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일요일

 

 

세상에서 가장 야한 사원,

 에로템플

 

오죽하면 인도의 국부인 간디는

"사원을 모두 부셔버리고 싶다" 고 했을까

성행위도 일종의 요가라고 한다

그러니 기도행위다

10만개의 체위가 소개되어 있다고 하던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실행 해본 만큼 보이는지

나는 도저히 숫자로 셀수는 없다

 

 

 

 

 

 

 

 

 

 

 

 

 

 

 

 

 

 

 

 

 

 

 

 

 

 

 

 

 

 

 

 

 

 

 

 

 

 

 

 

 

 

 

 

 

 

 

 

 

 

 

 

 

 

 

 

 

 

 

 

 

 

 

 

 

 

 

 

 

 

 

 

 

 

 

미투나, 에로템플. 남녀의 쾌락이 아니다.

미투사는 섹스가 아니라 명상이라고 한다.

요가 명상이란다.

참으로 인도다운 발상이다.

남녀의 성행위 체위 숫자가 10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여자 분들은 손가락은 물론

발가락에 두개씩 발가락지를 끼고 있다

신기하여 무슨 의미냐고 물었더니

결혼했다는 표시란다

 

나보고 결혼을 했느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이마에 붉은 점도 안 찍고 반지도 안꼈다며

나무란다

나의 남편이 옆에 있다며 소개시키니

그제서야 기념사진을 찍자고 한다

 

 

 

 

 

 

 

 

 

 

 

 

 

 

 

 

 

 

 

 

 

 

 

 

 

 

 

 

 

 

 

 

 

 

 

 

 

 

 

 

 

 

 

 

 

 

 

 

 

 

 

 

 

 

 

 

 

 

 

 

 

 

 

들째 날은 요금없이 실제 현재인들의 사원에 들어가

철조망으로 에로템플을 보니

눈높이와 딱 맞아

보는 즐거움이 50배 아니 100배의 여유를 누렸다

 

 

 

 

 

 

 

 

 

 

 

 

 

 

 

 

 

 

 

 

 

 

 

 

 

 

 

 

 

 

 

 

 

 

 

 

 

 

 

 

 

 

 

 

 

 

 

 

 

 

 

 

 

 

 

 

 

 

동부사원 서부사원

다리아파 배고파 기력떨어져

길에서 단 다섯발자국도 걷지 못했다

 

 

 

 

 

 

 

 

 

 

 

 

 

 

 

 

 

 

 

 

 

 

 

 

 

 

 

 

 

 

 

 

 

 

 

 

 

 

 

 

 

 

 

 

 

 

 

 

 

 

 

 

 

 

 

 

 

 

 

 

프리토킹 연습중인 장래의 비지니스맨

나를 졸졸 쫓아다니며

자신의 집에 망고쥬스가 맛 있다고 가자고 꼬셨다

남편이 '이놈' '이놈' 하니

따라 하면서 외운다

'천사' '어린왕자'로 암호를 바꿔 따 돌렸다

 

 

 

 

 

 

 

 

 

어디 가나 소똥 천지

소똥을 대야에 담아 불을 지피고

곁불을 쬔다

 

 

 

 

 

 

 

 

 

 

 

 

 

 

 

 

 

 

 

 

 

 

 

 

 

 

 

 

 

 

 

 

 

사원벽옆에 사두와 성자들

우리나라는 그들을 '노슥자' 라고 부르지만

이들은 돈이나 밥을 주는 이도 받는 이도

아무도 꿀린 것이 부끄러울 것이 없이 당당하다

 

 

 

 

 

 

 

 

 

 

 

 

 

 

 

 

 

 

 

 

 

 

 

 

 

 

 

 

 

 

 

 

 

 

 

 

 

 

 

 

 

 

 

 

 

 

너무 지쳐 몇시간째

해바라기 하고 앉아있다

때론 경찰이 다가와 한국돈도 환전해 가고

사람들도 다가와 사진을 찍고 간다

 

나는 아예, 신발 양말 다 벗어놓고

퍼져버렸다

 

 

 

 

 

 

 

 

 

 

 

 

 

 

 

 

 

 

 

 

 

 

 

이란에서 온 아줌마 아저씨

단체관광객들은 명랑과 친절이 지나쳐

잠시 식사시간인데도 맥도날드에서 우리와 한참을 놀았다

나를 보고 자꾸 결혼을 안했다고 놀린다

남편도 보여주고 스마트폰 속의 우리 아이들 사진도 보여줬다

그러고 난 다음

기념사진찍고 건배하고 인사하고

왁자지껄, 오랫만에 사람사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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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3일 일요일

 

태양의 신의 또 떴다. 어젯밤 8시에서 아침 8시까지 시체처럼 유폐되어 있었다.

 

미투나, 에로템플. 남녀의 쾌락이 아니다. 미투사는 섹스가 아니라 명상이라고 한다. 요가 명상이란다. 참으로 인도다운 발상이다. 남녀의 성행위 체위 숫자가 10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간디가 “미투나 사원을 부숴버려야 한다.”라고 한탄을 했다는데, 그곳은 관광명소다. 단체 관광객 중에 한국사람이 가장 많은 것 같다. 미투나 사원은 보존하는 죽은 사원이지만, 옆에 실제 사원에는 계속 향과 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는 요금 내는 사원에 들어가고 다음 날은 현존하는 작고 남루한 사원 벽에 달라붙어 지나가는 사람 관광하는 사람을 공짜로 바라보았다. 대박이다. 본원의 에로를 더 높고 가까운 위치에서 철조망 사이로 바라보는 보너스 효과를 만끽하며. 몇몇 한국분들은 헛구역질하며 토하려고 했다. 그 동네 향이 그렇다. 그래도 10분 정도만 참고 그곳을 통과하면 향 따위는 금세 내 몸에 스며들어 아무렇지도 않다. 무엇이든 처음이 적응하기 어렵다.

 

가장 한산한 템플. 천천히 의식 치르고 말도 느리다. 한 무리의 나이 들고 촌스러운 계 모임 같은 남녀들이 무리로 다닌다. 남자들은 카투사 같은 흰 모자를 썼으며 여자들은 맨발에 발가락 지를 두 개씩 꼈다. 이마에는 하나같이 힌디 표시 붉은 점을 찍었다. 그중 한 아줌마를 붙잡고 발가락 지는 왜 끼었느냐고 물으니, 결혼한 표시란다. 이란사람 티베트사람 인도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결혼했느냐?" 였다. 물론 했다고 하면 아이도 낳아봤느냐고 묻는다. 물론 나는 아이를 둘씩이나 낳았다고 하면 이상하게 여긴다. “진짜다.”라고 말하고 항상 남편을 불러 소개를 한다. 나의 허즈밴드라고 말하면 그때야 “우리같이 사진 찍자!”라며 결혼식 피로연처럼 둘러서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손가락이나 발가락 지를 끼라는 둥, 이마나 가르마에 붉은 칠을 하라는 둥, 아니면 튜닉이 아니라 사리를 입으라는 말이다.

 

 

동부사원으로 들어가려는데 아이들이 따라붙어 묻는다. 뭐라 뭐라 사우스코리아 하면 또 뭐라 뭐라 극찬론을 편다. "야! 시끄럽다. 그만 해라!" 저지하면 상관하지 마라. 나는 지금 프리토킹중이다.

 

 내 머리 위에 붉은 무궁화 한 송이 꽃은 것을 보고 “헤이~” “마담, 뷰티풀” 이라고 추켜세운다. 지나가는 개들이 따라와도, 양떼가 물을 먹어도, 릭샤가 빵빵거려도, 지프가 지나가도, 정신없는 가운데 끊임없이 지껄인다. 동부사원을 한 바퀴 돌고 나와도 문턱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또 따라 붙는다. 계속 길가의 나무를 설명하고 쓰레기 가득한 호수를 봐도, 소똥 말리는 옆에서 사진 찍어도 쏼라댄다.

 

어느 나무를 가리키며 망고 나무라며, 자기 집이 근처 마을이라며 골목으로 인도한다. 밤중의 성냥갑만 한 어둠 속에서 눈을 번뜩이며 내다보는 여자와 아이들, 머리의 이를 잡는 어미와 딸. 물을 깁는 꼬마, 골목이 미로라 길을 잃을 것만 같다. 그 와중에 자기 엄마가 망고 차를 정말 잘 만든다며 차 한잔하러 가자고 꼬드긴다. 내 어깨에 손도 한 번씩 얹는다. 남편은 나에게 그것도 일종의 '성추행'이라며 질색을 하며 따돌리라고 야단이다. 눈치는 빨라서 남편 눈치를 슬슬 보며 비즈니스를 열심히 한다. 남편은 “이놈,” 은 어쩌구 저쩌꾸 자꾸 말을 하니,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학구열이 발동하여 이놈, 이놈 연습하며 외운다. 나는 아차 싶어, 여보 이 아이가 아무래도 한국어를 연습하는 것 같다. 혹시 나중에 코리아의 이미지를 나쁘게 가질지 모르니, 이제부터 ‘어린 왕자’ ‘어린 성자’ 이렇게 부르라고 했다.

 

 

전라도 집 박상민 식당 꼬마 오늘은 신나게 연날리기를 하며 논다. 조악한 장난감도 죽 늘어놓고 놀다가 우리가 들어가니 얼른 달려와 주문을 받는다. 이것저것 메뉴 설명을 한다. 말을 할 수 있어도 기록은 못 한다. 징글징글하다가도 기특하다. 우리도 저렇게 징글징글하게 잔디 깎는 하우스 보이로, 접시닦이로, 구두 닦는 슈산보이로 경제성장을 도운 시절이 있었다. 기부 미 초콜릿, 기브미 추잉껌. 아득하게 잊은 듯 하지만, 불과 몇십년 전 이야기다. 저들이 나중에 한국보다 더 잘 살지도 모른다.

 

 

인디들은 중국 일본 한국을 구별못한다. 사진 찍을 때 이찌 니 하나 둘 원 투 쓰리 하는 것을 보면 금세 국적표시가 난다. 식당에서 음식 주문을 마치고 사람 수보다 많은 음식을 시키고도 앞저트 디저트 메인 음식 잔뜩 쌓아놓고 닭같이 버르작러리다가 남긴 족속은 중국의 소황제들이다. 한두 개 시켜 조용히 뒤돌아 앉아 조용하고 조신하게 예의 차리며 소심하게 조작조작 먹는 쪽은 일본인이다. 서넛이 혹은 너덧 명이 둘러 앉아 각자 개성껏 다 다른 메뉴 시켜놓고, 각자 핸드폰 꺼내 액정화면에 집중하며 손가락으로 화면을 끊임없이 밀어젖히는 아이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한국 아이들이다.

 

그래서 카주라호에서도 장금이네밥집 전라도 밥집 등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다. 어디 가나 검지가 바쁜 인터넷 강국이다. 오히려 서양 아이들은 아날로그적이다. 어디든 앉으면 수첩을 꺼내 끊임없이 메모를 한다. 남편은 디지털한 한국적이고, 나는 아날로그적인 서양인에 가깝다. 옛날의 우리 모습과 반대다.

 

나의 남편은 예약한 호텔에 가서도 아침을 주는 지,  체크아웃 후에도 몇 시간 더 쉴 수 있는지 검색해봐야 한다며 와이파이 터지는 곳 찾아 삼천리다. 난 그럴 때 답답하다. 그냥 라운지에서 직원을 붙잡고  여기서 '아침' 먹을 수 있냐? 익스큐즈미 빼고 단어만 말한다. “노프라범” “예스” “오케이”하면 1분이면 끝날 일을 한나절 혹은 온종일 인터넷 카페를 찾아다닌다. 나중에 부부동반 일본 갔을 때 물어보니 글샘이네도 솔솔이네도 남자들은 지도를 보고 몇 시간 걸어 그곳까지 찾아가보지 묻지 않는단다.

 

그놈의 남자들의 체면이 무엇인가? 한국남자들은 '체면지국'에 살고있다. 우리는 다른 나라 여행객이다. 같은 나라 같은 지역, 사돈집은 ‘오이를 거꾸로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무조건 너희는 오이를 꼭지부터 먹냐? 꽃 있는 데부터 먹냐? 물으면 사람이란, 본래 친절하기 때문에 상세하게 말해준다. 그걸 일일이 검색해보니 나는 답답하다. 사람이 입이 있는 것은 먹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친절하게 상대방에게 설명하기 위해 입이 있는 거다. 여행하면서 줄곧 그 자존심 시스템이 문제였다.

 

가끔 만나는 단체 관광객 중에 60대 초반의 남자가 퇴직하고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몇 봤다. 호텔텍이라고 하여 비행기 숙소 기차표만 여행사에서 끊어주고 끼리끼리 그 도시에 다니는 영행이다. 그 남자분들은 탁 터놓고 젊은이들에게 가끔 밥이나 차나 맥주를 쏘면서 같이 섞이면 될 텐데…. 강가에 음식점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다. 섞이지 못하고 물에 기름처럼 스스로 왕따가 되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시켜먹지도 못하고, 지갑의 돈도 열지 못하고 고립무원이다. 오나가나 외로운 중년 남자들의 풍경이다.

 

혼자 온 아줌마들은 쌈짓돈 풀어 가장 좋은 것 누리며 “돈이 양반이다.” 누가 내 말을 이래 잘 듣노. 돈 주니 세상 되지 않는 것이 없다 하면서 자신만만이다. 한국에서 남편눈치 보던 아줌마들은 여행지에는 없다. 프랑스 몽쉘미생에서도 그랬고, 델리 인도방랑기에서도 아줌마는 스스로 자긍심에 차 세상 겁나는 것이 없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다. 대접받으려고 하지 않고 나는 모른다며 스스로 낮추서 얻는 대우다. 삶에 눌려 살았다고 이젠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인도 여행을 떠나시라, 아줌마는 용감하다!

 

 

새 쥐 다람쥐 개 돼지 원숭이 코끼리 소 사람 모두 각자 제자리에서 시간을 누리며 살고 있다. 서로 풍경이 되어 잠시의 휴식은 축복이다. 찍고 찍히는 서로의 풍경이다.

 

여행객들마다 바라나시가 그렇게 좋다고 한다. 우리는 바라나시 1박2일 코스다. 성욱이하고 카톡을 하니 좋으면 더 있다가 오라고 한다. 아예, 구정 때고 뭐고 들어오지 말고 있으라고 한다. 교대와 동서대를 다닌다는 자매의 도움으로 기차표 예약해 놓은 것부터 취소했다. 한두 달 전에 끝나는 예약을 새로 하기란 어렵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정신으로 벌금이나 기차에서 쫓겨날 것을 예상하고 무조건 탄다는 각오로 인도에서 더 있기로 마음먹는다. 계획대로 되는 일도 별로 없지만, 되지 않는 일도 별로 없는 나라, 여기는 인도다.

