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가던 날
멀쩡하던 날이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습니다
이미 예약은 해 놓았으니 어쩌겠어요
진병화 선생님께서
낭만에 대하여 쬐끔 아시는 고로
낭만 : 빗소리와 찌짐 굽는 소리의 주파수가 좀 맞거든요
봄비 소리에 맞춰 찌짐을 굽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집에서 쭈욱~~~~
닦고 뒤집어 본 솜씨인데
사모님께서는 "집에서는 손도 까딱 안 한다"네요
아이들도 잘한다 잘한다 칭찬하면
더 잘한다나요
곁에서 지켜보던 최원장님
찌짐은 손으로 뒤집는 것이 아니라며
공중낙법으로 뒤집던데...
요즘 화양연화 기력이 쇠하여
'순간 포착'도 순발력이 떨어져 잡아내지 못하고
사진의 촛점도 안 맞아 흔들리고
"엉망데쓰요"
(카메라를 안 잡는 이유)
밤새도록 빗소리 들으며 빙고게임을 하였는바
남자들을 세워야 거사를 치루는데
씨잘때기 없는 맛이 살짝 간
저만 여섯장을 세워
로또 6장 당첨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여 맞춰보니
6장 다 '꽝'
여섯번 세워도 헛빵이었습니다
한달 지난 어느날 ,
주머니 뒤지다 꽝된 로또가 되어
버리려고 하니
나의 바지랑대
아내가 여섯번 세운것이 아까운지
다시 한번 보자네요
ㅋㅋ
나 이렇게 잘 세우다 남편한테 쫓겨나는것 아닌가 몰라
50대가 하루저녘에 여섯번 세우는 것은 '신의 경지'입니다
우리집이야 뭐 별 놀라울 것도 없는
맨날 있는 일상이지만....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고요?
여섯장중 1장이 5만원권 당첨되었다네요
아직 바꾸지는 않았지만
기쁜 나머지
진용씨 향미씨!
우리 같이 냉면 먹은 것
"당첨턱"이야요
밤잠 자고 일어나 보니
비는 뚝 그치고
산성에 비돌기가 피돌기처럼 왕성하게 꿈틀거리니
봇물이 터진다는 말이 바로 이 물줄기
알죠?
물으나 마나
변기속에 술병 감춰놓은 사람
우유병에 소주담아 야구장 침범한 사람
한약팩에 술담아 포장한 사람
부르심이 밤에 술 감췄다고 좋아하는데
몰라 ~ 보리차를 병째 들고 쭈우 쭉~
나도 한모금 얻어 마셔보니
진짜 ~~~~
물맛 환상이데요
술꾼들 다 모여도
그날의 주당 총수는 역시 홍기씨였습니다
"당첨데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