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열전
강판권 지음 / 글항아리
1> 숲을 바라보며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권상요목(勸上搖木) 나무에 오르게 하고 떨어뜨림. 부추겨놓고 낭패 보게 함
관목(灌木) 키 작은 나무 - 크고 작은 존재는 상대적이고, 상대와 협력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나처럼 키 작은 사람이 있어야 키 큰 사람이 돋보입니다. 그러니 키 큰 사람이 나보고 키 작다고 핀잔한다면 곤란하지요. 키가 크고 작은 게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키에 맞게 살아가는 게 중요.
교목(喬木) 키 큰 나무 –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그러나 태산의 정상에는 키 큰 나무가 없다. 아주 높은 산에는 키 큰 나무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고 싶어도 바람과 비를 견딜 수 있어야겠다. 사람도 아주 높은 곳에 올라가면 산소부족으로 살 수 없지만, 나무도 무한정 놀이 자랄 수 없다. 오히려 높은 산 정상에선 키 작은 나무가 잘 견딘다.
교송지수(喬松之壽) - 큰 소나무의 수명처럼 오래 사는 것을 말함.
근(根) 주(株) 뿌리 – 나무를 가장 잘 기르는 방법은 나무의 본성을 잘 알아 심는 것, 중국 당나라의 유종원 《종수곽탁타전》, 불교에서는 타고난 성질과 재능을 근기(根器)라고 함.
나무의 뿌리는 삶의 근본(根本)이자 근원(根源)이다. 근원은 나무뿌리와 물이 흘러나오는 곳. 사람에게 근본은 조상이다. 조상 중에서도 양반이다. 그러나 모든 존재는 처음부터 고귀한 존재다. 모든 나무도 고귀하다. 그래서 모든 생명체는 고귀한 존재이고 존중의 대상이다.
뿌리를 의미하는 또 다른 한자는 주(株)다. 뿌리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나무의 뿌리처럼 변화에 둔감한 사람을 주수(株守)라 한다. 이는 구습(舊習)만 고수해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일컬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주 글자는 주식입니다. 주식은 곧 자본(資本)이자. 자본은 곧 뿌리와 같아서 붙인 것.
간지(幹枝) 줄기와 가지 – 나뭇가지가 뻗는 곳이 동남쪽. 나무와 연결되어 동쪽은 주인이 앉는 곳, 서쪽은 객이 않는 곳. 서원과 향교에서 양반은 동재, 평민은 서재에서 공부. 후계자인 태자가 거처하는 곳을 동궁(東宮) 혹은 춘궁(春宮). 동궁을 목정이라 하기도 한다. ‘나무의 바름’ 나무는 곧은 것이고, 국가를 짊어질 태자도 나무처럼 곧아야 함.
巢林一枝 - 새가 둥지를 틀 때에 쓰는 것은 숲 속의 많은 나무 중 단 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작은 집에 살면서 만족함을 의미.
연리지(連理枝) -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서 결이 통한다. 화목한 부부 또는 남녀.
능간(能幹) - 일을 잘 감당해나갈 만한 재주와 능력
所幹 - 볼일
主幹 - 일을 주장하여 맡아 처리함, 혹은 그 사람.
楨幹 -나무의 으뜸이 되는 줄기로, 사물의 근본을 이르는 말
엽(葉) –담쟁이덩굴의 잎은 건물의 벽면을 푸른 초원지대로 바꾸어 놓는다. 건물은 지상의 길을 끊어내고 막다른 골목을 만들지만, 나무는 건물을 넘어 계속 이어지는 길을 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 나뭇잎을 주어, 책 속에 넣어 말려 시 같은 것을 써서 친구나 애인에게 준 경험이 있다. 이게 바로 엽서(葉書)다.
오동일엽(梧桐一葉) - 잎이 떨어지는 것을 아는 사람은, 잎 떨어지는 것을 통해 세상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사물의 변화를, 생명체의 변화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다. 생명체의 변화를 알지 못하면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뭇잎 하나로 인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떡잎부터 알아본다.)
華 • 花 꽃 -《고려사》에 나오는 것처럼 화훼(花卉)는 일반적으로 풀꽃을 의미한다.
중국본토를 과장해서 부를 때 화하(華夏)라 한다. 중국인은 자기 민족 외의 민족은 오랑캐로 폄하(貶下)함. 그들은 화와 이(夷)로 구분하는 화이관념을 지녔음.
꽃은 누구나 아름답다고 생각. 꽃이 피니 ‘번성하다.’ 뜻. 남의 편지를 높여 화한(華翰)이라 함. 나이 61세를 때론 화갑(華甲).
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로 되돌아 달릴 수 없다. 누구나 꽃 같은 華顔을 꿈꾼다.
꽃은 좋은 의미만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자. 꽃향기, 즉 花氣가 지나치면 오히려 화를 부른다. 꽃과 버들은 노는 여자를 말한다. 노는 계집 사회를 화류계(花柳界) 성병을 화류병(花柳病).
어느 시인은 말한다. “모든 꽃봉오리는 피어서 버려지는 것이라고, 꽃봉오리는 그 자체로 완결된 미학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만큼 닫힌 입술은 매혹적이다.
花札 - 고스톱을 한자어로 화찰이라고 한다.
2 > 숲에서 줍는 한자
松 공작 벼슬을 얻은 소나무 – 소나무의 송자는 나무의 公爵이라는 뜻. 중국의 진시황제가 소나무 송자를 만들었음. 껍질이 붉은 소나무 春陽목이라 함. 송림(松林)을 술수펑. 소나무 숲에서 보는 사람은 솔솔바람일까요.
