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트리 콘서트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시 낭송 음악회)
song & Poem & 가을에 사랑을 꿈꾸다.


2009년 9월 30일
오후 5시~ 7시
시민도서관 1층 시청각실
주최 /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 한국 도서관 협회
시행 /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초청문인으로 참가를 하였습니다.
홍보를 한 효과과 컸습니다.
나를 응원하러 오신
펜클럽(?) 족히 50여명은 되었습니다.

무대로 올라가자마자
고상하고 묵직하던 분위기 깼습니다.


현광펜 들고 
야구장에서 쓰는 바람막대기,
페트병에 콩알도 넣어 가져오라 했었는데
아무런 도구 없이도
 저를 향한
환호소리 박수소리 우뢰와 같았습니다.


식전부터 오셔서 1번으로 등록하고  
번호표 받고
'류창희선생님 펜'이라고 기다리셨다고 합니다.


그날,
 참여해주신
시민도서관, 부전도서관, 쌈지도서관, 어진샘님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늦은 시간 식사도 못하시고
가시게 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MBC 9시 뉴스에 나왔습니다.






식전 행사 핸드벨 연주







설동근 교육감님 애송시 낭송






교육위원 조병태님 애송시 낭송









구양수의 <추성부>을 낭송했습니다.



동자 :
"하늘에는 별과 달이 눈부시게 희고 맑으며
은하수 또렷하여 손에 잡힐 듯합니다.
사방 어디에도 인적이라곤 없으니
그 소리는 분명 나뭇가지를 울리고 간 바람 소리입니다."




시민들이 모두 구양수가 되어

"아~, 슬프도다 
그 소리가 바로 가을 소리였구나.
기다리지도 않던 가을이 
누가 오라 하였기에 벌써 왔단 말이냐."


 


















"사람이 나고 죽는 것
또, 한때 盛했다가 곧 衰하여 스러지는 것이
누구의 탓이겠는가."




지역주민이 같이 읊었습니다.
















섹스폰 연주







해금연주







팝페라가수







1부 2부 순서가 끝나고
경품권 (시집 소설) 추첨시간입니다.






저는
기쁨의 호루라기를 불었습니다.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







09년 가을
가을밤이 ...
혹은, 나의 가을이 깊어갑니다.







쌈지도서관 전 송진숙 관장님 류명옥감사님 이명희 총무님들








어진샘 님들








김병성님 김무림님 로복식님









먼저들 가셔서 사진 속에는 안 계시나
행운권 추첨시간,
선착순 100명에게 책을 나눠드리는 행사

우리 <고전의 향기반> 회장님 회원님들이
뽑히셔서 제가 뽑으면서도
놀라 놀라
흥분을 하였답니다.


맹세코
전, 단지
이왕이면 우리반 수강생들이 걸리면 좋겠다는 말만 했을 뿐인데...


"잘 섞으세요"
"..."
"짜고 치는 것 아니에요?"
"..."
정말 공정하게 번호표 뽑았답니다.





아주,
아주,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해운대 독서회 회원님들께

 

안녕하세요?
덕분에
저는 맑은하늘 밝은 마음으로
가을을 즐기고 있습니다.

 

시 낭송회날
사진이 많습니다.
(87장을 개인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그날 모두 행복한 고생들 많으셨구요.

 






옷고름 '단디' 매고
유치원 다니던 아이들의 손을 잡고
1987년, 처음
<해운대 도서관> 문을 들어서던 마음

'처음처럼'

도서관은

설레는 곳입니다.


그곳, 해운대 도서관에서
논어를 강독(96년부터)을 하고
문학수업을 하고
책, 낭독회를 하고
독서회 멘토를 하게 된것을 감사드립니다.







  




행사 진행 일정표를 살펴보며
실수가 없도록
온 힘을 다합니다.


사람들이 많으면 더 신이야 나겠지만

단,

단! 한사람일지라도
주어진 시간 만큼은 
최선을 다 하려고 노력합니다.
 




 



 2009년 문체부와 한국 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파견작가 류창희입니다.



제가 잘해야
이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문학의 저변확대가 되어
정서함양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저는 잠시 시간 맞춰가서
 행사에 참여만 했지만
매년 시낭송회를 개최하는
독서회 회원님들
프로그램을 짜고 행사진행하시느라
정말, 애쓰셨습니다.