 

몸은 완전 고갈인데, 익숙해지니 더 머물고 싶다. 도서관 관장 건만 아니면 방학내 내 있고도 싶다.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이 지쳤다. 누가 이쑤시개를 줘도 받지 않을 만큼 힘이 없다. 남편의 말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이 “갑시다.”이다. “여보, 5분만!” 아니 1분만 더 앉아있으면 안되느냐고 통사정을 한다. 몸은 순간도 참을 수 없이 무너지는데 마음은 사과나무를 심어 꽃을 피운다.

쉼표, 아이러니하게도 편안하다. 이대로 몸이 사그라져도 후회가 없을 것만 같다. 12세기 13세기 사원은 쉬고 있는데 곁에 작은 사원들이 활동 중인 것과 같은 이치다.

 

 

 

 

 

 

1월 12일 토요일

카주라호

 

카주라호는 '야한 사원' 에로템플이다

한국사람들은 매스콤을 통해서 이미 잘알고 있는 사원이다

 

 

 

 

 

 

 

 

 

 

 

 

 

 

 

카주라호행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갑짜기 시끄럽게 아우성이다

폭동인가 싶어 벌떡 일어나 쫓아가보니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이다

줄을 서면 될텐데...

그들은 짐은 짐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머리위로 올려 마구 옮긴다

 

 

그런데, 카주라에 내려보니

아주 한적한 시골이다

 

 

 

 

 

 

 

 

너무 새벽에 도착을 하여 역안에서 기다리다 나갔다

짐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은 나의 짝지이고

앞서서 가는 소년은 ㅋ  '비지니스맨'이다

 

열살남짓한 소년이지만

영어가 되니

운전기사 청년을 데리고 다닌다

 

 

 

 

 

 

 

 

 

 

 

 

 

 

 

 

 

호텔 수르야,

정원이 카주라호에서 가장 잘 꾸며져 있다

ㅋㅋㅋ 이틀동안 보니

손님보다 정원을 가꾸는 인부가 더 많은 것 같다

인도인들도 지나가다 들어와 사진을 찍는다

 

그 옆에 값이 헐은 작은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은데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똑 같다

 

 

 

 

 

 

 

 

 

 

 

 

 

 

 

 

 

 

 

 

 

 

 

 

 

카주라호에는 한국말을 하는 청년들이 많다

일명, 껄떡도시라고 한단다

그만큼 한국 사람만 보면

옆에 딱 달라붙어 껌딱지 행세를 한다

 

우리가 줄창 갔던 식당도 전라도 밥집

'박상민' 밥집이다

한국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람 누군가가 인도남자에게 지어준 이름이란다

아씨식당, 장금이네, 고향식당 등

실제인지 통만인지

한국 고추장통과 간장통이 입맛을 당기게 한다

 

 

 

 

 

 

 

무엇보다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

노트북도 사용할 수 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쓸수 있다

짐도 맡겨준다

여러가지의 서비스가 있어 한국대학생들의 본부같다

 

 

 

 

 

 

 

 

 

 

 

 

 

 

 

메뉴판도 한국어다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닭도리탕 선전문구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나라에서

선택할 것은 닭밖에 없으니

보약이 따로 없다

 

 

 

 

 

 

 

 

 

 

 

 

 

 

 

모양과 빛깔은 거의 완벽한데

먹어봐야 안다

나는, '매웠다'라고만 적는다

 

한국음식에 궁했던 사람들은

입을 호호 불어가며 환상이라고 말한다

 

 

 

 

 

 

 

 

 

 

 

 

 

 

 

인도식 김치볶음밥이다

인도에 가면 김치찌게나 김치볶음밥에 배추김치가 없다

김치는 모두, 무 김치다

 

내가 짐작컨대,

소나 돼지가 잎을 모두 뜯어먹으니

땅속의 무만 온전한 것같다

 

 

 

 

 

 

 

 

 

이곳에서 많은 한국 학생들을 만났다

은서의 남자친구 경찰대학 학생이 준비한

"이 사람이 당신 많이 좋아한대요" 메세지를 들고

사진의 모델도 되어주고

교대다니는 여학생자매도 만나고

와~ 많이 만나 여행정보 듣고

델리가는 기차표 취소하고

바라나시로 향하는 기차표 다시 끊고

누구나 다 서로서로 돕는다

 

 

 

 

 

 

 

 

 

 

 

 

 

 

 

 

 

 

 

 

 

 

 

 

호텔 입구의 성수의 신전도 곱다

 

 

 

 

 

 

 

아침 산책도 하고

 

 

 

 

 

 

 

 

 

 

 

 

 

 

 

침침한 호텔식당 안에서 안먹고

정원으로 주문하여 아침식사를 할때

꼭 뭐가 된듯 우쭐하다

 

 

 

 

 

 

 

 

 

 

 

 

 

 

 

 

 

 

 

 

 

 

 

 

 

 

 

 

 

 

 

 

 

 

 

 

 

 

 

 

 

 

 

 

 

 

 

 

 

하루종일 쏘다니다

다리가 꺾어질 즈음

정원에 앉아 쉬는 것도 좋다

 

일꾼들이 힐끔거리며 구경하는 시선만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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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울 12일 토요일

카주라호 새벽 6시 30분 도착

카주라역에 도착하니 한산한 촌이다. 인도답지 않은 희고 깨끗한 택시가 30루피에 시내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오토릭사말고 사이클릭사도 100루피 이상을 부를 성싶은데, 내 귀를 의심할 정도다. 택시기사는 20대쯤으로 보인다. 그런데 열한두 살쯤 보이는 소년이 자신이 ‘비즈니스맨’이라고 소개를 하며 호객을 한다. 말하자면 통역이다.

 

매너또한 예의 바르고 부드럽고 징글징글하다. 누가 그랬다. 카주라호에 가면 징그러운 인도 남자가 많다고 했다. 한국말과 영어를 구사하며 자신은 대학생이거나 엔지니어이거나 은행원이라며 접근한다더니…. 실제로 다니면서 보니 소년에서 청년 말하자면 카주라호 남자들은 거의 간단한 한국말을 한다. 다음날 사원에서 쫓아다니던 소년은 한 술 더 떠서 작은 키로 내 어깨에 매달려 팔을 두르며

“마담, 조심하세요.”라면서 소똥이나 움푹 팬 구정물을 피하도록 안내를 했다.

 

그래서 그 세련되고 스마트한 택시 비즈니스맨은 택시 안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카피한 지도(카피한 지도 정도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인도에 가 봐야 안다) 를 펼쳐보이며 내일과 모레 자신이 안내하며 모실 거란다. 말하자면 택시는 '미끼상품'이다. 단호하게 뿌리치고 호텔까지만 갔으나, 다음날도 길에서 당신을 기다렸다면서 안내해주겠다고 문앞에서 기다린다. 영화배우처럼 잘 생겼다. 몸에 밴 제스추어는 수준급이다.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호텔에 도착했다.

전라도 밥 짐. 주방장 박상민(인도인이다) 음식모양과 빛깔은 70퍼센트 완벽. 맛은 혀가 놀람. 우리나라 고추장통과 간장통을 들고 왔다갔다 그럴싸하다. 가장 사람 마음을 휘어잡는 것은 와이파이가 공짜로 터지는 식당이다. 한국에서는 와이파이 정도야 별것이 아니지만, 유심 칩을 사용하거나 고급 호텔이 아닌 경우, 와이파이카톡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페팩트 서비스다. 머무는 동안 식구들이나 도서관 업무를 처리할 때나 기차표 예약 취소 웨이팅넘버의 변화를 보기 위하여 그집으로 가서 식사했다.

 

인도 철도청 기차역사에 가서 외국인 안내를 찾아 줄 서서, 서툰 언어로 하루 이틀 걸린 일을 노트북을 펼쳐들고 그곳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으니, 여행사나 마찬가지다. 그곳에도 진풍경이 있다. 6~7살 되는 어린아이가 조악한 플라스틱 자동차를 손에 들고 놀다가도, 손님이 오면 주문을 받는다. 그러면 20대쯤 보이는 아이들이 음식을 나른다. 어린아이들은 그만큼 언어습득력이 다재다능하다. 그 대신 글이 되지 않으니 어른은 받아적고 아이는 말로 주문을 받는다.

 

 

지나가는 초등이나 유치원생 같은 어린아이들도 멀뚱거리게 그냥 지나가는 어린이가 없다. 외국인만 보면 지가 아는 문장이나 단어는 다 실험해 보는 것 같다. 내 손가방에 달라붙은 키플링 원숭이가 가장 갖고 싶은 것 같다. 그다음은 “스쿨펜 기부 미” 볼펜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주겠다고도 하고 찍어 달라기도 한다. 무조건 먼저 다가와 말을 건다.

 

이곳의 인도 청년들은 한국어를 아주 능숙하게 “어디 가요?” “코리아에서 왔어요?”라며 자신이 대학생이라 하지만 100퍼센트 가짜라고 한다. 인도대학생들은 공부의 양이 많아서 더구나 지역이 넓다 보니 다 기숙사에 있지 평일 날 뭐하러 촌 동네 와서 관광하겠느냐는 것이다. 우리 인구 4~5천과 인도 인구 13억 중의 대학생이니 실제 대학생을 거리에서 만나기란 우리가 연예인을 거리에서 만나기 만큼 어렵다는 이야기. 그런데도 여행의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고 긴장하고 무서운 가운데 인도 특유의 친근한 친절에 한국여성들이 가장 사고가 자주 나는 곳이 카주라호라고 한다. 가짜인 줄 뻔히 알지만, 우선 그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친절하다. 그곳에서 인도여자를 보기란 어렵다. 인도를 여행하며 보면 식당이건 주방이건 서빙이건 길거리 상점이건 거의 다 남자들이 오픈 된 장소에서 일한다. 여자들은 집에 있다. 우리처럼 남녀구별 없이 거리를 나다니는 나라가 아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 휴식. 심신의 이완 ‘멍 때리기’ 인도의 여유. 시간가는 줄 세월 가는 줄 모른다. 아직 음식에 자신이 없지만, 지내볼 만한 곳이다. 지나친 관심이 때론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 또한 그들이 순수하기 때문이 아닌가. 이국이 신기한 그들.

 

코리아라고 말하면 “안녕하세요” “어디 가요” “빨리빨리” 빨리빨리가 없으면 한가롭다. 그냥 햇볕만 쬐고 앉아있으면 시간이 간다. 청춘은 역시 보내기 싫다. 그런데 밤이 싫다. 밤은 춥고 보일러 그립고 온돌방, 집에 새로 마련한 햇솜 폭신한 극세사 이불이 그립다.

 

열 몇 시간 밤새도록 기차 타고 새벽에 도착하여 오후까지 이렇게 버티는 것,

나는 철의 인간이다. 아무래도 신(神)빨을 받은 것 같다.

 

 

 

 

 

 

 

1/11 금

지도 한 장을 들고 인터넷 카페를 찾았다. 한국에서 기차표를 예매하였으나 웨이팅 번호 7,8에 걸려 있는 기차표가 문제다. 숙소 예약은 해 왔으나 예약했다는 증서가 문제다. 지난해 이탈리아 여행 때는 모든 서류와 여권 등을 스마트폰에 담아 갔으나, 현지에서 스마트폰을 소매치기당하니 황당이 아니라, 세상이 끝난 것 같았다.

 

 

숙박에 필요한 서류, 웨이팅을 기다려야 하는 불안한 기차표 등등. 아직 끝나지 않은 미비한 것들을 해결하려면 인터넷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그랬다.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폰 그 속에 입력한 정보들이 있다. 바로 그것이 문제다. 나의 남편은 인도가 얼마나 IT산업이 발달했는데 ...  우기지만, 그건 일부 도시, 일부 층이다. 거리의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생존이 관건인 사람들 앞에, 우리가 무슨 외교통상부 파견근무를 나온 나으리 관료도 아니다.

 

남편은 모든 것을 기계에 의존한다. 의존하는 것은 그의 일이지만, 나는 밥도 못 먹고 잡동사니 짐을 껴안고 불안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커다란 홀 커다란 간판의 인터넷 카페가 아니다. 대학 근처에 있다 하니 물어물어 릭샤를 타고 대학근처를 갔으나 이슬람사원 쪽으로 인파를 헤치며 가본들 복잡한 전선과 힌디어뿐이다. 길 건너 오른쪽 길을 걸으니 재래시장 쪽이라 더 아우성으로 길거리에서 팔며 사며 먹으며 소똥에 개똥에 발만 미끄럽다.

 

그런데 그 와중에 배에서는 꼬르륵꼬르륵 신호가 온다. 남편의 특징은 한가지 목표에 집중하면 식음전폐하여 굶는다. 평소에 소처럼 우적우적 잘 먹어두었으니 되새김질하는 것도 괜찮지만, 깨작깨작 젓가락질로 우아한 체하는 나는 주저앉을 판이다. 안 쫓아가자니 길을 잃을 판이고, 쫓아가자니 웬수가 따로 없다. 양쪽 길에서 막히니 사거리가 나왔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도대체 여기는 어디인가. 사람이 걷는 거로 봐서 여기는 분명히 '인도'다.

 

 

모든 건 사람에게 물으면 다 된다. 언어의 장벽, 그것이 뭐가 중요한가. 베를린 장벽도 작은 망치하나 두드리는 것으로 무너졌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길에 다니는 인도 사람들은 모른다. 그렇다면 어찌하겠는가. 그들 방식대로 찾고 계산하도록 맡기고, 우리는 여행객, 그들을 관리만 하면 된다. 어쨌든 우리는 ‘갑’이고 그들은 ‘을’이다. 디테일은 그들 몫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곳, 여기는 인도다.

 

 

남편은 쉼 없이 빵빵거리는 릭샤꾼과 차의 클랙슨 소리와 기도소리 호객소리의 길거리에서 글로 써진 간판과 책과 스마트폰 속에 들어 있는 지도를 보느라 돋보기를 꼈다 벗었다 들여다본다. 나도 알파벳 정도는 읽지만, 나도 돋보기는 있지만, 맨날 이렇게 동서양 동서남북을 쫓아다니다 보면 눈치가 백 단이다. 꼭 쓰러지기 직전에야 보인다. “여보, 여기가 인터넷카페다.” 간판 지도 아무 소용없다.

