같네요.
왜냐구요?
약간 주눅이 들어 그래요.






내 눈에는 아자방 뜰에 핀 개량붓꽃
여태까지 본 붓꽃 종류 중에 빛깔이 가장 예술이었어요.





작은 수련 봉우리가
마음을 설레게 하는군요.








돌과 야생화가 아름다운 한옥집
'아자방'
정원이 넓고 나무와 꽃이 아름다웠어요.
찻값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우선 둘러보려고 하는데...
'차를 마시지 않을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는 안내문이 입구에 있어 씁쓸~

그날, 우리 일행의 회비가 찻값 정도는 쓸 여유가 되었지만...
뭐 아자방에서 차를 마시면 가래떡을 공짜로 준다고는 하더라만서두,
아시다시피
우리가 점심으로 생오리구이를 너무 많이 먹고 간 바람에...

그래도,
그래도 말에요.
그냥 천천히 둘러보다
저절로 발길이 차향이 번지는 방으로 들어가도록 했으면 좀 좋았을 것을,
어떤 소외감을 느끼게 한 아쉬운 안내문구!


호수아빠   2009-07-01 12:29:59
한옥의 어느 마당에도 조경을 하지 않습니다. 밖으로 내다 보이는 풍경자체가 조경이기 때문입니다. 살기편해 개량한옥이라 하지만, 개량한 그 자체로서 공간의 원형이 훼손 된 껍데기이기 때문입니다. 전통한옥에 살고자 한다면 우선 한옥의 좌향에 따른 바깥 풍경의 고즈넉함부터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답니다. 이런 이유로 한옥은 보존의 대상이지 개량의 대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한복을 즐겨입지 않는것과 마찬가지고....그 분들이 진정 한옥의 삶에 만족한다면 방부목 흰페인트 담장에 빨간 우체통은 설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호미   2009-07-01 18:31:07
역시!!!
호수아빠님의 설명을 들으니 제눈도 그리 어리석은 눈만은 아니었군요.
첫눈에 빨간 우체통이 낯설고 거슬렸거든요.
그리고 붓꽃의 색깔은 웬지 우리랑 낯설었어요. (쌤은 예쁘다 카는데...사진이 못나왔능가?)
덕분에 좋은 공부하고 또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이 모든게 우리 류쌤이 열심히 다니시고 여러소식을 나눠 주시는 기쁨이겠지요?
쌤도 억수로 감사합니데이!!!
나그네   2009-07-03 13:58:33
맞아요 너무 많이 꾸미면 기분이 나빠요.
일본 정원 같은 기분도 나고요.
류창희   2009-07-04 12:15:51
호수아빠^^
70년대 중반에
사무실 어른들께 세배하러
성북동 양주동 가회동 등등을 다니며
우리가 살고 있는 달동네 셋방들 하고는 너무도 다른 '기품'을 보았었지.
그 당시, 그곳에 사는 사람들
우리나라 상위 5% 안에는 들었을 걸.
아직 강남이 배밭이거나 논이었을 시절.

그러고 보니
사용자가 내다보는 공간
그걸 잊고 살았네.
뭐든 끌어다가 내 울타리안에 넣는 것에 바빠...

훗날, 집다운 집
한칸 마련해봐.
누나가 머물 방한칸의 여유도 고려해서 ...
류창희   2009-07-04 12:21:13
호미님과 제 아우는 코드가 맞는 것 같아요.
전 별 생각없이 '빨간우체통'
순간 '편지' 를 받고 싶은 생각만 했어요.
마음이 점점 유치하고 화사해지는 것 같아요.
아마도, 허영이 자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허영'을 때려줘야지.
봐요.
제 마음을 안 나무라고 그 무엇을 탓하는 버릇 !
류창희   2009-07-04 12:23:48
나그네님^^
엄마는 말하죠.
'송곳 꽂을 땅도 없다'고.

남의 땅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그래요.
잘 봐주세요.







유호연지(柳湖蓮池)
화양읍 유등리에 있는 연못이다.
병이다.
어디든지 나에게 촛점을 맞춰
그곳이 꼭 나를 위해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끌어다 붙이는 근사록.

문화류에 화양연화 진짜 내가 아닌가!
어느 날 여행했던 무안의 백련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선남선녀들이 연애할만 하다.
잠시 연못가의 정자에 머물러
허난설헌의 한수 읊는다.





남편에게 카메라 맡겼더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넓은 연못을 안찍고
정자 누각 지붕만 찍었다.

그래도 풍류객답게 시나 한수 읊자.

採蓮曲

許蘭雪軒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繫蘭舟
逢郞隔水投蓮子
遙被人知半日羞



맑은 가을 호수에 옥 같은 물이 흐르네
연꽃 무성한 곳 놀잇배를 매어두고
님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졌다가
남의 눈에 띄었을까 반나절을 무안했네





청담 갤러리 외관도 상당히 멋있던데
1층 갤러리 그림만 ...





아트갤러리 청담
청도군 화양읍 토평리
유등연지 내에 1층은 전시실
2층 아트샵 / 쉼터
3층 펜션이다.




















아! 한련
2층 찻집입구










항아리 뚜껑속의 한련










6월에 우리 땅 방방곡곡에 지천으로 피는
개망초
하두 흔해 '민초'들의 꽃이라고 하는데
폼잡고 오지뚜껑속에 누워있느니
'백작부인' 안 부럽네.





