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로 인하여

맡고 있는 정기 강좌들이 셧다운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이

'일단 멈춤'이다

 

지난 달, 해운대도서관의

<메타논어 논어에세이> 면대면 강의를 시작했으나,

나도 수강하시는 분들도

발열체크 핸드폰번호 인적사항 마스크 동선 등등

수강인원도 15명으로 제한되었다

 

집에 함께 사는 딱, 한 사람

그 분 마음을 사로잡기가 가장 힘들듯

적은 인원이 더 힘들다

 

이런 와중에 강연 제안을 받았다

조심스럽게 움직일 참이다

강의가 또 수강생이

내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귀한 사람들인지

고마운 마음을 담는다

 

 

 

2020 여성 문화예술 아카데미

부산광역시 여성문화회관

주제 : 업글인간 프로젝트

 

본래 150석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띄엄 띄엄 30명을 모신다고 한다.

 

 

 

 

 

 

 

 

 

 

비록, 투명 마스크를 끼고 강의하고

모두 마스크로 패션을 완성했지만,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함을 전한다. 

캐논, 김울프 작가 개인전 '그리고 나는 바다로 갔다' 개최

이세정 기자 sj@enewstoday.co.kr

<사진제공=캐논>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대표이사 강동환)은 다음달 3일까지 압구정 캐논갤러리에서 김울프(KIMWOLF)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그리고 나는 바다로 갔다' 사진전을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김울프 작가가 지난 10년간 꾸준히 촬영해온 수중사진들 중 총 33점을 공개하는 자리다. 작가는 캐논 카메라에 수중 하우징을 장착해 직접 서핑과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역동적인 서핑 사진부터 정적인 바다의 풍경 사진까지 다채로운 바다의 모습을 촬영해 왔다.

특히 직접 보기 힘든 고래부터 넘실거리는 파도 위 서퍼의 모습, 요트대회에 참가한 선수의 모습 등 일상적으로 마주치기 힘든 바닷가의 순간을 작가의 독특한 시각으로 사진에 담아왔다.

캐논은 사진전과 더불어 관람객과 작가가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진행한다.

이날과 오는 24일에는 작가가 직접 작품 내용과 의미를 관객에게 설명하는 '아티스트 토크'의 시간이 마련됐다. 특히 24일에는 '수중 사진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포토 클래스를 열어 작가만의 수중 사진 촬영 팁과 노하우를 알려줄 계획이다.

또 전시에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시원한 풍경의 바다 사진과 함께 작가가 촬영 시 직접 사용한 수중 하우징 및 카메라, 서핑보드 등 다양한 촬영 소품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휴양지의 분위기를 물씬 담은 포토월에서 기념사진 촬영도 이어갈 수 있고 갤러리 방문 인증샷을 개인 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포스팅 후 해시태그(#캐논갤러리 #canonkr)와 함께 남기면 추첨을 통해 프리미엄 라미나 액자를 사은품으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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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울프는 10년의 세월 동안 국내외 요트대회부터 캘리포니아, 마리아나 제도, 오키나와 섬 등 바다와 관련된 스포츠와 풍경을 촬영해온 프리랜서 사진작가다. 바다 사진과 관련된 강연을 진행왔고 QTV 사진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포토그래퍼'에 출연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왔다.

'그리고 나는 바다로 갔다' 사진전은 다으달 3일까지 캐논플렉스 압구정점 지하 1층에 위치한 캐논갤러리에서 진행되며, 별도의 관람료 없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유승구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부장은 "김울프 작가의 전시는 수중 촬영부터 역동적인 해양스포츠의 현장, 넘실거리는 파도의 모습 등 다양한 바다의 모습이 전시돼 있어 바쁜 도심 속에서 시원한 휴양지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캐논은 앞으로도 분야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사진 철학을 이어가는 작가들이 사진전을 통해 일반인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바다사진 찍는 쿨한 직업? "내 인생은 아직도 엉망"

[1인기업시대⑬] 영상제작자·칼럼니스트이자 포토그래퍼인 김정욱씨

16.08.16 07:34l최종 업데이트 16.08.16 07:34l
일자리가 사라진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기술의 발달은 우리 모두를 일자리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오래 전 끝났고, 100세시대 누구나 2~3번의 일(業)을 해야 생존한다. 국가도 사회도 답해줄 수 없는 문제, 결국 개인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내 일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다. 직장을 다니면서, 또는 홀로서기를 통해 '1인기업'을 운영해온 이들에게서 답을 찾고자 한다. '직장 다닌다고 직업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 간파한 '1인기업가'들의 경험담을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말]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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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인도네시아 'G랜드'에서 찍은 셀프사진. 김정욱씨는 물 속에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기분이 들 때에는 영정사진을 직접 찍어둔다.
ⓒ 김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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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선수였던 중학교 시절부터 바다는 늘 그의 가슴을 뛰게 하는 피사체였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던 대학시절, 전공보다 사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주말이면 웨딩사진을 찍어 비용을 감당했다. 4학년 졸업전시회가 끝난 후, 동기들이 취업실습을 나갈 때 그는 아예 삭발을 하고 다녔다. 졸업 후 당장 취업을 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시위였다. 사진가이자 영상제작자 김울프(KIMWOLF), 김정욱(35)씨 이야기다.

"졸업 전시회가 끝나고 4학년들은 찾아보기 힘든 학교에서 혼자 뭘 할까 고민했어요. 느긋한 성격이라 취업에 대한 다급함 같은 건 별로 없었죠. 1시간짜리 서핑 다큐멘터리 등 여러 편의 다큐영상을 만들어 방송국에 팔아 700만 원을 벌었어요. 통장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신용카드 가진 친구를 꼬여 인도네시아 발리로 여행을 떠났죠. 졸업을 앞둔 겨울방학에 구직활동 대신 서핑 사진을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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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부산 수퍼컵 국제요트대회. 부산 수영만에서 매년 5월 첫째주에 열린다. 김씨는 2006년부터 대회의 공식 촬영을 담당하고 있다.
ⓒ 김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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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졸업식에 맞춰 귀국한 그는 6개월 전 학기를 마치지 못해 입사가 불발됐던 iMBC로부터 또 한 번 취업 제의를 받게 됐다. 담당 업무는 MBC 웹사이트에 올라갈 사진을 촬영하거나 보도자료에 필요한 드라마 등 프로그램 스틸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했던 웨딩사진 작업보다 흥미롭고 모두가 축하해주던 안정된 직장이었다.

