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우산이 있다

 

누가 쓰고 왔을까?

 

 

처음에 접혀있었는데,

붉은 양귀비를 보는 순간

 

 

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도서관에 '모네'의 그림이 있다

 

 

 

 

 

 

 

 

 

 

 

 

 

 

 

혼자 펼쳐들고 즐거워하는데...

 

 

 

 

 

 

 

 

 

열람실에 사람이 있고

우리 사서선생님 세분이 쳐다보며

 

완전 철없다는 표정으로

 

"아휴~~  관장님"

 

눈빛으로 아우성이다

 

 

 

 

 

 

 

 

그래서, 약간 기가 죽었다

 

 

 

 

 

 

 

오래전 부터

내 핸드폰의 배경화면이다

비가 와도

행복은 도처에 있다

 

 

 

 

 

 

 

 

 

비름 나물이다

 

밭에 많다

오이밭 가지밭 고추밭에

 마구마구 자란다

 

 

 

 

 

 

 

 

 

 

일부러 재배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캐 버리지도 않는다

 

 

 

양념맛이지 별 맛이야 있겠나 싶어도

박근혜의 아버지 故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 시절, 비름밭 한고랑을 만들었다고 한다

박대통령을 모시던 요리사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비름나물은 꼭 육영수 여사가

손수 뜯어 나물을 해드렸다고

 

 

 

일단, 비름나물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분명 촌사람이다

 

비름에도 윤기가 자르르 나는 참(청)비름이 있고

쑥빛이 도는 거친 개비름이 있다

개비름은 먹지 않는다

 

 

 

 

 

 

 

 

위의 것은 '쇠비름'이다

채송화와 비슷하기도 하고 돌나물 비슷하기도 하다

 

 

쇠비름은 얼마나 번식력이 강한지

밭에 것을 뽑아

밭두둑이나 길가 따끈따끈 돌 위에 버려

한달이 지나도

비만 오면 또 기를 쓰고 살아난다

 

 

사람이 밟고 가거나 마차가 지나가도 끄떡없는

질경이 보다 어쩌면 더 독할 것이다

 

 

뽑아 말려서 태워버려야 한다

 

 

엊그제 어느분이

채송화 같이 생긴 것을 누가 주며

비름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들어보니 쇠비름이 분명한데

한약제로 쓴다는 말은 들었어도

난 아직 먹어보지 않았다

 

데치기에는 물이 통통하여

"샐러드는 어떤가?" 내게 묻는다

 

 

나는 검증할 수가 없어

그냥 얼버무려 웃기만 했다

 

 

 

 

 

 

 

 

어렸을 적, 쇠비름을 뿌리째 캐어

손등에 두들기며

 

"신랑방에 불켜라!"

"각시방에 불켜라!"

 

 

노래같은 주문을 외우면

뿌리가 홍당무처럼 차츰 차츰 붉어졌다

내가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청사초롱>이라고 이름하고 싶다

 

 

우리는 쇠비름 풀이 놀이감이었다

 

 

 

 

 

 

 

 

 

 

나는 먹는 것에 별 관심과 취미가 없다

장마철 먹는 나물보다는

닭의 장풀,

달개비

이런 꽃들을 보는 것이 좋다

 

 

 

꽃 끝에 빗방울이 매달리면

빗물이 잉크빛 파랑색이다

 

 

시인 정지용은 달개비 꽃을 으깨어

파란 꽃물로 편지를 썼다지 않은가

 

 

나는, 닭의 장풀을 보면

괜히 설렌다

 

 

 

 

 

 

 

 

 

 

 

 

 

아무리 지리한 장마라도

 

 

사흘 줄줄 비오는 날 없고

사흘 쨍쨍 해나는 날 없다

 

 

빨래하고 말릴 시간은 주어진다

장마 빗속에 햇볕 잠깐 나면

여우가 시집가고 호랑이가 장가간다

막간을 이용하는 순발력이다

 

 

 

아파트 단지안을 돌다보면

 

 

 

 

 

 

 

 

토끼 풀꽃도 보이고

 

 

 

 

 

 

 

공작 국화도 보이고

 

 

 

 

 

 

 

 

도라지 꽃도 보이고

 

 

 

 

 

 

 

 

더덕줄기도 보인다

 

 

 

 

 

 

 

띠풀도 소복하고

 

 

 

 

 

 

 

타래란도 빛깔곱고

 

 

 

 

 

 

 

 

 

 

 

 

 

새도 날아오고

 

 

 

 

 

땅은 젓어 질척해도

 

 

 

 

 

 

 

 

내가 요즘 이곳을 자주 찾는 것은

동글이 굴렁쇠같은 기구 때문이다

왼팔로 100번

오른팔로 100번 돌리고

공터를 부지런히 세바퀴 걸어서 돈다

 

