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심이

 

몇년 전, 처음 강원도 삼척에서 먹은

옹심이 맛을 잊을 수 없다

 

 

 

얼마 전, 강원도 봉평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니

추적추적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시장골목에 유명한 밥집이라는데

'옹심이'라고 쓰여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들어서니

 나이지긋한 두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 하신다

 

 

옹심이 두 그릇을 달라하니,

안 된단다

그럼 왜 특별메뉴에 써 붙여놓았느냐고 하니

잘못 붙인 건데 아직 떼어내지를 못했다고 하면서

나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남편이 나서서

우리 '마누라'가 좋아하는 것인데

"한 그릇 해주이소" 하니

"그 까짓 걸 돈 주고 사먹으러 아침부터 왔느냐"고 하면서

감자 몇개 쓱쓱 갈아 끓여먹으면 될걸 하며

빈정대신다

 

 

 도시형의 가느다란 내 꼬락서니가

얄밉게 보였던 모양이다

아마,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이나 할랑할랑 쓰며

맛있는 거나 사달라고 졸라대는

호강에 바쳐 요강에 ㅇ싸는

'등골부인'으로 비춰졌나보다

 

 

 

나는 이럴 때

너무 억울하다

남편은 인상이 호남형으로 후덕하여 

어딜가나

특히, 아주머니들이 후한 점수를 준다

 

 

사실, 봉평까지 대여섯 시간을

쎄가 빠지게 운전해 간 것도 나다

차에 넣는 기름 값도 내 카드로 결제했다

옹심이를 두그릇 해 주셨으면

옹심이 값도 내가 낼 것이다

 

 

사람들은 남녀가 같이 다니면

돈은 다 남자가 내는 줄 알고

남자들 한테만 대접을 해 준다

ㅎㅎㅎㅎㅎ

 

 

세상이 변한 걸

여자가 대통령이 된 이 마당에도 

오히려 여자들이 여자를 인정 안 하는 것이

나는 억울하다 

 

 

참으로 요즘,

난 할 말이 많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니

짝지가 있어야 모든 일을 씩씩하게 할줄 아는

못난이 의존형 내 인간성을 탓해야지...

 

 

 

남편이 두여인 주인장에게 묻는다

내가 마누라 해 먹일려고 하니 방법을 알려달라고

애교공세를 편다

 

 

나는 옆에서

한심한 여자라는 눈총을

빵 빵 빵 빵 !!!!! 맞으며

자존심도 못 지키고 귀담아 듣는다

 

 

결국, 그 아주머니

 우리부부에게

옹심이를 팔지않았다

 

 

 

 

 

 

 

 

 

 

 

 

 

 

 

 

 

 

 

 

 

 

 

 

 

 

 

 

 

 

 

 

 

 

 

 

 

 

 

 

집에 와서 들은대로 해보니

딱! 그맛이다

 

그 두 아주머니 혹시 부산올 기회가 있으면

내가 옹심이를 끓여

'뽄때'를 보여주겠다

사각사각 강판에 갈아서...

 

 

ㅋ 아주머니들 한테

칭찬받고 싶다

 

 

 

 

 

 

 

 

 

 

 

 

 

 

1. 감자를 손으로 강판에 갈아 (믹서기나 전기 제품은 맛이 떨어짐)  

2. 감자 간것은 손으로 꼭짜고

3. 국물은 가라앉혀 전분만 남게 한 다음

4. 감자 짠것과 가라앉은 전분에 소금간으로 반죽하여 

5. 우려낸(멸치 다시마) 다시물에

수제비 떼어 넣듯 동글동글 경단처럼 빚어 

끓는 다시물에 넣어 동동 떠오르면 완성

6. 무순 잔파 김 깨소금 등을 고명으로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