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박인수
데뷔 50주년 기념 음악회
향수
모 일간지에서
"사람이든 정치든 예술이든 권위주의가 몸에 붙는 순간 망해요"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성악가가 대중가요를 부른다
큰일날 줄은 알았다
신성불가침? 지역에서
오로지 진정성만 요구하다 국립오페라 단에서 잘린사람
서울대 교수라는 타이틀에 훤칠한 외모로
여성팬보다 중년 남자 팬들이 더 많은 사람
네 살 때부터 돈을 쳐들여서 음악을 가르친다고
세계적인 연주자가 된다면
그것처럼 불공평한 게 어디 있나
될 놈이 되지 더군다나 성악은.
나는 테너다, 한량중의 한량인 ...
제자들과 함께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을 했다
(신문기사의 한 장면)
호걸의 풍채는 세월로 사위었으나
정년퇴임(2003년) 후에도 활동이 왕성하다
"혼자선 못해요 '박인수와 음악친구들' 이란 타이틀로
제자들과 같이 다닌다
'향수' 박인수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고
일반 대중에게 '클래식이 별거 아니구나'
친근감을 느끼게 한 거장을 봤다
사진은 흐릿하지만,
김성빈 김성준 김성진 박현재 신동원 양인준 왕승원
윤상준 이성민 전종옥 정의근 정호윤 정현호 박성은
모두 대단하여 가까히 볼 수 없는 현역들이지만
스승앞에 제자들이
레고불록의 꼬마병정들 같이
한명한명 캐릭터가 귀여웠다
스승의 가르침은 말 안해도
한자리에 모였다는 자체가 증험이지만
스승의 밥을 얻어 먹고
스승의 옷을 얻어 입었다는 궁상은
내가 그의 제자도 아니건만 꺼억 꺼억 목젓이 뜨뜻하다
한마디로 부럽다
그리고 멋지다
멋지게 보다가
재미있게 보다가
클레멘 타인에서 울다가
향수에서 감미롭다가
진도아리랑에서 신나다가
O sole mio 에서 일어섰다
마치 지중해를 지나면서 차창밖을 내다보며
일어나 환호하듯이 ...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나의 짝지도 나를 잡아 앉히지 못했다
그날 저녘 비가 와서 춥기는 추웠지만,
그 정도 '오버' 코트는 입을만 한데 ....
사람들은 기립하여 손벽치지 않는다
75세의 노장, 앞에서
어찌 벌떡 일어나지 않겠는가!
언제, 내가 그를 다시 본다는 기약이 있을까
박인수와 그의 제자들
(박인수는 친구들이라고 불렀다)
나도 그들과 더불어 향수속에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