"막상 해보니 일이 단조롭고 반복적이었어요. 저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젊을 때 뭔가 더 멋진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충동 때문에 결국 운 좋게 입사한 첫 직장을 두 달 만에 그만두고 나왔어요. 이때부터 여행 같은 삶, 방랑자의 삶이 시작된 셈이죠."

취업보다 사진·영상 제작의 길로... 요트타고 67일간 연안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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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강원도 양양에서 장비 침수후 서울로 돌아와 침수 장비와 함께 찍은 사진.
ⓒ by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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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케이블채널 QTV의 사진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포토그래퍼'에 지원한 그는 1300여 명 중 14명을 뽑는 최종심사에 오르기도 했다.

매회 한 명씩 탈락자를 뽑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참가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덕분에 좋은 친구들도 생겼다. 여러 곳에서 강의요청을 받기도 했다. 굳이 취업하지 않고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친구가 자신의 요트로 전국 연안을 일주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제 나이보다 훨씬 오래된 중고 요트였는데 낡고 전기도 안 들어오는 그런 배였죠. 2010년 박효준, 임재환 그리고 저 3명이 1인당 50만 원을 들고 일주를 시작했죠. 경기도 화성에서 출발해 제주도, 부산, 울릉도, 독도 거쳐서 동해까지 장장 67일간 항해했어요."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아이폰3G가 도입돼 트위터가 보급되던 시기, 항해 내용을 실시간으로 알렸더니 몇몇 사람들의 멘션을 보내왔다. 그들 중 지금의 아내가 있었고 항해 도중 제주도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후 인터뷰와 여러 매체에 기고도 하게 됐고 상업 사진을 찍거나 글을 써서 원고료를 받는 일도 생기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 동생과 저는 요트선수였어요. 오전 수업을 마치면 요트경기장에 가서 매일 훈련을 했어요. 그때부터 아마 바다를 보며 감수성을 키웠던 것 같아요. 매일 보는 친근한 바다는 물론 파도가 세거나 날씨가 궂은 날까지 바다의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대자연에 압도됐었죠.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인 동생을 한 번도 꺾지 못해 중도에 포기했지만 사진을 취미로 찍으면서 자연스레 바다를 피사체로 삼게 됐던 것 같아요. '남들보다 바다가 친숙하다'는 배짱이 있었죠."

요트선수 시절 익숙했던 바다... 사고 겪으며 겸손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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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34회 아메리카스컵 월드시리즈 '팀코리아' 를 촬영한 장면, 운 좋게 팀포토그래퍼로 활동했다.
ⓒ 김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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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 케이스를 씌운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바다는 형언할 수 없는 황홀 그 자체다. 또 늘 육지에서만 바라보던 바다와 달리 바다에서 바라보는 육지의 느낌은 특별하다. 모든 것을 삼킬 듯 무섭기 그지없는 바다 앞에 한없이 겸손해지지만 때론 전문가인 척 호기를 부리다 사고를 겪은 적도 많다.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기도 했고 고가의 카메라가 바다 속에서 파손된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사고는 제 잘못이 아니라 그냥 일어나는 것이죠.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거나 분노할 필요가 없어요. 좌절하거나 포기하기보다 사고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중요하죠. '사고는 사고일 뿐'이라는 멘탈을 갖기까지 바다에서 수많은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2012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아메리카스컵 월드시리즈 이벤트의 한국팀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는 등 좋아하는 바다 사진을 찍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수많은 기관·기업들과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오키나와·마리아나·캘리포니아 관광청 등의 온라인 홍보용 사진작업은 물론 노스페이스·데상트·탐스(TOMS)·기아차 등 다양한 브랜드를 위해 일했다. 2015년 사이판에서 열린 사이클 대회 '헬오브더마리아나', 2016년 '롤랑가로스 랑데뷰, 인더시티 인 서울' 사진 및 영상촬영을 담당했고 서울시향 공식 사진가로도 활동 중이다.

"1인기업으로서 제 작업의 장점은 기획부터 스크립트 작성, 촬영,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하기 때문에 빠르고 저렴하다는 점이죠. 또 여러 사람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의도와 달리 산으로 가는 일도 없어요.

대신 기법이 좀 떨어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와 미팅에서도 저는 개인 작업을 고수한다고 말합니다. '김울프는 자신의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제 스타일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찾아오세요."

매순간 다 걸고 산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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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하와이에서 촬영한 서핑 사진.
ⓒ 김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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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사진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다는 김씨는 자신이 좀더 공격적으로 마케팅 한다면 충분히 더 유명해지고 수입도 늘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일에 임하는 자세를 두고 박리다매식으로 쉬지 않고 일하는 것과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하는 것 두 가지 방향이 있다면 후자를 택하겠다는 것. 그래서 규모도 못 키우고 단가도 높이지 않고 있다.

7년 차 1인기업에 접어든 김씨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일을 더할 수도 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치 않다고 말한다. 

"연안 일주 항해 이후 2011년 12월 TEDx 신촌에서 강연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88만원 세대' 이야기를 했었는데 저는 당시 월 88만 원도 못 벌었거든요. 소득은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대체로 예산에 맞춰서 일을 합니다. 가끔 규모가 큰 일을 하게 되면 이윤을 남길 수 있지만 매순간 모든 것을 다 걸고 살아왔기 때문에 모으지 못한 편이죠. 수입은 지금까지 제 삶을 지탱해온 수준입니다."

