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에세이 / 예담

 

서문 - 왜 어떤 가게들은 일부러 드러나지 않게 골목에 꼭꼭 숨어 있을까. 교토의 역사와 토양이 만들어낸 사람들의 습성, 일관되게 지켜온 가치관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 결코 변지 않을 어떤 의지와 마음가짐들 그리고 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교토 고유의 정서들. 교토와 교토 사람들은 자부심이 드높았지만 동시에 겸손했다. 일견 차분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단호하고 강인. 내가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타인을 향한 예의를 중시. 성실하게 노력하지만 결코 무리하지는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스스로 만들어갔고, 끝없는 욕망보다는 절제하는 자기만족을, 겉치레보다는 본질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감. 도쿄가 감각의 도시라면 교토는 정서의 도시. 살아가면서 생각의 중심을 놓칠 때, 내가 나답지 않다고 느낄 때,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마음을 비워낼 필요가 있을 때, 왠지 이곳 교토가 무척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사색을 위한 기차 - 기차는 철도 위를 빠짐없이 꾹꾹 밟으며 달린다. 그 타협 없는 반듯한 전진 덕분에 원래 살던 장소에서 가장 멀리 가고 있다는 아득한 기분에 젖는다.

혼가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여인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내면에 숨겨놓은 것만 같다.

여행이 주는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상기된 모습은 너무 애틋해서 그 모습 그대로 지켜주고 싶어진다.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에서 교토 시로 들어가는 기차의 이름은 하루카’. 기차가 사람들의 일상 공간 사이로 태연히 다닌다.

풍경 자체에선 생활감이 물씬 풍기는데 정작 그 풍경에 사람이 빠져 있다.

 

알고 찾아가는 정성 - 겨우 보일락 말락 한 흰색 글자, ‘io plus'. 어쩌면 이렇게 숨바꼭질하듯 찾기 어렵게 만드나 싶은 원망과, 드디어 찾아 낸 기쁨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일부러 눈에 잘 보이는 간판을 달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찾기 어렵도록.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가게를 만들고 싶었어요.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더 정성껏 집중하겠다는 태도는 단순히 물건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목적의식이 아닌, 손님과 가게의 인연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이 책의 글자크기 색깔도 그렇다. 내 나이, 내 눈으로는 돋보기 끼고도 좀 힘들다)

사람이 많이 몰리다 보면 주인이 원치 않는 유형의 사람들도 와버리고 일도 번잡해져, 자신이 바라던 서점의 모습을 잃을까 봐 우려했다. 지나다 우연히 들르는 손님보다 이 서점의 존재를 사전에 알고 일부러 찾아와주는 손님을 편애하기로 했다.

개인의 가게는 그 개인 고유의 삶의 방식에 깊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정교한 안목과 단단한 자부심 없이는 결코 가질 수 없는 태도다.

만나야 할 인연은 어떻게든 반드시 서로에게 닿을 운명이기에.

 

세월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 10, 20년 된 가게는 아예 명함도 못 내민다. 최소한 3대에 걸쳐 지켜온 가게라야 교토에선 노포: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시니세)라는 영예로운 호칭이 주어진다. 노포가 의미하는 것은 신용이다. 한눈팔지 않고 전통을 지켜온 가게가 있고 거기에는 일편단심인 손님들이 존재한다.

내가 원조라고 주장하는 법도 없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자기 가게만의 고유한 색을 지켜나갈 뿐이다. 녹이 슨 듯한 세월의 흔적, 향수 어린 감성을 교토는 더 가치 있게 여긴다. ( 글도 삶도 이렇게 살고 싶지만)

가령 노포의 현관문을 열거나 장막을 걷고 들어갈 때 먼저 말을 거는 쪽은 가게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다. “실례합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이렇게 손님이 먼저 가게 안쪽의 주인에게 조심스럽게 묻고 입장하는 것이 교토의 예절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일은 인간 대 인간, 면 대 면으로 가치를 주고받는 진중한 행위.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수제품을 더 가치 있게 여겨 선택하는 것이 교토 사람들일 것이다.

 

부부가 함께 일한다는 것 - 동네 단골로 보이는 백발 단발머리 할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와 카운터 석 맨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평소 선호하는 일종의 지정석인 모양이다. “블렌드 커피죠?” 다 알면서도 한 번 더 친절한 미소로 확인하는. 바랜 푸른색 리넨 셔츠에 연회색 앞치마를 두른 정갈한 차림이었다. 주근깨를 그대로 드러낸 그녀의 꾸밈없고 까무잡잡한 얼굴에 아주 잘 어울렸다. 카페 홈페이지에 이런 글이 게재되었다. ‘우리는 남편과 아내인 동시에, 아빠이자 엄마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저희가 일하는 뒷모습을 보면서 미래의 자양분이 되어줄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면…….’