해송 – 곰솔, 곰솔은 검다는 뜻. 흑송(黑松)이라고도 함. 바닷가에서 사는 소나무 껍질이 검은 것은 햇볕을 많이 쬐었기 때문.
소나무 중에는 껍질에서 우윳빛이 나는 백송(白松) 우리나라에서는 백송이 드물지만, 중국에는 흔하다. 조경수로 즐겨 심는 반송(盤松)은 쟁반처럼 생김. 잎이 다섯 갈래인 소나무는 바로 잣나무. 잣나무를 우리나라에서는 백(柏)자, 잣나무는 하나의 잎이 다섯 갈래라서 오엽송(五葉松)이라 부름. 송화 솔방울. 송자(松子)-열매에 아들 자(子)를 붙이는 것은 아들, 즉 남자 혹은 수컷이 자식을 낳는 ‘씨’를 가지고 있기 때문. 송진(松津)을 송지(松脂).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지배할 때 소나무의 기름으로 비행기를 운행했음. 진 빠진 소나무의 심정은, 사람도 진 빠지면. 소나무 기름에서는 진한 향기가 납니다. 松香.
소나무 잎, 즉 솔잎은 늘 푸르지만 2년마다 잎을 갑니다. 늘 푸른 소나무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를 송충(松蟲) “송충이는 솔잎을 갉아 먹어야 한다”
솔잎을 깔고 만든 떡을 송편,
늘 푸른 소나무를 곧은 절개에 비유, 송백(松柏)은 절개, 송백(松柏)지조. 시경 세한도.
매(梅)
매우(梅雨) 매림(梅霖), 장마 기간. 황 매우, 매실은 비를 맞으면서 익어가는 셈. 매실이 너무 많이 익으면 독이 생긴다. 씨앗은 후손을 남기는 종자이기 때문에 누군가 침범하는 게 본성. 매독(梅毒).
꽃이 먼저 피는 것은 무엇보다도 열매를 먼저 맺겠다는 의지. 꽃이 먼저 피는 나무는 꽃이 바람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땅으로 향하도록 한다.
매화는 일찍 피기에 早梅, 추운 날씨에 피어서 冬梅, 눈 속에 피기에 雪中매. 매화를 볼 수 있는 음력 2월을 梅見月.
중국 송나라 임포(林逋)는 절강의 서호에서 처자식 없이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면서 살았다. 그에게 매화는 아내요, 학은 자식이었다. 그래서 풍류를 즐기는 이러한 삶을 흔히 매처학자(梅妻鶴子)라 한다.
선비들이 매화를 군자의 상징으로 매화에 매화 정신이 있다고 생각. 매화 정신, 즉 梅魂울 梅君이라 부름. 매군은 매화를 자네 혹은 군자에 비유한 말.
탐매(探梅) - 매화 핀 경치를 찾아 구경함. 관매(觀梅)
빙혼(氷魂) - 매화를 달리 일컫는 말
빙자옥질(氷姿玉質) - 뛰어난 인재. 매화의 다른 이름
암향소영(暗香疎影) - 그득한 향기와 성긴 그림자. 매화를 말함
매자십이(梅子十二) - 매화나무는 심은 뒤 12년 만에 열매를 맺는다
망매해갈(望梅解渴) - 매실은 시어 보기만 해도 침이 돌아 갈증이 해소된다.
매천(梅天) - 매화나무의 열매가 익는 유월이나 칠월의 비 오는 하늘.
백(柏) 서쪽으로 기운 측백나무
다른 나무는 모두 나무의 방향이 동쪽으로 향했지만, 측백은 서쪽으로 향했다. 중국 사람들은 측백나무를 성인(聖人)의 기운을 받은 나무로 생각해 주나라 때 측백나무를 제후의 무덤에 심었다. 당나라 무제는 측백나무를 5품 대부에, 한나라 무제는 선장군에 비유했다. 측백나무를 백엽수(柏葉壽) 즉 장수를 일컫는 말. 백엽주(柏葉酒) 잣나무 잎을 담가서 우려낸 술. 백자당(柏子糖) 잣으로 만든 엿.
杏, 씨앗이 개를 죽이는 살구나무
살구꽃이 피는 마을, 즉 행화촌을 ‘술집’.이라 부른다. 중국 당나라 시인 杜牧(두목) 시 청명(淸明)에서 유래.
청명 날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 길가는 행인이 너무 힘들어/ 목동을 붙잡고 술집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 손들어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살구꽃이 만발한 술집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비를 만나면 운치가 더할 것입니다. 이때 내리는 비를 바로 ‘행화우’라 한다. 비가 내리면 살구 꽃이 비처럼 떨어질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 과거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공식행사나 환영행사에 참석하는데 장안의 명승지인 곡강가의 살구나무 꽃이 있는 행원이었다. 그래서 살구나무를 ‘급제(及第)화’라 부른다. 중국 춘추 말 공자도 살구꽃이 필 즈음 제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일종의 야외수업이다. 공자가 살구나무 단에서 제자를 가르친 곳을 행단(杏亶)이다. 비가 올 때 살구가 떨어지면 비를 맞으면서 살구 열매를 주워 먹다 배탈이 나기도 하는데 그게 바로 ‘살구배’이다. 어린이는 배를 어머니 손에 맡겨놓은 채 처마에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면서 잠이 든다.
