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3일

 

성균관에 갔다

 4~5년 만에 한번 씩은 그냥 간다

오랫만에

지하철을 타고 혜화역에 내리니

방향감각이 없다

매일 다니던 길을, 길에서 물었다

 

 



 

 

 

 







 

 600주년 기념관

성균관에 은행나무를 심은지

성균관을 세운지 600주년이다

 

아래 사진은 76년 당시 분수대였는데

꼭 대중 목욕탕처럼 생겼었다


 






 

 

 







 

 

 

 




퇴계인문관에서 수업을 받으며

금잔디 광장에서 마음대로 앉아 놀았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금줄을 쳐 놓았다

 

일부러 간것은 아니고

아래 '76년도 4월' 이라고 찍힌 사진속의 친구

친구의 딸 결혼식이 근처에서 있었다 

 















3시 예식인데

나는 오전 10시에 도착하여

명륜당에서 놀았다

 

 

 

 




 

 

 

 

 


 

이곳은 서울시내가 아무리 복잡해도

청명한 날씨에도 한가하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로는

일부러 찾는 사람에게만 들어가는

실제 생활하는 공간이 아닌

관리하는 빈집이다

 

 

 



 

 

 

 

 


 



기숙사 생들 식사를 위해 있던 별도의 안채가 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혜경궁 홍씨의 잔칫상이나 혼례 제례 다례 등
사례의 예절교육이 이뤄졌었다

백일홍 꽃이 고왔었는데
오히려 관리하니 삭막하다

집은 사람이 기거해야

온기가 있다 



 










 







신식 화장실도 새로 지었는데

화장실 가는 길이 정겹다














간간히

체험학습을 받는 초등생들이 지나갔다

자세하게 들으니

예전 진사들의 기숙사 동재 서재를 설명하면서

문화해설사 선생님이

이쪽은 새정치 민주연합  / 이쪽은 새누리 라고 설명하며 지나간다

귀가 번쩍 띄었다

노론 소론이라고 하지않고

현대적 설명이다




 

 


 



 

 


 

 


 



명륜당에서

소리내어 논어를 읽던 양반들이 수업끝나고 가는데

심의를 입은 모습이 이색적이다



 


 

 

 

 


 










 




 

 





나는 <궁핍한 날의 벗>을 읽다가 

에세이문학 연재 <논어야, 놀자>

'요산요수' 원고를 퇴고하는 중이었다





가을볕

탱글탱글 좋은 날,

빈 마루에 서너시간 즐기는 이 충만감

이 보다 더 행복한 여유가 있을까


 

 

 

 


 




 




 

 

 

 

 


 








 

 











 






그런데 36개월 되었다는

여자 아이가 다가오더니


"왜, 어른이 공부해요?"

를 시작으로 별의 별 것을 다 물어본다

 


 

"어른이 되면,

시간이 너희들 보다는 많아서

이런 것이 어른이 노는 거야"

라고 한참을 설명했다


 


 

이 아이의 엄마 아빠, 그리고 두살짜리 남동생이 왔는데

명륜당 뜰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담벼락 근처 빌라에 산다고 했다

매일 와서 노는 아이들 놀이터라고 한다




아니,

어찌

어느만큼 삼대에 복을 쌓았으면

동양고전의 원조인 중국에도 없는 명륜당이 놀이터인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아이들이다 


 

 


 







 

 


 



지나 갈 사람 다 지나가고

나 혼자 하나의 풍경처럼 앉아

 진사들의 기숙사 툇마루룰

온통 누리고 있다



 

 


 




 

 


 

 

 

 

 

 

 

 

 


 

 

 

 



명륜당에서는 강독중이다

들어보니

염유왈,금부전유 고이근어비하니 금불취면 후세 필위자손우하리이다

공자왈, 구아 군자는 질부사활욕지오 이필위지사니라

다 같이 소리내어 읽고

한 사람을 지명하면 해석을 한다

염유가 말했다. "지금 전유는 성이 견고하고 또 비에 가까우므로~~~~~~"

올라가 끼어앉고 싶어 서성거렸다

내가 매일 도서관마다 옮겨다니며

강독하는 <논어>다

 




 


 





 

 

 

 

 

 

 

 

 

 

 

 

 

 

 

 

 

 

 

 

 

 

사실, 600년된 은행나무 노란잎을 보고 싶어 갔는데

아직, 녹색의 은행빛이다

 

 

 

 

 

 

 

 

 

 

 

 

 

 

 

 

 

 

 

가을이 아는체 안하고

그냥 슬며시 지나간다해도

이 가을이 아쉽지않다

한나절, '淸福'을 누린 날이다

 

 

 

 

 

 

 

 

 

 

 

 

 

 

 

 

 

 

 

 

 

 

 

 

 

예식장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혼사를 축하하고

부산에 오밤중에 돌아왔다

 

 

 

(10월 2일 저녁에 핸드폰 새로 바꿔 처음 찍어본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