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중이라
선뜻 산행도 못하고
집에 있자니...

산행대장이 보리밥이나 먹으러
금정산에 가자고 한다.
뽑힌거에 좋아 쏜살같이 날아가다
운전하던 손을 들어
"아차!" 박수를 친다.

"이거 야단났다"
선배 딸래미 결혼식을 '깜빡!'

스케즐관리 매니저가 있어야 하는
나의 고급남편.
나만 내려놓고 U턴 예식장으로

비오다 말다 안개에 휩싸인 산에 올랐다.

그들 부부 혼자 온 나를
눈치 주는 것도 아닌데
웬 보리밥은 그리도 맛있는지...
꾸역꾸역

5천원의 행복에 감격하며
커피까지 우아하게 한잔 빼드니
나의 열혈남편
케이불카 잡아 타고 헐레벌떡 뒤 쫓아왔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12시인줄 알고 갔더니
예식장안이 썰렁~
선배에게 전화를 하니 2시 예식이란다.

다행이지 않은가.
지난 주에 지났다고 안 하는 것만도.

아~
이제와서 남편을 바꿀수도 없고
에구 어쩌나 ~
우리부부의 팔자
꼭 붙어서 정상까지 백년해로 해야지~



이왕 뒤쫓아 올라 온김에 상계봉을 올랐다.
신선이 따로 없다.
발아래 구름 안개
우리만 하늘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금새 산이 초록 융단처럼 깔렸다가
금새 구름 커튼이 걷히면
사직운동장 지붕이 보인다.
산도 만들어지고 마을도 만들어진다.
(子夏問曰 巧笑천兮며 美目盼兮여 素以爲絢兮라하니 何謂也잇고
子曰 繪事後素니라)

무엇을 봤다고 하고
무엇을 못봤다고 하겠는가.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
나에게 아름답게 보인 것은 옳다고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그르다고 한다.

그리하여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스캔달인 것을...

잘잘못을
따져 무엇하겠는가
얼음에 쟁여온 수박이나 시원하게 먹을 수 밖에...



그래도 어느 지점 지점에서는
보호자라고
뒤돌아보며
간간이 아내를 챙긴다.

지난 달에는
산에서 먹을 음식을 배낭에 넣은 채
차뒷트렁크 문을 잠그는 바람에
계곡에서 예니곱명이 꼼짝없이
기다리며 놀았었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태산' 갈날 멀지 않았다.
방학하면 곧 바로 떠날 예정이다.

우짜겠노
평생 반려자 (웬수)
나는 그들 따를 수 밖에....
(이 사람 삶 자체가
오르지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는데...)



6월 29일
산행대장한테 열심히 걸은 상으로
세연정에서 저녘까지 얻어먹고 해산하다.



빙호   2008-06-30 14:22:22
예전에는 보리쌀을 삶아 시렁에 두고
무쇠솥에다 쪄 놓은 보리쌀을 깔아서
한 복판에다 쌀을 얌젼히 안쳤지요.
아궁이 불이라도 고르지 못하면 끓는 밥물이
온통 제 속을 휘저어 놓아 쌀밥인가 보리밥인가
저절로 섞여지곤 하던 밥상 풍경이 아련히 떠오르네요.
그 보리밥, 남들은 추억의 맛이라 일부러 찾아먹지만
저는 아직도 하얀 쌀밥의 부드러운 맛을 잊지못해
놓쳐버린 첫사랑만큼이나 구미가 당겨
앞으로도 줄창 쌀밥만을 먹을까합니다.
그런데, 춘야님! 그 보리밥 진짜 맛 있나요?
류창희   2008-06-30 16:46:27
케블카 타고 가면 맛 없고요.
땀 뻘뻘 흘리며
산을 치고 올라가야 맛있어요.
열무김치 고구마 줄거리 무나물
땡초에 강된장 참기름 몇방울 떨어뜨려
슥슥슥 비비면....

저희 엄마는
돈주고 수제비는 절대 평생 안사먹을 것이라 하시던데....
빙호님은 보리밥은 안사잡숩겠네요.
제가 어느 날 사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