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비즈니스북스

 

1장 누구나 처음에는 미니멀리스트였다.

2장 물건은 왜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가?

3장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 55 (구체적이라 소제목만 봐도 빈 듯 시원하다)

4장 물건을 줄인 후 찾아온 12가지 변화

5장 행복은 느끼는 것이다

 

 

나는, 쓰레기였다! -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래서 매일 공부하고 일하며 육아와 스포츠, 취미 활동에 힘쓴다. 처음엔 잔뜩 의욕에 넘쳐 마구 사들였지만, 한 가지를 꾸준히 계속한 적이 없다. 지금의 내 수입으로는 도저히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에게 차이기도 했다. 이 모든 열등감과 질투를 교묘히 숨기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행동했다. 솔직히 말해서 예전의 나는, 쓰레기였다.

 

물건을 버리고 불행도 함께 버리다 -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한다. 하지만 그렇게 간절히 원해서 손에 넣은 물건으로는 아주 잠깐 동안만 행복할 뿐이다.

 

<1> 누구나 처음에는 미니멀리스트였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기 위해 애쓴다. -라 로슈푸코

 

소유할수록 잃어버리는 것들 - 필요한 것 이상의 물건을 꽉 움켜쥘 때마다 그만큼의 자유를 빼앗긴다.

여행지 숙소에는 놓여 있는 물건이 별로 없어 깨끗하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홀가분하게 빈손으로 산책이라도 나가면 세상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행지에서 생긴 입장권이며 영수증은 나중에 정리하려고 일단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정리는커녕 한 번도 안 본다)

갖게 된 물건을 보관하고 유지하기 위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다 써버리곤 한다. 도구여야 할 물건은 어느새 주인이 되어버렸다.

 

최소의 삶이 가져온 기적 -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욕실에 들어가 목욕. 그리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아침에는 따사로운 햇살에 눈을 뜬다. 물건이 없는 방의 하얀 벽지에 아침햇살이 반사돼 무척 상쾌하다. 아침식사 식기는 바로 설거지 한다. 설거지를 마치면 좌선 자세로 명상, 한곳에 집중됨. 매일 이불정리, 청소기후 착착 개켜둔 옷을 꺼내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사계의 변화를 느끼며 출근 (혼자 사는 즐거움, 여자는 돌봐야 할 가족이 물건이 너무 많다. 그것을 떨쳐버리는 것이 화두)

 

내가 버린 물건들 - 혼자 쓰기에는 너무 넓은 책상과 식탁 (실제 아무도 초대하지 않는다) (내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잡지책, 사진, 상장, 수료증, 앨범, 스캔하고 버리자. 아이들 유치원 때부터의 그림일기에서부터 사진 상장 등등, 그들도 한 번도 찾지 않는다.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사이트에 올리고 비공개하면 된다)

 

물건에 대한 집착 - 맥시멀리스트, 즉 최대주의자, 나는 무엇이든 보관했다. 그렇게 늘어난 물건에 휘둘려 에너지를 소진했다. 지나치게 많이 소유한 물건이 당신을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는 모두 미니멀리스트였다 - 일본인들 옷차림은 늘 말쑥하고 청결하다. (일본 작은 이모님, 어머님과 외출 전, 형순이는 옷이 너무 많아 빨리 외출하지 못한다. 나는 딱! 두벌, 빨 때 갈아입을 옷밖에 없으니. 이모님은 거울 앞에서 갈등이 없다고 하셨다) 지진 나도 금세 다시 지을 수 있는 작은 집에서 검소한 생활, 일본의 다실, 다실 안에 쓸데없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 다실의 입구는 아주 작아서 거만하게 으스대는 자세로는 들어갈 수조차 없다. 심지어 무사라고 해도 칼을 갖고 들어가지 못한다. 다실 안에서 지위나 부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훌륭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관계없다. 단지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마주하고 한 잔의 차를 느긋하게 음미한다. 그리고 오직 서로를 생각한다.

 

미니멀리즘의 선두주자, 스티브 잡스 - 아이폰에는 버튼이 한 개밖에 없다. 제품 박스에는 설명서조차 없다. 생전에 그는 사상에 심취했다.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미니멀리스트 -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미니멀리즘은 목적이 아니다. - 누가 물건이 적은지 대결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단샤리, 심플 라이프, 너마드 워크

단샤리- 요가의 수행법 단행(斷行), 사행(捨行), 이행(離行)의 사고방식, 인생과 일상생활에 불필요한 물건을 끊고, 버리고 멀리하는 것을 의미

심플 라이프-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고 깨끗한 방에서 엄격히 선별된 물건만 두고 지내는 삶의 방식 (스님들의 선방)

노마드 워크-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으로 자택이나 사무실이 아닌 어느 곳에서나 일하는 방식 (늘 꿈꾸지만 실행한 적은 없음)

 

느려터진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려면 - 나는 매일매일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했고 직업을 고민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무척이나 신경 쓰며 살았다. 80%정도가 아니라 늘 부정적인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 ( 잘 나가고 생활이 안정되면 저절로 자신감에 차 긍정적인 생각만 할 것이다. 어서 그 단계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 미니멀리스트의 탄생은 스마트 폰의 발명이 아닐까. 아무리 물건이 적은 사람도 마지막까지 남겨둘 물건은 아마 스마트폰일 것이다.

 

 

<2> 물건은 왜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가

익숙함이라는 독, 익숙해진 일은 점점 당연한 일이 되고, 당연한 일은 이내 싫증이 난다. 우리의 소망은 모두 이루어졌는데, 익숙함이 싫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불만이 쌓이고 불행마저 느낀다. (oo & oo 결혼생활, 처음에 결혼하고 싶다며 oo이 했던 말 :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다”)

 

우리는 왜 새로운 물건을 원하는가? - 마치 소파에서 잠들어 있던 사람이 옆에 누군가 텔레비전을 끄자마자 보고 있는데 왜 꺼?” 하면서 번쩍 눈을 뜨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분명 티브이는 시끄럽고 눈이 부시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익숙해져 편안해 진다. 어떻게든 갖고 싶어서 손에 넣은 물건에 계속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항상 있는물건이기 때문이다. (엄마, 장롱, 아침이면 뜨는 해, 자연스럽게 숨 쉬는 공기, 손만 뻗으면 손에 잡히는 리모콘 같은 아내와 남편, 없어져봐야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아이러니)

예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갖고 싶어서 산 옷들이 어느 순간 너절해 보이고 입고 나갈 옷이 없다며 투덜거린다. 성형수술로 분명 예뻐졌는데도 또 다시 수술을 시도하는 여자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새로운 여자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남자들,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사랑하기로 맹세했지만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해 갈라서는 부부 등, 이 모두는 익숙함이라는 강력한 독의 소행이다.

 

우승의 기쁨은 3시간이면 사라진다 - 행복한 감정은 슬픈 감정만큼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사람의 감정은 한계가 있다 - 빌게이츠라고 해서 하루에 산해진미를 여섯 번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장의 크기는 같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고독이라는 병 - 고양이와 개의 차이점, 고양이는 일정시간동안 빈집에 혼자 두어도 괜찮지만 개는 혼자 두면 계속 짖거나 안절부절 못하며 주변을 돌아다니다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인간은 개에 가깝다.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고독을 느낀다. 고독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며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울증이거나 자살에 원인은 대개 자신에게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적절한 자기애가 있어야한다. 가치,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에게 인정받는 방법 말고는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없다. 아무리 고독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어딘가의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을 봐주길 바랄 것이다. 타인이라는 거울로 자신을 본다. SNS에서 누군가 자신의 게시물에 좋아요또는 팔로우해주면 기쁘다. 상대방이 읽고도 답이 없으면 화가 난다. 적절한 자기애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문제는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는 방법에 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드러내는 법 - 누군가를 봤을 때 처음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외모다. 그러나 외모를 가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 역시 아무리 애를 써도 패션모델이나 꽃 미남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내면의 가치, 자상하다, 재미있다, 부지런하다, 배려심이 있다, 명랑하다, 성실하다, 현명하다, 친절하다, 용기가 있다. 내면과 달리 외면은 누구에게나 보이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자신의 가치를 알릴 수 있다. 대표적인 물건이 옷이다.

물건이 곧 라는 착각 - 물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때는 지저분한 방에서 살았지만, 성격이 달라진 게 아니다. 버리는 습관과 비움의 기술을 익힌 것뿐이다. 아직도 허세를 버리지 못하는 건가, 단지 버리는 게 귀찮아서인가.

 

지금 당장 버려라 - ‘지금하고 있는 일이 끝나고 시간이 생기면 그때 버리자’ ‘언젠가 안정되면 그때 버리자.’ 지금 당장 버려야 한다. 버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안정된 후 시간이 생겼을 때는 영원히 버리지 못한다. 버리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다.

 

여러 개 있는 물건은 버려라 - 한 개만 남겨두자.

1년 동안 사용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었던 물건은 내년에도 그 물건 없이 아무런 문제없이 지낼 수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해 갖고 있는 물건은 버려라 - 마음에 드는 가구와 식기에 둘러싸여 근사한 생활을 하고 있는 나, 값비싼 자동차와 손목시계, 만년필이 어울리는 세련된 나, 고급 브랜드와 고가 화장품으로 치장한 호화로운 나, 아웃도어 용품으로 무장하고 자연을 활보하는 나를 꿈꾸며 누구나 조금씩 발 돋음 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단지 남의 눈을 의식해 갖고 있던 물건이라면 이제 그만 버려라.

 

버리기 힘든 물건은 사진으로 - 물건을 버리는 것과 물건에 얽힌 추억을 버리는 것은 사람의 정이다. 자꾸 버리다 보면 지금이 보이기 시작한다.

 

추억은 디지털로 보관하자 -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받은 편지도 모두 스캔해서 디지털화했다. 이렇게 하면 언제든지 손쉽게 다시 꺼내볼 수 있다. 다만 백업은 이중으로 철저히 해야 한다.

 

물건 의 집세까지 - 앉으면 다다미 반장, 누우면 다다미 한 장. 우리는 대부분 넓은 집에 살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건씨를 넓은 곳에서 살게 해주고 싶기 때문.

 

수납 정리 개념을 버려라 - 수납과 정리 기술에 의지하기보다는 먼저 물건의 수를 줄여라. 물건의 수가 줄어들면 일 자체가 줄어든다.

 

영원히 오지 않을 언젠가를 버려라

 

과거에 집착하지 마라 - 옛 애인에게 받은 추억의 선물, 과거에 필요했던 물건과 깔끔하게 인연을 끊지 않으면 지금은 늘 무시되고 만다. (어제 내린 눈은 내 발길을 질척하게 할 뿐)

 

잊고 있던 물건은 버려라 -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던 물건이라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버릴 때 창조적이 되지마라 - 빈 쿠키 통, 약상자로 쓰면 어떨까?

 

여분을 비축해두지 마라 - (SSG는 우리 집 냉장고, 신세계 백화점은 내 옷장)

 

마트를 창고로 생각하라 - 신상품 유통기한 등을 꼼꼼히 관리해주는 창고다. 필요할 때 가지러 간다.’

 

* 거리가 당신의 응접실 - 내 응접실은 몇 시간 앉아 있어도 편안한 소파가 놓여 있는 거리의 카페다. (내가 청소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인테리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내가 메뉴, , ,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 친구 초대를 위해 물건과 공간을 늘리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집으로 초대하라는 사람들에게 (“우리 동네 꼬막정식 잘하는 집 내가 알고 있다. 아티제 빵집, 오킴스라는 아일리쉬 펍이 있다. 혹은 먹다가 부족하면 2차 정도는 우리 집으로 가자”) 거리 전체가 자신의 응접실이다.

 

열정을 갖고 말할 수 없는 물건은 버려라 -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고 여기는 물건을 갖고 있으면 다른 물건을 욕심내지 않게 된다. (‘몽블랑 만년필더 이상 만년필에 대한 욕구는 없다)

 

한 번 더 사고 싶지 않다면 버려라 - ‘이것을 잃어버릴 경우, 다시 한 번 그 가격으로 사고 싶은가

 

고인의 물건 - 서양화가 우메하라 류자부로 유언 : 장례식은 필요 없다. 조문과 공양물도 고사해라. 산 자가 죽은 자 때문에 번거로워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 그래, 너희 둘이서 나와 아빠를 처리해라. 우리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라 - (프로방스 자동차, 야영장, 이비스호텔, 살고 싶은 마린시티, 별장, 요트 등등 관리하는데, 수고와 비용을 생각하면 렌탈은 괜찮은 선택이다)

 

한 가지를 사면 한 가지를 - 이 역시 버리기의 왕도다 인 아웃의 법칙

 

잘못 샀다는 생각 - 바로 버리는 것이 현명. ‘실패수업료다.

 

구입한 물건을 빌렸다고 생각 - 브랜드의 태그를 차곡차곡, 다시 옥션에 내놓는다. ‘옷을 가게에서 빌려 입는기분 (선물 받은 물건 아껴 쓰고 보관하다 그에게 돌려준다. 선물을 살 때, 나는 내가 가장 받고 싶은 것을 선물하기에 다시 돌려 줄 생각을 하면 아주 조심스럽게 다룬다. 물건을 순환시킬 뿐 아니라 겸허한 마음까지 갖게 해준다.)

 

* 싸다고 사지 말고 공짜라고 받지마라. (나는 절대 현혹되지 않는다)

버릴까 말까 망설일 때 버려라.

 

적은 물건을 소중하게 -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커피 잔 두 개,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완벽한 잔 하나가 만족도가 높다.

** 사복을 제복화하라 - 스티브잡스 청바지에 검은 색 터틀텍 티셔츠, 디자이너 미야케이세이는 검은색 터틀넥에 리바이스501 청바지 뉴발란스 스니커즈를 신고 공식적인 행사나 프레젠터에도.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 회색 티셔스, 아이슈타인도 같은 디자인의 재킷, (오바마대통령 감색 슈트, 나는 매일 결정할 일이 너무 많아 옷을 고를 시간이 없다.” 양희은 가수도 제복이 있었으면 좋겠다.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딱 맞는 옷, 언제나 정해져 있는 제복과 같은 사복을 입고 지내는 것도 좋다. 정말로 어울리는 옷만 입는 멋! ‘항상 똑같은 옷을 입는다.’ 종종 야유하는 의미로도 쓰이지만. 패션은 즐겁다.

 

개성을 만드는 것은 경험 - 유럽의 오래된 영상을 모두 똑 같은 정장에 모자를 쓰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탄생한 문학이나 예술은 얼마나 개성이 넘치던가. 오히려 현대보다도 개성이 두드러진다. (내가 지녀야 할 덕목)

 

버리고 싶은 병 - 이 병에 걸리면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비난하는 마음도 생긴다. 위험하다. 물건을 줄이는 일도 자극이 있고 쾌감이 있다.

자동차는 평소의 인간관계를 최소화하고 홀로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4> 물건을 줄인 후 찾아온 변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타인의 인생을 살면서 허비할 수는 없다.

물건은 작고 가볍고, 디자인이 단순하고, 청소하기 쉽고, (무채색에 하나터치) 물건이 적으면 매일 해야 할 일도 적다.

청소는 싫어해도 청소의 결과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생활이 즐거워진다.

청소는 의지가 아니라 습관이다.

가능한 한 작은 집, 간편한 청소. 모든 면이 간소하고 편해진다.

 

이사가 어려운 이유 - 새가 자유롭게 나는 것은 둥지가 간소하고 아무것도 모아두지 않기 때문.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자유. 집이 좁아지면 집세도 내려간다.

주거방식, 삶의 방식, 간단한 도시락, 도서관에서 책읽기, 공원산책.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 타인과 비교하지 않게 된다.

 

가장 빨리 불행해지는 법 - 이웃집 정원의 잔디를 보고 파랗다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여자는 나를 떠나 수입이 더 많은 남자와 결혼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 아무리 부자든 꽃 미남이든, 미인이든 비교대상은 끊이지 않는다. 물건보다 경험에서 오는 행복.

비교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책을 쓰고 있는데,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쓴 책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한 글자도 더 쓸 수 없다. 세상에 나보다 훌륭한 사람은 얼마든지 많다.

 

길고양이는 자살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왜 혼자서는 고깃집에 들어가기 힘들까? 당신이 혼자 고기를 구워 먹는데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당신뿐이다. 무엇을 하든 남들은 내 생각만큼 나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두 자신의 일에 몰두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모두 장식품,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갖고 있었던 물건을 모두 과감히 버린 결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나는 이런 사람군살이다. 생활의 다이어트.

 

행동하는 사람 - 자신이 한 행동이 모두 하찮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동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마하트마 간디.

 

웹사이트를 시작했다. (예전에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10년간 살던 방에서 드디어 이사했다 (짐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환경 바꾸기, 나도 이제 그 동네 풍경처럼 살기 싫다, 고로 기회가 닿는 대로 옮기면서 살 것이다. 그래봐야 나에게 주어진 기회는 서너 번이면 인생도 끝난다. 어쩜, 그보다 더 빨리 가게 될지도 모른다. 나의 생이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다.)

 

한권의 책을 썼다. ‘괜히 했어!’ ‘할 걸 그랬어!’ 심리학 용어로 자이가르닉 효과.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더 가볍다.

 

미니멀리스트에게 잃어버릴 물건은 없다.

 

먹고살려면 별 수 있나, 참아야지!” 이면에는 물건에 대한 욕망이나 타인의 시선과 허세가 자리하고 있다. 물건을 줄여 홀가분해지면 어디든지 바로 갈 수 있다. (사람도 버려 홀가분해지면 언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그 누구도 훔쳐가지 못하는 것, 경험 - 행동을 통해 얻는 경험은 빼앗을 수 없다. 내 안에 있고 언제나 갖고 다닐 수 있다. 어떤 일이 있든 마지막은 경험이 남는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기 위해 애 쓴다 -라 로슈푸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 - 법정

 

몰입이 만들어내는 행복 - ‘플로’flow, 즉 몰입할 때 사람은 시간을 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도 잊는다. - 심리학자 마하이 칙센트미하이

 

정보 미니멀리즘 - 디지털 네거티브세대 (학생 때부터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있는 생활환경에서 자라온 세대로 1980년 이후 출생자) 사람은 5만 년 전의 하드웨어 그대로다. 뇌도, 신체도 진화를 멈췄다. 우리는 처리 중이라는 아이콘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컴퓨터처럼 작동을 멈춰버린다.

 

안테나를 접어라 - ‘정크 인포메이션’ Junk Infomation, 인터넷 뉴스로 대표되는 별로 가치 없는 정보, 언뜻 시선을 끌지만 그 후에는 단 한 번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 때우기에 딱 알맞은 정보. 이런 쓸데없는 정보에 정보 대사증후군상태. 안테나를 켜는 대신 안테나를 접는 일이 절실하다.

 

자신의 내면에 몰입하라 - 명상이나 좌선, 요가를 습관으로.

 

자신의 뜻을 밀고 나가라 - 다른 사람이 만든 물건이나 남에게 일어난 일에 이것저것 참견하지 않는다.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믿는다. 나 자신의 귀환이다.

 

인간관계가 달라진다

존경은 자신이 베푼 것에 대한 보답이다. -캘빈 쿨리지

 

사람이 물건으로 보일 때 - 우리는 매일 가족이나 회사 동료, 가까운 이웃을 무의식중에 고정된 물건처럼 보게 된다. 사람이 물건처럼 보이면 당연히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을 사람으로 봐야한다. 물건을 가능한 한 줄이는 편이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

 

친척 텔레비전 이론 - 친척과 오랜만에 만나면 공통 화제가 없어 멋쩍다. TV를 켠다. (티브이를 켜 놓고도 미와 친한 여자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얼굴이 쫘글쫘글하다, 와 이리 늙었노?” 말인가, x 거품인가)

 

친구가 100명 있다면 - 생일 파티를 열면 친구가 100명이나 모인다. 그는 와인을 좋아해서 친구들 모두 와인을 가지고 온다. 그는 사흘에 한 번꼴로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야한다. 친구나 소중한 벗은 마법의 숫자 3, 즉 세 명이면 된다. 간소한 교우관계도 실은 멋진 일이다. (나에게도 3명이 있는가? 그마저)

 

친절과 배려를 부르는 엔도르핀 - 사람은 누군가가 서로 돕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행복한 기분이 든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 나는 물건을 많이 버렸다.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르는 물건들까지 버렸다. 언젠가라는 미래를 벗어던진 것이다.

 

* 더럽지 않은 그릇을 씻지 마라 - “더럽지도 않은 그릇을 씻으려고 하지 마라오늘 하루에 씻어야 할 그릇은 단 하루치뿐이다. 내일 씻을 그릇이나 모레의 그릇 그리고 1년 치의 그릇을 씻을 일까지 미리 생각하기 시작하면 누구나 질리고 불안해져서 오늘의 그릇을 씻는 일조차 자신이 없어진다.

 

미래와 과거의 물건 버리기 - 언젠가라는 미래에 필요한 물건과 예전에라는 과거에 필요했던 물건을 버려라. 그러면 현재만이 남는다. 물건을 버림으로써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 (미래의 그는 누굴까? 떠나간 그가 그립다! 모두 부질없다.)

 

영원히 한숨만 쉬며 살고 싶은가? - 만일 뭔가 달라지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해야 한다. 내일도, 다음 주도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일이 와도 지금이다. 1년 후도 그 역시 지금이다.

 

 

감사하는 삶

물건이 적으면 감사하는 마음이 싹 튼다 - 감사는커녕 부족한 것만 눈에 띄었다. 지금은 감사하다. 이불 샤워기 식사하는 주방 취미도 즐길 수 있고 안심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방이 있다.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벽과 천장이 있다. 아무리 물건을 늘려도 감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모두 싫증난다. 반대로 아무리 물건이 적어도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다.

식사 전 감사 기도의 힘 (나는 평소에 이것을 안했기에 벌 받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밥에 대해 부모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 것 같다)

감사하는 때야말로 행복하다.