김씨는 8월 30일부터 압구정 캐논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그리고 나는 바다로 갔다'를 개최한다. 아르바이트 시절을 포함 꼭 10년만이다. 김씨는 자신의 삶이 조금만 포장하면 엄청 화려해보일 수 있다는 점을 잘 안다. 특히 SNS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 삶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직접 경험해보고자 한다.

"SNS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저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까 신경쓰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페이스북을 덜 하고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실제로 풍경을 보는 시간을 늘리려고 합니다. 해보는 것만큼 즐거운 추억은 없는 것 같아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서 살고싶은 대로 살아보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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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세계 4대테니스대회) 랑데뷰, 인더시티 인 서울' 사진촬영 및 공식 홍보영상 제작을 담당했다.
ⓒ 김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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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아이는 어디든 간다'. 지켜야 할 소유물, 가진 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김씨는 첫 개인전에 모든 걸 걸었다. 카메라를 팔아 비용을 마련하고 캐논으로부터 장비를 빌려서 촬영에 나섰다. 홍보도 대행사 없이 스스로 하기로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탕진하며 즐기겠다는 그의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사실 아무것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없어요. 제 인생은 이제껏 승승장구한 적이 없었고 계속 엉망이었죠. 하지만 다음 장면이 뻔한 영화는 재미가 없잖아요. 제 인생이 재미있는 이유는 다음이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이 안 된다는 거예요. 이번 전시도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죠. 제가 순수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할지도 모르고요."







김울프의 바다가 부른다



조류에서 벗어나는 법



무작정 떠난 8개월 제주살이, 이룬 것 하나 없지만 변했다




제1123호
등록 : 2016-08-04 21:20 수정 : 2016-08-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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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는 꽃. 2016년 7월 하와이. 김울프



“오른손 엄지를 평생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어요. 원한다면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사고로 받은 몇 달간의 휴가. 하지만 오른손잡이는 카메라를 쥘 수도, 숟가락으로 밥을 뜰 수도 없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할수록 마음은 헝클어졌고 희망과 절망이 구분되지 않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 불안했고 초조했다. ‘사람들의 참견으로부터, 도시의 경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 내게는 섬이 필요했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제주도에 도착해서 월세 30만원짜리 방을 구했다. 제주에 간 이유는 저가항공사의 표가 싸서였다. 나의 충동이란 겨우 그 정도 수준이었다.



‘해야만 하는 삶’으로부터 도망 나오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다음달 월세는 어떻게 마련하지?’ 같은 생각은 들지 않고 오히려 제자리로 찾아온 듯한 안도감을 느낀다. 작은 섬에선 사방에 둘러싸인 바다가 커 보여 갇힌 느낌을 받는데, 제주도에서는 바다가 바라보기 좋은 크기로 보인다. 섬 전체가 잘 지은 하나의 성처럼 느껴졌다. 몇 달간 이곳에 살 것이다.



해가 뜨면 해를 보고, 달이 뜨면 달을 보고, 별을 보거나 파도를 보고, 구름이 지나가는 것으로 바람을 느끼고 바다에 몸을 담그고, 비가 오면 비를 맞는 것, 제주에서는 그래도 된다. 섬 전체가 관광지이므로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전에는 알지 못했다. 오히려 성공하기 전에는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경지에 도달하기는 쉬웠다. ‘그냥 하면 되는 것임을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 왜 모든 것을 배우고 나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아무도 막아서지 않았는데 나를 막고 서 있었던 건 나 자신이었다. 10년 전, 8개월 동안의 제주살이. 이룬 건 하나도 없지만 많은 것이 변했다. 느긋한 마음은 아무 데에서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순간이 있다. 해변으로 돌아가려 계속 헤엄쳐도 제자리이거나 해변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상황처럼, 노력한 만큼 지치기만 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조류 때문이다. 그것은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고 이겨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류로부터 벗어나는 법은 조류에 몸을 맡기고 흐르는 방향을 살피고,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 아닌 옆 방향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먼 길을 돌아가는 게 사실은 유일한 길일 수도 있다.



나는 지금도 살아내야 하는 삶의 조류로부터 벗어나 태평양 한가운데 외딴섬에 머물고 있다. 8월 말 개인 전시회를 빌미로, 가진 모든 것을 털어서 겨우 도착했다. 매 순간 열심히 사진을 찍어도 모자랄 판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해와 달, 바람과 파도나 멍하게 보고 있다. 스스로 한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다. 어쩌면 이 순간이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리라. 그리고 나는 바다에 왔다.



김울프 프리랜서 사진가



*‘김울프의 바다가 부른다’ 연재를 마칩니다.

좋은 글과 사진 보내주신 필자와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김울프의 바다가 부른다


뒤를 돌아봐요 잘 가고 있어요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확인해주는 것은 지나온 길 뒤에 남는 긴 물띠

제1119호
2016.07.07
등록 : 2016-07-07 14:04 수정 : 2016-07-10 11:03      
2010년 전국 연안 항해 일주 중 경북 포항 앞바다의 물띠. 김울프


“언젠가부터 나를 점점 잃어가는 느낌이 들어. 돌이켜보면 매 순간 스스로 선택한 일인데 그게 맞는 길인지 모르겠고, 지금도 그 길을 꾸준히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그가 그런 고민을 털어놓다니 의외였다. 음악 일을 하며 편한 길을 따르지 않고 오랫동안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사람, 고군분투하는 그를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 나였다. 그가 털어놓은 속마음 덕분에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아 한편으론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그가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길 바랐다. 당신은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형님, 바다에서 항해할 때 똑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확인하는 줄 아세요? 사람의 시야는 생각보다 넓어서 앞만 보고 갈 때는 방향이 조금 틀어져도 잘 알아차리지 못해요. 차선이라도 그어져 있고 좁은 길이라면 몰라도, 먼바다에선 앞만 보고 달리면 계속해서 앞으로 가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죠. 먼바다에서, 안개가 가득한 날, 주위에 지형지물이나 지표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는 그 자리에서 멈추면 안 돼요. 그러면 정말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게 돼요. 방향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계속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계속 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앞이 아니라 뒤를 봐야 해요.”