 

 



역시 어린이들이 있어야
금새 신선한 분위기 
확 살아납니다 


병아리떼 뿅뿅뿅
삐약삐약~



 




회장 : 배순연 / 사회 윤정숙
진행 : 김해숙 / 옥순애 / 임순연
독서토론회 담당 : 박말희
독서토론회 멘토 : 류창희  


 

 

09년
그리고 책을 벗 삼는 한
해운대 독서회 잊지 않을 것입니다,

1987년 10월 (벌써 22년이 되었군요)
처음으로 해운대 독서회 창단 멤버였던 제가
 여러분 곁으로 올수 있어서
자랑스럽습니다.

그래서, 더 더
가을, 행복합니다.
고향에 돌아 온 감회 같은 것 ...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매주 수업은 잘하고 있지만
누가 참관인으로 오신다고 하면 긴장을 하게 된다.
오늘 따라 발표할 작품이 없으면 어쩌나...
기우였다.





주어진 시간은 두시간 뿐,
작품은 넘치고
번호표를 나눠 줄 만큼 순서에 민감하다.





어진샘 김규순 로해석 김무림 정숙지 정복희 문형식 선생님들









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그 중에 '편지에 관한 생각'을 쓰신 김무림 선생님

소년시절 연애편지를 주고 받았다는 억울한 소문에
창피하기도 하여
길주에서 서울친척집으로 잠시 도망을 왔는데
그때, 하필 6.25가 터져 3.8선이 그어져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부모형제를 잃은 실향민이 된
슬프고도 진한 해학수필을 써 오셔서
을다가 웃다가 ... 분단문학을 했다.

실향민들은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
"일찍 죽어지지 않는다"며
실향민들의 건배구호를 외치셨다.

"나이야가라!"
"위하여!"

박수소리, 나이야가라 폭포처럼 쏟아졌다.


해운대 도서관, 류창희 일상속의 글쓰기
문체부에서 실사를 나오던 날




박물군자   2009-09-29 20:44:26
이산가족 상봉하는 프로 보면서
모두 살도 안찌고 꼿꼿한 이유를 알았어요.
정신을 꼭 붙들고 "나이야가라!" 하시는군요.
남북통일을 기다리며...
자연   2009-09-30 01:54:54
선생님 수업은 너무나 풍성하고
재미 있고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갑니다.
이산가족 일이 너무나 가슴이 아려옵니다.



해운대 도서관 독서회 멘토 류창희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독서 토론을 했다.




각자 독후감을 써 와서 발표를 했다.
나도 울고 너도 울고
앞에서도 울고 옆에서도 울고
다 울었다.

보랏빛 닭의 장풀이 구경하고
꽃향유 씀바귀 강아지풀도 다 동참했다.




소설 책을 읽으며
각자의 엄마를 찾았다.
그리고 엄마를 원망도 하고
엄마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




눈물을 다 씻고
분위기 예쁜 집으로 옮겨
어린아이들 처럼 놀았다.
















'눈물꽃, 당신' 자연님




'장미묵주' 영경님




'엄마의 은팔찌' 천미진




'쳐다보기도 아깝다' 고모님




윤정숙님




이명희님



신경숙작가와 함께.




그날 쓴 독후감들은

눈물꽃, 당신 - 옥순애
장미묵주 - 배순연
쳐다보기도 아깝다 - 김해숙
엄마의 은팔찌 - 천미진
  
해운대방에 올려져 있다.
독서회 회지에 싣고
독후감 공모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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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밑줄 긋기)

장편소설
신경숙 : 소설가
출생 1963년 1월 12일, 전북 정읍시 데뷔,
1985년 문예중앙 소설 '겨울우화'
가족 배우자 남진우
학력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경력 2007년 제11기 좋은책 선정위원장
수상 2006년 제14회 오영수 문학상  

*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인간극장의 한 장면 <가족사진>


1장 - 아무도 모른다.

모녀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의 하나다. 25
엄마에게 너란 존재가 딸이 아니라 손님이 된 듯 한 기분을 느낀 것은 엄마가 네 앞에서 집을 치울 때였다.
예고 없이 엄마 집에 갈 때 엄마는 너저분한 마당을, 깨끗하지 못한 이불을 연방 미안해했다.
가족이란 밥을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 않고 앞에 둔 채로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다.
뜻밖이라고 말하는 일들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뜻밖의 일로 자주 마주치는 것은 그 일의 앞뒤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뿐.
언제 부턴가 엄마와 너의 대화는 간소해졌다. 그것도 얼굴을 마주보고 하기보다는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이루어졌다.
살얼음판이 된 우물가에 엉덩이를 들고 앉아서 홍어 껍질을 벗기고 있는 엄마와 너의 모습은 그 집의 겨울풍경이기도 하다.
엄마는 “껍질을 벗기지 않았을 뿐 똑 같은 홍어요!” 대꾸했다. “제사음식은 정성인데…” 고모가 뒤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럼, 성님이 벗겨보시요” 엄마도 지지 않았다. 그해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채 제상에 오른 홍어는 다음해의 궂은 일 앞에서 늘 말거리가 되었다.
-내가 돈도 다 주고 왔잖아요. 시골 사람들이 정말 더한다니까. 개가 불쌍하지도 않아! 그 좁은 데서 어떻게 살아 (엄마도 개와 같이 ‘바투’ 묶여있었다.) 61
엄마와 부엌을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68

