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간,
2017년 3월 10일 금요일 11시
나는 사하도서관에서 <고전산책 논어> 수업을 하고 있었다.
공자 - 맹자 - 순자 - 노자 - 장자 - 묵자 - 열자, 그리고 한비자를 이야기 하려는데....
"땡!" 11시다
10분 휴식시간, 모두 스마트폰을 켜고 경청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대통령 탄핵인용 (彈劾認容)>>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여 받아들이는 역사적 순간이다
순간, 어느 분은 어린아이처럼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어느 분은 아쉬움을 역력하게 드러내는 한숨을 쉬고,
어느 분은 눈물을 글썽이며 "인간적으로는 너무 안 됐지만 ...."
그야말로 위의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제자들이 강의실 안에 다 있다
나는 비겁하게 '표정관리'의 처세만 슬쩍 비췄다.
그리고 다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비자의 법가사상을 이야기했다.
잠시 프라하의 봄도 생각나고, "아아~, 대한민국!" 서울의 봄도 생각났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며,
도시고속도로가 뻥 뚫린 탓도 있겠으나 쌩쌩 달렸다
'나부터 달라지자! 아니 반드시 내가 달라져야한다!'
괜히,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가며 의기충전 가슴이 쿵쾅댔다.
살고 있는 동네가 가까워지자 자꾸 브레이크를 밟았다
앞서가는 택시와 버스와 트럭이 보인다
거리의 즐비한 간판들이 모두 내 차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같다.
문득, 내 머릿속에 이런 문구가 스쳐지나간다.
☆ '법치주의가 살아 있어도
법이 밥을 먹여줄 리는 없고,
밥은 각자 알아서 벌어먹어야 하는 것... '
각자 앉은자리 선자리에서 당당해지려면
'밥벌이'를 해야한다
새로운 정부가 내가 밥벌이 할 일자리를 보장해 주어야 할텐데....
슬관 (蝨官)처럼, 잠방이 속에 숨어 사람의 피나 빨아먹는 이가 되어서는 안된다
나도 남편도 아들도 며느리도 손자도 ...
우리가족 모두 우리나라에 살아있는 동안, 기생하는 곤충이 되어서는 안된다
밥값은 하며 살고싶다.
☆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P1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