봄이 되면 이 카페 인근의 가모강변은 크로바 꽃이 초록빛 잔디밭에 한가득 피어나 마치 동화 속 나라처럼 환상적인 풍경이 된다. 이런 훌륭한 경치를 자신들만 즐기기가 아까워 요시다 부부는 가모강 피크닉 세트를 메뉴로 고안했다. 커피가 든 보온병, 머그, 구운 과자, 리넨 매트를 넣은 피크닉 바스켓과 함께 카페 밖 처마 밑에 걸린 미니 원목 테이블과 스튜를 원하는 손님들에게 대여하는 서비스다.

부부가 함께 일한다는 것은 거의 하루 종일 같이 지낸다는 의미다. 그렇게 일상이라는 이름의 모험을 함께 시작하고 생활이라는 이름의 신비를 알아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 서점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면서 잠시 숨이 멎었을 것이다.

이미 검증 된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이거야라고 확신한 책을 차근차근 팔아나가자고, 우리 나름의 스터디 셀러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이다.

점원들은 손 글씨로 책 소개 문구를 직접 써서 모든 책 안에 정성스럽게 집어넣었다. 마음을 담아 추천했기에 문구들은 설득력이 있었다.

일본 전역과 외국에서도, 사람들은 이 각별한 서점에 오기 위해 일부러 이 조용한 외곽 동네를 찾게 되었지만 동네서점으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렇게 유명해졌어도 여전히,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웃 주민들을 가장 소중히 여겼다.

, . 실내 촬영은 괜찮습니다만 책을 보고 있는 다른 손님들은 찍지 말아주세요.” 점원은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당부했다.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타인을 향한 세심한 배려는 내가 언젠가 고스란히 돌려받게 될 호의이기도 하니까.

초판, 중판 그리고 절판 - 나는 에코백 애호가다.

절판은 더 이상 독자들이 찾지 않아 추가 인쇄를 포기한 책을 일컫는다. 자신이 쓰거나 만든 책이 절판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서운 주인장들만의 매력 - 오니기리(삼각김밥)전문점, 좁고 기다란 5평 남짓한 공간에 고작 열 개의 카운터석 주인장의 아우라에 압도당한다. 30대 초반 머리카락은 완전히 다 밀었다. 눈은 보리새우처럼 작고 가장자리가 위로 찢어졌다. 얼굴 왼쪽 뺨엔 칼로 길게 베인 자국이 선명하다. 과묵한 이 남자, 많은 풍파를 겪었을 법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전직 야쿠자가 손을 씻고 나와 가장 근본 적인 을 만지는 느낌. 외모에 위축됐다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 이대로 나갔다간 오히려 더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메모지에 주문할 음식을 표시해주십시오.” 손님은 무조건 그가 시키는 대로 하는 하는 분위기다. 허리를 곧게 펴고 경건한 자세로 주인장이 오니기리를 집중해서 빚는 모습. 철 가마에 지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흰쌀밥. (절도 있게 빈틈없이) 그의 험상궂은 인상이 풀리는가 싶더니 냉큼 받아가라는 뜻이다. 매일 와서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정이 느껴지는 손맛, 손님들이 다 먹어갈 때쯤 몸을 돌리더니 날카로운 저음으로, 밥을 다 먹고 나면 그릇은 자기 쪽으로 올려달라고. 손님들은 저도 모르게 칼같이 그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되지만 주인장의 고압적인 태도가 어째 하나도 밉지가 않다. 가게 이름 아오 오니기리’ ‘파란 도깨비온 동네 어린이들이 밥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지루해하거나 심심해할 무렵, ‘옛다, 내 얼굴이나 그리고 있어라종이와 필기기구를 건네주는 것이다. 그가 인상 쓰고 말을 하면 아이들은 자동적으로 충성을 다해 그릴밖에!

처음에 주인장을 보고 조금 무서워했던 딸아이도 그림을 그리느라 그 얼굴을 계속 유심히 쳐다보다 보니 저절로 편안해진 것 같다. 여기 온 어린이들은 모두 도깨비에게 흘리듯이 매료되는지도 모르겠다. 일견 무뚝뚝하고 괴팍해 보이는 사람이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내가 원고 작업하러 가는 상수동 단골 카페의 남자 사장님도 무뚝뚝하고 잘 웃지도 않고, 웬만한 사람은 그 기에 눌릴 만큼 존재감이 강하다. 커피 값을 계산하고 집에 가려고 하면 불쑥 토마토나 옥수수나 감자 같은 것 두세 개를 갈색 종이 봉지에 넣어 태연하게 내민다. “너무 많으니까 좀 가져가세요.” 선물로 생색내기는커녕 처치 곤란 물품을 처리해버리려는 듯한 태도를 연기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코끝이 찡하여 책읽기 잠시) 손님들이 불평하거나 말거나 그는 늘 하던 대로 자신의 감독 의자에 편하게 앉아 읽고 있던 두꺼운 소설책으로 돌아갔다. 그런 대단하고 무시무시한 카페 사장님이지만 정작 내가 심통 난 어린아이처럼 언짢고 울적한 기분을 얼굴에 다 드러내며 원고 작업을 하고 있으면 역시 대수롭지 않게 평소 내가 좋아한다고 말해왔던 노래들을 슬그머니 틀어준다. 그러고 나선 으레 또 모른 척. (이 세상에 나의 존재를 묵언으로 응원해 주는 그 누군가 있다면, 참 살맛나지 아니한가!)

