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7.
광복동 <영화거리>

'빛축제' 기간이다.
거리의 화가들이 호객을 했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무릎에 담요한장 덥고
낯선 화가 앞에 앉아 모델이 되었다.

내 짝지는
자기 아내의 생동감있는
'예쁜표정'이 없다며
펑퍼짐함을
영~ 못 마땅해 했지만,
아무튼,
그 화가 눈에 보인 나는 이러했다.


----------------------------------------  * * *



25년 전,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과
부부동반 모임을 한다.
하는 일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각자 다른 곳에서 일을 한다.

이미,
머리카락과 몸매는
뭐 조금, 그러하기는 하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그 청신한 시절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아니, 벗어나고 싶지않다.

낄낄거리며 남포동 밤거리를 싸돌아 다니다가
얄랑궂은 옷가게에 들려
헐렁한 쉐터쪼가리와 허벅지가 꼭끼는 캔디바지 하나를 샀다.
(부산말로 '여렵다')
딱 어울린다며 "호호 하하" 환호하고 나오다
거리에서 대학원다니는 딸래미와 맞딱뜨렸다.

정신이 번쩍 든다.
누군 사위가 둘이고
누군 ... ...
우린 아이들 앞에 결코, 청년이 아니다.
내 새로 산 옷차림이 ㅋㅋ 민망하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거리에서 인물 스케치 한장~으로
나도, 광복동거리의 풍경화가 되었다.

훗날, 먼 흣날
이 그림 보면서
오늘이 바로 '청춘'이려니....


콩콩나무   2009-01-09 17:17:25
하하호호 실물보다 더 청순하게 그려주셨네요...젊은이로 돌아가시면서.........하하호호.......
오드리   2009-01-11 23:19:08
연화님, 그리 큰상을 받으신줄도 모르고 죄송합니다. 상받으러 서울에 오셨을텐데 언제였어요? 늦었지만 축하 축하드리고요 초상화는 젊고 예쁘긴 하지만 짝지분의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틀렸다 할 수는 없겠네요. ^^*
호수아빠   2009-01-12 07:47:50
스케치는 그사람의 개성을 쉽게 표현하는 것이지요. 그 사람의 겉모습은 남 밖에 볼 수 없으니....사진찍고 본인 모습을 보면 그래서 낯설지요.
류창희   2009-01-12 08:46:30
콩콩나무님
하하호호 *^^*
전 그런대로 괜찮은데...
글쎄~
영~ 입맛이 뭐한
그 사람 속에 저의 이미지는 휠씬 ㅋㅋㅋ
류창희   2009-01-12 08:56:10
오드리님
오랫만입니다.
그 먼곳에서 서울나들이 하셨는데
오드리님 뵐 기회를 놓치고 말았어요.
아무래도 제가 거기 이태리 로마행 비행기를 ... ㅋㅋ

시상식은 3월 하순경이고요.
축전을 미리 받고
우리 에세이부산분들이 일찍 팦콘을 터뜨리는 바람에...

ㅋㅋ 우리 신랑!
아직 콩깍지인것 같죠?
오랫동안 희노애락을 같이 겪으며
고맙게도 이쁜기억 속에 저를 가두워놓은 것 같아요 ㅎㅎㅎ
모두 감사한 일이지요.
류창희   2009-01-12 09:01:27
호수아빠
누이 그런대로 아직 ... ㅋㅋ
스케치하는 20여분동안
잇빨이 덜덜 떨리는 추위와 바람속에서
같은 자세로 앉아있던 기억~
아주 새로운 경험^^
진지하게 그리는 사람앞에 나도 예술가가 된듯 한...
그 거리의 풍경 오래 기억할 터!
호미   2009-01-12 20:02:09
쌤!
엄청 예뻐요.
추운 날 모델 하신다고 애쓰셨구먼유~

깊은 눈가에 담긴
뭔가 감추인 미소가 좋네요.

화가는 부군이 모르는 쌤의 또다른 미소를 찾느라
쌤보다 더 춥고 떨렸겠네요.

암튼,
그림으로라두 뵈니까
방가워요!
가을여자   2009-01-13 15:29:40
세월의 흔적이 있기는 해도
사진하고는 또 다른 모습
보기 참 좋아요.
선생님의 생동감은 부족하지만...
류창희   2009-01-15 17:14:09
호미님
2만원의 행복^^
그 행복 속에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감추인 미소~
그 거리의 화가는 어찌 마음 속을....ㅋㅋㅋ
호미 선배님도 그들 앞에 앉아보세요.
어떤 마음을 터치할지....
류창희   2009-01-15 17:47:55
가을여자님
사진은 플래쉬 터지는 한 순간이지만,
연필화는 한 선 한 선 터치가 보여
훨씬 정겨워요^^*
하오하오   2009-01-16 10:09:46
구석구석 순간도 놓치지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화양연화님
추운 겨울도 아랑곳 하지않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하오하오 ㅎㅎ ㅎㅎ
류창희   2009-01-22 18:15:46
하오하오님
아~
겨울도 아깝군요.

오늘 낮에 꿈속을 헤메며 낮잠을 잤어요.
아~ 아까운 시간에...
근데, 또 졸렸네~요.
밥솥 혼자 칙칙 빙글빙글 저녁하느라 난리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