괴(槐), 껍질이 귀신 같은 회화나무
비슷하지만 같지 않은 것을 사이비(似而非). 사이비는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 회화나무의 한자는 괴이지만 우리는 이 나무를 회화나무, 혹은 줄여 홰나무.
향(香), 향기나는 향나무
향나무는 자신의 몸을 불사를 때 진한 향기를 낸다. 향나무는 향기가 아니라 자신을 죽이는 자에 대한 저주의 물질을 뿜어내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향나무에서 나는 향이 하늘까지 닿는다고 믿었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기원전 1500년경부터 종교행사나 악령을 없앨 때 향을 피웠다. 향 피우는 그릇을 향로(香爐). 우리나라 산 중에는 향로봉(香爐蜂)이 적잖다. 모두 불교와 관련한 이름. 향나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불교사찰, 향을 많이 피우는 절을 香刹. 부처께 서약할 때는 향을 피우면서 해서 그런 마음을 香火情 이라 한다. 情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있는 것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을 준다’. 불교에서는 향나무처럼 향기가 나는 곳, 즉 香國을 극락이라 여김. 옛날 귀족들은 향나무로 만든 수레인 香車, 향가는 지금의 고급승용차에 해당. 때론 향거를 ‘아름다운 수레’로 풀이. 香冠 ‘아름다운 관’ 香雨, 좋은비. 香雲, 향기나는 구름이지만 꽃이 많이 피어 있을 때. 홍콩을 한자로 香港. 常香, 불전에 그치지 않고 태우는 향.
棗(조), 가시가 많은 대추나무
대추나무를 한자로 대조(大棗), 대조에서 대추. 산에서 자라는 멧대추는 열매가 아주 작음. 대추 열매가 익으면 棗紅. 撫棗(무조) 혼례에서 시아버지가 새 며느리의 폐백대추를 받음.
춘(椿), 가죽나무, 봄에 햇볕을 받아 싹이 올라오는 참죽나무
참죽은 진짜이고, 가죽은 가짜이다. 나무에 무순 진짜와 가짜가 있겠느냐만, 사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은 진짜이고, 그렇지 않으면 가짜라 한다. 식용관점에서 보면 먹을 수 있으면 진짜, 먹을 수 없으면 가짜이겠다. 참죽나무의 한자를 장수와 관련해 椿年, 椿壽, 椿齡. 椿府丈,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용어.
梨, 산에서 자라는 돌배나무
장미과에 속하는 배나무. 하얀 배꽃을 梨花. 배나무의 하얀 꽃은 눈과 같아서 梨雪. 잎 떨어지는 키 큰 배나무 동산을 梨園, 이원의 원은 담이 둘러싼 모습을 뜻함. 중국 당나라 현종은 배나무 동산에서 俗樂을 익히도록 했음. 속악을 다루는 배우를 이원 혹은 이원제자. 배나무 열매, 즉 梨實은 가을에 익으면 약간 검은 색을 띰. 배나무 열매를 닮은 검은 반점. 노인들의 피부에 검은 반점 같은 것, 이른바 ‘저승 꽃’을 梨色. ‘색(色)’은 무릎 꿇은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모양. 이는 남녀의 섹스장면을 묘사함. 이 세상의 형형색색(形形色色)은 한순간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만물은 소유하려는 마음은 곧 번뇌(煩惱)를 낳는다. 모든 생명체는 만물 중 어느 것 하나도 소유할 수 없는 존재. 그저 잠깐 다른 물(物)과 만나서 헤어지는 존재.
동리(凍梨) - 서리를 맞아 얼어서 사는 배, 또는 그 배처럼 쇠하고 시들어 검버섯이 난 노인의 피부를 비유. 90세의 노인을 달리 이르는 말
아사리(阿ㅇ梨) - 제자를 바르게 지도하며 그 모범이 될 수 있는 중.
桃, 열매로 점을 친 복사나무
복숭아의 한자는 도실(桃實)이다. 아기의 볼처럼 토실토실. 복사뼈는 뼈 모암이 복숭아를 닮아 붙인 이름. 목젖의 편도는 바로 복숭아를 의미하는 편도(扁桃). 복숭아가 익을 무렵 열매를 따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아 자연스럽게 길이 생기는 법. ‘도리불언하자성혜(桃李不言下自成蹊)’ 복사나무와 자두나무는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길을 만든다는 뜻, 이는 덕이 있는 사람은 무언(無言)중에 다른 사람을 감복시킨다는 의미. 복사꽃을 가장 상징적 무릉도원(武陵桃源), 무릉도원은 별천지. 분홍색을 ‘환상’의 색. 정인(情人)절, 도화절. ‘핑크빛 사랑’ 중국 동진 도연명 ‘도화원기(桃花源記)’. 옛날 선비들은 복사꽃이 만발한 곳에서 도화주를 마시면서 무릉도원을 만끽. 사람들은 한때 복사나무가 무성했던 곳에 소를 풀어놓고 지냈다. 그래서 소를 ‘桃林處士’. 복사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색으로 桃色. 도색은 성적인 측면을 강조할 때 사용. 도색잡지(桃色雜誌)로 성적으로 음란한 내용을 담은 잡지. 복사꽃에서 욕정을 느끼나 보다. 복사꽃은 아름다움을 상징. 복숭아가 여자 성기를 닮았기 때문. 도홍(桃紅) 이백(李白), 즉 복숭아꽃은 다홍색이고, 자두꽃은 희다는 말은 곧 미인을 의미. 기생 이름을 대표하는 홍도(紅桃). 복숭아꽃을 여자의 혼기. 여자의 혼기를 도요(桃夭). 도요의 요는 ‘젊다’.