 

풍경을 위해서라면 - 교토 거리의 간판. ‘맥도날드교토에서만큼은 갈색 바탕에 채도가 낮은 노란색 로고, 그리고 흰색 바탕에 갈색 글자다. 교토에서는 검정색과 하얀색으로 절제되어 표현한다. 전통 거리의 정체성에 맞춰 ‘STARBUCKS'가 아닌 스타벅스

교토의 경관 조례법, 지나치게 화려한 간판 색깔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바랜 듯 이름의 글자 색상은 흰색, 검정색, 갈색 외에는 접수가 되지 않고 특히 선정적인 느낌의 빨간색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교토의 특정 거리는 아무리 높아도 대략 5층 건물을 넘어설 수는 없다. 전통 거리의 은은하고 서정적인 풍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업의 간판 색깔은 얼마든지 바꾸겠다는 암묵적인 다짐.

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화류가에서는 아름답지 못한 전봇대를 땅 밑으로 넣어 전선 없는 거리로 만들어 놓고야마는 의지.

나 혼자 튀기보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려는 마음, 각자가 조금씩 양보하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가모강과 사람들 - “너의 글은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는 웅장한 바다가 아니라 잔잔한 물결을 머금은 강 같아. 겉보기엔 잔잔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보기보다 훨씬 깊은.”

규모가 작아도, 겉보기에는 색이 연해도, 테두리가 고르지 않아도, 사람들이 다가가면 사색을 하게 만드는 존재.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면.

폭이 좁아 중간 중간에 징검다리를 심어놓은 가모 강. 서울의 한강처럼 크지도 않고, 파리의 센 강처럼 밋밋하지도 않다.

정처 없이 교토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가모 강 근처에 가 있곤 한다.

어쩌면 가모 강은 깊게 내쉬는 한숨이기도 하고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는 담배연기이기도 하다. 긴장을 풀고 잠시 나를 내려놓는다는 뜻 마음이 내키면 바로 시내 번화가에서 가모강변으로 빠져나오기만 하면 된다. 드넓은 하늘 아래 앉아서 여백을 음미하거나, 천천히 걷거나, 덩그러니 눕거나,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거나, 캔 커피를 마신다.(우선 5, 일주일, 보름, 한 달, 그 다음 집을 렌탈하여 1년 사계절을 살아보고 싶다. 강의 안 하고 바하 안 보고 아버님 안 계시면 꼭 그렇게 해보고 싶다.)

느릿느릿 걷다 보면 구석구석 빈틈으로 사유가 비집고 들어오기도 한다. 교토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고 싶다면 가모 강으로 가면 된다.

가모 강 강기슭에 같은 간격(2미터)을 두고 주욱 않아 있는 커플들의 풍경이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한다.’

 

카페 소사이어티 - 카페나 다방은 생존이 아니다. 하지만 무용한 것들이 삶에 윤기를 준다. 교토 사람들은 카페라는 공간을 사랑해왔다. 카페는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제아무리 호화롭게 실내장식을 한들 카페를 이루는 핵심 요소는 바로 거기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그것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좋은 느낌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카페는 매력을 풍긴다.

출신도 환경도 다른 사람들이 각자 한 공간에서 평안한 시간을 보낸다. 그 조화로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약간의 거리감을 가지고 모두 조심스럽게 예의를 지킨다.

교토의 카페만큼은 모든 사람들을 차별 없이 수용한다. 카페만큼은 손님을 고르지 않고, 귀천을 따지지 않으며, 처음 온 손님이든 단골이든, 모든 만남을 그때그때 소중히 하고자 한다.

, 오셨어요?” 그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때로는 동석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눈다. 단골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카페에 모였다가 흩어지며 하루의 일부를 공유한다.

카페 안은 만석이고 밖에는 손님들 대여섯 명이 대기 중이이어도 분위기는 흔들림 없이 차분하고 손님들과 직원들도 전혀 쫓기는 기색이 없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만큼 카페에서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다 갈 자유가 있다.