항해 용어 중에 ‘wake’가 있다. 한국어로는 ‘항적’ 정도로 번역되고, 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물띠를 지칭하기도 한다. 일정한 운동성을 가진 배가 지나간 바다에는 한동안 그 자국이 남는다. 바람과 파도가 거친 날은 거친 대로, 잔잔한 날은 잔잔한 대로 지나온 길에는 선명하게 자국이 남는다. 물띠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남아 있지 않고 멀리서는 보이지 않는다. 배가 지나가면 당연히 남는 자국이라 과소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를 모는 사람이 계속 같은 방향인지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지표가 된다.



“형님, 뒤를 돌아보세요. 오랫동안 함께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고, 저를 비롯한 누군가가 진심으로 응원하고, 무엇보다 스스로 창피하거나 모양 빠지는 느낌은 아니잖아요? 매 순간 벼랑 끝에 선 느낌이라고 해도, 그렇기에 더 멋있는 것 아닐까요? 오랫동안 영화일을 했던 제 친구가 그랬어요. 다음 장면이 뻔한 영화는 재미없다고요. 그래서 저는 꽉 막힌 좁은 길보다 바다가 좋아요. 필요하지도 않은 힘을 얻기 위해 뭉치고 다투며 줄 서 있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형님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행운 같아요. 바다는 신기한 공간이죠. 정말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요. 바람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느껴도 실제로는 밀려나고 있죠. 그렇다고 틀린 길을 가는 건 아니에요. 생각만큼은 아니지만, 잘돼가고 있어요. 뒤를 돌아보세요. 잘 가고 있는 거예요.”



뭔가 멋진 말을 해버린 것 같아 흐뭇한 기분이 들면서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물띠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



김울프 프리랜서 사진가






김울프의 바다가 부른다

 

'김울프의 바다가 부른다' 위를 눌러보세요

김울프의 칼럼이 나옵니다

 

 

한겨레 21


‘숨 참기’ 연습하며 바다로 순간이동

딸꾹질 전까지 기절 걱정 불필요… 물속에서 느끼는 멍~한 행복



제1115호
2016.06.10
등록 : 2016-06-10 16:02
2014년 필리핀 세부 모알보알에서 프리다이버들이 스태틱(숨 참기 연습)을 하고 있다. 김울프



“산소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신체 기관이 어디일 것 같아요?” 프리다이빙 수업, 숨을 참으려는 몇몇 사람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모여 앉아 있다. 숨을 오래 참기 위한 수업을 돈 내고 듣게 될 줄이야. 한 번의 호흡만으로 물속을 유영하는 단순한 ‘자유로움’ 속에는 호흡을 참아야만 하는 ‘억압’이 있다.


“눈을 감으시고요. 편안한 상태로 머릿속 생각들을 덜어냅니다. 산소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신체 기관은 뇌입니다. 가장 편안한 기분으로 머릿속에서 스위치를 하나씩 끄세요.” 준비 호흡을 통해 몸속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고 조금씩 산소 농도를 높일 것이다. (그렇지만 초과호흡을 하면 호흡충동을 느끼기 전에 의식을 잃을 수 있으므로 모든 것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산소가 부족하다고 바로 의식을 잃지 않습니다. 한계에 이르면 딸꾹질과 함께 몸이 들썩일 것이고(Contraction·콘트랙션), 운동조절 기능 상실(LMC)이 오고 난 다음 기절(BO)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섭지만 친절한 안내 덕분에 무거워진 마음이 이내 조금씩 가벼워졌다.


“얼굴을 물에 담그거나 눈 밑에 물을 적시는 것만으로도 잠수 반사(MDR)가 일어납니다. 맥박이 느리게 뛰고, 말초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은 주요 장기로 몰려 더 오래 숨을 참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몸은 물에 잘 적응하도록 설계돼 있어요. 다만 훈련이 필요할 뿐입니다.”


물속에 있는 동안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져나갔고, 중요한 것들도 머릿속에서 지워져나갔다. 물속에서는 멍~하게 행복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그것이 호흡충동으로 인한 운동조절 기능 상실인가 싶어 얼른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내 컨디션은 언제나 최고 상태가 아니므로 결과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 따위 아무렴 어떤가.


눈을 감고 숨을 참으며 억지로 뇌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호흡의 ‘억압’ 때문인지 머릿속의 ‘자유’ 때문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일상의 위로가 되는 순간인 것 같아 절로 미소짓게 된다. 샤워할 때 한참 물을 맞으면서 잠수 반사를 끌어낸 뒤 호흡을 멈추고 머리를 감거나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다음 역까지 갈 때도 숨을 참는 명상으로 남들 몰래 잠깐이나마 바다에 다녀올 수 있다. 언제나처럼 콘트랙션이 오기 전에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김울프 프리랜서 사진가




 

김울프의 바다가 부른다



서핑 찬가

좋은 파도 기다리는 호사로움, 작은 파도 겨우 잡는 즐거움

제1111호
2016.05.12
등록 : 2016-05-12 17:15 수정 : 2016-05-13 15:28
2014년 부산 해운대. 서퍼는 송민·민경식. 김울프



“이렇게 파도가 작은데 어떻게 여기에서 서핑(파도타기)을 해요?” 성급한 사람들이 비웃음을 섞어 묻는다. 하지만 호수같이 평온해 보이는 바다라고 해도 조금씩 출렁대고 있다. 사소한 바람이 파장을 만들어 너울이 되고 해안에 도착하여 파도가 되는데, 수심이 급격하게 얕아지는 곳에서는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생긴다.


유명한 서핑 장소는 그곳 해저 지형의 특성, 바닷속 저질(밑바닥을 구성하는 소재로 펄·모래 등)의 특성 덕분에 양질의 파도가 다른 곳보다 많이 들어오는 곳이다. 서핑으로 유명한 장소에 도착했는데 파도를 타는 사람들이 없다면 제때 오지 못한 것이다.