 

 

땀이 뻘뻘 난다

맑은 날 사흘 운동하고

흐린날 사흘 침 맞는다

 

 

 

 

 

 

 

 

 

 

 

비가 엄청 쏟아지는 오후

 

 

 솔솔이 가족이

거실에서 내다보이는

비오는 날의 풍경이 예쁘다며 가자고 했다

 

 

 

잠시, 거실에서

퀼트방석과 큐션에 정신을 빼앗기고

정작 비가 너무 쏟아져 거실 밖의

산사같은 풍경은 놓쳤다

 

 

 

 

 

 

 

 

 

 

 

 

 

 

 

 

 

 

 

 

 

 

 

 

 

 

 

 

 

 

 

 

 

 

 

 

 

 

 

 

 

 

 

 

 

 

 

 

 

 

 

 

 

 

 

 

 

졸지에 염치없이 쫓아갔다가

커피퍼레이드

특히, 해박한 집주인의 설명에

음악과 커피와 문화적 만남이 되었다

 

 

나의 남편은

술은 워낙 배냇적부터 마실줄 몰라

막걸리 소주 양주 와인 등의 메너는 모른다

 

그래도 음악이나 미술이나 문학이나

茶를 즐기는 마니아였으면 좋겠다

 

 

누군가 우리 집에 방문했을 때

 남자가 손님 접대하고

여자는

우아하게 옆에서 웃고만 있었으면 좋겠다

 

 

신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하더니

위의 종합예술을 다 갖출 수 없어

'친구'라는 이름을 만들었나 보다 

 

 

 

솔솔네 가족은

몸소 바람직한 삶을 보여주고

우리부부의 격을 높혀주는 베스트 프렌즈다

 

 

커피에 문외한인 우리도

 

 

 

 

에소프레소 한잔에 취하고

 

 

 

 

 

 

아메라카노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사람에 취했다

 

 

 

이 모든 깜짝 이벤트는

플로리안 까페에 가서 커피 마시라는

에소프레소의 전주곡이다

 

 

차마시고 나오는데

비바람이 강풍이라 우산을 써도 젓는다

 

근데,

첨벙첨벙 무진장 재미있다

 

 

 

 

 

 

 

 

 

사진을 보더니

누가 물어요

 

 

"염색하는 모임이에요?"

 

 

 

손수건을 한장씩 들고

모두 즐겁죠

 

 

 

 

 

 

 

 

 

 

저녁에 집에 와서 받은 문자 내용입니다

 

 

 

 

 

선생님, 호우주의보에도

오늘 '번팅' 만남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논어반 언니들은 선생님과 식사하고 담소 나누는 시간도

소중한 행복으로 느낀다는 걸 몸과 마음으로 읽어냅니다

 

주신 선물의 깊은 헤아림을

언니들과 함께 나누며 기뻐하는 순간도 감사히 여깁니다

여름 여행 추억거리 많이 담아 오시고요

건강에 항상 유의하세요

미진 올림

 

'

'

'

 

 

빗속애 조마조마 와이퍼 움직이며

미등끄는 것도 잊어버리고

식사하고 차마시고 나와도 베터리 멀쩡하며

 신세계 두번씩 왔다갔다하며

 

아직 나를 편안히 여기지 못해 내차 타기를 꺼리면서도

논어반 언니들의 심부름을 하며 절절매는 미진씨를 보며

장맛속 풍경을 그려가는 우리들

참으로행복만땅입니다

방학 잘 지내시고요.

오를도

"그라치에!"

 

 

 

 

 

 

 

 

장마철에는 영화보기 좋죠?

 

 저녁무렵,

영근이와 성욱이가 초대했어요

 

 

 

 

 

 

 

 

 

 

 

내려다보이는 영화의 전당입니다

스파하고 돈까스먹고

 

우디 알렌 감독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를 봤습니다

 

 

 

 

한 장면 장면이

지난해 우리 부부가 밟던 파리의 길이라

현장를 걷는 것 같았어요

더구나 주인공 남자가 작가로써

글을 쓰기 위해 시공을 초월하는

거장들과의 만남이 코믹했지요

 

 

 

무엇보다 가족이 영화보기는 처음이었어요

부부는 더러 같이 보지만요

컴컴한 영화관에서 아들 며느리 같이 보니

키스하는 장면에서

조금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ㅋㅋ

촌스럽죠?

