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돼지 강 건너기

어미돼지가 새끼 아홉 마리를 데리고 나들이를 떠났다.
강을 건너기 전에 세어보았더니 자기까지 합쳐서 열 마리였다.
강을 건너서 다시 세었더니 아홉 마리밖에 없기에,
새끼 돼지들을 모두 살펴보았지만 잃어버린 놈이 없어
두 번 세고 세 번 세고 또 세어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아홉뿐이라 어미돼지는 속상하고 다급해서 울다울다 지쳐 죽었다.
자기를 셈에 집어 넣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어미돼지의 지혜라고 한다.

이름난 기생이 사서삼경을 뒤적거리고,
늙은 스님이 술을 빚고,
장군이 책방에 들락거리고,
딸깍발이 샌님이 전마를 탄다고 해서 비웃을 것 없다.
비록 구차스럽고 옹색하지만
그 또한 제멋에 겨워하는 일 아닌가?
그렇다면 아편굴에 엎드려 정숙한 생활을 떠벌리는 것도 제멋일 게다.
강변 정자에 나가면 어느 때든 오묘한 운치를 못 느끼겠는가마는,
어미돼지보다 지혜로운 인간은
어딜 가나 도처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모양이다.


린위탕(林語堂 1895~1976) 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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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을 읽으며 
'제멋에 겨워'에 빠져들었다.

나를 아끼는 몇몇 지인들이
 
"류창희씨, 그놈의 사이트인지 홈피인지
 그런 것에 에너지 소모하지 말고
 자기 글이나 열심히 쓰라"고 충고한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논어의 한 귀절이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제멋에 겨운 오늘아침,
서둘러 글 한편 올리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