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사 청진기를 놓다

조병국 지음

2009 삼성출판사

 

 

 

50년 동안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봉사하다가 최근에 은퇴한 할머니의사 선생님의 수기

 

 

겨우 다섯 살 나이에 생모와 양모로부터 두 번이나 버림받은 기원이는 타인의 호의와 사랑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도 기묘하게 이그러뜨리는 굴절 거울이 마음속에 있었다. 글 거울의 이름은 바로 불신이었다.

 

 

아이들은 봉사가 바뀌었다는 걸 알아채고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려고 발 빠르게 움직인다. 발작이나 말썽을 통해 자기를 봐달라고, 관심을 달라고 일종의 시위를 하는 셈이다. 야단이나 벌을 주는 대신 무조건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해주었다. 바닥에 드러누워 발버둥을 치며 떼를 부릴 때도 오랫동안 품어주었다. 엄마 품에 안긴 채 한참이나 몸을 비틀며 격렬하게 울부짖던 아이가 어느 순간 풍선에 바람 빠지는 것처럼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아이들과의 동반자살’이란 게 말이 ‘자살’이지 실상은 ‘살인’이다. 고아가 되어 어려운 삶을 사느니 차라리 함께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건 그야말로 부모의 오만이자 착각이리라.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단체보육시설의 아이들은 더디 자란다. 넉넉하게 먹이는데도 늘 생기가 없고 병치레가 잦다. 엄마의 다정한 어루만짐과 따뜻한 눈빛이다.

 

 

‘버려진 아이’와 ‘발견된 아이’ 그 차이는 엄청나다. ‘버려진 아이’는 슬프지만 ‘발견된 아이’는 희망적이다. ‘o ᄋ에서 발견되었음’이라고 쓴다.

 

 

1960년대 옷은커녕 시신을 감쌀 광목 한 조각도 얻기 어려워 창호지 두 장을 재봉틀로 드르륵 박아서는 그걸로 아이 시신을 감싸곤 했다.

 

 

여자가 엄마가 되는 데 꼭 임신이나 출산의 경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눈을 맞추고 똥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모성애는 시작된다. 이게 바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입양아를 위해 엄마가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이유다.

 

 

입양아에게 모국은 자기 뿌리와 같은 거야. 뿌리가 흔들리면 자기 인생도 없어. 그래서 입양아는 늘 모국을 찾고 인정하고 포용할 수밖에 없다.

 

 

장신구 살 돈으로 부모 잃은 아이들 입에 들어갈 딸기를 사고, 생활비를 아껴 아픈 아이들 약값을 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을 가꾸지 않으면 더욱 아름다워지고, 아끼지 않으면 더욱 귀해진다는 것 그들의 삶을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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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부산 원북원 선정도서다.

간혹 주워들은 이야기나 짐작으로 입양아들을 생각했었다.

재작년에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아기들의 칭얼거리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유학생 한 명이 두 명의 어린 아기를 데리고 간다.

나는 처음 보는 일이라 자꾸 관심이 쏠렸다.

뉴스를 들으니 작년에 800명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멍 때려라!

신동원 지음/ 셑추리원

 

 

 

 

로그인으로 시작해 로그아웃으로 끝나는 관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접속’이 아니라 ‘접촉’이다

 

와이파이와 커피 중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이제 그 누구도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사색을 즐기거나, 책을 읽으며 친구를 기다리지 않는다. 창밖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는 세상. 스마트폰 창을 통해 더 많은 사람, 더 큰 세상과의 접속을 선택한다.

 

 

혹시 여백 없는 수묵화를 본 적이 있는가. 쉼표나 마침표가 없는 문장을 본 적이 있는가? 그림에만 여백이 필요하고 글에만 쉼표가 필요한 게 아니다. 우리 머리에도 공백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온라인에서 친구 수는 곧 그 사람의 영향력과 현재 위치를 증명해준다. 일반적으로 관계의 깊이보다 넓이가 더 중요한 공간이므로 상대가 누구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문자 메시지가 편해요. 이만 자야겠다. 밥 먹을 시간이다. 약속이 있어 나가봐야 한다. 대화를 시작할 때도 끝낼 때도 단순명쾌하죠.

 

 

남성은 회사의 규모나 해당 직위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결정되고, 여성은 남편의 사회적 위치나 자식의 학벌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

 

 

다른 사람의 글에 댓글을 다는 것보다 내 글에 댓글이 달리는 게 더 중요하고, 방문자 수가 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접속’이 아니라 ‘접촉’이다.

인간은 직립보행의 대가로 두 손을 얻는 대신 넓은 골반을 잃었다. 골반의 크기에 맞춰 인간의 아기 역시 작아졌다. 태어난 아기가 제대로 걸으려면 최소 일 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엄마의 표정을 보고 따라 하는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아기에게 엄마와의 소통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걷기도 전에 타인의 감정을 읽는 이유다.

 

 

병원에서 생활하면 꼬마 손님들의 선물을 많이 받는다. 자신이 좋아하니까 상대도 좋아하리라 믿고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는 색종이에 그림을 그려 선물하고,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는 소방차를 들고 오기도 한다.

 

 

진짜 웃음은 눈꼬리 부위에 주름이 생기지만, 인위적은 웃음은 입술만 웃게 되어 눈 주위에 주름이 나타나지 않는다. 눈가 주름을 가리켜 ‘뒤센 스마일’

 

 

의사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부분은 7퍼센트가량이고 나머지 93퍼센트는 말이 아닌 몸짓, 표정, 말하는 속도 등 다양한 외적 요소. 당신이 언어로 상대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사이, 비언어는 상대의 무의식에 호소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 사람을 피하면서 편리하고 수월하다는 핑계로 도구에 의존하다 보면 당신이 상대를 피하고 싶은 만큼 상대도 당신을 외면하고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따뜻한 체온과 공감이 오가던 만남은 사라리고 요점만 전달하는 텍스트 위주의 대화가 중심이 된 지 오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허한 위로와 넋두리로 가득한 온라인의 ‘접속’이 아니라, 눈을 마주하고 함께 호흡하며 온기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접촉’이다.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모습을 보면 따라서 하품하고, 영화나 드라마 속의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되어 눈물을 흘리는 것 역시 거울 세포의 영향이다.

 

 

우리의 눈은 마음의 창이다. 특히 눈빛은 사람의 기분과 관심, 상태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 자폐증 환자의 공허한 눈을 보기 전까지 인간의 눈에 실린 그 풍부한 표정과 변화에 감사한 마음을 갖지 못했다.

 

 

우뇌는 감정을 담당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는 눈이 없다. 내 언행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이 없다 보니 상대방이 나의 말에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닌지, 오해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러니 상대보다 자신의 기분을 우선시한다. 잘못의 원인도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서 찾는다.

 

 

그 사람이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을 찾아준다.

 

 

우리는 너무 쉽게 ‘이해한다.’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자신이 직접 겪지 않은 이상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이 참고 견디는 슬픔을 알지 못한다.

대화 사이에 ‘그 마음 알아요’ ‘안타까워졌네요’ ‘정말 속상하겠어요.’ 등 적절한 교감 추임새를. 단순하고 허점 가득한 대화법에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라는 무한대의 공감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1세기 문맹자는 ‘감정 문맹자’

 

시골에 사는 초등학생이 제 몸보다 큰 송아지를 우리에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다가와 단 3초 만에 송아지를 우리 안으로 넣었다. 할아버지가 한 일이라고는 송아지 앞에서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내민 것뿐. 송아지는 엄마 젖을 빨 듯, 냉큼 손가락을 입에 넣고 제 발로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이해할 만한 이유를 주지 않으면 아무리 밀고 끌어당겨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내가 뭐라고 그랬어? 내 말을 듣고 있기나 한 거냐고?!” “듣고 있으니까 말하라고.” “아, 말이 안 통해, 진짜!” 21세기 문맹자는 글이 아닌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읽을 줄 모르는 ‘감정 문맹자’다.

 

 

 

완장을 찬 사람들의 심리

 

인간이라면 누구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이해받기를 원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문학작품, 음악, 자동차, 휴대전화 등 모든 것은 ‘인정 욕구’를 통해 탄생했다. 완장의 마력. 누구나 완장을 차게 되면 모든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기 위한 선택권이나 주도권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자신이 옳다고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목숨을 건 결투와 전쟁도 마다치 않는 게 인간의 심리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여자들은 장시간의 대화를 ‘비즈니스’라하고 남자들은 ‘수다.’라고 한다. 서로의 가치관과 성향, 관점이 다를 뿐이다.

 

 

“성욕이나 명예욕 등의 욕구는 극복할 수 있었지만 극복하기 참으로 어려운 욕구가 있었다. 바로 다는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였다.” -법정스님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삶은 풍요로워진다.

 

“여보, 우리 눈 좀 보고 대화하자!” “말해, 지금 듣고 있잖아.” “여보, 미안해. 얼른 메일 하나만 확인할게.” 다음날 아침 6시,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잠이 깬 정 과장은 또다시 메일과 메시지를 확인, 스마트폰은 오전 시간엔 MP3, DMB, 게임기로 외근이 잦은 오후에는 메일확인, 검색, 내비게이션, 쇼핑, 은행 업무, 무한 변신 중이다. 이렇듯 스마트한 기기가 있는데 왜 우리 생활은 전혀 스마트해지지 않는 것일까?

 

 

지하철, 음식점, 공연장 등 그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들은 모두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친구들의 모임에서도, 가족과의 식사에서도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부부마저도 잠자리에 누어 각자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잠이 드는 상황이니, 같이 있어도 함께 있지 않은 사람들, 스마트폰은 스마트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마치 금단현상을 겪는 사람처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다.

 

 

노모포비아 증후군, 휴대전화가 없는 공포증이라는 의미의 합성어로, 휴대전화가 곁에 없을 때 초조와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일컫는다. 정신과 전문의인 나조차도 어느 날 진료 중에도 회의 중에도 이동 중에도 인생의 바이블이라도 되는 양 하염없이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내 모습을 발견. 순간 내가 기술과 정보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기술과 정보가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가진 네 가지의 힘

1. 책은 정보의 우선순위를 제공해준다. 웹페이지에는 모든 정보가 무작위로 나와 있다.

2. 쓸모없는 정보를 미리 걸러준다.

3. 불필요한 자극이 없다. 웹 페이지에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이 가득한 내용이 돌아다닌다.

4. 독자의 관심사 혹은 지식수준에 따라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듯, 책과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하라. 그것이 바로 당신의 생각을 살찌우고 건강한 사람을 유지하는 최고의 비결이 될 것이다.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을 발견하다.

 

“지금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끄고 당신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발견하자. 잠시만이라도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아봄으로써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인지 찾을 필요가 있다. 그 어떤 것도 손자가 첫걸음을 뗄 때 손을 잡아주는 기쁨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뇌가 좋아하는 추억을 남겨라 : 사람이 다른 사람의 첫인상을 보고 호감도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 남짓이다. 이때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예쁘고 잘생긴 외모가 아닌 상대의 표정이다. 상대에게 좋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가식적’이다 라고. 의도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을 두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지적 공감능력이 발달한다.

 

 

항상 메모할 준비를 하라, 모든 일은 밤에 이뤄진다. 당신의 신체는 쉬고 있지만, 두뇌는 밤에도 열심히 사유한다. 그러니 잠에서 깬 후 바로 메모할 수 있도록 머리맡에 종이를 준비해놓는다.

 

 

재수 좋은 놈을 이기는 미친놈이 되라.

 

몰입을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성공의 월계관을 준다. 그래서 일과 몰임을 잘하는 사람들은 성공 뒤에 반드시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을 안다. 몰입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제 필자대로 사는 것이다.”라면서 소주잔을 함께 기울일 사람을 찾는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재수 좋은 놈 있다.”라고 한다. 그런데 재수 좋은 놈을 이기는 사람은 다름 아닌 ‘미친놈’이다 자기 일에 미친 사람은 그 누구도 당해낼 수가 없다.

 

 

 

칭찬은 뇌를 춤추게 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약점을 보완하려 하지 말고 강점을 더욱 강화하라”

 

 

인간은 타고난 거짓말쟁이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터득해 거짓말을 한다. 6세 미만 어린이의 95퍼센트가 거짓말을 한다. 어린아이들은 상대방이 불쾌하게 여길 말이라면 아예 대답을 하지 않거나,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는 쪽으로 바꿔 대답하는 요령을 익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회화과정이다. 더불어 사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이다.

 

 

관계에도 안전거리는 필요하다.

 

근친언팔, 상사블록, 연안불팔. 이는 트위터에서 가족을 포함한 친인척간의 팔로를 끊고, 직장상사는 블록 즉 차단을 통해 접근을 막으며, 연인끼리는 서로 팔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적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SNS가 공적으로 넘어가 예상치 못한 불편한 문제데 발생하자 서로 적당한 거리를 지키자는 의미다. 투명인간, 잉여인간 취급을 받는다. 감싸주고 덮어줄 수 있는 사소한 실수에도 화를 내고 분노를 표출한 것은 자신의 위치와 권위를 확인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다.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술이든 팔씨름이든 ‘그래도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면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30분간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훈계를 피하려고 아들은 아버지를 외면하려 하고,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없으니 마주칠 때마다 잔소리를 늘어놓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안전거리가 필요하듯 인간관계에도 안전벨트와 안전거리는 필수다. (앞차의 뒷바퀴 끝이 보이는 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옆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거리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너무 가까우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너무 멀어지면 소외되고 고립된다.

 

 

영국에서 청소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 중 50퍼센트 이상이 SNS를 통해 자녀의 사생활을 감시. 학교생활, 취미생활, 이성관계, 가치관. 신석기 구석기 고대 그리스 중세시대에도 ‘요즘 젊은것들’은 언제나 늘 문제였다. 자녀는 비 맞은 대나무처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지만, 부모의 눈에는 여전히 챙겨주고 보호해줘야 할 어린아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귀할수록 잘 보듬어야 한다. 사랑할수록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아이들이 SNS로 부모와 연결되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들키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더 크다. 그런데 굳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 필요가 있을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 익명성의 또 다른 이름은 뻔뻔함이다.

사회성이 좋고 유한 사람은 상대방의 말과 표정 중에서 가장 호의적인 부분에 주목한다.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자

 

친밀한 관계에 대한 정의. 아무 때나 연락해도 부담없는 사이, 최소한 서로의 집을 한 번 이상 방문한 사이, 소주 한잔 기울이며 서로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이, 부담 없이 돈거래를 할 수 있는 사이.

 

 

쇼핑 때마다 늘 싸우고 들어오는 모녀, 상대를 위해 베푼다고 생각했지만 고마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직장, 여가, 인간관계 등을 모두 포기하고 아이들 뒷바라지만 했는데 “엄마가 해준 게 뭐가 있어” 엄마는 상처를 입는다. 엄마에게 중요한 것과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분명 다르다. 엄마는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아이에게는 그저 듣기 싫은 잔소리일 뿐이다. 자신의 노력을 몰라준다고 서운해하기 전에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윈스턴 처칠 전 수상도 우울증을 앓았는데 ‘블랙독’이라고 불렀다.

 

 

 

마음이 무거운 사람은 생각도 많다.

마치 도도한 마님과 충실한 머슴을 보는 듯했다. 아내는 자신의 남편을 ‘심장이 없는 사람’ 그의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 6하 원칙에 따라 팩트중심으로 이어졌다. 마치 텔레비전에서 앵커가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마디로 상대의 감정을 전혀 읽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아내와 그저 모든 상황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남편, 너무 다른 성향이 문제였다.

 

 

“너도 그래? 나도!” 사람이 사람에게 받는 가장 큰 위안 중 하나가 바로 ‘나만 이렇지 않다’ ‘일반화 과정’ 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어려운 일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누구나 겪는 일반화 과정이 되면서 누구나 다 똑같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고 다시 일어설 기운을 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원하는 그림 그리기에서 시작해 부모가 원하는 대학, 부모가 원하는 직장, 부모가 정해주는 여자를 만나 결혼한 사람이다. 30년이 넘도록 부모의 뜻에 따랐을 뿐 단 한 번도 주도적으로 일을 벌여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

 

 

 

무엇을 하든 하나라도 제대로 하라

“요즘 세상에도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 다 있네.” 이제는 사람을 통해 전달되어야 할 생각과 지혜가 오로지 ‘엄지’를 통해 나온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 있어도 대화가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 구두는 언제나 발이 아프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헌 신발만 신고 다닐 수는 없다. 우리의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언제나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새로운 기회를 만들 가능성 자체를 차단해 버린다.

 

 

‘멍 때리기’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하자.

머리만 제대로 비워도 우리 삶은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멍 때려라

 

 

 

 

 

 

 

 

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

글 그림 김혜란 / 인문산책 2011

 

 

 

 

 

 

 

 

영국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매우 조심스럽고 깍듯합니다.

이에 지지 않는 민족이 일본인 -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들고 아주 조심스럽게 “저어…, 비스킷 하나만 더 먹어도 될까요?”

 

 

영국인들의 자녀교육은 매우 이성적입니다. 서너 살짜리 애들에게 조차 조근조근 대하는 게 몸에 밴 듯합니다.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면 차근차근 알아듣도록 이해를 시킨 다음, 반드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도록 가르치더군요.

 

 

영국 사회의 특성 ‘개인주의’와 ‘관계의 평등’ 아무리 가까워도 남의 집에 불쑥 찾아가는 일도 없고, 남의 집을 방문하면 아주 소심할 정도로 예의를 따집니다. 남의 감정을 침범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를 꺼립니다. 그래서 상대편이 사생활을 말하지 않으면 굳이 캐묻지 않습니다. 가까운 친구 사이라 해도 서로 간에 더는 열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홀로 외로운 노인들, 우리나라를 ‘재미있는 지옥’, 서구 유럽을 ‘재미없는 천국’

 

 

르네상스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분류된 수많은 명화 고흐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세잔, 클림트 등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 관람이 무료라서 언제든 부담없이 볼 수 있습니다.