 

나의 능력은 하나다. 어디서 본듯한 아련한 행동이나 풍경이 그것이다. 초가집들이 많아 초가팔리가 있는 나의 고향 포천 사람들의 표정과 말씨와 눈빛이다. 그 눈빛 속에 행동 속에 상대가 무얼 말하려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다 알 수 있다. 새마을 노래가 흘러나오던 시절의 표정, 처음 카피 집을 찾아 시청지하도에서 북창동, 조선호텔, 무교동, 태평로, 종로 방면을 찾아 헤매던 모습이 바로 지금 인터넷카페를 찾는 행위다. 덩어리가 냉장고 만한 기계가 몇 대 있고 사람들이 좁은 골목 계단으로 풍경 하나가 보였다. 간이의자에 앉아 줄서서 기다리며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인도는 인도 위에서의 시간여행이다.

 

인도에는 서류를 복사해 왔으나 5성급 7성급 고급 시설이라도 소용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카피라는 개념도 없고,우리 60년대처럼 손으로 기록한 것을 더 믿는다. 어제 머물렀던 주소와 내일 머무를 곳과 주소 그리고 우리가 어느 나라에서 왔으며 등등을 일일이 남편이 적었으면, 나는 같은 곳에서 왔으며 같은 곳으로 갈 것이다. 라는 표만 하면 되는데 또 똑같이 반복해서 적으라고 한다. 그때 남편과 게스트하우스나 호텔 매니저의 오가는 눈빛은 이념과 종교가 다른 정부요원들 같다.

 

짐꾼 심부름하는 아이, 집주인 옆에 어슬렁거리는 멍멍이도 얕잡아 본다. 순간순간 경멸의 눈길이 스친다. 나는 가만히 말 못하고 글 모르는 멍청이 여편네 같은 표정으로 그들을 빤히 쳐다만 본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못 들은척한다. 위의 반복사항을 남편이 다 적는다. 게스트 하우스나 민박집 주인들은 남편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나 같은 건 신경도 안 쓴다. 안중에도 없다. 그들 눈에 남편의 기갈에 눌려 사는 여자가 한심할 것이다.

 

그 애매모호한 정적의 시간이 흐르면, 남편은 아주 공손하게 나에게 미소를 띠며 크기가 화판만 한 서류철을 내 놓는다. 나는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엘리자베스 여왕이 된다.

 ‘류창희’ 내 이름 석 자를 사인한다. 드디어 체크인이 된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나선다. 그래 그대들, 내 말 좀 들어보시게. 카피 한 장이면 될 일을... 이게 무슨 불편한 짓이냐. 그래, 언제 이런 번거로움을 개선할래? 그건 기계적인 일이니 그렇다 치고, 너희가 손님에게 대하는 태도가 문제다. 우리가 그런 시스템을 가동할 수 없으니 죄송하지만 이렇게 해주십시오, 라고하면 좀 좋아. 꼭 나무라듯 그게 법인 듯, 고자세로 하면 듣는 사람이 기분이 좋으냐? 묻는다. 그리고 알아들었으면 대답해봐라 다그친다. 나는 단락마다 묻고 또 묻고 대답을 요구한다. 또박또박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을 한다. 한 단락의 설명이 끝날 때마다 후렴으로 내가 한 말 알아들었으면 대답해라. 그럼 젊은 남자 매니저도 꼭 한마디 ”노프라범“ ”예스“ ”OK" 복창한다.

 

남편은 또 그게 못마땅하다. ”이것들은 손님이 왕인 걸 모르나. OK 는 내가 오케이 해야 하는데, 꼭 지네가 먼저 예스 오케이 한다며, 뭐가 오케이냐고 흥분의 강도를 높인다. 그날부터 종업원들은 슬슬 남편의 눈치를 보며 피해 다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남편 몰래 슬쩍슬쩍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응원을 보낸다. 나 혼자 마주치면 패션이 좋다, 웃는 것이 아름답다며 친근한 관심을 표한다. 그리고 하루나 길게는 일주일을 머물다 체크아웃할 때, 남편 옆에 꼭 붙어 있는 나에게는 눈길 한번 안 준다.

 

사무적인 일이 다 끝나면 종업원까지 서너 명이 둘러선다. 그때야 나를 보고 “굿바이” 하며 내가 하던 말투(나는 영어는 한마디도 안 했다. 프랑스어도 이태리어도 힌디어도 한 적이 없다. 언제나 한국말로 또박또박 한다.) 내가 하던 제스츠워를 고대로 흉내 내며 “오케이! 노프라범” 즐거워한다. 자이살메르에서도 그렇고 카주라호에서도 바라나시에서도 지역과 숙소의 크기와 주인이 달라도 약속이나 한 듯, 내게 한결같이 그렇게들 우정의 악수를 청한다. 나는 흔쾌히 그들의 손을 잡아준다. 남편은 인도남자와의 접촉은 성추행이라며 펄쩍 뛴다. 남편은 통장의 숫자를 지켜야 하고 나는 따뜻한 감성을 지켜야 한다. 우리 부부의 나눠서 진 역할이다. 어쩌랴, 벌써 체크아웃했는데.

 

 

사이 홈스테이,

또 시작이다. 손으로 일일이 적고 사인하고 촌스럽다. 불빛이라도 밝던지.  알았다고 너희 마음대로 다하라고 “아이씨, 아이씨~” 어깨 한 번 으쓱하면 긴장하고 겁먹을 걸, 윽박지르고 큰목소리 내는 것은 그들에게 아무 상관없는 메이꽌시 “노프라범”이다. 슬쩍슬쩍 웃으면 같이 손가락 치켜들고 “노프라범”으로 장단 맞추는 것이 차라리 효율적이다.

 

아~! 그나저나 헐렁하던 나사가 흔들거리더니 드디어 풀려버렸다. 마스크 쓰고 파카 입고 두꺼운 바지 두 개 껴입고 수면제를 삼키고 잤으나, 콧물 재채기 서로 비집고 나오려고 바쁘다. 아스피린 한 알 두 알 삼킨다. 남편은 열도 없는데 아스피린 먹는다고 뭐라한다. 아는 음식 먹듯 어느 부위가 아프거나 한국 약을 하나씩이라도 먹으면 약을 먹었다는 안도감에 마음치료가 되는 것을 나의 남편은 모른다. 그는 나의 처방전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위는 알고 있다. 나를 50년 넘게 모신 위가 아닌가. 지금 우리 주인은 어디가 불편하여 자기를 선택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위도 아스피린도 나를 위해 충실할 것이다. “아이러브 한국 약” 한국 약은 만병통치약이다.

 

 

아그라(포토)성

아버지가 말년에 유폐된 곳. 장남에게 승계가 아닌 능력자에서 왕권승계 계속 피를 부름.

아그라에 하루 이상 머물지 마라. “아서라” ‘악질’ 최악의 도시. 하지만, 뭐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 (아그라의 유언비어. 음식에 약을 탄다. 병원에 입원시킨다. 의사와 짜고 여행객 다 털어먹는다. 돈만 뜯기면 다행인데, 어느 사람은 목숨을 빼앗겼다. 그래도 그들이 그랬다는 물증이 없으니 정부에서 잡아넣어도 곧 풀려난다. 아그라에 가면 절대 음식을 나눠 먹지 마라. 친절에 넘어가지 마라)  그래서 음식보다 겁을 훨씬 많이 먹는 도시다.

 

나는 감기 몸살. 꼼짝 못 하고 벤치에 않아 해바라기. 처음에 허리가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어제 타지마할의 인파보다 백인이 많다. 백인들은 한 발치 떨어져서 보는 원경을 즐기는 것 같다. 우리는 손으로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불상이든 하루방이든 발도 문지르고 코도 떼어내어 가고, 못으로 이름도 새겨봐야 속이 시원한데 서양인들은 규칙과 남의 눈에 소심하여 멀리서 바라본다. 비례(非禮)는 절대 안 한다. 다람쥐 새소리 햇볕 평화롭다. 빨리 햇살이 내 온몸으로 파고들어 어젯밤 몸살 따위 퇴치했으면 좋겠다.

 

아그라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원숭이가 나한테 덤벼들었다. “가!” 단호하게 소리지르고 만세 자세를 취했더니 일시에 물러났다. 담장 위 나무 위로 쏜살같이 달아나 오렌지를 까먹고 한 놈은 나를 쳐다보며 바나나를 까먹는다. 이 동네는 원숭이는 고급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가방에 매달아 놓았던 과일 봉지가 없다. 삽시간에 그놈들이 채겠다. 아직 이곳의 원숭이 놈들은 학구열이나 지성에 대한 관심은 없나 보다. 내 카메라와 선글라스가 그대로 있다. 아마도 키플링 가방의 장식으로 매달린 원숭이에게 동류 애를 느낀 것 같다. 무엇보다 Memo 해 놓은 수첩을 빼앗아가지 않아서 고맙다. “라마스테”

 

 

어느 나라 사람이든 마주치면 핸드폰을 보고 놀란다. “오 ~ 삼성” 그런다음 묻는 말은 “제페니즘?” 묻는다. 인도인들은 삼성을 일본산으로 안다. “사우스코리아”라고 하면 대우 현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금방 시들해진다. 

한국사람들의 특징은 꼭 손에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사원에 들어갈 때는 작품보호나 혹은 사진 찍는 세금을 받으려고 카메라를 맡기거나 아니면 상당한 요금을 내고 카메라에 돈을 냈다는 딱지를 붙여 허락을 맡아야 한다. 우리도 처음에는 두 대 중 한 대는 입구에 맡기고 한 대만 요금을 냈었다. 그러다가 눈치껏 카메라 두 대를 다 맡기고 핸드폰만 들고 들어간다. 어디 가나 핸드폰을 들고 들어가도 된다. 모바일의 특징(기능)은 어디까지나 전화를 받거나 거는 것이다. 전화기로만 분류하니 단속대상이 아니다. 그때 핸드폰을 꺼내어 찍으니, 한국사람은 사진이 아니라 그림과 불상과 시바신과 사두와 교감 중이다. 단속요원을 만나면 얼른 숨기지만 그들이 곁에 다가와 묻는 것은 “그건 얼마 주면 살 수가 있느냐?”라는 호기심이다. 얼마라고 말하면 자기네 몇 년치 월급이라며 오히려 사진을 찍어준다. 한번 만져보는 것만도 영광이라는 뜻인데, 사진은 대부분 잘 나오지 않는다. 핸드폰이 국가의 위상이라는 생각도 들고 12억 인구에 팔아먹으면 상당할 건데 라는 마음도 들지만, 이 선두주자를 안 놓쳐야 할 텐데 라는 마음도 든다.

 

오토릭사 ‘톡톡’타면 50루피지만 일부러 사이클 릭사 30루피로 후하게 흥정하고 탔다. 그 착하고 순한 아저씨 평지에서도 엉덩이를 치켜들고 헉헉한다. 남편과 나는 너무 안 되었다고 50루피를 주자고 약속을 했다. 어차피 이들은 우리 말을 못 알아들으니 크게 자연스럽게 막말한다. 길도 “노프라범”이라며 큰소리 뻥뻥 치더니 길거리에 서서 오만사람한테 물어본다. 어디서나 다른 기사들도 일단 다 안다고 한다. 지도 글자를 읽는 릭사운전사도 드물다.

 

그들은 우리 둘을 태우고 가다가 자기 동네 쯤인지 아는 사람 만나면 손님인 우리한테 묻지도 않고 앞에 한 사람 태우고, 또 지나가다 한 사람 더 태우고, 시끄럽게 떠들고 골목골목 제 친구인지 조카인지 다 내려주고, 우리는 맨 나중에 내려준다. 대여섯 군데의 도시를 가도 어찌 네트워크가 되었는지 거의 다 같다. 또 가다가 무슨 상점 같은 곳 앞에 세우며 쇼핑센터라고 소개한다. 그 옆에는 관광버스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것을 보아 패키지 여행단에 바가지 씌우는 상습지역 같다. 그럴 때마다 그 순한 눈빛으로 힘들다고 한다. 공해환경과 가난한 사람을 더 도와주려고 사이클 릭사을 타야 한다고는 하지만, 가느다란 부러질 것 같은 장작개비 같은 다리를 보면 돈 내고 타면서도 후회를 한다.

 

마음이 아프다. 내가 그다지 몸이 큰 편도 아닌데도, 살이 팅팅쪄서 이분을 이렇게 고생하게 하는구나 생각하면 몹시 불편하다. 돌고 돌아 낑낑대다 도착하면 30루피 계약하고 와서는 100루피라고 한다. 누가 흥정하는 것을 보기를 했나. 미터기를 꺾기를 했나. 계약서가 있기를 하나. 길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다른 릭사꾼들이 하나 둘 모여 둘러서면 그들 속에 우리 부부는 꼼짝없이 포위된다. 서로 “야!”야 거리며 각자 말 한국어 영어 힌디어가 막상막하 소란하다. 이럴 때 환장을 하겠다. 어떤 때는 막대기를 들고 거리정화를 하는 경찰을 부르기도 하지만, 그놈이 경찰인지 은행 문앞을 지키는 경비인지, 도를 닦는 사두인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나의 남편이 10루피 자리를 손에 들고 요금을 계산해야 하는데, 만날 100루피짜리를 쥐고 있으니 ‘견물생심’이다. 어느 때는 한 사람당 받는다고 큰소리치기도 한다. 방망이는 경찰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식당 앞의 경비원도 가지고 있다. 정복 입고 모자 쓰고 그 행색이나 그 행색이나 비슷해도 제복의 효과에 밀려 심판이 끝났다. 결국, 60루피 주려다 매를 든 제복 아저씨 덕분에 50루피 줬다.

 

 

마음은 찡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길거리에서 실랑이를 하는 인도는 릭샤꾼에 의해서 경계하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전날 저녁 젊은 릭샤꾼은 20루피에 약속하고 가서 30루피를 주니 눈도 마주치지 못한 체, “땡큐” 땡큐를 몇 번이나 한다. 초보인 것 같다. 많이 받아도 적게 받아도 마음이 찡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택시는 밀폐되어 운전사가 안에서 문을 잠가 버리면 꼼짝없이 당한다고 하니 4~5명이 아닌 한두 명이라면 오픈해서 거리를 달리는 릭샤가 제격이다. 흙먼지 바람 빵빵소리 정신이 사납지만, 누군가의 시선 속에 있어야 안심이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인도인들이 빤하게 끝까지 쳐다보는 눈길이 바로 호신용 호각보다 CCTV보다 효과가 있다.

 

 

맥도날드 풍경

이런 사람을 만났다.

