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비>
지난 주에도 비가 왔다.
지지난 주에도 비가 왔다.
春雨如膏나 行人은 惡其泥寧하고
봄비는 농부에게는 기름과 같으나
길에 다니는 사람은 그 질척함을 싫어한다고 했다.
오늘 또 비가 내린다.
그러고 보니 수요일마다 비가 내린다.
비가 오면 화사하려고 애를 쓰지만
무채색이 태반인 옷과
습관적인 맨 얼굴은 별안간 어쩔 수 없다.
비오는 날은
수업할 교재를 더 꼼꼼하게 살핀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선다.
지난 삼월 행사장에서,
문우 '흰꽃향기'가 준 립크로즈가 비교적 분홍빛이다.
'사강' 선생님이 주신 스카프는 근사하다.
가슴부분에 살짝 반짝이가 박힌 검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전체적으로 세련되어 보이기는 하는데....
어쩐지 반짝이가 거울 앞에서 어색하다.
비오는 날은
분위기를 밝게 보이려고
목소리까지도 한 톤 높인다.
10년을 넘어 강의실에 들어서지만,
늘 처음서는 무대처럼 긴장을 늦출수가 없다.
막 강의실로 들어서는데,
한 여학생 쪼르르 앞으로 나온다.
빨간 장미 한다발을 등뒤에서 내밀며
"선생님~"
"....?"
".... "
들릴듯 말듯 속삭인다.
"비가 와서요"
뒤에서 웅성거린다.
왜?
뭐라고 했는데.
오늘 무슨 날인데,
몰라.
선생님 생일인가.
"뭐예요?"
"그냥 비가 와서 ... "
박수가 터졌다.
봄의 들판에 단비가 내리듯
내 마음속에 촉촉하게 장미빛 수액이 감돈다.
링거의 효과
사월의 비다.
08년 4월23일 수요일 해운대 김은미씨 한테서 꽃다발 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