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 도 청 도 설


1월이 되어 방학동안

날마다 동백섬을 걷는다
낮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많다
주로 중국 단체객이다

그들은 워낙 왕성하니, 왁자하다
그들의 시간을 피하려면 점심시간 직후가 좋다

동백섬의 특징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게 되어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없으니
눈을 감고 걸어도 부딪힐 일이 없다

문제는 한 방향으로 걷는데에 있다
누군가 큰 목소리로 말을 하면 듣지않을 수가 없다

어느 중년의 여인이 둘이 걷는데,
그 중 한 여인이 한탄인 듯,
아들이 대학병원의 수련의라서
와이셔츠를 샀다고 말한다
의사이니 체면상 싸구려는 입힐 수가 없어
5만원짜리로 30개 1백50만원 어치란다
그거 빨아댈려니,
"쎄가 빠진다!"

그러게 쎄가 빠지겠다

그녀의 자존감 있는 자랑질에
'난 뭐지?'
옳은 와이셔츠 하나 사주지 않았던 아들에게 미안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

"나중에 한 번 당해보시요"
장가가면 그 아들이 어미의 자존감따위는 있는 줄도 모르오

내가 요즘, 마음이 사납다

나의 심술통이 왈칵 뒤집혔다


나란히 한 방향으로 걸을 수 없어
<孤雲> 최치원 동상으로 올라갔다
혼자 걷는 것,
외로운 구름처럼 나는 혼자 걸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동백섬답게 동백꽃이 붉다
해운대 파도소리 "쏴아 ~쏴아~"
동박새도 덩달아 이 꽃 저 꽃으로

포로롱 포로롱 날아든다

오늘의 道聽塗說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