복사나무의 위력은 그 자체로도 위대하다. 아 나무는 선인의 나무, 즉 仙木이다. 신맛이 나고 惡氣가 있어 사특한 기운을 물리쳤기 때문. 복사나무는 부적 역할을 했다. 복사나무 부적을 桃符라 한다. 복사나무는 가시가 없으면서도 귀신을 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무다.
복사꽃이 피면 비가 오고 눈이 녹기 시작. 그래서 복사꽃이 필 무렵, 강물이 불어나기 시작. 이때 불어난 강물을 도화수(桃花水).
이금심도(以琴心桃) - 그리움을 거문고 소리로 울어 여자의 마음을 움직임.
당(棠) • 두(杜), 신령스런 기온이 내리는 팥배나무
(당산나무 (서낭당), 아가위나무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방법은 많지만, 소통도 그중 하나다. 자연과 사람이 소통해야 하고, 동물과 동물 간에도 소통해야 한다. 시성(詩聖), 두보(杜甫). 진달래 두견(杜鵑)화.
류(柳),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버드나무
류(柳)는 (능수버들 천안삼거리), 양(楊)은 (버들강아지 수양버들) 커튼처럼 축 처진 버들가지, 즉 柳線을 보고 있노라면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가슴이 벅찰 만큼 아름답다. 강과 잘 어울림 (도연명 五柳先生).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수양버들 잎은 그냥 아름다운 게 아니라 미치도록 아름답다. 미인의 눈썹을 버드나무 잎에 비유하여 ‘유미(柳眉). 당나라 시인 한유와 백거이의 사랑하는 첩 柳枝. 사랑하는 첩이 (낭창낭창 휘는 허리선) 그만큼 첩이 부드럽고 아름답기 때문. 양치질은 바로 버드나무 가지를 의미하는 ’앙지‘에서 유래. 버드나무는 가지만 부드러운 게 아니라 꽃도 솜처럼 가벼워 유서(柳絮)라 함. 버들개지를 다른 말로 서설(絮雪), 버들개지가 눈처럼 희기 때문. 버드나무 꽃을 楊花.
버드나무처럼 부드러운 것은 결국 강한 것을 이기는 법.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柳勝强. 요즘 사람은 몸을 유연하게 하려고 각종 운동을 함. 특히 예나 지금이나 여자들은 버드나무 가지처럼 부드럽고 가는 허리를 꿈꾼다. ‘유요(柳腰).
버드나무로 만든 수레는 유거(柳車), 유거는 아주 폭이 넓은 수레를 의미하기도 함. 이는 키가 큰 버드나무의 특성을 살린 것, 버드나무로 만든 수레는 죽은 바람을 운반하는 영구(靈柩)차. 버드나무가 있는 못을 유당(柳塘).
풍전세류(風前細柳) 바람 앞에 나부끼는 세 버들. 부드럽고 영리한 사람
李杜韓柳 당나라 이백 두보 한유 류종원 시와 문장으로 유명함
五柳先生 - 도연명
문류심화(問柳尋花) - 화류계에서 노는 것을 비유
한 시에 나오는 초목 1위 소나무도 국화도 아닌 버드나무.
화(樺), 껍질로 불을 밝힌 자작나무
기름은 불을 밝히는 데 사용. 불꽃이 환하게 타오르면 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바로 화촉(華燭) =화촉(華燭). 자작나무 껍질은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종이 대용. 아주 매끈한 껍질은 글씨 쓰는 데 적합.
화촉지전(樺燭之典) 혼례의 예식 결혼식.
자작나무는 빛의 나무다. 러시아의 카랑카랑한 별빛에 빛나는 자작나무의 숲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은백색은 빛을 튕겨낸다. 마치 빛 가루가 떨어지는 것처럼. 이 빛은 백설(白雪) 위에서 더 화사하다. 아침 햇살 속에서 자작나무의 빛은 튕기지만 저녘 햇살 속에서 자작나무의 빛은 스민다. “비 오는 날, 자작나무 숲을 걸으면 나 같은 바보도 시인이 된다.
시인 백석 <백화(白樺)>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 그리고 감로같이 단심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보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상(桑), 가지가 부드러운 뽕나무
잠식(蠶食), 누에게 뽕잎을 야금야금 먹는 모양. 점차 침략한다는 뜻. 잠실(蠶室), 잠실은 생식기를 절단하는 궁형(宮刑)에 처할 사람을 가두는 곳. 사마천이 궁형을 당한 뒤 잠실에 유폐되었기 때문. 사마천은 이곳에서 《사기》를 지음, 그래서 사기를 잠서(蠶書). 사마천은 잠실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온갖 수모를 겪고 누에가 실을 토해내듯 울분을 한 자 한 자 토해냈다.
뽕나무에 잎이 무성할 때 사람이 그곳에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다. 남녀가 뽕밭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음탕한 뜻. 뽕나무는 닥나무의 부모이기에 뿌리〔桑根〕로 종이를 만듦.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집 근처에 심은 뽕나무 가지로 창문을 만듦. 즉 (상호(桑戶), ‘가난한 집’. 집 근처에 뽕나무를 심는 것은 단순히 심은 자의 세대 소득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손이 득을 보도록 하는 뜻. 즉 상재桑榟는 부모공경을 뜻함. 뽕나무로 만든 위패가 곧 桑主.
