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

기차를 탄다.
기차라는 단어에는
만남도 있고 헤어짐도 있다.
속도감도 있고 숨고름도 있다.

탈때마다
설레인다.

경부선
값을 몇천원 더 치는 한이 있어도
순방향 C,D 창가쪽을 택한다.

창가에 앉으면
상행선
구포와 밀양사이
'물금'이라는 곳을 지난다.

한번도 내려본 적이 없는 물금
언젠가 꼭한번 내려 보고 싶은
물 금 물 금 물 금
물을 머금고 있다.

누군가
여강이나 푸른 도나우강을 이야기 하면
난 금새 물금이 떠오른다.

그곳에
가랑머리 소녀를 위해
강바람을 모아모아
휘파람을 불어주던
키큰 소년이 서 있을 것만 같은
물금이 좋다.

하행선
밀양에서 구포사이
뉘엿뉘엿
수면으로 해가 비치면
오래도록 바라본다
황혼의 시간을.

오늘 도
그는
사흘만의 해후이건만
봄바람에 꽃구경 갔다가
낙엽따라 돌아오는
연인을 맞이하듯

흰 머리카락 휘날리며
종착역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다.
저녘밥을 사준다는 핑계로

물금이 점점 멀어진다.
부산역 도착
물덤벙이나 먹으러 갈까.


08. 05. 25. 2박3일 서울에 다녀오면서



곽인수   2008-08-02 09:29:45
중학교떄 물금에서 통학하던 친구가있었죠. 가끔 친한 친구들과 토요일 학교를 마치고 부산진역에서 비둘기호열차를타고 공식적인 외박을 했답니다.
가촌이라 불리던 곳이었는데 논둑에서 네잎클로버 찾고, 춘추원이란 자그만 공원, 춘추원옆으로 흐르던 강엔 여름이면 어린아이들이 팬티만 입고 더위를 달래던 모습, 밤하늘 보며 사춘기의 아름다운 꿈과 고민을 나누었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가끔 기차를 타고 지나칠떄면 내려서 역에서 친구집까지 걷던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직 실행을 못하고 있네요.
며칠째 바람한 점 없이 덥기만 하더니 어제 오늘 살랑살랑 살갗에 부딪히는 바람이 사랑스럽네요.
더위에 건강조심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뵈요.
류창희   2008-08-03 09:49:01
비들기호를 타고 외박하던 소녀들
어느덧 세월이 쏜 화살되어...
네잎클로버를 찾는 소녀에
찾았다고 까르르 웃어대는 소녀들

여름 한 가운데서 감기와 몸살과 설사와
더불어 땀 흘리고 있습니다.

물금역 부근의 소녀들을 상상하면서....
강변학생   2008-08-19 19:17:37
철마와 함께 한세월 보냈담니다
물금은 부산의 변방에 있는 간이역이지요
먼 옛날 그옛날엔 낙동강의 일급수에서 자란 잉어의 그맛
옆 사람이 없어져도 모를만큼 맛이 좋았습니다
모두 옛날의 이야기군요
선생님이 한번도 내려보지 않은 물금역에 말미가 있고
좋으시다면 안내하여 방문함도 좋으련만,,, ?
찧는듯한 무더위 보내시너라 한여름 고생 만으셨겠군요
가을과 함께 서당 문도 열리오니 그때 뵈옵기를 바라며
08, 8, 19,
류창희   2008-08-27 17:01:18
물금물금
물이 차오르듯
그리움이 차 오른답니다

오르지 물금역을 지나며
바라보는
물빛이 좋아
상행선 하행선을 물쪽으로 앉는답니다

기차여행이 주는 보너스입니다
기차는 여럿이 보다 들이
둘이 보다 혼자 타야 운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또 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