 

서핑으로 유명한 장소라고 해도 늘 파도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파도를 타는 사람들은 바람과 너울 주기, 파도와 조석의 흐름을 읽으며 파도를 찾아다닌다. 파도가 있는 곳에는 사람이 있었고,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지식이 전해내려와 서핑이라는 문화가 바닷가 곳곳에 퍼져 있는 것이다. 서핑은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다와 사람을 알아가는 삶의 방법 중 하나다.


서핑의 첫걸음은 무심하고 가혹하다.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써야 하기에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창피함을 느끼지만, 사실은 누구에게나 서핑의 시작은 똑같다. 누군가의 조언이나 도움 없이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파도의 박자에 맞춰 일어서는 그 사소한 것을 해내기 위해 넘어지는 시행착오가 수백 번 축적될 때 스스로 작은 파도를 겨우 잡게 될 것이고, 그 순간 삶의 잊지 못할 즐거움을 선물받을 것이다.


스스로 파도 잡는 법을 알게 되면 라인업(파도 잡는 곳)에서 파도를 기다린다. 파도타기 좋은 장소에 파도타기 좋은 날 도착했다고 해도, 어느 파도나 다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파도가 부서지기 시작할 것 같은 위치로 가서 파도의 주기를 보며 비교적 큰 파도가 치는 순간에 파도를 타게 되는데, 파도를 타는 시간보다 파도를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길다.


파도를 탈지 보낼지 고민하고, 지금 이곳이 좋은지 조금 더 위치를 옮길 것인지 고민하는 순간 자신의 명상에 좋은 시간이기도 하고, 타인과 교감하기에도 좋은 시간이다. 바다 위에서 혼자, 또는 사람들과 같이 파도를 기다리는 호사를 누려본 사람은 바다를 더욱 좋아하게 된다. 그 순간의 추억은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만의 것이다.


서핑은 좋다. 스스로 파도를 찾아다니는 사이 바다에서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될 것이고, 자신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다. 서핑은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행이다. (북한을 제외하고) 지구의 어디든 서핑을 할 수 있는 파도가 있는 곳에, 파도가 있는 날에는 서핑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비관적인 시대라고 하지만, 서핑을 처음 시작하기에 이보다 좋은 시대가 있을까?



“이렇게 파도가 작은데 어떻게 여기에서 서핑을 해요?”라고 말하기 전에 서핑을 시작해보자. 바다에 코를 대고 파도를 보면 작아 보이던 파도가 얼마나 큰지, 처음부터 인생을 시작하는 기분을,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울프 프리랜서 사진가







 



한국서 반나절 ‘또 다른 세상’ 초원의 밤하늘은 차라리 감동
광활한 우주가 내게 쏟아졌다




과일은 이름난 동네의 제철 과일이 좋지만, 여행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의 비수기가 좋다. 겨울 바닷가엔 여름에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것처럼, 유명한 명소라고 해도 비수기에 방문하면 전혀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바가지요금, 인파도 없으며, 자신을 뽐내야 할 것 같은 부담도 없다. 일반적으로 몽골 여행의 성수기는 6월에서 8월 사이로 알려져 있다. 말이 성수기지, 그 기간을 제외하고는 몽골을 여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몽골의 평균 해발은 1600m라 여름에도 서늘하고, 겨울에는 엄청나게 춥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1월 평균 기온은 섭씨 영하 27도로 모스크바보다도 더 춥다. 실제로 울란바토르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다. 2010년 혹한이 찾아왔을 땐 50일 동안 영하 48도의 기온이 계속됐다. 겨울철엔 공장 관련 설비가 모두 얼어붙기 때문에 공산품이 없고 모든 것을 수입한다. 겨우내 모두가 숨죽이며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곳, 여름철에만 관광객이 찾아오고 9월 말에 첫눈이 내리는 나라. 그러한 이유로 가을과 겨울철 여행에 대한 정보가 없는 미지의 세계. 나는 조금 다른 풍경을 찾기 위해 11월의 몽골로 향했다. 확신할 수 없는 곳, 가본 적 없는 곳에도 길은 있으리라.





게르 안에서는 전기사용이 가능하다. 캠프촌의 게르는 보통 4명이 체류하는 구조로, 규모와 설비가 대부분 비슷하다. <사진 : 김울프>



말 타고 발길 닿는 어디든 갈 수 있어

비행기 안에서 넋을 놓고 창밖을 바라보는 것은 항공 여행의 묘미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보고 몽골에 왔음을 실감했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크고 작은 초원과 평원, 이미 첫 눈이 내린 늦가을이라 그런지 초록빛깔은 보이지 않고 온통 황토 빛을 띠고 있었다. 군데군데 눈과 얼음이 보이기는 했지만 양이 많지 않아 크게 춥지 않을 것 같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광이 이내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용기가 생겨났다. 제 시간에 이곳을 찾아 왔다는 생각에 이내 행복함을 느꼈다. 고도가 점점 낮아지면서 황량한 벌판 사이에 작은 도시가 나타났고 비행기는 몽골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국제공항이라고는 하지만 아주 작은 규모였고, 몇 대의 비행기들만이 활주로 근처에 놓여있을 뿐이었다. 공항은 오래된 시골의 고속버스 터미널 느낌에 가까웠다.