 

 

<5> 행복은 느끼는 것이다

자기가 바라는 것을 갖는 건 커다란 행복이다. 그러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게 더 큰 행복이다 - 메네뎀

 

행복의 모범 답안을 버려라 - 정규직으로 회사에 들어가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둘이나 셋 정도 낳는다. 늙어서는 재롱부리는 손주의 얼굴을 본다. 이것은 달성하면 행복해질 것 같은 목표다. (스펙(?)이 하나씩 쌓일수록 공허하다. 목표를 위해 참고 희생하는 것, 소모다. 그냥 오늘을 성실하게 즐겁게 지내자는 생각이 현재는 절실!)

 

행복의 DNA는 존재하는가?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비참한 일을 당해도 행복은 그 사람의 기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행복해지는 일은 없다. 행복은 그때마다 느끼는수밖에 없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현재라는 시간뿐이다. 오직 지금 이 순간, 내일도 모레도 1년 후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 행복은 자신의 해석에 달렸다. 행복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다. 행복은 자신의 마음이 결정한다. 지금의 환경에 감사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하다. 조건의 달성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저 세상에 계신 아버지와 건강하신 어머니에게 감사드린다. 내가 쓴 글에 조금이나마 자유로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하게 했던 두 분의 교육 방침 때문이다. 부모님은 늘 내 판단과 선택을 지지하고 모든 것을 맡겼다. 정말로 감사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아무 말 않겠습니다. 당신이 말해주기를 바라면서.’ - 페르시아 시인 잘랄루딘 루미의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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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그으면서

줄곧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oo를 생각했다.

oo의 인생이 단순하고 세련되었으면 한다.

그는 빼기의 디자인을 전공하였으니, 삶의 다이어트로 빼버리고

분명, 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다.

ㅇㅇ여, 멋지게 도약하라!

 

 


나의 친애하는

허지웅 에세이 / 문학동네

 

천장이 슬프다 -

밖에 나서니 볕이 좋다.

 

천장이 슬프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믿고, 알고, 만족하고, 사랑한다. 비밀을 공유하고 서로의 비밀이 우리와 우리 밖의 세상 사이에 안전하기 짝이 없는 벽을 쌓아올린다고 생각한다. 벽은 갈수록 두터워져가고 문밖에서 폭탄이 터져도 우리 둘은 안전할 것만 같다. 네 살이 내 살처럼 아프고 내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스스로 어여쁘게 여긴다. 그리고 헤어진다. 그리고 삼천 번째 눈앞이 캄캄해지고 나면, 창밖으로 동이 트는 것을 발견하게 되겠지.

씨발, 대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이별이란. 그래서 쓰러지듯 나는 다시 몸을 눕혀본다.

천장이 슬프다. 천장의 비어 있는 저 귀퉁이들을 나는 참을 수가 없다. 비어 있는 귀퉁이들은 필연적으로 내려앉아 나를 누른다. 숨이 막히고 눈물이 새어나온다. 눈물이 무언가에 눌려 새어, 나온다. 울컥하고 시원하게 쏟아져 흘러준 것과 달리. 천장이 슬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하늘이 내려앉아 쥐어짰고, 나는 텅 비고 말았다.

   

좋은 어른 -

내게는 문신이 있다.

현실주의자가 되자, 하지만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 까먹지 않으려고 굳이 살 위에 써 놓은 것인데, 그 의미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거대한 낭비가 아니겠는가. (IMF가 터졌는데 등록금 비싼 외고를 보낸다고 그녀가 빈정댔다. 언제든 속이 쑤시고 아픈 것은 그래서 보란 듯이 아이가 잘 되길 바랐었다.)

 

 

청소 -

정리의 묘미는 얼마나 잘 감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버리느냐에 달려있다. 내게 쓸모가 없는 건, 남들에게 필수품이라 해도 모으지 말아야 하고, 일단 모았다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큰 지혜가 필요하다. 청소란, 자기 혼자 힘으로 청소할 수 없는 크기의 집을 소유하면서부터 파멸이 시작된다.

손은 자주 씻는 편이지만 그건 내가 만지는 물건들, 특히 키보드에 기름기가 남을까봐. 원고를 쓸 때 키보드가 끈적거리면 멀쩡한 문장도 비문이 된다.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게 더 좋아서 같은 옷을 여러 벌 사놓고 돌려 입는다.(스티브잡스, 오바마 스타일)

여태 살아보니 본래 상태로 온전히 복구시킬 수 있는 거라고는 컴퓨터 백업파일과 청소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청소에 매달린다. 청소를 하면 회복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을 붙잡고 분개했던 것 같다. 결국, 우리는 모두 순순히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거나 말거나라는 표현이 자주 보인다. 뒤엎는 어투. 내가 보기에는 성의 없어 보이는데, 2030대 청년의 수법은 문장의 환기작용을 하고 있다)

 

구애 -

사람이 사람과 만나는 순간도 닮은 점에 안도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점에 흥분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대게 후자였던 것 같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랑했고, 너무 달라서 헤어졌다. ‘너무 달라서 정말 좋아!’너무 다르니까 여기까지로 돌변하기까지 우리들은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다. 물론 그래서 모든 게 끝난 이후에는 더 많이 아프고 더 오랫동안 슬프다. ‘사랑이란 완전히 미친 짓이지만, 그게 미친 짓이라는 걸 안다고 해서 사랑을 안 할 수도 없잖아?’

 

모두가 언젠가는 배운다 - 심지어 영화처럼 그()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언제나 실수는 반복되고 누구나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사실이다. 어느 누구 하나 이 반복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한심한 것들은 반복되고, 좋은 것들은 기억에만 남는다. 우리는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한심하다. 그렇다, 모두가 언젠가는 배운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단추가 모두 채워져 있었다 -

재벌 4세들이며 무슨 대안 문화의 슈퍼전문가인 양 구는 게 취한 마음에 아니꼬웠다. 비아냥거리고 나와 집에 가면서 SNS에 자식이 스무 살을 넘기면 부모가 땡전 한 푼 주지 못하게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지웠다. 술을 마시면 심사가 좀 더 쉽게 뒤틀리고 치사해진다. 그런데 새로 도착한 쪽지들 가운데 니가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비겁하게 자신을 지목하지 않고 그런 글을 올려도 자신은 다 알고 있다. 우리 가족은 나를 비난할 수 있어도 너는 나를 비난할 수 없다. 비겁하게 숨어서 글이나 쓰지 말고 당당하게 만나서 붙자.

 

 

공간을 이해하는 법 -

내가 혼자 청소할 수 없는 크기의 집을 소유하는 건 괴상한 일이다.

 

 

그날 원주의 사무실에서 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왜 능력이 있으면서도 자식을 부양하지 않았는지, 왜 등록금마저 주지 않았느냐고. 부모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게 나는 반평생 슬프고 창피했다. 그래서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남에게 결코, 다시는 꼴사납게 도움을 구걸하지 않고 오로지 혼자 힘으로 버텨 살아내는 것만이 중요했다.

 

 엄마, 나의 가장 친애하는 적 -

방학이 오면 내내 그런 걸 여러 편 썼다. 여러 편을 썼지만 독자는 늘 한 사람이었다. 엄마였다. 그때는 엄마가 참으로 거대한 사람이었다. 이걸 써서 엄마에게 읽어주고, 엄마가 재미있다고 말해주는 것을 듣는 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늘 재미있게 들어주었다. 나중에 고쳐 쓸 법도 했지만 당시 아버지와 다투고 난 직후였던 엄마가 내 소설에 심드렁한 반응을 보여 너무 큰 충격을 받고 나는 소설 쓰는 일을 집어치웠다. 아마 이건 엄마도 모를 거다.

엄마가 책을 사주지 않을 때가 가장 서러웠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책 없이 살지 못하는 아이가 된 건 엄마 탓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족끼리 서로 폐 끼치지 않고 살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왕래도 없었다. 연락도 잘 받지 않았다.

 

지난 정권,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어느 날, 나는 광장 위에 있었다. 밤이었다. 혼자였다. 광화문 앞의 프랜차이즈 카페 앞에 서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누가 뒤에서 내 팔을 콱 움켜잡았다. 엄마가 웃으면서 서 있었다. 그 때 기억을 되짚어보면 엄마는, 엄마는 작았다. 엄마는 작고 나이 들고 약했다. 나는 화를 냈다. 아직 택시 할증 안 붙었으니까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를 두고 내 갈 길을 갔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작고 나이 들고 약한 사람이 여기 있는 게 싫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엄마가 그렇게 작은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녀는 한때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아는 이들 가운데 가장 작고 약한 사람이다. 엄마 생각을 하면 나는 늘 조금 울고 싶어진다. 엄마 무릎 위에서 울고 싶다. 하지만 나는 엄마 앞에서 울지 못한다.

 

 형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

형은 곧잘 철 지난 농담을 길게 늘어놓고는 했다. 나는 그런 그를 무척 구박했다. 구박하는 재미가 있는 형이었다. 구박을 하면 소녀같이 부끄러워했다. 오래전 형이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었다. <일상으로의 초대>. 형은 노래를 부르는 동안 몇 번이고 음 이탈을 했다. 나는 그걸 가지고 두고두고 놀려먹었다.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재미없는 농담들이 자꾸 귀에 걸려 떠오른다. 나는 절대 울지 않을 거다. 나는 결코 울고 싶지 않다. 구박을 하고 싶다. 다시 한 번 형에게 구박을 하고 싶다. 친애하는 친구이자 놀려먹는 게 세상 최고로 재미있었던 나의 형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형에게 미처 말하지 못했다.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인데, 그걸 하지 못했다. 형이라서 말하지 못했다. 나라서 말하지 못했다. 간지러워서 하지 못했다. 어리석었다. 해야 할 말을 제때 하지 않고 미루는 일이란 얼마나 한심한가,

형 사랑해. 언제까지나 사랑해. 형 사랑한다.

 

맥심이라는 잡지의 편집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경력관리 측면에서 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였지만, 별로 고민하지 않고 그렇게 하자고 했다. 거절하기에는 너무 빨리, 너무 깊게 친해져버렸다. 그에게 전화가 걸려온 건 늦은 저녁이었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너 이혼했다며이 거지같은 새끼야. 타박을 해야 할 건 이쪽인데, 뜻밖의 공격을 받고 나는 그만 더듬거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나를 너무 잘 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십 수 개월의 시간차가 사라지고 이음매 없이 맞춰졌다. “야 너는 내가 젊었을 때랑 굉장히 닮았다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 하지 마라, 내가 훨씬 더 잘생겼어. 그런 도무지 초점 없는 대화들을 하다가 다음날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기절해버렸다. 누군가에게 신해철은 투사였다. 누군가에게 신해철은 광장의 음악이었다. 누군가에게 신해철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 젊은 시절의 섬광이었다.

 

 

내려놓기 위해 필요한 것들 -

나를 안마하다보면 땀이 많이 나는데, 시술자가 땀이 나면 안마 받는 사람에게 기를 빼앗기는 거라고 한다. 나는 유물론자라서 그런 거 안 믿는다고 했더니, 하긴 자기 자신만 믿으면 되죠.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이고 선생님, 실은 저는 저를 제일 믿지 못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까먹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까먹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까지 함께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까먹은 중요한 것들은 너무 중요하고 소중해서, 반드시 훗날 가슴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어쩌면 뭔가를 내려놓기 위해 필요한 건 망각이나 체념이 아니라 이해하는 태도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대한 무표정의 사내

키튼의 전성기 영화를 보면 그가 전혀 웃지 않는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그는 웃지 않는다. 차라리 울상에 가까운 무표정이다. 무대 공연 시절 자기가 웃지 않으면 않을수록 관객의 웃음이 더 커진다는 경험치를 발휘한 결과물이었다. 이 위대한 무표정의 사내에게는, 그의 안에는, 남에게 주고 싶은 감정들이 그렇게도 많았던 것이다.

 

 세월호 -

세월호는 한국 사회윤리의 아우슈비츠다.

 

 악의 평범성 -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가장 쉽고 간편한 답변은 교수가 미친놈이기 때문이다. 그는 왜 피해자에게 인분을 먹이고 폭행을 하고 고문에 가까운 체벌을 가했나.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간단한 설명이다. 인분을 먹인 교수와 인분을 먹은 제자는 그들이 만들어낸 감옥 안의 간수와 죄수였는지 모른다. 교수는 그래도 되는그만의 감옥 안에서 자기 당위에 심취해 마음껏 폭력을 행사했다. 제자는 그래야 하는그곳에서 교수의 일상적인 폭력과 너를 위한 것이라는 논리 앞에 정신이 완전히 무너졌다.

요컨대 나도, 우리도 누군가에게 이미 인분 교수이거나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럴듯한 상황과 환경이 주어지면 사랑을, 혈연을, 우정을, 금전을, 위계를 빌미로 악을 행사한다. 악은 특별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지 않는다. 그래도 되는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란 그렇게 힘들다. 정지, STOP!

(Amor fati, 아모리 파티? 운명애(運命愛) 운명을 사랑하라. 운명을 받아들여라. 온몸으로 맞이하고 껴안아라. 2017. 1. 그 여자아이의 카톡 메인 문구. 무너진다. 인간은 믿어서 될 일이 아니다. 받아들이는 것이 견딜 수 없이 힘들다. 그러니 내 아이는 오죽하겠는가? 형벌이다)

 

 탈주하는 여자들 -

어렵고 힘들게 얻은 걸 까먹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행복할 자격이 없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

<미생>의 가장 큰 장점은 균형감각. 청년과 기성의 질서 어느 한쪽을 절대적인 선이나 악으로 몰지 않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중립 -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인간적 고통 앞에서는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가치관이 충돌하는 사안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확실한 사실관계를 두고도 무게 중심을 찾는다며 진영논리를 끄집어내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라. 그들은 용돈을 받았다.

 

 좀비 -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난다. 만날 것이다. 그러므로 당장 힘들고 어렵더라도 자폭하기보다 설득하고 싸워나가기를 포기할 수 없다.

 

 이 시민들을 담기에는 나라가 너무 옹졸하다 -

자기 검열, 무엇을 잘못 했기에 스스로를 살핀다. 해답 없는 질문이 그치고 나면 이제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말조심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문화를 정책적으로 융성하겠다.’는 말은 또 다른 눈먼 돈 잔치를 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정권 퇴진을 목적으로 100만 명이 한 공간에 모였는데, 아무런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다. 집회 해산이 선언되자마자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다 빠져나갔다. 쓰레기도 없었다. 진짜 이상한 사람들이다. 이 시민들을 담기에는 나라가 너무 옹졸하다. 한국의 역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기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극복해내고 자랑할 만한 유산을 만들어 낸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였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다시, 그 끓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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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의 글을  오버랩되는 얼굴이 있다.

외로움과 슬픔이 번져온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

삶의 방식이 서투르다

그 다름은 누구와 함께 살기에는  自己愛가 너무 많다

그래서 천장이 슬플 것이다.

회갑이 넘은 이 나이에 천장을 자주 바라본다.

마음이 너무 아프면 나도 천장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말의 품격

 

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프로필 :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꽃을 올려놓는다. 지은 책으로는 언어의 온도등이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서문 -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숨을 거둘 때 이라고. 가족의 체온. 말과 문장이 지닌 예리함을 통제하지 못해 하루아침에 나락. 사람마다 인품이 있듯 말에도 언품(言品). 사물은 형체가 굽으면 그림자가 굽고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바르다. 말도 매한가지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이청득심

1. 존중 - 잘 말하기 위해선 잘 들어야 한다.

위세와 사나움은 사람을 잠시 끌어올 수는 있으나, 제 품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다. 진정한 무기는 칼이 아니라 덕이다.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발언권을 존중하는 태도. 존중은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 놓는 것. 진심은 핑계를 대지 않는 것. 이청득심(以聽得心),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21세기 덕장은 버락 오바마, 특유의 포용력과 친화력. 상대가 스스로 손잡이를 돌려 마음의 문을 열고나올 수 있도록.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2. 경청 - 듣는 일 가운데 가장 품격 있고 고차원적인 행위다.

3. 공감 - <다모> “아프냐? 나도 아프다” Me to. 공감이 소통. 공감은 한국인 특유의 과 유사한 감정의 무늬를 지닌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의 공감, 남의 딱한 처지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연민은 동정. 동정은 상대의 아픔을 달래기는커녕 곪을 대로 곪은 상처에 소금을 끼얹는 것밖에 안 된다. 공감은 , ‘마음 씀씀이가 야박하지 않고 인자하다

한나 아렌트 -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한 메마른 가슴에 악이 깃들 수도 있다. - ‘악의 평범성유대인을 체포해 수용소로 이송한 책임자 의무를 준수했고 명령에 따랐다죄의식은커녕 고민의 흔적조차 묻어나지 않았다. 巨惡을 창안하는 것은 히틀러 같은 악인이지만, 거악과 손을 잡거나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인지 모른다. “악이란 뿔 달린 악마처럼 별스럽고 괴이한 존재가 아니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가운데 있다.”

 

4. 반응 - 신동엽은 한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치는 방송을 진행한다. 출연자가 말할 때 함부로 끼어들거나 중간에 말허리를 꺾어 들어가지 않는다. 추임새를 삽입하는 것처럼, 적절한 지점에서 아하!” “그랬구나!” “그다음은요?” 감탄사와 질문을 가미한다.

상대의 말에 맞장구,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누일 곳이 필요하다.

 

5. 협상 - 사실 삶 자체가 크고 작은 협상의 연속이다. 직장과 가족, 연봉과 메뉴, 리모컨 쟁탈. 손자병법, 싸우지 않고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 최상의 전략.

6. 겸상 - 석사와 박사 위에 밥사’, 상식과 지식보다 회식’. 타인과의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시간, 복잡한 인간관계의 윤활유.

 

2寡言無患

1. 침묵 -때로는 말도 쉼이 필요하다.

째깍째깍.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오바마는 말없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오마마의 서선이 허공에 닿았다. 51초의 정적이 흐른 뒤 오바마는 어금니를 굳게 깨물었다. ‘51無言 연설’. 사람의 가슴으로 번져와 또렷하게 새겨지는 말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다. 대통령은 미국 국민과 말만 주고받은 게 아니라 마음을 나눴다. 오바마는 말을 잘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특정한 지점에서 말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애썼다. 침묵의 가치와 하중(荷重)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한 때 유럽을 호령했던 나폴레옹에게 침묵은 일종의 병기. 연단에 올라 10여초 정도 매의 눈으로 전방을 노려본다. 그때마다 병사들은 나폴레옹의 위엄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침묵을 거쳐 태어난 정제된 언어 덕분에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극대화.

침묵은 말실수를 줄이는 지름길. 말은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대화라는 식탁 위에 올려놓다 보면 꼭 사달이 일어난다.(事故, 반전이 생긴다)

 

휴가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바캉스는 텅 비어 있다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에서 유래했다. 바캉스는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비워내는 일이다. 쉼이 필요한 것은 말도 마찬가지다.

 

2. * 간결 - 복문보다 단문. ‘短短益善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짧고 간결한 말씨는 좌중의 의표를 칼처럼 지른다. 마이크만 잡으면 프로 정신을 발휘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려든다. (내 얘기 같아 섬찟했다.) 말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셈이다. 다다익선. 가벼운 낄낄거림과 번잡한 주절거림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집중력의 한계는 18.(수업시간 15분마다 까르르 웃으며 털어버려야 그 다음 진도를 뺄 수 있다. “설교가 20분을 넘으면 죄인도 구원받기를 포기 한다하염없이 말을 늘어놓다보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거르지 못해 결국 화를 자초한다.

 

3. 긍정 - 네트워크지수, ‘공존지수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 논어 자로편 선생님, 백성을 한데 모이게 하려면 어떻게?” “近者悅 遠者來인간의 입술은 그가 마지막으로 발음한 단어의 형태를 보존한다는 말이 있다. 무섭고 서늘한 얘기다. 내 입술에 내 말의 흔적이 남아있다. 내 말과 글과 숨결이 지나간 흔적. 말이라는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하지 않고 오로지 뾰족한 무기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를…….

 

4. 둔감 - 천천히 반응해야 속도를 따라 잡는다. 칼에 베인 상처는 바로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厚墨, 둔감력. 마음의 근력. 타인의 말에 쉽게 낙담하지 않고, 가벼운 질책에 좌절하지 않으며,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이 둔감력이다. 장자 달생편의 木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一喜一悲하지 않는 것, 공격하던 닭은 제풀에 지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고수는 소리 없이 강하지만 하수는 소란스럽다.

무릇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엄이 있다. 적절한 둔감력, 말의 품격은 더해지며 言力은 배가 된다. 어떤 순간에도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반응.

 

5. 시선 - 관점의 중심을 기울이는 일. 易地思之, “내가 만약 그러한 처지였으면 나 역시 그랬을 것이다

 

6. 뒷말 - 내 말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 악플의 배경이 뒷담화.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는 나름의 품격이 있다. 그게 바로 언품이다.

 

3言爲心聲 - 말은 마음의 소리다.

1. 인향 - 사람의 향기.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평소 카페에서 백색 소음과 커피를 연료삼아 글을 쓴다. 본의 아니게 노트북 너머에서 자질구레한 말이 귀속으로 들이닥칠 때가 있다. 甲言, 손님은 왕이기 때문에 군림해도 된다는 인식. 폭언에 가까운 지저분한 언어. 그가 만약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한다면 한 잔 값으로 얼마를 치러야 할까? 1만 원 이상은 내야 한다. 예의 없는 고객에게 돈을 더 받기 때문이다. 메뉴판 - 커피- 7유로, 커피주세요- 4.25유로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1.40유로. 말의 품격에 따라 가격차등.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人香이 뿜어져 나온다.

 

2. 언행 -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 군더더기 없이 간결. 미술의 데칼코마니. 말과 행동에 차이가 없다.

 

3. 본질 - 쉽게 섞이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

위령공 辭達而已矣말과 문장은 뜻을 전달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히틀러는 또박또박 한 발음으로 말의 성찬을 쏟아내는 多辯과 달변의 소유자다. 반면 조지 6세는 세련되지는 않지만 진심을 담아서 말할 줄 아는 인물이다. 말에 비법은 없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법을 찾고 꾸준히 언품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다.

