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카운트다운, 이틀 전
시댁까지는 30분 거리
오늘 일정은
도우미 아주머니처럼 9시 출근하여 일하고
저녘에 집에 돌아오는 거다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또 가고 또 돌아오고
이렇게 사나흘이 지나면 명절이 지나간다
막 길을 나서는데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금 늦게 11시쯤 와라"
졸지에 얻은 짜투리시간,
주차장에서 나와 아파트를 한바퀴 돌았다
풍경 1
여덟살쯤 되는 사내 아이가
제법 큰 중닭 한마리를 안고 걸어온다
웬거냐고 물으니 집에서 키우는 거란다
병아리 때부터 키우는데 밥도 먹고 과자도 잘 먹지만
특히 면을 좋아한다고 한다
밖에 나와 개미나 지렁이를 먹도록 해주며
산책도 시킨다고 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목소리 톤까지 높혀 신바람나게 설명한다
풍경 2
중앙공원 가로수 길에
자매인듯한 작은 소녀 둘이 머리를 맞대고
숟가락 만한 꽃삽으로 땅을 파고 있다
소꿉놀이인가 싶어 끼어들어 보니
몇 알의 강낭콩을 심고 있다.
이슬보다 서리가 가까운 계절에 싹이나 틔울지…
내가 물을 흠뻑 주라고 하니
수줍게 “예” 인사하며 분무기로 솨솨 물총을 쏜다.
풍경 3
두세 살 되는 사내아이가 너덧 살 되는 형을 쫓아간다.
뭐가 신이 나는지 까르르 까르르 짓이나 웃는다.
내가 손을 흔드니 걸음을 멈추고
‘빠이빠이~!’ 하며
또 까르르 웃는다.
뒤에 또 한 아이가 뒤뚱대며 뛰어간다.
키도 얼굴도 옷도 똑같다.
쌍둥이 형제들이다.
아이 어미가 까불다 넘어진다고 소리친다.
풍경 4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꽃송이들처럼 오색 빛으로 모여 있다.
한 여자 아이는 색동저고리를 입었고
또 한 여자아이는 당의를 입었다.
사내아이는 새신랑 같은 한복에 마고자까지 입고
또 한 사내아이는 도령 모자는 그런대로 맞는데
바지가 껑충 올라갔다.
가슴은 꼭 여몄지만,
배꼽이 보일 정도로 저고리가 짧다.
아마 지난해보다 한 뼘은 자란 것 같다.
유치원 버스가 오니 조르르 달려가
“선생님, 안녕하세요?”
배꼽 인사를 한다.
명절예절교육 시키려나보다.
희망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