등(藤), 하늘로 향하는 등나무
나무도 잎을 만들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왜 사람은 더위를 피하려고 그늘을 찾고, 그늘을 만들까. 등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기 때문. 등나무 꽃은 당면을 섞어 떡을 만들면 등라병(藤蘿餠).
율(栗), 밤송이가 주렁주렁 달린 밤나무
밤을 제사상에 올린 것은 밤이 다른 종자와 달리 싹을 틔우고서도 아주 오랫동안 껍질을 달고 있기 때문. 사람들은 밤송이의 이러한 특성을 근본, 즉 조상을 잊지 않는 것이라 생각. 5원 경에 피는 밤꽃 냄새는 (정액냄새)
재(梓), 나무 중의 우두머리 가래나무
나무 목과 재(宰) 형성문자 ‘우두머리’ 백관(百官)의 우두머리 재상(宰相). 천자의 관을 짜는 것 외에 정치와 문화의 중요한 출판. 전통시대 문자 보급은 지배의 주요수단. 국가를 비롯한 지배층 목판으로 출판. 상재(上梓)라 한다.
아무리 좋은 나무일지라도 훌륭한 목수를 만나지 못하면 빛을 잃는다. 좋은 물건도 주인을 잘못 만나면 쓸모없는 것과 같다. 가장 좋은 나무로 알려진 가래나무를 다루는 목수도 才人. 옛 어른들은 집 근처에 가래나무 혹은 뽕나무를 심어 유산으로 삼았다. 그래서 가래나무가 있는 마을 즉 재리(梓里)를 부모님이 계신 고향이라 한다. (예덕마을)
극(棘), 가시 돋친 가시나무
가시는 자기를 방어하는 무기화 같다. 가시나무의 가시는 곧 형벌. 형극(荊棘)은 고난, 고통.
중국 동진시대 유명화가인 고개지는 이웃집 아가씨를 사모. 속내를 전달할 수 없었던 그는 그녀를 그림으로 그려, 가시 침으로 가슴을 찔렀음. 이에 묘하게도 고개지가 사모한 아가씨의 가슴에 가시가 박혀 병이 났음. 고개지는 그때를 노려 아가씨 집에 찾아가 낫게 했다. 이를 두고 극침자심(棘針刺心). 부모 잃은 사람의 마음을 극인(棘人), 부모상을 당하여 상중인 사람, 상제(喪制).
가능하면 가시나무는 자신을 다스리는 데 사용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것을 사용한다.
형처(荊妻) 남에게 자기의 아내를 낮추어 이른 말. 중국 후한 때 양홍의 아내 맹광이 가시나무 비녀를 꽂고 무명으로 만든 치마를 입었다는 데서 유래.
일일부득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서 가시가 돋아나도다.
유(楡), ‘마상이’ 재료로 쓰인 느릅나무
느릅나무는 배의 원료뿐만이 아니라 외부 침략을 막는 울타리로 사용.
상유(桑楡) 저녁해가 뽕나무와 느릅나무에 걸렸다. 해 질 무렵 혹은 노년.
茶, 새싹으로 차를 만드는 차나무
사실 엄밀히 말하면 차나무에서 생산한 것 외에는 차가 아니다. 차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로 바뀌었다. 마치 접미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차를 의미하는 한자는 다(茶)다. 차나무는 달마대사가 자신도 모르게 졸다가 화가 나서 속눈썹을 찢어 땅에 버린 게 태어난 것이라 한다. 이는 찻잎이 속눈썹을 닮기도 했지만, 차에 잠을 깨우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만든 얘기. 중국 당나라 때 육우(陸羽) 《茶經》, 차의 성경이요 차의 불경이다. 한잔의 차가 곧 도이고, 도는 곧 일상. 우리 모두 한잔합시다. 喫茶去.
桐 • 梧, 속이 빈 오동
평년에는 열두 개 잎이 나지만, 윤달에는 열세 개 잎이 난다. 동엽지윤(桐葉知閏), 즉 오동잎이 윤달을 안다는 뜻. 梧桐色을 황갈색이라 한다. 오동으로 만든 거문고를 桐君. 북송 때 시인 지사도는 거문고를 예스럽게 君이라 “자네’라는 뜻.
오동은 딸 시집보낼 때 농을 만들기 위해 심기도 했지만, 관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오동으로 만든 관은 桐棺. 벅오동꽃 (나무가지 끝에서 잎이 올라온다 왕관처럼)은 여름에 핌. 음력 7월을 오월(梧月). 초여름에 내리는 비가 오동우(梧桐雨).
사동(絲桐), 거문고의 별칭.
가야금(伽倻琴), 가야금도 오동나무로 긴 공명통(共鳴筒)을 만든다.
봉황(鳳凰),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상상의 새. 오동나무에 깃들어 대나무 열매를 먹고 영천(靈泉)의 물을 마시며 산다.
갈(葛), 평생 더부살이하는 칡
기생할 수밖에 없는 ‘몸을 구부려 사는 삶’. 모든 생명체는 더부살이이다. 한여름 잎 겨드랑에 보랏빛 꽃봉오리가 차례로 벌어지면서 분홍빛과 자줏빛 꽃이 핀다. 꽃 모양도 꼭 콩꽃 같다. 가난한 사람은 칡으로 만든 신발, 즉 갈구(葛屨)를 신었다. 간혹 칡으로 만든 여름 신발로 서리를 밟는 사람도 있다. ‘갈구이상(葛屨履霜), 이는 계절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다니기에 검소함이 너무 지나쳐 인색(吝嗇)하다고 헐뜯는 말. 암칡은 부드러워 먹기 편함. 칡뿌리는 캐서 낫으로 잘라 먹기도 하지만, 집에 가져와 작두로 잘게 잘라 먹는 게 가장 편함.