그놈의 부엌일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야. 아침밥 먹음 곧 점심때고 또 금세 저녁때고 날 밝으면 또 아침이고…, 밭에 심은 것이 똑같으니 맨 그 나물에 그 반찬. 부엌이 감옥 같을 때 못생긴 독 뚜껑을 하나 골라서 담벼락을 향해 힘껏 내던졌단다. (엄마는 성질이 있다. 난 절대 던지는 일 따위는 못했을 것 같다) 74


2장 미안하다, 형철아

아버지가 데려온 여자는 피부가 희고 분 냄새를 풍겼다. 여자가 대문을 지나 집으로 들어오자 엄마는 샛문으로 집을 나갔다.101
여름에 나갔다가 겨울에 들어온 아버지를 아침에 나갔다가 밥때 들어온 사람 대하듯 엄마가 아무 말 않고 그저 숭늉을 떠다 밥그릇 옆에 놓아주는 것도.108
엄마를 어쩌다가 다 잃어버렸느냐고 물어왔다. 그 질문에는 호기심과 질타가 섞여있었다.122


3장 나, 왔네

언젠가 아내가 논 세 마지기를 자기 명의로 해달라고 한 때가 있었다. 왜 그러느냐 물으니 인생이 허망해서 그런다고 했다.
내가 자식이 몇인디 오늘 같은 날 꽃한송이 안 달고 댕기문 사람들이 뭐라겄어요? 그래서 사왔네.
아내는 종일 그 꽃을 달고 다녔다. 그러곤 그 다음날은 끙끙 앓아누웠다. 한 며칠 잠을 설쳐가며 뒤척이더니 벌떡 일어나 논 세마지기를 자기 박소녀 앞으로 해달라고 했다.
우리 논은 다 당신 논인데 새삼 세 마지기를 이전해 달라니 그건 당신이 손해 보는 일이라 했더니 그건 또 그렇네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다 아니다 절대 아니다. 내 이름으로 내가 세금내야 내 것이다)
어느 날 이 책을 가져오셔서 한 시간씩만 읽어달라고 하셨어요. 좋아하는 책인데 눈이 나빠져서 이젠 책을 못 읽으신다며.
딸애가 쓴 책이었다.(신경숙 글 참 잘 쓴다. 울었다) 146
다른 사람이 아내에게 딸의 소설을 읽어주고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아내를 잃어버리기 전에 당신은 아내를 거의 잊고 지냈다. 잊고 지내지 않을 때는 대부분 무엇을 탓하거나 방치했다.
이 집 따위는 다 잊고 내질러가서 다른 인생을 살고자 하였다.
당신에게 아내는 형철 엄마였다. 당신에게 형철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나무였다. 베어지거나 뽑히기 전에는 어딘가로 떠날 주 모르는 나무. 사라지고 난 뒤에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육감적으로 다가왔다.149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흘려버리던 아내의 잔소리가 이리 그리워질 줄은.152
당신의 누님은 입버릇처럼 전쟁 때 병역기피로 집에서 잠을 잘 수 없었던 적의 버릇이 당신의 ‘떠돌이병’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무너진 집안이라도 당신은 엄연해 이 집안의 종손이니 살아남아야 한다고 했다. 살아남아 선산을 지키고 제를 챙겨야한다고. 그렇다고 당신의 검지를 작두에 넣고 마디를 잘라버릴 것까진 없었다. 정작 선산을 지키고 계절마다 돌아오는 제를 지낸 건 당신 아내였으니까.153
이 집에서 사는 동안 당신이 아내를 이리 간절히 찾아보긴 처음이었다.
아내는 개는 머리가 좋아서 데려올 적에 눈을 가리지 않으면 제 어미 곁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다.161
나보다 더 오래 살지는 마시우.
내가 수의도 다 장만해놨소. 저기 장롱 위 저 태극무늬 상자에 있소. 내가 호사 좀 부렸소. 최고로 좋은 삼베로다 마련했네. 보믄 당신도 눈부실 것이네. 아름답당게요.162
당신이 기척을 안 하자 아내는 또 깊은 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나보다 먼저 가시요이.
나보다 세살 많으니 삼년 먼저 가시요이. 억울하면 사흘 먼저 가시든가.
늙은이가 있는 집은 현관문 바깥서부터 알아본답디다. 냄새가 난다 안허요. 그래두 여자는 어찌어찌 지 몸 챙기며 살더마는 남자는 혼자 남으믄 영 추레해져서는 안되겠습디다. 더 살고 싶어도 나보다 오래 살지는 마요. 내가 잘 묻어주고 그러고 뒤따라갈 테니끼는… 거기까지는 내가 할 것이니께는.163
평생을 당신은 늘 아내보다 앞서서 걸었다. 어느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모퉁이를 돌기도 했다. (교통질서, 밖에서의 언어습관, 반말 시비조 같이 외출하기 싫은…)168
아내를 잃어버린 당신은, 혼자 남은 당신은, 빈집의 마루에 다리를 뻗은 채 소리를 팩 내질렀다. 아내가 사라진 뒤부터 늘 목에까지 차오르던 울음대신이었다.169
언제나 아픈 사람은 당신이었고 그런 당신을 보살피는 사람이 아내였다. 어쩌다가 아내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 당신은 나는 허리가 아프다고 한 사람이었다. (우리 아버님 똑 같다. 그러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6~7년이 되어도 아버님은 아픈 곳이 없으시다)171
당신은 기억에도 없는 일을 아내는 이따금 장탈로 고생할 적마다 바로 어제 겪은 듯 애기하곤 했다. (‘라구요’ 주인공이 되었다. 단지 친가이든 외가이든 당신을 아끼던 사람들, 예를 들어 인철이 아버지 모시고 밥이든 술이든 대접하자고 했을 뿐인데… 새댁 때 호순형님네 설 추설에 찾아와 여섯식구 밥상 차리던 고충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 정도는 그려려니…”들어주면 안 좋겠나) 173
자식들한테 자신이 머리가 아프다는 걸 절대로 알리지 못하게 당신을 단속했다.
알어서 뭐 한다요? 지그들 할일만 못헐 틴디.
* “어제는 그랬는데 인자는 괜찮다!”며 덮어버렸다. 그저 차가운 얼굴이 되어 당신은 나허고 여태 왜 살었소? 그러면서도 아내는 때가 되면 장을 담갔고 매실즙을 내려고 산매실을 따러갔다.192


