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 박경리

      고추밭에 물주고
      배추밭에 물주고
      떨어진 살구 몇 알
      치마폭에 주워 담아
      부엌으로 들어간다

      닭 모이 주고 물 갈아 주고
      개밥 주고 물 부어 주고
      고양이들 밥 말아 주고
      연못에 까놓은 붕어새끼
      한참 들여다 본다

      아차!
      호박넝쿨 오이넝쿨
      시들었던데
      급히 호스 들고 달려 간다
      내 떠난 연못가에
      목욕하는 작은 새 한 마리

      커피 한 잔 마시고
      벽에 기대어 조간 보는데
      조싹 조싹 잠이 온다
      아아 내 조반은 누가 하지?
      해는 중천에 떴고
      달콤한 잠이 온다




* 박경리
출생 1926년 10월 28일 사망 2008년 5월 5일 출신지 경상남도 통영
직업 소설가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가족 사위 김지하 데뷔 1955년 현대문학 단편소설 '계산' 경력 1999년 4월 대통령자문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
1999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 석좌교수 수상 1997년 제3회 용재석좌교수상
1996년 칠레정부 선정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기념메달 위키백과 박경리(朴景利 음력 1926년 10월 28일/양력 1926년 12월 2일 ~ 2008년 5월 5일 경남 통영)는 대한민국의 여류 소설가로 본명은 금이(今伊). 종교는 천주교이며 대하소설 《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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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은 남편 왈 :
"토지의 무대, 그곳은 꼭 저녘무렵이라야 어울릴 것 같다."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박경리 선생 소설 <土地>의 평사리에 갔다.
최참판댁의 문간채 별당채 안채 중문채 사랑채 뒷채 사당 초당 행랑채
금방이라도 서희가 문을 열고 나올 것만 같다.
칠성이네 용이네 김평산네 김훈장댁을 거쳐 <평사리 문학관>을 갔다.
세트장은 대단했지만 문학관은 조촐했다.
문학관에서 토지문학제 수필대상을 받았던 문우에게 문자 날렸다.
'월매방 뒷편에서' 노현희 이름이 억수로 자랑스럽네요.'

내친김에 전주로 향했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문학관>을 향해.
혼불 속의 인물들 이름을 들먹이며 ... 청암댁 강실이 ... 기대 가득했으나
10시가 넘은 늦은시간, 도착한 문학관 주변은 고요하기만 하다.
가는 날이 장날,  
청암댁 율촌댁의 숨결이 숨쉬는 문학동네에서 잠을 자기는 틀렸다.
온 동네가 혼불마저도 꺼진 듯. 사람도 민박할 곳도 없었다.
달빛에 우뚝 선 솟을대문 앞에서 차를 돌려 나왔다.
월요일은 문학관 휴관일이다.

'노고단'을 향해 산을 올랐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밤 12시가 넘도록,
지리산 산속에서 'S자형' 산길을 몇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앞차도 뒷차도 집도 사람도 표지판도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달과 별만이 계속 우리를 쫓아다녔는데,
천만다행인것은 차에 기름도 가득,
늦게 먹은 저녘도 가득.
점점 깊어가는 시간과 검은 천지.
재미있다며 명랑모드로 깔깔거렸지만,
난 사실 목소리를 내기도 겁이 많이 났었다.
오밤중에 우리부부는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 '정령치와 달궁계곡' 속에 있었다.
높은 산과 별과 달과 바람과 SsSs자 꼬부랑길의 스릴과 적막강산의 고요와 맑음,
평생 겁나게 '아름다웠던 밤' 으로 기억할 것이다.

다음날 아침,
남편 왈 : "둘이 같이 있는데 뭐가 겁이 나겠느냐."
꼼짝없이 같이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길상이와 서희와 박경리선생의 일생이 안 부러운 밤이었다.
둘이 함께 있다는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밤 늦도록 꾸불탕 꾸불탕 뱀처럼 기어오르고, 뱀처럼 기어 내리다 뱀사골에서 숙박하다)


류창희   2009-05-05 22:45:02
5월 5일 어린이날, 박경리 추모 1주년이다.
은하수   2009-05-06 16:30:48
같이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
참 좋은 일이네요.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도
힘들다고 하는 세상에.
이제는 마주 보지말고
나란히 보게 옆에 있어야 겠어요.
역시!!
감사합니다.
황도사   2009-05-07 09:51:06
"둘이 같이 있는데 뭐가 겁이 나겠느냐." 나는 거짓말이라도 이런 말 한 번 해봤으면 한이라도 없겠다. 난 아직도 남의 떡이 많아 보이는데...
류창희   2009-05-07 19:59:28
은하수님,
김동리와 서영은 사이의 '해바라기'가 생각나는 군요.
은하수님 말처럼 옆지기는 옆에 있는게 좋아요.
한 곳으로 시선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마주보면, 자꾸 침 튀기게 싸우고 싶죠.
우린 안 그렇지만 ...
류창희   2009-05-07 20:03:49
황도사님, 그 쉬운 거짓말을 왜 안하시고 ...
우리 신랑 아침에 눈 뜨면서도
저녘에 눈 감을 때도 맨날 천날 하는 말 :
난 류창희씨가 좋아 "너무 좋아"
전, 참말로 믿고 살고있어요 ㅋㅋㅋ 푼수댁.
호미   2009-05-07 21:48:08
때로는 둘이 같이 있어서 더 겁이 날 때도 있답니다. ㅋㅋ
아이들 그리고 미처 못다한 일들...
여행을 떠나기전 모든 것을 항상 정리 해 두고 길을 떠났다는 어느 시인처럼
우리 인생도 날마다 정리 된 삶을 살아야 할텐데...
다시 돌아 온 쌤의 자리에서 더 행복하고 감사하고 건강하세요.
근데, 쌤은
쌤 가족들 자랑이 너무 찐하시다....은근히 ....ㅋㅋ
화정   2009-05-08 00:19:35
박경리 선생님 추모 벌써 일주년 이군요
잠시 묵례
오래전에 읽어보았던작품 토지 넘엄 잼 나죠 문학관 가봐야지 생각했는데
울 신랑이랑 코드가 --- 좀 그래요
여름이면 나무밑에서 삼겹살구어먹어며 소주 한잔 대작하는이 좋다나 ㅎㅎ
가끔은 여행도 가지만
언닌 닭살
생글그리는 모습보면 어찌화가날까마는
며칠전 부터 미루어왔던 혼불 2권 독서중 이라 완독하며 저도 여행 계획할까봐요
울 신랑이랑 ㅋㅋ
류창희   2009-05-09 11:11:26
호미님. 제가 좀 까불지요.
부창부수 푼수댁이 다 되어 그래요.
위에 계신 '황도사' 사주 관상의 대가이신데요.
동기생중 우리부부에게 '이상적인 부부상'을 제정해 주셨거든요.
그래서'丙申生'둘이 꼴갑 떠는거에요.

그래도 여러명이 여행하면 모두에게 배려하고 비위맞추고 ...
부부여행은
가다가 힘들면 쉬고,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본능에 충실할 수 있어 좋아요.
류창희   2009-05-09 11:17:48
화정님, ㅋㅋㅋ
남편을 살살 녹여보세요.
화정님의 특유의 가느다란 눈웃음과 입술로.
그런 다음 남원의 월매집에서
악양 평사리의 서희집에서 한잔 하자구 해보세요.
전주의 강실이네 집에도 가자 하시고...
더 중요한 건 같이 거하게 한잔하고 확~ 취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