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쌈지'에서
가방을 하나 구입했다.

십년은 넘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불어도
줄창 날마다 들고 다녔다.

가죽이라
무겁기는 해도
A4용지가 들어가는 크기 색깔 모양,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어느날 부터
지퍼가 말을 안듣는다.
잠궈도 열리고 열어도 잠긴다.

'끄레송' 수선집에 맡기러 갔다.
수선집 두 부부는

 

"부잣집 사모님이 ... 새로 하나 사세요"


부자도 아니지만,
왠지 가방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
언짢았다.
그동안 정이 들어서 그렇다며
쓰던 부지깽이도 정들면 버리기 아까운데
나하고 십년넘게 같이 일했다고 말을 했다.


"일(?)이요? "

 


"..."
"사모님이 일하는 사람이에요?"
의아한듯 되묻는다.

밥도 제대로 못할것 같다며
돈이나 쓸줄아는 사모님으로 알았단다.

"도대체, 사모님이 무슨 일을 할줄 아세요?"



ㅋㅋㅋ
그래, 도대체 나는 무슨 일을 할줄 알지.
남의 눈에 비친 나는
'한량'이미지인가보다.


가방만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나 또한 대접받지 못하는 것 같아
억울했다.


아~! 그러나
가방은 알고 있다.


내가 그 가방에다
그동안
무엇을 넣고 다녔으며
또, 무엇을 꺼내어 일을 했었는지...


기필코
하루를 마음놓고 
게으른 곳에
나와 가방을 놓아두지 않았었다.


 

 





 

 

수선집 아주머니 친절을 베풀어
지퍼 부분의 긴 술을
낡았다고 제멋대로 깡충 자르고 땋아놓았다.


여유의 멋은 빼앗아 갔지만
아직,  몇년은 또 같이 일할 것 같다.
아니,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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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오늘
문화체육관광부로 부터
우펀물을 하나 받았다.


 


 



 

 

 





 

 

 





 

 

 

 

 






 

 

 



민간인으로써
<도서관 문화발전>에
이바지한 공헌이란다.

 

 


나는 지금
보름, 아니 벌써 스무날을 넘게
감기몸살로 고전을 하고 있다.
아픈 것 또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몸살은 축제다'
몸살이 아니라면
누가 나를 이렇게
꼼짝 못하게 붙잡아 놓을 수가 있을까.


이 아픈 '영광'을
낡은 가방에게 바친다.





* 12월 어느 날,
해운대도서관 논어반 수강생들과
'쩨쩨한 로맨스' 영화를 보고 있는데
 시민도서관에서 공문을 보냈다고 열어보란다.

 

그동안 도서관에서 한 일들에 대해
공적서를  내라고 했다.

 



이틀만에 생각나는 대로
주섬주섬 시시콜콜~~~~
그래도 나중에 보니 빠진 것이 많았다.



표창은
현직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끼리만
주고 받는 행사로 알았다.

 

느닷없는 민간인 표창에
'공정'이라는 단어가 떠 오르며
'희망대한민국' 이다. 





공적조서.hwp


자료첨부 (사진과 증빙서류)는

용량이 너무 커서

사이트에 올라 붙지를 않아 첨부를 생략합니다

A4용지 노트 한권 분량은 됩니다

어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적자, 생존!"

"찍자, 생존!"

 

기록도 자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