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7일

조드뿌르

 

 

 

 

 

 

 

 

조드뿌르 역에 내렸다

밤기차를 타고 내리자 마자

이런 광경이 보였다

저것이 다 무엇인가

역사 안에서 아침을 맞는 사람들이다

 

너무 새벽이라 위험하여 우리는 웨이팅룸에서 기다리다 나왔다

우리도 저 사람들 틈에 끼어 날이 밝기를 기다려야 했지만,

외국인에게는 기차표만 있으면

쉬는 공간이 따로 주어진다

 

그곳도 열악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화장실도 있고 손씻는 세면대도 있다

남자 여자가 나뉘기도 하지만

나는 남자 방에 '껌딱지'처럼 남편옆에 붙어있다

 

 

 

 

 

 

 

 

 

델리역은 역안 뿐만 아니라 역밖도 사람들이 꽉 찼었다

 

 

 

 

 

 

 

 

 

조드푸르 '태양의 성'은 아침햇살에 봐야

황금빛이 더 찬란하다 했다

새벽부터 간 보람이 있다

햇볕에 우리는 영화를 누린다

 

(밀와르 왕조시절 권력의 상징이자 도시의 가장 강력한 랜드마크

1459년 도시의 실질적 건립자 '라조조다'가 영원무궁한 권력의 세습을 꿈꿔

태양 Mihir + 성 Garh라는 말을 조합해

메헤랑가르, 즉 '태양의 성'

7개의 문을 통과하여 내부로 들어간다

 (프렌즈 인도 네팔 여행가이드 북에서 발췌) 

 

 

 

 

 

 

 

 

 

 

 

 

 

 

 

 

 

성벽에 올라가 폼도 잡아보지만

비몽사몽이다

저 벽밑에 어떤 사람은 사고를 당하여 피도 흘리고 있다

막대기를 든 경찰들이 군데 군데 있어 안심은 된다

 

 

 

 

 

 

 

 

 

 

황금성 안에 들어갈 때 사람이 너무 많아

난리 굿이다

우리는 시간대를 잘 몰라 아주 일찍부터 릭샤를 타고 갔지만

추위에 떨며 몇 시간을 기다렸다

 

 

인도인들은 외국인을 보고 하나라도 알려주고 싶어

옆에 와서 말을 붙인다

대부분 남자들이라 내 짝지는 나를 지키느라 더 바쁘다

나중에 보니 외국인은 요금이 몇배나 비싸다

사진찍는 카메라 요금은 따로 받는다

 

그대신 외국인 줄은 일이 발리 빨리 처리되어

금방 들어간다

한국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곳곳에서 설명을 들었다

 

 

 

 

 

 

 

 

 

 

 

 

 

 

 

이 분은 컨셉이다

 

 

 

 

 

 

 

조드뿌르, 일명 '불루시티'다

현재는 일반일들도 집을 푸른색으로 칠할 수 있다고 하나

인근의 부라만들이 가만두지 않는다고 하니,

조드뿌르는 겉과 속이 모두 중세 속에 갇혀있는 셈

 

 

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청색지붕들

그만큼 잘 사는 동네다

 

 

 

 

 

 

 

 

 

찰랑찰랑 귀거리 목거리 반지 팔찌

발목에서 발찌가 짤랑거리는 대리석 궁전안에서

좋은 보석 좋은 음식 좋은 향료에 매료되어

음악가를 불러 연주를 시키고

문학가를 불러 시를 지어 읊게 하고

시녀들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루만져 준다 

'진주의 궁전' '꽃의 궁전' 으로 불릴 만큼

화려한 아름다운 궁전이다

그 누구보다 부와 명예를 향유하는 여인들

 

성에 갇혀살던 여왕들의 삶

젊은 나이에 손바닥 도장 '사티'로 남을 여인들

 

 

나는 저토록 우아하고 예쁘지 않아도 좋다

차라리, 이렇게 멋대로 여행다니며

사진찍고 글쓰는 팔자가 더 좋다

 

 

 

 

 

 

 

몇번이나 말하는 '사티'

나는 사티 앞에서 웃으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남편이 죽으면 손도장을 대문간에 찍고

남편 따라 불속으로 뛰어들게 하는 열녀문

저것이 왕비들의 영광이다

 

 

 

 

인도에서는 여성 여행객이 성추행을 많이 당한다

인도에서는 높은 계급일 수록 여성의 외출을 금한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여자 여행객을 '불가촉 천민'으로 여긴다고 한다

불가촉 천민은 마음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긴다

 

인도에 머무는 동안 TV 연속극이나 영화를 봐도

위의 계급이 아래계급의 사람을

주먹으로 채찍으로 때리고 함부로 대하고

죽이는 것이 많이 방영되는 것을 보았다

 

 

한번 슬쩍 웃어주고, 손 한번 잡아 악수해주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로는 반갑다는 뜻이지만,

인도 남자들은 지 한테 보내는 특별한 관심으로 오해을 하여

바로 '그럼, 우리 자자'라고 나온다고 한다

 

인도에 여행을 가면

인도남자들이 친절하게 다가오면 

단호하게

"짤!"