일구일갈(一裘一葛) 한 벌의 갈옷과 베옷이라는 뜻으로 몹시 가난함을 비유.
과갈(瓜葛) 덩굴이 서로 얽힌 오이와 칡. 혼인으로 이루어진 인척을 이름.
저(楮), 종이를 만드는 닥나무
닥나무는 부러뜨리면 ‘딱’ 소리가 나서 붙인 이름. 닥나무의 껍질을 작은 막대기에 묶어 팽이치기하면 딱딱 소리가 나면서 아주 잘 돈다. 종이의 이칭에는 저선생(楮先生) 楮夫子, 楮國公 楮英 楮知白. 종이에 대한 최상급 표현. 저국공은 닥나무가 제후에 해당한다는 뜻. 저영은 닥나무 꽃처럼 아름답다는 뜻. 종이는 글로 밥 먹고 사는 사람에겐 필수품. 붓이 필기도구였던 시절에는 먹도 종이만큼 중요. 저묵(楮墨)은 시문(詩文)을 의미. 돈은 누구나 좋아한다. 중국 사람도 그 어떤 만족보다 돈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돈을 태워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저제(楮祭).
저생전(楮生傳) 고려 때 이참이 지은 가전체 소설. 종이를 의인화한 것.
계(桂), 홀을 만든 계수나무
달을 계수나무 궁 혹은 굴을 의미하는 계궁(桂宮). 계수나무를 의미하는 계는 나무 목과 홀 규(圭)를. 홀은 중국 주나라의 경우 제후가 조회(朝會)나 회동(會同)할 때 손에 지니는 위가 둥글고 아래가 모난 길쭉한 옥을 말함. (노트북 태블릿)이 홀은 천자가 제후를 임명할 때 줌. 상록인 이 나무는 중국에선 남쪽에서 자람. 중국의 남해를 계해(桂海) 계수나무가 많은 곳은 계림(桂林). 녹나뭇과의 계수나무는 아주 따뜻한 곳에서만 자라고, 계피처럼 중요한 향료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함. 계옥지간(桂玉之艱)은 타향에서 계수나무보다 비싼 장작을 때고, 옥보다 귀한 음식을 먹으면 사는 고생을 말함. 이는 곧 서울이나 동경처럼 물가가 비싼 도회지를 말함.
무엇보다 계수나무의 원조 절창은 소동파의 ‘적벽부’가 아닐까. “계수나무 돛대와 목란나무 상앗대로 하늘의 밝은 달을 치며 물에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올라간다. 아득하여라, 나의 심회여 하는 저편 끝 아름다운 이를 바라보노라. 소동파는 적막 아래에서 손님과 뱃놀이했는데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오고 물결 한 점 일지 않았다. 한 잎의 갈대 가는 배가 일만 이랑의 아득한 물결을 헤치니 그 정취 또한 가늠키 어렵다. 마침내 술 한잔에 흥취가 도도해지니 생각나는 것은 님이었나보다. 달의 나무인 계수나무 삿대를 손에 쥐고 마치 애무하듯이 달빛을 저었으니 말이다.
앵(櫻), 목걸이 구슬 간은 열매 맺는 앵두
앵두꽃이 만발하면 구름같아 앵운. 앵두의 색, 즉 앵색(櫻色), 즉 담홍색. 앵두꽃이 음력 3월에 피어 음력 3월을 앵월(櫻月). 우물가.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음수(陰樹). 동네 우물은 외출이 쉽지 않았던 마을 처녀들이 수다 떠는 장소. 열매 맺는 늦봄에는 물을 기르면서, 익은 앵두를 따 먹곤 했다. 혹 동네 청년을 만날까 봐 물동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살피기도 했다. 아주 예쁜 여자의 입술을 앵두 같다고 한다. 그만큼 도톰한 앵두가 아름답기 때문. 앵순(櫻脣), 앵구(櫻口). 앵구는 미인을 뜻함. 산앵(山櫻), 산벚나무.
체(棣), 꽃이 줄지어 있는 산앵도나무
산앵도를 의미하는 한자는 체(棣). 꽃이 줄지어 있다는 뜻. 산앵도나무의 꽃받침은 체악(棣鄂)이다. 체악은 형제를 말한다. 산댕도나무를 형제에 비유한 것은 이 나무의 꽃이 만발해서 아름답기 때문. 형제를 체악지정(棣鄂之情).
리(李), 주렁주렁 열매가 많이 달리는 자두나무
옛날 중국 사람들은 매년 정월 초하루와 보름에 자두나무의 열매가 많이 열리길 바라는 뜻에서 나무에 돌을 끼웠습니다. 나무를 시집보내야 자식을 낳는다고 생각했다.
