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융플라우
야영장에서 한국청년을 만났다
어머니와 아들이다
어느회사 직원으로 독일에 근무하여
휴가차 왔다고 한다
엄마와 서른이 훌쩍 넘은 장성한 아들의 여행
엄마와 아들, 부럽다
그러나 나는 그다지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는다
청춘은, 여자와 남자 사랑하는 사람과 와야한다
하고 싶은 말은 융플라우 가는
풀코스 여행 할인티켓을 우리부부에게 줬다
내가 새댁시절
시부모님께서 다녀오셔서
누누이 말씀하시던 얼음 동굴
아는 길도 물어라
거꾸로 타면 다른 나라다
한 여름 7월 말에
눈이 보인다
아차! 한눈팔면 짝지를 잃어버릴 판이다
수도 없이 기차가 들어온다
다시 산악기차로 바꿔타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 다 빠져나가고
나는 혼자 남는다
"여보야!, 우리 놀다 가자"
트래킹코스 문을 열고 들어선다
다음 기차를 타지않고 철뚝길을 건너
트레킹코스로 내려갔다
자유여행의 좋은 점은
다음 코스의 호텔이나 기차를 예약해 놓은 것이 없으니
한 나절, 혹은 하루를 놀더라도 서두를 것이 없다
이곳은 사람도 없다
나와 내짝지를 위해
천상의 정원을 갖춰놓은 곳이다
나의 짝지
나도 제법 찍으려는 자세는 되었다
세계의 관광객을 실은 기차가 도착할 때마다
나는 짓이 났다
스카프를 펼쳐들기만 하면
스위스의 신산이 바람이
흰색 빨강의 스카프를 휘날린다
환영 페레이드다
내가 혼자 미친짓 같지만
기차에 탄 사람치고 손을 흔들지 않는 사람이 없다
사진기를 들이대고
한국아줌마의 퍼포먼스를 찍는다
뭐 어때!
이럴려고 여행하는 것 아닌가
내 짝지는 이제 이력이 나서
내가 하는 짓이 그려려니 하지만
다른 함께 하는 일행이 있다면
나는 벌써 왕따 당했을 것이다
누워도 좋고 앉아도 좋고
하늘은 파랗고
산봉우리는 눈이 쌓여있고
발밑은 꽃판이고
햇살은 삼복더위 칠월 말이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사계가 다 있다
꽃은 천지고
여보, 꽃 예쁘지?
채터리부인의 외출
메디슨 카운티의 남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처럼
내 짝지가 바쁘시다
산악열차를 타고
융플라우로 올라가는 길
나의 특기
화관만들기다
결혼 31주년, 다시 포로포즈해주세요
진짜 놀고 있다
꽃속에 있더니
금새 눈밭이다
드디어 전망대 도착
인증샷 찍는 포토존이다
여덟곁 껴입고 화관쓴 여자와
머리 성성 하얀 남자
'환영합니다' 한글도 기다렸다
한 여름의 눈밭
양말 두켤레 신고 샌달신고도 발이 시렵다
나는 비상용 비닐봉지를 또 켜켜이 껴 신었다
몸을 30분쯤 녹여
2~3분 나가 바람을 맞는다
살을 에이는 추위와 강풍인데도
국적 인종 남녀노소
누구나 저곳으로 나가면 환호와 환성을 지른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다 일어선다
정신이 확 맑아진다
가지마
싫어
나는 이런 사진 참 좋다
이곳 정상에 오르면
티켓에 신라면 교환권으로 컵라면을 받아 먹을 수 있다
한두시간 추위에 벌벌 떨고 먹는
얼큰하고 따끈한 라면
진짜, 감동과 환상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라면 홍보하는 꼴이 되었는데
홍보전략이라도
세계만방에 확실한 홍보다
돌아 내려오는 기차안
마치 1년을 머문 듯 보람차다
융플라우
보고 끝!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제 길 건너 마트에 가야한다
장을 봐야 저녁을 먹는다
오늘은 융플라우 밑에서
스위스 '퐁듀' 한번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그래 그래 맛 있다는데....
다리 하나 건너
야영장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텐트가 기다리고 있다
역시 천막이라도 집이 좋다
해가 기니 밥해 먹고
야영장 안쪽 마을 인디언 촌에 산책도 나간다
돈 있는 인도사람들
강가 혹은 호수가에 요트 세워놓고
유럽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다는
스위스에서 이렇게들 살고 있다
띄엄띄엄 집들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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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일
융프라우
기차, 풀밭, 화관, 경치, 여름에 눈이라니. 팡팡 터지는 환호성. 한군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스카이라운지에서 나눠주는 경품, ‘辛라면’ 감동이다.
2013년 7월 28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