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랬다.


오전에 남구 문화원 논어 수업이 끝나고
차안에서 간단하게 쿠키와 우유 한 병을 마시고
어진샘 문학교실로 이동중이었다. 

항상 월요일이면
점심 저녘 먹을 시간도 없이 쫓긴다.
다 --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도 못 먹어가며 이 무슨 짓인가 싶어 서글픈 날도 있다.

누가 시키면 하겠는가.
지 좋아 하면서 엄살을 떤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광안대교를 쌩쌩 달리고 있었다.
천안함사고로 온 국민이 우울한데
사흘이 멀다하고 꾸물대던 날씨가
오랫만에 화창하다
광안리 바닷빛깔과 하늘 빛이 맑다.
거리에는 벚꽃이 화르르 화르르 피어올라
온천지가 꽃구름이다.

12시 30분에 수업시작이다.
화창한 날씨도 화사한 꽃들도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노래가 흘러 나왔다.

가사와 박자가 기교없이 정직하다
양희은의 목소리가 힘차게 들렸다.
얼른,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조금 씩 점점크게 ... 


바닷물이.. 하늘이.. 앞차가 뿌옇게 앞을 가려
보이지 않는다.

창문을 열었다.
그러나 광안대교 위에서
속도를 낮추거나 차를 세울수가 없다.
겨우겨우 4절까지 들으며 톨게이트에 닿았다.

창문을 내려 요금 징수원을 바라보지 못했다.
혹시, 눈 마주치면 '라디오'때문이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리고 어진샘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여 
한참을 컥컥 울었다.
물론 수업에 지각했다.

저녘에 쌈지도서관 명심보감 수업에 갔다
의자와 책상이 모자라 뒷분들이 우왕좌왕 서성인다
수업이 자꾸 중단되었다
주위환기를 위해
반주없이 가사없이
수업중 나는 큰 소리로 노래했다.


(내 노랫소리는 책 읽는 수준이다)

몇몇 여자 분들이 고개 숙이며 눈물을 닦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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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군인의 노래 (양희은)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 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군인의 아들이다
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
아서라 말아라 군인 아들 너로다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내 평생 소원이 무엇이더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일세
꽃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그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 내 청춘 다 갔네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푸른 하늘 푸른 산 푸른 강물에
검은 얼굴 흰머리에 푸른 모자 걸어가네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가세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군인의 가족이 아닌 자가 있겠는가
내아버지도 내남편도 내동생도 내아들도
다 한 때, 대한민국 군인이었다.




(2010년 4월 5일자 00신문 사진을 찍었다)
'영웅을 보내다  UDT사나이들 눈물의 군가'
故 한주호 준위 영결식 사진




아래 주소 : 늙은 군인의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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