 

 

노팅힐의 거리 악사, 골동품부터 먹을거리까지 잡다한 물건들, 모피를 파는 노점상, 목청껏 외치는 과일 상,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사려고 모여드는 사람들, 그 붐비는 인파 속에서도 키스를 나누는 연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입니다. 그런 소음과 군중 속에서 거리의 악사를 만났습니다. 늙지도 젊지도 않은 사내가 낡은 플라스틱 의자 끝에 앉아 곱은 손가락을 튕겨가며 기타를 연주하고, 바닥에 놓인 기타 케이스에 한두 개의 동전이 놓여 있을 뿐…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매우 담담해 보입니다. 플라스틱 의자 끝에 겨우 걸터앉은 모습처럼 그의 삶도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섬처럼 고독하게 떠 있었습니다. 

 

 

영국의 간판문화 - 런던의 거리, 현란하지 않은 색감에 아담한 크기의 품격 있어 보이는 작지만 건물과 주변 환경과 어울림을 잊지 않는 센스.

 

 

처칠이 사랑한 집, 차트웰 - 1965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처칠을 영국의 정치가 정도쯤으로 알고 있지만, 노벨문학상을 탄 문학도였으며 그림을 잘 그린 화가이기도 하다. 정치사적으로 그의 중요성이 워낙 크다 보니 고집 세고 불 같은 위대하고 독선적인 정치가가 그의 캐릭터.

 

 

 

시인의 고향, 그리스 미어

 

초원의 빛이여, / 꽃의 영광이여, / 다시는 그 시간이 / 되돌아오지 않더라도 /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빛을 찾으리. 윌리엄 워즈워스의 ‘초원의 빛’

 

 

옥스퍼드 대학과 케이브리지 대학 -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합쳐서 보스브리지라고 한답니다. 영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들을 배출, 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혜택과 특권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강한 의식을 배운다고 합니다. 이런 가진 자의 도덕적 책임의식,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

 

 

영국의 전원, 코츠월즈 - 시간의 흐름이 한 300년 전 400년 전쯤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 혹시라도 영국을 여행할 기회가 있으면 코츠월즈

 

 

작고 귀여운 동화의 마을, 라이 - 작은 마을 라이는 코츠월즈와 함께 영국인들이 은퇴 후 살고 싶어하는 마을 1순위. 앙증스럽고 아기자기한 마을, 조약돌이 깔린 중세의 골목에는 넝쿨 장미가 흐드러져 있고, 어린 왕자가 좋아할, 창문에 제라늄이 피어 있는 예쁜 집.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기분.

 

 

영국은 9월의 날씨가 가장 좋습니다 바람도 심하지 않고 햇살은 청명합니다. 여름이 물러난 해변엔 쪽빛 하늘색을 닮은 바닷물도 푸르게 넘실거리고 물결이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살아 있음에 대한 환희랄까, 뭐 그런 비슷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이 순간, 이 바닷가에서 머리카락을 날리고 서 있는 이 50킬로그램 몸뚱이는 언제까지 싱싱하게 숨을 쉴까. 지금 이 햇살을 받고 서 있는 순간에 몰두할 일이다.’

 

 

헌책방 마을, 헤이 온 와이 - 옥스퍼드 출신의 당시 23세의 젊은이였던 리처드 부스가 1961년 이 마을의 소방서 건물에 헌책방을 열면서 시작됩니다. 헌책 애호가였던 그는 영국의 전역을 돌아다니며 귀족 사택에서 나오는 책들을 사들였고, 보관 가치가 높은 희귀본들을 수집하여 이후 그는 헤이 성을 사들여 북 삽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를 가다 - 영국은 연방국가, 지역마다 가진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고, 깊숙이 들여다보면 각각의 독립된 나라들. 당시 롤링은 해리포터를 처음 쓰기 시작, 그 당시 롤링은 빵을 살 돈조차 걱정했을 만큼 가난했던 이혼녀였는데, 해리포터로 돈과 명성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반가운 과일 - 오렌지, 토마토, 바나나, 서양 배, 망고, 키위 등 이런 과일 속에서 감을 보면 마치 먼 타국에서 고향 사람을 만난 듯, 지난여름 햇살과 바람과 흙이 요술을 부려 내놓은 듯 매끄러운 주홍빛.

 

 

나무가 있는 풍경 - 가을날의 황혼처럼 화해가 이루어지는 시간이 또 있을까요? 공원을 걸으면 세상이 은근히 아름답다는 세월이 참 빠르게 흐른다는 그리고 살아갈 날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준엄한 사실.

 

 

고독이라는 터널을 지나며 - 아이들을 앞세우고 영국으로 무작정 떠나온 이유는 나를 얽매이게 하는 가부장적인 가족문화, 그 관계로부터의 단절.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문화,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것은 내 땅에서의 관계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떨치고 나온 그 땅에서의 관계들이 그토록 그리울 줄이야.

 

 

영국의 일상은 아주 단조롭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예기치 않는 깜짝만남은 눈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 없고, 지나다가 수다가 떨고 싶다고 불쑥 찾아가는 경우는 상상할 수도 없답니다. 단조로움의 연속이지요. 마치 국기훈련 같습니다.

 

 

방학은 괴로워 - 옛날에는 피천득의 ‘구월의 여인’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어깨에 숄을 두르고, 페치카에 장작불을 바라보며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한가하게 그림을 그리며 우아하고 고상하게 …. 그런데, 이거이 뭡네까? 허벌나게 밥 해대고, 라면 끓이고, 설거지하고, 어질러진 집 안 치우고…. 그러다 하루해가 저무네요.

 

 

고속도로 추월선에서 차선을 바꾸는 순간, 자잘한 흰 꽃이 눈에 들어왔다.

 

 

영국의 어머니날- 영국에서는 3월 셋째 주일이 어머니날, 이날이 되면 거창하게 민족 정체성까지 들먹이다가 정작 5월 8일엔 잊고 지나기 일쑤, 그래서 스스로 한 아름의 꽃을 샀습니다. 기대하느니 차라리 자축하리라. 저녁에 아이들이 식탁위에 카드를 올려놓았습니다 카드의 꽃이 생화보다 더 고와 보이니 이 무슨 조화일까요?

 

 

티타임 - 뜨거운 차를 먼저 붓고 우유를 섞는 집은 고급 찻잔을 쓰던 상류층의 습관이고, 우유를 먼저 붓고 후에 차를 따르는 집안은 찻잔이 부실했던 서민층이랍니다.

 

 

개 대접, 사람취급 - 산책나갈까? 저가까지 뛰어갔다 와. 왜 개처럼 더러운 걸 주워 먹고 그래 (개 정체성 혼란 중) 앞으로 그러지마! 정작 사람끼리(부부)는 멀뚱멀뚱 ‘개한테처럼 친절해 보시지!’ ‘개만큼만 애교를 떨어보라고’ 개하고 더 친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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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님이 영국 코츠월즈에 가보라고 이책을 빌려줬다

저자가 김혜란님이 직접그린 그림과 글이 예쁘고 진솔하다

우리 작은 쌈지도서관에도 구매하여 여러회원들과 행복을 공유하고 있다

 

 

'난로'사랑처럼, 가까히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고슴도치'사랑처럼, 가까히 다가가면 내눈과 내 마음에 피눈물이 나는 사랑

사람사이의 관계란,

자동차 운전처럼,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접촉사고가 없다

물론 안전띠는 생명띠다. 

'상대편이 사생활을 말하지 않으면 굳이 캐묻지 않습니다. 가까운 친구 사이라 해도 서로 간에 더는 열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

 

나는 영국인도 아니면서 왜 그리 매정하게 살고 있었을까?

이제부터라도 .... ?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살던대로 산다고 한다.

그냥, 살자

 

 

 

 

 

 

타샤의 정원

월북

 

 

 

 

 

 

 

 

 

타샤 튜더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작가다. 70여 년간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90세를 넘긴 나이에도 동화보다 더욱 동화 같은 삶을 살고 있다. 19세기 생활을 좋아해서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고 장작 스토브로 음식을 만든다. 우울하게 지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부지런한 할머니다. 타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정원 가꾸기다.

 

 

 

 

 

 

 

 

 

 

 

 

 

각각의 색이 아무렇게나 흩어졌다 다시 방목되는 것 같지만, 물론 타샤의 정원에서 아무렇게나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물망초와 제비꽃은 꽃밭 가장자리에 자유롭게 피어 있다. 타샤는 ‘제비꽃’보다는 어머니가 부르던 이름인 ‘숙녀의 기쁨’으로 부르기를 더 좋아해서, 누가 그렇게 부르지 않으면 혀를 차면서 고쳐준다. 그녀는 야생화들을 남성이 아니라 여성으로 본다.

 

 

그녀에게 선심을 쓴답시고 테라스에서 풀을 뽑다가는 큰일 난다. 오솔길에는 성난 보라색 바다처럼 물망초가 깔렸고, 제비꽃은 여기저기 군데군데 지천으로 피어, 키 큰 다년생 화초들의 발목을 장식한다. 천사 뺨 같은 꽃잎에 콧수염이 있는 연보라와 노랑이 섞인 변종 제비꽃을 키운다.

 

 

5월의 능금나무는 처진 가지 밑에 어울리는 색감으로 꽃밭을 꾸민다. 또 나무 밑에 좋은 대조를 이루는 모란꽃을 심기도 한다. 화가다운 솜씨.

 

 

“난 꽃꽂이를 제대로 못 해요. 내가 꽂은 꽃은 자라죠. 정원처럼요.”

오솔길들이 다 숲으로의 멋진 나들이 길, 이외에 분명한 역할이 있는 것은 아니다.

 

 

 

6월이면 봄의 여운과 여름의 기미가 어우러진다. 가장 훌륭한 손님은 일손을 거들어주는 사람들이다.

 

어디나 흔하고 즐비한 양귀비여서 손님에게는 우연히 거기 핀 것 같지만, 실은 어떤 의미가 있고 일부러 그 자리에 심은 거였다. 정원은 멋대로 자라라는 듯 보이지만, 그것 역시 의도한 바다.

 

타샤는 혀를 내두를 만치 요리 솜씨가 뛰어나고, 다과를 가장 좋아한다. 다과가 준비되기 전에 식기 실에 들어가면, 타샤는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키며 내쫓는다. 그녀는 부엌에선 어떤 도움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늦은 오후는 그림 그리기에 빛이 좋은 때라서, 삽화 그리기에 깊이 몰두할 때 방해받는 것을 꺼려서, 특별히 숨을 곳을 마련해두었다.

 

 

타샤는 작약 중에서도 커다란 폭탄 타입을 선호한다. 이런 취향은 어쩐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듯싶다. 폭탄타입은 여름 소낙비가 내려 꽃송이가 흠뻑 젖으면 비가 그치기 무섭게 뛰어나가서, 고개를 숙인 꽃송이가 다시 고개를 들 때까지 물을 닦아준다.

 

 

 

 

 

 

 

 

 

 

 

 

 

타샤는 유별나게 부지런한 사람이다. 나이도 그녀의 추진력을 막지 못한다. 앉아서 유쾌하게 오래도록 수다 떠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과 자유와 층층이부채꽃 이야기를 하면서도 손에 일거리를 드는 것을 좋아한다. 이야기를 술술 하면서도 손을 분주히 움직여, 타샤는 초지에서 가져온 데이지를 엮어나간다.

 

 

 

 

 

 

 

 

 

 

 

 

 

 

결혼식이나 한여름의 파티 같은 특별한 일이 생기면 타사는 참석한 아이들에게 데이지 왕관을 만들어준다. 축하 행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타샤는 손자들을 위해 화관을 만든다. 아이들이 손놀림을 보고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하기를 소망하면서. 화관을 만든다. 햇살 좋은 날엔 현관 그늘, 햇살이 부드러울 때는 풀밭에서 한다.

 

 

 

타샤는 덩굴 식물을 좋아하고, 그 자유로움과 장난스런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한다. 인동덩굴과 으아리가 뒤엉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면서 차를 마시는 나무 위로 그늘을 드리운다.

 

 

타샤는 화초를 편애하지 않으려 하고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내색은 하지 않지만, 으아리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눈치다.

“차를 준비하는 동안, 나가서 정원을 둘러보지 그래요?”

7월이 되면 백합은 그야말로 팡파르를 울린다.

 

 

 

 

 

 

 

 

 

 

 

 

 

8월의 정원은 5월과 다름 없이 눈부시다. 타샤는 늘 잘 차려입는다. 나는 보통 사람들이 옷을 가볍게 입고 싶어하는 날, 그녀의 집을 찾아가곤 한다. 나는 끈 원피스만 입고 간다. 하지만, 타샤는 늘 어깨와 팔꿈치를 가리고, 치마는 발목까지 치렁치렁하다. 원칙적으로 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봄이 올 무렵부터는 늘 맨발로 정원을 돌아다닌다. 8월 테라스는 봄의 희미한 색조와는 달리 짙은 색들의 잔치가 벌어진다.

 

 

“난 바다를 오가는 사업을 했던 집안 출신이에요. 어머니는 처음으로 도선사 자격증을 딴 여성 중 한 사람이었지요. 아버지는 배를 조종하려고 자격증을 땄지요. 하지만, 난 어릴 때부터 물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계절이 깊어지면 타샤는 저녁 내내 불가에 앉아서, 흰 수선을 옆에 두고 그림을 그린다. 겨울에는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하고 옷을 깁는다. 그녀의 손은 늘 분주히 움직이고, 머릿속에는 항상 꿈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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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은 읽는 책이 아니라 ,

보면서 즐거운 책이다.

무엇에 한참 쫓기다가, 마음이 무겁다가

문득, 책을 펼치면 책갈피에서 꽃향기가 난다.

누구도 이 역할을 대신 할 수 없다.

가볍게 보는 둥 마는 둥 펼치다가 덮어도

서운한 기색 없이 나를 기다려준다.

절대 어떤 책처럼,

왜 이제야 보느냐고,

왜 공부하지 않느냐고,

왜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느냐고 따지거나 삐지지 않는다.

 

그렇다.

사람들처럼 토라져 뒤돌아 앉지 않는다.

뒤 돌아앉은 그들을 위하여 내 에너지를 쓰지 않아서 좋다.

비위 맞추지 않아서 좋다.

 

 

 

 

 

 

 

 

 

 

 

 

 

 

자동차 유럽여행

이화득 이미경 / 서울문화사

 

 

유럽의 길이 우리나라 길보다 훨씬 한적하고, 유럽사람들은 대부분 교통규칙을 잘 지키기 때문이다. 그래도 길을 잘못 들면 어떻게 하나. 길을 잘못 들면 거기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국적인 풍경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잘못 찾아가도 좋다. 장시간 운전하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유럽세서는 운전하는 게 일이 아니라 즐거움이 된다.

 

 

유럽에서 사고라도 날까 봐 두렵다

우리나라에서나 유럽에서나 똑같다. 유럽의 길은 우리나라 길보다 더 여유 있고 잘 만들어져 있다. 나만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면 교통사고가 날 확률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

 

 

 

외국어를 잘 못해서 걱정된다.

사실 외국 사람과 꼭 해야 할 이야기도 별로 없다. 지도를 보고도 이해가 안 되는 곳에서 길을 물어보는 일이겠지만, 그럴 때엔 좀 똑똑해 보이는 사람 하나 불러 세워놓고서 지도책에서 내가 가려는 데를 손으로 짚기만 하면 끝이다.

입장요금이나 물건 가격은 어딜 가나 다 붙어 있고 값을 흥정할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돈을 가진 사람은 나’ 라는 것이다.

 

 

렌터카 : 차가 작을수록 싸고, 빌리는 기간이 길수록 요금이 할인된다.

 

 

리스카 : 푸조의 리스카는 우리나라의 종합보험처럼 가족끼리 운전도 바꿔서 할 수 있고, 사고가 났을 때도 등승자 전원에게 보험혜택이 적용된다. 또 자동차를 파손시켰을 때도 수리비 전액이 보험으로 처리되므로 내 차보다도 더 마음 편히 몰고 다닐 수 있다.

 

 

운전면허 : 우리나라 운전면허가 외국에서 그대로 통용.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우리나라 운전면허증과 함께 가지고 가야 한다. ‘오리지날 면허증’ 즉 우리나라에서 발급한 면허증과 함께 있을 때만 효력이 있는 것이므로 우리나라 면허증도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한다.

 

 

지도 : 자세한 지도책에는 그만큼 많은 정보가 들어 있으므로 지도 구입비용은 아끼지 않는 것이 좋다. 지도책을 펼쳐놓고 지나갈 길을 따라 투명 마킹펜으로 표시를 한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하드웨어’라면 조수석에서 지도를 든 사람은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일 뿐이므로 길 찾아가는 일은 전적으로 지도를 보아주는 사람의 역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전 : 추월은 신속하게 추월이 끝나면 즉시 주행 차선으로. 이건 상식이기 때문에 두 대의 차가 고속도로를 나란히 달리는 일은 없다. 권위의 상징인 검은색 승용차가 나타나면 아마 여러 사람이 쳐다볼 것이다. 조폭 두목인가? 장의사 찬가? 유럽이든 미국이든 창문에 코팅한 차를 볼 수 없다. 그들은 대낮에도 전조등을 환하게 켜고 다닌다. 우리나라의 운전면허가 유럽에서도 인정되는 것처럼, 유럽의 도로 구조나 교통 규칙 같은 것도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다.

