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에서
오륙도 쪽으로 해안도로를 걸으면
농바위가 보인다









옛날 옛날 '고리짝' 이라고 말하는
고리버들이나 싸리나무 등으로 
엮어서 만들어 놓은 고리짝을
포개놓은 듯한 형상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석가모니 같다고도 하고
쪽진 할머니보살 같다고도 하는데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길을 내었다.
말 그대로 '청정'이다.













이기대를 오르는 입구에는 
아카시아 흰꽃이 바람에 날리더니
해안으로 갈 수록
찔레 꽃이 많았다.

빛깔이나 모양이 수더분하지만
찔레꽃만큼 사람 마음을
잡아 당기는 꽃도 드물다.


찔레꽃 군락을 보면 
하얀 꽃향기 닮은 
글 한편을 쓰고 싶다.








내가 즐겨 들고 다니는
야생화와 어울리는 가방


작아서 좋고
가벼워서 좋고
얌전해서 좋다.








이 소박한
가방 안에 쏙 들어가는 
다이어리를 선물받았다.


빨강색
나는 감히,
옷빛깔과 입술빛은 엄두도 못내지만
소품 하나쯤은 갖고 싶었다.


 이 다이어리에
 나의 단상들을 메모할 것이다.

내가 외출할 때마다
따라 나설 것이다.

요즘 
큰방에서 거실로 나갈 때도
거실에서 큰방으로 들어올 때도
들고 다닌다.








 
집에서 정화수 한 사발과 다이어리 
상위에 올려놓고
병풍앞에서 고할 수도 있지만...

문학은 발로 자유로워야 할 것 같다.
더 넓은 천지신명 자연앞에서
지금, 신고식 하는 중이다.


막, 빗방울은 떨어지기 시작하고








나의 남편이
이런 내마음 눈치채고
얼른, 찔레꽃을 한다발 꺾어와
축하하는 중이다. 







이 귀한 다이어리를
누가 나에게 선물했는가.

갖고 싶다고 노래처럼 말했을 때
사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으나
'신세를 지면 자유를 잃는다.'


나는, 자유롭고 싶었다.


 
"내 손이 내 딸이다"
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 내가 선물했다



사랑의 달, 오월
오월 내내
만져보고 꺼내보고 펼쳐보고 ...

이제,
쓰는 일만 남았다.


옛날, 고리짝에 귀한 것 차곡차곡 채워
딸을 시집보내듯
정말, 좋은 글 써서 내보내고 싶다.



 




황톳길을 걸어 내려오는 길
밑에서 오륙도가 기다린다.
이기대에서 비를 만나
흠뻑 다 젖었다.

그리고 사흘내내 비가 온다.

비 맞기 아주 좋았 던 날.

시작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