 

4. 표현 - 언어의 무늬와 결을 다채롭게. 중국 사람은 붓만 들면 바늘을 대들보로 만들 수 있다. (한자가 주는 풍요로움. 중문 학을 전공하고 한문을 전수하는 내가 표현을 하지 못하여 글을 못 써서는 안 되는 이유)

 

5. 관계 -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군불) 스몰토크일상의 대화 속에서 낯선 사람과 말을 섞고 관계를 맺는 단계. (징검다리효과) 스몰 토크는 모든 인관관계의 시작이다. 목적의식이 뚜렷한 화젯거리 빅토크인생이라는 강은 단번에 건너뛸 수 없다. 사귐도 그렇다. 크고 작은 돌을 하나씩 밟아가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차근차근 건너가야 한다. 삶과 사람 앞에서 디딜 곳이 없다고 조급할 이유가 없다. (그냥 쌓는 것이다)

 

6. 소음 - 뾰족하고 시끄러운 소리.

신인 작가였던 나는 출간 후, 책을 알리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아침에 커다란 헝겊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던 어머니가 현관문을 열고 힘없이 걸어 들어왔다. 어머니는 거실에 털썩 주저앉더니, 가방에서 대여섯 권의 책을 꺼냈다. “물어물어 서점 몇 곳을 돌았어. 네 책을 좀 사 왔다.” 화가 치솟았다. 나도 모르게 어머니 앞에서 뾰족한 말을 내질렀다. “몇 권 사봤자 보탬이 안 되니까 앞으로 이러지 마세요.” “” “알아, 그래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잖니.” 나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가 높다란 언덕에서 떨어진 돌덩이처럼 느껴졌다.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받아낼 수 없었다.

 

4大言淡淡 - 큰 말은 힘이 있다.

1. 전환 - 지는 법을 알아야 이기는 법을 안다. “당신 멋져!”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자.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존심이라는 급소가 있다. 일반 성인은 자신이 남보다 특별히 우월하지는 않더라도 열등하지는 않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와 능력이 평균치를 웃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자기고양오류

 

3. 질문 - 본질과 진실을 물어보는 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동네 어귀 한 귀퉁이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빼꼼히 들여다보는 심정으로 까치발을 들어보면 어떨까.

 

4. 앞날 - 과거와 미래는 한곳에서 숨 쉰다. 대언은 담담하다. 옳다, 큰 말은 분명 힘이 있다. 반면 소언은 수다스럽다. 가볍고 약하다. (짧고 간결한 문장. 치고 들어가고 빠져나오는 문장이 아기자기 하면서도 힘이 있다) 지난 시절에 연연하지 않는다. 모든 촉수를 다가올 내일을 향해. 군대의 깃발처럼 힘차게 나부끼기 때문이다.

 

5. 연결 -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는 노력. 테크닉이 아니라 태도가 아닐까 싶다.

 

6. 광장 - 울타리를 뛰어넘자.

2013313일 노르스름한 햇살이 사위어가는 늦은 오후, 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대성당은 석양을 튕겨내며 붉게 타올랐고, 건물을 에워싼 바람과 바람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적당히 선선하게 불어왔다. (길지만 한 문장도 괜찮다)

새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얀 가운에 은빛 띠를 두르고 모습을 드러냈다. 교황은 광장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평범한 인사말이었다. “좋은 저녁입니다!” 교황에게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는 파격이다. 선출된 직후부터 관습을 허물어뜨렸고 허례허식을 뛰어넘었다.

교황의 언품 말씨와 세계관은 위정편의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군자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되 무리를 짓지 아니하고, 소인은 무리를 짓되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偏黨하지 않는 것. 는 소통을 차단하고 갈등을 깊게 만든다.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곳에서 얼음이 저절로 녹을 리 없다. 사람도 따스한 햇볕아래 서 있을 때 사람의 비애와 슬픔을 말려버릴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시들한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꽁꽁 얼어붙은 가슴도 녹아내린다. 봄기운이 바람에 실려 온다 싶으면 몸을 움직여 한다. 몸을 솟구쳐서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

삶의 바깥쪽에서 서성이지 말고 삶의 한복판으로 걸어가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런 것처럼 광장으로, 볕이 드는 곳으로, 사람의 온기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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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적절한 때, 적절한 책을 읽었다.

설설 기며, 구정물에 손 담그며 전삼일,

구정 설을 살얼음판 밟듯 지냈다.

 

단언컨대, 나는 20년이 넘게 고부간의 갈등이 거의 없었다.

나에게 만약 조금이라도 참한 기운이 비춰 보인다면, 

그건 분명 시어머님께 배운 '사람 사는 도리', 법도였을 것이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차츰 목소리 커진 사람이 있다.

그는 "딱 한사람만 죽이는" 猛將이다

내가 표적이다

나의 발뒤꿈치도 그림자도 나무란다.

말의 품격에서 말하는 甲言이다.

손아랫동서는 물론 시아버님 앞이나 조카며느리, 그리고 내 며느리들 앞에서도

눈이 마주치지 않아도 점점 뒤에서도 사납게 .... 아주을 떤다.

아마도 나의 포스가 꽤나 겁나는 모양이다.

갈수록 갑질이 媤悚시송하다.


평화유지는 남북 정상회담이나 UN이 할 일이다.

이제 차마 더는 (16년차) 듣지 못하겠다.

나는 'D-데이'의 임박을 감지한다.

말의 품격을 지키려면, 구정물은 쏟아버려야 한다. 

조용히 가라앉히면 언제 다시 휘저을지 모른다.





 

 

스토리텔링 인문학

 

송태인 / 미디어 숲

 

머리말 - 사람은 한 번 태어나서 살다가 떠납니다. 태어남은 세상과의 만남이고, 산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과의 주고받음이며, 떠난다는 것은 세상과의 분리입니다. 여기서 삶의 초점은 보고’, ‘주는데 있습니다. ‘본다는 것은 아는 것이며 준다는 것은 에너지의 순환행위입니다. 잘 보고 잘 주면 에너지가 선순환합니다.

인문학은 를 찾는 공부입니다. ‘가 바로 서야 나와 관계 맺는 수많은 대상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줄 수 있습니다.

 

예쁜 것들은 다 이유가 있다.

여러분은 자녀들이 내가 살아왔던 길을 가기를 원합니까. 아니면 내가 살아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가기를 희망하나요?

당신은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 ‘당신은 가치 있는 삶을 사고 있는가?’

우리는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기대를 하고 되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더구나 우리네 사회구조가 자녀의 문제는 단순히 집안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사회적 위신과 체면과도 결부되어 있어요. 학교에서 자녀의 서열은 부모의 사회적 체면 서열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자녀의 행복을 운운하지만, 내면에는 부모의 자존심이 깔린 겁니다. 이른바 학부모는 많아도 부모는 적다는 이야기지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자녀를 출세가도에 몰아넣은 것은 사랑을 가장한 부모의 욕심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삶은 평생의 관계입니다. 평생의 관계 속에서 자녀의 학교생활은 성장기 일부분의 과정일 뿐이에요. 더구나 학교성적은 성장기 생활 가운데 일부에 불과해요.

 

맹자고자 편 - 맹자는 대안과 소인의 길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인은 마음의 이치를 깨달아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그것을 주인으로 삼습니다. 반면에 소인은 외부의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다른 사람의 말과 시선에 판단을 맡겨 손님처럼 이끌려 갑니다.

자녀를 위해 최신정보를 얻으려 여기저기 설명회를 많이 다니는 것일까, 좋은 학원과 족집게 과외 교사 선택을 잘하는 능력일까, 공부전략 잘 세워 좋은 학교에 보내는 능력일까. 그것도 아니면 경제력이 실력이라며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일까. 이것저것 집적거리는 사람은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아요.

대인이 길을 가는데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부모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가장 큰 예입니다. 부모는 잘났건 못났건 자녀의 눈에는 큰사람이에요. 부모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자녀가 더 잘 알고 있어요. 대인이란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허점을 가리고 회피하는 사람은 소인이에요.

 

티끌이 세상을 움직인다

맹자 고자 편 - 사람들은 자기 길을 버리고 따르지 않고, 자기 마음을 잃어버리고도 찾을 줄을 모르니 애처롭구나. 사람들은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도 방심(放心)하고도 찾을 줄을 모르는구나. 학문하는 방법은 다름이 아니다. ‘방심한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는 를 위한 공부가 아닙니다. 이것은 를 위하는 척하는 도구적인 공부일 뿐이에요. 진정으로 를 위한 공부는 순간순간 의 변화가 느껴지는 공부예요.

잘하려는 사람은 실패하고, 꽉 잡으려는 자는 놓친다. 그러므로 성인은 잘하려고 하지 않으므로 실패하지 않으며, 집착하지 않으므로 잃지 않는다. 사람은 일할 때 언제나 일이 다 될 즈음에 실패한다. 끝을 조심하기를 처음처럼 한다면, 실패하는 법이 없다.

공부의 첫 단추는 내 마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초가 튼튼해져요. 우선 당장은 자녀교육에서부터 부딪치기 시작합니다. 내 마음과 자녀의 마음이 항상 같지가 않아요. 사춘기가 되어 자녀가 엇나가기 시작하면 내 마음을 어디에 둬야 할지 실의에 빠지게 돼요.

사람은 만남을 통해 주고받으며, 만나기 전에는 깨끗한 상태였는데 만나서 주고받다 보니 욕심의 이기가 생기고, 기대와 섭섭함이 생겨 원래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없어져 버려요. 변하기 전의 처음 마음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 그것이 공부입니다. 나도 살고 다른 사람들도 살릴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자녀는 내 마음을 가르쳐주는 최고의 스승입니다.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마음을 다시 살펴보라는 신호예요. 마음은 유전됩니다.

 

 

밥상은 영혼이다

먹는 행위는 삶의 종합예술.

 

자녀는 부모 마음의 거울이다

부모의 눈에 자녀는 항상 어린 자녀입니다. 자녀가 결혼해 간 가정의 가장이 되어도 부모 눈에는 걱정의 대상으로 보입니다. 잘나면 잘난 대로 걱정이고, 못났으면 못난 대로 더 큰 걱정이에요.

부모는 왜 자녀에게 잔소리할까요. 그것은 자녀에 대한 부모 자신의 걱정을 덜어내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입니다. 걱정이 많을수록 잔소리가 많아집니다. 자녀에게 진정한 사랑을 주어야 해요. 한 인간으로 내어난 이상 내 품에서는 하늘처럼 존중해주라는 것입니다. 다른 집 자녀들과 비교하는 순간 존중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맙니다.

노자 도덕경 29자녀를 소유하려는 것은 천하를 차지하려는 것보다 더 큰 집착입니다. 억지로 하면 무너지고 집착하면 잃어버려요. 자녀를 유치원 시기부터 꽃을 피우게 하려고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는 것은 조기교육이 아니라 억지교육입니다. 사람마다 가 다르고 이 다릅니다. 요즘 자녀들은 자존감이 낮아지고 있다는 걱정의 소리가 높습니다. 자존감은 사람으로 대접받을 때 좋아지고 무시당할 때 낮아집니다. 가정은 따로같이를 동시에 충족하는 영원한 보금자리입니다.

 

감각을 살리면 텔레파시는 통한다

화는 관계가 막혀 있다는 양심의 신호’, 즉 불통의 알림이에요. 소통이 잘 되면 양심은 화를 내보내지 않아요.

우리는 크고 작은 싸움을 하다가 마지막까지 해결이 안 되면 양심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당신은 양심도 없느냐!” “너는 양심에 손을 얹고 물어봐라.” 등 양심은 신성한 영역의 심판기준으로 사용해요. 그래서 전통적으로 양심은 법과 사회규범보다는 상위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양심은 사람을 살리려는 신호체계.

 

왕자와 거지는 공통점이 더 많다.

 

비교는 건강한 목적을 충족시키려는 방법으로 그쳐야 합니다. 비교 그 자체를 목적에 두기 시작하면 본래의 목적을 잃게 됩니다. 목적을 잃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구에 묻히기 쉬워요.

노자 도덕경 47노자는 다른 점을 찾는 공부는 바쁘기만 할 뿐 얻는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지식은 쌓고 쌓아도 끝이 없으며, 결국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지물이 된다. 노자는 근본 이치를 공부하라고 권하고 있다.

 

마음에도 먼지가 쌓인다

도를 도라고 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며, 이름을 이름 할 수 있으면 이름이 아니다. - 노자 도덕경 1. 여기서 무()는 없는 것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다른 이름이에요. 그래서 무의 세계는 섣불리 눈으로 드러나 보이는 말이나 글로 단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무의 세계는 우주 만물의 시작이며, 움직임이며, 근본법칙입니다.

자녀들의 학교성적은 눈에 보이는 결과의 세계입니다,

호연지기(浩然之氣), 반드시 호연지기를 기르려고 노력하되, 미리 그 효과를 기대하지 말고 마음에 잊지 말고, 억지로 조장하지 마라. ‘오늘은 심히 피곤하다. 싹이 자라도록 도와주었더니알묘(揠苗)조장(助長) 봄이 되면 새싹은 때를 알고 돋아납니다. 지금 인류는 새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부모는 기존의 틀과 그 기준에 강요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입니다.

 

그래도 정은 남는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인사하는 법, 식사예절, 걸음걸이 등 사소한 예절부터 가치관과 인생관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려 애를 쓰셨습니다. 지금도 자식들과 손자들을 만날 때면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지금도 인성교육을 잘 받는 것에 대한 감사보다는, 따뜻한 정을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다.

공손추가 물었다. 군자들이 자녀를 직접 가르치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옛날에는 자녀를 서로 바꾸어 가르쳤었다. 부모 자녀 간에는 책선(責善)하지 않는 법이다. 책선하면 정이 떨어지게 된다. 정이 떨어지면 불쌍함이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다. - 맹지 이루편. 부모의 올바른 말은 머리로는 맞다 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맹자는 부모와 자녀는 머리보다 가슴으로 관계를 맺으라고 권합니다.

사람은 살면서 만남, 주고받음, 헤어짐을 반복합니다. 사람이 만나서 주고받음이 없었다면 도 없고 기억도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주고받다 보면 욕심이 생기게 되고 그 욕심이 커지게 되면 집착이라는 기억의 경계가 발생합니다. 부모는 자녀들의 작은 소리라도 잘 듣고 정서를 체크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서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사랑의 눈빛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리고 자녀들에게도 예를 갖추어 대해야 합니다. 자녀들을 무시하거나 거부하고 그로 인해 배신감을 느끼는 순간 자녀들의 정서는 상처를 받습니다. 그 상처는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오래 기억합니다.

 

바람은 흘러가기 때문에 다시 온다

한동안 담장 허물기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웃과 이웃 사이의 담장을 헐고 그 사이에 화단을 만듭니다. 하지만 정작 마음의 벽은 더욱 단단해지고 있어요. 스스로 똑똑하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그 벽은 단단합니다. 왜냐하면, 아쉬울 게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사람은 주고받을 것이 있다고 판단할 때 마음의 문을 열어요. 내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서예요. 외형으로 비친 나의 잘난 이미지가 손상될까 불안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마음의 벽을 쌓는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마음의 벽을 쌓는 사람들은 외롭습니다. 그래서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어요. 특수한 비즈니스클럽에서부터 일반적인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까지 다양합니다. 그 속에서 유유상종의 심정을 털어놓지만, 그 속에서도 또 다른 끼리끼리의 파벌이 생겨요.

장자 제물로네 원래 자연은 하나입니다. 도도 하나입니다. 사람도 하나입니다. 그런데 말이 생기면서 나누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른쪽과 왼쪽, 옳다는 것과 그르다. 좋다는 것과 싫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게 합니다. 그리고 똑같은 말이라도 자기가 선택한 편을 유리하게 듣습니다. 우리는 말에 의해서 스스로 벽을 만들고 구속합니다.

위령공편에 공자왈 더불어 말할 만한데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다. 더불어 말할 만하지 않은데도 말한다면 말을 잃는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는다.” 공자는 관계 맺기의 대가입니다. 그는 행복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마음의 벽을 없애는 데 있다고 단언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계속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합니다. 공자는 그 비법으로 시중(時中)을 제시합니다. ‘때에 알맞게 적절한 빈 곳을 찾아주라는 이야기. 타이밍이다.

 

내 마음을 아는 자가 세상을 이끈다

어릴 때부터 필요 이상의 지식을 가르쳐주는 것은 자칫 아는 체하는 병을 키울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배움으로 이르는 길을 방해하거나, 진정한 깨달음의 귀함을 배울 기회를 빼앗을 수 있습니다. 내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만심이 생깁니다.

 

사람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학습이야기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용할 수 없는 공부는 내 것이 아닙니다.

맹자는 공자가 이야기하는 적극적인 공부를 자득이라 표현합니다. 자득의 공부는 외부의 지식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근본 이치를 스스로 왜 그런가에 대한 질문으로 터득하는 것.

 

공자 왈 싹이 나도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이 있고 꽃은 피워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도 있다.” 유치원 때부터 꽃을 보아야 직성이 풀려요. 꽃은 피면 지는 법입니다. 빨리 피면 그만큼 빨리 집니다. 그래서 꽃은 중년에 피어야 합니다. 인생의 열매는 말년에 맺어야 단단합니다. 열매는 그동안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새로운 사랑의 에너지’.

 

사랑과 짝사랑은 눈빛의 차이다.

집중력이란, 나와 대상의 사이가 가까워지는 정도를 말합니다. 집중력이 최고조에 다다르면 나와 대상의 사이가 없어져 하나처럼 느껴집니다. 남녀가 열애 중일 때는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애정표현에 과감해집니다. 그들 사이에 다른 것들이 끼어들 틈이 없어요.

장자 대종사편 좌망(坐忘)의 공부법좌망이란, 앉아서 고스란히 나를 잊는다는 말. 좌망은 하나하나 잊어갈수록 더 많이 아는 공부입니다. ‘인의을 잊고 예악을 잊고 나중에는 나를 고스란히 잊는경지에까지 도달하는 공부법.

생각의 방은 정리정돈을 하지 않으면 생각도 또 다른 생각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킵니다.

교과서는 그 사회가 합의한 공동체 가치의 결정체입니다.

공자 왈 옛날에 배우는 자들은 자기 수양을 위해서 공부했는데 오늘날의 배우는 자들은 남에게 발탁되기 위해서 공부하는구나. 한문 편

 

뿌리는 아래로 향하고 싹은 위로 향한다

대한민국은 교육의 초강국. 인구대비 선생님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나라입니다. 교육은 서비스로 인식되면서 더 빠른 속도로 양질의 교육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는 소비자의 만족도가 경쟁력이에요. 서비스업은 소비자의 불만에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강사는 지식과 기술을 파는 서비스맨이에요.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강생이 왕입니다. 하지만 강사가 학생에게 아부하는 순간, 교육은 본질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는 게 너무 많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는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삽니다. 믿음이 깊어지면 신념이 생기고 신념이 강해지면 고집으로 굳어집니다.

부모는 교사를 조건 없이 존중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녀를 돕는 길입니다.

노자 도덕경 76- 사람은 살아 있을 때에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뻣뻣하고 굳어진다. 풀과 나무는 살아 있을 때에는 부드럽고, 죽으면 말라서 딱딱해진다. 그러므로 뻣뻣하고 굳는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 강하고 큰 것은 아래로 처지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놓이는 것이다. 정신도 마찬가지. 사고가 딱딱한 사람은 쉽게 부러집니다. 사고가 유연한 사람은 생명력이 길어요. 나이가 들수록 딱딱해지는 사람은 존중받지 못합니다. 자연스러움의 가르침은 큰소리치지 않아도 자녀들이 순종합니다.

맹자 진심 편- 귀한 신분을 믿고 와서 묻거나, 현명함을 믿고 와서 묻거나, 연장자임을 믿고 와서 묻거나, 공로가 있는 것을 믿고 와서 묻거나, 연고를 믿고 와서 묻거나 할 때에는 모두 대답하지 않는 것이다. 응하지 않는 것도 교육의 한 방법입니다.

본래 시험은 평가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공자 왈 남이 나를 몰라줄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할까 걱정해야 한다. 공자는 늘 를 걱정하라고 당부합니다. 모든 문제는 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부실하면 이 화려하고 단단해 보여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아이스크림은 여름에만 먹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당당하게 살려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이 많습니다. , 외모, 연줄, , , 여유. 그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이 학벌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옷으로 통해요. 아무리 외모가 출중해도 거기에 걸맞은 멋진 옷을 입어 주어야 폼이 납니다. ‘옷이 날개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다, 같은 옷이라도 값비싼 옷이 더 좋아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옷(학벌)을 마련하는 데 시간, , 에너지를 아끼지 않습니다. 옷의 가치를 아는 사람일수록 과감하게 투자하고 배팅합니다. 학벌은 그 사람의 배움 정도를 그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무형의 가치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일종의 프리미엄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프리미엄은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할 때 사용하는 개념입니다.

교육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행복은 어떤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활동이다. 행복은 또한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아리스토렐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

대학선택은 생계와 직결된 선택이니 초 중 고 의 목표는 더 나은 대학입학에 초점을 두고 있다. 취업했다고 해서 마음 놓고 여유를 즐길 시간도 없다. 그 틈에서도 퇴직 후 연금 등 노후 걱정도 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미래 가치에 치중하느라 현재 가치를 못 보거나 포기해야 하는 구조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장수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다. 나비는 훨훨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다. 유유자적하면서 재미있게 지내는데, 자기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장주가 나비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 없었다.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어떤 구분이 없다. 이것을 물화(物化)라고 한다. - 장자 제물론-

 

즐겁지 않으면 진짜 공부가 아니다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이끄는 위치에 서 있다 보면 서서히 자만심이 싹트기 시작해요. 자만심은 주위 사람들의 칭찬을 먹고 쑥쑥 자랍니다. 자만심이 커질수록 배움에는 장애가 됩니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배움의 문은 닫혀버리기 때문입니다. 공자 왈 배움에서는 항상 아직 미치지 못한 듯이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오히려 배운 것조차 잃어버릴까 두려워해야 한다.” 공자는 배움에서 겸손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배움에는 겸손이 스승입니다. 배울 때는 아무리 겸손해도 지나침이 없어요. 설령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이 다시 가르치려고 해도 자세히 듣는 태도가 배우는 자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들숨보다 날숨이 더 편안하다.