 

 

유럽에서는 사람이 왕이다. 아니 그보다는 “차 탄 죄인” 결코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속도 이상 달리지 않는다. 야영장 구내에서 차의 운행속도는 시속 5킬로로 제한되어 있고 모든 차가 그 속도로 움직인다.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서도 절대적으로 사람이 우선이다. 그것도 그 사람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멀찌감치 거리를 띄고서 멈추어야 한다. 유럽에서 운전하며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말, '차 탄 죄인'

 

 

고속도로 :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비슷하고 바퀴와 지면의 밀착도 제동력은 좋은 편이다. 우리나라처럼 험한 산이 별로 없어서 아주 곧게 뻗어 있는 길이 많다.

 

 

프랑스 고속도로 :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도 프랑스 고속도로는 휴게소의 시설이 잘 돼 있다. 휴게소마다 커다란 상가나 식당 건물이 있음은 물론이고 주차장의 터가 아주 넓고 야영장이나 공원을 연상시킬 만큼 여러 가지 편의 시설도 잘돼 있다. 통행료는 신용카드로도 낼 수 있어 편리하다.

 

 

차선색깔 : 유럽 대부분 나라에서 중앙선은 노란색이 아니라 흰색으로 되어 있다. ‘중앙선이 흰색 실선’ 이라는 사실은 꼭 명심해야 한다. 추월 가능 구간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중앙선이 끊어져 있어서 쉽게 알 수 있다. 스위스 국도 길에서는 중앙선이 주황색이다.

 

 

신호등 / 정지선 : 유럽의 네거리에서는 좌회전 신호가 따로 없다. 대부분은 ‘비보호 좌회전’이다. 물론 이때도 직진 차에게 우선권이 있다.

 

 

주차 : 유럽의 주차사정은 전체적으로 보아 우리나라보다 낫다.

 

 

주유소 : 주유소는 가는 곳마다 아주 많다. 그리고 모두 셀프서비스다. 휘발유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주유소가 많고 주유기도 많으므로 어느 곳에서든지 기름을 넣으려고 기다리는 일은 거의 없다. 주의할 것은 기름을 다 넣었고 혹시 뒤에서 기다리는 차가 있더라도 계산하기 전에 차를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돈 안 내고 도망가려는 차로 오해를 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사람들은 기다리는 데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뒤에서 다른 차가 기다린다고 해도 그 사람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기름 값을 치르고 나서 물건을 사든, 화장실을 가든 내 볼일을 다 보고 와도 된다. 그러나 어느 주유소든 터가 넓고 주유기 수가 많아서 기름을 넣으려고 기다리는 일은 거의 없다.

 

 

 

숙박시설

숙박시설은 크게 호텔종류와 현지인이 하는 민박집, 한국민박, 유스호스텔, 야영장 등이 있는데 대부분 아주 깨끗하고 불편한 것이 없게 돼 있으며 가격도 같은 시설의 국내 숙박시설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그중 ‘이코노미 체인호텔’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숙박 - 일단 계산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독립된 공간으로 신경 쓸 일이 전혀 없고 요금도 매우 싸다. 자동차를 몰고 찾아가기에 좋은 위치에 있으며 무료든 유료든 주차장은 다 낮추고 있다. 한국사람이 하는 민박집,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편한 것보다는 오히려 불편한 점이 더 많다.

 

 

호텔과 팬션 : 우리나라에서는 호텔의 등급을 무궁화로 표시하지만, 유럽에서는 ★로 표시한다. 유럽의 호텔은 싼 곳부터 일찍 방이 나간다. 호텔이나 민박이 여러 집 있는 마을에서도 초저녁에 방을 구하면 싼 방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스케즐을 잡는 것이 좋다.

 

 

예약 : 현지 도착 후 2, 3일 정도까지의 숙박지를 한국에서 예약하고 나머지는 그 뒤 일정에 따라 현지에서 해도 된다.

팬션: 동네의 주유소나 상점 같은 데서 물어보면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라는 것처럼, 아주 열심히 가르쳐준다.

 

 

이코노미 체인호텔

ETAP호텔 : 독일 프랑스에 수백 개의 체인호텔이 있고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에도 있는 경제적인 호텔이다. 하루 숙박료는 대개 40-50유로 정도로 싼 편이다. 시설에 비해 방값이 싼 편이지만 실내가 심플한 구조로 가구라고는 티브이 한 대뿐이다. 에탑호텔의 체인점들은 대개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근처에 자리 잡고 있어 찾아가기도 좋고, 예약이나 여러 가지 업무가 체계화돼 있어서 우리가 이용하기에 편하다. 에탑호텔의 인터넷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국가별, 도시별로 찾아 예약하고 지도를 출력할 수 있어 매우 편리다.

 

 

DONTDISTURB

한 호텔에 며칠 묵을 때는 방문 밖 손잡이에 ‘DON T DISTURB' 표지를 걸어둔다. 그러면 청소하는 사람들이 절대로 내 방에 들어오는 일은 없으므로 혹시 그 사람들이 뭐라 할까 적정할 필요도 없다. 집에서도 매일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데, 호텔에서 며칠 동안 침대 시트 갈지 않는다고 어쩔 건 없고, 팁을 주지 않아도 좋으니 그것도 좋은 점이다.

 

 

기후조건 ; 우선 모기가 없다. 기온은 높지만, 습도가 낮아서 푹푹 찌는 더위, 텐트 안에 앉아 있으면 땀이 줄줄 나는 더위 같은 게 없다. 한낮에도 햇볕은 따갑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금방 시원해지고 땀이 말라버린다.

 

 

야영장은 미리 예약까지 할 필요는 없고 저녁 무렵 적당한 곳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자리가 있다. 단지 모든 야영 장비를 한국에서부터 가지고 가려면 짐이 너무 많아져서 현지에서 사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텐트 - 유럽의 여름은 폭우가 내린다거나 푹푹 찌는 무더위가 없어 완벽한 성능의 고급형 텐트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월마트에서 10유로짜리 침낭을 하나 사서 여러 날을 쓰고 가지고 왔다.

 

 

에어매트리스 - 유럽의 밤은 매우 쌀쌀하다. 물론 바닥이 전부 잔디로 되어 있지만 얄팍한 등산용 메트리스 한 장만은 배기고 으스스하다.

 

 

멀티어댑더 - 전기요금을 따로 받는 야영장에서도 요금은 그다지 많지 않다. 어댑터는 야영장 사무실에 이야기하면 빌려준다.

 

 

아파트 민박 : 유럽에는 소형 아파트 한 채를 통째로 빌려주는 것도 있다. 주방기구와 기본적인 살림살이가 다 낮춰져 있어 매우 편리하다. 원룸 식으로 된 ‘스튜디오’부터 다양하다.

 

 

차에서 자기 : 앞자리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고 등받이를 눕히면 공간이 나온다.

 

 

주차 장소 ; 차를 대놓고 자기 가장 좋은 곳은 고속도로 휴게소다. 매우 한적해서 적당한 곳에서 밥을 먹거나 잠을 자기에 편하다. 얼른 보면 한적한 공원처럼 보일 만큼 차들도 많지 않고 상가를 가든 화장실을 가든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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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태산 같다가 이책을 읽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이책의 저자는 여행을 하여 책을 내는 사람이니 전문가다

우리나라에서도 절절매는 교통규칙 길치 네비보는 요령 ...

실습해봐야 알것이다

술술 읽어지는 책,

 

 

 

 

 

 

 

 

 

프로방스에서, 느 릿 느 릿

장다혜 지음 / 앨리스

 

 

 

 

 

 

 

 

‘과연 짊어질 가치가 있는가?’ 어느 봄날, 프로방스에 도착했다. 프로방스가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시기인 5월, 마음도 배낭도 가벼웠던 배낭여행의 끝자락이었다. 빨리 가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여유롭게 걸으며 느긋하게 들여다보아야만 보이는 프로방스.

 

 

풍경이 안정적일수록 감정은 역동적이다. 역설적인 감정, 물속에 물만 있는 것이 아니듯 텅 빈 풍경은 두서없는 기억들로 가득 차 그리움은 오롯해지고 마음이 일렁인다.

 

 

집집이 발코니가, 나무 덧문의 색깔이, 그 앞에 내놓은 화분의 모양이 다 다르다. 거리의 건물들이, 그 입구가, 또 그 앞의 가로등이 다 다르다. 똑같은 하나도 없는 다채로운 디자인과 고유의 색감이 현지에 널렸다. 새로운 곳이지만 긴장은커녕 해방감이 가득 밀려온다.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는 순간, 밀려오는 좌절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도시의 삶이 이곳에선 다 부질없어진다.

 

 

프로방스 사람들은 적극적이면 진취적이고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 남들, 특히 동양인이 물어봐 주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혹시 프로방스를 방문하게 된다면 그들과 대화를 통해 좀 더 깊이 다가가길 바란다. 분명,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나친 풍경들보다 생생하게 마주한 여러 얼굴들이 여름의 조각들을 훨씬 더 빛나게 할테니까.

 

 

영국과 독일 아줌마, 할머니들은 단정하게 자른 짧은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수수한 베이지색 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편안한 단화를 신는다. 액세서리도 눈에 띄지 않는다.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가방과 신발, 단정하고 깔끔하지만, 개성은 약간 없어 보이는 조신한 옷차림.

 

 

프로방스 토박이 어르신들은 한여름의 더운 날씨에도 진한 색조화장은 기본이다. 귀고리 목걸이 반지 할 것 없이 크고 화려한 액세서리로 눈이 부셔야 한다. 머리를 묶거나 올리고 반짝이는 핀을 많이 꼽고, 모자도 화려한 장식이 달린 강렬한 원색을 쓴다. 손톱과 발톱도 길게 길러 원색 매니큐어와 페디큐어를 칠한다. 게다가 7,80대 할머니라도 8센티미터 힐은 기본이다. 색깔도 디자인도 과감한 비키니 차림으로 ‘처진 가슴도 자랑스러운 내 신체의 일부문일 뿐’ 어디서든지 과감하게 노출을 즐긴다.

 

 

 

칸, 더없이 사랑스러운 해변

비키니를 입은 할머니들이 해변에 누워 태닝을 즐긴다. 흑인들이 피부가 탈 새라 열심히 선크림을 바르고 있다. 개들도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고는 자연스럽게 해변 입구에 있는 샤워기 밑으로 달려가 짠물을 씻어낸다. 주차를 하려면 시내를 몇 바퀴 도는 건 예사고 좁은 일방통행 도로가 많아 원치 않게 시내 뒷골목 구경을 두세 번 연달아 하게 된다. 칸은 그 유명세와는 달리 작아서 일단 짐을 풀고 나면 차나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된다. 지도도 필요 없다. 작고 길은 단순해서 헤매지 않고도 걸어서 다닐 수 있다.

 

 

해변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콧대 높은 도도한 얼굴을 하고 있는 크루아제트해변이다. 유명브랜드호텔 부티크호텔 고급스러움과 사치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이곳은 누구나 동경하는 명품 1번지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해변에 어울릴 만한 가벼운 옷들도 세련되게 입어 하얀 바지와 가죽 샌들 하나만으로도 멋스러움을 드러낸다. 한여름의 쇼윈도엔 모피를 입은 마네캉들이 겨울의 마네킹들은 모두 헐벗고있다.

 

 

칸의 해변을 즐기려면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동행하는 사람에 따라, 계절과 날씨에 따라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오늘은 어떤 해변으로 갈까?

 

 

벼룩시장엔 벼룩만 없다더니 정말 천천히 들여다보면 없는 게 없다.

 

 

 

앙티브, 태양은 가득히

곱게 닳은 나무 바닥이 내는 삐걱삐걱 소리도 아늑하게 느껴지는 정겹고 따스한 분위기의 책방. 오래된 나무냄새와 책 먼지가 적당한 비율로 섞인, 다소 생소한 공기를 호흡하면서. 그러나 그것도 잠시, ‘너 거기서 뭐하니?“

 

 

 

니스, 이부 클랭의 그랑 블루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기억되는 화가 이부 클랭. 단조로우면서도 순수한 청색 모노크롬을 발견했고 이 색은 1960년 ‘IKB(International Klein Biue’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는다. 니스의 바다를 바라보면 그의 짧은 일생만큼이나 도발적이고 매력적이며 신비롭기까지 한 푸른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코발트 불루보다는 짙고 울트라 불루보다는 연한 이부 클랭의 모노크롬 블루는 항상 먼바다에 머물러 있어 니스의 풍경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든다. 칙칙한 날씨의 영국을 떠나 이곳으로 휴양을 왔던 영국 귀족들은 해변을 산책할 때마다 구두에 흙이 묻어 부자자 이곳에 산책로를 닦았다. 1895년에는 빅토리아 여왕이 니스에 머무르면서 이 산책로를 애용했다고 한다. 즐비한 니스의 대표적인 거리로 성장. 미국의 댄서 이사도라 덩컨의 죽음으로 다시 한번 유명세를 탄다. 200년의 짧은 역사에도 수많은 일화를 담고있는 니스의 해변은 완만한 만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의 해변은 워낙 길어 한여름에도 다른 사람과 부대낄 일 없이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해 아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해변으로 가는 가장 기분 좋은 방법은 해안 절벽을 따라 달리는 기차를 타는 것이다. 2층 기차는 높고 큰 창이 달려 시원한 지중해와 맞닿은 프로방스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칸에서 니스까지의 해변도로는 아침 햇살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드라이브코스다. 일출로 일렁이는 고요한 바다와 눈으로 뒤덮인 웅장한 알프스가 차창을 가득 메운다. 멀리 중세와 르네상스, 그리고 현대가 공존하는 니스의 아침 풍경을 바라보며 구시가로 들어선다. 노천시장의 이름이 말해주듯 하이라이트는 단연 꽃시장이다.

 

 

프랑스 여자들의 세련미를 일컫는 프렌치 시크는 전 세계 유행을 이끌지만, 오히려 보편적 트렌드를 거부하는 그 아이로니컬함에 매력이 있다. 화려함을 피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내는 그들의 스타일이 프랑스 패션 아이콘으로 성장시켰다. 패브릭 가게에 들어가 올리브 나무와 매미가 수 놓인 앞치마와 식탁보, 냅킨 등을 구경.

 

 

 

심심한 귀족들의 축제, 니스 카니발

매년 2월 말, 바빌론의 고대 로마인들은 귀족은 노예로 또 노예는 귀족으로 분장해 축제를 즐겼는데 그것이 지금 브라질의 삼바와 니스 카니발 등을 만들어낸 마디그라의 시초다. 니스 카니발은 거대 인형들을 주축으로 하는 축제라서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어떤 아이들은 축제에 심취한 나머지 행진하는 인형들에게 말을 걸거나, 음악에 맞춰서 막춤을 추거나, 알 수 없는 자기만의 언어로 괴성을 지르거나, 꽃종이나 눈 스프레이를 뿌려대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매우 신나 있음’을 표현한다.

 

 

 

파이앙스, 앤티크 세상 속으로

열려라 참깨! 육중한 동굴 문이 스르르 열리면 번쩍이는 금화와 은화가 궤짝에 넘쳐나고, 앞다투어 광채를 뿜어대는 알 굵은 반지며 목걸이며 왕관이 있을 것 같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의 보물창고에 한 발짝 들어온 기분이다. 뒤따르는 개들도 이곳이 익숙한지, 윤기가 흐르는 부들부들한 털을 날리며 우아하고 느긋하게 가구들을 둘러본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 첫째 진열된 귀한 물건, 가격, 그걸 덥석 사는 손님들을 보며 놀란다. 가공할 만한 침묵에 갇힌 예술에만 익숙하던 우리들에게 시장에서 만지고 느끼는 예술은 새롭기만 하다.

 

 

 

투레트쉬르루, 자연을 입은 도자기 시장

소박한 자갈길을 따라 올리브 오일, 와인, 초코릿 등을 파는 작은 상점과 라벤더가 앙증맞게 수 놓인 테이블보와 냅킨, 패브릭 커튼을 파는 상점들. 거친 듯 멋스러운 돌담길을 따라 일요일 오후의 나른함, 유독 마을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선 부정적인 의미지만, 차를 타고 낯선 곳을 지나가다가도 장이 선 곳을 발견하면 고맙다.

 

 

 

아를, 바람을 그리는 남자 빈센트 반 고흐

스물일곱 늦은 나이에 화가가 된 남자. 모델을 구할 돈이 없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평생 39점의 자화상을 남긴 화가, 그럼에도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는 유독 초췌한 모습이 떠오르는 불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4개 국어에 능통하고 독서광이었던 지식인이자 10년 남짓 그린 그림만으로 21세기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 그는 진정한 천재 화가다.

 

 

반 고흐는 규칙을 어겼을 때, 스스로 한겨울의 추위를 나체로 견디는 벌을 내렸을 만큼 자신에게 엄격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현실과도 너무나 동떨어진 순진한 예술가였다. 그래서 지극히 현실적이고 셈이 빨랐던 고갱과의 불행한 결말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반 고흐가 죽은 지 6개월 후, 동생 테오도 죽자 테오의 부인은 반 고흐의 그림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그의 그림을 모으는 작업을 시작하다. 어떤 집에서는 땔감으로 파괴되고, 어떤 술집에서는 더트 판으로 사용되고, 심지어 반 고흐의 어머니는 그의 그림 여러 점을 닭장의 구멍을 막는 용도로 쓰고 그렇게 그의 사후에도 오랫동안 그이 작품들은 처참한 몰골로 사라졌다. 그은 불운한, 가끔은 행복하기도 했던 삶의 순간들엔 항상 자화상을 그렸다. 현재 아를에는 그가 살던 노란 집과 카페, 그가 감금되었던 병원과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모두 남아 있어 그의 그림 한 점 한 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여름엔 40도를 웃도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기에 고스란히 햇볕을 견디며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들지만, 반 고흐의 그림 속 소용돌이치는 자연과 햇빛을 담은 화려한 색채를 즐기기에 적격이다. 또 이곳에선 낮에는 반 고흐의 표현대로 “창백한 유황빛으로 반짝인다.”는 아를의 태양을, 밤에는 론 강 위에서 환상적으로 빛나는 별들을 직접 대면하는 신기한 경험도 하게 된다. 많은 작가가 프로방스의 바람 미스트랄 탓에 반 고흐 그림 속 자연들이 소용돌이치는 것처럼 그려졌다는 설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미스트랄에 부대끼는 별들은 그림 속의 그곳과 너무도 흡사하다.