오서(五瑞) - 문인화의 다섯 가지 화제(畵題), 접시꽃, 창포, 연, 석류, 비파
풍(楓), 바람 타고 열매가 날아가는 단풍나무
나무는 추운 겨울을 잘 견디기 위해 줄기와 잎자루 사이에 떨겨를 만들어 몸체의 일부를 과감하게 잘라버립니다. 참 냉정한 존재이지요. 나무는 살아남기 위해서 탁월한 선택을 하지요. 절대 미적미적하지 않고 기후 변화에 따라 자신의 몸을 보호하지요. 그러니 나무는 혼자서도 살아가는 방법을 잘 터득하는 현명한 존재. ( 캐나다 이민자들의 삶 - 국기 단풍)
칠(漆), 액체로 칠하는 옻나무
중국 전국시대 진(晉)나라 예양(豫讓)은 원수를 갚기 위해 몸에 옻칠해서 문둥이처럼 보이게 했다. 이를 칠신위라(漆身爲癩). 원수를 갚기 위해 몸에 옻칠하고 숯을 먹는 칠신탄탄(漆身呑炭). 공자의 고향인 노나라 칠실읍에 사는 천한 부인도 칠흑(漆黑) 같은 방에서 나랏일을 근심했다. 이른바 칠실지우(漆室之憂). 물론 그 누구든 나라 걱정을 할 수 있지만, 부인처럼 할 일 않고 캄캄한 방 안에서 오로지 나라 걱정임 한다면 지나친 일. 분수에 맞지 않게 걱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녀는 나라를 걱정한 나머지 죽었기 때문.
귤(橘), 가시로 시위하는 귤나무
귤화위지(橘化爲枳), 화남의 귤을 회북으로 옮겨심으면 탱자가 된다. 제주도 사람들은 음력 5월경에 피는 귤나무의 하얀 꽃으로 차를 만듦. 이곳 사람만의 독락(獨樂). 귤중지락(橘中之樂). 바둑과 장기에 빠지면 도낏자루 썩는 줄도 모른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뜻.
“꽃을 안고 주무세요” - 이규보의 <절화행(折花行)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 신부가 꺾어 창가를 지나다 / 신랑에게 미소 지으며 묻기를 /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 신랑이 장난하느라 / “꽃이 당신보다 예쁘구려” / 신부는 그 말에 그만 토라져서 / 꽃을 꺾어 짓뭉개고 말하기를 / “꽃이 저보다 예쁘시거든 오늘 밤은 꽃을 안고 주무세요”
신부는 톡 쏘는 가시를 품어 더 아름다운 장미가 되었다.
력(櫟) • 상(橡), 열매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상수리나무
이 세상에 진짜 나무를 의미하는 ‘참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참나뭇과에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 여섯 나무는 각각 특징을 갖고. 있지만 공통점은 열매다.
상수리나무는 아주 크게 자라면서도 구불구불한 모습을 띠기도 한다. 《장자》에서는 쓸모없는 나무로 등장한다. 고전에 한 번 등장하면 그다음엔 거침없이 그런 의미로 사용된다. 그게 고전의 위력. 상수리나무와 가죽나무를 의미하는 역저(櫟樗)는 곧 ‘쓸모없다’는 뜻.
저력지재(樗櫟之材) 가죽나무와 상수리나무 재목이라는 뜻으로 아무 데도 쓸모없는 사람을 비유.
죽(竹), 벼처럼 생긴 대나무
대나무는 처음 긁기가 평생 그대로 유지. 죽순(竹筍)의 굵기가 곧 평생의 몸집. 대나무는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글을 적는 재료. 죽간(竹簡). 서간문(書簡文). 대나무는 번식력이 왕성. 잠깐 한눈팔면 어느새 대밭으로 변함. 대나무는 톱으로 잘라낸 후 자른 대나무 가운데에 칼이나 낫을 넣으면 ‘쫙’하는 소리를 내면서 순식간에 쪼개진다. 파죽지세(破竹之勢). 감히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막힘없이 무찔러 나가는 맹렬한 기세. 죽장(竹杖)에 삿갓 쓰고 김삿갓. 대나무 지팡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상주가 사용. 대나무를 아는 게 공부의 답(答). 대쪽이 꼭 맞는 게 바로 답자의 뜻. 서원(書院)을 죽원(竹院). 석죽(石竹), 패랭이꽃.
란(欒), 꽃이 실처럼 엉켜 있는 모감주나무
여름철 모감주나무 꽃을 한 번 보는 순간 더위는 모두 사라짐. 그만큼 꽃이 아름답다. 꽃은 황금 비가 내린 듯하다. 영어로 골든 레인 트리라 한다. 황금색 꽃은 신라 왕관을 연상케 한다. 모감주나무 열매는 마치 꽈리 같다. 이 열매는 소금밭 일꾼을 만드는 원료.
피나무는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 나그네》에 나오는 보리수. 우리나라에서는 석가모니가 수도한 보리수가 살 수 없음.
단란(團欒) 빈 구석이 없이 매우 원만함. 친밀하게 한 곳에서 즐김.
고(枯) • 고(槁), 나무의 죽음
옛날을 의미하는 고(古)는 ‘단단하다’는 뜻. 나이 들면 나무든 사람이든 부드럽지 않고 단단하다. 고(枯)도 고(槁)와 같은 의미. 나무가 마른다는 것은 이제는 물을 빨아들이지 못한다는 뜻. 몸에 물이 고갈(枯渴)되면 곧 생명을 다함.
목리(木理), 나무의 이치
나무의 옹이가 마치 우리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옹이는 상처의 흔적이다. 그렇게 나무의 옹이는 타인의 상처와 눈을 맞추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무를 자주 자르다 보면 점점 나무의 원리를 알아감. 나무를 자를 때 결대로 자르면 훨씬 쉽다. 나무는 상처 난 자리에 다시는 병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아주 단단하게 방어벽을 친다. 그런 상처 자리에 톱을 들이대고 당기면 영락없이 실패. 모든 나무는 자신만의 결과 무늬를 지니고 있다.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면 나무의 삶을 알 수 있다. 나무의 결과 무늬는 나무가 살았던 흔적이다. 나무의 흔적이 아름다운 것은 결대로 살았기 때문. 사람도 결이 있다. 사람도 결대로 살 때 아름답다. 그러나 이 땅의 사람들은 얼마나 결대로 살까. 결대로 살 수는 있을까. 각자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한 생명체가 행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나무는 나에게 결대로 살라고 가르친다. 나무는 결대로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교육임을 일깨운다. 나무의 이치인 목리(木理)는 곧 사람의 이치인 인리(人理)이자 교육의 이치인 교리(敎理)이다.