도덕경 48배움은 날마다 쌓는 것이고 도는 날마다 덜어지는 것이다. 덜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게 된다. 유위(有爲), 무위(無爲). 유위는 지식을 쌓고, 학력을 쌓고, 보이기 위한 직업을 쌓고, 돈과 권력과 명예를 쌓습니다. 무위는 남을 의식하는 지식, 졸업장, 직업, 돈과 권력과 명예를 덜어내는 것. 유의의 삶이 어쩔 수 없이 가는 길이라면, 무위의 삶은 자연스럽게 가는 길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유위는 남의 길을 가는 인생. 밖에서 보면 그럴듯하게 보이는 포장. 주면 돌아옵니다. 빼앗으려 하면 도망갑니다.

도덕경 44장 명예와 생명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절실한가. 나의 몸과 재산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얻음과 잃음 어느 쪽이 더 해로운가. 만족할 줄 알면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 그칠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이제는 가치가 경쟁력입니다. ‘를 찾으려는 노력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

 

무궁화호는 KTX를 먼저 보낸다

카드보다는 현금을 선호합니다. 외상이 싫어서입니다.

맹자 신심 편 공자 왈 나는 사이비(似而非)를 싫어한다. 강아지풀을 싫어하는 것은 벼 싹과 혼동될까 두려워서이다. 말재주 있는 자를 싫어하는 것은 의를 어지럽힐까. 정 나라 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바른 음악을 어지럽힐까. 자줏빛을 싫어하는 것은 주황빛과 혼동될까. 항원을 싫어하는 것은 덕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이다. 짝퉁이 판을 치는 시대는 짝퉁이 주인이에요.

플라톤 국가- 사람은 물욕에 한번 빠져들면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남의 것도 착각이 아니라 실제 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에요. 가난한 사람은 노예근성이 생기거나 성품이 삐뚤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도덕경 52우주 자연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무시무종(無始無終). 돌고 돌뿐 시작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내 것과 남의 것에 대한 혼돈 속에서 욕심을 키우게 됩니다. 욕심은 곧 근심입니다.

자녀는 본래부터 내 것이 아닙니다. 자녀가 내 것으로 생각하면, 욕심이 생깁니다. 자녀에 대한 걱정은 대부분 욕심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내 것으로 생각하면, 자녀는 평생 손님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녀가 성장하여 손님 행세를 하면 손님이 아니라 원수로 돌변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짐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스스로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과감하게 마음에서 놓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도덕경 16. 노자는 자기 본성을 찾는 것. 말은 쉬워도. 자기 본성이란 근본으로 되돌아가라는 이야기.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는 현재의 위치는 근본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야기.

도덕경 27참으로 잘 달리는 사람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참으로 잘하는 말에는 흠이 없다. 참으로 셈을 잘하는 사람에겐 계산기가 필요 없다. 참으로 잘 닫힌 문은 빗장이 없어도 열지 못한다.

 

육신의 안위를 위해 영혼을 팔지 않는다

육신의 안위를 위해 영혼을 팔지 않는다. 좌우명입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돈이 조금 더 많았더라면심보가 항상 달려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 철학의 핵심은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이들에게 꿈을 물으면 상당수의 아이는 돈을 버는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합니다. 그때마다 요즘 아이들은 돈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공자 왈 부와 귀는 사람들이 모두 원하는 바이지만 정당하게 획득된 것이 아니면 누리지 않는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지극 정성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입니다. 밥을 먹건 구차한 때를 당하건 위급한 순간이건 일관되게 사람을 정성으로 대해야 군자입니다.

돈은 있으면 쓸 궁리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정말 지혜로운 사람은 돈을 벌 수 있는 만큼 버는 게 아니라, 쓸 만큼 벌면서 삽니다. 돈의 주인 된 마음입니다.

 

꿈은 주려는 마음에서 싹튼다

누구나 인생의 스승은 있습니다. 무문(無門) 선생, 그분은 내 것 아닌 것을 되돌려주고 가는 것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분의 철학 핵심은 주는 것이었습니다. 만물은 주는 시스템입니다. 주면 받게 됩니다. 부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 주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넉넉합니다. 받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불안합니다.

장자는 개념을 깨는 도사입니다. 우리가 가는 길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라고 말합니다. 장자는 주는 척하는 것과 실제로 주는 것은 다르다고 합니다. 명예에 얽매어 주는 것은 주는 척하는 것입니다.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은 모략의 곳간이 되기 쉬워요. 장자는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억지로 주는 것은 이미 가식이라고 합니다.

청소년기는 줄 것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더 낮은 곳으로 가면 줄 것이 보입니다. 주는 행위가 행복한 이유는 더욱 적극적인 인생을 사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도덕경 8장 가장 훌륭한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머물기 때문에 도에 가깝다.

노자는 줄 곳을 낮추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려면 물처럼 살라고 권합니다. 물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물기 때문에 경쟁자가 없어요. 경쟁자가 없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줄 수 있기에 마음은 깊고, 어진 사람과 사귀며, 진실한 말을 하고, 정의롭고, 일은 효과적으로 하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싸울 일이 없습니다.

사람의 에너지는 주면 더 강한 에너지가 생깁니다.

비우면 다시 찹니다. 주는 것은 적극적인 삶의 태도예요. 비우지 않고 쥐고 있는 것도 게으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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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수대다.

아들들아, 며느리들아.

너희가 힘들어서 짜증을 내면, 내가 깨끗이 씻어 엎어놓으마.

언제든 나를 사용할 때는

잠시, 햇볕을 한번 쐬고 사용을 하렴.

그래야, 엄마의 노고가 하얗게 소독된다.

 

-스토리는 우리의 작은 삶을 확장해주는 훌륭한 장비.

똑똑한 리더는 이야기로 설득하고 멍청한 리더는 그저 명령만 내린다

이야기가 당락을 결정한다. 면접에서는 일단 말을 잘해야 한다. 약장수처럼 막힘없이 말하는 게 아니라, 듣는 사람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조리 있게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격조건은 면접의 기회를 만들어줄 뿐 스토리텔링이 좌우한다. 자기소개서에 나열했던 많은 내용을 어떻게 바로잘 엮어내는가가 면접관의 관건이 된다.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바다로, 달로, 대통령궁으로, 농부의 집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스토리는 우리가 세상에 눈뜨고 세상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울 수 있게 해 주지요. -로버트 맥기-

 

 

 


 

두 아들녀석들 혼사시키고

매일 후렴처럼 하는 말


빨리 70이 넘었으면 좋겠다.”

고희에 만날 첫사랑을 기다리는 시간도 아닌데

어서어서 숙제 끝내듯 돌아가고 싶다.

곁에서 듣는 식구들,

특히 내 짝지를 얼마나 김빠지게 하는 소리인가.

 

 

여든이 되어보렴

한계주 시집 / 시학

 

여든이 되어 보렴(시학시인선 58)

 

 

 

여는 말 - 장을 접을 나이에 손 바닥만한 멍석을 편다.

어느 어린이날 - 육십 먹은 아들이 보챈다 / “어린이날 뭐 없어?” / 엄마는 엄지손가락 치켜들고 자신을 가리키며 까딱까딱 / “그러게, 엄마가 어린이지” / 엄마와 아들이 낄낄대며 웃었다 / 이마의 주름도 마주 보며 웃었다

 

여든이 되어보렴 1-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그저 고맙고

여든이 되어보렴 2- 손자 업고 어슬렁거릴 일도 없고 / 고추 다듬고 마늘 깔 일도 없고 / 긴 담뱃대 꼬나물고 허공에 연기 날릴 일도 없지만 / 노인은 노인다워야 하는데 / 언제 철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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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주 선생님은 어른이시다

2001년 내가 처음 <빗금>이라는 작품으로 완료추천을 받던 겨울,

한참 후배, 한참 변방에 있는 문학의 꼬맹이이게

장문의 세장이나 되는 육필편지를 보내셨다.

'내려놓으라구' 선생님도 그러셨다고 위로를 주셨다

 

해마다 

문학세미나에 서울을 가면,

한 번은 부산에서 개최한 세미나 때도

늘 내 가방을 열어 슬며시

립스틱이나 손수건 작은 핸드크림이라도 슬며시 넣어주셨다

그 어른께서 말년에 쓰신 

<여든이 되어보렴> 시집을 다시 꺼내 읽는다

 

한 줄 한 줄,

한계주 선생님 말씀에서 해 맑은 미소가 보인다

그 모습, 너무도 그립다 

위로가 그립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진경문고

 

벼리야!

책을 읽으라고 하면 여전히 공부하라는 말처럼 들리는 걸까? 책가도(冊架圖) 책을 얹어 둔 시렁. 책이야말로 선비의 거처를 꾸며 주는 최고의 장식품.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눈빛이 달라지고, 마음속에 무언가 뿌듯한 것이 들어앉게 된다. 참 멋진 변화가 아니겠니?

 

 

책 이야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남자는 적어도 다섯 수레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뜻. 중국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두보의 시에 나오는데, 원래는 도가(道家) 사상가 장자(莊子)가 자기 친구 혜시(惠施)가 책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며 한 말.

위편삼절(韋編三絶)’ 공자가 유교 경전인 주역을 하도 열심히 읽는 바람에 가죽으로 엮은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말.

훈고학(訓詁學)’, 후학은 글자의 원래 의미를 따지는 학문이고, 고학은 죽간의 차례를 따지고 당시의 관습에 비춰 해석하는 학문을 말한다.

수진본袖珍本’, 옛날 선비들이 도포 자소매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란 뜻으로 손바닥에 올려놓고 볼 수 있는 문고본만 한 책.

다산 정약용은 책의 여백마다 자기 생각을 적는 메모광. 다산이 읽은 책을 보면 온통 메모로 가득하다. 그 책을 읽으면 마치 그분의 독서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 든. 책의 여백에 메모를 한 책을 다시 읽으면, 그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기억이 나곤 하.

 

 

, 어떻게 읽어야 할까?

꼼꼼히 읽을까, 많이 읽을까. 다독과 정독. 많이 읽을수록 좋은 책들은 많이 읽고, 꼼꼼히 읽어야 할 책은 꼼꼼히 읽으면 된다.

 

이덕무 사소절 - 글은 온화한 소리로 읽되 힘없이 읽어서는 안 된다. 맑은소리로 읽어야지 서둘러 읽어서도 안 된다.

 

옛사람들이 중요한 경전을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씩 읽은 것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읽고 또 읽어 다 외우고 자서도 다시 읽고 또 읽었지, 사실 늘 곁에 두고 소리 내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일 것 같구나.

송나라 때 예사(倪思) - 솔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산새 소, 풀벌레 소리, 학 울음소리, 거문고 소리, 바둑두는 소리, 비가 섬돌 위로 떨어지는 소리, 창문에 눈발이 흩날리는 소리, 차 달이는 소리 등은 모두 소리 중에서도 지극히 맑다. 하지만 낭랑하게 책 읽는 소리가 가장 좋다. 다른 사람이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까지 기쁘지는 않은데, 자식의 책 읽는 소리만큼은 기쁨을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독서백편의자현 讀書百遍意自見,’ 책을 1번 읽으면 의미를 굳이 알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는 뜻.

전기수(傳奇叟), 직업적으로 소설을 읽어 주는 사람.

옛 사람들은 소리를 내서 읽어야만 책에 기록된 내용이 죽은 기호에서 살아 있는 말로 깨어난다고 생각했다. 좋은 글을 소리 내서 읽으면 읽기뿐 아니라 쓰기 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리듬이 자연스러워 읽기가 참 편안하게 느껴진다. 말이 입에 잘 붙지 않고 뻑뻑하게 느껴지면 좋은 글이 아니다.

표맥 漂麥,’ 후한 때 고봉이란 사람이 하루는 그이 아내가 시장에 가면서 하늘이 찌푸린 것을 보고 비가 오면 마당에 널어 둔 겉보리를 잊지 말고 거둬 달라는 부탁했다. 아내가 돌아와 보니 소낙비에 보리가 다 떠내려가고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빗물에 떠내려간 보리라 하여 글을 읽는데 몰두하여 다른 일을 모두 잊어버린다는 고사. 속된 말로 공부는 머리보다 엉덩이로 하는 거다.

 

 

읽으면서 기록하자

포쇄 暴曬,’ 책에 바람과 햇볕을 쐬어 주는 것. 햇볕과 바람을 쐬어 책을 말린다. 책을 펼치면 눅눅해서 손에 찐득찐득 달라붙던 책장이 파닥파닥 되살아나서 챙챙 소리가 난다. 책을 읽을 때 얼마나 기분이 뽀송뽀송 개운했겠니.

 

기록하는 습관 - 이덕무는 메모광. 책을 읽다가 재미있 내용이 있으면 그 즉시 공책에 베껴 썼다. 공부하다가 새로운 생각이 문득 떠올라도 글로 적어 두곤 했다. 나중에 그럼 메모만 다 모아서 책으로 <<이목구심서>>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느낀 것을 글로 적어 놓은 것이란 뜻.

<한겨울의 공부방> - 176511월에 공부방이 너무 추워 뜰 아래쪽의 작은 초가집으로 옮겨서 지냈다. 방이 몹시 지저분해서 벽에 얼음이 얼면 그 위로 내 얼굴이 비치곤 했다. 방구들에서는 연기가 새서 눈이 늘 시렸다. 방바닥도 울퉁불퉁해서 그릇을 놓으면 물이 엎질러질 정도였다. 한 방울만 옷에 떨어져도 눌러온 손님들이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정말 미안해서 사과하곤 했다. 그래도 게을러서 수리하지는 못했다. 어린 동생과 이 방에서 겨울 석 달 동안 함께 지냈는데, 그 추운 방 안에서 책 읽는 소리가 끊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겨울 동안 큰 눈이 세 번쯤 내렸다. 큰 눈이 올 때마다 옆집에 사는 키 작은할아버지가 빗자루를 들고서 새벽에 문을 두드리며, 혼잣소리하면서 혀를 차곤 했다. “거참! 우리 몸 약한 형제들이 이 추위에 얼지는 않았는지 몰라.” 그러고는 빗자루로 쓸어서 먼저 길을 내고는 문밖에 놓아둔 눈에 묻힌 신발을 찾아 탁탁 털곤 했다. 금세 마당을 말끔하게 쓸어 둥근 눈 무더기 세 개를 만들어 놓고 갔다. 나는 그때 이불 속에서 벌써 옛사람의 문장 서너 편을 외우곤 했다.

어떤 환경에서든 책을 부지런히 읽음. 마치 매일 물 마시고 숨 쉬듯이 말이다. 꼭 어디에 써먹거나 시험에 나오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 때로는 이덕무와 박제가처럼 온전히 독서의 힘만으로 자기의 조건이나 환경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통째로 외워라

의미는 항상 소리 뒤를 따라오는 법. 특히 어릴 때 외운 것은 평생 잊지 않고 기억에 남는다.

 

구양수의 <독서법>

글자 수를 헤아려 보았더니 효경1,903, 논어11,750, 맹자30,685, 주역24,107, 서전25,700, 시경39,234, 예기99,010, 주례45,806, 춘추좌전196,845자였다. 날마다 200자씩 외우면 4년 반이면 다 마칠 수 있다. 조금 머리가 나빠서 150자씩 외운다고 해도 9년이면 전부 외울 수 있다.’

공부는 어쩌면 속된 말로 단순하고 무식하게.

 

슬기 구, 문심혜두

공부 머리가 터진다는 말은 공부에 요령이 생긴다는 뜻. 공부머리란 말은 문심혜두 文心慧竇’, 문심은 글을 읽는 마음. 혜두는 슬기 구, 자꾸 열심히 읽고, 외우다 보면 어느 순간 글이 내 마음을 움직여서 슬기 구멍이 뻥 뚫리게 된.

공부는 왜 하는 걸까? 슬기 구멍을 뚫으려고 하는 것이다. 슬기 구멍이 뻥 뚫리면 그날부터 사람달라진다. 순간에 몇 단계가 뛰어오르게 되지.

 

 

메모하는 습관을 지녀라

<산길> - 김시진(조선 후)

한가한 꽃 혼자 지고 예쁜 새들 지저귀니/ 소롯길 맑은 그늘 푸른 시내 돌아간다/ 앉아 졸다 가다 읊다 때로 시구 얻어도산 중이라 붓이 없어 적을 길이 없구나

 

<행복론> 정진규

볼펜 없이 하루를 지내본 적이 있는가? 견뎌 본 적이 있는가? 처음 내가 볼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건 서울에서 온양으로 가는 기차 속에서였다. 무슨 생각이 떠올라 그걸 적어두려고 찾았으나 없었다. 난감했다. 옆의 사람에게 빌릴 수도 있었겠지만, 득 나는 그 난감을 즐기기로 했다. 그 생각이 지워질까 끝내 기억될까를 생각하는 순간에도 그 생각은 자꾸 낡아 갔겠지만 나는 재빨리 몸을 세웠다. , 재미있는 줄다리기! 지워진 쪽으로, 당기고 놓아주기! 내기 힘이었다. 그 맛이 괜찮았다. 탱탱했다. 나의 하루가 탱탱했다.’

생각은 떠올랐을 때 재빨리 붙들어 두어야지, 놓치면 마치 주먹에 쥔 모래처럼 꽉 쥐려 들수록 스르르 빠져나가고 만다. (나는 운전을 하며 어떤 생각이 퍼뜩 나자. 그 단어라도 붙잡을까 싶어 조급하다. 신호대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쌩쌩 달리지만, 꼭 길이 뻥 뚫려 달리게 된다. 볼펜도 메모지도. 마구 오금이 저리면서 오줌이 나오려고 한다.)

 

청나라 때 학자 이광지 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보다 손으로 한 번 써 보는 것이 더 낫다. 손으로 쓰면 모음이 따라오게 된다. 20번을 읽어서 외운다고 해도 한 차례 힘들게 써 보는 것이 더 낫다. 중략

책의 여백에 메모하거나, 별도의 공책에 적어 두는 것을 질서 疾書, 생각이 퍼뜩 떠오르면 달아나기 전에 빨리 메모하는 독서법

성호 이익도 경전 공부를 할 때 생각이 떠오르면 작은 종이나 읽던 책의 여백에 그때그때 즉각 메모해 두곤 했다. 사서삼경질서》《근사록질서》《심경질서》《가례질서이익이 메모를 바탕으로 해서 완성된 책이다.

다산 정약용도 퇴계집한 권을 겨우 구해 볼 수 있었지. 도산사숙록私淑이란 말은 직접 만날 수 없는 옛사람을 책을 통해 만나 스승으로 삼는다는 뜻. 퇴계 선생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떴기에 만날 수는 없지만, 다산은 책을 통해 그분의 높고 깊은 학문 정신을 마음에 깊이 새겼던 거야.

입으로 읽고 눈으로 읽은 다음에, 손으로 읽는 독서가 초서 鈔書. 베낀다는 뜻이다. 책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을 베껴가며 읽는 것이다.

 

<통감절요에 대한 평> 다산 정약용

사람의 성품은 누구나 오래된 것을 싫어하고 새것을 좋아한다. 산사처럼 신 열매를 먹다가 귤을 먹으면 군침이 절로 돌고, 검푸른 빛만 보다가 붉은 색으로 바꾸면 눈이 환해진다. 연나라 사람이 부르는 구성진 노래가 듣기 좋지만, 꾸 듣다 보면 하품이 나고 기지개를 켜게 된다. 그러므로 시경》《서경》《주역》《예기》《좌전》《국어》《한서》《사기》《논어》《맹자의 바른 내용과 장자이소의 기이한 글을 다달이 바꿔 읽고 철마다 섞어 읽어, 봄에 마치면 가을에 다시 시작한다. 이것은 마치 산은 첩첩하고 물은 잇달으면 버들 그늘은 어둡고 꽃은 환한 것과 같다. 근원을 찾는 자가 힘든 줄을 모르고, 놓은 데로 오르는 자가 피곤한 줄을 모른다. 그러니 어찌 글에 푹 빠져 즐기지 않겠는가?’

어떤 책을 고전이라고 하지? 유명하기는 해도 너무 어려워서 막상 읽으려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는 책? 누구나 내용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제대로 읽는 사람은 만나 보기 힘든 책? 고전이란 누가 읽어도 좋고, 언제 읽어도 좋으며, 어디서 읽어도 좋은 책이 바로 고전이지. 고전은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는다.

두 개의 저울 - 옛사람들은 글공부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책 읽는 순서를 정해주곤 했다 선경후사 先經後史고전을 읽을 때도 마음을 바로잡게 해주는 경전을 먼저 읽고 난 뒤에 역사책을 읽게 한 것이. 추사 김정희는 경경위사 經經緯史경은 비단을 짤 때 세로로 걸쳐 있는 씨줄을 말하고, 위는 가로로 엇짜는 날줄을 말한다. 비단은 먼저 씨줄을 걸어 놓고 나서 실을 감은 북을 좌우로 던져 가며 날줄을 짜나가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전 공부의 든든한 바탕 위에 역사 공부가 더해져야 균형 잡힌 사고가 가능하다.

 

성호 이익 성호사설

밥을 먹으면 기운이 나게 하고 영양을 공급해서 신체를 튼튼하게 하고 피부를 기름지게 한다. 밥알의 형상 속에는 기운이나 영양의 형상이 없다. 책을 읽는 보람이 일상생활이나 글쓰기에서 드러나는 것도 이와 다를 게 없다. 밥을 먹으면 이것이 변화해서 똥으로 나온다. 하지만 체해서 소화되지 않고 설사를 하게 되면 먹은 것이 그대로 나온다.

