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의 고향 그라스
라벤더 축제가 열리는 곳이란다
끝없이 펼쳐진 라벤더밭를 꿈꿨다
남편과 둘이 유럽 자유여행을 다니면서
말도 글도 모를 때
가장 쉬운 여행방법을 택한다
그 동네 시티투어를 일단하는 것이다
미니 기차를 차고 한바퀴돌며
방향감각도 익히고
어디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내리는지 살폈다가
곳곳에 내려보는 것이다
차를 댈곳이 없어 몇바퀴를 돌면서
열이 오를대로 올랐다
그냥 지나쳐 버릴까 싶다가도
내비에 맞춰 어렵게 찾아온 공이 아까워 헤멨다
미니열차가 지나가는 골목들이
어찌나 좁은지
지나갈 때마다 숨죽이고 있다가
빠져 나가면 "오우~"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한다
단거리 저가 항공을 탔을 때도
기장이 보이지 않아도
"브라보!" 외치며 박수를 친다
액션과 리액션은 사람을 흥기시키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눈씻고 찾아봐도 거리행진의
축제는 없다
미술관도 가고 박물관도 내려가 본다
16세기부터 향수 산업의 중심지로 향수의 메카라는데...
누구나 이곳에 오는 것을 꿈꿀만큼 규모와 명성이 프랑스 최고라고 한다
향수 공장, 향수 연구소, 향수 박물관, 향수 상점 등이 있다
프라고나르 향수 공장
이곳은 박물관이다
그런데 향수의 역사와 향수를 만드는 기술
내가 원한 곳은 향수 공장이 아니다
라벤더 밭과 그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농가들을 보고 싶은 것이다
난 위에 있는 액자속의 귀부인이 아니니
라벤더 밭에서 꽃이나 자르는 역할,
노예가 더 낫다
그리고 각종
비누 향수 목욕용품 기념품을 파는데
장난 아니게 비싸다
유럽사람들은 바구니에 몇개씩 골라 담는다
나도 바구니를 들고 몇바퀴 돌았지만
한가지도 사지 못했다
향수 코너에는 등급마다 어마어마하다
화장품 코너도 성황이다
우리에게는
마을 광장이 가장 편하고 좋다
어린이들 체험놀이도 보기좋고
길거리 노천에서 이름없는 아이스크림도 맛있다
8월 4일 일요일
벌써 열이틀째, 프로방스 생활이다.
올 때는 막연하더니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밥하는 방법도 설거지하는 방법도
냉장고 없이 생고기 먹는 방법도 밥솥의 열기를 이용해 계란부침 하는 법도 터득했다.
철들자 망령난다더니 머물 수 있는 지혜가 날마다 늘어난다.
그라쎄에서 나는 그로끼 상태로 지쳤다.
겨우 어느 관공서 앞에 시간제 주차증 빼서 거리에 나섰다.
라벤더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길거리 밴드축제를 하는 가무단이 지나가는데 방방거리는 나팔소리만 컸지
내가 상상한 가면을 쓰고 팡파레 울리는 20 몇 개의 개념으로 여는 축제가 아니다.
덥고 다리는 아프고, 씹는 것도 귀찮아 아이스크림 집만 있으면 사 먹자고 조른다.
“내가 여기 왜 왔는지….”
이쯤에서 하루 휴식하고 싶다.
반 지하면 어떻고 철제 침대면 어떻고 삐걱거리는 나무침대면 어떤가.
이 거리 저 거리 몇 개의 나라와 마을에서 천막을 친 생활이 달포나 넘었다.
내 집 앞마당에서 별보고 자는 것도 하루면 넉넉하다.
내 손으로 텐트치고 내 손으로 밥솥에 쌀 안치지 않는 ….
하루쯤 몸을 아무 곳에나 집어 내던지고 싶다.
걷는 것도 경치도 타는 것도 먹는 것도 자는 것도 ...
오로지 쉬고 싶다.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짝지는!
2013년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