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뭐라고

사노요코 / 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거침없는 작가의 천방지축 아들 관찰기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아들은 엄마 얼굴을 보고 웃는 일이 없어졌다. 뚫어질 듯 강렬한 시선으로 잠깐씩 노려보게 되었다.

 

- 동물이란 윈래 좀 더 당당하게 죽는 거야. 링거를 맞는 개 따윈 한심하다고 어째서 죽는다고 단언하는데? 아직 모르잖아. 아이가 운다. 어쩌면 부모 앞에서 우는 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잘 봐두지 않으면 손해일 것 같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 운전하며 아들을 곁눈질했다. 그러나 하나코는 죽지 않았다. 아들은 그 광경을 보더니 내 얼굴을 죽일 듯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 나이 아이에게는 엄마란 기르는 개보다 못하다, 크면 다른가? 모르겠다)

 

원숭이처럼 소리를 질러댔던 아들은 그녀를 쭉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아들을 한 인간으로서 신뢰하고 싶어졌다.

 

후기를 대신하며 히로세 겐 (사노요코의 아들)

아아, 미안했어. 그렇게 쓰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면 좀 더 쓰도록 내버려뒀을 텐데.

미안, 엄마.’ 내가 이렇게 생각할 리 없다. 그녀가 만약 지금 이 이야기의 뒷부분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싹하다. 과장과 허풍을 한층 더 교묘하게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더욱 많은 낯선 아줌마들이 내가 모르는 나와 친척처럼 되었을 게 틀림없다. 무섭다, 무서워.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원고지를 팔랑팔랑 넘겼다. 모든 행에 과장과 허풍이 어렴풋이 어른거린다. 거봐, 역시. 이런 게 싫다니까.

하지만 몇 번 반복해서 읽다보니, 어쩌면 내가 본 과장과 허풍이 그녀 안에서는 모두 진실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차츰 들었다.

 

 

-----------------

 

 

 

내 책 내비아씨의 프로방스제목을 정하기 전에

빙호님이 <불꽃, 지르다>를 추천했다.

왜냐하면 여성작가의 인생과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했다.

맞다! 그런데 순간, 이런 게 생각났다.


어느 날 큰 행사모임에서 돌아온 아들이 정색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어디 가서, 내 이야기 하지 마세요." 

나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사생활이 있어요. 라고.

행사장에서 누가 아들에게 다가와

혹시, 류창희 선생님 아드님이세요?” 라고 아는 척 했다는 것이다.

, 나는 그냥 우리집 이야기이니....

엄마한테는 그런 줄 몰라도, 나는 싫어요.

작가가 자식 이야기에 겁이 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