작년가을의 흔적,
꽈리열매
주머니 속의 빨간 열매, 속을 다 파낸다음
훕 들이마시는 숨으로 바람가득 집어넣어
윗잇빨로 지그시 누르면 '뽀드득 뽀드득'
한나절 놀기 딱 알맞았은데 ...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가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 ...
더덕잎의 향이 감싸니 더 우아한데,

어렸을 때는 절대 안 먹던
밥위에 찐 물컹한 가지나물이
맛이 있기 시작하면
아~ 나도
가지빛 쉰세대가 되었다는 것을 ...











흑백미의 우아한 주인이 말하던데...
언제 꼭 한번 머물다 가라고,










우리일행은 본래 3층 펜션을 예약하기로 했으나
날짜와 시간을 맞추는 과정에서
인테넷 예약에서 간발의 차이로
다른팀에게 1박을 빼앗겼다.





3층 펜션
그곳에서 채련곡 부르며
언젠가 꼭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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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여름 평일이나
눈 오는 겨울 평일에
한 사나흘 푹 파묻혀 머물고 싶은 곳이다.
해 뜨는 새벽이나
해지는 저물녘
아주 천천히 주변을 걸으면서…

그날이
언제가 될지 ....




나그네   2009-07-13 12:04:45
오늘 같이 비오는 날
이쁘고 조용한 집에서 이쁜 주인이 타주는 차 한잔 하면 더 이뻐질텐데 ...
꿈에그린입니다.
류창희   2009-07-14 09:17:32
나그네님^^
다 가질 수는 없으니
그런 공간을 가진
그런 정서를 가진
친구들을 사귀면 ...



영화 한편 찍고 싶다.
"ㅇㅇ야 나 잡아봐라"






선생이 학생 다루듯,
딱 버티고 앉아서 조물조물 싹싹 문지르라 강압적으로 말했다.
우리 있는 힘을 다 하여 눈치보며 ㅋㅋㅋ
주인은 간간히 담배도 피는 횡포를 부리며,
우리 처음 해보는 일이라 눈치보며
잘 보이려 애썼다.
난 그냥 폼만 잡고 물만 휘저었다.















아~ 뿌듯해
우리들이 염색한 천도
이 정도는 되겠지










상품이 되어 수출까지 꿈꾼다





역시, 노동은 힘들어!
옥상에 올라와 심호흡 한번 하고










천연염색 재료들
치자 오미자 쪽





체험후, 실내에 들어가
'꼭두서니' 체험장의 선생님 설명을 들었다.















주인장의 어머님,
말씀 한마디 없으시더니
구순이라 하시던데 ....
사진 찍자고 하니 환하게 웃으신다.
우리 하는 것 마다 쫓아다니며 구경하셨다.





아~ 패랭이!
난 염색 체험보다 그곳 마당 꽃들이 더 좋았다.





두메 달맞이꽃
밤에 피는 노란 달맞이 꽃만 봤는데 ...
빛깔과 모양이 외래 꽃같이 생겼지만
토종 자생 '달맞이 꽃'이라고




















☆  감물체험 (꼭두서니)

몇 군데 감물 염색 체험장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미리 예약한 ‘꼭두서니’ 공방으로 갔다.
펄럭이는 염색천들이
중국의 공리가 주연으로 나왔던 ‘국두’의 세트장 같다.
치파오입고 그곳에 서 있고 싶은 충동,
마음이 천 조각 처럼 펄럭인다.


아참!
점심시간이다.

☆ 알미뜸
오리고기 집이다. 생오리구이로 밥은 없고 각종 곡물로 끓인 죽을 준다.
줄서서 번호표 받는 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갔다.
번호표까지는 아니나,
이른 아침부터 나선 우리들에게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먹느라고 바빠 사진 한장도 못 찍었다.




나그네   2009-06-29 10:01:48
바람과 햇볕의 어우러짐
좋습니다.
님과 함께 하는 분들도
블루밍   2009-06-30 10:23:32
멋진 체험하셨네요.
정말 한번 가보고 싶네요...
존경하옵니다...
류창희   2009-06-30 10:37:07
나그네님^^
여행하기 좋은 닉네임입니다.
우리 인심이 나그네에게 너그럽죠.
건강할 때, 바람 & 햇볕 많이 벗하세요.
류창희   2009-06-30 12:42:25
불루밍님^^
그다지 멀지 않으면서도 여러가지 체험할 것도 볼 것도 많은 곳이었습니다.
양반동네라 그런지 모두 점잖고 친절하고 좋았습니다.
박경란   2009-07-03 13:49:30
무더워 에 건강 조심하세요,
구경 잘 하고 갑니다,
류창희   2009-07-04 12:37:21
박경란님
어느 날 차 안에서 신호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손에 부채를 들고 어느분이랑 이야기꽃을 피우며 횡단보도를 지나가시던데...
아시다시피, 제가 크락션을 누를 줄 모르잖아요.
소리날까봐 ㅋㅋㅋ
나그네   2009-07-13 11:57:36
두메 달맞이꽃 참 고와요.
달이 없어도 피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류창희   2009-07-14 09:18:31
나그네님^^
비오는 밤에
두메 달맞이꽃 보러 갈래요?
거시기   2009-08-10 14:59:52
감물염색전시장앞에서 사진 찍으며 손가락 V는 왜 하는지 요새 소녀들 깜찍 뜬다고 하는 걸 보고..
아직 소녀?로 착각 하시는 것은 아니 시 겠지요 약간 웃음도 나고 좀 귀엽? 기는 합니다 실례(웃자고,설렁한가요)
류창희   2009-08-10 17:02:51
거시기님-_-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아직 모르셨단 말씀인가요?
'흰머리 소녀'라고...

저 하고 친한분이 아니신가 봐요
흑흑 흑흑흑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