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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화산폭발로 생긴 섬 일본 ‘미야코지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빛깔 ‘미야코 블루’, 파도에 부서진 산호모래는 ‘신이 내린 선물’
기사입력 2016.03.13 02:15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미야코지마 일대의 풍경



슬픔은 슬픔을 낳고, 기쁨은 기쁨을 낳는다. 여행지의 좋은 기억은 그곳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들고 그 나라에 좋은 느낌이 들게 한다. 어디라도 혼자 여행해도 좋을 만큼 안전한 치안, 길거리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가 거의 없을 만큼 높은 공중도덕 의식수준, 누구에게나 친절한 서비스, 작은 음식 하나에도 깃들어 있는 장인정신,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여행하기 좋은 나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오키나와는 일본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휴양지다. 그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빛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미야코지마(Miyakozima, 宮古島)’다.


먼 바다 한가운데에 화산이 폭발해 생긴 섬, 아무렇지도 않게 망망대해 위에 솟아있는 섬들은 아무래도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같다. 미야코지마는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약 29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이다. 세상에 정말 많은 섬이 있지만, 높지 않고 전체가 평탄한 섬은 드물다.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 그 맑은 바다의 빛깔은 미야코지마의 특이한 지형에서 비롯된다. 섬 전체에 산악지역과 하천, 호수가 없어 육지로부터 흘러나오는 토사나 물이 없고 섬 주위엔 수많은 산호가 둘러싸고 있어 어디에도 없는 바닷물 색을 볼 수 있다. 어떤 곳에도 없는 색이라 해서, 섬사람들은 이 색을 ‘미야코 블루’라고 부른다. 미야코 블루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미야코지마를 찾는다.


섬의 크기는 한국의 강화도와 비슷해 둘러보기에 어렵지 않다. 도로에는 차들이 거의 없다. 일본의 차선이 우리나라와 반대인 것을 깜빡하고 중앙선을 넘어 달리다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마주 오는 차들이 워낙 천천히 달리고 있어 사고가 나지는 않았다. 많은 차들이 시속 30㎞ 이하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이유는 “빨리 가야할 이유가 없어서”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에게도 삶의 여유가 찾아오는 느낌이었다. 현지 분위기를 따라 시속 30㎞ 이하로 달리기 시작하니 자전거를 탈 때처럼 풍경 하나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이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아름다웠다.





미야코지마 도큐(東急) 리조트의 풍경



파도에 부서져 만들어진 밀가루 같은 산호모래

시샤는 오키나와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미야코 블루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건 하얗고 고운 ‘산호모래’다. 산호가 파도에 부서져 만들어진 천연 산호사(沙)는 밀가루처럼 고운 질감을 지니고 있다. 세계의 많은 유명 휴양해변의 모래는 주변의 강이나 바다에서 모래를 퍼 올려 쌓아 유지하는 인공 해변인 반면, 미야코지마의 모든 해변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천연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산호가 많은 만큼 플랑크톤 비율도 높아 바닷물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끈적임이 없다. 미네랄과 마그네슘 성분 또한 풍부해 바닷물을 응축해 만든 설염(雪鹽)인 ‘유키시오(ゆきしお)’가 토산품으로 유명하다. 산호를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사탕, 아이스크림, 과자에서부터 비누, 화장품 등 다양한 유키시오 제품을 통해 미야코지마의 바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유키시오 이외에도 미야코지마를 맛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미야코 소바는 오키나와 소바의 한 종류로 오키나와 소바와는 다르게 돼지고기 등 건더기가 면 아래에 깔려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돼지사골과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 마늘을 넣어 우려낸 국물에 부드러운 밀가루 면을 사용한다. 맛은 오키나와 소바와 비슷하다. 우미부도(海ぶどう, 바다포도)는 미야코 지역에서 생산되는 해조류로 이름 그대로 청포도 빛깔의 작은 포도송이가 박혀있다. 모양과 식감은 캐비어와 비슷해 현지인들은 ‘그린 캐비어’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스타푸르트, 망고 등 열대 과일이 유명하다.


해변마다 차를 세우고 모래사장을 거닐었는데, 그러던 중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노래연습을 하고 있는 꼬마 숙녀를 우연히 보게 됐다. 멀리서 그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한걸음씩 다가갔다. 노래를 멈추지 않길 마음속으로 바랐는데 정말로 끝까지 불렀다. 지켜보는 꼬마 숙녀의 엄마에게 물었더니 학예회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샤미센(三味線)’은 오키나와의 전통 악기로 중국의 산신(三線)이 일본으로 넘어와 일본식으로 변형된 것인데, 일본을 대표하는 현악기 중 하나라고 했다. 그 음색이 구슬프면서도 간드러지는 것이 우리나라 민요에서 받는 느낌과 비슷했다. 현지인을 통해 알게 된 건 오키나와 이전의 ‘류큐왕국(琉球王國)’의 역사가 한국의 식민지 역사와 비슷하고, 그 속에 담긴 정서 또한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본 전통 공연에서도 같은 노래를 들었는데, 낮에 들은 노래 제목이 시마우타(しまうた)라는 섬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슬픔을 바람에 흘려보내는 것 같은 느낌의 샤미센 연주 덕분에 그동안의 슬픔이 정말로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이후로 힘이 들 때면 그 후렴구를 흥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럴 때마다 미야코지마의 향기가 온몸을 감싸는 듯하다.




시 쇼어(Sea shore) 카페. 차를 타고 섬을 둘러보다 보면 이러한 카페를 종종 볼 수 있다.





미야코지마에는 다양한 골프코스가 있다.




▒ 김울프
프리랜서 사진가 겸 여행작가, 해양스포츠 독립문화 칼럼니스트, MBC 마케팅팀 사진업무 담당,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공연 기록사진 및 각종 공연, 대회 등의 사진촬영 진행.




TIP
가는 법 / 가끔씩 아시아나항공에서 미야코지마로 향하는 전세기가 뜨지만, 현재 정기적으로 한국에서 미야코지마로 가는 직항편은 아쉽게도 없다. 도쿄나 오사카, 타이베이를 경유해 미야코지마로 가거나 오키나와 본섬을 통해 미야코지마로 향하는 항공권을 구매해야 한다. 국내에서 오키나와 본섬으로 향하는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피치항공 등 다양하다.
오키나와 본섬에서 미야코지마로 향하는 비행기는 ANA, JAL 등이 운항중이고 비행시간은 50분이다. 오키나와에서 미야코지마로의 비행요금은 편도 15만원 정도다.

현지 교통 /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도시로, 차량대여가 필수다. 일본어를 할 수 있다면 현지의 관광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비용(3시간 7000엔선)이 많이 든다. 대신 하루 4000~5000엔선인 렌터카를 빌리는 것을 추천한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지도 없이도 운전이 가능하다.

즐길 거리 / 다양한 스쿠버다이빙 숍, 골프 코스와 온천 시설이 있다. 대형 리조트에서는 카약, SUP보드(서핑과 카약을 접목한 보드) 등도 대여가 가능하다. 주로 가족단위의 관광객과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글: 김울프 여행작가

사진: 김울프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