익명의 사람들이 제 발로 모여들어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천천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일. 이는 사람들의 삶에 여백과 에너지를 동시에 주는 역할을 한다. 불필요한 마음의 짐을 덜고, 머릿속을 비워내고, 혹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새로운 힘을 얻어 거는 것. 이것이 카페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규칙적으로 카페에 나가 원고 작업을 하는 나로서도 이제는 카페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카페 순례 헤밍웨이(우리 집 캡틴 배 몰고 나간 사이, 마린시티의 카페에서 글 퇴고하는 여인은 또 하나의 풍경)

 

교토의 빵 사랑 - 체인점 빵집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개인이 운영하는 프랑스 불랑제리풍 빵집이다.(교토와 파리는 자매 도시 결연을 맺었다) 교토의 마데가와거리를 걷다보면 이런 빵집들이 장관을 이룬다.

교토 하면 일본 전통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깔끔한 일본 음식만 먹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교토 사람들은 라멘과 교자(일본식 군만두), 서양에서 온 을 몹시도 사랑한다. 휴일이면 집 근처 커피 점에 모닝 세트(토스트와 계란, 커피로 구성된 간단한 조식메뉴)를 먹으러 온 가족이 출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기도 하다. (아이파크 아티제 모습)

 

교토의 아침 식사라고 하면, 뜨거운 녹차에 흰밥을 만 것에 절임 채소 반찬을 곁들여 먹는 정도. 여유 있게 아침밥을 차리거나 음미할 시간이 없었다.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그릇을 사용해서 끼니를 때우는 일. ‘밥은 저녁에나 먹으면 되지 뭐일하면서 한 손으로 빨리 먹을 수 있는 빵을 점심으로 선호. 교토 사람들은 생활의 편의에 따라 빵을 먹게 되었고, 익숙해지고 좋아하게 되었다. 빵에 대한 애정, 합리주의. 교토 사람들의 식생활은 검소하고 소탈하다. ‘오반자이검약정신과 선대의 지혜, 생활의 실용주의와 합리주의가 교토의 식문화.

 

물건에도 철학이 있다 - 일부러 찾아가기 불편한 장소, 손님들에게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와줄 거리고 믿었기 때문 (류창희 수필산책 사이트처럼) 정직한 가게에서 정직한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나도 정직한 글을 써야지, 하는 초심이 돌아온다.

 

좋아하는 것이 이끄는 대로 - ‘사우나노 우메유’(사우나 매화탕이라는 뜻) 공중목욕탕(센토) 같이 대중목욕탕에 다닐 수 있는 사이란 얼마나 친밀한 사이일까.

 

한 번쯤은 다와라야 료칸에서 - 300년 역사. 교토에서 다와라야 료칸에 묵는 것은 하나의 명징한 로망. 객실 하나하나에 일본 고유의 문화가 고도로 농축되어 있다. 자연과 빛, 예술, 온화함과 정숙함이 어우러져 있고 객실에서는 유리 창문을 통해 청초한 일본 정원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분명 나머지 열일곱 개의 객실도 손님들로 곽 차 있을 텐데 작은 소음 하나 들리지 않는다. 이 고요함은 객실 배치나 복도의 동선, 가구 배치나 조명 상태 등, 양질의 고독함은 가장 섬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상태로 세심하게 계산되어 연출된다. 이 고급스러운 감각은, 혼자 있을 때의 고독보다 어쩌면 더 고독다울지도 모르겠다. 다와라야의 손님은 종업원들에게 그 마음읽히게되어 있다. 단 열여덟 개 객실의 손님들을 향한 예민한 촉. 손님이 그 순간 속으로 원하는 것을 읽어내고 그것을 신속히 제공하는 일에 유능하니 과연 명문 로칸답다.

오늘 누리기 위해 내일을 희생하기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인내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40(나는 60)에 이르니, 때로는 합리적인 소비같은 것을 깐깐하게 따지지 않고 그저 순순히 마음이 끌리는 것을 경험하고 싶다. (그래, 언제 한 번 해보나. 정신 맑게 육체 멀쩡하게 언제까지 살거라고.) 충동적인 일탈들이야말로 우리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인생을 버티게 해주는 비일상의 희열이 아닐까.