 

 

 

알퐁스 도데, 퐁비에유

고향의 자연을 사랑했던 도데는 비 온 뒤의 싱그러움과 인적 드문 깊은 산 속 풍경, 별이 쏟아지는 신비한 밤 풍경 등을 그림 그리듯 섬세하게 표현했다.

 

 

 

폴세잔, 액상프로방스

지저분하게 물감이 묻은 폴 세잔의 작업복과 손때묻은 캔버스들, 그리고 조금 전까지 그가 그렸을 것만 같은 과일 바구니가 그대로 놓여 있다. 큰 통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채광 좋은 아뜰리에서 세잔은 정확한 묘사를 위해 사과 하나를 두고 그것이 썩을 때까지 그렸다. 그래서 그는 21세기 사람들까지 매료시킨 예술가로 남았고 나는 역사 속에서 가장 유명한 사과인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와 함께 세잔의 사과를 만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유명 박물관에서 삼엄한 경비 속에 조명을 받으며 걸린 작품을 구경하는 것보다 세잔이 애착을 두고 만들고, 사랑하고, 살고 그렸으며, 삶을 마쳤던 이 아뜰리야 말로 그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엑상프로방스에는 세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시티투어가 있다, 이 투어로 세잔의 생가와 그의 가족이 살았던 두 채의 집, 미술을 배웠던 학교와 평소 그가 즐겨 갔던 미라보 거리의 카페 데 되 가르송, 그가 결혼식을 올렸던 교회와 그의 장례식이 치러졌던 교회, 세잔 아버지의 소유였고 한때 그도 근무했었던 은행과 세잔의 부인과 아들이 살던 집, 세잔 어머니의 아파트 심지어 세잔 할머니의 집까지 찾아가볼 수 있어 그야말로 세잔의 모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 앙티브

파리의 몽마르트르에서 가난한 화가로 살면서 자신의 캔버스를 태워 불을 쬐던 시절이었다. 피카소의 본명은 ‘파블로 디에고 호세 프린시스코 데 파울라 우안 네포무세노 마리아 데 로스 메디오스 시프리아노 데 라 산티시마트리니다드 마르티르 파트리시오 클리토 루이스’ 이 피카소로 복잡한 이름만큼이나 혼란의 시대를 거치며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다. 그는 평생 일곱 명의 여성과 염문을 뿌리며 여성 편력을 자랑했다. 아티브의 피카소박물관에서는 30분 거리인 무쟁의 집과 발로리스의 도자기 작업실 그리고 이곳 이틀리에를 오가며 아흔두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프로방스의 태양과 더불어 삶을 즐긴 행복한 피카소를 만날 수 있다. 2층의 아트리에로 올라가는 작은 계단에선 입체파를 연상시키는 피카소의 수만 가지 표정들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 장난기 가득한 어린아이 같은 얼굴, 짧은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바다낚시를 하는 어부의 모습, 개를 쓰다듬는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 마흔두 살 어린 자신의 연인 프랑수아 질로를 꼭 껴안은 남자의 모습, 진지한 눈빛의 예술가의 모습….

 

 

사진 속의 피카소가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얼굴 지중해의 햇살이, 미움이 그리고 코발트 빛의 바다가 여러 개의 창으로 밀려들었다 쓸려나가는 작은 공간에서, 유난히 흰 벽과 높은 천장, 많은 창이 피카소의 행복했던 나날들을 명쾌히 보여준다. 이곳은 창작의 고통에 신음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고독한 예술가의 작업실이 아니라고. 이곳은 동심을 간직한 피카소라는 어른의 놀이터였고, 격한 자유로움을 꿈꾸는 예술가의 아지트였으며, 연인과의 키스를 갈망한 한 남자의 밀실이었다고. 한 세대 이상 프로방스는 작가와 화가, 작곡가 그리고 많은 유명인사의 놀이터였다. 그래서 프로방스를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프로방스의 대표 브랜드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작지만 소박한 아름다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칸쉬르메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거장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의 그림 앞에선 항상 마음이 푹 놓인다. 캔버스 속 여인들은 나폴거리는 레이스가 층층이 달린 드레스에 새틴 리본을 달고 피아노를 치거나 느긋하게 목욕을 즐긴다. 또 화려한 화장대 앞에서 정성껏 머리를 빗거나, 여유롭게 왈츠를 즐기고, 나른한 오후 강가에서 뱃놀이하고, 와인을 곁들여 한가로운 점심을 먹는다. 그들은 늘 오동통하고 풍만한 몸매에 생기로 반짝이는 피부, 연한 분홍빛으로 물든 뺨, 그리고 걱정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순수한 모습이고, 때론 철없이 보이기까지 하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풍경들은 또 어떤가? 마른 풀 포기 하나까지 화사한 금빛으로 빛나며, 꽃병에 꽂힌 꽃조차 매혹적으로 만개해 그 향까지 진하게 풍기는 것 같다.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르누아르는 따뜻한 지역에 살라는 의사들의 권유로 1907년, 부인, 세 아이들과 함께 칸쉬르메르로로 이사했다. 2층으로 올라가 제일 먼저 아틀리에를 둘러보니, 모든 것이 100년 전 그대로다. 그가 의지했던 나무 휠체어와 팔레트, 침대, 그리고 바로 이 자리에서 완성한 ‘화가와 그의 모델’까지. 아틀리에서 나오면 집안 곳곳에서 평범한 가장으로서 행복했던 르누아르를 만날 수 있다. 콧수염이 재미있는 모양으로 구부러질 정도로 활짝 웃는 르누아르를 흑백사진으로 마주할 수도 있고, 오귀스트 로댕, 앙리 마티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의 친구들과 나눈 친필 편지들도 볼 수 있다. 어느새 나이를 잊은 화가의 즐거운 일상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넉넉한 올리브 나무 그늘 밑에 서로 베고 누운 연인들이, 또 홀로 늦은 점심을 음미하는 백발의 여인이 르누아르의 작품을 감상하는 고즈넉한 풍경 아무런 갈등도 없고 오롯이 감동만이 존재하는 시간의 틈새에서 현실로.

 

 

 

단순하고 명쾌하게 앙리 마티스, 시미에

루브르 박물관의 백미 ‘모나리자’를, 바티칸의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직접보고도 깊은 울림이 없었다면, 꼭 비수기인 겨울에 다시 가보길 바란다. 크고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일수록 명작의 수는 많을지 몰라도 깊이 감동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고요함 속에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방스가 잠잠해지는 겨울이 적기다. 마티스를 만나기에는.

 

 

화창한 겨울, 마티스 박물관에 들어서면 대작들을 마주한 숨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완벽한 고요 속에 마티스와 독대하는 시간이다. 마음이 싸르르, 단순하고 명쾌하게 색을 펼쳐보이는 ‘꽃과 과일’ 앞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찬찬히 그리고 충분히 바라보고 일어나도 그 강렬함이 잔상으로 남아 오랫동안 가슴이 뛴다. 1039년, 일흔의 마티스는 아내 아멜라와 헤어지고, 1941년 십이지장암 수술까지 받고 급격히 건강이 악화하여 심장병과 천식까지 도졌다.

 

 

그러나 오히려 색종이로 형태를 만들어 붙이는 새로운 기법으로 창작 활동을 계속했다. 특히 그 시기에 가위와 색종이만으로 천재성을 드러낸 작품들이 많아 마티스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드디어 “푸른색의 미를 이보다 더는 잘 살릴 수 없다.”라고 극찬받는 색종이 작품 ‘푸른 누드’ 앞에 선다. 조금씩 다른 자세를 취하는 이 ‘푸른 누드’시리즈는 현재 세계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시리즈를 모두 감상하려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야 할 지경. 수없이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한 목탄 스케치 자국을 통해 단순함을 이뤄내기 위한 여든네 살 거장의 고뇌를 느낄 수 있다.

 

 

마티스는 “색은 단순할수록 내면의 감정에 더 강렬하게 작용한다.”라고 했다. 가끔 위대한 예술작품 앞에서 ‘저 정도는 나로 그리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무엇인가를 표현하려고 하면 아는 척도 하고 싶고, 화려하게 꾸미고도 싶고, 뭔가 특별하게 보이고도 싶은 욕심이 있다. 결국, 본질은 사라지고 거추장스럽고 요란한 결과물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마티스의 단순함은 깊은 감동을 준다. (미술 + 디자인-)

 

 

한가로이 고요한 겨울, 열린 창으로 니스의 파란 실루엣이 펼쳐진 마티스 박물관, 색종이 뒤에 거침없이 가위질을 하는 마티스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시대를 앞서간 시인 장 콕토, 망통

시인, 극작가, 연출가, 화가, 삽화가, 포스터 디자이너,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이너, 융단 제조자, 재즈 뮤지션, 도예가, 소설가, 문학비평가, 배우, 벽화 미술가……. 처녀 시집 ‘알라딘과 램프’로 스무 살에 데뷔한 장 콕토의 이름 앞에는 무수히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당대 최고의 지성인임을 의미하는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 칸 국제 영화제 명예회장으로 황금종려상을 디자인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늘 자신을 시인이라 말하며 자신의 작품을 분류할 때는 소설은 소설시, 평론은 평론시라고 뒤에 시 자를 붙였다. 넘치는 재능으로 예술의 테두리를 넘나들며 방대한 작업을 했던 그였기에 ‘겉만 번지르르한 사기꾼이자 코미디언’이라는 혹평이 늘 뒤따랐고, 특히 동성애자인 그를 곱지 않을 시선으로 조롱하는 사람이 많았다. 콕토는 아편에 중독된다. 콕토는 화이트 옐로우 핑크 골드가 서로 꼬인 반지를 디자인해 카르티에에게 만들어 달라고 의뢰하여 그것이 바로 트리니티 반지다. 우정 충성 사랑의 상징으로 현재도 카르티에의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다.

 

 

파리 근교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콕토는 겨울마다 따뜻한 지중해로 내려와 지내곤 했다. 사진 속 콕토는 늘 고급 정장을 차려입은 말쑥한 지성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는 신비의 세계를 갈망하는 순수한 예술가였다. 밤에 꿈을 꾸는 것으로 모자라 매일 오후, 옷을 차려입은 채 잠을 자기도 했고, 설탕이 꿈을 가져다준다고 믿었기에 매일 몇 봉지씩 설탕을 먹기도 했다.

 

 

예술가들의 아틀리에들은 대부분 고즈넉한 외각의 주택가에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만만치 않아 렌터카로. 3박 4일 일정이면 프로방스에 대표 아틀리에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숙소는 도심에 가까우면서도 무료 주차가 되는 곳으로 선택해야 경제적이다.

 

 

아를은 걷기 좋은 도시로, 안내센터에서 ‘반고흐 워킹투어 지도’를 사면 혼자서도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모든 곳을 방문할 수 있어 저렴하고 알차다. 론 강의 젖은 놀과 소용돌이치는 별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하룻밤 묵어가는 것도 좋다.

 

 

 

145톤의 레몬에 포위되다. 망통 레몬축제

프랑스에서는 특히 프로방스에서는 큰 빌딩을 보기 어렵다. 이곳 사람들 대부분이 지은 지 100년이 넘는 건물 안에서 생활한다. 사람들의 옷차림만 바뀌었을 뿐, 도심은 10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 3대 축제 중 하나 망통 레몬축제.

 

 

프랑스에서 제일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이 에어컨이 별로 없다. 대낮에 땡볕에 세워뒀던 차를 타야 하는 날엔 유황불 체험이 따로 없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햇볕이 닿은 모든 것은 바스락해진다. 그러나 나무 그늘 같은 곳에서 직사광선만 피하면 그 건조함 때문에 매우 상쾌하며 신선한 기분까지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집이나 건물 들은 대리석 바닥으로 지어져, 건물 안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테라스의 크기가 집과 같은 곳도, 심지어 테라스의 크기가 집보다 더 큰 곳도 있는데, 이는 프로방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닐까 싶다. 프로방스에서 좋은 집이란 테라스가 넓고 큰 창이 많아 통풍이 시원하게 잘 되는 곳이다. 누가 덥다고 하면 딱 한마디 한다. “벗어!”

 

 

 

아비뇽, 한겨울의 마르셰 드 노엘

프로방스에서 무덥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비뇽. 향기인지 악취인지 모를 송로버섯 특유의 향이 코를 찌른다. 송로버섯 슬라이스를 안심스테이크 위에 얹어 무거운 레드와인을 곁들이면 최고로 화려한 겨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페트라르카 사랑의 독백, 아비뇽 연극제

7월의 아비뇽은 ‘이래도 안 쳐다볼래?’라고 말하는 듯 화려한 색감과 기발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포스터들이 아비뇽 전체를 도배하여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 전통에 따라 개막작은 교황청 광장에서 펼쳐져 그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더한다. 아비뇽에서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따라가면 십중팔구 티켓을 파는 곳이거나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도착하게 된다. 자신의 연극을 홍보하기 위해 스포일러에 가깝게 줄거리를 말해주기도 하고, 연극의 한 장면을 길거리에서 시연하기도 하며, 티켓을 싸게 사는 쿠폰을 주기도, 아예 티켓을 주기도 한다. 더운 날씨 탓인지 아비뇽 연극제 기간에 밤에 볼 수 있는 연극들도 꽤 많다. 별이 쏟아지는 야회무대에서 오늘도 수많은 페트라프카가 사람의 독백을 읊조린다.

 

 

 

궁전보다 화려한 교황청, 아비뇽

론 강에 걸쳐진 아비뇽 다리를 지나 성곽 안으로 들어오면, 시청과 오페라 극장을 중심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아비뇽 사람들의 세속적인 삶을 구경하게 된다.

 

 

 

스크린 속에 사는 사람들, 칸 국제 영화제

칸 국제영화제는 영화 팬을 위한 영화제라기보다 영화인을 위한 영화제다. 보통 사람들은 영화제 기간에 칸을 찾아도 딱히 할 일이 없다. 모든 영화티켓은 초대권으로 배부되며 영화관계자와 각국의 언론사, 공식기자들, 영화평론가들에게 보내지고, 일부는 칸 시민에게 보내지기에 일반 영화팬은 초대권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노란 꽃송이에 묻히다, 만델리외라나폴 미모사 축제

시들어 떨어지기 직전, 꽃은 발악하듯 향을 뿜는다. 바야흐로 꽃에 취해 환각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꽃에 열광하는 미모사 축제다. 미모사는 노란 꽃송이와 진한 향기로 유명한 프로방스의 대표적인 겨울나무다. 페스티벌에서 나눠주었던 미모사 꽃가지를 굳이 집에 들고 오지 않더라도, 그 잔향이 온몸에 배여 있어 코끝에서 며칠이나 지속한다.

 

 

 

보랏빛 향기를 따라서, 니뉴레뱅 라벤더 축제

프로방스 여행은 여유로워야 제대로 보인다. 눈도장을 찍느라 끝없이 걸어야 하는 발과 몸보다 큰 배낭을 짊어져 생고생인 어깨, 7개국 10일 정복 같은 무식한 여행, 소화해야 할 유명 관광지, 박물관 등 빡빡한 스케줄로 여행인지 극기훈련인지 헷갈리는 강행군은 이곳엔 없다. 한해 농사인 라벤더가 성공적으로 수확되었음을 주민들이 자축하는 정겨운 마을 축제다. 그래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슬슬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며 라벤더를 구경하고, 그러다가 늦은 오후에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마을 아무 데나 멈춰 서서 구경하면 되는 속썩이지 않는 착한 축제다.

 

 

축제가 8월의 첫 번째 주말을 중심으로 5일 밤낮으로 계속되는데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3,40여 개의 팀이 참가하는 거리행진이다. 8월 첫째 주 일요일에 선보이는 거리 행진은 미스 라벤더의 행진을 시작으로 매년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며, 프랑스의 다른 도시에서도 참가하여 음악과 춤으로 퍼포먼스를 펼친다.

 

 

디뉴에서 라벤더 축제를 즐기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것 중 하나는, 니스- 디뉴 구간을 운행하는 기차를 타고 여정을 즐기는 것이다. 디뉴에 가까워져 오면 지천으로 진보랏빛의 라벤더 밭과 진노랑의 해바라기 밭이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이루는 장관이 펼쳐진다. 3시간 동안 16개의 육교, 15개의 다리, 25개의 터널을 정겨운 덜컹거림과 함께 지나면서 프로방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알프스를 구경할 수 있다.

 

 

 

낭만 산책, 에스트렐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정오의 태양을 바라본다. 눈물이 고여 올 때쯤 눈을 감으면 온통 까만 세상에 어여쁜 색색깔 동그라미들이 정신없이 춤을 춘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프리즘을 통과한 화려함이 펼쳐지는 이곳은 칸에서 서쪽 해안 절벽도로로 30분을 달리면 도착하는 곳, 에스트렐이다. 느리게 걷기야말로 이곳의 매력이다. “배가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건 항해지만, 목적지 없이 가는 건 표류다.” 바쁜 현대인들에겐 항해보단 표류가 더 절실한 것 같다. 정복해야 할 산봉우리나 올라서야 할 목적지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대자연이 온전히 내 품에 들어와 폭 안긴다. 절벽임을 실감케 하는 것은 바람이다. 심할 땐 허허벌판에서 따귀를 맞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새하얀 파도가 수평선부터 꾸역꾸역 밀려와 돌산에 장렬히 부딪히며 은색 포말을 일으키는 장관을 볼 수 있기에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가본 적 없어도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편안하며 아련한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곳이 있다. 프로방스가 그렇다.