 

 

 

 

 

 

 

 

 

 

 

 

 

 

 

 

휴일에

문 꼭꼭 닫아놓고

<<로마의 휴일>>

흑백영화봤어요

 

 

 

 

 

 

 

 

 

 

 

 

 

오드리햅번

깨물어 주고 싶게 예쁘던걸요

오드리햅번의 눈빛을 닮은 여학생한테서 카톡이 왔습니다

장마가 주는 여유,

 

 

 

 

 

 

 

 

 

아흐~~~

그나 저나 우리들의 청춘은 어디로 갔을까요?

빗소리가 대답합니다

 

"밤비따라 왔다가 밤비따라 ~~~~ "

비의 나그네랍니다

 

꿈을 깼어요

오드리 될뻔 했습니다

 

 

 

 

 

 

 

< 미술관 MOA >

 

이런 미술관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서울대학 미술관이다

 

 

 

 

 

 

 

 

 

 

 

 

 

 

 

 

 

 

 

 

<피터 옌슨의 뮤즈들>

피터 옌슨은 덴마크 출신 디자이너다

그의 옷들은 심플하지만 미니멀하지 않고 쉽게 입을 수 있지만

개성이 부족하지 않다고  인쇄되어있다

 

 

선물로 받은

토끼문양의 스카프

검은 색과 흰색의 조화

조금 더운 계절이지만

가방 안에 챙겨서 가져다닌다

 

 

무엇보다 전시회 둘러보고

숲과 돌계단으로 이어진

미술대학 근처를 산책하고 

나무 그늘 밑의 벤치에서

니나와 울프의 만남

'운명적인 만남' 이라는 

 이야기 조곤조곤 듣는 것이 즐거웠다

 

 

 

 

 

 

 

 

 

그 날, 울프는 촬영차 이태리에 가있고

니나가 친절하게 도슨트 역할을 해줬다

예술로 충만했던 하루^^

 

 

 

 

 

 

 

 

윤미 결혼식

 

2012, 6, 23

 

 

 

 

 

 

 

 

 

 

 

 

 

 

 

 

 

 

 

 

 

 

 

 

 

 

 

 

 

 

 

 

 

 

 

 

 

 

 

 

 

 

 

 

 

 

 

 

 

 

 

 

 

 

 

 

 

 

 

 

 

 

 

 

 

 

 

 

 

 

 

 

 

 

 

 

 

 

 

 

 

 

 

 

 

 

 

 

 

 

 

 

 

 

 

 

 

 

 

 

 

 

 

 

 

 

오십견, 치료중

며칠전, 아우 '라온'이 공기놀이를 추천했다

 

 

 

한의원에서 침맞고 나오면서 

앞집 문구점에 가서

만원 내고 5백원짜리 공기를 샀다

 

 

 

 

 

 

 

 

 

 

그야말로 '살구'다

높이 멀리 뿌릴수록 팔이 많이 움직여진다

 

 

 

나는 어렸을 때,

펄쩍 펄쩍 발로 뛰는 고무줄놀이는 못했어도

한자리 앉아서 하는 공기놀이 만큼은 잘했다

 

 

 

특히, 왼손은 '달인의 경지'다

그로인해 이편에서도 저편에서도 선수로 끼워주지않았었다

해보나마나 100년내기 하면

시작하면서 바로 100년을 내어버리니 ...

 

 

 

이편도 저편도 불리할 때,

불러서 써먹는  언제나 간 맞추는

이름하여 '깎두기'였다

 

 

 

 

혼자서 왼손 오른손 공기놀이를 해보니

100년은 커녕,

15년 내기도 잘 안된다

(가만있어보자, 57+ 00 =  지금 내가 뭐 세고 있지?)

 

 

 

왼손은 뿌리기는 잘뿌려도 집을 때, 새어나가고

오른손은 집기는 잘 집어도 꺾을때 다 흩어진다

 

 

 

 

 

오십견 2

 

 

왼쪽 팔을 빼버리고 싶다.

 

 

이틀에 한 번씩 침 맞고 부황 뜨고 충격파 전기치료를 받는다.

아무리 정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려 해도 아프다는 생각뿐이다.

팔을 핑계 삼아 실행하지 못하는 가사와 일상이 쌓여만 간다.

 

 

특히, 밤이 무섭다.

생각이 온통 팔에만 집중되어 있어

돌아누우려면 몸이 마음의 비위를 맞추지 못해

“아야!” “악!” 비명 소라와 함께 심신이 고단하다.

 

 

하루에도 몇번씩

잊을만하면 다시 '욱신욱신' 쑤신다.

꼭 생리 중의 여자 같다.

어서 끝나고 생리대를 빼버리고 싶듯,

어서 아픈 팔을 잊어버리고 싶다.

 

 

폐경 된 지 십 년,

때론 짜증 나고 찝찝했던 그날들이

그래도 젊은 날이었다고 그리울 때가 있다.

먼 훗날,

왼쪽 팔 아프던 오늘도 그리운 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