맥도날드에 어느 남루한 여인이 옆자리에 앉았다. 남루하기는 하되, 바늘 끝 하나 들어갈 자리가 엿보이지 않는 몸도 표정도 옷매무새도 빈틈이 없다. 햄버거 3개와 종이컵 6개를 시켰다. 앉은자리도 직원을 불러 스프레이 세제를 뿌려 닦게 했다. 무슨 종교의식을 치르듯, 아니면 소꿉놀이하듯, 진지하게 차려 놓는다. 아주 건건한 몸짓과 표정으로 한입 먹을 때마다 냅킨으로 입을 닦는다. 종이 얼굴 손 어디에도 소금 후추 케첩의 흔적조차 일일이 핥아먹는다. 사용한 냅킨을 네모 반듯하게 화툿장만 하게 접어 빈 컵에 한 장 한 장 집어넣는다. 햄버거를 쌌던 포장지도 네모 반듯하게 접어 넣는다. 사실 보기에는 햄버거 한 개가 들어갈 위의 크기도 되지 않을 듯 보였다. 나만 그녀를 희한하게 쳐다보는 것이 아니다. 식당 안에 여자가 드문 인도. 더구나 맥도날드는 퓨전 음식이다. 내가 먼저 그녀를 보고 씽긋 웃었다. 그녀는 아주 친근한 표정을 보이며 묻는다.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여행을 왔느냐? 나는 인디아다. 영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보아 학교 교육을 받은 지식인임이 틀림없다.

 

 

코믹영화 한 편을 봤다. 날이 춥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행지에서는 기대앉을 자리가 가장 절실하다. 영화관람 표를 끊고 미리 들어가 쉬려고 했으나 시작 몇 분 전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다. 힌디어의 영화였는데 끝났는지 알고 나오려다 마땅히 쉴 곳이 없어 한 번 더 보려고 했더니 영화가 너무 길어 쉬는 시간이다.

 

인도는 아무리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가 들어와도 흥행을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자기들 정서에 맞는 영화를 많이 재미있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금 현재, 세계를 들썩들썩 하게 하는 한류열풍이나 '싸이'의 '말 춤'은 하나도 안 보인다. 코끼리 신, 원숭이 신, 쥐 신만 해도 거리를 메우고 있는데, 대중문화가 낄 틈이 없다. 핸드폰을 쓸 만큼 진화된 사람들이 영화관에 왔는데 영화를 보는 도중 전화벨은 계속 울리고 “핼로우?” 전화받고 아이들 떠들고, 저희끼리 응원하고 손뼉을 치고 소란스럽다. 힌디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영화도 영화려니 영화관 풍경이 더 볼만했다.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담요 한 장은 기본으로 가져 다닌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한 끼 식사와 깔고 자고 덮어쓰고 멋 내고…. 담요는 곧 자신을 감싸는 집이다. 그들에게 생존을 책임지는 종교다. 우두다.

 

 

 

 

 

 

1월 10일 ~ 11일  아그라

타지마할 & 아그라성

 

 

 

 

 

 

 

진공청소기처럼

세계의 관광객을 쫘~악 빨아들이는

 타지마할을 가기위하여

아그라행 기차를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는 기차

한숨 잠을 때리는 중이다

 

 

 

 

 

 

 

 

 

도착한 기차에 이름표가 붙었다

퍼스트클래스 칸안에

단 두명의 이름이 나와 남편이다

확인하는 순간,

와우 ~ !

 

 

 

 

 

 

 

 

 

 

 

 

 

 

 

 

 

하얀시트, 세면대, 노트북 놓을 수 있는 탁자

각종 전기를 꽂는 세트 무엇이든 우리칸안에 다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내 손가락 만한

작은 생쥐도 들락날락 바쁘다

 

 

 

 

 

 

 

 

지도를 볼때는 숙소가 매우 가까웠는데

많이 헤맸다

 

멀리서 타지마할이 보이는 순간,

파리에 도착하여 에펠탑이 보이는 순간처럼

익숙한 그림에

친근감이 확 당긴다

 

 

 

 

 

 

 

 

 

 

 

가까이 다가가면 타지마할을 볼수가 없다

아침햇살에 보면 흰색이고

저녘 석양에 보면 황금빛이다

 

원래 일정은 다음 날 볼 예정이었지만

매주 금요일은 타지마할이 쉰다고 한다

 

새벽에 도착하여

아그라 기차역에 짐을맡기고 갔으니...

그것도 4키로 정도에서 걸어들어 가야한다

공해때문에 건물이 점점 검게 되는 것을 막으려고

릭샤나 택시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또 세계의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인도인들도 평생에 한번은 꼭 와보는 곳이라니

인간 전시장 같다

 

 

외국인 줄에 서서도 한시간을 넘게

검색대를 통과하고 음식물 쿠키 초코렛같이 작은 것도 금한다

요금도 외국인은 엄청비싸다

 

그대신 외국인에게는 생수 한병과 덧버선을 하나씩 준다

 

 

 

 

 

 

 

 

타지마할의 빛깔과 어울리는

시티팰리스에서 거금(200루피)을 주고 산

물빛 '튜닉'을 입었더니 기분이 들뜬다

 

 

 

 

 

 

 

 

 

 

 

 

 

ㅋ 금방 결혼한 아랍왕자와 왕비를 만났다

(내가 보기에 그렇게 보였다.

왕비눈에는 왕비만 보인다)

얼굴 작고 뼈대가 가늘다

 

 

 

 

 

 

 

 

 

 

그들은 신혼여행에

친구들이 쫓아다니는 것 같다

선그라스 가방 카메라 티셔츠 신발 등이 모두 유명상표다

 

 

 

 

 

 

 

 

 

 

 

요기서는 모두 같은 포즈를 취한다

저절로 남들을 따라 젖꼭지 누르듯

손을 모아 조렇게 한다

나는 꼭지에 각도가 잘 맞지 않았다

 

 

 

 

 

 

 

 

앉아있는 대리석 의자는

줄 서서 기다리는 의자다

영국 찰스황태자와 '다이애너'비가 앉아서 사진찍던 자리란다

일명, 다이아나 의자다

대부분 돈 받고 찍어주는 사진사들이 진치고 있어

일반인들은 앉아서 찍으려면

구박을 받거나,

아니면 남들이 앉아있는 배경으로 어정쩡하게 찍어야 한다 

 

 

 

하늘빛 물빛 옷빛

삼색 구색을 맞췄다

 

 

 

 

 

 

 

 

 

 

 

 

 

 

 

 

 

아 여기는 다음날 간 아그라성이다

사람들이 많이 계속 등 떠밀리다 보면

두세시간은 예사다

먹을 것이 하나도 없으니 화장실도 없다

완전 지쳐서 쓰러지기 전에 나와야 하는데

들이 밀고 계속 들어오는 인간띠를 보면

그곳에 있다는 긍지가 발동을 해

버틸 때까지 버티며

사람구경을 한다

 

 

 

 

 

 

 

 

아무데가 걸터앉아 쉰다

 

 

 

 

 

 

 

 

 

 

 

 

 

 

 

 

 

 

 

 

 

 

 

 

아~ 그러고 보니

위의 사진은 다음 날 간 아그라 성이다

 

 

 

 

 

 

 

 

 

 

 

 

 

 

 

 

티벳에서 왔다는 이 아주머니들은

아마도 타지마할 계를 탄 모양이다

어찌나 시끄럽던지...

무지 친한척 하며 어째에 손도 얹어보고

아이들 보고도 외국인과 사진찍으라고

시끄럽게 부른다

 

 

 

 

 

 

 

 

 

 

 

 

 

 

 

 

 

 

 

 

 

 

 

 

 

 

 

 

타지마할 내부로 들어가면 샤자한과 뭄따즈의 가묘가 있다

진짜 무덤은 본당 지하에 은폐되어 있다

후세 호사가들의 도굴을 염려해서 가묘를 만들었다고 한다

죽은후 까지 철저한 계획을 세웠으나

아그라 성에 갇혀

자신이 지은 건물을 바라만 봤다는 샤자한의 팔자

 

 

 

 

 

 

 

 

 

사리를 인도인들보다 세련되게 입은 아가씨들이다

세련된 걸로 보아 당연히 한국아가씨들이려니 여기고 말을 거니

중국의 꾸냥들이다

"헌 피아롤리앙" 추켜세우고 한참동안 중국말로

쑤알러 쑤알러 하니 또 다른 힘이

'쟈요우, 쟈요우!' 솟는다

 

 

 

 

 

 

 

 

 

와 ~ 드디어, 손끝으로 잡았다

찌릿하다

나의 유선이 팽팽해지는 느낌이다 

 

 

저 위치에 가면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인도인들이 많다

쫓아다니면서

당신 옷이 예쁘다, 당신 웃는 모습이 예쁘다

침을 튀기며 칭찬을 한다

 

자기에게 카메라를 맡기면

진짜 잘 찍어주겠다며 ...

근데, 맡겨보시라

진짜 잘 찍는다

 

 

우리 관광객은 평생에 한번 가서

어리버리 사진찍기 좋은 위치를 잘 못 잡는다

그들이 좋은 위치는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기 저기 사진 몇장 찍어주고

"땡큐~" 하면 돈 달라고 한다

 

그러나 줘도 별로 아깝지 않다

그 사람들은 그곳에서만 하루에도 몇십명에게 익힌 기술이라

사진기술이 예술이다

쓸만하다

10루피 20루피

한국돈 1천원도 안되는 돈으로 호사를 누린다

 

 

 

 

 

 

 

 

 

 

물위의 타지마할

물속의 타지마할

 

 

 

 

 

 

 

 

 

 

 

 

 

 

 

 

 

 

 

 

 

 

 

 

 

 

 

 

감동 크고 벅차다

행복도 마구마구 차 오른다

쓰나미 밀려오듯 들어오는 군중들을 보면

더 흥분이 고조된다

 

흥분은 사람멀미의 전조등이다

 

 

 

 

 

 

 

 

 

 

 

 

 

 

말로는 모자란다

아름답다

 

 

 

 

 

 

 

 

 

 

 

 

 

 

 

 

 

타지마할 안으로 들어가려면

인도인들은 맨발로 들어가고

외국인들은 입구에서 받은 덧신을 신는다

 

 

 

 

 

 

 

 

 

 

 

 

 

 

 

 

 

 

 

인도거리의 경찰들은 막대기를 들고 있는데

여자 경찰들은 미소를 담고 있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한국말에 관심을 보이며 따라 한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멋져요

사랑해요

또 만나요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이 자리에 쭉 다리펴고 눕고 싶다

 

 

 

 

 

 

 

 

 

이제 눈도 침침하다

가장 먼저 허리가 무너지는 것 같다

그리고 으슬으슬 춥다

 

 

 

 

 

 

 

들고 다니던 파카와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다

 

 

 

 

 

 

 

 

 

 

아그라 성에서 바라보는

타지마할

 

 

 

 

 

 

 

릭샤꾼에게 사다르 바자르 도미노 피자로 가자고 했다

60루피에 약속을 하고 갔는데

릭샤꾼 친구 두명 태우고 빙빙돌고 가다가 길도 잃어버리고

겨우겨우 찾아가서는 100루피 달라고 한다

못준다고 하니 마구마구 덤빈다

다른 릭샤꾼들도 편들려고 혹은 구경하려고 몰려든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장면이다

 

결국은 뭉둥이 든, 경비가 왔다

릭샤꾼은 50루피만 받고 도망갔다

 

 

 

 

 

 

 

 

 

 

 

 

 

 

 

 

너무 지쳐 먹는 것 앞에서도

눈이 떠지질 않는다

 

어찌 하였든 고급 찬델라 레스토랑에서

 탄두리치킨을 먹는데

지치고 힘들고 민망하고 미안하고

음식이 눈앞에 있는데도

눈이 떠지지 않는다

 

 

 

 

 

 

 

 

 

 

 

 

 

 

 

 

 

 

 

 

 

 

 

 

 

 

 

 

 

 

 

 

그래도 먹어야한다

생존이다

 

 

 

 

 

 

 

어렵게 찾아간 민박집

전날 답답했던 여자주인은 안보이고

 

 

 

 

 

 

 

탁자위에 파란 파일이

A4용지 두배만한 숙박계다

일일이 손글씨로 작성해야 한다

 

 

 

 

 

 

나는 '올드'하다고 자꾸 말하는 남자주인

'영'하던 시절에는 영국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어찌하였든 민박집도 거리도

아그라는 내 몸의 기운을 다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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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0일 목요일

아그라

약 200년간 대륙호령 지금은 슬럼가. 인도 최악의 관광도시. 여행자들을 홀리는 곳. 제국의 ‘영광과 퇴락’이 선명한 빛깔. 타지마할이 있는 곳이다.

 

유명세를 타고 가만히 있어도 외국인이 몰려드는 도시. 아그라 음식점에서 이질균을 넣거나 설사약을 타서 아프게 한 다음, 병원을 안내해주며 바가지를 씌운다. 인도인이 권하는 음식 절대 금물. 음식점 주인과 의사의 작당. 하루 이틀 입원시킴. 병 주고 약 주고 돈 뜯어가는 사기극. 속수무책 당함. 여행자 사망해서 의사와 음식점주인 입건했지만, 곧바로 무혐의로 풀려남. 심증과 물증을 확보할 길이 없음. 길에서 책에서 줏어들은 아그라에 관한 정보다. 동네의 4H 표지석보다 더 빨리 정보 알리는 아그라의 ‘카더라’ 통신이다. 나는 그곳에서 아프기 시작했다.

 

햇볕 햇살은 희망 행복의 다른 말이다.

 

‘생존’과 ‘연명’ 날마다 보이는 상황에 떠오르는 단어다.

 

문양 있는 창문, 병풍석, ‘가묘’ 지하에 진짜. 다이애나비 앉았던  의자. 물에 비친 타지마할. 어마어마 대리석, 타지마할 아름답다.

 

내 위가 기억하는 음식을 조금씩 먹고 있다. 아침에 기차 안에서 누룽지와 커피를 조제해서 먹고, 사탕과 초콜릿 하나로 버티다. 탄두리치킨 케밥 란 코카 골라 ...   ... 시킴

 

‘익스큐즈미?’ 할 필요 없다. 원하는 단어 짧게 한 마디디가 더 통한다. 간결의 미, 절제의 언어학. 부산의 야구장 언어, “마!”