 

 

 

아우구스투스의 제국, 오랑주

여행이 눈을 넓혀준다고들 한다. 내가 방문했던 나라가 뉴스에 나오면, 관심 밖의 정치나 스포츠 얘기라 할지라도 귀 기우려 듣게 된다. 또 학구적 다큐멘터리도 이미 가본 유적지가 나오면 집중하게 되고 이해하려 노력하게 된다. 여행 책을 봐도, ‘앞으로 가보고 싶은 곳’보다 ‘이미 다녀온 곳’ 에 관한 내용을 더 유심히 읽으며 그래서 어떤 나라나 지방을 여행하고 나면 여행했던 당시보다 다녀오고 더 다양한 지식을 쌓게 된다. 생소한 문화와 낯선 사람들을 점차 이해하게 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그것이 여행의 힘이다. 너무 얕은 사전지식을 가지고 여행을 다녀와서 정작 중요한 포인트를 놓쳤다는 생각에 가슴을 친다.

 

 

국가에서 관장하는 ‘무료 문화생활’ 극장에서의 오락은 종일 지속하였다. 또한, 집권층은 그리스의 비극만을 고집하지 않았고, 평민들이 선호하는 가벼운 마임과 팬터마임, 연극, 시, 독서 낭독 등 다양한 공연과 오락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희극은 익살스런 대사와 몸짓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진한 커피 향의 시작, 마르세유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수입해 마시기 시작한 곳, 커피는 한동안 약재로 약국에서만 팔았다. 이런 커피의 대중화가 못마땅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포도주 양조업자들이었다.

 

 

유럽의 캠핑카족은 대부분 은퇴자다. “잘사는 것은 오래 사는 게 아니라 잘 늙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은퇴자들도 남들의 시선이나 자식들 눈치, 체면치레를 떠나 이런 삶을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노인’이라는 말이 사람을 더 무기력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도 예순 살은 그냥 캠핑카 여행을 즐기는 아줌마 아저씨일 뿐이다. “나잇값을 못한다.” 할머니는 미니스커트 화려한 매니큐어로 꾸미면 안 되나.

 

 

 

신의 선물 같은 마을, 라마튀엘

휴식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여행에서 방금 돌아온 사람’ 그만큼 여행의 설렘은 때론 낯선 곳의 긴장과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중세를 산책하는 쉼표 같은 여행이다. 피로는 없다. 오래가는 여운으로 고생할 뿐. 라마튀엘로 가는 길. 수확 철의 포도밭 사이로 좁게 난 국도를 슬렁슬렁 운전하면, 알알이 여물은 보랏빛의 포도 송이들이 달리는 자동차 안에 서도 보인다. 창문을 열자마자 온몸을 휘감아 도는 싱싱한 공기의 무게에 머리는 헝클어지고. 선물 포장지를 벗기듯 하나씩 나타나는 놀라운 풍경. 관광객이 최고조에 달하는 8월에도 이 앙증맞은 마을은 적당히 활기를 띨 뿐, 부대끼거나 북적거리지 않는다. 마을을 한 바퀴 천천히 들러보아도 30분이 채 안 될 정도로 작아, 망설임 없이 좁다란 골목들을 기웃거리며 맘껏 길을 잃어도 좋다.

 

 

 

풍경의 퍼즐을 맞추면, 방돌

프로방스 건축물의 특징인 나무 덧문은 유리 창문 바깥으로 덧댄 나무 창문인데, 겨울에는 매섭게 부는 바람인 미스트랄로부터 유리를 보호하고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을 조절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프로방스 사람들은 덧문의 색깔을 바꾸는 것만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낸다. 여러 가지 파스텔톤의 나무 덧문들을 구경하며 주택가를 벗어나면, 나무를 깔아 길을 낸 해변 산책로를 만난다. 해변을 향해 맨발로 질주하는 소년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아가씨. 긴 파라솔과 편안한 접이 의자. 젊은 연인. 호수같이 잔잔하기만 한 바다 표면에 미동 없이 떠 있는 요트들. 화려한 파라솔 밑으로 낯 뜨거운 표지의 연애소설에 푹 빠져 있는 반라의 여인들, 곱고 흰 모래를 얇게 나눠 덮고 단잠을 청하는 노부부, 앙증맞은 핑크색 모종삽으로 모래성을 만드는 아이들. 바다가 이 퍼줄 조각들을 하나하나 끌어안으며, 비로소 완벽한 하나의 풍경이 완성된다. 그 안에 느린 바람도 한 점. 잔잔한 파도소리도 몇 번 들어 있다. 따가운 햇볕에 몸을 맡기고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 나도 오롯이 머물러본다.

 

 

프로방스의 로제와인, 이상기후가 적어 빈티지가 많이 중요하지 않고 숙성 기간이 길지 않아 사자마자 코르크 마개를 열어 다 마셔버려도 상관없다. 물론, 그만큼 가격 부담도 없다. 방돌의 로제와인은 그 색깔과 맛과 향이 바로 사랑스러운 맛이다.

 

 

넘쳐나는 따뜻한 태양과 살랑거리는 지중해 바람의 사랑을 듬뿍 받은, 구김살 없이 그저 해맑게 자란 포도의 맛이 느껴진다. 방돌 로제와인을 한입 머금으면 입안 가득 프로방스의 사랑스런 맛이 배어난다.

 

 

 

미식가의 마을, 미쟁

맛있는 향기로 가득한 자그마한 마을, 해발고도 260미터의 언덕 위. 중세 성벽 안 구시가에는 장 콕토, 이브 클랭, 세자르발다치니, 이부생로랑, 크리스찬디올, 윈스턴처칠, 카트린 드뇌브 그리고 에디트 피아프까지 다 열거하기도 벅찬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파블로 피카소는 이곳에서 생애의 마지막 12년을 보냈으며 이곳에서 죽었다. 360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는 무쟁의 풍경을 보면, 왜 수많은 예술가가 이곳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데,

 

 

칸이나 앙티브 니스 등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휴양도시엔 호객행위나 바가지요금이 없다. 물론 호텔은 성수기 요금과 비수기 요금의 차이는 있지만, 음식 가격이나 상품 가격은 1년 내내 같다. 단순히 물가가 비싼 것일 뿐, 바가지를 쓴 게 아닐까. 동양인이라고 가격을 비싸게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은 버려도 좋다.

 

 

프로방스는 홀로 여행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프로방스는 겨울에도 해안 지방은 따뜻하고 밤이면 크리스마스 장식이 어디나 화려하게 빛나기 때문에 혼자서도 운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 누가 말을 걸어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안하다면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구르동 전망대 바로 앞에는 이 마을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마주한 우체국이 있다. 여분의 우표가 남았다면, 이곳의 태양을 엽서 가득 담아 자신에게 보내는 것도 좋겠다. 프로방스에서 돌아와 여행의 긴 여운으로 나에게 큰 위안이 될 테니까.

 

 

 

샤갈의 짝사랑, 생폴 드 방스

호리호리한 진초록의 삼나무들을 따라 자그마한 공동묘지에 들어서면, 세상에 모든 색깔을 하나씩 모아놓은 듯 아리따운 부케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지하에 잠들어 있는 음침한 유령’ 따윈 생각할 수도 없다. 그 ‘딱 하나?’의 유혹이 내내 옷자락을 잡아끈다. 사지 않고는 평생 후회할 것만 같은 예술품들이 나를 유혹하지만, 작은 손지갑 하나도, 디자이너의 한정 팔이라 제발 누가 나에게 돈이 열리는 나무를 다오!

 

 

 

요트도 쉬어가는 곳, 빌프랑슈쉬르메르

지도를 손에 들고도 잘 찾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도시라기보단 마을이란 단어가 어울린다. 셔터를 누르면 엽서가 되고, 펜을 들면 그림이 되는 자그마한 마을, 이 마을은 지중해에서 가장 깊고 푸른 만을 가지고 있어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유명한 정박 포인트다. 스타카토 걸음으로 구시가에 들어서니 골목 초입에 싱싱하게 널린 빨래가 바닷바람에 나풀거리며 나를 맞이한다. 이렇게 친근한 일상의 풍경 때문인지 끝없이 구부러지는 낯선 길도 속수무책으로 끌려들어 가게 된다. 사진기를 꺼내어 마음이 가는 대로 셔터를 눌러보지만, 이 감동을 다 담기엔 역부족이다. 가방을 뒤적여 연필과 작은 수첩을 꺼낸다. 곳곳에 널려 있는 아름다운 단어들을 주워담는 것만으로도,

 

 

프로방스에서는 어디에 머무르면 좋을까? 샹브르 도트라고 불리는 프로방스의 숙소에서 머물러보길 권한다. 이곳은 호텔이 아닌 일반 집, 우리나라로 치면 민박 같은 곳이다. 대부분 3층짜리 집을 자기고 있는 사람들이 방 5개 정도를 호텔처럼 꾸며 여행객들에게 빌려주는 형식인데, 보통 작은 정원이 딸려 있으며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로그

고요와 적막만이 흐르는 풍경 사이로 더운 바람만 게으르게 지나간다. 안 그래도 와인 때문에 이미 세상은 빙빙 돌고 있다. 그런데 파트너를 부둥켜안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점점 발라드 음악에 맞춰 더 빨리빨리. 그 정신없는 사이사이 파트너까지 바꿔가며 돌아간다. 이렇게 놀았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할 정도로,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듯이 기를 쓰며 논다. 프로방스의 햄과 치즈를 묶은 세트 메뉴와 간단한 스낵과 커피를 판다. 준비 없이 온 손님이라도. 뜻밖에 많은 사람이 정말 노는 법을 몰랐다느니, 재미없게만 살았다느니, 젊었을 땐 정말 일밖에 몰랐다느니, 그런 푸념을 자주 한다. 놀 줄 몰라서 고민하는 사람들, 못 놀아서 후회하는 사람들, 모두 이곳으로 오라!

 

 

사람의 몸은 그 시간을 고스란히 기억한다.

 

 

 

 

 

프로방스에서의 1년

피터메일 지음/ 송은경 옮김 / 진선출판사

 

 

이웃의 중요성이 도시에서는 퇴색하고 있지만, 15센티미터 두께의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는 벽 저쪽 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일도 있을까 말까 하다. 시골에서는 바로 옆집이 몇백 미터나 떨어져 있다 해도 이웃은 삶의 일부가 된다.

 

 

하루 내내, 아름다운 바다 같은 눈 속에 고립된 것이 있는 기분. 프로방스의 한겨울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 정적과 공허감이 동시에 찾아들면서 마치 바깥세상에서 뚝 떨어져 나온 것 같은, 정상적인 삶에서 유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일단 첫인사가 끝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장바구니나 짐은 내려놓는다. 적어도 진지하고 만족스러울 정도로 대화가 되려면 반드시 양손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손은 가시적인 마침표도 되어주고, 문법에 맞지도 않는 문장을 끝맺어 주기도 하고, 말을 강조해 주거나, 단순히 장식적인 기능도 한다. 말이란 것은 단순히 입을 움직이는 것일 뿐, 그 자체로는 프로방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충분히 육체적이지 못하다. 프로방스에선 에어로빅이 전혀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십 분만 잡담해도 충분한 육체 운동이 되니까.

 

 

영국인들은 술을 마실 때 대화하고, 담배 피우고, 먹는 중에도 술잔을 빙빙 돌리며 들고 있다. 양손을 써야 할 자연현상, 코를 풀거나 화장실에 갈 경우에만 마지못해 술잔을 내려놓는다. 프랑스인들은 다르다. 잔을 받자마자 내려놓는다. 한 손만으론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잔들은 식탁 위에 여기저기 놓이고 5분 정도 지나다 보면 어느 게 누구 잔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된다. 다른 사람의 잔을 쓰려니 찜찜하고, 그렇다고 자기 것을 가려낼 수도 없게 된 손님들은 못내 아쉬운 듯 샴페인 병만 쳐다보고 있다.

 

 

이 책에 대해 일부 비평가들은 현실 도피를 조장하며, 전원생활에 대한 과도한 낭만을 불러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는데….

 

프로방스에서의 삶은 단순과 느긋함, 진정한 행복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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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여니 '2000년 5월 22일' 이라고 서명이 되어 있다.

그리고 45쪽에 사인이 되어 있다.

그때 내 나이는 45세였다.

'45', 꿈꾸는 프로방스보다 신선한 숫자다.

 

 

 

 

 

 

 

 

 

 

 

 

 

 

 

 

 

 

 

 

 

 

 

 

 

나의 프로방스

피터 메일 지음 / 강주헌 옮김 / 효형출판

 

 

 

 

 

 

 

 

 

1월, 면도날 같은 미스트랄

 

찌는 듯한 더위와 따가운 햇볕이 못 견디게 그리울 때면 관광객으로 이삼 주 동안 이곳을 찾곤 했다. 그리고 떠날 때마다 콧등이 벗겨진 채 아쉬워하며 언젠가 여기에서 살리라고 다짐했다.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갈구하듯이 이 마을의 상점들과 포도밭을 찍은 사진들을 모았으며 침실 창을 통해 비스듬히 스며드는 햇살에 잠을 깨는 것을 꿈꾸기도 했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거의 충동적으로 일어났다. 순전히 집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 집을 오후에 보았지만, 저녁쯤에 마음은 벌써 그 집으로 이사를 끝낸 듯했다.

 

 

북쪽으로 1천6백 킬로미터 떨어진 시베리아에서 시작한 바람은 최종 목적지를 향해 속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우리는 미스트랄에 대한 이야기를 적잖게 들어 알고 있었다. 사람만이 아니라 짐승까지 미치게 하는 바람이었다.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폭력적 범죄에 가까웠다. 보름 동안 계속해서 불어대면서 나무를 뿌리째 뽑아내고 자동차를 뒤집어버렸다. 한마디로 프로방스의 모든 문제는 정치인 탓이 아니라, 프로방스 사람들이 일종의 피학적 자존심 때문에 ‘신성한 바람’이라 이름 붙인 미스트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추운 날씨는 개인적인 즐거움까지 빼앗아갔다. 프로방스에서는 벽난로를 아직도 사용한다. 요리하는데, 빙 둘러앉아 담소를 즐기는데, 발가락을 녹이는 데 사용되며 때로는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겨울에는 아침 일찍부터 불을 지핀다. 뤼베롱산에서 긁어온 떡갈나무 잔가지나, 방투 산기슭에서 꺾어온 너도밤나무로 종일 지핀다.

 

 

 

2월, 폭설에 덮인 프로방스

 

프로방스의 한겨울은 이상하게도 딴 세상 같은 분위기를 띤다. 침묵과 텅 빈 공관이 어우러지면서, 세상에서 격리되고 정상적인 삶에서 유리된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보클뤼즈의 자살률이 프랑스에서 가장 높다. 묘지는 대개 마을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있다. “죽은 사람이 왜 가장 전망 좋은 곳을 차지해야 하느냐고? 하염없이 거기에서만 지내야 하니까.”

 

 

우리가 영국에 살 때는 몇 년이고 연락조차 않던 사람이 갑자기 우리를 보고 싶다고 달려드니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 하기야 햇볕과 공짜 숙박을 찾는 사람만큼 얼굴에 철판을 깐 사람이 어디에 있으랴.

 

 

부엌 벽의 구멍을 통해 산들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포근한 기운이 느껴졌다. 뭔가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밖으로 나갔다. 돌 식탁에서 물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마침내 봄이 온 것이다.

 

 

3월, 비밀스런 송로의 세계

 

아몬드가 수줍은 듯 꽃망울을 맺고 있었다. 낮이 점점 길어졌고, 저녁이면 하늘은 분홍빛의 장엄한 파도처럼 변했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포도나무를 손보고 있었지만 게으른 농부들은 지난 11월에 끝냈어야 할 가지치기를 하느라 바빴다. 자연이 모두에게 활력이라도 주사한 것처럼 프로방스 사람들 모두가 활기차게 봄을 맞았다.

 

 

건축업자, 그들이 약속시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어기고, 언제 오고 언제 못 오는지 전화로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길게 짜증을 낼 수도 없었다. 일을 할 때는 언제나 흥겹게, 저녁 늦게까지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송로의 세계는 비밀스럽다. 하지만, 외지인이라도 카르팡느라 부근의 마을에 가면 송로를 슬쩍 엿볼 수 있다. 불합리하게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 향과 맛에서 신선한 송로에 비길 것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프랑스인들이 아직 송로를 인공재배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탓이다. 송로의 번식은 자연만이 그 법칙을 알고 있다. 라모의 말에 따르면 타이밍과 지식과 끈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돼지나 훈련받는 사냥개, 아니면 지팡이가 필요하다. 송로는 땅 밑에서 몇 센티미터 아래, 떡갈나무나 개암나무 뿌리에 붙어 자라난다. 최고의 추적자는 바로 돼지다. 돼지는 천성적으로 송로를 좋아해서, 적어도 송로 냄새를 맡는 데는 개보다 뛰어나다.

 

 

집에 오자마자 전화벨일 울려댔다. 우리 부부 모두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소리였다. 서로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딴전을 부렸을 정도였다. 우리는 전화벨 소리에 선천적인 알레르기가 있는 듯했다. 이상하게도 전화벨은 적절하지 않은 때에 울려대지 않는가? 게다가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당신을 예기치 못한 대화로 끌고 간다. 하지만, 편지는 받으면 언제나 즐겁다. 적어도 당신에게 대답할 시간 여유를 주지 않는가.

 

 

 

4월, 부활절, 몰려드는 관광객

 

프랑스법에 따르면 정상적이면 재산은 모든 자식에게 공평하게 상속된다. 따라서 유산을 팔려면 자식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자식이 많을수록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떨어진다. 결국에는 서로 믿지 못하는 백일흔다섯 명의 먼 친척들이 그 농장의 주인이 되기 십상이다.

 

 

교양 없는 사람은 언제 봐도 불쾌하다.