울란바토르를 벗어나자 황량한 초원의 풍경이 이어졌다. 표지판도 신호등도 하나 둘 없어지더니 포장도로가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근처에 전봇대가 이어져 있다는 것으로 길이라는 것을 유추했지만, 확신할 수는 없이 허허벌판이 이어졌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운전기사는 길을 외우고 있기라도 한 걸까. 한참을 달려도 멀리 보이는 풍경은 변하지 않았고 계속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미로 속에 있는 느낌. 하지만 답답하거나 불안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전혀 모르는 곳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조금씩 마음이 놓였다. 창밖으로는 이따금씩 말이나 양과 같은 동물들이 보였는데 갑자기 그 숫자가 늘어나나 싶더니 결국엔 차가 멈춰 섰다. 수많은 염소와 양 무리가 줄을 지어 차도를 건너는 동안에도 양치기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농장이라고 하기엔 어디에도 펜스가 없었지만 여러 가축들은 나름의 질서를 지키며 움직이고 있었다. 차를 타고 달리다 사람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면 그곳이 관광지가 됐다. 가축무리 사이 저 멀리 흙먼지가 일었고 말을 탄 사람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말을 탄 채로 염소떼와 소를 몰고 있었는데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민속촌의 보여주기식 관광 상품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우연히 날 것 그대로의 유목민의 삶을 보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한국을 떠난 지 반나절 만에 완전히 다른 세상에 도착한 느낌이 들었다. 차를 타고 달리다가 방문한 한 가정집에선 낯선 사람인 나에게 먼저 선뜻 따뜻한 차와 간식을 제공했다. 그것은 황량한 초원에서 이어지고 있는 유목민족의 오래된 전통이라고 했다.



게르에 도착한 첫날, 전통의상을 입은 미인이 환영의 의미로 염소젖을 들고 방문객을 맞았다. <사진 : 김울프>
테를지(Terelji) 국립공원에 도착해 게르에 짐을 풀었다. 게르는 몽골 유목민들의 이동형 주택인데, 원기둥 위에 원뿔 모양의 지붕을 덮은 형태다. 나무와 펠트(동물털 등으로 만든 천) 등으로 만들어진다. 게르 앞에는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미인이 염소젖을 들고 나와 환영의사를 표했고, 그 순간 나는 한 나라의 왕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형식적인 인사였겠지만 황량한 풍경 속에서 받은 환대가 큰 선물처럼 느껴졌다. 짐을 풀고 말을 타기로 했다. 마부가 몇 마리 말을 데리고 게르 앞으로 왔다. 언덕을 내려가 다른 언덕에 다다를 때까지, 나는 한 마리 말의 주인이 돼 초원을 누볐다. 보통 승마 체험은 둥근 트랙을 몇 바퀴 도는 형식적인 방식이지만, 몽골의 승마는 발길 닿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실제로 몽골에서는 말을 사서 몇 달씩 여행하고 여행의 끝에 다시 말을 되파는 방식의 승마여행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단돈 몇 만원에 하루 종일 말을 타고 마음껏 자연 속을 뛰는 것만으로도 몽골에 다시 올 이유는 충분했다.





게르는 원기둥 위에 원뿔 모양의 지붕을 덮은 형태다. 내부에서는 물을 사용할 수 없어, 공용 건물에 가야 한다.



암흑 속에서 쏟아지는 별들

하루는 헤드랜턴과 장갑, 방한장비와 촬영장비를 모두 챙겨 게르 뒤로 보이는 언덕을 올라 보기로 했다. 딱히 길이랄 것도 없어 보이는, 추위에 딱딱하게 굳은 잔디가 끝없이 펼쳐진 오르막. 그곳에 올라 언덕 너머의 풍경사진을 찍을 셈이었다. 30분이면 오르기에 충분해 보였던 언덕은 오르고 올라도 끝이 없었다. 서둘러 출발하지 않은 것이 후회됐지만 그냥 내려가기에는 아쉬웠다. 한참을 걸어 사람들이 쳐놓은 펜스(늑대의 침입을 막기 위한)를 두세 개 넘으며 완전한 야생 속을 걷다보니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늑대가 나타나 나를 공격한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약 늑대 사진을 얻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운이 아닐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불안과 기대를 짊어지고 걷는 것은 하나도 무겁지 않았다. 몇 시간쯤 올랐을까. 언덕의 꼭대기 같은 능선에 도착했다. 하지만 정상에 도착하고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해는 이미 져버렸고 펼쳐지는 언덕 너머의 풍경은 별다를 것이 없었다. 그 풍경조차 완전한 암흑으로 바뀌고 헤드랜턴을 꺼내 돌아갈 준비를 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길을 가다 마주친 유목민의 모습. 마부가 가축들에게 물을 마시게 해주기 위해 한 곳으로 몰고 있다. <사진 : 김울프>


몽골에서의 승마는 뻔한 트랙을 몇 바퀴 도는 것이 아니다. 발길 닿는 곳 어디든지 말을 타고 갈 수 있다.



바람도 사람도 없는 곳, 홀로 수없이 많은 별들과 마주한 순간, 광활하고 강력한 풍경에 숨이 턱 막혔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 누워버렸다. 외계인이라도 나타나 나를 잡아 갈 것 같은 무서운 분위기, 그곳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람 한 점 느껴지지 않았다. ‘따뜻하고 아늑한 게르로 돌아갈까? 돌아갈 때까지 헤드랜턴의 배터리는 충분한 걸까? 늑대가 나타나면 어쩌지?’ 하지만 무섭다고 돌아가기에는 여기까지 붙들고 올라온 삶이 아까웠다. 큰맘 먹고 아까운 삶을 조각내어 온 여정이었다. 원래의 계획은 몇 시간 정도 좋은 풍경을 찾아 헤매다가 그곳에 자리를 잡고 밤새 별 궤적 촬영을 해 볼 생각이었다. 만약 괜찮은 사진 몇 장을 얻는다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여 여기까지 왔건만 어느새 계획이 바뀌었다. 멍한 기분으로 사진을 몇 장 찍다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마주한 우주가 권하는 대로 대초원의 마른 풀잎 위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봤다. 가장 가볍고도 무거운 시간. 온 우주가 나의 나태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계획이라도 하고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우주의 부지런함을 멀리서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다. 삶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마음 가는 방향으로 힘껏 밀어붙여도 목표한 대로 제 시간에 도착하긴 힘들다. 쓸데없는 것에 많은 것을 빼앗기거나 다투는 사이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기도 하고, 운이 좋아 엄청난 풍경을 마주해도 제대로 찍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니 말이다. 어쩌면 나는 겨우 그 정도의 그릇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쉽거나 슬프지는 않았다. 생각해 볼수록, 치열하지 못하고 완전하지 못한 그 점이 좋았다. 별 수 없는 밤. 나는 천천히 마음 가는 대로 살 것이다. 이곳 몽골에서 흘러간 시간처럼.