 

콧물, 다리 허리 무겁게 다 밑으로 내려온다. 밤새도록 어제 10시 30분 기차 오늘 11시에 도착하여 세계사람들을 흡수하는 거대 진공청소기 안으로 들어왔다. 타지마할이다. 5시까지 이 체력 아무나 못한다. 체력이기보다는 정신력이다. 한국에서 같으면 말과 글이 통하는 쾌적한 신세계백화점 다녀오고도 3시간 정도는 누워 휴식해야 하는 나의 체력이다. 이 선파워, 어디에서 나오는가.

 

아그라 타지마할, 여기는 인도다. 금요일마다 타지마할 논다고 한다. 힘들어도 목요일에 가야 하는 이유다. 아그라 그곳은 이틀 이상 머물면서 놀거리가 없다. 오직, 타지마할과 아그라성이 전부다. 사흘 머물다가는 병원에 강제로 실려갈지도 모르는 ‘아서라!’ '말아라!' 동네다.

 

 

 

 

 

 

인도, 우다이뿌르 쉴프그람 공연

동영상

 

 

 

 

 

 

2013년 1월 9일 쉴프그람  민속마을

오트릭샤를 대절하여 민속마을에 갔다

릭샤꾼이 안에 따라 들어와 안내를 하고 싶어 하는데

"나가서 기다려라"고 했다

 

친절을 베풀어 사진을 찍어주는데

촛점이나 타이밍등이 엉망이다

 

그보다 안에 토산품 점포들이 많이 있는데

물건을 사도록 비지니스를 하려한다

 

 

 

 

 

 

 

 

 

 

 

 

 

 

 

 

 

 

 

 

 

 

 

 

 

쉴프그람, 장인촌이다.

라자스탄 구자라트, 마하라슈트라, 고아 등

인도서부의 가옥, 생활풍습 등 민속문화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전통가옥 앞에 그림들이 예쁘다

 

 

 

 

 

 

 

 

 

 

 

 

 

 

 

 

 

 

 

 

 

 

 

 

 

 

 

 

 

 

 

 

 

 

 

 

 

 

 

 

 

 

 

 

군데 군데 악단이 있어 음악연주를 하고

인형극을 한다

우리 눈에는 어설프고 유치한체

이 사람들은 깔딱 깔딱 넘어간다

 

정서란, 그 곳의 문화에 익숙한 사람만이 공유한다

 

 

 

 

 

 

 

 

 

 

 

 

 

 

 

 

 

 

 

 

 

 

 

 

 

 

 

 

 

 

 

 

 

 

 

 

 

 

 

 

 

 

 

 

 

 

 

 

 

 

 

 

 

 

 

 

 

 

 

 

 

 

 

 

 

 

 

 

 

 

 

 

 

 

 

 

쉴프그람 한 편의 야외 공연장에서는

 매일 3~4회 전통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도

경쾌한 빠른 음악에 맞춰 춤판이 벌어졌다

두런 두런 사람들이 지켜보며 사진을 찍는다

나는 음치에 박치에 몸치이긴 하지만

그런, 어울어 지는 놀이판을 좋아한다

 

옆에서 지켜보며 들썩들썩

 

 

 

 

 

 

 

 

 

단원들이 같이 하자고 권한다

특히, 서양인들은 가까이도 말고 멀리서

줌으로 카메라를 당긴다

 

나의 남편이  놀러왔는데

"한판 놀아주라" 고 나에게 권한다

ㅋ ㅋ 쭈뼛쭈뼛 어설프다

 

 

 

 

 

 

 

 

 

 

 

 

 

 

 

 

 

 겅중겅중 뛰면서

그들과  안 놀았으면 어쩔 뻔 했나

등뒤에는 땀이 흥건하고 바튼 숨이 벅찼으나

어찌나 신이 나던지

마음이 하늘로 둥 둥 둥 가벼웠다

 

 

 

 

 

 

 

 

 

 

 

 

 

 

 

 

 

 

 

 

 

 

스마트폰을 확대해서 보여주니

얼마나 신기하겠는가

 

 

 

 

 

 

 

 

 

 

 

 

 

 

 

 

단체 사진을 찍고

공연단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니

신난다

 

 

 

 

 

 

 

 

안녕,

나의 공연도 안녕 ^^

나는 무대를 떠납니다

굿바이 ~~~  우다이뿌르 

굿바이 ~~~ 쉴프그람 

 

 

 

 

 

 

 

 

 

 

 

 

 

 

 

 

 

타지마할로 가는 아그라행

퍼스트 클래스 기차안입니다

 

그동안, 전기 사정이 되는 곳이면

아침으로 저녘으로

한국에서 가져간 누릉지와 믹스커피를 끓여 먹었다

 

신기하게도

일등 기차 안에 전화기 충전뿐만 아니라

전기용품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더구나 이 기차 안은 남편과 나의 단 둘만의 공간이다

 

맨 앞칸으로

뒤에 수십량의 기차칸을 매달고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로 달리고 있다

 

 

 

 

 

 

 

 

 

 

 

 

 

 

 

 

쾌적하다

무슨 일이든 안심하고 쾌적할때

긴장을 푸는 순간,

위기는 닥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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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9일 쉴프그람  민속마을

 

공연보고 쉴프그람( 우리나라 민속촌 같은 곳)에가서 같이 춤추고 땀 뻘뻘 흘리며 놀았다. 남편이 동영상 찍으며 기분이 좋았던지 공연단에 100루피를 줬다. 한국 돈 2천 원인데 무지 큰돈처럼 느껴졌다. 10루피 가지고도 하루에 세 번 이상 눈 부라리며 싸워야 하는 인도 땅에서 어마어마한 호기를 썼다. 이렇게 내 앞에서 누군가에게 베풀면 내가 남편에게 대접받는 느낌이 크다는 것을 남편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그라행 기차, 침대가 딱 두 개 있는 방이다. 말하자면 일등석이다. 진짜 좋다. 기차 난간에 매달리고 기차 지붕 위에 올라앉아 10시간 넘어가고 20시간 넘어가는 곳이 인도다. 그런 인도에서 단 둘이 있다니, 이 또한 감동이다. 12억 인구의 눈동자가 다 나만 바라보는 것처럼 으쓱하다. 일은 꼭 푹 퍼지고 안심할 때 생긴다.

 

 

 

 

 

 

 

 

2013년 1월 9일 수요일

우다이 뿌르

 

 

 

 

 

시티 팰리스

아침부터 무지무지 복잡하다

화려함은 건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평상시 보던 인도와는 다르다

 

 

 

 

 

 

 

 

 

 

 

 

 

 

 

 

햇볕과 바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든 문양

예쁘다

 

 

 

 

 

 

 

 

 

 

 

 

 

 

 

 

 

문 밖의 릭샤나 택시 모양도 빛깔도 다르다

사람들의 옷 빛깔 디자인도 국제 적이다

 

 

 

 

 

 

 

 

 

 

 

 

 

 

 

 

 

 

이 여인은 이틀동안

아기를 안고 코끼리를 타고 다닌다

코끼리는 사람들이 동전이나 지폐를 던져주면

코로 집어 남자 주인에게 준다

 

저 여인은 인도 사람이 아니라

일본여행객인데 우다이뿌르에 머물면서

느린생활을 누리고 있다

 

 

 

 

 

 

 

 

 

 

 

 

 

 

 

 

호수가에 빨래하는 소녀들

"핼로우, 마담~"

불러놓고 다가가면 부끄러워 모른척한다

 

 

 

 

 

 

 

 

 

 

 

 

 

 

 

 

 

동네를 한바퀴 돌면

물을 긷는 아이들이 많다

주로 3~5 살 정도의 여자아이들이다

 

 

 

 

 

 

 

 

 

 

 

 

 

 

 

 

 

지난 낮에 갔던 레스토랑에 저녘을 먹으러 갔다

종업원이 반갑다며, 서비스가 좋다

 

 

 

 

 

 

 

 

 

 

 

 

 

 

 

 

우리가 머누는 호텔 뒷편이다

 

 

 

 

 

 

 

 

 

 

 

 

 

 

 

 

 

 

 

 

 

 

 

 

 

 

 

 

 

다리 아프고 힘이 들어도 황금빛 경치는 좋다

 

 

 

 

 

 

 

시피팰리스 뒷편

 

 

 

 

 

 

 

 

 

 

 

 

 

 

 

사원에서 이 가족들은

외국인이라며 아이들과 사진찍기를 원한다

부끄러워 하면서도 아주 살갑게 다가온다

 

 

 

 

 

 

 

 

 

매일 저녘, 7시 공연을 한다

카메라나 비디오 찰영권 요금가지 챙기는 것에 비해

공연은 그저 그렇다

악기 연주, 여인들의 춤, 인형극

옷빛깔만 화려하다

 

 

 

 

 

 

 

 

 

 

 

 

 

 

 

 

 

 

 

 

 

 

 

 

 

 

 

 

 

 

 

 

 

 

 

 

 

 

시티팰리스는 우다이뿌르의 건설자인 우다이 싱2세가 처음 지은 뒤

  궁전의 본관 건물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각각 호텔과 왕실 가족이 거주하는 구역으로 나워져있다.

 

 

 

 

 

 

 

 

 

 

 

 

 

 

 

크리스탈 갤러리 & 두르바 홀

영국으로부터 수입한 크리스털로 내부 전체를 꾸몄다

공작은 인도의 국조다

화강암과 대리석으로만 지어진 규모는 라자스탄 주에서

최고로 꼽힐 정도로 화려하다

 

 

 

 

 

 

 

 

 

 

 

 

 

 

 

 

 

 

 

 

 

 

 

 

 

 

 

 

 

 

 

 

 

 

 

 

 

 

 

 

 

 

 

성안에서 인도 아가씨들이 즐겨입는

물빛 '튜닉' 한벌을 샀다

우리 돈으로 한 2만원 정도

한국에는 싼편이지만 인도에서는 비싸다

가장 좋은 '옷'이라며 자긍심을 한껏!

 

 

 

 

 

 

 

 

 

도넛츠와 커피가 가장 맛있다는 집

 

 

 

 

 

 

 

 

 

 

 

 

 

 

 

 

어제 낮에 갔던 호수에 떠 있는 럭셔리 레스토랑

뒤로 보이는 불빛이

인도인이 자랑하는 레온사인이다

 

나는 우다이뿌르 파촐라 레온사인보다

난방을 위하여 곳곳에 피워놓은 화톳불이

훨씬 운치가 있다

불빛을 바라보며 최고급 요리와 맥주를 마시며

 

 

 

 

 

 

 

 

 

 

 

 

 

"결혼 30년, 나와함께 살아줘서 고맙다는 남편 말에

30년의 북받치는 설음을 토해내느라

맥주를 핑계삼아, 울고 울고 ...

주사를 부렸다

그리고 꿈에서도 울었다

 

그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

모든 설음이 거품이 되어 다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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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9일 화요일

우다이뿌르 시태팰리스

 

‘꼴값 떨지 않으면 대우받는다.’ 영어 몇 마디 할 줄 알면, 하는 거라고는 따지는 거다. 돈 몇 푼 똑똑한 셈은 경멸의 대상밖에는 되지 않는다. 언어(제2외국어)는 도구이지 소통은 아니다. 소통, 소통은 꼴값 떨지 않는 것, 너와 나 지금 마주 보고 웃는 것이다.

 

인도의 아침 햇살은 또 오감을 일깨운다. 행복의 바이러스 아리랭이처럼 피어오른다. 들이마시고 내뱉고 날숨 들숨을 쉰다는 것은 참 좋은 것이다.

 

인도는 뭔가를 배우기 쉽다. 헤나, 세밀화, 인도 음악을 하루 몇 시간, 이틀 사흘 일주일 코스가 다 있다. 특별한 언어가 없어도 된다. 남편은 자꾸 나보고 세밀화를 하라고 권한다. 자신은 아침에 만난 여학생들과 인도 장구와 비슷한 드럼을 배우고 싶음이다. 질투 때문에 안 한 것은 아니다. 힌디어나 영어를 모르는 탓도 있으나, 인도에서 나는 한 글자도 읽으려 하지 않았다. 남편이 가이드북도 읽으며 도와 달라고 하지만, 외면하고 한 글자도 읽지 않고 되레 중요한 건 내게 읽어달라고 했다. 나중에는 남편이 화가 나서 ‘여왕’ ‘여왕’ 치를 떨었지만, 수업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남의 나라에서 돋보기를 낀다는 것은 또 일상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겁난다.

 

어디든지 옥상에 오르면 레스토랑 메뉴판이 그림으로 되었으면 좋을걸. 인도말 영어 뭐에 뭐를 버무렸는지 익숙한 이름을 그날 메뉴로 찜뽕을 하는데. 인도 온지 열흘, 메뉴를 실패 한 적이 없다. 그런대로 맛있다. 이 재료는 들어본 이름이지? 이 비슷한 음식은 한번 먹어 본 적이 있지? 조근조근 위장에 신고한다. 그리고 위장이 기억하는 음식물을 조금씩 조금씩 먹는다. 맛있고 없고의 미각의 문제가 아니다. 배탈이냐면 어쩌나! 한국의 훼스탈 정로환 지사제 정도로 절대 낫지를 않는다고 들었다. 인도 음식에 맞춰 인도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위장이 인도 음식을 기억할 리 없으니, 그 또한 인도 음식으로 위청소를 하며 밀고 내려와야 한다.

탄 두리 치킨, 피자, 맥러겐, 차츰차즘 란 ....

 

거리에서 만나는 여선생들 왈 “어 어제도 예쁘시더니 오늘도 예쁘시네요.” 나는 공주병이 아니라, 공주‘암’에 걸렸다. 흰색 인도바지에 흰색 재킷, 선글라스에 꽃 수건 둘러썼다. 거리의 인도 인들도 당신의 드레스 컨셉이 멋지다고 한마디씩 하며, 같이 사진 찍자고 하니 기분이 좋다. 나는 남편을 쳐다보며 “거봐! 나는 어디 가나 여왕컨셉이라니까.” 한국인들도 줌으로 당겨 나를 슬쩍슬쩍 사진 찍는다. 인도같이 정신없는 원색의 빛깔과 검은색 피부, 담요 누더기, 쓰레기 속에 흰색의 키 작은 여인이라니. 뭐 어때! 여행지 아니면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미친 패션'을 하고 다니겠는가. 뷰티풀이라고 말해주는 그들보다 내 자신의 마음이 더 흡족하다.

