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만남의 반가움에


"예쁘게 예쁘게 찍어"
마냥 소녀같다.



한 여름 오기 전에
미루지 말고^^*
차 한잔 핑계삼아^^*
찾아뵙고 싶다.






10여년 전,
동서들과 시어머님을 모시고
박정자 고두심 윤석화가 공연하는
<신의 아그네스>를 보러 갔었다.
그날도 오늘 처럼
수녀님이 앞에 계셨다.

내가 반갑게 인사를 하니
어머님이 아는 사람이냐고 물으셨다.
우리 여학교때
수녀님의 시집<민들레의 영토>를
읽으면서 자랐다고 했다.

절에서 '꽃보살'이신 어머님은
앞으로 절대로
수녀들과 친하지 말라고 못 박으셨다.

연극을 보고 나오시면서
아그네스가 임신한 부분만 꼬집어
'쯔쯧! 수녀가 애를 배다니...'
몹씨 언짢아 하셨다.
아마도,
혹시라도
며느리를 카톨릭에 빼앗기면 어쩌나
걱정하셨었나보다.

남편과 나는 '외인'으로
ME모임에는 갔었지만
아직
신자는 아니다.

5년 전쯤,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있는
<김성동 추리문학관>에서
문학강연이 있었다.

그날,
검은색 망또를 입으셨는데 아주 고왔다.
참 예쁘다고 하니

"사람들이 나보고 '이영애'를 닮았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이영애가 '이해인 수녀'를 닮았다.

올 신춘에
내책<<매실의 초례청>>을 보내드렸다.

알록달록
파란 나비, 빨강꽃, 노랑꽃, 보라꽃, 분홍꽃.
색연필로 줄쳐진 카드편지에는
수녀님 흑백사진 한장과 더불어

'제 모친이 돌아가신(07.9.8) 여동생 집이 길음동이라,
그 동네 이야기를 더욱 따뜻하고 정겹게 읽었습니다.
불쑥 전화 걸기 보다는 카드 한장이 더 소박할것 같아 ...'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책과 같이 보내주셨다.

수녀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산책삼아 <해인 글방>에 차 한잔 하러 오라는
초대를 받았다.

차일피일 미루다
벌써 몇달이 지났는데,

오늘 딱 걸렸다.

"오늘이 생일이라 냉면 한그릇이 먹고싶어서..."
"저는 퇴근하는데, 냉면 먹으면 힘이 날것 같아서..."
(유월이 생일인 사람들은 이때쯤 되면 매운 맛이 끌리는가 보다 )

차 한잔 마시러 안오면
"내가 류선생 논어강의 들으러 갈까요?"

주섬주섬 가방속에서 책한권 꺼내 건네며
"내가 번역한거야"
<<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흰손수건 꺼내 입가리며 수줍게 웃으신다.

해맑은 미소에서
어느덧
세월이 겹쳐보인다.

6월 4일 수요일



류창희   2008-07-24 08:01:45
2008년 7월 15일자 받은 메일

해인 수녀님을 위해서 많은기도 부탁드립니다.

수녀님께서 어제 대수술을 하시고
지금 투병중에 계십니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고 하시네요.

마음을 모아
해인 수녀님의 빠른 쾌유를 위해서
한마음으로 기도해주시기를 거듭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해인 수녀님..
어서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셔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