다산이 아들에게 주는 편지-‘네가 닭은 친다고 들었다. 닭을 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닭을 치는 데도 우아한 것과 속된 것, 맑은 것과 탁한 것의 차이가 있다. 중략~ 기왕 닭을 기른다면 모름지기 백가의 책 속에서 닭에 관한 글들을 베껴 모아 보거라. 내용에 따라 차례를 매겨 鷄經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당나라 때 유우는 차에 대한 자료를 모아 茶經을 지었고, 유득공의 담배에 관한 내용을 모아 煙經을 지었지. 속된 일을 하더라도 맑은 운치를 얻는 것은 언제나 이것은 좋은 예로 삼도록 해라.

 

 

작은 주제 사전 만들기

송나라 때 여본중이 쓴 <여씨동몽훈>

오늘 한 가지 일을 기록하고 내일 한 가지 일을 기록하는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자연스레 세상의 모든 일을 꿰뚫어 알 수가 있다. 오늘 한가지 이치를 알아내고 내일 또 한 가지 이치를 알아내는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자연스레 세상의 도리가 내 마음속에 깊이 들어온다. 오늘 한 가지 어려운 일을 실천에 옮기고, 내일 또 한 가지 어려운 일을 실천에 옮기면 오랜 뒤에는 저절로 국세고 단단해질 것이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찾는 자료는 주제별로 잘 갈무리해서 체계적으로 모아 두어야 한다. 이런 공부를 엣 사람은 격물치지(格物致知) 공부라고 했다. 격물이란 무질서한 사물을 가지런하게 정리한다는 뜻이다. 치지는 격물을 통해서 무언가에 대해 앓의 상태로 나아 간다는 의미다. 격물치지는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모아 어지러운 상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책 아닌 것이 없다.

책과 하나가 되어라. 책에 푹 젖어라. 명나라 장조는 모든 일에 심각한 것은 좋지 않지만, 독서만은 심각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일에 욕심 사나운 것은 마땅치 않아도 책 사는 일만큼은 욕심 사납지 않을 수 없다.”

남송 때 학자 우무는 배고플 때는 책을 읽으며 고기라고 생각했고, 추우면 책을 읽으며 가죽옷이라고 여겼다. 외로워도 책을 읽으며 마음에 맞는 벗이려니 하였고, 번민이 있을 때에도 책을 읽으며 온갖 아름다운 음악소리라고 생각했다.”

조선 후기 문신 이덕수<유척기에게 주는 편지> ‘독서는 푹 젖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푹 젖게 되면 책과 내가 온전히 하나가 된다. 푹 젖지 않으면 읽으면 읽는 대로 다 잊어버려, 읽는 것과 읽지 않은 것에 별 차이가 없다.’ 중략-

푹 젖는다는 것은 물가에서 발을 담글까 말까 하고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풍덩 뛰어드는 것을 말한다.

옛사람과의 만남 맹자는 이의역지 以意逆志읽는 사람이 자기 생각을 글 쓴 사람의 뜻과 일치시켜 나간다는 의미.

연암 박지원의 <다른 사람에게 보낸 편지>

그대가 사마천이 지은 사기를 읽었다는데, 내가 보니 글만 읽었지 거기에 담긴 사마천의 마음은 읽지 못한 것 같소. 중략 - 아이가 나비 잡는 모습을 보면 사마천의 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앞발은 반쯤 꿇고 뒷발은 비스듬히 들고, 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해서 살금살금 다가갑니다. 잡았다 싶었는데 나비는 그만 호로록 날아가 버립니다. 사방을 둘러보면 아무도 본 사람은 없고, 창피해서 씩 웃다가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마음, 이것이 바로 사마천이 책을 저술할 때의 심정입니다.’

책을 책으로만 읽으면 소용이 없고, 사물을 책으로 읽으면 그 보람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이다.

 

 

글을 마치며

벼리야! 조선 후기 문장가 김창흡

독서에는 죽은 독서와 산 독서가 있다. 책을 덮은 뒤에 책에 담긴 내용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면 산 독서이고, 책을 펴볼 때는 것 같다가 책을 덮은 뒤에 아득해지면 이것은 죽은 독서다.

예전에는 책 읽기가 공부의 시작이요 끝이었다. 책 읽기는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그들의 일상이었던 셈이지. 꼭 읽어야 할 고전을 수없이 반복해서 읽었다는 점. 거기 담긴 내용이 완전히 이해되어 내 삶 속에 녹아들 때까지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었다.

책 읽기는 만물박사, 척척박사가 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야. 1천 개의 슬슬주를 색깔별로 상자에 담아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어려운 것을 쉽게,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에서 일목요연한 상태 옮겨 가는 슬기를 지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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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선생의 책을 읽으면, 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한동안 배가 아픈 적도 있지만, 나의 몰 모델이. 이번에는 책머리에 벼리야!” 라며 아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꼭 내가 정민선생의 자식을 보는 듯, 부럽다. 나의 아들은 이미 장성했고, 나의 손자에게 바하야!” 부르며, 책 한 권의 글을 쓰고 싶다.





 

어린이 인문학 여행

 

노경실 지음 /생각하는 책상

 

살바테(Salvete) ‘안녕!’

그런데 인문학과 라틴어는 무슨 관계가 있죠?

 

인류는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에 말을 할 줄 알게 된 순간부터 스토리텔링, 말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하는 것은 먹고, 자고, 사랑하는 본능처럼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인간의 욕망.

 

호랑이가 나오지 않는 북유럽 신화

신화에 담긴 네 가지 요소

신화에는 인간과 관계있는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세상이 만들어진 이야기나 카오스처럼 매우 초자연적인 존재와 현상에 대한 것.

거인의 뇌로 만들어진 구름, 거인의 아들로 마법 망치를 쓰는 천둥 신 토르, 토르는 원래 모습과는 달리 귀엽기까지 한 캐릭터로 지금까지 미술, 영화, 광고 등 많은 분야에 등장하고 있다. 두 번째, , , , 홍수, 바다, , , , 동식물 등 지구에 있는 모든 자연이나 자연현상. 세 번째, ‘선불신이 인간에게 준 농사, 법과 정의, 전쟁, , 사랑과 아름다움, 운명과 행운, 음악, , 보물, 심지어는 어리석음과 재난도 신의 선물. 네 번째, 모험과 탐험, 전쟁과 긴 여행길 이야기.

 

스토리텔링 :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

 

아름다운 표현의 세계, 미술

미술의 사전 풀이 : 공간 및 시각의 미를 표현하는 예술. 그림. 조각. 건축. 공예. 서예 따위로, 공간예술. 조형예술 등으로 불린다.

미술은 빈부귀천,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모두 초월하고 배움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미술품에 값을 매기면서 사고파는 미술 시장이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미술을 하려면 큰돈이 드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예술이 밥 먹여주나?”

예전 사람들은 밥처럼, 생활처럼 예술 활동을 가까이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

art는 모든 예술을 통틀어 일컫는 말

arts는 조각, 회화, 무용, 건축, 공예 등 예술 분야 각각을 말할 때 쓰는 말

 

순수 미슬 :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에 가장 중점을 두는 렘프란트, 반 고흐, 이중섭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

 

응용미술 : 기능이나 장식과 밀접히 연결되는 것으로 도자기, 금속과 보석 공예 같은 공예와 상품을 아름답게 꾸미는 산업 디자인 등.

 

종이 없이 그리는 원시 미술의 세계

신화는 신들이 사라지면서 이야기도 멈추었지만, 미술은 인간과 함께 끝없이 이어지는 현재 진행형이다.

 

 

기독교 미술과 르네상스 미술

모라 제국이 유럽의 대부분과 북아프리카까지 지배하던 시기에는 주로 그리스 로마신화 속 이야기나 황제, 용감한 장군 등을 묘사. 그림은 물론이고 동상, 신전의 장식 등. 그런데 로마 제국이 점차 약해지기 시작한 4세기 무렵부터 기독교가 로마 세계로 빠르게 들어옴. 이때부터 기독교 미술 시대 또는 중세 미술 시대. 이때는 왕보다 교황이 더 큰 힘을 가진 시대. 예술가들은 신앙의 틀 안에서 작품을 만들었고, 특히 성당건축과 그와 관련된 예술이 크게 발달. 이 시대 건물들의 특징은 둥근 돔 지붕, 천국을 소망하는 높고 뾰족한 탑, 수 많은 창문들, 그리고 벽과 창문을 빼곡하게 장식한 프레스코와 모자이크,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터키에 이스탄불에 지금도 남아 있는 성소피아 성당은 이 시대의 최고의 건축물.

 

 

신에서 인간으로, 휴머니즘 운동

종교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지만, 인간은 늘 자유를 꿈꾸는 존재. 십자군 전쟁을 계기로 동서양을 넘나드는 무역이 커지면서 좀 더 넓은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인간의 삶에 눈을 뜬다. 인간주의적 교양을 추구하는 휴머니즘 운동.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변화하기 시작. 이 시기를 르네상스, 르네상스는 무슨 뜻일까? ‘다시 태어남. 재생.

학자들은 르네상스가 매우 큰 성과로 천 년이 넘도록 신에게만 충성을 다한 유럽 문화를 인간 중심으로 바꾸고 고전 문학을 재발견한다. 르네상스라는 말은 현대에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가 다시 일어나 경제 발전을 이루었을 때에 한강의 르네상스라고 했다. 미국 뉴욕의 가난한 흑인 동네에서 재즈 음악을 중심으로 예술이 활발하게 퍼져나갔을 때 할렘 르네상스라고 했다.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 예술가들이 천국과 지옥, 천사와 악마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서 사진의 생각과 상상을 마음껏 표현하기 시작.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새로운 기법을 실험하면서 다양한 시도.

 

 

미술에도 유행이 있다

인간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것, 개인의 창조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연을 재발견하는 것 등.

 

 

계속 바뀌어 가는 미술 기법들

예술 세계도 다른 물결이 밀려왔다 다시 흘러가곤 합니다. 17세기부터 남성적이면서 과감한 표현이 두드러진 바로크 양식과 화려하기 그지없는 로코코 양식이 등장합니다. 바로크는 포루투칼 어 비뚤어진 진주또는 프랑스어의 이상하고 괴상한이란 뜻이고, 로코코는 에스파냐어 귀족과 부자들을 위한 예술이라고도 한다. 사실주의, 완벽한 소나무가 아니라 자신이 가장 인상적으로 소나무를 느낀 그 순간, 그 상태를 그리는 것. 그래서 인상(印象)주의 인상이 좋다.’ 또는 첫인상이 싫다.’

 

 

인상파,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그리다

빈센트 반 고흐는 드라마 같은 고흐의 삶은 감정이 풍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이란 작품의 제목에서 따와 그대로 사용하며 자신들을 스스로 인상주의 화가인상주의는 화실이나 집 밖으로 나와서 세상을 그리는 걸 더 좋아했다. 종교적인 빛 보다, 더욱 눈부신 현실의 밝은 빛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밤의 빛이건, 낮의 빛이건 빛을 통해 발견하는 사물의 새로운 느낌, 그래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은 인상주의 여행의 필수 코스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살아서 움직이는 별빛, 춤추는 밤하늘, 끝없는 우주를 가로지르는 듯한 별들의 움직임, 그리고 그 밤하늘과 별들을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자신의 뛰는 심장을 그대로 표현. 고흐의 밤하늘은 어둡고, 조용하고, 무섭고 정지되어 있지 않다. 우주 속에서 쉼 없이 움직이고,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 밤이며, 밤의 태양이 살아 있는 모든 생명 들을 축복하는 듯 활기차다. 인상주의의 자유로운 빛과 색의 표현은 매우 혁명적

 

 

하나밖에 없는 화가 자신의 개성을 담다

인상주의는 1900년대로 들어서면서 표현주의라는 새로운 기법. 표현주의는 말 그대로 사진 찍는 것처럼 그대로 그리지 않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게 그림을 그린다. 그러니까 올리브 나무를 그린다면 그 나무를 바라보는 자신의 감정, 슬픔이나 기쁨, 공포나 즐거움 등이 그대로 드러나게 그린다. 단순한 올리브 나무가 아니라 이상한 물체로 표현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들은 점점 더 솔직하고 대담하게 그림을 그렸다. 종교나 정치, 돈 그리고 암의 비판이나 칭찬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느끼는 것에 가장 충실하게 작업했다. 이런 정신은 예술을 다양하게 발전시켰다.

 

 

피카소의 입체파에서 팝아트까지

입체파Cubism,큐비즘피가소 <아비뇽의 처녀들>, <게르니카> 이제껏 어느 누구도 시도하거나 상상하지 못했던 기법으로 사람과 사물을 표현. 세모난 얼굴, 네모난 몸, 두 개의 얼굴. 예술이란 이처럼 상상의 힘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분야.

우리 삶과 일상생활에 친숙한 작품을 그리워하게 됨 이런 심리에 맞추어 등장한 것이 팝아트. 음료수병, 통조림통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들의 이미지를 작품으로 재탄생. ‘착시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개성과 정신을 담은 작품을 창작하는 걸 더욱 간절히 소망. 순결한 창작정신, 위대한 예술혼이 인간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발전시킴.

 

 

동양철학은 어떻게 싹을 틔웠을까?

공자의 가르침을 담은 <논어>

노장 사상,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아라

노장 사상’, 노자가 사회와 정치의 개혁을 강조했던 반면에 장자는 인간 내면에 대해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모두 반 유교적이라고 할 수 있어서 형식적이지 않으며 체면 같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내가 생긴 그대로 겉치레하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사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사상. 그래서 진정으로 마음의 자유를 누리라고 가르친다.

 

 

마음의 눈으로만 보이는 인간의 영혼

만약 인간 세계에 철학이나 종교가 없었다면? 우리는 참으로 삭막하고, 때로는 무자비하며, 심지어는 동물 같은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철학은 문학과 예술의 바탕이다. 도는 과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의 기둥이자 신학의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철학은 사람의 삶이기도 하다. 깊은 산골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라도 자연 속에서 욕심 없이 생활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지 깨닫는 거다. 그러나 이런 경우 훌륭한 깨달음과 아름다운 정신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줄 수가 없다. 철학적 바탕이 없는 작가는 그저 매끄럽게 글은 잘 쓰나 작품 속에 감동을 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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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골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라도

자연 속에서 욕심 없이 생활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지 깨닫는 거다.’

 

깊은 산골이라? 어느 곳이 깊은 곳인가?

속리산인가, 계룡산인가, 묘향산인가.

높아도 높지 않고, 깊어도 깊지 않다.

내 마음이 가 있지 않으면, 어느 곳도 높지 않고 깊지 않다.

어린이 인문학이라,

어린이 마음, 과연 어린이는 순수할까.

어린이도 딜이 있고, 갈등이 있다.

본능 일게다.


'위로'

위로는 셀프다.

深淵의 깊은 곳을 찾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정된 나를 찾자.

 

 

 

 

 

 

 

치마저고리의 욕망

이민주 지음

문학동네

 

  조선 여성, 패션에 눈뜨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 정약용(1762~1836)도 의복의 쓰임을 하나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채(文彩)를 만들어 몸을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영조 때의 대학자 성호 이익(1681~1763)은 성호사설에서 부인이 옷을 입는 것은 오로지 고운 맵시를 귀하게 여겨서 가는 허리를 남에게 자랑하려고 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시대. 시대는 다른 말로 타이밍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옷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촌스러운 옷, 혹은 특정 소수를 위한 전위적인 옷이 된다.

18세기 조선에서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원했던 사람들은 누구일까? 바로 기생이다. 사대부의 첩이 되길 갈망했던 기생의 패션 스타일은 어떻게 하면 남성의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것은 충분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으로 가릴 것인가

인간의 욕망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식욕과 색욕이다. 예기에서는 마시고 먹는 음식과 남녀 간의 사랑은 사람의 가장 큰 욕망이라고 했다.

성호 이익은 인간의 색욕이 금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비난했다. 가축도 서로 혼란스럽게 관계를 맺지 않고 정해진 짝이 있어, 분별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집에 처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다른 집에서 간음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소나 양 같은 것들도 새끼를 배면 짝짓기를 그만두는데 인간은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짝을 택할 때에도 인간은 젊고 예쁜 것만을 취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남녀 할 것 없이 서로 어울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색을 즐기기 때문이다.

인간은 노출로 인한 수치심 때문에 옷을 입고, 생식기능을 보호하려는 본능 때문에 성과 관련된 신체 부위를 숨긴다. 그런데 관습적으로 가리는 신체 부위는 이성으로 하여금 강한 성적 매력을 느끼게 하고 오히려 지속해서 성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이 옷을 입는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성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신체 부위로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패션은 노출과 은폐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으며, 신체를 부분적으로 또는 단계적으로 드러내거나 숨기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얇고 가벼운 옷감을 이용하거나 옷을 몸에 딱 붙게 하여 신체를 드러내는 것은 맨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보다 훨씬 섹슈얼리티를 강조하는 방법이다.

짧아지고 작아진 저고리 - ‘창피하다.’라는 우리말이 있다. 이는 옷에 띠를 매지 않은 모양을 일컫는다고 했으니 옷에 띠를 매지 않았다면 반드시 풀어헤친 모습일 것이다.

 

 

젊음의 상징, 가슴 - 유방은 여성에게 주어진 최고의 성적 무기이자 쾌락과 생식 능력의 상징이다. 17세기 중반, 빗장뼈와 가슴의 골을 드러낸 라인은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에서 유행했고, 여성의 가슴은 젊음과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었다.

송수거사의 <미인도>을 보자 치마와 연결된 넓은 치마허리가 저고리 밑으로 허리선 부근까지 닿아 있다. 그러나 살짝 가슴이 보인다. 특히 왼쪽 겨드랑이 아래로 늘어뜨린 붉은색 안 고름은 가슴으로 시선을 유도한다. 가슴을 숨기려 했는지 드러내려 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붉은색 안 고름과 함께 살짝 드러난 속살은 노골적으로 드러낸 가슴보다 섹시할 뿐 아니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속살이 보일락 말락 하는 길이의 저고리와 움직임에 따라 흘러내린 치마허리가 의도하지 않은 듯 계획된 가슴 노출을 불러온 순간이다. 작자 미상의 <미인도>에서 저고리 틈으로 드러난 진분홍색 젖꼭지는 젊음을 상징하며 치마 위로 불거져 나온 유방은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보다 성적 매력을 훨씬 더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탱탱하고 둥근 가슴은 여성성을 표현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모든 남성이 이러한 스타일을 곱게 본 것은 아니다. 이덕무(1741~1793)는 저고리를 보고 요사스럽다 하여 요복(妖服)’이라 평했다. ‘자는 아리따울 요자이면서 동시에 괴이할 요자다. 그러니 누가 입느냐에 따라 저고리는 아리따울 수도 있고 요사스러울 수도 있다.

 

 

청장관전서에서 이덕무는 옛날에는 여자의 옷을 넉넉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시집올 때 입었던 옷을 소렴(小殮)할 때 쓸 수 있었다 한다.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새로 생긴 옷을 시험 삼아 입어보았더니, 소매에 팔을 꿰기가 몹시 어려웠고 한번 팔을 구부리면 솔기가 터졌으며, 심한 경유에는 간신히 입고 나서 조금 있으면 팔에 혈기가 통하지 않아 살이 부풀어 벗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소매를 째고 벗기까지 하였으니 어찌 그리도 요망스런 옷일까. 대저 복장에 있어서 유행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두 창기(娼妓)들의 아양 떠는 자태에서 생긴 것인데, 세속 남자들은 그 자태에 매혹되어 그 요사스러움을 깨닫지 못하고 자기의 처첩에게 권하여 그것을 본받게 함으로써 서로 전하여 익히게 한다.

성호 이익은 여인들의 의복 변화를 유행으로 이해하고 감상했다. - 말세가 되니, 부인의 의복이 소매는 좁고 옷자락은 짧은 것이 요사한 귀신에게 입히는 것처럼 되었다.

조금씩만 새롭게 -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한다. 이는 복고(復古)를 의미한다. 그러나 복고는 옛것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옛것을 약간 변화시키는 것이다. 치마는 삼국시대 이후 큰 변화 없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주름치마, 색동치마 다양하구나 - 삼국시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하의는 바지인 고()였다. 하체를 완전히 가려주는 고는 남녀가 모두 입었다. 그러다 여자의 고는 치마 안에 받쳐 입는 속곳이 되었으며, 치마인 상()을 그 위에 입었다.

통일신라 시대에는 신분이 높은 경우 치마를 겹쳐 입었다. 흥덕왕은 사치가 극심하여 법을 어기는 자는 형벌에 처하겠다는 교서를 내린다. “사람은 상하가 있고 지위는 존비가 있어서 그에 따라 호칭이 같지 않고 의복도 다른 것이다.

 

 

치마를 만드는 데 사용한 옷감이 화려했을 뿐 아니라 신분에 맞지 않는 사치가 극심했음을 알 수 있다. 치마를 내상과 표상으로 겹쳐 입는 것은 얇은 직물이 흘러내리는 데 따른 맵시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사랑받는 주름치마 - 가을과 겨울에는 황견으로 된 여덟 폭의 치마를 겨드랑이까지 올려 입고, 특히 주름이 많은 옷을 좋아하여 부귀한 자들의 처첩은 치마를 만드는데 비단 7,8필을 쓴다고 한다. 주름이 많은 폭넓은 치마는 고려 시대에도 널이 유행했다. 서인이 가장 사치할 수 있는 치마의 폭은 속치마 10, 겉치마 12폭이라고 했으니 여자의 치마에 대해서는 법도 관대했던 것 같다. 전단후장형 치마는 16세기 남양홍씨(1534~1574) 파평윤씨 평산신씨 등의 무덤에서 출토되었다.