TIP


1. 테를지 국립공원은 한국에서 비행기로 약 3시간 떨어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북쪽 방향으로 약 70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몽골 방문을 위해서는 출국 전 몽골 대사관에서 사전 비자 발급이 필요하다. 게르에서 숙박을 하게 된다면 물 사용이 어려우니 임시 세수와 샤워를 위해 물티슈를 많이 챙겨가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삼시세끼 양고기를 먹으면 질릴 수도 있으니 각종 먹거리를 한국에서부터 미리 챙겨가는 것이 좋다. 현지에서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으므로 통역이 가능한 가이드를 구해야 한다.

2. 별을 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주위 빛의 간섭이 덜한 장소나 시간대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달이 뜨지 않는 날에 맞춰 방문하거나, 혹은 달이 뜨기 전 시간이나 지고 난 이후의 시간을 공략해야 한다. 달이 뜨기 전이라고 해도 노을이 채 가시지 않았거나, 달이 지고 난 후라고 해도 새벽이 밝아오면 별이 잘 보이지 않으므로 일출·일몰 시간 전후는 별을 감상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고 해도 하늘에 구름이 많은 날이나 비나 눈이 오는 날은 별이 잘 보이지 않으므로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헤드랜턴과 방한장비는 필수다. 사진을 촬영할 예정이라면 삼각대도 꼭 챙기자.




▒ 김울프
프리랜서 사진가 겸 여행작가, 해양스포츠·독립문화 칼럼니스트, MBC 마케팅팀 사진업무 담당,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공연 기록사진 및 각종 공연·대회 등의 사진촬영 진행.

글: 김울프 여행작가


김울프의 바다가 부른다



바다는 무심하지만 바닷사람은 따뜻하다

1년 중 수온이 가장 차가운 봄 바다의 희생자에게 애도를

제1107호
2016.04.14
등록 : 2016-04-14 16:30 수정 : 2016-04-19 14:05
2009년에 찍은 인도네시아의 바다 모습. 김울프




“살려주세요.” 2009년 인도네시아 발리의 구늉파융 해변, 물속에서 사진을 찍다가 돌아올 수 없을 만큼 먼바다로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평화롭고 잔잔해 보이는 바다의 조류에는 자비가 없었다.


‘이안류를 벗어나는 방법처럼 조류에 몸을 맡기고 힘이 약해지는 지점에서 방향을 꺾어 다시 해변으로 돌아가면 될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생각나는 경우의 수를 모두 대입해 할 수 있는 시도를 모두 해봤지만 나는 더 먼 곳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나를 구하러 온 친구의 숏보드로 나를 끌고 돌아가기에 역부족이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작별 인사를 하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구조를 요청하겠다고 떠난 지 몇 시간이 지났다.


처음 입수한 해변은 보이지 않고, 곶을 돌아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해안선은 온통 절벽이었고 다음 해변은 보이지 않았다. 얼굴은 햇볕에 익어버렸고, 입고 있던 면티셔츠는 무거워 벗어서 바다에 버리고 난 뒤 저체온증이 오면서 후회하고 있었다. 점심 먹고 입수했는데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오리발도 없이 몇 시간을 수영해서 다리에 쥐가 나고 탈수·탈진 증세가 나타나며 몸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먼바다 위에 떠내려가는 작은 점, 그들이 나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믿고 그토록 용감했는가?’ 하늘을 보고 한참을 울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살고 싶었다. 모두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운 좋게도 나는 해가 지기 전 극적으로 다음 해변을 찾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살아 나왔다. 이후에도 몇 번 바다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며 바닷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내게도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겨 바다에서 몇몇 사람을 구하기도 했다.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바다 위 한가운데에서 혼자서는 해결해나갈 수 없는 어려움을 겪을 때,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 물속에서 사진을 찍다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조그마한 돛단배가 그물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게 되었을 때도 나를 구해준 것은 결국 나 자신이 아닌 바닷사람들이었다.


바닷사람의 기술, 자격을 나타내는 시맨쉽(Seamanship)에는 바다에서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구하는 것도 포함된다. 항해 중인 모든 선박은 VHF(초단파무선통신) 16번 채널(전화로 따지자면 119 같은 것)을 켜놓고, 주위 선박의 요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고, 서퍼들이 많은 익수자를 자발적으로 구조하는 일 또한 ‘사고는 자신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라는 연대(連帶)의식에서 비롯된다. 바다는 무심하지만, 바다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1년 중 수온이 가장 차가운 봄 바다, 물살이 가장 거센 곳에서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김울프 프리랜서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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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낮에는 봄볕, 밤에는 달빛에 취하는 경주

기사입력 2016.04.04 03:24




마음이 싱숭생숭하더니 이내 봄이 왔다. 봄에는 꽃이 피고 싹이 트는 것처럼 마음 속에서 생의 의지가 싹튼다.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 같다. 봄이 시키는 대로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밖을 둘러보며 손을 쭉 뻗어본다. 따뜻함. 손끝, 코끝에서 봄의 향기가 스친다. 아마 스치듯 지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봄이 아까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둘러 운동화 끈을 묶고 반바지를 입고 나가 봄바람과 봄볕에 취해 반나절을 달리다 서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나서는 무릎이 쑤셔 며칠을 제대로 걷지 못했다. 달리는 데 욕심을 내다가 마음껏 걷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다니, 그사이 흘러가는 봄이 아까웠다. 쑤신 무릎이 나아지면 걷기 좋은 곳으로 떠나리. 그렇게 걷기 위해 경주로 떠나게 됐다.