 

삐줄라 인공호수. 시티팰리스

찬드라 마할 궁, 16세 국가하고는 상관없는 개인 사유재산

 

 

누구든 묻는다. “훼얼아유 프럼?” “또는 컨트리?” 코리아! 응! 사우스코리아! 라고 하면 유럽인들은 곧바로 “오~!” “해브어 굿 타임” 하는데 인도인들은 제페니즈? 차이니즈? 갸웃 갸웃한다. 현재 힌디대학에 국비 유학 중인 애솔이 말이 자신들의 나라가 하도 크니 중화사상처럼 인도가 우주의 중심으로 안다고 한다. 인도 어디 맨 끄트머리 주쯤이거나 어디 변방의 소수민족쯤으로 여기며 알 수 없다는 야릇한 미소를 흩뿌린다. 그럴 수밖에. 12억 인구가 학교에 다닌 것도 아니고, 세계 경제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케이팝(인도 핸디의 찬송소리가 가득한 인도)부라만을 들을 기회도 없고, 그나마 한국 사람들이 싼 것을 좋아하여 저렴하고 돈 쓰기 쉬운 인도를 택하니, 관광업종에 있는 사람들이나 징글징글 한국말을 한다. 우리도 지금이야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라며 서양사람 유럽사람 분류를 하지만, 한때는 서양사람들만 보면 한꺼번에 뭉뚱그려 ‘미국놈’ 아니면 ‘양놈’으로 분류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삼성의 위력은 나라를 넘어선다. 남편이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으려고 들이대면 지나가는 인도 청년들 “쌤썽” “베리 나이스” 한국어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보다 ‘상성’이다 국력은 경제다. 여권을 맡기며 돌려주는 인도 공무원도 한가한 자리에서는 ‘삼성’스마트폰 얼마 주면 살 수 있느냐며 가격을 물어본다. 지대한 관심이다. 넥타이를 맨 제복이 귀하기도 하지만, 어쩌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더러 삼성 구형을 가지고도 자기의 위치가 그 정도는 된다는 듯 자랑한다. 이럴 때 기분은 “야! 우리 이 정도야” 으쓱한 데 그들은 또 단번에 우리를 약오르게 한다. 역시 제페니즈 삼성은 좋다고 찬물을 끼얹는다.

 

 

호숫가를 걸었다. 호수궁전에 가서 식사도 했다. 이곳은 마약과 환락이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무분별한 어린 대학생들이 그래서 좋아하고 그래서 조심해야 할 곳이라고 한다.

 

 

나는 항상 무질서한 거리, 막무가내인 거리의 호객꾼들 정신없는 시장과 거리와 사원의 무질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다스리나가 궁금했다. 종교의 율법이 법인지, 내가 억울하면 누구에게 이르고 항의해야 하는지가 궁금하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중에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도 그중에 어느 '제복'이 더 위인지 모르겠다. 브라만은 지팡이를 가졌으며, 관절염환자도 지팡이는 가졌다. 경찰은 막대기를 가졌고 군인은 총을 가졌다. 힘으로 치자면 총이 최고겠지만, 카스트제도로 치자면 브라만이 최고일 것 같고 헷갈린다. 사진을 찍겠다고 경찰보고 막대기를 빌려달라 하면 빌려주는데, 총을 빌려 달라면 안 빌려주니 군인이 센 것 같다.

 

 

인도의 법은 사람이나 개나 때리면 듣는다고 한다. 며칠 인도 연속극을 보니, 남자가 여자를, 높은 계급의 어린아이가 낮은 계급의 아이를, 몽둥이뿐만 아니라 채찍으로 때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영화에서도 뉴스에서도 남편이 죽었는데 여자가 대문 앞에 사띠(손바닥 도장)을 찍지 않고 살아, 가문을 더럽힌다며 아버지가 딸을, 오빠가 여동생을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법보다 종교보다 무서운 것이 인도는 몽둥이고 때리는 거다.

 

 

원색에 화공이 페인트를 칠한듯한 빛깔의 ‘사리’드레스. 모든 색은 인도로 통한다.

시끄러움, 무질서, 정적, 물 흐르듯 자연스러움. 나 또한 그들의 풍경이 되고, 그들 또한 내 눈의 풍경이 되고, 나른하게 ‘멍 때리다.’ 혼돈 속의 질서다.

 

 

 

 

 

 

 

 

 

2013년 1월 8일 화요일 우다이뿌르

새벽에 도착하여 시외버스 터미날가서

우다이뿌르 가는 버스표를 예매하고

시내에서 반나절 놀고 12시에 시외버스터미날에 갔다

얼마나 급하고 조마조마했던지...

5분만 늦었어도 며칠 계획이 날아갈뻔 했다

버스가 꼬불꼬불 산넘고 고개넘어 달렸다

정류장마다 다 서는 7시간 완행버스로 도착했다

 

이곳은 호수를 중심으로 아주 느리고 아름다운 도시다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하는데

뭐든지 천천히 호수의 물처럼 잔잔하다

 

 

 

 

 

 

 

 

호텔 라운지다

아침식사를 호수를 내려다 보며

옥상레스토랑에서 한다

 

 

 

 

 

 

 

 

 

 

 

 

 

 

 

 

 

 

 

 

 

 

 

 

 

 

먹고 싶은 것은 입맛대로 다 있다

 

 

 

 

 

 

 

 

맛있는 뷔페식 아침도 좋지만

인터넷 사정이 열악한 인도에서

정원에만 들어서도

와이파이가 터진다

 

그동안 연락 못했던 우리아이들, 지인들

마구 마구 카톡에 들어와 있는 것이 보인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스마트 폰에 고팠던지

밖에 나가노는 시간이 아깝다

 

 

 

 

 

 

 

 

 유치한 부부사진^^

촌스럽기는 하지만

우리집 아이들은 이런사진을 보내주면

 

"와~ 우리엄마 우리아빠^^"

 

'억수로 사이좋게 잘 놀고 있다' 안심하고

자신들의 일(생업)에 몰두할 수 있다

 

 

 

 

 

 

 

 

 

 

 

힌두교는 꽃예물이 아름답다

시바신에게 바친다

 

 

 

 

 

 

 

 

 

 

 

 

 

 

 

 

인도에서 공사에 세수대야만 쓰이는 줄 알았더니

감히 신적인 존재 소도 이용한다

아마도 저 소는 사유재산인것 같다 

 

 

 

 

 

 

 

 

 

호텔 마당이다

햇볕도 좋고 경치도 좋다

몇발짝 밖에 나가면 호객꾼이 따라붙지만

아침만 먹으면, 점심먹고 들어오며

나는 호텔 마당에서 카톡하고 쉰다

 

남편은 먼곳 까지 가서

앉아 쉰다고

밖으로 나가 하나라도 더 보자고 성화지만,

난, 이렇게

'멍때리는 시간'이 너무너무 좋다

 

 

 

 

 

 

 

 

 

 

 

 

 

 

 

 

 

 

 

 

 

 

 

 

 

 

 

 

 

호텔안에 별것이 다 있다

수영장도 있는데

지금은 겨울이다

사진찍는 나만 수영장에 가고

아무도 안 간다

 

 

 

 

 

 

 

 

 

 

 

 

 

호텔입구다

너무 좁고 복잡해도

짐만 어깨에 둘러메고 들어가면

정원 수영장 레스토랑 별것이 다있다

 

낙타가 그려진 벽의 창문

저집의 '김치복음밥' 외국사람들이

한국의 김치볶음밥이라고 먹는 것은 이런 맛이로구나

다음날은 피자와 파스타를 먹으며

인도인들이 먹는 피자와 파스타는 이런 맛이로구나

유명하기는 억수로 유명하다

 

 

 

 

 

 

 

 

밥 먹고 들어와 다시 호텔안이다

밖과 안이 다른 세상이다

 

 

 

 

 

 

 

 

 

 

 

 

 

 

 

 

 

 

 

 

 

 

 

 

 

 

 

 

 

 

 

 

 

 

 

석양의 시티팰리스가 멋지다고 해서

갔더니

문을 닫았다

내일 오라고 하는 옷과 깃털이 멋진 경비아저씨

 

 

 

 

 

 

뉘엿뉘엿 해질무렵, 호숫가를 걸었다

 

 

 

 

 

 

 

 

호수 가운데 가장 멋진 레스토랑이다

우다이뿌르에 오면 그곳에 가서

잠자고 식사하는 것이 꿈이라고들 한다

거울 속에 비친 식당 종업원

나중에 너무 친절하여 정이 들어버렸다

 

 

 

 

 

 

 

너무 늦게 가서 점심시간을 놓쳤다

밤에 오라고 한다

밤에 레온사인을 보면서 식사하는 것이 환상이란다

다음날 밤에 가서 식사를 하는데

전기 사정이 열악한 인도에서 레온사인이란?

 

 

정녕, 낮이 아름답다

 

 

 

 

 

 

 

 

 

 

 

 

 

 

 

 

 

 

 

 

 

 

 

 

인도는 작은 구멍가게도

큰 호텔도

사원에도

물에 꽃을 띄워놓았다

운치가 그만이다

나도 집에 가서 따라 해야지 ...

 

아니,  나는 가끔 항아리 뚜껑이나 대접에다

꽃잎을 잘 띄워놓는다

 

나는 멋에 겨워 띄워놓고

인도인들은 성수에

시바신을 기쁘게 해드리는 개인 신전이다

 

 

 

 

 

 

 

 

 

 

 

 

 

 

 

 

 

 

 

 

 

 

 

 

 

 

 

 

 

나혼자 짓이나서

개인 신전 앞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래도 볼때마다 기분이 들뜬다

 

 

 

 

 

 

 

 

 

호숫가에 성자들이다

한 푼만 달라는 걸인들이지만

나는 주황색 터번만 보면

"라마스떼" 두손을 모은다

내 눈에는 그들이 성자다

 

 

 

 

 

 

 

 

 

 

 

 

 

 

가족인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인도에서는 앵벌이도 기업이라 하니 알 수가 없다

아랫도리 벗고 오줌을 질질 싸는

어린성자도 외국인만 보면 손을 벌린다

그냥은 아니다

어른은 단 몇분라도 악기를 연주한다

그들은 예술인이다

 

 

 

 

 

 

 

 

사원앞은 한산한것 같아도

어느 시간이 되면 구름떼처럼 사람이 몰려 줄을 잇는다

 

 

 

 

 

 

 

 

 

 

 

 

 

 

 

 

사원입구에 신발장이 있거나

혹은 신발 관리원이 있다

어느 곳에서는 돈을 받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그냥 들여보내 주기도 한다 

 

 

 

 

 

 

 

사원안에 제복입고 몽둥이 들고 있는 경찰이 있다

질서를 바로 잡는 것도 있지만

사원은 신성한 신전이기도 하다

카메라 들이대다가는 두드려 맞을 수도 있다

나도 혼구멍 날뻔 했다

 

 

 

 

 

 

 

 

 

 

 

 

 

 

 

 

 

꽃 앞에 이마를 들이대고 절한다음

손가락에 붉은 물감을 묻혀 이마에 발라야한다

 

어느 때는 강제로 발라주고

돈을 내라 한다

 

 

 

 

 

 

 

 

 

내 바지를 보시라

자이살메르에서 한국돈 일금 6천원 주고 샀다

지나가던 한국 여학생들이 "더 깎으세요" 외쳤지만

이미, 6천원에 흥정을 마쳤기 때문에 그냥 샀다

다음 날, 낮에 그곳을 지나며 바지값을 몰어보니

6천원을 부른다

 

에구~

깎으면 3천원에 살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남자한복바지 모양인데

여자나 남자나 사이즈 상관없이

고무줄 끈으로 잡아매면 다 입을 수 있다 

저 바지 안에 잠옷바지와 등산바지 몇개를 껴 입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6천원도 사실, 싸다

 

싼것보다 더 큰 효과는

멋지다

모두 내 패션을 부러워한다

외국인이든, 인도인이든, 특히 한국인들이

어울린다고 말한다

 

 

 

 

 

 

 

 

 

 

 

 

 

 

 

 

한국식 음식을 잘하는 집이라고 해서

김치전을 시켰더니

김치는 보이지 않고 김치개떡같은 밀가루 전을 가져왔다

물론, 김치 맛도 안난다

 

 

 

 

 

 

멋진 호텔, 자물통도 멋지다

직원들도 친절하다

한국말 한 마디라도 배워보려고

'댕규' 가 한국말로 무엇이냐?

'굿모닝' 이 한국말로 무엇이냐?

뭐든지 묻는다

'뷰티풀' 이 한국말로 무엇이냐?

끊임없이 묻는다

 

 

 

 

 

 

 

 

 '붉은 수수밭'의 배경처럼

온통 벌겋다

빛깔은 안온한데, 인도의 방은 춥다

불을 안 때준다

 

그리고 사진은 화려해도

이부자리는 무지막지 무겁다

 

 

 

 

 

 

 

모든 상황이 느리고 아름다워서 좋다

편안하게 자자

기차와 버스 어제와 오늘사이 20시간을 넘게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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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8일 화요일

 

7시간동안, 산간계곡 구불구불 시외버스를 타고 넘어 온 곳이다. 이곳은 인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혼 여행지라는데 아직, 인도 신혼부부의 럭셔리는 못 봤지만, 30년 차 한국 부부는 나란히 걷다 쉬다 거닐다 노닐다.

 

 

새벽에 은자씨에게 전화가 왔었다. 놓쳤다. 나는 호텔에 도착하여 구구절절 사연을 보냈다.

지금 이곳은 새벽입니다. 와이파이도 안 터지고 인도거리는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여 길거리 전화가 위험해요. 전화기만 꺼내도 몇 명씩 둘러서서 구경하는 데 소매치기인지 구경꾼인지 알 수가 없어요. 이곳은 숙소입니다. 한순간도 방심하지 못해 두리번거려요. 잠시 멈춰 두리번거리면 외국인이라고 사진 같이 찍자고 덤벼요. 지금은 호텔 안에서 누워 카톡하지만, 다른 날의 숙소는 거리만큼 열악해요. 문밖에 나가면 전시상황처럼 긴장한답니다.

내 삶의 짐을 내려놓으세요. 삶이 아무리 고단해도 내려놓으세요. 아무도 내 짐 따위는 안 가져가요. 남의 짐이 내 삶에 뭔 보탬이 되겠어요. 무거운 건 일단 내려놓고 시선에서 아웃 시키세요.