 

우리가 몰랐던 화류가의 인생 - 교토의 상징, ‘게이코’ ‘게이샤수련한지 1년이 채 안 되는 신입마이코들은 붉은 립스틱을 아랫입술에만 칠한다. 얼굴에 흰 분을 바르는 관습은, 전기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에 촛불 아래서도 그녀들의 미모를 잘 보이게 하기 위해. 타 지역으로 출장을 가기 위해 신칸센 기차나 비행기로 이동할 때도 졸거나 잠이 들어서는 곤란하다. 마이코가 어린 여성 특유의 화사함이나 아리따움으로 승부했다면, 게이코의 위치에 오르는 순간부터 성숙하고 우아한 어른 여자’. 게이코의 기모노는 심플한 디자인에 무채색 계열로 차분해지고 머리 장식도 은은하고 단순한 것을 쓴다. (그렇다 해도 20키로 육박하는 기모노에 2키로 가발) 매혹정인 자태와 품성을 가지고 춤과 노래의 재능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절제와 규율, 철저한 자기 통제를 거쳐야만 했고,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비로소 접대는 예술의 경지를 올라갈 수 있다. 그녀들은 오늘도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신비롭고 고고한 여성성의 전통을, 천 년 고도 교토를 배경으로 오롯이 지켜나간다.

 

처음 오신 분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게이코와 마이코가 손님을 접대하는 오차야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있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라도, 돈이 많은 대기업 사장님이라도, 누구나 얼굴을 알아보는 유명한 연예인이라도, 소개 없이는 단호하게 출입금지다. 교토의 텃새문화. 까탈스럽거나 도도하다고 보기보다는 가게를 최상의 상태로 보전하기 위한 장치. 오랜 인연을 맺어온 손님을 배웅할 때는 다녀오십시오다시 찾아도 마치 오늘 아침 배웅한 것처럼 이제 오셨어요라며 친근하게 맞이한다. 우리 가게의 물건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손님, 우리 물건의 가치를 이해해주지 못할 것 같은 손님, 신원을 알 수 없는 손님에게는 자신들의 물건을 팔고 싶어 하지 않는다. *** 세상에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와 돈에 지지않는 사람의 방식이 존재함을 알려주는 결기 있는 태도.

 

교토식 소통 법 - 여느 교토 가정집의 풍경. 어느덧 식사 때가 되어간다. 손님은 눈치껏 현관으로 향한다. “어머, 벌써 가시려고요? 오차쓰케라도 한 그릇 드시고 가시지 그러세요.” ‘슬슬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네요.’ “아유~ 그런 섭섭한 말씀 마시고믿어서는 안 된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얼른 퇴청해주는 것이 양식 있는 교토인의 자세다. 인근 오사카 사람들은 식사 때가 되어도 밥을 주지 않고 돌려보내는 교토의 이런 문화를 납득하지 못한다.

교토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내전. 철저한 사전 계획으로 식생활을 조율해나갔고 손님 방문으로 가족들이 굶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교토의 소통 법은 직설 금지교토 사람은 말을 모호하게 하고 알아듣기 어렵게 우회적으로 표현. 과거 몇 번이고 전투의 현장. 적과 아군이 구별조차 잘 되지 않는 시대를 하도 많이 겪다 보니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모호한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자신들의 고유 영역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속을 드러내지 않는 간접 화법. ‘교토씩 언어는 신비하다는 찬사와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 두 얼굴의 화법.

식당주인이 카운터에서 멋진 시계를 차셨네요.” “저희 집 그릇에 흠집이 날지 모르니 식사할 때는 시계를 좀 빼주세요휴대전화소리, “많이 바쁘신가 보네요.” 전원 좀 꺼 주세요. 메뉴를 보며 추천해주실 만한 게 있나요?” “글쎄요촌스럽게 굴지 마라. 다 맛있다.

교토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제안했을 때, “고맙습니다, 그것 참 좋군요.”50프로 퇴자. “생각 좀 해볼게요.” 100프로 거절. 대놓고 싫다고 하면 상처를 입히니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 자신을 낮추고 몇 번을 꼬아서 말꼬리를 흘리듯이 말한다. 나도 상처받고 싶지 않지만 상대의 마음도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

 

*** 진정한 호사 - 세월은 흘러 진짜 명품 브랜드 가방을 제대로 가져볼 새도 없이 에코 백만을 들고 다니게 되었다. 이런 모습이 가장 나다운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고급스럽거나 비싸 보이는 무언가로 나를 설명하거나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교토는 명품 브랜드 매장의 거세가 현저히 약하다. 교토 사람들은 소비에 있어 검소하고 냉철하다. ‘내 형편에 맞지 않는 것은 사지 않는다. 교토인의 자연스러운 감각이다. 그들은 허세를 경계한다. ‘루이 비통 브랜드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그것을 가지고 다니는 부끄러움에 더 예민하다. 한편, 교토 사람들은 교토라는 단어 자체에 자랑할 만한 브랜드 가치가 있음을 내심 알고 있다. 교토에서는 무엇이 진짜일까? 학벌이나 회사의 명함, 얼마나 부자이고 많은 걸 가졌는지를 어떻게든 겉으로 드러내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함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레테르는 피상적인 상징에 불과하다. 진짜로 실력이 있다면 품위가 생기고, 품위가 있으면 성급하게 주장할 필요가 없다. ‘자기 자랑은 금물이다. 대놓고 하는 자랑만큼 창피하고 촌스러운 것은 없다. (반성, 프로필 쓸 때마다 근사하게 쓰려고 노력했었다)