17세기 후반, 18세기부터는 저고리 길이가 짧아지면서 치마를 가슴 위까지 올려 입게 되어 치마의 길이를 줄일 필요가 없어졌다. 치마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오히려 치마허리를 넓게 달아 짧아진 저고리 아래로 보이는 가슴을 가리는 데 신경을 써야 했다. 결국, 치마허리는 지금의 브래지어처럼 가슴을 가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가슴을 가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1930년경 치마허리에 어깨끈을 달면서 치마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저고리의 길이는 짧아졌고 치마허리는 아무리 넓어도 가슴을 가릴 수 없다 보니 치마를 입는 방법에 변화가 생겼다. 치마허리를 단단히 묶어야 가슴이 보이지 않을 테니 당연히 납작해질 때까지 가슴을 눌렀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는 단 10분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다음 방법은 치마를 걷어 올려 겨드랑이에 끼우는 것이다. 그러나 가슴을 가리기 위한 착장법은 가슴을 가리는 대신 엉덩이를 커 보이게 하여 새로운 스타일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옷은 시각적 효과가 가장 큰 사물 가운데 하나다. 사람이 일반적으로 타인을 인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라고 한다. 우리는 옷을 통해 누군가를 기억하기도 하고, 유니폼을 통해 소속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조선 시대에 어떤 깃을 단 저고리를 입었는가 또는 어떤 모자를 썼는가는 소속을 알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단서였다.

버들잎 같은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 - 허리에 둘러 입던 치마의 디자인이 다양해지고 저고리가 점점 짧아지면서 허리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여성의 허리는 패션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여자는 자고로 허리가 가늘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는 허리는 여성미를 대표한다. 옷을 만드는 데에서도 허리를 강조하려면 엉덩이를 부풀리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서양에서는 허리를 강조하기 위해 코르셋을 만들었다. 16세기에는 치마를 부풀리기 위해 만든 속치마인 파딩게일이 유명했다. 이는 철사나 고래수염, 등나무 등의 고리를 여러 단 엮어 만들었는데, 스커트의 밑단까지 넓게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17세기 말 바구니라는 뜻으로 이 역시 철사나 고래수염, 등나무 등으로 테를 만들고 허리에 끈을 묶어 여미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의복 형태는 여성의 몸가짐, 매너 등에 영향을 주었고 여성의 속옷은 여성미와 정숙의 상징이 되었다. 속옷은 또한 도발과 유혹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남성에게 위협을 당했을 때 여성은 코르셋의 살대를 꺼내 자신을 방어하는 무리고 사용했다. 코르셋이 엉덩이로 여성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남성들의 성욕을 자극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엉덩이를 어떻게 부풀렸을까? 조선 후기 여성들은 치마를 껴입음으로써 차체를 강조했다.

 

 

은폐는 또 다른 노출 - 때로는 그래도 드러내기보다 과장되게 가림으로써 신체의 특정 부위에 대한 관심을 더 크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은폐는 또 다른 노출이다.

겹겹이 껴입은 속옷 - 사실 속옷을 여러 겹 입었을 때 겉으로 표현되는 실루엣은 오히려 치마를 넉넉하게 부풀려 여성성을 극대화한다. 저고리 안에 적삼을 입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의는 어떠한가? 여섯 벌의 하의를 껴입었다.

 

 

그럼 속옷의 종류를 살펴보자, 하의로 맨 안쪽, 살이 닿는 부분에 입는 것은 지금의 팬티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다리속곳이다. 다리속곳은 크기가 큰 속옷들을 자주 빨아 입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이는 계절에 상관없이 흰 목면으로 만들었으며, 홑겹으로 된 긴 감을 허리띠에 달아 찼다. 그 모양은 사다리꼴을 이루며 가랑이 아래 안쪽은 한 겹을 덧대어 두 겹으로 구성했다. 다리속곳 위에는 속속곳을 입는다. 속속곳은 속녀의로 단속곳과 같이 바지통이 넓은 속옷이다. 이 위에 바지통이 좁은 속바지를 입는다. 속바지 안에 바지통이 넓은 속속곳을 입어 속바지가 부풀려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 위에 다시 단속곳을 입음으로써 도 한 번 부풀려진 속옷이 그 형태를 유지하면서 엉덩이 주변을 커 보이게 한다. 이때 단속곳은 치마만큼이나 좋은 옷감을 사용한다. 치마를 걷어 입을 때 보이는 것이 바로 단속곳이기 때문이다.

 

 

이들 속곳들은 치마를 부풀리는 용도인 동시에 치마를 걷어 올렸을 때는 겉옷의 역할도 했으므로 세탁 후 쟁을 쳐서 입었다. 쟁은 풀을 먹여 반반하게 펴서 말리거나 다리는 것으로 쟁을 친 옷감은 때가 덜 타기도 하고 광택이 나서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무족치마다. 무족치마는 모시인 저포(苧布) 여러 폭을 이어붙인 후 각각 다른 길이의 치마를 3, 5, 7, 9층 등 층층으로 허리에 달아 만든다. 풀을 먹이고 다듬이질을 한 무족치마는 치마를 부풀리는 데 자주 효과적이었다. 무적치마는 궁궐 밖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무족치마 위에는 대슘치마를 입는다. 대슘치마는 풀 먹인 모시를 이어 만들고 밑단에 4센티미터 너비의 창호지 백 비단을 붙인 치마로 백 비단에도 풀을 먹여 빳빳하게 만들면 겉에 긴치마를 입었을 때 치마를 넓게 펴지게 하는 효과를 낸다,

 

 

조선 시대 여인들은 여름에는 모시나 베를 사용했다. 모시나 베는 뻣뻣하여 밖으로 뻗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치마를 부풀리는 데 적합했다. 또 누비를 활용하기도 했다. 누비는 간격과 솜을 얼마나 두느냐에 따라 부푸는 느낌이 달라진다.

누비는 날씬해 보여야 하는 곳과 넉넉해 보여야 하는 곳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누비의 매력이다. 속바지나 단속곳을 누빌 때 윗부분은 굵게, 아랫부분은 가늘게 누비면 엉덩이 부문을 더 강조할 수 있다. 모두 서양의 페티코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월하정인>은 여인은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그런데 그림 속 여인은 얼굴을 가렸어도 속옷은 드러내놓고 있다. 속옷을 드러내는 것이 이미 하나의 패션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당시 여성들이 속옷의 다양성과 장식성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데 거침없었음을 보여준다.

기생은 내외법 때문이라 장식 목적으로 쓰개 류를 사용했다. 이는 자신의 얼굴을 타인에게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었으니 숨기기를 통해 타인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려 했다.

흰색의 넓은 치마허리를 이마 위에 둘러써서 얼굴을 가리는데 시선은 오히려 얼굴로 집중된다. 거기엔 내 얼굴 한번 봐달라는 은근한 표현이 담겨있다. 장옷도 이런 혐의를 벗기 어렵다. 17세기까지 장옷은 여성이 포로 착용했다. 소매의 겨드랑이 밑에는 당()이라는 삼각형의 작은 무가 달려 있다. 신체의 움직임이 많은 곳이나 트인 부분에 작은 삼각형, 사다리꼴, 마름모꼴, 사각형 등의 당을 덧대러 활동과 착용이 편리하도록 했다. 당은 실용적인 목적에서뿐 아니라 장식적인 요소로도 활용되었다.

 

 

 

 

숨은 욕망 앞으로

하후상박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이 신분을 초월하여 여성들 사이에 유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생이야 그렇다 쳐도 누구보다 정숙을 강요받았던 반가 부녀자는 물론 먹고살기 바빴을 서민 여성까지 하후상박 스타일을 선호했다.

 

 

몸값 좀 올려보자 - 남의 시선을 끌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누구나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즉 타인과 달라 보이고 싶은 것이다. 특히 기생이 그러한 욕구가 강했다. 직업상 남들 앞에서 돋보여야 했고 기생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 양반의 첩이 되려면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했다. 특수한 신분, 그들에 대한 복식 특혜는 사회적으로 낮은 그들의 신분 지위에 대한 보상 역할을 했으며, 그럼으로써 그들은 옷을 통해 자기과시를 할 수 있었다.

기녀의 비단옷은 홍색, 녹색, 황색, 감색 등의 원색을 많이 사용하여 화려했고, 기녀에게는 가죽신과 금, 은 구슬 옥 등 악종 장신구도 허용되었다. 그렇지만 반가 부녀자에게는 허용된 겹치마와 삼회장저고리 등의 착용은 여전히 금지되었다.

 

 

조선 시대 천역 사노비, , 백정, 무당, 광대, 상여꾼, 기생, 공장이 있었다. 기생은 팔천 중 하나였지만 사대부와 교제할 수 있었으며, 합법적으로 남성의 접근이 허용된, 미모와 재주가 뛰어난 연예인으로서 자연히 남성사회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평생 남자들의 노리개와 같은 인생을 살다가 가치가 없어지면 냉혹하게 버림받는 비운을 감수해야 하는 묘한 신분이기도 했다. 따라서 대부분 기생은 일반인으로 살고 싶어 했으며, 벼슬아치의 첩이 되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생각했다.

기생에게 몸은 곧 자산이다. 기생은 인격체가 아니라 판매되는 물품이다.

기생은 천인이지만 복식에서는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 갖은 속옷과 함께 화려한 비단옷을 입었는데, 차체를 장식한 비녀와 금봉채, 패물을 단 노리개는 기생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충분한 수단이었다. 허리를 졸라 동여맨 몸매는 남성들의 성적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춘향전에 나오는 기생의 모습 : 명월이는 나군자락을 거듬거듬 걷어다가 세요흉당에 딱 붙이고 아장아장 들어오고, 다음으로 도홍이는 홍상자락을 걷어 안고 아장아장 조촘조촘 걸어들어오고, 연심이는 나상을 걷어 안고 비단 버선과 수놓은 신발을 끌면서 아장아장 걸어 가만가만 들어온다.

나도 여자라오 - 아름다워지려는 욕망은 여성의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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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사이 그림이 있어 보는 재미가 좋았다.

이런 책은 읽지 않고 눈요기로 봐야 더 재미있다.

돋보기를 들이대고 보는 나로서는 조금 감질이 났지만, 그래서 더 은밀한 엿보기의 효과가 극대했던 것 같다.

~ 옷 잘 입어 나의 여성성을 살리고 싶다.

그런데 누가 나를 여성성으로 봐 줄까?

 

, 봄이다

여성성의 패션으로 외출하여

, 봄을 누려보자.

 

 

 

 

 



나무 열전

강판권 지음 / 글항아리

 

  1> 숲을 바라보며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권상요목(勸上搖木) 나무에 오르게 하고 떨어뜨림. 부추겨놓고 낭패 보게 함

관목(灌木) 키 작은 나무 - 크고 작은 존재는 상대적이고, 상대와 협력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나처럼 키 작은 사람이 있어야 키 큰 사람이 돋보입니다. 그러니 키 큰 사람이 나보고 키 작다고 핀잔한다면 곤란하지요. 키가 크고 작은 게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키에 맞게 살아가는 게 중요.

교목(喬木) 키 큰 나무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그러나 태산의 정상에는 키 큰 나무가 없다. 아주 높은 산에는 키 큰 나무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고 싶어도 바람과 비를 견딜 수 있어야겠다. 사람도 아주 높은 곳에 올라가면 산소부족으로 살 수 없지만, 나무도 무한정 놀이 자랄 수 없다. 오히려 높은 산 정상에선 키 작은 나무가 잘 견딘다.

교송지수(喬松之壽) - 큰 소나무의 수명처럼 오래 사는 것을 말함.

() () 뿌리 나무를 가장 잘 기르는 방법은 나무의 본성을 잘 알아 심는 것, 중국 당나라의 유종원 종수곽탁타전, 불교에서는 타고난 성질과 재능을 근기(根器)라고 함.

나무의 뿌리는 삶의 근본(根本)이자 근원(根源)이다. 근원은 나무뿌리와 물이 흘러나오는 곳. 사람에게 근본은 조상이다. 조상 중에서도 양반이다. 그러나 모든 존재는 처음부터 고귀한 존재다. 모든 나무도 고귀하다. 그래서 모든 생명체는 고귀한 존재이고 존중의 대상이다.

뿌리를 의미하는 또 다른 한자는 주(). 뿌리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나무의 뿌리처럼 변화에 둔감한 사람을 주수(株守)라 한다. 이는 구습(舊習)만 고수해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일컬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주 글자는 주식입니다. 주식은 곧 자본(資本)이자. 자본은 곧 뿌리와 같아서 붙인 것.

간지(幹枝) 줄기와 가지 나뭇가지가 뻗는 곳이 동남쪽. 나무와 연결되어 동쪽은 주인이 앉는 곳, 서쪽은 객이 않는 곳. 서원과 향교에서 양반은 동재, 평민은 서재에서 공부. 후계자인 태자가 거처하는 곳을 동궁(東宮) 혹은 춘궁(春宮). 동궁을 목정이라 하기도 한다. ‘나무의 바름나무는 곧은 것이고, 국가를 짊어질 태자도 나무처럼 곧아야 함.

巢林一枝 - 새가 둥지를 틀 때에 쓰는 것은 숲 속의 많은 나무 중 단 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작은 집에 살면서 만족함을 의미.

연리지(連理枝) -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서 결이 통한다. 화목한 부부 또는 남녀.

능간(能幹) - 일을 잘 감당해나갈 만한 재주와 능력

所幹 - 볼일

主幹 - 일을 주장하여 맡아 처리함, 혹은 그 사람.

楨幹 -나무의 으뜸이 되는 줄기로, 사물의 근본을 이르는 말

() 담쟁이덩굴의 잎은 건물의 벽면을 푸른 초원지대로 바꾸어 놓는다. 건물은 지상의 길을 끊어내고 막다른 골목을 만들지만, 나무는 건물을 넘어 계속 이어지는 길을 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 나뭇잎을 주어, 책 속에 넣어 말려 시 같은 것을 써서 친구나 애인에게 준 경험이 있다. 이게 바로 엽서(葉書).

오동일엽(梧桐一葉) - 잎이 떨어지는 것을 아는 사람은, 잎 떨어지는 것을 통해 세상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사물의 변화를, 생명체의 변화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다. 생명체의 변화를 알지 못하면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뭇잎 하나로 인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떡잎부터 알아본다.)

-고려사에 나오는 것처럼 화훼(花卉)는 일반적으로 풀꽃을 의미한다.

중국본토를 과장해서 부를 때 화하(華夏)라 한다. 중국인은 자기 민족 외의 민족은 오랑캐로 폄하(貶下). 그들은 화와 이()로 구분하는 화이관념을 지녔음.

꽃은 누구나 아름답다고 생각. 꽃이 피니 번성하다.’ . 남의 편지를 높여 화한(華翰)이라 함. 나이 61세를 때론 화갑(華甲).

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로 되돌아 달릴 수 없다. 누구나 꽃 같은 華顔을 꿈꾼다.

꽃은 좋은 의미만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자. 꽃향기, 花氣가 지나치면 오히려 화를 부른다. 꽃과 버들은 노는 여자를 말한다. 노는 계집 사회를 화류계(花柳界) 성병을 화류병(花柳病).

어느 시인은 말한다. “모든 꽃봉오리는 피어서 버려지는 것이라고, 꽃봉오리는 그 자체로 완결된 미학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만큼 닫힌 입술은 매혹적이다.

花札 - 고스톱을 한자어로 화찰이라고 한다.

 

 

2 > 숲에서 줍는 한자

공작 벼슬을 얻은 소나무 소나무의 송자는 나무의 公爵이라는 뜻. 중국의 진시황제가 소나무 송자를 만들었음. 껍질이 붉은 소나무 春陽목이라 함. 송림(松林)을 술수펑. 소나무 숲에서 보는 사람은 솔솔바람일까요.

해송 곰솔, 곰솔은 검다는 뜻. 흑송(黑松)이라고도 함. 바닷가에서 사는 소나무 껍질이 검은 것은 햇볕을 많이 쬐었기 때문.

소나무 중에는 껍질에서 우윳빛이 나는 백송(白松) 우리나라에서는 백송이 드물지만, 중국에는 흔하다. 조경수로 즐겨 심는 반송(盤松)은 쟁반처럼 생김. 잎이 다섯 갈래인 소나무는 바로 잣나무. 잣나무를 우리나라에서는 백(), 잣나무는 하나의 잎이 다섯 갈래라서 오엽송(五葉松)이라 부름. 송화 솔방울. 송자(松子)-열매에 아들 자()를 붙이는 것은 아들, 즉 남자 혹은 수컷이 자식을 낳는 를 가지고 있기 때문. 송진(松津)을 송지(松脂).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지배할 때 소나무의 기름으로 비행기를 운행했음. 진 빠진 소나무의 심정은, 사람도 진 빠지면. 소나무 기름에서는 진한 향기가 납니다. 松香.

소나무 잎, 즉 솔잎은 늘 푸르지만 2년마다 잎을 갑니다. 늘 푸른 소나무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를 송충(松蟲) “송충이는 솔잎을 갉아 먹어야 한다

솔잎을 깔고 만든 떡을 송편,

늘 푸른 소나무를 곧은 절개에 비유, 송백(松柏)은 절개, 송백(松柏)지조. 시경 세한도.

 

 

()

매우(梅雨) 매림(梅霖), 장마 기간. 황 매우, 매실은 비를 맞으면서 익어가는 셈. 매실이 너무 많이 익으면 독이 생긴다. 씨앗은 후손을 남기는 종자이기 때문에 누군가 침범하는 게 본성. 매독(梅毒).

꽃이 먼저 피는 것은 무엇보다도 열매를 먼저 맺겠다는 의지. 꽃이 먼저 피는 나무는 꽃이 바람에 잘 견딜 수 있도록 땅으로 향하도록 한다.

매화는 일찍 피기에 早梅, 추운 날씨에 피어서 冬梅, 눈 속에 피기에 雪中. 매화를 볼 수 있는 음력 2월을 梅見月.

중국 송나라 임포(林逋)는 절강의 서호에서 처자식 없이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면서 살았다. 그에게 매화는 아내요, 학은 자식이었다. 그래서 풍류를 즐기는 이러한 삶을 흔히 매처학자(梅妻鶴子)라 한다.

선비들이 매화를 군자의 상징으로 매화에 매화 정신이 있다고 생각. 매화 정신, 梅魂梅君이라 부름. 매군은 매화를 자네 혹은 군자에 비유한 말.

탐매(探梅) - 매화 핀 경치를 찾아 구경함. 관매(觀梅)

빙혼(氷魂) - 매화를 달리 일컫는 말

빙자옥질(氷姿玉質) - 뛰어난 인재. 매화의 다른 이름

암향소영(暗香疎影) - 그득한 향기와 성긴 그림자. 매화를 말함

매자십이(梅子十二) - 매화나무는 심은 뒤 12년 만에 열매를 맺는다

망매해갈(望梅解渴) - 매실은 시어 보기만 해도 침이 돌아 갈증이 해소된다.

매천(梅天) - 매화나무의 열매가 익는 유월이나 칠월의 비 오는 하늘.

 

 

() 서쪽으로 기운 측백나무

다른 나무는 모두 나무의 방향이 동쪽으로 향했지만, 측백은 서쪽으로 향했다. 중국 사람들은 측백나무를 성인(聖人)의 기운을 받은 나무로 생각해 주나라 때 측백나무를 제후의 무덤에 심었다. 당나라 무제는 측백나무를 5품 대부에, 한나라 무제는 선장군에 비유했다. 측백나무를 백엽수(柏葉壽) 즉 장수를 일컫는 말. 백엽주(柏葉酒) 잣나무 잎을 담가서 우려낸 술. 백자당(柏子糖) 잣으로 만든 엿.

 

 

, 씨앗이 개를 죽이는 살구나무

살구꽃이 피는 마을, 즉 행화촌을 술집’.이라 부른다. 중국 당나라 시인 杜牧(두목) 시 청명(淸明)에서 유래.

청명 날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 길가는 행인이 너무 힘들어/ 목동을 붙잡고 술집이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 손들어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살구꽃이 만발한 술집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비를 만나면 운치가 더할 것입니다. 이때 내리는 비를 바로 행화우라 한다. 비가 내리면 살구 꽃이 비처럼 떨어질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 과거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공식행사나 환영행사에 참석하는데 장안의 명승지인 곡강가의 살구나무 꽃이 있는 행원이었다. 그래서 살구나무를 급제(及第)라 부른다. 중국 춘추 말 공자도 살구꽃이 필 즈음 제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일종의 야외수업이다. 공자가 살구나무 단에서 제자를 가르친 곳을 행단(杏亶)이다. 비가 올 때 살구가 떨어지면 비를 맞으면서 살구 열매를 주워 먹다 배탈이 나기도 하는데 그게 바로 살구배이다. 어린이는 배를 어머니 손에 맡겨놓은 채 처마에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면서 잠이 든다.

 

 

(), 껍질이 귀신 같은 회화나무

비슷하지만 같지 않은 것을 사이비(似而非). 사이비는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 회화나무의 한자는 괴이지만 우리는 이 나무를 회화나무, 혹은 줄여 홰나무.

 

 

(), 향기나는 향나무

향나무는 자신의 몸을 불사를 때 진한 향기를 낸다. 향나무는 향기가 아니라 자신을 죽이는 자에 대한 저주의 물질을 뿜어내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향나무에서 나는 향이 하늘까지 닿는다고 믿었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기원전 1500년경부터 종교행사나 악령을 없앨 때 향을 피웠다. 향 피우는 그릇을 향로(香爐). 우리나라 산 중에는 향로봉(香爐蜂)이 적잖다. 모두 불교와 관련한 이름. 향나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불교사찰, 향을 많이 피우는 절을 香刹. 부처께 서약할 때는 향을 피우면서 해서 그런 마음을 香火情 이라 한다. 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있는 것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을 준다’. 불교에서는 향나무처럼 향기가 나는 곳, 香國을 극락이라 여김. 옛날 귀족들은 향나무로 만든 수레인 香車, 향가는 지금의 고급승용차에 해당. 때론 향거를 아름다운 수레로 풀이. 香冠 아름다운 관香雨, 좋은비. 香雲, 향기나는 구름이지만 꽃이 많이 피어 있을 때. 홍콩을 한자로 香港. 常香, 불전에 그치지 않고 태우는 향.

 

 

(), 가시가 많은 대추나무

대추나무를 한자로 대조(大棗), 대조에서 대추. 산에서 자라는 멧대추는 열매가 아주 작음. 대추 열매가 익으면 棗紅. 撫棗(무조) 혼례에서 시아버지가 새 며느리의 폐백대추를 받음.