정말 나무처럼 아낌없이 줄 수 있으려면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지, 이 일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모든 생명체는 이기적인 존재다. 중국과 한국의 성리학자는 명목상 공부의 목표를 다른 사람을 위하는 ‘위인(爲人)’에 두지 않고 자신을 위한 ‘爲己’에 두었다. 이제 나무의 삶을 바라보면서 진정 ‘자신만’을 위한 자만이 누군가를 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사는 자만이, 나무처럼 목숨 걸고 치열하게 사는 자만이 아낌없이 남에게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무처럼 그저 자신의 몫을 열심히 살면, 남에게 주지 않아도 뭔가를 줄 수 있다. 자신을 위한 식물의 삶이야말로 다른 존재가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가(家), 죽어서도 사람 사는 집을 만드는 나무
죽은 나무는 집의 문과 기둥과 마루가 되어 있고 살아있는 나무는 그 집을 감싸고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도 이처럼 평화롭게 어울릴 수는 없는 것일까.
1층은 정(亭), 다층은 루(樓), 건물 중 규모가 작은 것은 각(閣), 가장 큰 것은 전(殿)이다. 사찰에서 칠성각과 대웅전을 상상.
비기윤가(肥己潤家) 자기 몸과 자기 집만 이롭게 함.
적수성가(赤手成家)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사람이 맨손으로 가산을 이룸.
각박성가(刻薄成家) 몰인정하도록 인색한 짓으로 부자가 됨을 이름.
초(礎) 주(柱), 주춧돌과 기둥
기둥은 둥근 것은 상위 등급이고, 네모난 것은 하위 등급이다. 천원지방(天圓地方) 둥근 기둥은 궁궐을 비롯한 관청, 혹은 유교 관련 정자나 서원, 사찰 등의 기둥. 반면 일반인은 네모난 기둥사용. 만약 무자격자가 둥근 기둥을 사용했다면 그건 ‘반역’.
동량(棟梁), 용마루와 들보
풍수 사상에서 용은 물이고, 산의 등성이이다. 지붕을 용 모양으로 장식하면 용마루. 지붕에 용을 장식하는 것은 물에 사는 용으로 화재를 방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
연(椽), 서까래
연대지필(椽大之筆) 아주 큰 붓을 말하고, 이는 곧 대문장 혹은 대논문을 말한다. 방을 나타내는 한자에는 크게 실(室)이나 방(房). 방은 정실(正室)에 딸린 것.
어느 쪽이든 들을 청은 다른 사람 얘기를 정성껏 듣는다는 뜻. 이런 곳이 바로 마루이다.(청(廳)
실가지락(室家之樂) 부부 사이의 화락
수실(壽室) 살아 있을 때 미리 만들어 놓는 자기가 묻힐 무덤
유실(幽室) 조용하고 그윽한 곳에 있는 방
유택(幽宅)
화촉(華燭) 동방(洞房) + 동방 화촉 첫날밤에 신랑 신부가 자는 방
------------------
자하연님께 책을 빌려 몇 년 동안 집에 책이 있었다.
남의 책을 빌려와, 빌려온 사실을 잊어버린 것은 결코 아니다.
고약한 습관 중에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고, 밑줄 그은 것을 타자한다.
중고등학교 때, 스쳐 가는 말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아마 그때 내 아이큐가 90~ 몇이라고 들은 것 같다.
그러나 실제인지 아닌지도 모를뿐더러 아이큐에 기가 죽은 적도 없다. 아이큐 검사를 할 때 어쩌면 나는 앞의 친구나 옆의 친구 것을 커닝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책을 읽으면 책 내용을 비교적 잘 기억하는 편이다. (교과서 빼고) 몇 페이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두께 왼편 오른편쯤으로 기억한다. 책뿐만이 아니라 누구와 주고받은 이야기는 이미지뿐 아니라 대화내용도 30년 40년 전 고리짝에 들은 것도 곧잘 기억해내어 상대방을 놀라게 하는 편이다.
그런데 점점 나는 읽은 책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래서 요 몇 년 사이 밑줄 부분을 타자해서 기록해놓는 버릇이 생겼다. 근데 이 짓도 금세 지친다. 속도가 늦어 하루 읽은 것을 사나흘 쳐야 한다. 손가락도 아프고 팔목도 아프고, 그보다 짬 내 하고 싶은 일이 날마다 더 많아 차일피일하다가 늦었다.
빌린 책을 가지고 자하연 은자님을 찾아갔을 때, 정작 본인은 그 책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아~ 이 짓도 이제는 버겁다.
하기야 책 읽는 것도 쉬엄쉬엄 노동이니, 도대체 무엇을 집중해서 할까.
한심하다가도 그래도 아직 글자가 보이는 것이 어디인가.
강판권이라는 저자를 만나고 싶다.
이렇게 유익하고 재미있고 박식한 책을 읽게 해주는 이분은 분명 나무와 무척 닮았을 터. 그분이 가장 좋아하는 닮고 싶어하는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