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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도서관이 가을학기 개강을 했다.
신세를 지면 자유를 잃는다.’라는 말이 있다.
손발이 고단하기는 해도 ‘내 손이 내 딸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각반의 대표를 선정하여 한 학기 수업할 교재 프린트를 맡긴다.
대표들은 공부하러 왔다가 느닷없이 봉사를 하게 된다.
그분들께 늘 미안하다.


혼자 잘해 볼 것이라고
복사 집에 《논어》《명심보감》교재를 맡겼다.
찾으러 가니 일금 40만 원이다.
당장 그렇게 많은 현금이 없다.
카드 결제는 안 한다고 했다.


은행에 갔는데 신용카드가 없다.
집에까지 왔다 가자니 늦다.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S 백화점 S 카드’를 넣어 작동을 해보니
만원짜리 돈이 차르르 차르르 40정 나왔다.
어찌나 신통방통하던지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늦은 저녁, 남편에게
“여보, 세상 참 좋데요”
은행카드 없어도 돈을 찾을 수 있으니,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라고…
카드 여러 개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경쾌하게 ‘자랑질’을 했다.


멀찌감치서 듣고 있던 남편이
‘버럭!’
그게 바로 현직대통령이 말하는
대기업이 서민들에게 사채놀이한다는 것이란다.


나는 억울하여 제법 똑똑하게
“아닌데요!” 반박했다.
그게 바로 ‘서비스’라고.
카드에서 어찌 내가 잔액이 있는 것을 알고
나의 신용을 믿고
‘서비스’ 해주는 것이라고,
분명히 나는 <현금서비스>라는 곳을 눌렀다고 말했다.


몇몇 사람들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말을 하니
“그까짓 한달해봐야 이자가 몇 푼이나 된다고” 그냥 놔두라는 사람이 있고
“뭐하러 그런 걸 미주왈 고주왈  남편에게 말하느냐?”라는 이도 있고
“지금, 당장 전화해서 갚으라”라는 사람도 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어느 분이 자판기 커피를 빼서
“오늘 개강 날이라 커피서비스는 내가 할게요.” 한다.
아하! 저것이 바로 서비스다.


집에 오자마자
메모지에 <9월 6일 11시 59분 400000만 원>을 적어놓고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전화했다.
계속 1번 눌러라, 2번 눌러라, 기계음이 6번까지 말한다.
몇 번을 거듭 들어도 뭘 눌러야 할지 난감하다.
순서대로 누르며 진땀을 빼다가
겨우겨우 사람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하루 사이 \1485원 이자가 붙었다.


난, 도대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옆에 사람들이
가르쳐주고
이끌어 주고
도와주어도
날마다 사건 사고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