4장 또 다른 여인

내가 앉기 좋으라고 꼭 그 사람이 옮겨 심어놓은 것 같구나.
언 땅을 판 사람은 네 아버지가 아니라 그 사람이었다. 216
결혼하고 그때까지 내 이름을 물어본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었네. 232
손도 잡지 못하게 해 미안했소. 나는 그렇게 당신에게 다가갔으면서 당신이 내게 다가오는 것 같으면 몰인정하게 굴었네. 처음에는 어색해서 그랬고, 얼마 후엔 그래선 안 될 것 같아 그랬고, 나중엔 내가 늙어 있었소이.
*당신은 내게 죄였고 행복이었네 234 (애틋한, 차마 애틋한…)
당신은 내 비밀이었네. 누구라도 나를 생각할 때 짐작조차 못할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네. 236
당신 앞에선 환자로 있기 싫었소.
나는 몇 해 전에 세워놓은 선산의 가묘로는 안 갈라요. 그리론 안가고 싶네. 248 (나도 ~ 거기서 또 뒷설거지 하며 제사음식하며 서열정해 잔소리 듣기 싫다우)
* 아, 봄날 새싹들처럼 정신없이 솟아나는 이 기억들을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모르겄네. 251


에필로그 장미묵주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개월째다. (본문을 흐린듯한…  안 써도 좋았을 성 싶다.)

