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퇴계묘소

중국의 공맹이 있다면 한국의 퇴계가 있다.
禮葬을 하지 말고, 조그마한 돌에다 ‘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라고만 쓰고
뒷면에 간략하게 향리와 조상의 내력과 지행과 출처만을 새기도록 한 담백한 유언에 덧붙여,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고 하셨다더니, 퇴계묘소답게 소박하다.










송나라의 임포는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같이 여겨 梅妻鶴子라 했다던가.
퇴계는 매형 매선 매군으로 친근하게 부르며 매화를 梅寒不賣香이라하였다지.
매화는 어쩜 퇴계자신이었을 지도 모른다.

특히 매화를 사랑하여 평생 동안 매화시를 지은 퇴계라면
매화보다 맑고 향기로운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무심하셨을까.





누가 놓고 갔을까.
묘소 앞에 아직 싱싱한 꽃다발이 놓여있다.
얼핏 한 여인이 보이는 듯하다.
혹시, 퇴계만을 섬기고 사랑하며 종신 수절하였다는 그녀는 아닌지….
일찍이 ‘毋不敬’을 배웠건만, 하필 신성한 곳에서 나는 왜 두향이가 떠오르는지.
하지만 퇴계에게 그런 운치조차 없었다면 문향을 어이 떨쳤으며,
그 어려운 성리학을 어찌 우리 곁에 생활화 시켰을까








(맏며느리 금씨의 묘)


인간적인 퇴계의 따뜻한 숨결은 맏며느리 금씨의 묘에서도 보인다.
당시 세도가였던 금씨의 집안에서 가세가 빈한한 퇴계가 앉았던 자리를 미천하다 하여
물로 씻어내고 대패로 밀었다지 않은가.
그 실례를 탓하지 아니하고 며느리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어
사후에도 아버님을 정성껏 모시겠다며 퇴계의 묘 아래에서 지금도 시아버님을 모시고 있다니
효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만드는 것이리라.






바람행인   2009-05-24 17:18:04
조그마한 돌에다가 이름만 새기가 하신 퇴계선생처럼
조그마한 비석하나 세워라 하고 낙화하셨네요.
비가 오락가락 씁쓸한 일요일입니다.
연가   2009-05-25 08:47:19
퇴계선생 묘 위에 포장지 쌓인 꽃다발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어울리는 군요.
정말 두향이 다녀 간것처럼, 느낌이 오는데 ... 꼭 연출 같아요.
류창희   2009-05-30 22:26:11
바람행인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주 작은 비석하나' 라고 했지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꿈꾸다' 처럼.

우리 모두 비석의 문구로 남길
한줄을 마음 속에 새기며
애도를 표합니다.
류창희   2009-05-30 22:29:00
연가님,
그날 오전이었는데 참 신기했습니다.
도포나 두루마기 입고 지팡이 짚은 어른들이 주로 참배를 하는데,
싱싱한 신식 꽃다발이 있기에, 반갑기도 하고 ...
아무튼 이색적이었습니다.
박경란   2009-06-08 16:29:17
구경 하고 갑니다.
류창희   2009-06-08 20:52:39
박경란님^^
구경 잘 하셨어요?
시간 되시는 대로 수요일 창작반 수업에도 나오세요.
가을여자   2009-06-09 09:11:35
꽃다발이 퇴계선생을 환생시키는 군요
류창희   2009-06-09 15:50:38
의외의 장소에서 꽃다발 보는 순간,
마음이 뭉쿨하던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