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의 고장 소우
라벤더를 찾아 소우로 넘어가는 길
그림 같은 라벤더 밭이 나왔다
사실 보름만 일찍 갔더라면
엽서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졌을 텐데
수확철이 끝나 초록빛이 많이 섞였다
그래도
또 이만한 횡재를 어디서 또 만나겠는가
아무도 없다
이토록 한산한 곳에
누가 라벤더 농사를 지을까 싶을 정도로
인적이 없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붕붕 날아다니는 벌들도 내 발걸음에 바쁘다
동네가 작고 오밀조밀 예쁜 곳이 많다
지극히 아주 지극히
프로방스다운 곳이다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중년들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산책하고 맛있는 것 사먹고
소품 상점들도 느리게 여유있게 조용하다
호객행위 따위는 없다
구경하고 만져보고
향기맡아보고
그야말로 휴양지다
동네 안에 성당은 꼭 간다
따끈따끈해진 피부를 식히고
더위를 피할만한 곳은
에어콘이 드문 유럽에서는
성당이 최고다
라벤더 방향제도 꽃송이도 샀다
사실 그곳에서는 무지 귀한 건데
한국에서는 별로다
한국사람들은
샤넬이나 샤넬에 버금가는 브랜드
면세점 것이 아니면
푸대접을 받는다
그런데 소우를 방문하면
왜,
유럽사람들이 소우를 향해 가는지
이해가 간다
그곳의 프로방스다운
정취에 흠뻑 취해 노니고 누리는 곳이다
느리고 예쁘다
어느 시간쯤에서 멈춘것 같다
그래서 그곳에 그냥 머물고 싶다
우리도 텐트에서 자고
다음날 또 갔다
치즈도 우유도 맛있다
엄마와 딸도 예쁘다
원피스 입은 모습이
빵과 꿀 커피도
길게 줄서서 산다
반짝 시간 안에만 판다
동양인도 흑인도 젊은이도 드물다
야영장도 넓고 한산하다
한국에 대해 잘 안다며
주인이 자전거를 타고 와 안내를 한다
어젯밤에 비가 많이 왔었다며
비오던 상황을 설명한다
우린 어제 비 때문에 아를에서 한 바탕 물난리를 겪을 것을 말 안했다
프랑스어도 모를 뿐더러
소우 야영장 메니져가 너무 친절하여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역시 촌의 소박함이다
옆 집, 캠핑카에 살고 있는 듯한
뚱뚱한 프랑스 아저씨는
농기구들을 들고 와
도와줄것이 없느냐고 물어본다
남프랑스 사람들이 친절하다더니 실감난다
퇴직한 부부들이
야영장에 장기임대하여 산다더니
말로만 듣던 휴양족인것 같다
소우가 그런 곳인지
집집이 캠팽카 근처에 화분들도 놓여있다
휴양지에서 그렇게 일 이년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일상을 휴가 나온 듯이
아예 유선까지 설치하고
야영장에서 생활한다
우리도 한국에 가서 그렇게 살아봐야겠다
넘어가는 길도
넘어오는 길도
보랏빛 라벤더 밭이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시 돌아와
탠트치고 말리고
한적하고 여유롭다
조촐한 연어 스테이크 과일 와인
야영장도 시골일수록 자유롭다
시설이야 물론 화장실과 세면장이 멀어 불편하지만
오랫만에 한가하다
2013년 8월 8일~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