 

 

프랑스 주부들의 무자비한 손길은 영국여인들과 달랐다. 가지는 꽉 쥐어보고, 토마토는 코에 대고 냄새를 맡고, 강낭콩은 손가락으로 툭 부러뜨려보고, 양상추는 미심쩍은 듯이 축축한 녹색의 중심부까지 찔러보고, 치즈와 올리브는 조금 떼어 맛을 본다. 이렇게 물건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도 그들이 마음대로 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주인을 쏘아본다. 다른 가판대를 찾아가 똑같은 짓을 되풀이한다.

 

 

부활절 주말이 되었다. 서른 그루쯤 되는 우리 집 벚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웠다. 길에서 보면 집이 분홍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바다에 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래서 운전자들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우리 집까지 천천히 걸어 들어오다가 개가 짖어대면 돌아서기도 했다. 부활절 주일, 지역번호판을 단 차는 한 대도 없었다.

 

 

카페 밖에서는 자동차 석 대가 이마를 맞대고 으르렁대고 있었다. 한 대라도 10미터만 뒤로 물러서면 모두가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었지만, 프랑스 운전자들에게 양보는 곧 도덕적 패배로 간주한다. 그래서 아무 곳에나 주차해 극도의 불편을 가져오고, 심하게 굽은 길에서 추월하는 것쯤은 도덕적 의미라 생각한다.

 

 

“지루하진 않나?” 우리는 지루하지 않았다. 그럴 짬이 없었다. 프랑스의 소골 생활에서 매일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고 있었다.

 

 

프로방스에서 카펫 장사꾼은 별로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한다.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의뭉스런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당신 할머니의 코르셋까지 훔쳐갈 사람이란 뜻이다.

 

 

 

5월, 인생은 즐겨야 하는 법

 

자전거타기, 푸름에 물든 살들도 부드럽게 보였다. 타이어가 도로에 닿는 소리가 단조롭게 들였다. 가끔 로즈마리와 라벤더, 야생 백리향의 향내가 풍겼다. 걷는 것보다 훨씬 기분이 좋았다.

 

 

포스탱은 여러 면에서 느릿한 편이었지만 인사에는 잽쌌다. 다음날 저녁, 아스파라거스 한 다발을, 그것도 빨간색과 흰색, 파란색이 어우러진 리본으로 깔끔하게 묶어서 가져왔다.

 

 

초기의 방문객들은 올바른 손님이 되기 위한 강좌라도 듣고 온듯했다. 그들은 자동차를 렌트해서, 우리 신세를 지지 않고 부근을 돌아다녔다. 낮에는 자기들끼리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야 우리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고 그들이 가기로 약속한 날에 떠났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손님들이 휴가 중이란 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일곱 시에 일어났지만, 그들은 대개 열 시나 열한 시까지 침대에서 뒹굴었다. 우리가 일하는 동안에 그들은 일광욕을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훌륭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기꺼이 달려가는 열정이 있다 편리함보다는 음식의 질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뛰어난 요리사는 전혀 장사가 되지 않을 곳에 식당을 차려놓아도 성공할 수 있었다.

 

 

 

6월, 태양은 효력 좋은 신경안정제

 

이 지역 광고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었다.

 

한 운전자가 길 한가운데에 자동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아는 사람과 포옹하고 있었다. 저걸보게? 남자들끼리 입맞춤을 하잖아! 저런 불결하구먼! “너무도 낯선 행동에 그의 예절의식이 강간이라도 당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상대와 항상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악수 대신에 목례하며, 여자 친척에게만 입맞춤하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하는 애정표현은 개에게만 하라고 배웠다. 따라서 공항 검색원이 몸수색하듯이 몸을 더듬는 프로방스식 인사법은 처음에 무척이나 당혹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런 인사법을 즐긴다. 이런 식으로 인간관계를 표현하는 의식의 미묘한 멋에, 매료되고 말았다. 따라서 프로방스 남자가 당신을 정말로 반가워한다면 숨이 막힐 정도로 세게 껴안아서 가벼운 타박상을 입을 수도 있다. 프로방스에서 처음 내가 입맞춤을 한 번하고 뒤로 물러서자 신사인 체하는 속물이나, 선천적으로 쌀쌀맞은 사람이라 했다. 왼쪽 - 오른쪽 - 다시 왼쪽, 이렇게 세 번 입맞춤하는 것이라고. 개화된 사람들 사이에는 두 번이라고…. 아니에요, 세 번 해야 해요!

 

 

에어로빅이 프로방스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데 충분히 이해가 된다. 수다 떠는 십 분 동안에도 충분히 운동이 되는데 에어로빅을 따로 할 필요가 있겠는가.

 

 

나는 프랑스에서 다녀본 거의 모든 카페가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손님보다 파리가 많은 조그만 마을의 초라한 카페까지도 좋았다. 엑스는 대학도시다. 카페에서의 행실에 관한 학위과정 1. 도착, 최대한 눈에 띄게 도착해야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2. 입장, 식탁에 앉아 있는 한 친구가 알아볼 때까지 선글라스를 벗어서는 안 된다. 친구를 찾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깜짝이야!’라고 말하면서 친구를 만난다. 3. 의례적인 입맞춤, 식탁에 앉은 친구들에게 적어도 두 번, 때로는 세 번, 특별한 경우에는 네 번 입맞춤해야 한다. 4. 식탁예절, 일단 자리에 앉으면 선글라스를 다시 쓴다. 그래야 카페의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매력 포인트를 점검하려는 것이다. 담뱃불을 붙이는 모습, 설탕 조각을 우아하게 조금씩 갉아먹는 모습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이런 모습이 만족스러우면 선글라스를 코끝에 매력적으로 살짝 걸친다. 그럼 탁자에 앉은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몸에 받을 수 있다.

 

 

이런 동작은 오전 중반부터 초저녁까지 계속된다. 나는 카페의 탁자에 책이 놓인 경우를 본 적이 없고 고등 수학이나 정치 문제로 논쟁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학생들은 그저 멋지게 보이는 데만 관심을 둘 뿐이다. 그래도 그들 덕분에 미라보는 한층 화사해진다.

 

 

오늘은 휴일이라고 서로 위로하며 이런 방종을 합리화시킨다. 우리에겐 돌아가서 할 일도 없고, 특별한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곧 일자리로 돌아가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두 잔째의 커피를 마시면서 다음엔 무엇을 할까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아픈 사람에게는 어떻게 해줘야 할까? 나는 아플 때 나 혼자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동정의 말을 들어야 위로가 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프로방스의 기온은 영상 37, 39도에서 영하 7도까지 극과 극을 달린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도로가 유실되고 고속도로가 폐쇄될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붓는다. 미스트랄은 심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무지막지한 바람으로 겨울에는 모진 추위를, 여름에는 잔인할 정도로 건조한 공기를 몰고 온다. 햇살이 뜨거워지기 전에 볼 일을 일찌감치 끝냈다. 지중해 사람들의 지혜로운 습관, 즉 낮잠에 빠져들었다.

 

 

 

7월, 뤼베롱 잔자락세서 즐기는 불르

 

8월, 뒤죽박죽 염소 경주 대회

 

8월 들어 첫 주말에, 그들 이외에 수백만 명이 북쪽에서 내려오면서 도로를 변비 환자로 만들어버렸다. 리옹의 터널을 한 시간 만에 통과한 것도 운이 좋은 것이었다. 자동차가 뜨거워지는 만큼 인내심이 한계로 치달았다. 덕분에 레커차들이 그해 최고의 주말을 즐겼다. 그리고 한 달 후 탈출의 주말에는 반대 방향에서 똑 간은 시련이 재현되었다.

 

 

관광객은 티가 났다. 깨끗한 신과 하얀 피부, 밝은 색의 새 쇼핑백, 흠집 없는 자동차! 심지어 마을 사람들까지 예스런 흥취를 간직한 기념품처럼 쳐다보았다.

 

 

미스트랄이 갑자기 불기 시작했다. 상추 이파리와 빵부스러기가 접시에서 날아올라, 눈처럼 하얀 가슴과 실크바지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가 이따금 셔츠 앞가슴을 정면으로 때렸다. 미스트랄은 식탁보까지 낚아채 돛처럼 활짝 펴며 초와 포도주잔을 뒤집어버렸다. 정성 들여 손질한 머리와 옷차림이 헝클어져 버렸다. 그야말로 원시적이었다. 황급히 집 안으로 숨어들었다. 결국, 만찬은 지붕 아래에서 다시 지적되었다.

 

 

그 들은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처럼 깍듯하게 인사말과 악수를 하였다. 게다가 이름 대신에 직업으로 서로 불렀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귀족 직함처럼 길고 엄숙한 이름까지 만들어 냈다.

 

 

우리끼리 오붓하고 조용히 지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9월, 포도 수확의 계절

 

하룻밤 사이에 뤼베롱의 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다. 별장들 - 간혹 굉장히 멋진 별장도 눈에 띈다. 별장에 자물쇠가 채워지고 덧문이 내려졌다. 문기둥에는 녹슨 긴 쇠줄이 채워졌다. 이제 별장은 크리스마스까지 비어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말 기상천외한 도난 부엌을 통째로, 옛 로마식 기와를 벗기고 고풍스러운 현관문을 떼어갔다. 9월 초는 다시 찾아온 봄 같은 느낌이었다. 낮에는 건조하고 더웠지만, 밤에는 서늘했다. 8월의 무더운 아지랑이가 물러나면서 공기가 한층 맑아졌다. 골짜기의 주민들은 무력증을 훌훌 털어내고 본업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9월의 주말이면 3차 대전을 준비하는 듯한 소리가 시골을 뒤덮는다. 사냥철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소리였다. 프랑스에서 남자다운 남자라면 모두가 총을 메고 사냥개를 끌고, 사냥감을 찾아 산으로 향한다. 프랑스 사람들의 총에 대한 애착, 전문가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열정이 예컨대 사이클링이나 테니스, 스키를 시작하면 프랑스 사람이 죽기보다 싫어하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초보자처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 사람은 전문가의 기준에 맞춰 장비를 마련한다.

 

 

 

10월, 진정한 빵의 궁전

 

낮에는 수영할 수 있을 정도로 더웠지만, 밤에는 모닥불을 지펴야 할 만큼 쌀쌀했다. 이른바 인디언 여름이었다. 한마디로, 잠자리에 들 때의 계절과 아침에 일어날 때의 계절이 달랐다.

 

 

비가 밤새 내리더니 다음 날에도 거의 종일 그치지 않았다. 굵고 따뜻한 여름 비가 아니었다. 수직으로 퍼붓는 잿빛 호우였다. 포도밭을 휩쓸고 지나가 작은 관목을 납작하게 짓눌러 버리고, 꽃밥을 진흙탕으로 만들더니 결국에는 황하로 만들어버렸다.

 

 

‘상셰 피스’는 약속한 날에 불도저를 끌고 나타났다. “마음에 드십니까?” 다음 날 아침, 털털대는 자동차가 빗질해둔 듯 완벽한 찻길을 더럽히며 기어올라와 주차장에 몸서리를 치며 멈추었다. 겨울을 지내러 남쪽으로 내려가기 전에 마지막 일자리를 찾으려는 떠돌이 밭 일꾼처럼 보였다. 물론 부자인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다른 일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두 손을 놀려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들을 도와주지 못할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나는 백만장자를 일꾼으로 써본 적이 없었다. 아니, 백만장자와 오랫동안 이야기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온종일 백만장자와 지냈다. 아들은 부모에게 거의 명령조로 소리치곤 했다. “여기에 한 삽 더 갖다 부으세요! 저기에 써레질 좀 더 하시고요! 발조심하고요! 포도나무를 밟지 마세요….” 진정한 가족노동이었다. 오후가 저물어갈 때쯤, <불도저 잡지>이 후원하는 ‘엘레강스 콩쿠르’에 출품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다져진 자갈길, 희끗희끗한 색의 소박한 자갈길이 완성되었다.

 

 

 

11월, 햇살 맛이 나는 올리브기름

 

프랑스 농부들은 손재주가 뛰어나다. 그들은 낭비를 증오하고, 무엇이든 버리는 것을 싫어한다. 미스트랄은 사흘 동안이나 불어대며 뒷마당의 사이프러스를 C자처럼 꺾어버렸고, 멜론밭의 엉성한 비닐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또한, 밤새 웅웅대면서 허술한 기와와 덧문을 걱정하게 하였다. 결코, 피할 길 없는 고약한 바람이 끊임없이 집 안으로 파고들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면서 우리 기운을 꺾어놓았다. “자살하기에 좋은 날씨에요.” “이런 날씨가 이어지면 한두 명 정도 장례를 치를 거라고요.” 바람이 몇 주 동안 쉴 새 없이 불어대면서 인간의 뇌에 이상하고 끔찍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12월, 아피 크리스마스! 보나네!

 

간을 도마에 올려놓았다. 친구가 가르쳐준 대로 간을 썰어내고 저장용 유리병에 눌러 넣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송로 조각을 그 위에 뿌렸다. 마치 돈을 요리하는 기분이었다. 프로방스의 크리스마스에서 절대 바질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크리스마스의 주된 행사는 음식이었다. 프랑스 사람에게 몸을 다쳤다거나 재정적으로 파산했다고 이야기해보라. 그럼 웃고 말거나 예의상 동정을 표하는 것으로 끝낸다. 하지만, 먹는 문제로 곤경에 빠졌다고 말하면 그들은 하늘과 땅, 심지어 식당의 식탁이라도 옮겨서 당신을 도와주려 할 것이다.

 

 

프로방스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프로방스라는 이름은 기원전 2세기경 이 지역을 점령한 로마인들이 프로빈키아 로마나, 즉 로마의 지방이라고 부른 데서 비롯되었다. 현재 행정구역상으로 프로방스, 알프스, 코트다쥐르 등 세 지역을 통틀어 프로방스 지방이라 한다.

 

 

프로방스는 유럽 사람들에게 낙원의 이미지로 떠오른다. 일 년에 3백일이 넘는 프로방스에서, 5월의 여름 하늘은 9월까지 나날이 푸른빛을 더해간다. 여름의 강렬한 빛과 뜨거운 열기는 농가의 겉창을 닫게 하지만 무더위로 사람을 괴롭히는 일은 없다. 라벤더, 백리향 같은 허브는 산책하는 이들의 발길에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해가 짧아지고 호두가 시장에 나오면 포도 수확기, 즉 농번기다. 11월이면 ‘보졸레 누보’를 포도주잔에 채운다. 겨울에는 프로방스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 눈은커녕 얼음도 보기 어렵다.

 

 

당신에게 일 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나는 프로방스 일대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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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짝지가 아들집에 갔다가

며느리가 사놓은 책을 몇권 빼더니 빌려왔다

모두 프로방스에 관한 책이다

ㅋㅋ

아무래도 며느리 내외보다

먼저 사고를 칠것 같다

 

 

 

 

 

 

 

 

 

 

 

 

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

<차별과 편견> 허무는 평등한 언어 사용 설명서

오승헌/ 살림

 

 

 

 

 

 

 

 

 

 

 

내 언어 능력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 - 비트겐슈타인-

말은 한 자루 칼이 되어 사람을 벱니다. 칼이 되어 베기도 하고, 더러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기도 하죠.

일상에서 무심히 사용하는 말을 길잡이 삼아 사회적 약자의 그늘과 한국 사회의 뿌리를 더듬어 보겠습니다. 제 글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하고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글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고 믿습니다.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라는 신화

야한 옷차림이 남성의 성욕을 자극한다면 노출이 심한 여름에 성폭력이 더 많이 발생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

여자들이 강간을 원한다는 남성들의 근거 없는 착각과 오해. 포르노그라피에서 그려지는 성은 처음에는 강간으로 시작되지만, 나중에는 질퍽한 성관계로 끝. 여성이 나중에는 더 적극적.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성의 저항을 앙탈로 인식하는 오해. 그저 ‘사랑해 줬을’뿐.

 

 

 

순수혈통을 향한 욕망

예전에는 크레파스에 살색이 있었는데, 이 말은 다분히 인종 차별적. 살색이라는 명칭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으로 2002년에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됐다. (살구색)

 

 

 

동성애는 변태적? -다른 빛깔의 사랑

남성끼리의 동성애는 비역질 계간(鷄姦) 남색(男色). 여성 동성애자는 레즈비언(lesbian), 남성동성애자는 게이(gay) 플라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슈베르트, 차이콥스키.

“너는 여자와 교합함같이 남자와 교합하지 말라,” 레위기 18장 22절 성서는 동성애를 가중한 죄로 본다.

선이란 누군가에게 이롭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해롭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근거 없이 권리를 억압하는 행위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악. 동성애자의 행복을 가로막고 비난하는 것이 악이 되는 까닭.

유대인에게는 노란색, 동성애자에게는 분홍색, 사회주의자에게는 붉은색 삼각형 별. 70년 전 나치가 수용소에 가두면서 가슴에 달아 준 다른 색깔의 별들. 그들은 수용소에서 이슬처럼 사라졌다.

 

 

 

병영 사회를 떠도는 국가주의의 유령

“차렷, 선생님께 경례!” 군인은 이성적 판단을 유보한 채 명령에 따라 무조건 ‘까라면 까야’하는 존재.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명령에 복종하고 조직에 순응하는 사람. 자율적이 아니라 타율적. “나는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아우슈비츠와 광주항쟁의 반복된 자기변명.

군대에서 인내란 타인을 배려하는 그런 인내는 아니다. 강자 앞에서 비굴하게 자신을 낮추는 마음.

