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송

굴원

천지간에 아름다운 나무가 있으니
귤이 우리 땅에 내려왔도다.
타고난 성품은 바뀌지 않으니
강남에서 자라는구나.

뿌리가 깊고 단단하여 옮기기가 어려우니
한결같은 뜻을 지녔음이라.
푸른 잎에 흰 꽃은
어지러이 즐겁게 하며

겹겹의 가지와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서
둥근 과일이 맺혀 있도다.
푸르고 누런 과일이 조밀하게 열리어
색깔이 빛나는구나.


매끄러운 겉 빛깔에 속이 희어서
중한 일을 맡길 수 있을 것 같도다.
무성한 잎은 잘 가꾸어져서
아름다워 밉지가 않구나.


아! 너의 어릴 때의 뜻은
남다른 바가 있었지.
홀로 우뚝 서서 변치 않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건가!
뿌리가 깊고 단단하여 옮기기 어려우며,


훤하여 따로 바랄 게 없도다.
속세에 홀로 깨어 우뚝 서서
가로질러 속세와 섞이지 않는구나.


마음을 굳게 닫아 스스로 삼가하여
끝내 실수하지 않는구나.
덕을 지니어 사사로움이 없으며
천지의 조화에 참여하는구나.


원컨대, 세월이 다가도록
너와 더불어 우정을 오래 갖고 싶다
조촐히 세속 떠나 지나치지 않으며
단단하게 조리를 지켜가노라.

나이는 어려도
본받을 만하고
행실은 백이와 같아서
표상이 될 만하도다.

마침 찾아간 식당 입구에
<굴원의 귤송>이 걸려있기에
덧글을 붙여보았다.

# 橘化爲枳 : 淮南의 귤은 淮北에 옮겨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
사람도 환경에 따라 기질(氣質)이 변함을 이름.




류창희수필의 거듭 읽기:
『매실의 초례청』의 비평적 해체와 복원 이라는
제목으로 책속에 내비취는 내면을
숨소리까지 재 창조를 해 주신
박양근(영문학자 문학평론가) 선생님을 모시고
몇몇 벗들과 식사를 했다.

전생에 무슨 인연으로
일면식도 없는
저의 보잘것 없는 글에 대해
"평을 쓰시게 되었느냐"고 여쭈었더니
서슴없이
'악연'이었다고 하신다,

내심
'惡緣'인가 뜨끔했는데,
문학의 '岳'을 이루는
'岳緣'이라 하시니

금강산, 지리산, 묘향산, 백두산, 삼각산의 五嶽 중에
그 어드'뫼'를 올라야  하는고?

'文岳'
......
고운 꽃
고운 단풍
아름다운 풍광을
꿈꾸어본다.

08년 7월 3일

<문학/학문> 겸해야 한다는데,
<문악/악문> 겸해야 할터인데
숙제 어렵다.



빙호   2008-07-04 16:40:32
고운 꽃
고운 단풍도 그 뿌리가 단단해야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되지요.
늘 우뚝 선 한 그루의 푸른 나무로서
햇볕과 바람, 비와 구름에게
두루 길을 내주면서 어루만졌기에
이렇듯 좋은 인연을 가진 듯 합니다.
두분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운 것은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기 때문입니다.
'악연'의 의미가 새롭게 와 닿습니다.
류창희   2008-07-04 19:59:03
동그랗게 둘러앉아
현관에서 귤송이 맞이하는 집에서
'악연'을 맺어주신
문우님들 선생님 모두 고마웠습니다.

아름다운 숲을 이뤄
凉快하고 舒服한
동산을 이룹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