짤은 우리말로 "꺼져" 라고 말해야 한다

나도 나중에는 복잡한 곳에서 따라붙어

추근추근대며 호객행위를 하는 남자들에게

"짤!"을 몇번이나 썼다

 

 

그럼, 큰 눈을 껌뻑이며 금세 도망간다

 

 

 

 

 

 

 

 

 

내 뒤를 보시라

사람이 없고 조금 한적한 곳이면

저렇게 한 두명이 주위에서 서성거린다

그러다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접근한다

호의를 받아들여 그러라고 하면

옆에서 다른짓을 하는 척 하던 남자들이

하나둘씩, 자꾸 모여든다

 

 

 

 

 

 

 

 

 

 

우리 뒤에 또 다른 청년들

삼삼오오 일곱여덟

무리지어 다니며, 외국여자만 보면 다가온다

내 남편이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또 손을 잡는 것은

다정이 아니라

우리는 부부다 (결혼한 여자는 관심밖이다)

암암리에 "짤" "가 임마!" 겁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슬금슬금 뒤로 물러간다

 

 

 

 

 

 

 

 

 

 

 

 

 

 

 

 

 

이 가족은 아이들은 부끄러워 피하는데

어른들은 '외국인하고 사진찍으라'고 마구마구 권한다

 

 

 

 

 

 

 

 

 

 

 

 

 

 

 

 

 

이 영감님은 '컨셉'이라고 위에서 말했다

경찰 앞에서는 사진찍어도 가만히 있지만

관리인이 안보이면 돈을 달라고 얼른 손을 내민다

 

 

 

 

 

 

 

 

 

 

 

 

 

 

 

 

 

 

 

 

 

 

 

 

 

 

 

 

 

 

인도의 한 많은 여인들의 영화를 뒤로하고

나는 배가 고프다

밤새도록 새벽부터 쫄쫄 굶었다

 

 

 

 

 

 

 

 

 

 

 

 

 

 

 

 

 

 

 

 

 

 

 

 

 

 

 

 

 

나오는 입구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덩킨도나스, 나시 수준으로

 

 

 

또 밤차를 타기위해 역으로 갔다

 

 

 

 

 

 

 

 

 

 

 

 

 

 

10시간 넘게 밤새도록 기차타고 와서

낮에 놀다 또 밤차를 타고 움직이는 것

그 기차라는 것이

이번에는 3등 기차다

 

 

 

 

 

 

 

 

 

 

 

 

 

 

사방에서 바라보는

나는 3층으로 올라갔다

그냥 올라간 것이 아니라 잃어버릴 물건은 다 끌고 올라갔다

그리고 못 훔쳐가도록

며칠 소똥밟고 다닌 신발을 베고 누웠다

화장실 한번 가려면 더듬더듬 내려와

총집합하여 쳐다보는

느글느글 인도 남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헤메야한다

화장실 안에도 사람이 있다

 

 

 

 

 

 

 

 

 

 

 

----------------------------

 

 

 

 

1/7

조드뿌르, 새벽 5:30분에 도착. 역사 안의 군상들, 저것이 무엇인가. 처음에는 감이 안 잡혔다. 처음에 인도에 오기 전날까지 나는 캐리어를 끌고 가자 했고, 남편은 그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어찌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겠느냐 했다. 힘이 없어 못 지는 것이 아니다. 계단과 언덕은 캐리어 바퀴가 구를 수가 없다. 조금만 평평한 곳이면 사람들이 누워 있어 지나갈 수가 없다. (사진참조) 그랬다. 발 디딜 틈이 없다. 외국인은 웨이팅룸 (그쪽 언어를 그냥 표기해야 현장감이 있다.) 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혹은 잠시 눈붙이며 쉴 수가 있다. 남녀 공간이 다르기는 하지만 여행객은 어차피 남의 나라이니 무법천지 남자들 틈에 끼어 있다.

 

 

 

일상의 글이 너무 디테일할 필요는 없다. 가물다가 단비 오듯, 장마 기간에 햇볕 나듯, 쉼과 멈춤의 조화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세월이 된다. 연륜, 혹은 노련이라고 지식보다 지혜가 ㅋ 자이살메르가 ‘멍 때리는 곳’이라면 조드푸르는 ‘잠 때리는 곳’, 새벽에 기차에서 내리면 딱히 할 일이 없다. 웨이팅룸에서 각자 긴장하다 매달린 끄나풀 잠을 매듭짓는 일이다. 짜이 한 잔으로 일상을 깨우기에는 부족하다. 사람들과 흥정하고 웨이팅 넘버만 가지고 폭탄 벌금을 예상해도 같이 생존해야 하니 용감하게 탑승하고 기차 안의 역무원과 또는 한 칸에 같이 탄 몇 명 혹은 다수의 인도인이나 제삼국인과 이야기하고 따지고 싸운다. 혹자는 나의 영어실력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나의 생존 영어는 이모티콘 수준이면 만사 OK 노프라범이다.

 

무슨, 대단한 외교통상을 하겠는가

내가 가고 싶은 곳, 내가 먹고 싶은 것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가 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