 

 

세상의 삶이 아무리 고단해도 일단, 내려놓자. 아무도 내 짐 따위는 안 가져간다. 그거 훔쳐다가 무슨 영화를 누릴 거라고 짐을 짊어지고 있나. 나만 피곤하다. 탐나면 가져가라해라. 기껏해야 배고픈 자에게 밥 한번 못 사고, 인색하게 굴던 통장잔고다. 미울 때나 고울 때나 마음같이 하겠다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맹세하며 결혼식 날 꼈던 쌍가락지, 개도 안 물어갈 못난 자신을 비춰보는 금이 간 거울이거나, 남의 손 빌려 코 풀던 손수건 따위, 하나같이 소중하다고 보따리에 꾸역꾸역 싸 가지고 있지만, 부피만 크지 누가 훔쳐가 쓸 물건이라고는 없다. 내 무거운 짐, 짐꾼 몇명 고용한 셈치자. 마음도 몸도 가볍게…, 무거운 짐 따위 아웃시키자.

 

 

느닷없이 이빨 하나 “툭” 빠졌다. 무슨 징조인가?

 “오~예!” 드디어 앓던 이가 빠졌다. 근심 걱정이 일시에 아웃!

어젯밤, 무거운 배낭 내려놓으니…, 이 조시(기분)로 살자. 앞으로 쭈욱!

 

 

어둠, 밤하늘, 막다른 골목이 오히려 안온하다. 한국 사람이 하루 이틀 동안 거리나 숙소에서 보이지 않을 때, 문뜩 고립무원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다. 그럼 또 병이 도진다. 정서가 비슷한 사람들 눈치 볼 필요가 없으니 온전한 자유를 누린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다니다가 심통이 나면 남편 왈 : 라자스탄의 왕족이 유럽방문을 막 마치고 바로 도착한 ‘왕족 여인 중의 여왕’이라 한다. 나의 남편이 여자 보는 눈은 높다. 여왕을 택했으니.

 

 

짐에 대한 변이다. 나는 한국에서 캐리어 아니면 안 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남편의 배낭은 2인분이다. 배낭의 높이가 말해준다. 내 키만 하다. 짐이 아무리 커도 같이 질 수가 없다. 어깨 멜빵이 두 개뿐이니 지켜보는 마음만 불편하다. 나는 여권과 현금 카메라 핸드폰이 든 작은 숄뎌백이 전부다. 어디를 가나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인도. 남편이 짐을 지고 내리고 다시 질 때마다, 모르는 사람도 거들어 준다. 그러면서 ‘당신 힘이 대단하다.’라는 뜻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남편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면, 언제 어디서나 그다음은 나를 바라본다. 여자나 남자나 국적불명하고 한결같다. 그 눈초리는 ‘저 여자는 대단한 여자인가 봐!’ 부러워하는 시선도 있지만, 대부분 ‘에유~ 못된 것, 짐꾼을 저리 모질게 부리다니’ 측은해하는 표정이다. 내짐도 남에게 맡겨봐라. 내 마음이 언뜻 불편하기도 하지만, 가벼운 건 사실이다. 누가 들어달라고 부탁했나. 남편 자신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 스스로 진것이다.

 

 

삶 또한 그렇다. 내가 누구에게 내 짐을 맡길 필요도 없지만, 내가 남의 짐을 지고 힘들어 할 필요도 없다.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오지랖을 펴, 내가 다 책임지고 종종걸음치며 넋두리로 엄살떨 필요가 없다. 괜히 나만 고단하다.

 

 

하루하루 날마다 천국, 날이 갈수록 천국. 현실에 집중하면 지금이 천국, 여기가 천국, 내 옆이 천국, 내 앞이 천국, 내 앉은 자리가 천국, 내 마음이 천국, 내 존재가 바로 천국이다.

 

 

우다이뿌르 호수가 있는 곳, 꽃과 잔디밭이 딸린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호텔, 뷰가 가장 아름다운 이틀의 ‘어슬렁어슬렁’ 콘셉. 시간을 누리다. 시간 안에 갇히다.

 

 

인도의 낮, 살 만하고 인도의 밤, 춥고 무겁다. (이부자리 담요 돌덩이처럼 무겁다.) 아침 햇살은 또 하루 살 만하다. 밤이면 이 무슨 고생인가 지옥인가 싶다가도 아침이면 천국이 열린다. 한국에서 아침을 무겁게 맞이하던 나는 그곳이 천국인줄 모르던 시간들이 어리석다. 한국에 가면 기필코, 날마다 행복하게 눈을 뜰 것이다. 머리에 꽃 꽂고 이마에 띠까 반짝이 찍은 여자, 부처가 따로 없다. 나는 오늘 부처다. 내가 앉은 자리가 바로 나의 신전이다.

 

 

인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인도 옷을 사라. 비싸 봐야 일이만원이다. 현지화하면 관심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얼굴은 되도록 가리고, 옷은 펄렁거리고, 눈 마주치면 일단 “나마스떼”로 예부터 갖춘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상관이 무지 크다. 그 순간, 세상이 아주 착하다.

 

체면, 이름 그것이 무엇인가.

내년보다 지금 젊어서 좋다. 걸을 수 있어서 좋다.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살아있어서 좋다. 문자 하나 받고 불안해하고, 전화 한 통 받고 불안해하고, 이름 한 번 불리는 게 뭐라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박근혜가 되든. 문재인이 되든, 안철수가 되든. 반장이 누가 되든, 강의가 들어오든, 폐강이 되든, 세상이 무너질 것도 아닌데,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데…. 우주의 중심은 나다. 내가 나를 곧추세우고 볶고 자책하고... 허접하다.

 

아침에 남편이 인터넷을 검색하다 말고 말한다.

“조성민이 자살했다는데.”

“누구?“

”최진실 남편, 조성민“

에구 쯧쯧 쯧쯧,

몇 년 전 시민도서관에서 수업시간에 누가 최진실이 죽었다고 했었다.

“왜?” 충격이 컸었다.

그런데 조성민의 죽음에 충격보다 더 측은한 건, 아이들 아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이 그리 그를 힘 들게 했을까. 혹시, 사흘 전에 인도에 도착했더라면, 짐 풀고 적응하노라 생존 본능의 끄트머리라도 붙잡았을텐데.... 아무도 모르는 곳에 아무 상관도 없는 곳에서, 정신없이 시끄러운 동네에서, 마음의 고요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날마다 생소한 볼거리에 분명 소소한 행복이 조금씩 차올랐을 것이다.

 

힘든 이들이여! 인도로 오시라.

인도인들의 “헬로우?” 눈빛과 말 한마디에 충전이 될 것이다.

인도인들을 보면, 살아있다는 건 '축복'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문자 한통이 날아왔다. ‘메트로포럼’  ‘메트로 독서회 책이름’

금세 화들짝 소속감이 옥죈다.

한글, 한글 볼 줄 몰랐으면 좋겠다.

아직 한국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는데, 일상으로 돌아간것처럼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2013년 1월 7일

조드뿌르

 

 

 

 

 

 

 

 

조드뿌르 역에 내렸다

밤기차를 타고 내리자 마자

이런 광경이 보였다

저것이 다 무엇인가

역사 안에서 아침을 맞는 사람들이다

 

너무 새벽이라 위험하여 우리는 웨이팅룸에서 기다리다 나왔다

우리도 저 사람들 틈에 끼어 날이 밝기를 기다려야 했지만,

외국인에게는 기차표만 있으면

쉬는 공간이 따로 주어진다

 

그곳도 열악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화장실도 있고 손씻는 세면대도 있다

남자 여자가 나뉘기도 하지만

나는 남자 방에 '껌딱지'처럼 남편옆에 붙어있다

 

 

 

 

 

 

 

 

 

델리역은 역안 뿐만 아니라 역밖도 사람들이 꽉 찼었다

 

 

 

 

 

 

 

 

 

조드푸르 '태양의 성'은 아침햇살에 봐야

황금빛이 더 찬란하다 했다

새벽부터 간 보람이 있다

햇볕에 우리는 영화를 누린다

 

(밀와르 왕조시절 권력의 상징이자 도시의 가장 강력한 랜드마크

1459년 도시의 실질적 건립자 '라조조다'가 영원무궁한 권력의 세습을 꿈꿔

태양 Mihir + 성 Garh라는 말을 조합해

메헤랑가르, 즉 '태양의 성'

7개의 문을 통과하여 내부로 들어간다

 (프렌즈 인도 네팔 여행가이드 북에서 발췌) 

 

 

 

 

 

 

 

 

 

 

 

 

 

 

 

 

 

성벽에 올라가 폼도 잡아보지만

비몽사몽이다

저 벽밑에 어떤 사람은 사고를 당하여 피도 흘리고 있다

막대기를 든 경찰들이 군데 군데 있어 안심은 된다

 

 

 

 

 

 

 

 

 

 

황금성 안에 들어갈 때 사람이 너무 많아

난리 굿이다

우리는 시간대를 잘 몰라 아주 일찍부터 릭샤를 타고 갔지만

추위에 떨며 몇 시간을 기다렸다

 

 

인도인들은 외국인을 보고 하나라도 알려주고 싶어

옆에 와서 말을 붙인다

대부분 남자들이라 내 짝지는 나를 지키느라 더 바쁘다

나중에 보니 외국인은 요금이 몇배나 비싸다

사진찍는 카메라 요금은 따로 받는다

 

그대신 외국인 줄은 일이 발리 빨리 처리되어

금방 들어간다

한국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곳곳에서 설명을 들었다

 

 

 

 

 

 

 

 

 

 

 

 

 

 

 

이 분은 컨셉이다

 

 

 

 

 

 

 

조드뿌르, 일명 '불루시티'다

현재는 일반일들도 집을 푸른색으로 칠할 수 있다고 하나

인근의 부라만들이 가만두지 않는다고 하니,

조드뿌르는 겉과 속이 모두 중세 속에 갇혀있는 셈

 

 

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청색지붕들

그만큼 잘 사는 동네다

 

 

 

 

 

 

 

 

 

찰랑찰랑 귀거리 목거리 반지 팔찌

발목에서 발찌가 짤랑거리는 대리석 궁전안에서

좋은 보석 좋은 음식 좋은 향료에 매료되어

음악가를 불러 연주를 시키고

문학가를 불러 시를 지어 읊게 하고

시녀들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루만져 준다 

'진주의 궁전' '꽃의 궁전' 으로 불릴 만큼

화려한 아름다운 궁전이다

그 누구보다 부와 명예를 향유하는 여인들

 

성에 갇혀살던 여왕들의 삶

젊은 나이에 손바닥 도장 '사티'로 남을 여인들

 

 

나는 저토록 우아하고 예쁘지 않아도 좋다

차라리, 이렇게 멋대로 여행다니며

사진찍고 글쓰는 팔자가 더 좋다

 

 

 

 

 

 

 

몇번이나 말하는 '사티'

나는 사티 앞에서 웃으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남편이 죽으면 손도장을 대문간에 찍고

남편 따라 불속으로 뛰어들게 하는 열녀문

저것이 왕비들의 영광이다

 

 

 

 

인도에서는 여성 여행객이 성추행을 많이 당한다

인도에서는 높은 계급일 수록 여성의 외출을 금한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여자 여행객을 '불가촉 천민'으로 여긴다고 한다

불가촉 천민은 마음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긴다

 

인도에 머무는 동안 TV 연속극이나 영화를 봐도

위의 계급이 아래계급의 사람을

주먹으로 채찍으로 때리고 함부로 대하고

죽이는 것이 많이 방영되는 것을 보았다

 

 

한번 슬쩍 웃어주고, 손 한번 잡아 악수해주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로는 반갑다는 뜻이지만,

인도 남자들은 지 한테 보내는 특별한 관심으로 오해을 하여

바로 '그럼, 우리 자자'라고 나온다고 한다

 

인도에 여행을 가면

인도남자들이 친절하게 다가오면 

단호하게

"짤!"

짤은 우리말로 "꺼져" 라고 말해야 한다

나도 나중에는 복잡한 곳에서 따라붙어

추근추근대며 호객행위를 하는 남자들에게

"짤!"을 몇번이나 썼다

 

 

그럼, 큰 눈을 껌뻑이며 금세 도망간다

 

 

 

 

 

 

 

 

 

내 뒤를 보시라

사람이 없고 조금 한적한 곳이면

저렇게 한 두명이 주위에서 서성거린다

그러다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접근한다

호의를 받아들여 그러라고 하면

옆에서 다른짓을 하는 척 하던 남자들이

하나둘씩, 자꾸 모여든다

 

 

 

 

 

 

 

 

 

 

우리 뒤에 또 다른 청년들

삼삼오오 일곱여덟

무리지어 다니며, 외국여자만 보면 다가온다

내 남편이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또 손을 잡는 것은

다정이 아니라

우리는 부부다 (결혼한 여자는 관심밖이다)

암암리에 "짤" "가 임마!" 겁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슬금슬금 뒤로 물러간다

 

 

 

 

 

 

 

 

 

 

 

 

 

 

 

 

 

이 가족은 아이들은 부끄러워 피하는데

어른들은 '외국인하고 사진찍으라'고 마구마구 권한다

 

 

 

 

 

 

 

 

 

 

 

 

 

 

 

 

 

이 영감님은 '컨셉'이라고 위에서 말했다

경찰 앞에서는 사진찍어도 가만히 있지만

관리인이 안보이면 돈을 달라고 얼른 손을 내민다

 

 

 

 

 

 

 

 

 

 

 

 

 

 

 

 

 

 

 

 

 

 

 

 

 

 

 

 

 

 

인도의 한 많은 여인들의 영화를 뒤로하고

나는 배가 고프다

밤새도록 새벽부터 쫄쫄 굶었다

 

 

 

 

 

 

 

 

 

 

 

 

 

 

 

 

 

 

 

 

 

 

 

 

 

 

 

 

 

나오는 입구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덩킨도나스, 나시 수준으로

 

 

 

또 밤차를 타기위해 역으로 갔다

 

 

 

 

 

 

 

 

 

 

 

 

 

 

10시간 넘게 밤새도록 기차타고 와서

낮에 놀다 또 밤차를 타고 움직이는 것

그 기차라는 것이

이번에는 3등 기차다

 

 

 

 

 

 

 

 

 

 

 

 

 

 

사방에서 바라보는

나는 3층으로 올라갔다

그냥 올라간 것이 아니라 잃어버릴 물건은 다 끌고 올라갔다

그리고 못 훔쳐가도록

며칠 소똥밟고 다닌 신발을 베고 누웠다

화장실 한번 가려면 더듬더듬 내려와

총집합하여 쳐다보는

느글느글 인도 남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헤메야한다

화장실 안에도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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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조드뿌르, 새벽 5:30분에 도착. 역사 안의 군상들, 저것이 무엇인가. 처음에는 감이 안 잡혔다. 처음에 인도에 오기 전날까지 나는 캐리어를 끌고 가자 했고, 남편은 그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어찌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겠느냐 했다. 힘이 없어 못 지는 것이 아니다. 계단과 언덕은 캐리어 바퀴가 구를 수가 없다. 조금만 평평한 곳이면 사람들이 누워 있어 지나갈 수가 없다. (사진참조) 그랬다. 발 디딜 틈이 없다. 외국인은 웨이팅룸 (그쪽 언어를 그냥 표기해야 현장감이 있다.) 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혹은 잠시 눈붙이며 쉴 수가 있다. 남녀 공간이 다르기는 하지만 여행객은 어차피 남의 나라이니 무법천지 남자들 틈에 끼어 있다.

