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베르동 계곡쪽으로 가는 길
내비게이션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다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나라가 바뀐다
프로방스를 향하여
인천공항에서 시작해 집 떠나온지 일주일만에
드디어 프로방스 입성이다
인천에서 바로 파리로 들어가 니스행 비행기를 탔으면
하루 이틀만에 올 거리지만
우리는 독일에서 부터 자동차를 렌트해
되도록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 풍경을 보려고 애쓰다보니
돌아 돌아 돌아왔다
역시 남프랑스 시골답게 한산하다
유럽인들이 휴양 오는 휴양지다
주로 휴게소 도로변에 펼쳐놓고 먹는 점심이다
요렇게 예쁜 꽃마차 앞에는
작은 출장소 같은 파출소가 있다
사람이 너무 없어 불안한데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인사를 한다
더러 자전거 하이킹 족이 있다
사방 어디라도 카메라를 눌러도
한결같이
파란하늘, 푸른 초원, 아기자기
그림엽서같다
야영장에 도착했다
엄마를 만난 듯
고향에 와서 등잔불을 켜 놓은 듯
호박 꽃이 환하다
캠핑장 안이 공원처럼 넓다
마침 서커스단이 들어와 설치중이다
서커스 단이 머무는 몽굴식 파오도 있다
텐트 안에 누워 내다보는 여유
오랫만이다
텐트 곁에 오랫만에 빨래도 해 널었다
나의 남편은 킴핑장 안에
국적도 모르는 꼬마친구들과 게임중이다
서커스 단원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미말 아기 말, 새 원숭이, 오리, 공작
총동원이다
관리사무실에서 의자도 빌려와
책읽으며 휴식하니
우리도 여행이 아니라
일상처럼 휴양하는 기분이다
간이 수영장도 있고
의자도 텅텅비었다
인터넷도 무료로 터져
아이들에게 카톡과 캠핑장 앞에서
인증샷도 날린다
수속을 밟고 돈을 다 지불하면
킴핑장마다 비밀번호를 가르쳐준다
하루에 몇번을 들락날락
차단막대기가 열리고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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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월
스위스는 하루거나 한 달이거나 일 년이거나 도로비가 똑같다. 일 년으로 나누면 아주 저렴한 편이지만 하루를 지나가는 이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고속도로 진입하여 표 빼고 톨게이트에서 돈 지불하고.
우리는, 아니 나는 분단국가 38선이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 국경에 한하여 촌스럽다.
서울에서 할머니 댁에 갈 때, 축석고개에서 항상 시외버스에 헌병이 타고 검문을 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때도 괜히 가슴이 두 방망이질을 했다.
어제저녁 숙제 안 한 것밖에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뭔가. 유럽연합은 특별한 국경이 없다.
켜놓은 스마트폰에서 문자가 왔다는 신호가 계속 울린다.
내가 이탈리아에 온 줄 어찌 알고, 내가 프랑스에 온 것을 어찌 알고,
내가 스위스에 온 것을 나도 모르는데 기계가 어찌 알고
문제가 있으면 영사관으로 대사관으로 연락하란다.
국경을 넘었다는 알림이다. 분단국가로서는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선들바람, 맑은 햇빛, 파란 하늘 뭉게구름 마가렛 미나리아재비 개양귀비 미루나무 바게트 블루베리 방울토마토….
아~ 드디어 고속도로 표지판에 니스 간판이 보인다. 드디어 짜잔~ 짠! 프로방스에 들어왔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깐 눈 붙이다 “갑시다!”라는 말이 가장 힘들다. 나는 항상 15분만 쉽시다. 일각을 말하지만, 다리 펴고 기지개 켜고 고개 앞뒤로 젖히며 쉴 준비운동이 15분이다.
남편은 연애 시절부터 목적이 있으면, 밥도 굶는다. 그래서 나는 경부선 기차 안에서 굶주림에 쓰러진 날도 있다. 넉넉잡아 삼십 분쯤 쉬면 좋으련만...
잠시 화장실 갔다 오고 지도 펴서 한번 보고는 또 “갑시다!” 외친다.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목표지향적! 구간 포스트 경주하나. 아~ 정말!
물레방아도 있는 레스토랑에서 고픈 배가 아니라면
에스프레소 한잔의 멋과 폼과 피로도 풀고 하련만….
갈 곳이 있으면 선걸음에 나서니
금슬 좋다는 잉꼬는 어느 쪽 하늘로 날아갔을까.
황새와 뱁새만 길 위에서 입이 댓빨이나 나와 성큼성큼 종종종종 쫓아다니느라 가랑이가 찢어진다.
첩실이 따로 없다. 내비아씨 고얀년 밉다.
니스를 2시간 남겨놓은 곳의 캠핑장. 5시도 되기 전 야영장에 정착하기는 처음이다. 밥도 하고 스테이크도 굽고(만만한 것이 스테이크다. 소고기 가격도 부위마다 등급마다 다양하다. 고기 야채 과일은 우리나라보다 싼 것 같다.) 주위산책도 하고 야영장 사용료 20유로로 천국이다.
유랑 텐트생활을 하다 보니 35도가 넘는 불볕더위에 냉장고 없이 차에 싣고 다니면서 버티려면 하루 동안 썩지 않는 것만 고른다. 우유보다 음료, 딸기보다 토마토, 아무튼 생것보다는 염장 쪽을 산다.
야영장은 어린이 천국이다. 에어백에 물을 채운 수영장 낙타 오리 말 닭 병아리 서커스단도 들어왔다. 몽골식의 파오도 있다. 어디 가나 축제다. 그중 이곳저곳 돌면서 보니 여러 개의 서커스이벤트가 지역마다 요일을 달리해 순회하는 것 같다. 마치 우리나라 5일장 서듯. 여행객은 거리를 지나다가 보너스 받은 기분으로 관객이 된다. ‘우리가 도착하는 것을 어찌 알고 기다릴까?’ 신통방통하다.
캠핑장은 아파트 택지 분양한듯하다. 차와 텐트 한개의 공간이 정해져 있다.
인터넷도 와이파이도 무료로 터진다.
캠핑장 안에 레스토랑도 있다.
뭐처럼 메일확인 카톡사연 휴식이다.
2013년 7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