불국사



신라의 달밤

신선암
차로 몇 시간을 달려 경주역사유적지구의 월성지구에 있는 동궁과 월지(임해전지)에 도착했다. 잘 놓인 경관 조명 덕분에 어두운 밤에도 걷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서쪽에 있는 왕자의 동궁은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풀었던 곳이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고 멍하게 앉아 달빛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전부인데도 귀한 손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월지는 동궁의 앞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연못이다. 동궁과 월지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해 호안을 한 바퀴 빙 둘러봐도 어느 곳에서도 연못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 바퀴를 직접 돌아야만 곳곳의 풍경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동서 길이 200m, 남북 길이 180m로 크지 않은 연못이지만 1300m에 달하는 호안에는 다양한 경관이 있다.


서편 호안은 직선으로 뻗은 구조로 겉으로 보기엔 정방형의 각진 모습이지만, 동편 호안은 해안가처럼 굴곡지게 만들어 놓았다. 크고 작은 섬도 세 개나 있다. 과연 바다를 내려다보는 전각이라는 뜻의 임해전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연못치고는 물이 지나치게 맑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흐르는 연못으로 설계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돌로 만들어진 웅덩이를 통해 정화된 물이 수로를 따라 흐르고 작은 구멍을 통해 이물질을 걸러 연못으로 내보내는 장치가 연못의 입구에 있다. 그뿐 아니라 직선 같아 보이지만 모서리가 없이 굽이굽이 곡선으로 설계돼 물이 고이지 않고, 한 바퀴를 돌며 정화되기에 언제나 연못 물이 맑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는 주변에 현대식 건물도 오가는 차량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가 아닌 시간의 터널 어디쯤 있는 것처럼 기분이 묘하다.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고, 걸음을 멈추고 다시 걷는 사이 인연과 운명 몇 개가 스쳐 지나고 여기쯤까지 왔을 것이다.





삼릉원 소나무 숲



푸른빛이 도는 삼릉 소나무 숲길

경주 마동 삼층석탑
경주에서 일출은 어디에서 보면 좋을까? 자료를 찾다가 산 위, 바위에 놓인 불상에 아침 빛이 스미는 사진을 봤다. 경주 남산에 있는 신선암이라는 곳으로 칠불암에서 10분 정도 더 걸어 들어가면 된다고 했다. 주차장에서부터 칠불암까지는 대략 한 시간 걸어야 한다. 남산 일대에 둘레길이 조성돼 방문객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보인다. 칠불암을 지나서야 뻥 뚫린 풍경이 나타난다. 하지만 날이 흐려 한참을 기다려도 해가 뜨지 않는다. 일출 시각은 40분이나 지났는데, 두꺼운 구름 뒤에 해는 분명 있을 것이다. 일출을 기대하며 뛰어올랐던 모습에 코웃음이 나왔다. 내려오는 사이 여러 가지 잡생각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올라오길 잘한 느낌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는 경주 남산 아래 자락에 있는 배동 삼릉 입구 소나무 숲길을 걸었다. 유명 사진작가 배병우 선생의 소나무 사진이 이 숲에서 촬영됐다. 이 사진은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한국 사진작가 작품 중 최고가에 팔렸다.

구불구불 자라나면서도 비슷한 모양새를 갖춘 이곳 소나무에는 묘한 힘이 있다. 그는 이 숲길을 몇 번이나 걸었을까? 망자의 영혼에 친구가 되어주라는 의미로 심어진 도래솔이 작품이 되기까지 천 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다. 걷고 또 걷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보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봉곳이 솟은 능과 구불구불한 소나무들이 제법 잘 어울린다. 해가 좀 떠서 빛이 스미면 더 좋으련만, 아쉬운 풍경에 렌즈에 입김을 불어 안개라도 억지로 만들어 사진을 찍었다.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 좋다.





대릉원



생자와 사자가 함께 있는 도시 경주

대릉원은 경주 시내 한가운데 약 12만6500㎡(3만8266평)의 넓은 공간에 미추왕릉을 비롯해 30기의 고분들이 자리 잡고 있다. 다른 곳과 달리 경주의 고분군은 온통 평지에 널려있다. 생자(生者)와 사자(死者)가 함께 있는 도시 경주. 작은 동산처럼 생긴 무덤들은 시대를 떠나 주변 경관과 꽤 잘 어울린다. 무덤가를 걷는 것은 으스스할 법도 한데 그 풍광이 우아해 오히려 왕도를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취한다. 이곳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서도 산수유나무의 꽃망울에서도 조금씩 봄이 오는 것을 느낀다.

길을 걸으며 ‘걷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혼자 걸으면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좋고 함께 걸으면 발걸음에 맞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에 좋다. 혼자라는 것을, 함께하는 것을, 걷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며 걸을수록 한 걸음씩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길을 걸으며 고뇌하고 이야기 나눴던가. 걸어온 길에 추억이 그득하다. 보문호수를 따라 걸어도 좋고, 불국사를 거쳐 석굴암을 다녀와도 좋다. 걷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천천히 제 박자에 맞춰 걸으면 누구도 힘에 부치지 않는다. 가장 걷기 좋은 계절, 봄에는 걷기 좋은 경주로 가보자.





보문정


▒ 김울프
프리랜서 사진가 겸 여행작가, 해양스포츠 독립문화 칼럼니스트, MBC 마케팅팀 사진업무 담당,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공연 기록사진 및 각종 공연, 대회 등의 사진촬영 진행




TIP
보문정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작은 연못이다. CNN에서‘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명소’11위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연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눈이 연못을 꾸며 아름다움을 더한다.
동궁과 월지(임해전지) 연중무휴로 입장료는 어른 2000원, 군인과 청소년은 1200원, 어린이는 600원이다. 저녁 10시까지 문을 연다. 저녁 9시 20분 전까지는 입장해야 한다.
글: 김울프 여행작가
사진: 김울프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