 

 

 

일상의 글이 너무 디테일할 필요는 없다. 가물다가 단비 오듯, 장마 기간에 햇볕 나듯, 쉼과 멈춤의 조화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세월이 된다. 연륜, 혹은 노련이라고 지식보다 지혜가 ㅋ 자이살메르가 ‘멍 때리는 곳’이라면 조드푸르는 ‘잠 때리는 곳’, 새벽에 기차에서 내리면 딱히 할 일이 없다. 웨이팅룸에서 각자 긴장하다 매달린 끄나풀 잠을 매듭짓는 일이다. 짜이 한 잔으로 일상을 깨우기에는 부족하다. 사람들과 흥정하고 웨이팅 넘버만 가지고 폭탄 벌금을 예상해도 같이 생존해야 하니 용감하게 탑승하고 기차 안의 역무원과 또는 한 칸에 같이 탄 몇 명 혹은 다수의 인도인이나 제삼국인과 이야기하고 따지고 싸운다. 혹자는 나의 영어실력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나의 생존 영어는 이모티콘 수준이면 만사 OK 노프라범이다.

 

무슨, 대단한 외교통상을 하겠는가

내가 가고 싶은 곳, 내가 먹고 싶은 것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가 다다.

 

 

 

 

 

 

 

2013년 1월 6일 일요일

라자스탄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라자스탄 자이살메르에는

사실, 낙타사파리를 체험하려고 갔다

 

석양에 낙타의 긴그림자를 드리우며

낙타를 타고 가는 기분

아라비안 나이트의 상인들처럼

운치가 있지 않은가

 

 

 

 

 

 

 

 

 

자이살메르 성밖에 '타이타닉' 호텔이 있다

그곳 주인 루루(폴루)는 원래 오트릭샤운전을 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한국사람보다 한국사람의 정서를 더 꿰 뚫는다

 

타아타닉 그곳에서 자지 않아도

모래바람에 밤새시달리고 온 여행객에게

뜨거운 물로 샤워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부탁을 안해도, 내가 다시 인도땅를 밟지 않더라도

한국말로 또박또박 주의 사항도 친절도 다 베풀어 준다

 

 

 

 

 

 

 

 

 

 

1박2일 낙타사파리를 위해

짚차를 타고 사막으로 들어가는 길

정말, 영화장면처럼 도로에 낙타가 한무리 나타났다

 

 

차가 다가가니

낙타들이 양옆으로 길을 터 준다

대부분 젊은 대학생들과 함께 떠났는데

나는 나이가 많아 원로석 맨 앞자리에 앉았다

 

 

낙타풍경 '대박'을 맞았다

순발력이 부족해 멋진 장면을 놓쳤지만,

난 기쁜 나머지, 운전하는 인도청년을 두들겨 팰뻔했다

 

 

 

 

 

 

 

 

 

 

 

 

 

 

 

 

내가 환호하며 기뻐하는 것을 보고

짚차 운전사 청년이 함께 포즈를 취해줬다

 

 

 

 

 

 

 

 

ㅋㅋ 나의 남편도 한컷

근데, 혼자다

인도에 가면 남자들은 별로 경쟁력이 없다

 

 

 

 

 

 

 

 

사막으로 들어가는 입구

성터이거나 공사중인 곳이 많다

 

낙타 몰이꾼들이 낙타를 몰고 왔다

 

 

 

 

 

 

 

 

 

실제 타보니, 굉장히 높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매우 높고

 덜거덕덜거덕 밑(?)이 아프다

 

 

 

 

 

 

 

 

 

 

 

손잡이도 별로 없고

좌우로 평형맞추기도 쉽지않다

처음에는 높은데다 무섭고 낙타 멀미가 났다

손바닥도 필요없는 힘을 주어 피가났다

 

 

 

 

 

 

 

 

 

 

 

 

 

 

 

 

한 시간 넘어 걸어가니

햇볕은 따끈따끈 진땀도 뻘뻘하던 긴장감은 없어지고

한손으로 V자도 그을 수 있다

 

 

 

 

 

 

 

 

 

 

 

 

 

 

 

 

 

 

 

 

 

 

 

 

본격적인 사막이다

 

 

 

 

 

 

 

 

 

 

 

 

 

 

 

 

 

해는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고

바람은 서늘하고

나는 한폭의 그림이다

 

 

 

 

 

 

 

 

 

 

이색적인 경험,

좋다

 

 

 

 

 

 

 

 

 

 

내 짝지 한 손을 길게 뻗어 셀카를 찍었다

모래빛깔이 예뻐

사진이 빛깔이 마음에 든다

 

 

 

 

 

 

 

 

 

 

 

 

 

 

 

 

 

 

 

 

 

 

 

 

낙타 몰고온 아저씨

 

 

 

 

 

 

 

 

 

기차길이건 역이건 성이건 식당이건

앉을 자리만 있으면 나는 메모하느라 ...

ㅎㅎㅎ

 

 

나는 '적자, 생존'

남편은 '찍자, 생존'

 

 

'희미한 연필자국'을 남긴다

이런 때는

부부 단 둘이 여행하는 것이 참 좋다

 

만약, 지인이나 단체로 가서 저 짓을 계속하면

'꼴값' 떤다고 미운털 박혔을 것이다

 

 

 

 

 

 

 

 

 

 

 

 

 

 

 

 

 

 

 

 

 

 

밤이 되어 캠프파이어

어설픈 나뭇가지에 초라한 인도인들도 앉아있다

그중 팁을 많이 줄 사람을 한 눈에 스캔하는

꼬마 '원빈'도 앉아있다

 

내가 좀 있어 보이는지

한 꼬마 성자께서

지금 나에게 대시하는 중이다

낙타몰이꾼들과 낙타를 타고갈 고객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솜씨가 얄밉게 빼어나다

 

 

 

 

 

 

 

 

저 불 속에 바베큐 닭도 익어가고

고구마와 감자도 익고 있다

무엇보다 라자스탄 밤 하늘 밑에 '낭만'이 익고 있다

 

 

 

 

 

 

 

 

 

 

 

 

 

 

 

아침이다

어떻게 잤는 지는 상상에 맡긴다

천막도 베리나이스 이불도 없다

준비해간 슬리핑백 속에 들어가

누구는 잤다고 말하고

누구는 밤새도록 기침하고

누구는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하고

하고

하고

.

.

.

 

 

 

 

 

 

 

나는 그곳에서 '성자' 주호를 만났다

하늘호수에 파견나온 청년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만 아침에 일어나 걷는 것이 아니다

 

 

 

 

 

 

 

 

 

 

 

 

 

 

 

 

내 짝지와 나는 일부러

많은 발자국을 남겼다

한번 바람불면 없어질 행보다

그래도 이 순간,

이곳에 같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짐수레에 올라앉아

사막 좋다

 

 

 

 

 

 

 

 

 

 

아침으로

 빵 한조각과 짜이 한잔씩

브런치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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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들어갔다. 사람이고 동물이고 한 번 코 꿰면 끝이다. 힘의 지배를 받는다. 집 채 만한 낙타도 열 살 남짓 소년 앞에 꼼짝없이 넙죽 꿇어앉는다. 10cm의 코뚜레를 잡아당기면 금세 노예가 된다. 모름지기, 다리가 있는 것들은 코뚜레를 못 끼도록 콧대를 높여야 한다.

 

 

캠프파이어를 했다. 닭 바비큐가 익고 감자가 익고 이야기가 익는다. 다 한국인이다. 사막 사파리를 위해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대부분 대학생과 신혼부부다. 신혼부부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알고 보면 절친 남녀사이다. 그날, 그곳에서 실제 부부는 우리뿐이다. 서양사람들은 함께 자유 여행하는 부부가 많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징이 있다. 동방예의지국으로 ‘남녀유별’이다. 실컷 같이 살다가 오십 대쯤 되면 남자는 남자끼리 골프여행, 여자는 여자끼리 패키지여행으로 분리한다. 참으로 이상한데 그들은 오히려 우리를 이상하게 여긴다. 물론 어쩌다 부부가 함께 여행하게 되었느냐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이도 있기는 하다. 그래도 부부가 여행하면 잠자리는 편안하다. 거꾸로 자든 바로 자든 코를 골든 이빨을 갈든 룸메이트에 대한 갈등이 없다. 물론 나야 자다가 졸지에 목을 졸리기도 하니 경우가 틀리기는 하다.

 

 

어느 누가, 엄마 아버지 나이 벌의 노티를 좋아할까. 괜히 눈치 없이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한마디 거들었다가는 전갈취급을 받는다. 저 사람들은 저 나이에 왜 이런 데 와서 물을 버리나 하는 눈총이 따발총이다. 더구나 ㅇㅇ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직업이니 꼰대 티가 비치면 그나마 낭패다. 비싼 비행기 타고 와서 재수 없는 ‘ㅇㅇ’소리 안 들으려면 식당이나 길거리에서 대놓고 담뱃재를 터는 여학생을 보고 슬그머니 피해줘야 한다. 혼자 여행하는 환경이 열악하기는 하지만, 어제는 분명히 혼자였던 싱글이 뽀뽀하다 노골적으로 손이 다른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못 본 척 얼른 선글라스를 껴야 한다.

 

 

나는 항상 눈치 없는 남편을 단속하느라 바쁘다.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단호하게 “가요!” 그들 눈앞에 안 뜨이는 쪽으로 가 멀찌감치 뒤돌아 앉는다. 그래도 나의 감지 안테나는 성능이 좋아 말소리가 다 들린다. 온기를 주던 불꽃마저 사그라지자 잿빛 시간이다. 끼리끼리 둘러앉아 오가는 말은 민망을 넘어 적나라하다. 그곳은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땅, 인도의 사막이다. 더구나 밤이 아닌가. 집도 절도 천막도 없다. 물론 베리나이스의 누더기 이불도 없다. 있는 거라고는 몇 팀의 여행객과 모래, 그리고 하늘에 별만 가득하다.

 

 

남편과 나는 별을 봤다. 태초의 빛깔이다. 사방이 캄캄한 ‘검을 현’의 색과 별빛이 전부다. 별이 쏟아진다, 아니 별이 쏟아졌다. 별빛이 우리 눈을 손을 발을 마음속을 다 비춘다. 우리가 저들 나이라면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별노래를 불렀을까. 그러나 남편과 나는 굳이 어떤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그곳, 그 시간에 같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동이 묵언이다. 한 무리의 친구들이 건배하는가 싶더니 “콩글렛츠네이션~ 콩글렛츠네이션~♬” 손뼉 치며 노래한다. 그래, 청춘은 참 좋다. 누구의 생일인가 보다. 경쾌한 노래가 끝나니, 여기저기 하늘을 향해 자는 척 잠잠하던 사람들도 환호한다.

 

 

라자스탄의 별빛과 함께 생일이라니, 꽤 괜찮다. 분위기에 젖어 남편 손을 꼬옥 잡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머! 어머!, 여보!, 여보…,” 전갈도 이도 아니다. “나, 미친것 아냐! 당신은 알고 있었지?” 정말 미안하다. 어제가 남편의 생일이었다. 별 이름이라고는 북두칠성밖에 모르니 내 눈에는 빛이 사위어가는 북두칠성만 어리어 보인다. 동짓달 스무나흗날, 하현달이 새벽녘에 내게로 비췄다. 남편을 내게로 보내줬다. 근데, 아니 어떻게 그걸 까먹지. 결혼 30년, 연애 7년, 함께 한 세월 37년 만에 짝지의 생일을 까마득히 까먹었다.

 

 

목 졸릴 사유가 충분하다. 콧대를 낮추자. 살려준 것에 감사하며 모래 속에 파묻는 것은 일단 보류하자. 날이 밝으면 사막 위에 발자국을 남기자. 내 마음 속의 소년, 데저트보이와 나란히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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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영감 낙타 몰이, 경로사상에서 어느 후한 한국분(금융감독원)이 500루피줬다고 함. 실제 나이 54세, 우리나라에서 54세정도가 경로사상에 해당자인가. 아이들 10~20루피. 10살미만 말 한마디 안 하던 순진해 보이던 어린아이가 우리나라 남자 대학생이 10루피 주니 안 받음. 그 꼬마도 지금 비지니스를 시작하는 중이다. 델리 호텔에서 10루피 침대위에 놓고 나왔더니 가져가지 않음. 그곳은 아직 팁 문화를 모르는 듯함

 

순수와 가증 사이 “쾐찮아요” “노프라범” 사막의 원빈

사막의 원빈 ‘딸랍’ 시끄럽고 눈치가 빤한 11살 아이다. 우리나라의 세계테마기행 티브이에 나왔던 꼬마 원빈은 팁을 많이 줄 사람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스캔한다. 그리고 독수리가 먹이를 채 가듯 가방을 빼앗아 낙타에 싣는다. 나는 딸랍에게 캐스팅 되었지만, 먹이가 되지는 않았다. 낙타몰이 한달 1천루피 우리돈 2만 5천원이라 한다.  모래언덕, 바람이 부는대로 모양이 바뀌는 사막

 

타이타닉의 ‘루루’ 한국인보다 더 한국사람 심리를 꿰뚫음. 어디가 가려운지, 아니 다음은 어디가 가려울 것인지 미리 다가오는 서비스. 타이타닉에서 잠자지 않았는데도 204호 들어가서 씻으라고 한다. 인도같이 전기와 물 사정이 좋지 않은 곳에서 베프는 것은 오늘이 아닌, 내년이 아닌 10년을 내다보는 비지니스. 저녁, 바비큐닭 고구나 감자 맥주. 아침, 삶은계란 식빵2장 짜이 한잔. 잠자리 누더기패드도 고맙다.

 

자이살메르 리틀이타리안식당의 피자와 파스타 그곳에서의 낙원같은 휴식. 럭셔리와 빈티사이, 쾌적과 더티사이. 그곳에서 허영, 애솔, 그리고 라자스탄의 불꽃 앞에서 만난 성자, 주호와 헤어졌다. 그리고 밤11:30분 기차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