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퇴계묘소
중국의 공맹이 있다면 한국의 퇴계가 있다.
禮葬을 하지 말고, 조그마한 돌에다 ‘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라고만 쓰고
뒷면에 간략하게 향리와 조상의 내력과 지행과 출처만을 새기도록 한 담백한 유언에 덧붙여,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고 하셨다더니, 퇴계묘소답게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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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의 임포는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같이 여겨 梅妻鶴子라 했다던가.
퇴계는 매형 매선 매군으로 친근하게 부르며 매화를 梅寒不賣香이라하였다지.
매화는 어쩜 퇴계자신이었을 지도 모른다.
특히 매화를 사랑하여 평생 동안 매화시를 지은 퇴계라면
매화보다 맑고 향기로운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무심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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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놓고 갔을까.
묘소 앞에 아직 싱싱한 꽃다발이 놓여있다.
얼핏 한 여인이 보이는 듯하다.
혹시, 퇴계만을 섬기고 사랑하며 종신 수절하였다는 그녀는 아닌지….
일찍이 ‘毋不敬’을 배웠건만, 하필 신성한 곳에서 나는 왜 두향이가 떠오르는지.
하지만 퇴계에게 그런 운치조차 없었다면 문향을 어이 떨쳤으며,
그 어려운 성리학을 어찌 우리 곁에 생활화 시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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