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국화꽃 그늘에 빌려

국화꽃 그늘을 빌려
살다 갔구나 가을은
젖은 눈으로 며칠을 살다가
갔구나

국화꽃 무늬로 언
첫 살얼음
또한 그러한 삶들
있거늘
눈썹달이거나 혹은
그 뒤에 숨긴 내
어여쁜 애인들이거나

모든 너나 나나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잠시
살다가 가는 것들
있거늘


호미   2008-12-03 15:30:19
아직도 국화 꽃 그늘아랜
- 남들은 들국화라고하고 저는 쑥부쟁이라고 하는 꽃그늘에
짧은 미련의 고비를 쥔 가을이 숨어있는 산길에
철없는 개나리가 엷은 햇살을 이고 노오란 꽃을 달았다.
못난 놈, 저러다가 정작 봄이 오믄 지는 뭘 피울라꼬?
개나리의 노랑빛에 시비거는 남편의 미운 입심에 공연히 발끈해진다.
"저놈은 암만 그래사도 내년 봄에도 또 노랗게 피는 재주가 있능기라."
지는... 그라고, 나는....
한번도 제대로 못 핀 아감지만 달고 있어면서....
늙어간다는 게 세상사 모든게 샘나고 억울하기만 하다니
얄궃어라.얄궃어라.참, 얄궃어라......

내 마음 그늘아랜 살다가는 모든 것이 서러웠던가보다.
빙호   2008-12-04 02:48:19
국화꽃 그늘을 빌리거나 아니면
붉디붉은 사람의 마음을 임차해
살아가는 처지라서
삶이 더 힘들고 벅찬지도 모른다.
이젠 제 몫의 빚을 상환해야 할 날이
점점 가까워져오는 우리는
하루하루가 불안한 빚쟁이가 아닐까.
류창희   2008-12-04 19:25:42
호미님 잠시 피었다지는 꽃들이

'花落花開開又落 錦衣布衣更換着~'
꽃이 떨어지고 꽃이 피고, 피고 또 떨어지고
비단옷을 입고 베옷을 입고 다시 바꾸어 입는 것이라

피고지고지고피고
사계절 계절마다 피는 꽃을 따라 완상할 수밖에...
저 꽃이 바로 나려니...
그리하여 또 피려니 ^^*
빙호   2008-12-05 09:09:08
기억하고 말고요. 저는 아직도 장석남 시인을 좋아합니다.
우선 시인의 목소리가 크지 않으면서 대단한 것을 말하는
그 차분한 어조엔 긍정적이면서도 따스한 사랑이 흘러넘치는 것이
지천명을 지난 지금도 제 마음은 흔들리고 있지요.
그래서 장석남시인의 근황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보랏빛의 신비로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설레이는지도 모릅니다.
류창희   2008-12-05 17:45:08
막, 50의 숫자가 내게로 올때
아직 '장석남'이 누구인지 모를 때

"생각나세요?
빙호님께서
이 시를 제게 보내주셨습니다.
그때 '오동꽃'을 받을
흰수건을 마련하여 레이스 뜨게를 하였지요.
거뜬히 인생의 5월을 맞이하여
지금 '화양연화' 를 누리고 있습니다.

<오동꽃>

장석남

다른때는 아니고,

참으로 마음이 평화로워졌다고 생각하고 한참 만에

고개를 들면 거기에 오동꽃이 피었다.

살아온 날들이 아무런 기억에도 없다고,

어떡하면 좋은가... 그런 평화로움으로

고개를 들면 보라 보라 보라

오동꽃은 피었다 오오

무엇을 펼쳐서 이 꽃들을 받을 것인가.
류창희   2008-12-05 17:51:21
빙호님 오타를 고치려고 하니
삭제가 되며
다신 시도하니 순서가 바뀌는군요.

금요일은 아버님과 식사하는 날이잖아요.
오늘 날이 갑짜기 추워
보일러 빵빵 때놓고
최유라 조영남 '지금은 라디오시대'들으며
맛있는 집밥 준비하면서 ... ㅎㅎ
막간을 이용해서^^*
은하수   2008-12-05 19:26:12
맛있는 집밥...
울 신랑이 제일 좋아하는 말인디...
전 맨날 맨날이라 맛있는 다른 집밥이 먹고파요.
잘 드셨는지요.
류창희   2008-12-06 09:30:10
ㅋㅋㅋ 남자들 다 그래요.

다만, 내집 굴뚝에 연기 안피우고
내 손끝에 물 안무치고 ...
그래서 비닐 장갑끼지요.

국화꽃은 아니더라도 남편그늘을 빌려
나도 집밥이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