자신의 개성을 죽이고 조직에 순응하며 기존질서에 딴죽 걸지 않는 사람이 바로 군대 다녀온 이의 최종 목적지. “군대 갔다 와야 소시민 된다.” 비판적 의식을 거세당한 ‘길든 인간’일 뿐.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말들

우리의 마음속에 유관순 언니는 어색하고 유관순 누나만 있습니다. 누나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남성입니다. ‘국민 여동생’ ‘하나님 아버지’ 유소년, 청소년, 청년 학부형 효자상품 업계의 맏형, 건국의 시조 등 표준이 되는 건 언제나 남성(형)입니다. 여경, 여배우 여직원 여교사, 여의사, 여성장관, 여류작가, 여대생, 여자대통령이라 부릅니다.

“꿀벌은 자신의 집을 밀랍으로 짓지만, 인간은 자기 세계를 개념으로 짓는다.” -니체

 

 

‘남녀 VS 연놈’의 심리학 - 은밀한 차별의 순서

자기와 관련된 것을 앞세우고자 하는 심리. 긍정적이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은 앞에 온다. 선악 미추 진위 시비 찬반 가부 적부 공과 강약 우열 주종 승패 상벌 흥망성쇠 길흉 경조 희비 애증 호오 귀천 금은 대소 고하 고저장단 본말 선후 내외 상하 신구 앞뒤 잘잘못 행불행 호불호 높낮이 등등

 

웃기는 것은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으레 여자가 남자보다 앞에 온다. ‘연놈’ 비복, 편모 편부, 계집 사내, 에미 애비, 가시버시, 암수 자웅 천한 신분, 동물의 경우처럼 낮추어 부르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만 여성이 남성보다 앞에 옵니다.

 

년과 놈은 욕의 수준이 다릅니다. 고놈, 친구놈, 불효막심한 놈은 귀엽게 친근하게 들리고, 이년, 저년, 그년은 거칠고 상스럽습니다. 년에 대응하는 말은 놈보다 새끼가 더 어울립니다. 사내답다, 계집답다. 가령 아줌마는 파마머리, 펑퍼짐함, 억척스러움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환기. 아저씨는 군인 아저씨, 이웃집 아저씨처럼 예사롭다. 시댁이나 처가의 갈등은 남자는 댁 여자는 가. 출가외인, 처가와 뒷간. 남성은 이성적 합리적이고 여성은 감성적 감정적이다. 남자는 수리 능력이 뛰어나고 여자는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 남자는 공격 지향적이고, 여자는 관계지향적이다. 남자는 지도를 잘 보고, 여자는 사람을 잘 본다.

 

“아줌마, 솥뚜껑 운전이나 하시지.” “여편네가 왜 그리 싸다녀?” 여성은 가사 전담자 남성은 생계부양자. 자녀 양육은 여성, 가족생계 책임은 남성에게 부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시집가다, 딸을 달라고.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 여성을 데려가는 존재로, 여성은 남성에게 끌려가는 존재로. 바깥양반과 집사람. 가사는 도움을 주고받는 일이 아니라 함께 꾸려 가는 일.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잠정적 인력’ 남성에게는 중추적 업무를 맡기고, 여성에게는 보조적 역할. 복사나 차 대접 같은 잡일도 여성의 몫.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들의 71퍼센트가 출산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둠. 기혼여성은 저임금과 비정규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여자는 애 낳는 자판기가 아닙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가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는 보육서비스, 육아 휴직제도, 아동 수당제도 등이 확대하는 동시에 철저히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 ‘나쁜 엄마’ ‘슈퍼우먼’ 직장 일과 집안일을 둘 다 잘해야 한다는 콤플렉스.

슈퍼 맘은 직장에서는 일 잘하고, 가정에 돌아가면 집안일과 아이 뒷바라지도 똑 소리 나게 잘하는 여자. 물론 시부모도 잘 모셔야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직장인, 주부, 엄마, 아내 심지어 며느리 역할까지 모두 잘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슈퍼 맘은 여성에 대한 억압.

 

알파걸(엘리트 여성) 알파걸 돌풍으로 떠들썩. 고등고시나 임용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가 절반을 넘는다. 그러나 여풍(女風)의 약진 현상은 어디까지나 신기루. 여권의 신장이 아니라 여권의 정체를 방증함. 외무고등고시 여성합격자가 60퍼센트라지만 고시 합격한 여성은 21명이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450만 명.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건 평등보다는 불평등의 증거.

 

핑크는 여성이고 하늘색은 남성일까? 어른들은 자꾸 색깔에 성을 부여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 여자아이는 예쁘고 다소곳하게, 남자아이는 씩씩하고 다부지게 길러진다. 여성과 남성은 정형화된 이미지로 살아가도록 똑같이 강요받음.

 

 

 

깨끗한 그러나 불순한 - 순결 의식의 속뜻

세상에는 두 종류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다고 강요되는 것. 순결은 본질적으로 아름답다기보다 강요된 아름다움. 순결! 순결은 ‘결혼 전’이 전제로 붙는다. 성관계의 여부에 따라. 우리는 금욕주의를 실천하는 수도자가 아니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순결을 강요할 수는 없다. 연인이나 결혼 상대의 순결을 내심 바랄 수는 있다. 문제는 상대에게 요구하는 순결의 의무를 정작 본인은 지키고 있느냐는 것. 많은 남성은 여성이 성에 무지하고 수동적이기를 기대. 영웅호색 남성에게는 능력 좋다. 여성은 헤프다는 식. 여자가 정조를 지키면 열녀, 남성은 여성의 성적 순결함과 무지함을 기대하고, 여성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성적 순결함과 무지함을 연기함. 화냥질하는 여성이 화냥년이고 오입질하는 남성이 오입쟁이. 쟁이는 그저 어떤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을 뜻. 바람둥이. 화냥년은 비속의 걸레. 걸레는 언제나 부정적이지만 바람둥이는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능력, 매력 같은 이미지. 바람둥이는 쉽게 여성의 호감을 사는 남자.

 

 

 

‘착한 몸매’라는 모순 - 신체로 윤리를 판단하다.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 단연 돈과 몸. 예쁜 것, 섹시한 것, 잘빠진 것, 잘생긴 것, 아름다운 것이 최고의 덕목인 시대. 한마디로 외모는 능력이고 자본. 아름다움의 욕망에 붙들린 사람들은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외모지상주의에 완전 포위당했다. 외모가 스펙이 되는 현실, 취업시장에서 여자의 얼굴은 인성이고 능력이다. 가령 예쁜 여학생이 공부를 잘하면 비난받지 않지만, 못생긴 여학생이 공부를 잘하면 비난받는다. “독한 년!” 두 사람이 비슷한 잘못을 저질러도 ‘예쁘면 다 용서된다.’ 여성의 외모는 철저하게 남성의 시각, 소주 광고가 대표작.

‘착한몸매’, 착한이 수식하는 말은 마음이 아니라 몸매. 진선미 중의 으뜸은 당연 미. 얼꽝, 몸꽝, 숏다리 신체의 낙인

오른손은 옳은 것이고 왼손은 그른 것. 컴퓨터 자판에서 기능키들은 거의 오른쪽에. 마우스도 변기 레버도 냉장고 문도. 왼손잡이는 이방인.

 

 

 

‘미(未)’의 폭력성 - 강요된 결혼, 결혼의 억압

미혼모, 결혼하지 않고 애를 낳았다는 남자에게는 관용, 여자에게는 억압.

사티(sati) 미망인 화장(火葬)식

 

 

 

숨기는 말, 숨겨진 진실 - 감춰진 폭력의 풍경

혼인 서약은 결코 강간 동의가 아니다. 혼인하면서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여성은 없다. 낯선 사람이 아닌 자기 남편이 자신을 강간했다는 사실은 여성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 자신이 아내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성적 도구로 전략했다는 엄청난 수치심과 모멸감, 배신감. “내가 내 여편네 좀 때렸는데 뭐가 잘못됐나?” 내가 내 물건을 버리건 깨부수건 무슨 상관. 남성은 폭력을 행사하고 나서 강제로 하는 성관계를 ‘부부 싸움 후 화해’로 생각. 부인은 남편의 한낱 소유물이 아니다.

 

 

 

중심의 억압 - 서울 공화국 엿보기

서울 사람에게 지방은 전부 시골. 스카이(SKY) 서울대 고대 연재. 스카이를 벗어나면 ‘인(in)서울’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크고 좋은 것들은 모두 서울. 서울은 블랙홀. 왕성한 식욕으로 대한민국의 인력과 자원 에너지를 모조리 빨아들임. 교육뿐만 아니라 정치, 행정, 문화, 언론, 의료 등 대한민국은 ‘서울 공화국’

 

 

 

우리 안의 집단주의 - 자기소개를 통해 들여다본 집단주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출생지, 거주지, 출신학교, 직장, 가족 등이 단골메뉴. 한국 - “몇 살이니?” 서양인 - “이름이 뭐니?” 사람들은 언제나 상대방의 나이와 소속을 가장 궁금해한다. 한국사회에서 관계는 혈연 지연 학연에 의존. 종친회 향우회 동창회 등. 사회는 속삭인다. 중요한 것은 힘 있는 집단에 소속되고 가능한 한 많은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라고. 그것이 능력이고 경쟁력이라고. 인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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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재미있게, 아주 흥분하여 읽었다.

읽으면서 밑줄 그은 부분을 옆에 있는 남편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기도 하고

여성남성 편을 갈라

나의 남편과 나의 아들이 가해자 범인인 것처럼 매도도 했다.

무엇보다 나의 이야기 중에 습관적으로 개념 없이 써왔던 바람직하지 않은 단어들이 많았다.

말은 인격이다.

나의 글 속에서 나의 수업에서 알게 모르게 사용하여 많은 영향을 끼쳤다.

'좋은 생각, 좋은 표정'으로

마주하는 사람들과 고운 말, 바른말로 다가갈 터다.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재미있게 써준 작가에게 무한 고맙다.

 

그리고, 요즘 나의 관심은

우리나라 우리가족 우리며느리,

젊은 새댁들에게 꽂혔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 ‘나쁜 엄마’ ‘슈퍼우먼’ 직장 일과 집안일을 둘 다 잘해야 한다는 콤플렉스.

슈퍼 맘은 직장에서는 일 잘하고, 가정에 돌아가면

집안일과 아이 뒷바라지도 똑 소리 나게 잘하는 여자. 물론 시부모도 잘 모셔야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직장인, 주부, 엄마, 아내 심지어 며느리 역할까지 모두 잘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슈퍼 맘은 여성에 대한 억압.

 

날마다, 나를 단속하며 배우고 실천하는 중이다.

 

 

 

 

 

 

우리말, 가슴을 울리다

조현용

도서출판 하우

 

 

 

 

 

 

 

 

책머리 고정관념, 기존의 습관들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따뜻하게 갖고 싶었습니다.

우리말은 우리가 둘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울음, 가슴을 울리는 소리

사람들은 나이가 많아지면 눈물도 많아진다고 한다. 눈물은 단순히 눈에서 나오는 물은 아니다. 어떤 이는 눈물을 오장육부를 돌아 나온 액체라고 한다. 눈물은 공감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삶의 흔적. 경험이 많아질수록 감정의 이입이 빨리 된다. 특히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은 상대편의 눈물. 울다 울리다. 아이를 울리는 것도 있고, 가슴을 울리는 것도 있다. 북을 울리는 것이나 ‘산울림’과 같이 파문을 일으켜 전달하는 것.

 

 

 

마음을 놓다, 집착을 버리는 것

‘몸과 마음(맘)이라는 단어가 모음만 차이가 있을 뿐, 형태가 유사한 것은 서로 떠나서 존재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것.

병이 낫다, 병 앞에서 겸손해지는 것. 신라의 향가 중에 처용은 자신의 아내를 범한 역신에게 ‘본래 내 것이지만 앗아감을 어찌하리오!’ 말로 관용을 베풂. 병에 순응. 역신은 처용의 이러한 태도 앞에 스스로 물러가게 됨.

 

 

 

눈치, 관심의 언어

눈치를 기르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관심.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눈치는 단순히 약삭빠름이 아님. 눈치는 의사소통의 한 방법.

 

 

 

제사, 아련한 그리움

제사상의 음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사상 앞에서 가족들이 함께 나누는 이야기. 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말씀을 담는 우리 마음의 그릇이 더 중요.

 

 

 

야(野/夜)하다,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

글투가 직설적이고, 지나치게 비약되어 있다는 의미. ‘야하다.’라는 것은 들판 위에 자신을 내보이는 것. 허허벌판에 발가벗고 서 있는 것.

 

 

 

살림살이, 우리를 살리는 것들

옷을 사고, 가재도구를 사고, 가구들을 사고, 예쁘다고 사고, 언젠가는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사고, 싸다고 하나 더 사고, 모자랄까 봐 하나 더 산다. 그것이 나를 살리는 물건인지, 나를 매어 놓는 물건인지. 남 주자니 아깝다고 한쪽에 처박아 놓는 것은 내 집착을 쌓아 놓는 것과 마찬가지.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다시 구입 하지 않을 것들은 다 ‘죽은 살이’.

 

 

 

눈여겨보다, 눈으로 생각한다는 말

관세음보살. 세상의 소리를 보는 보살. 먹어보자 맛봤다. 사람이 싱겁다. 사람이 짜다. 느끼한 사람, 달콤하고 시큼하고 새콤하고 짭짤하고 쌉쌀하고 새콤달콤한 우리 민족의 감각 표현.

 

 

 

나다와 들다, 원인을 알 수 있는 말

병이 났다, 자기의 책임. 자기 몸의 한계를 지키지 못해 생기는 병. 저러다 병나겠네, 걱정하는 말은 항상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되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

‘사람답게 살아라.’라는 신처럼 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짐승처럼 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됐다.’라는 큰 칭찬. ‘그도 사람이니까’ 안도감을 느끼게 함. 나처럼 잘못할 수도 있는 존재로도 생각. 그렇게 때문에 서로에게 애정이 생기고 용서가 되는 것.

 

 

 

말빚, 갚아야 하는 말

법정스님.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는 출간하지 말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참으로 맑고 향기로운 말씀 ’말빛‘이 아니라 ’말빚‘리라는 단어. 그럼 말빚을 지고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나)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비난이 되고, 짜증이 되는 사람. 말마다 남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

 

 

 

눈에 밟히다, 두고 온 아린 기억

눈은 걸어 다닐 수 없다. 보는 기관이지 돌아다니는 기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눈길’이라고 한다. 생각이 그곳에서 떠나지 못할 때, 우리는 ‘눈에 밟힌다.’ 시각이 아니라 촉각으로.

 

 

 

며늘아기, 늘 보호해 주어야 하는 새 식구

새로 들어와 무엇에도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여 주어 안심시키는 것. 입으로는 ‘아기’라고 부르면서 모든 것은 어른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가 있다. 사랑하는 내 아들과 결혼해서 새로운 삶을 두려워하는 어린 아기 같은 ‘새아기’. 우리 집에서 다시 태어나는 ‘며늘아기’에게 한없이 따뜻한 눈길.

 

 

 

버시, 아내의 좋은 벗

‘버시’는 남편 가시는 아내. ‘가시버시’ 순 우리랄 가시집 처갓집 가시 아버지 장인 가시 어머니. 멘토mentor' 길 스승 ‘좋은 단어들에 생명을 불어 낳는 것은 학자들이 하는 일이 아님. 언어의 생명력은 일반 대중이 만들어 내는 것. ’버시‘는 ’벗 ‘과같이 평생 가까운 친구로 지낼 수 있다.

 

 

 

어머니 / 한 명이면서 여러 명인 분

할머니(한 어머니) 드라마에서 친구 어머니를 늘 어머니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오면 외국학생들은 당황한다. 같은 어머니의 자식이었는지? 왜 이렇게 우리에게는 어머니가 많을까. 외아들이어도 ‘우리 엄마’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 소유가 아닌 공유. 내 것과 네 것을 구별하지 않음.

 

 

 

자라다 / 잘하기 위한 것

‘아기는 씻기는 만큼 큰다.’ 더 맑아진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주변 사람들이 나로 말미암아 기뻐하고, 나로 말미암아 행복할 수 있도록. 살다 보면 아픔이 많다. 어릴 때는 육체적으로만 아픈데, 크면서는 온몸과 온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내 몸과 마음을 자라게 하려고 아픔이 많아진다. 그래서 아픔은 두렵지만 고맙기도 하다. ‘잘’생각하고 잘 행동해야 한다. 내 어설픔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 / 죽는 날까지 변해야 하는 것

버스도 지하철도 못 탄다. 못도 못박고, 세탁기도 못 돌리고, 화장실 청소도 못 하고, 간단한 요리도 못 한다. 게임이나 아이팟의 전원도 인터넷으로 공연 예약도 못 하고, 기차나 비행기 예약도 못 한다.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리는 것. 특히 가족과 함께 지낼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이 중요.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나를 깨어 있게 하는 것.

 

 

 

마당발 / 열심히 뛰어다녀 얻는 것

발이 넓은 것은 ‘오지랖’과는 다름 오지랖은 ‘웃옷’의 앞자락을 의미하는데 부정적인 의미. 마당발이 되려면 열심히 뛰어다니며, 일을 해야 함. 품 삯 중에 가장 정직한 발품. 발이 편해야 몸이 편함. 따라서 발이 편한 것이 ‘만족한다.’ 그래서 걱정이 사라졌을 때 ‘이제 두 발 뻗고 자겠다. 걱정이 있으면 발은 긴장상태 ’도둑이 제 발 저린다. 다른 신체 부위는 모두 아닌 척, 안 그런 척 속이고 있는데, 발만은 속일 수가 없는 것, 형사들이 범인을 심문해 보면, 거짓말을 할 때 범인들이 발을 떠는 경우가 있다. 발이 거짓말 탐지기. ‘오금이 저리다.’ 또 어찌할 줄 모를 때 발만 동동 구른다. 성실함도, 만족도, 걱정도 다 발과 관련.

