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오동도 (12월 8일)

딱히 어디를 꼭 가보고 싶다는 풍경이나 거리에 관심이 없는 걸까.

그냥 가자고 하면 방향 없이 끌려가는 편이다.

신바람이 나서 따라나서는 법이 없으니 맥이 풀릴 법도 하건만,

내 짝지는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인지 우리의 여행은 가다가 차가 막히면 미련 없이 방향을 바꾼다.

강원도로 달리다가 느닷없이 남도 섬으로도 바뀐다.

나설 때는 시큰둥하게 나서지만 들녘이 보이고,

어느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해가 뉘엿뉘엿 질 때,

피어오르는 저녁연기에 안도의 숨을 쉰다.

집안 걱정도 사람걱정도 돈 걱정도 일 걱정도 없다.

“흐음~ 좋다” 그냥 좋다.

우리의 인생도 이런 날을 위하여....

이 시간을 위해 하루를 열심히 달렸다.

저절로 운전하는 손을 꼭 잡는다.





향일암 들어가는 길

여수의 향일(向日)암 바위 틈새틈새를 동굴처럼 돌아돌아 들어가면 암자가 나타난다.

구석구석 끝나는 것 같은 곳에서 이어지는 확 트인 바다와 함께 나타나는 암자가 미로 찾기 같다.

경상도 절과 다른 점은 불심강한 지역이 아니어서 그런지 구경만 하지

부처님 앞에 온몸을 엎드려 절을 하지 않는 관광지역할이 생소하다.


굴구이가 유명하다고 해서 몇 번이나 길을 지나치며 인터넷사이트에서 찾은 집에 들렸다.

8인 상이나 6인상이나 우리같이 2인상이나 값도 양도 똑 같은데 문제가 있다.

남도 음식의 맛은 말할 것도 없이 최상품이지만

양도 만만치 않아 공익 방송에서는 양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인다.

사근사근 친절한 주인이나 종업원들 인심도 양만큼 푸짐하다.

남도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이다.





마침 진남관을 방문한날이 행사날이다.


여수 문화해설사 '송갑순' 씨에게 들은 이야기.

여수에서도 우리 실버처럼 국비지원 해설사 교육이 있었다는데

교육생 전원을 '여수엑스포'와 '여수관광'의 새로운 로

한달에 3~4회 시티투어나 오동도 진남관 향일암등에 배치를 했다고 한다.

상당한 자긍심과 함께 '희망여수'를 보고 왔다.



모텔 앞에만 서면 괜히 무슨 불륜관계로 걸리는 양

컴컴한 차 안에서도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

비용을 다 지불한 다음 남편이 데리러 와야 살짝 따라나서 잠복하듯 재빨리 숨어드는데,

오늘은 무슨 까닭에 따라나서 옆에 섰다.

일반실 매진이라 하니 4만원짜리 특실로 들어야하는데

‘대실’이라 적어놓고 ‘1만원’ ‘2만원’이다.

나는 순간!

총기를 발휘하여 “여보! 우리 대실 ***”

남편은 나를 무시한 채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 구멍으로 돈을 밀어 넣으며 “자고 갈겁니다.” 한다.

대실은 큰방이 아니라 시간당 대여한다는 뜻이다.





여행지에서 낙조(순천만)를 본다는 것,

다시 한번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아닌가.

괜히 영화주인공 같은 마음에 .......



여수 오동도 (1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