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산산행에서
한물결체육대회에 이르기 까지
정겨운 시간들의
순간포착을 놓치지 않은
김기봉부부의 남다른 봉사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황도사가 관상학적으로
가장 부부금실이 좋은 부부라고 얘기했듯이
와룡산에서나 운동장에서나
두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소이다.
사모님의 천진난만한(?) 환한 웃음이
너무 보기좋았고 부러울 정도였습니다.
우리부부가 좋아하는 두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신우택 쓰다
|
|
올 봄
힘이 없다.
축적된 에너지가 없으니 한끼만 굶어도 허리가 구부러진다.
아니 그보다 보는 이마다 무슨일이 있으냐고 묻었다.
요 며칠은 더 많은 인사를 받았다.
아프냐
고민이 있느냐
사별을 한 어느분이
"나 같은 사람도 웃으며 살아요.
선생님 그냥 다 내려놓으세요"
충고를 한다.
어제 그제 오늘 만나는 이마다 나에게 밥을 사줬다.
먹고 힘내라면서...
지켜보며 눈치를 살피던 남편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준비를 하는 나를 뒤에서 껴안으며
"아~ 알았다. 류창희씨 고민~ "
의기양양 털어놓는 이야기 즉은,
cj투신에 넣어준돈 팔지 말라며
오를 날도 있을 것이라 말한다.
"으이구~!
당신은 날 그렇게도 몰라요?"
내가 언제 돈 때문에 고민하는 것 봤어요.
당신께선 나보다 며칠이라도 오래만 살면 돼요.
당신이 없으면
이 다음 아들들에게 구박 받을까봐...
하지만 당신과 함께 한다면
아파도
하루 두끼를 먹어도
걱정같은 것 안해요.
사실 저축통장의 만기 날짜가 지나도
나는 확인을 안한다.
오르고 내리고는 금융권 저희들의 문제지
나는 별반 관심이 없다.
강사료가 들어와도
몇년이고 몇개월이고 쌓여있다.
그러니 맨날 남는 장사다.
고정적인 생활비 말고는 쓸일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돈이 많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이자가 많이 붙으면 좋고,
통장에 잔고가 많으면 좋을 뿐이다.
일일이 따지지 않는 것을 누구보다 잘아는 남편이
설레발을 치며 위로하는 꼴이 생소하다.
목요일은 오전 수업만 있다.
남편은 같이 갈곳이 있다며
자기 직장으로 빨리 오라고 한다.
국민연금 공단으로 갔다.
지금으로 부터
한달에 10만원 정도씩 10년을 불입하면
2018년 7월부터는
매달 198,000원을 내가 받을 수 있다는
연금에 가입해 주는 것이 아닌가.
근데,
기분이 묘하다.
한 30년 부적절한 관계로 동거하다
'이제야 혼인신고를 하는 느낌'이다.
푼수가 따로 없다.
"어머! 나 이제야 당신의 정식부인 된것 같아"
발그레 상기되며 온 전신이 다 촉촉해져 온다.
직원은 '두분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좋아보인다'고
무슨 휴머니즘 영화나 보는 듯이
덩달아 촉촉해지더니
급기야는 내 신분증도 챙겨주지 못한채
우리를 보내고 ...
전화하고
차고까지 뛰어내려오고...
야단법석이다.
10후,
198,000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 그때까지
내가 살 수나 있을지....
만기 날짜가 바로 내일이기나 한듯 감격이 물결친다.
남편의 등을 토닥여주고
얼굴을 만져주고
손도 잡아주었다.
어버이날 자축 기념으로
식사하자는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집에 돌아와
두릅을 데치고 전갱이를 굽고
목소리를 한 옥타브 높이고
밀대 걸레를 들고
거실과 부엌바닥을 빡빡 문질렀다.
그래도 힘이 남는다.
정령,
내 자신도 내가
돈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2008.05.08
끈을 묶다
길음동의 누추한 집에
남자친구가 오곤 했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햇볕이 좋은 날이었을 것이다.
어딘가 가자고 하며
툇마루에 앉아 운동화를 신는 내 앞에
넙죽 꿇어앉아 운동화 끈을 묶어 주곤 했었다.
난 예쁘지도 않으면서
꾸미지도 않는다.
그냥 그런 맹물같은 여학생이었다.
더구나 피골이 상접한 꼴이라니
더 볼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딸을 나무라며,
늘 못 마땅해 하는 엄마는
눈매도 몸매도 가느다란
동양적인 미인이다.
엄마는 그날 딸앞에 무릅꿇는
딸의 남자친구의 모습에 감동하여
사윗감으로 점찍었다.
엄마같이 여성스럽고 예쁜 여자도 마다하고
집을 떠난 아버지가 있는데,
말라빠진 멋도 낼 줄 모르는 딸애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그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고 한다.
그때 그 남학생은 지금까지도
무엇이든 나를 위해 해주고 싶어 한다.
아마 내가 원한다면
하늘에 별도 따다 줄 것을 나는 굳게 믿는다.
아주 오래전 스쳐 지나간 일을 생각하며
빗소리가 듣고 싶다고 하는데도,
자다 말고 일어나
장대비 속에서도 베란다 창문을 열러 나간다.
태풍으로 바람이 너무 세면
창문을 붙들고 서서 빗소리만 들여놔준다.
그 옛날 엎드려 운동화 끈을 묶어주듯이,
그가 가끔
나의 '영혼까지 자유롭게 해 주고 싶다'고
단언하는 말에,
나는 꼼짝달싹 못하게
그에게
영혼까지 묶여버렸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정작 끈을 푸는 데는 소질이 없다.
맨몸으로 아내를 안아주고 싶어도
결혼한 지 25년이나 된 지금 까지
브레지어 끈을 풀 줄 몰라 절절맨다.
이즈음 들어
호시탐탐 홀가분하고 싶다.
고정된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
묶이는 것이 답답하다.
멀리 다른 곳을 쳐다보기 위해
엉뚱한 곳에 연기를 피워올려보기도 한다.
어느 날 막 집을 나서는데
나의 아들
엘리베이터 앞까지 쫓아나와
어미에게 인사를 하다말고
어줍은 손으로
등뒤에서 바바리 끈을
리본모양으로 묶어주고 있다.
‘아~ 이놈에게도
드디어 여자 친구가 생겼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