 

 

 

머리가 아프다, 가슴이 아프다 / 이성과 감정의 고통

‘가슴’은 저절로 일어나는 반응 ‘따뜻함’의 상징. 머리에서 가슴으로 생각을 옮기는 것. 가슴에서 다리로 옮기는 것은 더 어렵다. 이성 감성 그리고 행동의 차이를 보여주는 실험. (2013년 구정, 아이들과 함께…. 힘들면 실행하자. 나의 DNA 속에는 외할머니가 계시다.) 머리는 거짓을 행할 수 있지만, 가슴은 거짓을 행할 수 없다.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한 척 있어도 가슴이 떨려 옴은 어쩔 수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배가 아픈 것은 질투와도 관련. 실제로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보면 ‘배알이 꼬인다.’ ‘장이 뒤틀린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다른 이가 이루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장을 경직시킴.

 

 

 

맞먹다 / 함께 먹는 것이 좋은 것

‘맞먹다’는 겸상. 순서가 안 되는 사람이 자신과 겸상을 하려고 한다면 아마도 언짢은 기분. ‘네가 맞먹으려고 하느냐?’ 식구가 가족하고 다른 것은 밥을 같이 먹기 때문. 밥을 같이 먹지 않으면 식구가 아닌 셈이다.

 

 

 

깨다 / 파괴와 밝음의 세계

잠에서 깨면 생각나는 얼굴들, 우선은 꿈속에서 만났던 얼굴. 떠오르는 얼굴 하나하나에 행복을 기원. 어떤 날은 정말 내키지 않는 일도 있지만, 그런 마음을 떨치고 가능하면 얼굴에 미소를 담고 행운을 빈다. 어떤 날은 기원의 시간이 5분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잠자리에 더 머물러 30분이 되기도 한다. ‘오늘 아침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모든 분이여 행복하시라!’

 

 

 

말과 소리 / 느낌을 공유해야 말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말을 하지 않고도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 ‘말이면 다 말인 줄 알아?’ 인간다운 말이 아니면 ’소리 ‘라고 한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소리를 하지 말고, 말을 해야 이해가 된다. ’개소리‘ 의미 없는 ’짖음 ‘어느 집 개가 짖느냐? ’말 된다‘ ’일리가 있다 ‘느낌을 넘어서 상대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표현. 어찌 보면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서로의 생각이 닿아있는 것. ’말이 통한다 ‘즉 말이 두 사람 사이에서 통해야 하는 것. 말을 알아듣기는커녕 ’말의 꼬리‘를 잡는 것은 대화를 방해하려는 태도. 내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생각들에는 관심이 없고 나의 실수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 말을 잘하려면 소리를 하지 말고 말을 해야 한다. 내가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닌지, 말꼬리나 잡는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의 말을 툭툭 잘라내는 것은 아닌지.

 

 

 

언어 / 자신을 가두는 생각

불교의 선에서 가장 첫 번째 중요한 것이 ‘침묵’ 언어학을 공부할 때, 왜 공부하는가? ‘법을 공부하는 이유는 법이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고, 언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언어가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다. 우리는 언어로 규정짓고, 그 언어로 다시 나를 얽어맨다. 무지개를 일곱 색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언어가 만들어 놓은 감옥. 사과는 빨간색. 의사나 운전사는 남자. 하늘색은 푸른색. 밤하늘도.

 

 

 

헛기침 / 내가 있음을 알리는 배려

서양식 악수 포옹, 키스 서로 안아야 하고, 입을 맞추어야 하고. 우리는 주로 멀리 떨어서 고개를 숙여 인사. 서로 지나가면서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할 정도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

 

 

 

감탄사가 절로 난다 / 세상을 살맛 나게 하는 말

사람은 감탄을 먹고 산다. 감탄이 보약이다. ‘감탄사가 절로 난다.’ 감탄사는 억지로 나오는 것이 아님. 내 깊은 마음의 울림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 기쁠 때, 칭찬할 때, 아름다울 때, 멋있을 때 사용하는 감탄사·자신의 성과를 내 일처럼 기뻐해 주는 사람. 맞장구를 잘 쳐주는 사람.(맞짱뜨지 말고, 맞장구치자)

 

 

 

명사와 동사의 시각 /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

명사는 각각의 사물 자체가 중요함을 의미, 동사는 관계가 중요함을. 서양언어는 수와 성이 발달, 어떤 물건이나 사람이 하나인지 여럿인지가 중요. 한국말은 동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 동사만으로 ‘드시다’ 주어가 높임의 대상인지 아닌지.

 

 

 

무엇의 대명사 / 무엇을 대신하거나 대표하는 말

‘당신’ ‘너’를 높여 부르는 2인칭. 3인칭일 경우 아버지나 어머니, 스승님을 떠올리며 ‘당신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 당신께서 좋아시던 노래’ 에는 그리움이 묻어 있다.

 

 

 

한 세 시쯤 / 상황을 고려한 시간

코리안 타임

 

 

 

토를 달다 / 덧붙이는 말

‘토’는 ‘조사’ 중심적인 의미가 아니라 부차적인 용어. ‘너 밥 먹었니?’ ‘너는 밥을 먹었니?’ 무엇인가 뜻을 더욱 확실히 하고 싶을 때, 조사를 덧붙인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라는 ‘토’가 정확함을 나타내는 도구. 또 구군가가 한 말에 어려울 것 같다든지, 그럴 리가 없다든지 하며 초를 치는 것도 다 토를 다는 것. 정당한 비판이나, 분석을 두고 토를 단다고 하지 않는다.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이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들어보면 조사의 사용이 적다.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조사의 사용을 줄이고, 논리적인 글쓰기에서는 조사의 사용을 늘린다면 한국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 우리말로 이야기할 때는 대화 속에서 푹 빠져 있어야 한다.

 

 

 

말버릇 / 내 무의식을 보여주는 것.

 

 

 

꿈 / 나의 잠 이야기

낮에 어떤 일을 하는지에 따라, 특히 다른 사람을 위해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꿈이 다름.

‘-씨’ /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

 

 

 

‘손’이 ‘솜’ ‘맵시’ ‘매’ ‘몸매, 눈매, 옷매무새’는 모습. 말과 글을 잘 사용하는 것은 사람 사이를 아름답게 하는 것. ‘말씨’와 ‘글씨’ 말씨는 ‘말투’와 다름. 부정적. 글씨와 ‘글투’ 글씨는 글의 모양, 글투는 글을 쓰는 방법, 태도 등. 남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맵시’도 중요.

 

 

 

신경질 / 나와 남을 다치게 하는 것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는 것과 같이 기분 나쁘게 찌릿한 거슬리는 느낌. 글과 행동도 같다.

 

 

 

금기 /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

7은 행운의 숫자. 북두칠성 칠성님께 비는 어머니 할머니의 모습. 중국은 七 글자모양이 끝이 구부러져 인생에 굴곡이 있고, 순탄지 못함 ‘7733’ 처량하고 쓸쓸하다 凄凄慘慘

 

 

 

왕따 / 없어져야 하는 말

‘왕따’ 유행어, 왕따의 생명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따돌리다’ 함께 돌리는 것이 아니라 따로 돌리는 것을 의미. ‘열매를 따다’ 딴 열매는 더는 나무와 연결되지 않는다. 피는 꽃이나 나뭇잎들과도 연관성이 사라지게 된다. 생명이 생명 노릇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 투명인간 취급 (“제가 어려서부터 왕따를 많이 당했거든요. 또래들은 저를 따돌리기 때문에 어른들이 편안해요. 어렸을 적 아궁이 앞, 썰매, 연, 팽이치기, 곤충, 풀 한 포기 등등 장남 장손이라 할아버지 사랑 듬뿍, 엄마 아빠와 떨어져 충청도 시골에서 지내던 어린 시절에서 멈춰 있음. 할아버지 말투와 목소리. 아이에게서 아날로그적 향수가 배여 나옴. 라자스탄 밤하늘 아래에서 만난 성자, 어린 왕자 주호이야기)

 

 

 

연예인 /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 사람

인기라는 게 그야말로 흘러가는 구름 같은 것. 배용준은 한류라는 말 대신에 아시아류, 한국의 무엇을 퍼뜨리려는 공격성 대신 아시아적인 가치를 세계에 친숙하게 만드는 것. 아시아인들에게 함께 노력할 가치가 생긴 것. 유명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명해져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

 

 

 

人文學 / 사람의 향기가 나는 학문

인문학적인 토대 위에 실용의 꽃이 피게 해야 하는 것, 새로 개발되는 첨단 기술의 제품에도 인문학 향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문화가 되고, 깊이가 되게 하는 것, 예전에는 에어컨은 단지 냉방기구였지만, 요즘에는 예술품도 되고 멋진 가구가 되기도 한다. 기계에서 사람의 향기가 나게 하는 것. 인문학 도서들은 가죽끈이 세 번 끊어질 정도로 ‘韋編三絶’. 오늘 내 머리를 죽비처럼 내려친 글귀들을 기억해 볼일. 인문학은 나에게서부터 시작(근사록) 내 속에서 인문학을 살아 숨 쉬게 해야 함.

 

 

 

스마트 / 때로는 전원을 끄는 행위

컴퓨터로 글을 쓰면 글이 안 된다고 말하며, 펜으로 쓰는 것을 고집하던 작가들도 이제는 거의 컴퓨터로 소설을 씀. 따라가는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기는 어려운 것.

 

 

 

국격 / 다른 나라에서 본 우리나라의 가치

국격은 우리가 스스로 좋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님. 남들이 우리를 보면서 판단해 주는 것. 교만은 가장 큰 적. 낮은 자세로 다른 나라를 돕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면 그것이 국격이 높아진 증거.(家格)

 

 

 

인터뷰(interview) / 내 안을 보여주는 일

그 사람을 잘 모르고 함부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 다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그래서 드러나는 모습들도 다르겠지만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내가 살아온 날들을 내 중심으로 각색하여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자신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일도 사람의 활력소.

 

 

 

도장 / 나의 모습과 가치

우리가 도장을 찍었다고 하면 주로 어떤 행위가 완결되었음을 의미. 돌이킬 수 없다는 의미. ‘도장만 찍으면 된다.’ 이제 마지막 순서만 남았다. 이제 도장을 찍으면서 인문학 향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도장에는 사람의 모습과 가치가 담겨 있기를 바란다.

 

 

 

요즘 젊은 것들 / 새로운 세상의 주인공

88둥이 세대, 자신의 일을 즐기는 세대. 예전에는 이를 악물고 자신을 희생하였지만, 이제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즐거운 도전을 하는 금메달을 따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젊은이들. 혼내는 것보다 (우린 50~60년대, 작대기나 부지깽이로 별 잘못도 없이 정강이를 맞고 자람. 분풀이용 어린아이들) 칭찬에 익숙한 아이들, 고통스러움보다는 즐거움에 익숙한 아이들, 자신의 미래보다는 주변에 대한 배려에 익숙한 아이들, 가족 간의 사랑에 익숙한 아이들이 시대를 열어갈 것임.

 

 

 

기를 살리다 / 잘할 것이라 믿는 것

부모님이 제일 싫어하는 자식의 모습, 한숨을 푹 쉬면서 기가 죽어 있는 모습. ‘기가 차다’ ‘기가 막히다’ ‘기차게’ 좋기도 하고, ‘기가 찰’정도로 문제가 되기도 하고 ‘기막히게’ 좋기도 하고,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기도 하는 것. 기가 없어지는 것을 ‘죽었다’ 기가 잘 흐르는 것을 ‘살았다’. 기가 살면, ‘기를 쓰고’ 하는 것이 기의 위력.

 

 

 

나누다 / 모두에게 좋은 것

‘나누는’것은 참으로 따뜻합니다. 이야기를 하는 것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정을 주는 것과 정을 나누는 것. 이야기를 나누면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소통이 되는 것. ‘말씀들 나누세요.’ 말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한 것. 정을 나누는 것도 감정이 통하는 것. 서로의 감정이 ‘아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 (책을 읽으며 누구에게 권해주고 싶지만, 누구나 다 보면 아깝다는 생각)

 

 

 

못살다  / 가치 없이 사는 것

경제적으로 못사는 것이야 상대적이지만, 세상을 못사는 것은 자신의 가치와 관련이 되는 것. 사람이 사람 구실을 못하면 못사는 것.

 

 

 

文化 / 평화의 다른 말

문화 ‘Culture' ’경작하다, 교양‘ 자연 상태가 아닌 느낌이 강하고, 무언가 우아한 느낌이 든다. 문화인이라고 하면 교양이 있는 사람이 떠오른다. 문화는 글자 그대로 ’글로 하자는 것‘ ’말로 하자는 것‘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전쟁문화‘는 어색한 조합. 문화는 평화이다.

 

 

 

學者 / 늘 배우는 사람

학생들은 학교에 다닐 때만 배우려 하지만, 학자라는 사람들은 평생을 끊임없이 묻고 배우는 사람들. 교사나 교수보다 ‘학자’는 부담이 적다. (강사, 말로 버는 느낌)

 

 

 

- 답다 / 가장 좋은 칭찬

학생은 학생답고 아이는 아이답고 여자는 여자답고 남자는 남자답다. (부부 자자 부부 부부 군군 신신)

(제자리)

 

 

 

스승 / 늘 찾아야 하는 분

예전에는 무당의 의미. 제사장과 같은 존재(인도의 사두 브라만) 백성의 아픈 마음도 병든 몸 하늘에 우리의 소망을 전해줌, 스승은 그런 존재여야 한다는 생각.

 

 

 

선생님의 눈물 / 아픔 또는 그리움

서정범 선생님이 보이신 두 번의 눈물, 우리말의 뿌리를 찾으려고 바이칼 호수에서부터 일존 오키나와까지 여러 차례 답사. 학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공부는 다리로 해야 정직한 것,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끼고 정리 ‘살아서 이 책을 출간하지 못할 줄 알았다’면서 눈물을 쏟으셨다. 저도(조현용) 언젠가는 선생님 같은 눈물을 흘리고 싶다. (코끝 찡하다가 울었다.) 선생님의 수필에는 ‘나비’가 참 많이 나옵니다. 선생님의 어머님께서 태몽으로 나비 꿈을 꾸셨다고 한다. 수필에서는 나비가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 부모님을 북에 두고 홀로 남하사셨기에 ‘나비’에 한이 담겨 있기도 하다. ‘노랑나비’ 선생님은 어머님이 늘 자식의 건강을 빌던 ‘북두칠성’아래 바이칼 호수에 가서 제사를 지내기로 하셨다. 칠순의 노인이 바이칼 호수에서 상복을 입고, 통곡을 하시는 모습은 너무나도 슬픈 이 땅의 현실 KBS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선생님의 눈물을 보았다. ( 경희대 국문과 사람들 부럽다. 정호승 씨도 다대주공아파트에 살던 301호 영준이 엄마 등등, 기리고 찾아뵐 스승이 있다는 것은 일요일 교화가는 종교보다 부럽다.)

 

 

 

순례(巡禮) / 물이 되는 것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저는 오아시스를 만남 느낌. 목말라하면서 지내온 시간이 말끔히 사라지고 뿌리부터 촉촉해지는 느낌.

 

 

 

번역(飜譯) / 새롭게 글을 읽는 것

여러 번 읽으면 좋은 글은 그때마다 뜻이 달라지고, 순간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글은 그런 것이다. 다독보다는 정독(精讀)이, 정독보다는 정독을 여러 번 하는 것이 소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논어, 완독 때마다 벅찬 것)

 

 

 

* 강의(講義) / 청중과 대화하는 것

‘강의’ ‘특강’ 은 쉬워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할 정도로 글을 써 놓고 강의라고 한다면, 독자 혹은 청중을 무시하는 것. 강의는 늘 청중과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중의 수준에 따라 내용도 비유도 달라져야 한다.

 

 

 

학습(學習) / 틈만 나면 하고 싶은 것

논어의 학이편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운 것은 틈만 나면 해봐야 한다. 처음에는 어설프게 날다가 떨어질 것이고, 그다음에는 조금 더 오래 공중에 머무를 수 있을 것.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하늘을 날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그러려면 때때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틈만 나면 익히는 태도가 필요. 학습은 그런 것. 배우고, 배운 것을 틈만 나면 해보고 싶어야 하는 것. ‘시습’은 ‘틈만 나면 익히다’로 해석(우선, 존대어라 친근하게 읽히는데 좋았다. 그리고 전문적인데도 쉽게 설명해 줘서 더 좋았다. 글 이렇게 쓰고 강의 이렇게 하고 싶다.)

 

 

 

한글 수출 / 쓸 사람도 생각해야 하는 것

외국에 나가서 한글로 된 웹사이트를 읽고, 한글로 이메일을 보낼 때의 고통을 생각해 본다면, 쉽게 한글을 공식문자로 사용하라고 권하기 어려울 것. 한국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한국어를 어렵게 가르친 것일 수도 있다.

 

 

 

선생님에게 필요한 책들/ 한국어 교육과 독서

‘뜻으로 읽는 한국어 사전’-이어령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1,2 (김경원 김철호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1,2 (정민, 박수밀 박동욱 강민경

국어어원사전 -서정범

한국어 사전 - 임흥빈

학궁의 미 특강 - 오주석

죽비소리 -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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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고 밑줄을 긋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문구가 있다

좋은 문구로 그쳐서는 안되는 지켜야 할 덕목이 있다

 

나는 비교적 실천을 잘하는 편이다

옳다고 여기면 남의 눈치 안보고 혼자 행한다

 

그런데, 이 문구

과연 실천할수 있을까?

 

'며늘아기, 늘 보호해 주어야 하는 새 식구

새로 들어와 무엇에도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여 주어 안심시키는 것. 입으로는 ‘아기’라고 부르면서 모든 것은 어른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가 있다. 사랑하는 내 아들과 결혼해서 새로운 삶을 두려워하는 어린 아기 같은 ‘새아기’. 우리 집에서 다시 태어나는 ‘며늘아기’에게 한없이 따뜻한 눈길.

 

 

요즘, 나의 새로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