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팔아야 가치가 있다

 

백화점 시즌 준비처럼, 여름 호에 나올 작품을 썼다.

일곱 편 모두 청탁받은 원고다. 그중, 2편만 원고료가 조금 있다.

이 돈도 안 되는 원고로 인해, 탈고하기 전까지 생업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나는 정신적인 중노동을 하고 있다.

 

<팔리지 않는, 독자 없는 수필집에 대해>

수필미학의 신재기 선생의 권두언을 읽었다.

문학적인 전문 수필가의 수필집은 밀리언셀러는 전설일 뿐이다.’ 라고 했다.

일단 유명해지면 명성이나 혹은 상업광고에 힘입어 수만 부의 베스트셀러가 나오기도 한다.

유명시인, 소설가, 연예인, 정치가, 언론인 등의 산문집 혹은 에세이집이 잘 팔린다고,

그 내용과 문학적 성취도가 수필가의 그것보다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무엇으로 갑자기 유명인 대열에 합류할까?

 

작가는 자신의 수필집을 특정한 사람에게 공짜로 준다.

거의 관성으로 아무런 대가 없이 배포한다.

작품집을 공짜로 보내고 공짜로 받는 일에 무덤덤해진다.

이는 악습이다.’ 백번 천 번 옳으신 말씀이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내 작품에 농도 깊은 공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것이 소중하다.’

첫 번째 수필집 매실의 초례청 을 낼 때만 해도 나도 그랬다.

백아절현의 한 사람을 위하여 신바람이 났었다. ‘수필과 글쓰기 자체만이 빛이고 힘이다.’

그렇다. 그랬었다.

 

물질적 가치로 환원할 수 없는, 문학과 예술의 특별한 심미적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유명한 소설가 박범신은 자신의 책이 팔리지 않으면, 5일장 난전에 앉아 팔겠다고 했다.

대구의 ()임만빈 수필가는 내 책을 공짜로 나눠주지 않겠다.’라고 서문에 썼었다.

그런데 나는 임만빈 선생이 암 투병을 하시면서 까지, 혼을 다하여 내신 책 다섯 권을

서점에서 사지 않았고, 친함이 특혜인양 그냥 공짜로 받았었다.

 

나는 그래도 책을 잘 파는 편이다.

두 번째 수필집 논어에세이, 빈빈매실의 초례청’ 2쇄보다 많은 3쇄를 찍었다.

 3천부다. 둘 다 합하면 5천부, 5천권이다.

이유야 어쨌든 팔아야 한다.

한 사람의 독자도 소중하지만, 독자의 수가 많아야 작가는 흥기(興起)된다.

문기(文氣)가 산다.

작가에게 독자는 생사만큼 중요하다.

나는 내 수업에 들어오는 수강생들에게 대 놓고 뻔뻔스럽게 홍보도 하고, 출판사를 안내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그 자리에서 내 돈 내고 내가 사서 선물도 한다.

 

우선 가까이 잘 알고 지내는 수필가의 수필집 한 권을 정가대로 사는 일에서부터 수필 쓰기를 다시 시작해보자.’

"YES, OK!". 나는 팔 것이다. 팔리지 않으면 내가 살 것이다.

, 이렇게 아침부터 비장해지는가?

수필가의 자존감은 지키고 싶다는 강한 의지다. 그러니 나를 아는 분이라면,

알고 싶은 분이라면, 돈 내고 내 책을 사 달라고 통 사정하는 중이다.

 

그 대신, 나도 읽힐만한 글을 쓰기 위해,

날마다 연필과 마음과 글을 사각사각 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