 

 

(椿), 가죽나무, 봄에 햇볕을 받아 싹이 올라오는 참죽나무

참죽은 진짜이고, 가죽은 가짜이다. 나무에 무순 진짜와 가짜가 있겠느냐만, 사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은 진짜이고, 그렇지 않으면 가짜라 한다. 식용관점에서 보면 먹을 수 있으면 진짜, 먹을 수 없으면 가짜이겠다. 참죽나무의 한자를 장수와 관련해 椿年, 椿壽, 椿齡. 椿府丈,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용어.

 

 

, 산에서 자라는 돌배나무

장미과에 속하는 배나무. 하얀 배꽃을 梨花. 배나무의 하얀 꽃은 눈과 같아서 梨雪. 잎 떨어지는 키 큰 배나무 동산을 梨園, 이원의 원은 담이 둘러싼 모습을 뜻함. 중국 당나라 현종은 배나무 동산에서 俗樂을 익히도록 했음. 속악을 다루는 배우를 이원 혹은 이원제자. 배나무 열매, 梨實은 가을에 익으면 약간 검은 색을 띰. 배나무 열매를 닮은 검은 반점. 노인들의 피부에 검은 반점 같은 것, 이른바 저승 꽃梨色. ‘()’은 무릎 꿇은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모양. 이는 남녀의 섹스장면을 묘사함. 이 세상의 형형색색(形形色色)은 한순간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만물은 소유하려는 마음은 곧 번뇌(煩惱)를 낳는다. 모든 생명체는 만물 중 어느 것 하나도 소유할 수 없는 존재. 그저 잠깐 다른 물()과 만나서 헤어지는 존재.

동리(凍梨) - 서리를 맞아 얼어서 사는 배, 또는 그 배처럼 쇠하고 시들어 검버섯이 난 노인의 피부를 비유. 90세의 노인을 달리 이르는 말

아사리() - 제자를 바르게 지도하며 그 모범이 될 수 있는 중.

 

 

, 열매로 점을 친 복사나무

복숭아의 한자는 도실(桃實)이다. 아기의 볼처럼 토실토실. 복사뼈는 뼈 모암이 복숭아를 닮아 붙인 이름. 목젖의 편도는 바로 복숭아를 의미하는 편도(扁桃). 복숭아가 익을 무렵 열매를 따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아 자연스럽게 길이 생기는 법. ‘도리불언하자성혜(桃李不言下自成蹊)’ 복사나무와 자두나무는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길을 만든다는 뜻, 이는 덕이 있는 사람은 무언(無言)중에 다른 사람을 감복시킨다는 의미. 복사꽃을 가장 상징적 무릉도원(武陵桃源), 무릉도원은 별천지. 분홍색을 환상의 색. 정인(情人), 도화절. ‘핑크빛 사랑중국 동진 도연명 도화원기(桃花源記)’. 옛날 선비들은 복사꽃이 만발한 곳에서 도화주를 마시면서 무릉도원을 만끽. 사람들은 한때 복사나무가 무성했던 곳에 소를 풀어놓고 지냈다. 그래서 소를 桃林處士’. 복사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색으로 桃色. 도색은 성적인 측면을 강조할 때 사용. 도색잡지(桃色雜誌)로 성적으로 음란한 내용을 담은 잡지. 복사꽃에서 욕정을 느끼나 보다. 복사꽃은 아름다움을 상징. 복숭아가 여자 성기를 닮았기 때문. 도홍(桃紅) 이백(李白), 즉 복숭아꽃은 다홍색이고, 자두꽃은 희다는 말은 곧 미인을 의미. 기생 이름을 대표하는 홍도(紅桃). 복숭아꽃을 여자의 혼기. 여자의 혼기를 도요(桃夭). 도요의 요는 젊다’.

복사나무의 위력은 그 자체로도 위대하다. 아 나무는 선인의 나무, 仙木이다. 신맛이 나고 惡氣가 있어 사특한 기운을 물리쳤기 때문. 복사나무는 부적 역할을 했다. 복사나무 부적을 桃符라 한다. 복사나무는 가시가 없으면서도 귀신을 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무다.

복사꽃이 피면 비가 오고 눈이 녹기 시작. 그래서 복사꽃이 필 무렵, 강물이 불어나기 시작. 이때 불어난 강물을 도화수(桃花水).

이금심도(以琴心桃) - 그리움을 거문고 소리로 울어 여자의 마음을 움직임.

 

 

() (), 신령스런 기온이 내리는 팥배나무

(당산나무 (서낭당), 아가위나무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방법은 많지만, 소통도 그중 하나다. 자연과 사람이 소통해야 하고, 동물과 동물 간에도 소통해야 한다. 시성(詩聖), 두보(杜甫). 진달래 두견(杜鵑).

 

 

(),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버드나무

()(능수버들 천안삼거리), ()(버들강아지 수양버들) 커튼처럼 축 처진 버들가지, 柳線을 보고 있노라면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가슴이 벅찰 만큼 아름답다. 강과 잘 어울림 (도연명 五柳先生).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수양버들 잎은 그냥 아름다운 게 아니라 미치도록 아름답다. 미인의 눈썹을 버드나무 잎에 비유하여 유미(柳眉). 당나라 시인 한유와 백거이의 사랑하는 첩 柳枝. 사랑하는 첩이 (낭창낭창 휘는 허리선) 그만큼 첩이 부드럽고 아름답기 때문. 양치질은 바로 버드나무 가지를 의미하는 앙지에서 유래. 버드나무는 가지만 부드러운 게 아니라 꽃도 솜처럼 가벼워 유서(柳絮)라 함. 버들개지를 다른 말로 서설(絮雪), 버들개지가 눈처럼 희기 때문. 버드나무 꽃을 楊花.

버드나무처럼 부드러운 것은 결국 강한 것을 이기는 법.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柳勝强. 요즘 사람은 몸을 유연하게 하려고 각종 운동을 함. 특히 예나 지금이나 여자들은 버드나무 가지처럼 부드럽고 가는 허리를 꿈꾼다. ‘유요(柳腰).

버드나무로 만든 수레는 유거(柳車), 유거는 아주 폭이 넓은 수레를 의미하기도 함. 이는 키가 큰 버드나무의 특성을 살린 것, 버드나무로 만든 수레는 죽은 바람을 운반하는 영구(靈柩). 버드나무가 있는 못을 유당(柳塘).

풍전세류(風前細柳) 바람 앞에 나부끼는 세 버들. 부드럽고 영리한 사람

李杜韓柳 당나라 이백 두보 한유 류종원 시와 문장으로 유명함

五柳先生 - 도연명

문류심화(問柳尋花) - 화류계에서 노는 것을 비유

한 시에 나오는 초목 1위 소나무도 국화도 아닌 버드나무.

 

 

(), 껍질로 불을 밝힌 자작나무

기름은 불을 밝히는 데 사용. 불꽃이 환하게 타오르면 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바로 화촉(華燭) =화촉(華燭). 자작나무 껍질은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종이 대용. 아주 매끈한 껍질은 글씨 쓰는 데 적합.

화촉지전(樺燭之典) 혼례의 예식 결혼식.

자작나무는 빛의 나무다. 러시아의 카랑카랑한 별빛에 빛나는 자작나무의 숲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은백색은 빛을 튕겨낸다. 마치 빛 가루가 떨어지는 것처럼. 이 빛은 백설(白雪) 위에서 더 화사하다. 아침 햇살 속에서 자작나무의 빛은 튕기지만 저녘 햇살 속에서 자작나무의 빛은 스민다. “비 오는 날, 자작나무 숲을 걸으면 나 같은 바보도 시인이 된다.

시인 백석 <백화(白樺)>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 그리고 감로같이 단심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보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 가지가 부드러운 뽕나무

잠식(蠶食), 누에게 뽕잎을 야금야금 먹는 모양. 점차 침략한다는 뜻. 잠실(蠶室), 잠실은 생식기를 절단하는 궁형(宮刑)에 처할 사람을 가두는 곳. 사마천이 궁형을 당한 뒤 잠실에 유폐되었기 때문. 사마천은 이곳에서 사기를 지음, 그래서 사기를 잠서(蠶書). 사마천은 잠실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온갖 수모를 겪고 누에가 실을 토해내듯 울분을 한 자 한 자 토해냈다.

뽕나무에 잎이 무성할 때 사람이 그곳에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다. 남녀가 뽕밭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음탕한 뜻. 뽕나무는 닥나무의 부모이기에 뿌리桑根로 종이를 만듦.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집 근처에 심은 뽕나무 가지로 창문을 만듦. (상호(桑戶), ‘가난한 집’. 집 근처에 뽕나무를 심는 것은 단순히 심은 자의 세대 소득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손이 득을 보도록 하는 뜻. 즉 상재桑榟는 부모공경을 뜻함. 뽕나무로 만든 위패가 곧 桑主.

 

 

(), 하늘로 향하는 등나무

나무도 잎을 만들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왜 사람은 더위를 피하려고 그늘을 찾고, 그늘을 만들까. 등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기 때문. 등나무 꽃은 당면을 섞어 떡을 만들면 등라병(藤蘿餠).

 

 

(), 밤송이가 주렁주렁 달린 밤나무

밤을 제사상에 올린 것은 밤이 다른 종자와 달리 싹을 틔우고서도 아주 오랫동안 껍질을 달고 있기 때문. 사람들은 밤송이의 이러한 특성을 근본, 즉 조상을 잊지 않는 것이라 생각. 5원 경에 피는 밤꽃 냄새는 (정액냄새)

 

 

(), 나무 중의 우두머리 가래나무

나무 목과 재() 형성문자 우두머리백관(百官)의 우두머리 재상(宰相). 천자의 관을 짜는 것 외에 정치와 문화의 중요한 출판. 전통시대 문자 보급은 지배의 주요수단. 국가를 비롯한 지배층 목판으로 출판. 상재(上梓)라 한다.

아무리 좋은 나무일지라도 훌륭한 목수를 만나지 못하면 빛을 잃는다. 좋은 물건도 주인을 잘못 만나면 쓸모없는 것과 같다. 가장 좋은 나무로 알려진 가래나무를 다루는 목수도 才人. 옛 어른들은 집 근처에 가래나무 혹은 뽕나무를 심어 유산으로 삼았다. 그래서 가래나무가 있는 마을 즉 재리(梓里)를 부모님이 계신 고향이라 한다. (예덕마을)

 

 

(), 가시 돋친 가시나무

가시는 자기를 방어하는 무기화 같다. 가시나무의 가시는 곧 형벌. 형극(荊棘)은 고난, 고통.

중국 동진시대 유명화가인 고개지는 이웃집 아가씨를 사모. 속내를 전달할 수 없었던 그는 그녀를 그림으로 그려, 가시 침으로 가슴을 찔렀음. 이에 묘하게도 고개지가 사모한 아가씨의 가슴에 가시가 박혀 병이 났음. 고개지는 그때를 노려 아가씨 집에 찾아가 낫게 했다. 이를 두고 극침자심(棘針刺心). 부모 잃은 사람의 마음을 극인(棘人), 부모상을 당하여 상중인 사람, 상제(喪制).

가능하면 가시나무는 자신을 다스리는 데 사용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것을 사용한다.

형처(荊妻) 남에게 자기의 아내를 낮추어 이른 말. 중국 후한 때 양홍의 아내 맹광이 가시나무 비녀를 꽂고 무명으로 만든 치마를 입었다는 데서 유래.

일일부득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서 가시가 돋아나도다.

 

 

(), ‘마상이재료로 쓰인 느릅나무

느릅나무는 배의 원료뿐만이 아니라 외부 침략을 막는 울타리로 사용.

상유(桑楡) 저녁해가 뽕나무와 느릅나무에 걸렸다. 해 질 무렵 혹은 노년.

 

 

, 새싹으로 차를 만드는 차나무

사실 엄밀히 말하면 차나무에서 생산한 것 외에는 차가 아니다. 차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로 바뀌었다. 마치 접미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차를 의미하는 한자는 다(). 차나무는 달마대사가 자신도 모르게 졸다가 화가 나서 속눈썹을 찢어 땅에 버린 게 태어난 것이라 한다. 이는 찻잎이 속눈썹을 닮기도 했지만, 차에 잠을 깨우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만든 얘기. 중국 당나라 때 육우(陸羽) 茶經, 차의 성경이요 차의 불경이다. 한잔의 차가 곧 도이고, 도는 곧 일상. 우리 모두 한잔합시다. 喫茶去.

 

 

, 속이 빈 오동

평년에는 열두 개 잎이 나지만, 윤달에는 열세 개 잎이 난다. 동엽지윤(桐葉知閏), 즉 오동잎이 윤달을 안다는 뜻. 梧桐色을 황갈색이라 한다. 오동으로 만든 거문고를 桐君. 북송 때 시인 지사도는 거문고를 예스럽게 이라 자네라는 뜻.

오동은 딸 시집보낼 때 농을 만들기 위해 심기도 했지만, 관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오동으로 만든 관은 桐棺. 벅오동꽃 (나무가지 끝에서 잎이 올라온다 왕관처럼)은 여름에 핌. 음력 7월을 오월(梧月). 초여름에 내리는 비가 오동우(梧桐雨).

사동(絲桐), 거문고의 별칭.

가야금(伽倻琴), 가야금도 오동나무로 긴 공명통(共鳴筒)을 만든다.

봉황(鳳凰),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상상의 새. 오동나무에 깃들어 대나무 열매를 먹고 영천(靈泉)의 물을 마시며 산다.

 

 

(), 평생 더부살이하는 칡

기생할 수밖에 없는 몸을 구부려 사는 삶’. 모든 생명체는 더부살이이다. 한여름 잎 겨드랑에 보랏빛 꽃봉오리가 차례로 벌어지면서 분홍빛과 자줏빛 꽃이 핀다. 꽃 모양도 꼭 콩꽃 같다. 가난한 사람은 칡으로 만든 신발, 즉 갈구(葛屨)를 신었다. 간혹 칡으로 만든 여름 신발로 서리를 밟는 사람도 있다. ‘갈구이상(葛屨履霜), 이는 계절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다니기에 검소함이 너무 지나쳐 인색(吝嗇)하다고 헐뜯는 말. 암칡은 부드러워 먹기 편함. 칡뿌리는 캐서 낫으로 잘라 먹기도 하지만, 집에 가져와 작두로 잘게 잘라 먹는 게 가장 편함.

일구일갈(一裘一葛) 한 벌의 갈옷과 베옷이라는 뜻으로 몹시 가난함을 비유.

과갈(瓜葛) 덩굴이 서로 얽힌 오이와 칡. 혼인으로 이루어진 인척을 이름.

 

 

(), 종이를 만드는 닥나무

닥나무는 부러뜨리면 소리가 나서 붙인 이름. 닥나무의 껍질을 작은 막대기에 묶어 팽이치기하면 딱딱 소리가 나면서 아주 잘 돈다. 종이의 이칭에는 저선생(楮先生) 楮夫子, 楮國公 楮英 楮知白. 종이에 대한 최상급 표현. 저국공은 닥나무가 제후에 해당한다는 뜻. 저영은 닥나무 꽃처럼 아름답다는 뜻. 종이는 글로 밥 먹고 사는 사람에겐 필수품. 붓이 필기도구였던 시절에는 먹도 종이만큼 중요. 저묵(楮墨)은 시문(詩文)을 의미. 돈은 누구나 좋아한다. 중국 사람도 그 어떤 만족보다 돈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돈을 태워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저제(楮祭).

저생전(楮生傳) 고려 때 이참이 지은 가전체 소설. 종이를 의인화한 것.

 

 

(), 홀을 만든 계수나무

달을 계수나무 궁 혹은 굴을 의미하는 계궁(桂宮). 계수나무를 의미하는 계는 나무 목과 홀 규(). 홀은 중국 주나라의 경우 제후가 조회(朝會)나 회동(會同)할 때 손에 지니는 위가 둥글고 아래가 모난 길쭉한 옥을 말함. (노트북 태블릿)이 홀은 천자가 제후를 임명할 때 줌. 상록인 이 나무는 중국에선 남쪽에서 자람. 중국의 남해를 계해(桂海) 계수나무가 많은 곳은 계림(桂林). 녹나뭇과의 계수나무는 아주 따뜻한 곳에서만 자라고, 계피처럼 중요한 향료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함. 계옥지간(桂玉之艱)은 타향에서 계수나무보다 비싼 장작을 때고, 옥보다 귀한 음식을 먹으면 사는 고생을 말함. 이는 곧 서울이나 동경처럼 물가가 비싼 도회지를 말함.

무엇보다 계수나무의 원조 절창은 소동파의 적벽부가 아닐까. “계수나무 돛대와 목란나무 상앗대로 하늘의 밝은 달을 치며 물에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올라간다. 아득하여라, 나의 심회여 하는 저편 끝 아름다운 이를 바라보노라. 소동파는 적막 아래에서 손님과 뱃놀이했는데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오고 물결 한 점 일지 않았다. 한 잎의 갈대 가는 배가 일만 이랑의 아득한 물결을 헤치니 그 정취 또한 가늠키 어렵다. 마침내 술 한잔에 흥취가 도도해지니 생각나는 것은 님이었나보다. 달의 나무인 계수나무 삿대를 손에 쥐고 마치 애무하듯이 달빛을 저었으니 말이다.

 

 

(), 목걸이 구슬 간은 열매 맺는 앵두

앵두꽃이 만발하면 구름같아 앵운. 앵두의 색, 즉 앵색(櫻色), 즉 담홍색. 앵두꽃이 음력 3월에 피어 음력 3월을 앵월(櫻月). 우물가.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음수(陰樹). 동네 우물은 외출이 쉽지 않았던 마을 처녀들이 수다 떠는 장소. 열매 맺는 늦봄에는 물을 기르면서, 익은 앵두를 따 먹곤 했다. 혹 동네 청년을 만날까 봐 물동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살피기도 했다. 아주 예쁜 여자의 입술을 앵두 같다고 한다. 그만큼 도톰한 앵두가 아름답기 때문. 앵순(櫻脣), 앵구(櫻口). 앵구는 미인을 뜻함. 산앵(山櫻), 산벚나무.

 

 

(), 꽃이 줄지어 있는 산앵도나무

산앵도를 의미하는 한자는 체(). 꽃이 줄지어 있다는 뜻. 산앵도나무의 꽃받침은 체악(棣鄂)이다. 체악은 형제를 말한다. 산댕도나무를 형제에 비유한 것은 이 나무의 꽃이 만발해서 아름답기 때문. 형제를 체악지정(棣鄂之情).

 

 

(), 주렁주렁 열매가 많이 달리는 자두나무

옛날 중국 사람들은 매년 정월 초하루와 보름에 자두나무의 열매가 많이 열리길 바라는 뜻에서 나무에 돌을 끼웠습니다. 나무를 시집보내야 자식을 낳는다고 생각했다.

오서(五瑞) - 문인화의 다섯 가지 화제(畵題), 접시꽃, 창포, , 석류, 비파

 

 

(), 바람 타고 열매가 날아가는 단풍나무

나무는 추운 겨울을 잘 견디기 위해 줄기와 잎자루 사이에 떨겨를 만들어 몸체의 일부를 과감하게 잘라버립니다. 참 냉정한 존재이지요. 나무는 살아남기 위해서 탁월한 선택을 하지요. 절대 미적미적하지 않고 기후 변화에 따라 자신의 몸을 보호하지요. 그러니 나무는 혼자서도 살아가는 방법을 잘 터득하는 현명한 존재. ( 캐나다 이민자들의 삶 - 국기 단풍)

 

 

(), 액체로 칠하는 옻나무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예양(豫讓)은 원수를 갚기 위해 몸에 옻칠해서 문둥이처럼 보이게 했다. 이를 칠신위라(漆身爲癩). 원수를 갚기 위해 몸에 옻칠하고 숯을 먹는 칠신탄탄(漆身呑炭). 공자의 고향인 노나라 칠실읍에 사는 천한 부인도 칠흑(漆黑) 같은 방에서 나랏일을 근심했다. 이른바 칠실지우(漆室之憂). 물론 그 누구든 나라 걱정을 할 수 있지만, 부인처럼 할 일 않고 캄캄한 방 안에서 오로지 나라 걱정임 한다면 지나친 일. 분수에 맞지 않게 걱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녀는 나라를 걱정한 나머지 죽었기 때문.

 

 

(), 가시로 시위하는 귤나무

귤화위지(橘化爲枳), 화남의 귤을 회북으로 옮겨심으면 탱자가 된다. 제주도 사람들은 음력 5월경에 피는 귤나무의 하얀 꽃으로 차를 만듦. 이곳 사람만의 독락(獨樂). 귤중지락(橘中之樂). 바둑과 장기에 빠지면 도낏자루 썩는 줄도 모른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뜻.

 

꽃을 안고 주무세요” - 이규보의 <절화행(折花行)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 신부가 꺾어 창가를 지나다 / 신랑에게 미소 지으며 묻기를 /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 신랑이 장난하느라 / “꽃이 당신보다 예쁘구려” / 신부는 그 말에 그만 토라져서 / 꽃을 꺾어 짓뭉개고 말하기를 / “꽃이 저보다 예쁘시거든 오늘 밤은 꽃을 안고 주무세요

신부는 톡 쏘는 가시를 품어 더 아름다운 장미가 되었다.

 

 

() (), 열매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상수리나무

이 세상에 진짜 나무를 의미하는 참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참나뭇과에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 여섯 나무는 각각 특징을 갖고. 있지만 공통점은 열매다.

상수리나무는 아주 크게 자라면서도 구불구불한 모습을 띠기도 한다. 장자에서는 쓸모없는 나무로 등장한다. 고전에 한 번 등장하면 그다음엔 거침없이 그런 의미로 사용된다. 그게 고전의 위력. 상수리나무와 가죽나무를 의미하는 역저(櫟樗)는 곧 쓸모없다는 뜻.

저력지재(樗櫟之材) 가죽나무와 상수리나무 재목이라는 뜻으로 아무 데도 쓸모없는 사람을 비유.

