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

원앙금침 바리바리 싸들고

부산으로 시집온지

서른해 넘었다







 




어느 날은 귓속말로

속살거리는 날도 있고











어느 날은 입술 마주대며

쭈쭈 쪽쪽 이쁜 날도 있고







 





처음에는 다정하게 다가가

천년만년 운명적인 사랑을 속삭여도


"으이구! 말귀를 못 알아 들어"

뒤돌아 앉는 날도 있고





 

 





"그래, 그랬단 말이지?"

니 ㅇ 굵다

그래, 너 잘났다

거리를 넓이는 날이 있다











무지 화가 난 날은

아무도 몰래 슬쩍 쓰러뜨러 놓고

출근하는 날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그냥 각자

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TV도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결혼식장도, 

장례식장도, 

마트도, 

외식도

여행도 같은 곳을 향하여 간다



서로 눈 동그랗게 뜨고 마주앉아

세세히 참견하기보다는

 그냥

같은 곳을 바라보는

소꿉동무가 되었다


부부만 좋은 줄 알았더니

동지도 좋다

게임 끝!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