*아무리 명예로운 성취라도 자기 입으로는 먼저 밝히지 않는다. 남에게 칭찬을 받으면 겸손하게 부정하는 것이 당연한 예의이기도 하다. 교토 사람들은 돈보다 가치관이나 살아가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그들은 심플하고 온화한 삶의 방식을 지지한다. 교토라는 환경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하기에 나답게 살아가면 그것으로 만족, 무엇이 나중에 깊은 충만감을 줄 수 있는지, 그것이 진짜인생. 진정한 호사란 내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그 삶의 방식을 정할 자유일 것이다.

 

아름다움을 지켜나가는 일 - ‘신신도 교토대학 북문 앞 지점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카페 안에는 손님 세 명이 각각 혼자 앉아 있었다. 세 사람은 이따금 동작을 멈추고 천장 꼭대기나 창밖 풍경에 눈길을 주곤 했다. 비현실적인 정적이 실내에 감돌았다. 이 낯선 감각이 뭘까. , 이곳에선 음악을 틀지 않고 있다. 음악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손님들의 생각과 감각에 자극을 주고 있다. 이 공간에 모여들며 두루 섞어 앉아 따로 또 같이 커피와 고요를 음미한다. 이토록 침착한 분위기는 이곳 주인과 종업원들의 사려 깊은 서비스 덕분. 늘 편안한 미소로 자신의 할 일을 하되 손님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손님이 달랑 커피 한 잔만 시켜놓고 오랜 시간 눌어붙어 있어도 그것이 카페의 사명이라고 여김.

교토의 아침은 이노다의 커피 향기에서 시작한다.’ 커피문화. 원래 멋있었던 물건들은 다소 낡더라도 여전히 멋있다.(사람도)

 

진화하는 공동체 -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교토에서는 어디 새 가게가 생기면 한 다리 건너 지인이 차린 경우가 많다. 서로 알 뿐만 아니라 그들은 서로 돕는다. 교토는 손님을 빼앗아 오려고 경쟁하기는커녕 서로 손님을 보내주려고 한다. 동종 업계 사람들끼리 느슨하게 연대하여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모습은 이상적인 공동체의 구현이다. 교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자 성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기주의를 조장하지는 않는다.

 

자전거와 청춘 -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변화하는 계절을 가장 먼저 예민하게 감지한다. 쌩쌩 달리다 보면 바람의 온도와 내음으로 그 변화를 느낀다.

 

차분하고 강인한 존재 - 교토는 아마도 여자일 것이다. 섬세함과 복잡함, 교토에서는 실제로 남자보다 여자가 더 돋보이는 존재다. 언뜻 봐서는 남자보다 약해 보이지만 유연해도 절대 부러지는 일이 없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심지 하나만은 여자가 굳세다. 교토의 여자들은 자기 의지로 씩씩하게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녀들의 남편들은 감히 아내를 향해 대체 누구 덕에 먹고 사는데!’의 가부장의 권위를 내세울 수가 없다.

교토 여자들에겐 온화한 강인함이 있다. 눈앞의 이익을 좇거나 일시적인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신중해지고 인내하는 것을 선택한다. 내적으로도 성숙하지만 행동거지와 말투, 옷매무새 등 외적으로도 못지않게 신경을 쓴다. * 젊고 예쁜 외보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기품 있는 몸의 움직일 것이다. 서 있는 자세나 걷는 모습, 인사할 때 손과 팔의 종작 등,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가운데 세련미가 풍겨 나온다. * 몸동작이 아름다운 사람들은 화법조차도 우아하다. 평소에도 겸손하고 사려 깊은 언어를 구사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체적인 색상과 패턴의 균형부터 양산과 핸드백 등 액세서리 소품의 조화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걸친 것이 없다. 그 고호한 모습은 오랜 시간에 걸쳐 하루하루 쌓아 올린 자기 관리의 내공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교토 출신 여자라는 타이틀은 하나의 훈장이다. 예컨대 여성에게 출신지를 물어 봤을 때, ‘교토에요사람들은 오우~, 하고 감탄하면서 그녀를 보는 눈이 확 달라질 것이다. 고고하고 강인하면서도 혼자 견디는 법을 체득한 여자 주인공들. 그녀들은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선망을 한 몸에 받지만, 동시에 독립과 자유를 갈구하기에 자신을 구속하는 모든 것들에 저항한다. (바로, 나다.) ‘그리고 그녀는 교토의 여자였다라고 마무리를 해주면, 상황이 정리. (그녀는, 교토의 여자였다. , 이대 나온 여자야!)