 

 

(), 벼처럼 생긴 대나무

대나무는 처음 긁기가 평생 그대로 유지. 죽순(竹筍)의 굵기가 곧 평생의 몸집. 대나무는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글을 적는 재료. 죽간(竹簡). 서간문(書簡文). 대나무는 번식력이 왕성. 잠깐 한눈팔면 어느새 대밭으로 변함. 대나무는 톱으로 잘라낸 후 자른 대나무 가운데에 칼이나 낫을 넣으면 하는 소리를 내면서 순식간에 쪼개진다. 파죽지세(破竹之勢). 감히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막힘없이 무찔러 나가는 맹렬한 기세. 죽장(竹杖)에 삿갓 쓰고 김삿갓. 대나무 지팡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상주가 사용. 대나무를 아는 게 공부의 답(). 대쪽이 꼭 맞는 게 바로 답자의 뜻. 서원(書院)을 죽원(竹院). 석죽(石竹), 패랭이꽃.

 

 

(), 꽃이 실처럼 엉켜 있는 모감주나무

여름철 모감주나무 꽃을 한 번 보는 순간 더위는 모두 사라짐. 그만큼 꽃이 아름답다. 꽃은 황금 비가 내린 듯하다. 영어로 골든 레인 트리라 한다. 황금색 꽃은 신라 왕관을 연상케 한다. 모감주나무 열매는 마치 꽈리 같다. 이 열매는 소금밭 일꾼을 만드는 원료.

피나무는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 나그네에 나오는 보리수. 우리나라에서는 석가모니가 수도한 보리수가 살 수 없음.

단란(團欒) 빈 구석이 없이 매우 원만함. 친밀하게 한 곳에서 즐김.

 

 

() (), 나무의 죽음

옛날을 의미하는 고()단단하다는 뜻. 나이 들면 나무든 사람이든 부드럽지 않고 단단하다. ()도 고()와 같은 의미. 나무가 마른다는 것은 이제는 물을 빨아들이지 못한다는 뜻. 몸에 물이 고갈(枯渴)되면 곧 생명을 다함.

 

 

목리(木理), 나무의 이치

나무의 옹이가 마치 우리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옹이는 상처의 흔적이다. 그렇게 나무의 옹이는 타인의 상처와 눈을 맞추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무를 자주 자르다 보면 점점 나무의 원리를 알아감. 나무를 자를 때 결대로 자르면 훨씬 쉽다. 나무는 상처 난 자리에 다시는 병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아주 단단하게 방어벽을 친다. 그런 상처 자리에 톱을 들이대고 당기면 영락없이 실패. 모든 나무는 자신만의 결과 무늬를 지니고 있다.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면 나무의 삶을 알 수 있다. 나무의 결과 무늬는 나무가 살았던 흔적이다. 나무의 흔적이 아름다운 것은 결대로 살았기 때문. 사람도 결이 있다. 사람도 결대로 살 때 아름답다. 그러나 이 땅의 사람들은 얼마나 결대로 살까. 결대로 살 수는 있을까. 각자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한 생명체가 행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나무는 나에게 결대로 살라고 가르친다. 나무는 결대로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교육임을 일깨운다. 나무의 이치인 목리(木理)는 곧 사람의 이치인 인리(人理)이자 교육의 이치인 교리(敎理)이다.

정말 나무처럼 아낌없이 줄 수 있으려면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지, 이 일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모든 생명체는 이기적인 존재다. 중국과 한국의 성리학자는 명목상 공부의 목표를 다른 사람을 위하는 위인(爲人)’에 두지 않고 자신을 위한 爲己에 두었다. 이제 나무의 삶을 바라보면서 진정 자신만을 위한 자만이 누군가를 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사는 자만이, 나무처럼 목숨 걸고 치열하게 사는 자만이 아낌없이 남에게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무처럼 그저 자신의 몫을 열심히 살면, 남에게 주지 않아도 뭔가를 줄 수 있다. 자신을 위한 식물의 삶이야말로 다른 존재가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 죽어서도 사람 사는 집을 만드는 나무

죽은 나무는 집의 문과 기둥과 마루가 되어 있고 살아있는 나무는 그 집을 감싸고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도 이처럼 평화롭게 어울릴 수는 없는 것일까.

1층은 정(), 다층은 루(), 건물 중 규모가 작은 것은 각(), 가장 큰 것은 전(殿)이다. 사찰에서 칠성각과 대웅전을 상상.

비기윤가(肥己潤家) 자기 몸과 자기 집만 이롭게 함.

적수성가(赤手成家)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사람이 맨손으로 가산을 이룸.

각박성가(刻薄成家) 몰인정하도록 인색한 짓으로 부자가 됨을 이름.

 

 

() (), 주춧돌과 기둥

기둥은 둥근 것은 상위 등급이고, 네모난 것은 하위 등급이다. 천원지방(天圓地方) 둥근 기둥은 궁궐을 비롯한 관청, 혹은 유교 관련 정자나 서원, 사찰 등의 기둥. 반면 일반인은 네모난 기둥사용. 만약 무자격자가 둥근 기둥을 사용했다면 그건 반역’.

 

 

동량(棟梁), 용마루와 들보

풍수 사상에서 용은 물이고, 산의 등성이이다. 지붕을 용 모양으로 장식하면 용마루. 지붕에 용을 장식하는 것은 물에 사는 용으로 화재를 방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

 

 

(), 서까래

연대지필(椽大之筆) 아주 큰 붓을 말하고, 이는 곧 대문장 혹은 대논문을 말한다. 방을 나타내는 한자에는 크게 실()이나 방(). 방은 정실(正室)에 딸린 것.

어느 쪽이든 들을 청은 다른 사람 얘기를 정성껏 듣는다는 뜻. 이런 곳이 바로 마루이다.(()

 

 

실가지락(室家之樂) 부부 사이의 화락

수실(壽室) 살아 있을 때 미리 만들어 놓는 자기가 묻힐 무덤

유실(幽室) 조용하고 그윽한 곳에 있는 방

유택(幽宅)

화촉(華燭) 동방(洞房) + 동방 화촉 첫날밤에 신랑 신부가 자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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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님께 책을 빌려 몇 년 동안 집에 책이 있었다.

남의 책을 빌려와, 빌려온 사실을 잊어버린 것은 결코 아니다.

고약한 습관 중에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고, 밑줄 그은 것을 타자한다.

중고등학교 때, 스쳐 가는 말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아마 그때 내 아이큐가 90~ 몇이라고 들은 것 같다.

그러나 실제인지 아닌지도 모를뿐더러 아이큐에 기가 죽은 적도 없다. 아이큐 검사를 할 때 어쩌면 나는 앞의 친구나 옆의 친구 것을 커닝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책을 읽으면 책 내용을 비교적 잘 기억하는 편이다. (교과서 빼고) 몇 페이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두께 왼편 오른편쯤으로 기억한다. 책뿐만이 아니라 누구와 주고받은 이야기는 이미지뿐 아니라 대화내용도 3040년 전 고리짝에 들은 것도 곧잘 기억해내어 상대방을 놀라게 하는 편이다.

그런데 점점 나는 읽은 책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래서 요 몇 년 사이 밑줄 부분을 타자해서 기록해놓는 버릇이 생겼다. 근데 이 짓도 금세 지친다. 속도가 늦어 하루 읽은 것을 사나흘 쳐야 한다. 손가락도 아프고 팔목도 아프고, 그보다 짬 내 하고 싶은 일이 날마다 더 많아 차일피일하다가 늦었다.

빌린 책을 가지고 자하연  은자님을 찾아갔을 때, 정작 본인은 그 책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 이 짓도 이제는 버겁다.

하기야 책 읽는 것도 쉬엄쉬엄 노동이니, 도대체 무엇을 집중해서 할까.

한심하다가도 그래도 아직 글자가 보이는 것이 어디인가.

강판권이라는 저자를 만나고 싶다.

이렇게 유익하고 재미있고 박식한 책을 읽게 해주는 이분은 분명 나무와 무척 닮았을 터. 그분이 가장 좋아하는 닮고 싶어하는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궁금하다.

 

 

 

 



다 쓰고 죽어라

스테판 M. 폴란 마크 레빈 지음 / 노혜숙 옮김

해냄

 


차례

1. 다 쓰고 죽기 위한 철학

2. 다 쓰고 죽기 위한 실천

 

다 쓰고 죽어라.” 언뜻 들으면 미친 소리 같다.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가족들이 집을 잃고 거리로 쫓겨난 IMF식 빈곤의 모습이다. 다 쓰고 죽는 것이 뭐가 잘못인가? 죽은 다음에 돈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째서 쓰지도 못할 돈을 쌓아두는 것일까? 가족들이 앞으로 살아갈 일이 걱정이라고? 그렇다면, 당신은 왜 살아 있을 때 가족들을 잘 돌보지 않는가? 가족들이 보살핌을 받기 위해 당신이 죽기를 기다려야 하다니, 이 얼마나 기막힌 노릇인가?

 

다 쓰고 죽어라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떠올린 파산의 이미지는 지나간 세기의 유물이다. 당신은 21세기를 맞이하면서 19세기 20세기의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 방식으로 살고있는 것이다. 가족들이 마치 귀찮게 들러붙는 빈대라도 되는 것처럼 전전긍긍하면서 살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당신이 혼돈과 불안, 그리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당신 혼자만이 아니다. 중산층이라고 불리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다.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는 어쩌다가 물에 빠졌는지를 묻지 말고 밧줄부터 던져주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집중할 대상을 찾으면 감정이란 많이 가라앉는 법이다. 그건 마치 장례를 치르는 것과도 같다. 사람들은 자질구레한 일들에 신경을 쏟으면서 감정적인 문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오늘 당장 사표를 써라

일단 마음속으로 사표를 쓰고 나면, 해고당하는 것은 두렵지 않다. 당신은 이미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자유계약 선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현금으로 파리 여행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까? 그때가 되면 너무 늙어서 에펠탑에 올라갈 수도 없을 걸요. 대신 지금 카드를 사용하세요.”-(우리 아버님 왈 여행은 대출받아 여행가고, 다녀와서 갚는 거다.)

요즘 유행하는 제품이라고 해서 카드를 내고 덥석 사들이지 말고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것을 현금으로 사야 한다.

미국이 정년을 65세로 정했을 때, 당시의 평균 수명은 63세였다. 일본이 55세로 정년을 정할 당시 43세가 평균수명이었다.

 

오르지 하나의 가파른 절벽을 기어오르다가 65세라는 나이가 되면 결국 벼랑 끝으로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여러 산들을 오르내리는 여행으로 생각하자.

 

아버지가 죽으면 어머니를 부양하는 조건으로 맏아들이 재산을 물려받았다. 세대 간에 어떤 의무도 전달되지 않는 시대에는 상속이란 아무 근거가 없는 개념이다. 즉 자기 자신을 위한 일에 돈을 쓰지 못하고 자녀들을 위해 아껴둘 수밖에 없다.

 

가족 관계 역시 상속으로 인해 멍들게 된다. 경제적인 욕심 때문에 가족 관계가 손상을 입는다. 당신이 새 자동차를 사면, 당신의 아들은 함께 기뻐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 배가 아프다. 그리고 당신은 결혼한 딸이 휴일에라도 찾아오면, 어쩐 저의가 숨어 있지 않은지 의심하게 된다.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재산을 모은다. 세상을 떠난 뒤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면서, 죽기 전에는 돈이 떨어지는 일이 없이 살아야 한다.

 

유산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포기하면 훨씬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영국에 한 달 동안 여행을 가거나,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예술을 감상하거나, 해변에 별장을 사거나, 부엌을 개조하거나 아니면 좀 더 자주 외식도 할 수 있고 영화 구경도 갈 수 있다.

 

마침내 스스로 옷을 골라 입을 기회가 왔다.

신대륙에 건너온 이주민들처럼, 당신은 새로운 경제 세계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다. 자신을 정신적으로 고용주로부터 분리하라. 당신 자신과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양쪽 다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직업관 프로 운동선수들을 보라 그들은 계약 기간에 준한 임시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계약에도 불구하고 내일 당장 다른 팀과의 선수교환을 수락하거나, 팀에서 해고당하거나, 권리를 포기해야 되는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무엇보다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긴다.

 

X세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그들, 그들은 일찍부터 우울한 직업 세계를 직면한다. 그들은 햄버거 가게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성장한 세대로, 여러분이 사생활이라는 거의 없이 죽도록 일만 하다가 해고당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회사의 정책을 증오하고, 조직을 믿지 않으며, 무엇보다 돈에 이끌린다. 사람들은 툭하면 X세대를 비난하지만, 그들이야말로 현재의 경제가 필요로 하는 노동자들이다.

 

일은 단지 일에 불과하다 숭고한 직업 인생을 추구하는 따위는 잊어버리자. 일이 삶 자체는 아니다. 일은 삶을 위해 필요할 뿐이다.

 

직업은 정서적이나 심리적 만족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상업성의 직업관을 가져야 한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사표를 썼고, 다시 첼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몇 명의 아마추어 연주가들과 함께 현악 4중주단을 조직했다.

 

다 쓰고 죽어라

안드레아는 여전히 사무실에서 오랜시간을 보냈지만, 회사사장이 되겠다는 기진맥진한 욕심은 버렸다. 여전히 자신이 잘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지만, 일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라. 모두 폐기하라. 고작해야 가격에 상관없이 필요하지도 않고 분수에도 맞지 않는 물건을 사게 될 뿐이다.

부동산 열기는 주택은 제한되어 있는데 유례없이 인구가 많은 베이비붐세대가 만든 것이다. 예전 같으면 두 번째 집을 처음에 사야 한다. 또 집에서 평생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넓은 집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젊은 부부와 집을 지키는 부모 모두에게 편리한 지역이어야 한다. 주택 구입은 단지 건물이 아니라 가정임을 명심하자.

 

무언가를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할 때, 당신은 단지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종의 투자를 하고있는 것이다. 땀 흘려 번 것은 진정한 당신의 것으로, 아무도 그것을 빼앗을 수 없다.

은퇴하지 말라

사람들은 은퇴를 꿈의 일부로 생각한다.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 축복이기는커녕 불행과 병약함만 가져다준다. 은퇴에 대한 생각을 버리는 것은 직업적 경제적 성장을 위해 놀라운 행운을 가져다주는 열쇠다.

 

모든 과대 선전과 장사꾼들이 하는 말은 잊어버려라. 은퇴는 결코 황금 시절을 보상해 주지 않는다. 은퇴는 꿈이 아니라 악몽이다.

 

65세는 늙은 나이가 아니다. 물론 20년 동안 흔들의자에 앉아서 지나간 영광을 되씹으며 지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65세는 노년의 시작이 아니라 중년의 시작이다.

 

노는 것은 일하는 것보다 만족스럽지 않다. 일하다가 갑자기 쉬게 되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시름시름 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심장마비와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다.

 

다음 세대를 위해 자리를 내줄 필요는 없다. 정상에 오른 후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유일한 도착지점은 죽음뿐이다. 그때까지는 노동 시장과 당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일할 수 있다.

죽는 날이 아니라, 수입이 없어지는 날에 대비하라.

유산에 대한 집착

부모의 재산 덕을 볼 수 있는 방법, 부모를 돕는다는 핑계로 재산을 유지해서 결국은 자신이 쓰려는 속셈. 당신은 부모의 돈에 대해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당신이 실제로 상속을 받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상속은 권리가 아니다.

상속은 횡재를 꿈꾸는 망상에 불과하다. 상속은 이제 소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가 되었다. 상속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사회에 모두 해로울 뿐이다. 유산분배는 언제나 가정불화를 일으킨다. 부모가 새로 주방을 꾸미거나, 여행을 가거나, 무언가에 돈을 쓰는 것은 곧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셈. 결국 부모와 자식 모두 죄책감을 느낀다. 상속은 영혼을 망친다. 그 심성은 찰스 황태자가 잘 알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부모로부터 유산을 물려받거나 자녀들에게 유산을 물려줄 생각을 포기했다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재산을 쌓아두겠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다 쓰고 죽는 일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회사가 아니라 인간이다. 돈이 우리보다 이 세상에 오래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빈손으로 온 것처럼 빈손으로 가면 된다. 죽은 다음에 자신의 재산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그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도움이 될 때 사용하라. 장의사에게 줄 돈만 남겨놓으면 된다. 이제 죽는 방식보다 사는 방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라. 다 쓰고 죽는 것, 이것이 가장 잘 사는 방법이다. 우리는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고 있다. 늙어서 쪼들리는 것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넉넉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다 쓰고 죽기 위한 계획

우리 자신이나 가족의 생활 수준을 떨어뜨리는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절약할 필요는 없다. 오락이 아닌 경험과 교육에 돈을 쓰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자녀들에게 베풀어라. 돈이 아닌 선물에는 제한이 없다. 현금이 오갈 경우에 국세청은 관심을 갖는다.

완벽을 추구하지 말라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언제나 자기보다 돈이 더 많은 부자가 있다. 자신이 가진 컴퓨터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언제나 그것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가 있다. 그리고 직업적으로 아무리 성공하더라도 항상 더 성공한 사람이 있다.

당신의 부모님이 설령 은퇴해서 편안히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두 가지 커다란 두려움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것은 바로 사는 동안 수중에 돈이 떨어지는 것, 그리고 한평생 애써 모은 재산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어버리는 것. “다 쓰고 죽어라가 아니라 잘 살자

 

돈의 마술 미국 사회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부모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어떤 인종인지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자기 하기에 달려있다. 그러나 그 결과 즉, 돈으로만 판단하는 사회가 되었다.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서 돈의 역할 돈은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조정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돈을 충분히 가지면 독립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녀에게 다 쓰고 죽어라철학 가르치기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용돈을 준다. 매주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주고 작은 사치품을 사는 데 쓰도록 한다. 용돈을 심부름과 연결하지 말라. 가족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할 일이다. 또 용돈을 학교 성적과 연결시키지 말라.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이가 용돈이 모자라 가불을 요구할 경우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 단지 좀 더 주는 것이 아니라 미리 주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자제심을 키우지 않으면 책임감을 배울 수 없다. 만일 용돈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 집안일을 시키고 돈을 준다. 이때의 일은 평소에 하던 심부름이 아니라 헛간을 청소하거나 세차를 하는 등 돈을 주고 누군가를 시켜야 하는 일이어야 한다.

열다섯 살이 되면 스스로 용돈을 벌게 한다. 학교 공부를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파트타임 일을 하면 스스로 할 일과 시간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에 오히려 학교 성적이 좋아진다.

 

대학에는 꼭 다녀야 하는가? 아무 생각도 없이 엄청난 입학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다 쓰고 죽어라철학 실천 계획

우리의 인생을 단 하나의 절벽을 기어오르다가 65세가 되어서 밑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여행으로 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새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은 21세기 안전망의 일부다.

 

이력서는 고용주 입장에서 써라

이력서는 결점을 찾아내는 심사 장치다. 공백을 메운다. 경력을 배 놓을 수 없다. 모든 고용주는 당신이 어디에서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주택이 아닌 을 마련하라. 주택은 투기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가자. 양로원은 공동묘지다. 개인 주식 투자는 피하라. 국민연금을 최대한 불입하라.

 

살아 있는 동안 베풀어라. 다 쓰고 죽기로 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살아 있는 동안 선물을 하고, 받는 사람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서 감사를 받는 것이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보람을 느끼도록 할 수 있다.

 

유산관리 일찍 죽을 경우를 대비하라. 우리의 계획은 살아 있는 동안 돈이 떨어지는 일 없이 충분히 쓰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랑과 돈을 분리하라. 결혼 - 재산권에 대한 합의. 재혼의 경우. 경제적으로 독립한 여성의 경우. 가업을 보호해야 할 경우. 동거. 이혼. 경제와 감정을 구분하라. 먼저 돈 문제부터 해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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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프로방스지역을 돌았다.

독일 푸랑크푸르트에서 자동차를 렌트하여 25일 간, 23개의 야영장에서 잠을 잤다.

니스 에즈 망통 모나코 칸 앙티브 그라스 무쟁 아를 퐁비에뉴 아비뇽 고르드 소우 스펠비오패스 유럽사람들이 즐긴다는 휴가 코스다.

하늘에서건 길에서건 바퀴 달린 오픈카 풍선 배 엎드려서 서서 앉아서 매달려서 그들은 뭐든지 타고 논다. 그중 바이클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린다. 그들이 중간중간 쉬는 코스에서 헬멧을 벗는 순간, 그때야 깨달았다.

젊은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어 자기가 번 돈을 당당하게 쓴다. 우리처럼 여자들끼리 남자들끼리 계 모임의 여행이 아니라, 부부들이 같이 여행한다. 명품 숍을 들락거리거나, 진한 빛깔의 허세가 없이 둘이서 조촐하게 즐긴다. 우리나라처럼, 부모님 돈으로 뤼비통 가방 든 젊은이들이 여행하지 않는다.

우리는 평생 벌고도 나이 들어 여행하려면, 자식 눈치를 본다. 그들이 엄마 아버지 여행경비를 대신 지불 하는 것도 아닌데, 항상 눈치를 본다.

우리 아이 둘, 학자금 대출받아 대학까지 학비 다 내줬다. 그리고 둘 다 다 결혼했다.

'분리와 독립' 선언했다.

학자금 대출 상환기간 끝났다.

"빨래끝!"

이제 보송보송 잘 말려 무엇을 하든 그들의 인생은 그들의 몫이다.

잘 할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인이다.

우리나라의 정서하고는 많이 다르다. 그런데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인생은 연습이 없다. 실전이다.

두 문장으로 책 읽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

 

 

유산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포기하면 훨씬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영국에 한 달 동안 여행을 가거나,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 예술을 감상하거나, 해변에 별장을 사거나, 부엌을 개조하거나 아니면 좀 더 자주 외식도 할 수 있고 영화 구경도 할 수 있다.’

 

인생은, 오르지 하나의 가파른 절벽을 기어오르다가 65세라는 나이가 되면 벼랑 끝으로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여러 산들을 오르내리는 여행으로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