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류창희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봄은 벌써 우리들 곁에 다가와 있는데, 그동안 문안인사조차  못 드려 죄송합니다.

항상 가정이 평안하시고 건강하시리라 믿습니다.

후학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교훈삼아 배운다는 즐거움으로

이번에 저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국문학과를 졸업합니다.

국문학과에 편입하여 공부하는 동안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수필 창작과 소설 창작도 수료했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문화교양학과에 등록하여 오늘 입학을 합니다.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기 위한 기초적인 과정을 차근차근 배우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배우고 싶은 마음에 동기를 부여해주신 선생님을 생각하며

어떤 결과를 앞세우기보다 걸어가야 할 길의 과정을 착실히 배우고 익히고자 합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할지라도 가고 싶은 길을 향하여 걸어가 보려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선생님!

  오늘 저는 『행복론』을 읽으며 소펜하우어의 행복론 중 독일 시 한 편을 옮깁니다.

  “ 빛과 그림자는 항상 함께 있고,

    잘못 또한 없는바 아니지만,

    그러나 안에서 빛나는 광명은,

    밖의 어둠을 밝게 하나니.

 

    절실히 완성하기를 염원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얻지 못한다.

    그러나 완성만을 원하는 자는,

    그 영혼에 평화를 얻으려니.

               -독일 시-

 

   다가오는 봄은 “춘래불사춘”이 되지 않기를  염원하며

꽃피는 삼월에는  꼭 선생님 찾아뵙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들만 함께하시길 빕니다.

                                                 2017. 2. 18.

                                       능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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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인 선생님

진작에 메일을 받고 이제야 답글을 보냅니다.

이렇게 전자 편지를 드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글입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그 어려운 과정 

입학정원의 5%도 졸업하기 어렵다는 방송대를

그것도 중문학을 졸업하시고

중문학보다 더 어렵다는 국문학과를 마치셨다니

우선 축하드립니다

더구나 부산대학교 수필창작과 소설창작 과정도 수료하셨다니

소양과 이론이 그야말로 탄탄대로 이십니다


거기다 첨단을 추구하는

새로운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하신다니

도대체 선생님의

지적 에너지의 끝은 어디인가 모르겠습니다

정말 두손 모아 선생님의 열정과 끈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 정신적인 풍요는 말할 수 없이 가득하겠으나

몸의 건강은 온전하신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선생님의 궁극적인 바람은 '글쓰기'이십니다

능인 선생님께는 가는 세월이 아깝기만 합니다

공부하는 틈틈이 힘들고 기쁘고 뿌듯한 과정과 단상들,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그토록 쓰시고자 하는 글들을

한 편 한 편 궤에 모으고 계시겠죠?

그 궤적을 보고 싶습니다


참으로 장하십니다

축하드리고

그리고 감히 칭찬합니다

모쪼록 건강도 챙기시기를 당부드립니다

 

2017년 3월 6일


류창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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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있는 수업은 성인 대상이다

20대부터 80대까지 계시다

위의 이글을 쓰신 분은 나보다 10년은 연배가 더 많으시다

나하고 <논어>와 <문학수업>을 같이 하셨다

처음 이 분이 글을 써 오셨을 때,

문장의 요령은 다소 서툴렀으나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은 가슴저리고 서늘하고 늘 감동이 철철하셨다

나는 '문학작가 파견사업'이 끝나면서

이 분의 글들이 너무 좋아 계속 글쓰기를 권유하였었다

 

수강자 분들 중에 더러는 내 수업을 듣고 지독하게 공부하여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나 서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그런데 논어의 문구를 따서 호를 지으신 '能仁' 선생께서는

글쓰기 위한 기초를 다진다며 이토록 몸을 혹사하여

글에 대한 염원으로 문학의 정신을 닦고 계시다

글이 곧 '修身'이시다

 

내가 그동안 무슨 짓을 했던가?

선량한 님들을 분발하게 선동해놓고 

정작 자신은 공부에도 글에도 삶에도 허덕이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분들의 '지적 에너지'를 착취한 셈이다

오늘에야 메일 답변을 보내며 

"류창희, 정신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