 

교토 남자 - 교토 사람들이 오사카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영국인이 마음속으로 미국인을 경멸하는 것과 비슷하다. 교토 사람들은 오사카 사람들이 시끄럽고 단순 무식하며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반면 오사카 사람들은 교토 사람들이 까탈스럽고 자존심이 너무 강하다고 불만이다. 교토와 오사카는 예로부터 앙숙지간이다. 오사카 사람들은 교토를 진짜 실력도 없으면서 의뭉스럽고 허세만 가득한 도시라고 공격한다.

전 오사카 사람이 아닙니다.” “전 멀더라도 교토에서 오사카로 출근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오사카와 교토가 같은 간사이 지방으로 묶여도 교토부심으로 선을 긋는다.

교토 출신들은 한마디로 교토를 너무도 사랑한다. 평생 교토에 살고 싶다고 교토는 자극적인 변화무쌍함과는 거리가 멀다.

 

숙소의 주변 동네 - 여행지에서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곳은 숙소다. 숙소주변을 무작정 걸어보며 염탐하는 일은 그 숙소를 나의 집으로 삼으려는 행위다.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를 둘러보며 아침저녁으로 산책 나온 강아지처럼 숙소 주변에 영역을 표시하다 보면, 어느새 그 풍경에 익숙해지고 정이 들어버린다. (네팔 포카라 다알리아 호텔 주변 일주일간 골목골목 동서남북 누볐더니, 골목도 카페도 풍경도 가게도 사람도 기질도삶도 그래서 또 가서 그곳의 주민이 되고 싶고. 인도 바라나시 숙소주변도 고향처럼 찾아가고 싶다.)

내가 선택한 숙소. 아무래도 좋다. 깔끔하고 세련된 장소들을 발견하면 감각이 자극받아 즐겁고, 개성 넘치고 번잡스러운 유흥가가 주변에 있다고 해도 그건 그것대로 불량청소년이 된 듯 한 스릴이 있다.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리는 소란스러운 동네일 수도 있고, 편의점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동네 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없으면 없는 대로의 호젓함과 우수를. 있으면 있는 대로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며 걸으면 된다. 일종의 가상현실.

책방에 손님이 없어, 할아버지 혼자 돋보기를 끼고 조용히 혼자 책을 읽으시려는 찰나에, 잠시 방해하고 내가 그날의 마지막 손님이 되어드리고 싶다. 할아버지 모습이 좋다. (내가 보는 작가 모습이 더 좋다.)

 

잊지 못할 배웅 - 어제오늘 친근하고 활달하게 말을 붙이던 치요 아주머니는 적어도 한 달은 이곳에서 지내다 가는 사람들을 아쉽게 보내는 것처럼 인사를 했다. 누가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은 기운이 등 뒤로 느껴져 휙 돌려보니 아까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때와 똑같은 자세로 서서 우리가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절대신 서양식으로 캐주얼하게 손을 흔들었다. 자신이 접대한 손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인사를 하고 또 한다는 교토 오모테나시(대접)’ 이야기는 진짜였다. 단 한 번의 만남일지라도 (일기일회) 손님 역시도 그 너른 정성에 기꺼이 응답해야만 한다. 모퉁이를 돌기 전, 반드시 자신이 신세를 진 가게 쪽을 뒤돌아봐야한다. 겉으로는 조금 차가워 보일지 몰라도 실은 은근한 속정으로 여운을 남겨주기에 교토와 교토 사람들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 고요한 방, 고요한 멋 입구에 화장실, 싱크대, 창가에 작은 소파, 침대 가까이에 나무로 된 원형 탁자, 구석에 냉장고. 방 안의 모든 것이 지극히 소박하고 간단했지만 결코 밋밋하지는 않았다. -요코 오가와 완벽한 병실(원룸에 필요한 것, 완벽한 결국 인생은 관 하나로 끝난다!)

 

* 일본은 화려한 색깔, 반짝임, 과한 장식을 철저히 배제. 심미적인 것, 자연소재, 전통 종이 창호지 문으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 채도가 낮은 색채, 그늘진 구석 같은 소박함을 담은 집이 쾌적하고 사람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

 

맛이 담백할수록 세련된 요리 (재료를 그대로 먹거나 그대로 익힌 것)

안주, 접시 위에 그림 작은 접시에 꽃 모양으로 자른 오이, 삶은 메추라기 알 반쪽, 장밋빛 소스, 미지근한 사케 한잔, 옻칠한 젓가락과 젓가락 받침대 준비 생활이 예술이다. (우리 어머니는 늘 요리가 접시의 꽃무늬를 가리는 것을 지적하셨음)

 

*흔적 없는 향취 향수는 기모노에 은은하게 배게 한다. 향을 직접 발산하는 것은 무례한 일.

