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놀이중
흰부라우스를 보면 무지 설렌답니다
흰색 브리우스의 마니아입니다
요러코롬
작은 가방을 보면 만들고 싶어요
30년전, 혼수품에 들어있던
구정뜨게 바늘을 꺼냈습니다
ㅎㅎ
아직 녹이 슬지 않았네요
솜씨도 녹이 슬지 않아야 할텐데...
E - 마트에 가서 구정뜨게 실을 샀어요
왜, 하필 검은 색이냐구요?
요즘은 가끔 상가집을 갈 일이 있는데
들고갈 마땅한 가방이 없어요
조의금 봉투
손수건한장
핸드폰
자동차 키
요런 정도의 소품만 들어가면 되고
수첩이나 시집 한권을 넣는 것도 괜찮죠
너무, 심플한가요
나는 개인 적으로
멋없는 멋을 아주 아주 좋아한답니다
초등학교 때, 신발주머니 크기입니다
지나치게 밋밋하면
대놓고 초상집 분위기죠
오래된 원피스에 달린 꽃 한송이 달아봤어요
조금 우아한가요?
초상도 그냥 예의상 들여다 봐야 하는 곳에는
슬쩍 멋을 부려도 마음이 괜찮지만
같이 가슴 저미는 슬픔도 있죠
그런 날은 꽃 없는 장식을 달아요
검은 원피스를 입거나
간단한, 예를 들어 와인파티
이름이 너무 거창한가~~~
그럼, 맥주파티
소주라도
아니
ㅋㅋ 그냥 누가 커피한잔 하자고 초대하면
붉은 장미 한송이는 애교로 달고 나가죠
대부분 사람들은
꽃 한송이 따위에는 눈길을 안줘요
왜냐구요?
브랜드 있는 명품가방이 아니기 때문이죠
핸드메이드만 누릴 수 있는 숨은 '미'랍니다
나는 혼자 이런 경지를 무지무지 즐깁답니다
조금 더 화사해지고 싶다구요
바구니를 만들고
알록달록 복합색으로 꽃을 한 송이씩 뜨죠
모양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바구니 안에 가득 담으면 점점 더 화려하겠죠
너무, 럭셔리 한가요?
꽃 바구니 네개를
가방 위에 얹으면 안에 내용물도 보이지 않고
귀중품을 잃을 염려도 없죠
그물 망 효과를 한답니다
곧 장마는 지나가겠죠
생성하는 모든 것은 소멸하게 되어있으니요
햇볕 쨍쨍 비치는 날,
하얀 브라우스에
손 가방 들고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