 

* 몸짓의 미학 행동 하나하나가 섬세함 그 자체. 새끼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으로 아세톤이 묻는 솜 집기, 두 손바닥에 세안용 비누를 올려놓고 거품 내기, 위에서부터 아래로 머리 빗기, 반대쪽 손으로 방향 가리키기 등 빈틈없는 몸짓. 소소하고 세심한 행동이 일상생활을 아름답고 세련되게 만든다.

 

* 일상생활에서 배어나오는 꼼꼼함 차를 준비하는 일, 다기를 닦는 일, 다기를 엎어 놓고 그 위에 뚜껑을 얹어 말리는 일. 삶의 예술로 알뜰함과 우아함. ‘세심하다라는 표현은 작고 단정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것을 가리킨다.

 

쓰레기를 잘 접어 평평하게 만들어 깔끔하게 봉투 속에 눌러 담는다. 교토에서는 집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가 작을수록 그 집안의 평판이 좋아진다. (교토 오사카 고베 등을 가고 싶다.)

 

세심한 정리가 가져다주는 비밀스러운 기쁨 -

물건마다 제자리가 있고, 그 자리마다 맞는 물건이 있다 - 프랑스 속담 (세상에 내가 누구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엽서 한 장 방 멋 참조) 설거지한 그릇을 말리고 정리하기, 매일 가스레인지를 청소하고 작은 행주를 빨기.

공공장소에서는 큰 꽃으로 장식, 가정에서는 작은 들꽃으로 장식. 아주 작은 것으로 자연의 위대함을 찬양. 이 게바아(일본식 꽃꽂이)는 최소한의 것으로 아름다움을 내는 기술. 데이지 한 송이 잎사귀 두 개, 이 빠진 잔 하나. 생활공간을 충분히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일상의 평화를 유지하는 저녁 의식-

신은 작은 것 속에 깃들어 있다.- 귀스타브 폴로베르

일본 여성은 매일 저녁 주방을 청소하고, 목욕을 하고, 가운을 입는다. 그리고 무사히 마친 일과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예쁜 글씨로 또박또박 적는다. 일상을 은밀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습관이 되었으면 하겠지만, 지금 일부러 이렇게는 안하고 싶다. 하겠다는 자체가 또 다른 숙제)

여성의 미덕? 인내심. 절대로 징징대거나 화를 내지 않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하지 않는 태도가 아름다움의 완성. 또한 아무리 큰 불행이 닥쳐도 미소를 짓는다.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준다고 배웠기 때문. 불행함을 한껏 내보인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없고, 오히려 다음 만남을 피한다. (이런 것 지키고 싶다.)

 

진짜 부자는 부를 과시하지 않는다 - (프랑스나 독일은 국기조차 내걸지 않는다. 미국은 금목걸이 금팔찌 면 티셔츠 가슴에도 커다란 로고 집집이 깃발, 손짓 발짓 하는 행동도 거하게 으스댐이 몸에 배임. 슬며시는 없고 와락 OK) 마음이 빈곤한 사람이 진짜 가난한 사람이다.

 

절제미가 있는 옷 - 눈에 확 띄는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절제만이 신비함을 준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교토에서 회색은 겸손함을 상징. 일본인은 우아함이 그 사람의 부가 아니라 기품에서 나온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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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조용히 스며들어

처음은 34, 그리고 한 달,

한 계절이 좋으면 사계절을 살아보고 싶다.

일본 고베출신인 시어머니께서는 평생 교토 여인처럼 사셨다.

따님이 없으셔 누군가 그 소박하고 조촐한 아름다움을 이어받지 못했다.

며느리들, 아니 한국여자들, 특히 부산여자들의 소란과 와락 반가워하는

정겨운 민낯을 늘 못마땅하게 여기셨다.

그 분이 사셨던 그 모습이 귀한 줄 뒤늦게 절절 가늠해 보며

다 내려놓으면 잠시 교토에 살아보고 싶다.

교토 전통가옥에서 순수한 교토 어른여자 사람의 생활을 보며 몸소 교토문화를 경험하고 싶다.

민가에서 민박하고 싶다, 생의 마지막 화두처럼 간절했다.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라, 내 어머님의 자태가 그리워서다

참으로 고우셨다, 닮고 싶은 분이었다.



그 꿈을 가지고, 지난 봄방학때

세 부부가 2박3일 자유여행을 갔다.

가모강가의 료칸으로.

가모 강가를 걸으며 관광을 하며 식당을 찾아가며 차를 마시며

물론, 위의 밑줄친 내용을 프린트해가서 나눠줬다.(오지랖)

그리고 깨달았다.

어디까지나 교토는 '타인의 취향'이라는 것을!

타인의 취향은 짝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