해설 (정홍수)
피에타, 그 영원한 귀환
신경숙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글을 향해 서서히 몸을 기울일 시간을 주지 않는다. 소설 속 ‘너’의 가슴 치는 후회와 자책은 곧장 소설을 읽는 ‘나’의 그것이 된다. 그 누구도 숨을 곳이 없다. (거울 보는 것과 같을 때, 때론 책을 덮기도 한다)
가족들은 엄마를 잃어버리기 이전에 이미 엄마를 거의 ‘잊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엄마의 실종을 게기로 ‘잃다’와 ‘잊다’가 같은 말이었음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잘못에 대한 처절한 고해성사다.
‘너는, 그는, 당신은, 엄마를 한 번도 그이가 지닌 인간의 존엄 위에서 대하고 생각한 적이 없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평생을 가족에 대한 한신과 배려의 고단하고 고단한 노동으로 채워온 엄마를. 그러나 나도, 당신도, 우리는…
앞의 세장은 큰딸, 큰아들, 그리고 아버지가 고해의 주체다. 그런데 그 고해는 ‘나는’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1장 심문의 분위기.
누가 그들을 그렇게 호명하며 고해의 장으로 불러낸 것일까. 엄마여야 한다.
마지막 4장은 사라진 엄마가 일인칭 화자로 등장하여 둘째딸의 집, 평생 숨겨온 마음의 의지처인 곰소의 그 남자 집, 남편과 아이들 고모가 있는 고향집,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태어나 자랐던 ‘엄마’의 집을 차례로 돌며 세상과 마지막 작별인사.
엄마는 육신을 허공에 띄운 채로 평생 처음 온전한 한 개인의 자리로 다가가서 ‘나는’을 발화하고 가족과 숨겨둔 마음의 사랑에게 말을 건넨다. 그녀는 이제,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6년 전, 어느 날 ‘어머니’를 ‘엄마’로 고쳐보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어머니를 엄마로 고치고 나니 바로 첫 문장이 이루어졌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개월째다” 소설의 에필로그에서 ‘너’가 벼락처럼 만나게 되는 성베드로 성당의 피에타상은 어디에 있다 나타나 마치 엄마가 돌아온 듯한 깊은 위로( 종교적으로 )
그녀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소처럼 큰 눈에 상처투성이 발등이 다 보이는 파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미켈란젤로가 죽음 직전까지 조각하다 미완성으로 남긴 또 하나늬 피에타상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또 하나의 압도적인 피에타상 앞에 서 있다.
신경숙 소설은 단어와 문장의 축조가 아니라 흐름이다. 사실감과 핍진(逼眞)성은 일물일어(一物一語)의 숨 가쁜 대응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에서 온다.



박물군자   2009-09-29 20:45:45
모두 엄마를 찾은 사람들입니다.
편안해 보이네요.

신경숙씨가 저렇게 생기셨군요.
생각보다 젊어요.
자연   2009-09-30 02:05:25
<<엄마를 부탁해>>
선생님과 독서회 회원님들과 함께
릴레이 경주 처럼 이어지는 엄마들과의
축제는 환상 그 자체입니다.
올 여름에는 <<엄마를 부탁해>> 덕분에
부자가 된 마음이었습니다.
신경숙 작가님도 만나뵙고.





2009 원북원부산 선상문학체험

바다와 음악, 문학과 만나다













2009 원북원부산 선상문학체험

식전행사
개회사 : 운영위원장
격려사 : 교육감
축사에 이어 출항기념 합창 (참가자 240명 전원)

작은 음악회
연주및 노래 (부산대학교 음악동아리)





신경숙님,
책 날개 속의 프로필 사진보다 표정보다 상당한 피부미인
압도 당할 만한 그녀의 카리스마
돋 보였다.





엄마에게 쓰는 편지 낭독

배가 출항하자
파도에 흔들렸고
240여명의 승선인원에 비해 배가 좁아 더웠다.
문학의 열기까지 배안에 가득하여
둥실둥실 두둥실
보도진들의 카메라 분주하게 돌아갔다.





우리 독서회 회원들 '엄마를 부탁해'감상문을 쓰면서
많이 많이들 울었으나
정작, 저자는 담담했다.

신경숙 작가와의 만남
억수로 반가웠다.

나란히 옆에 앉아 시간을 같이 보냈으나
눈은 별로 마주치지 못했다.
곁이 멀어 아쉬움 컸다.








































2009년 원북원 부산
선상문학체험



바다와 음악, 그리고 문학의 만남

【 앵커멘트 】 책읽기에 좋은 선선한 날씨, 이 때문에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요.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서는 선상에서 음악회와 문학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색 행사가 열렸습니다.
헬로티비 윤두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햇살 좋은 날, 해운대 한 선착장에 시민들이 속속 모여듭니다.

모두들 부산에서 가장 책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이들, 오늘은 좀 더 색다른 책 읽기를 경험하기 위해 유람선에 오릅니다.
바다 위에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또 작가와의 만남도 기다리고 있는 '원북과 함께하는 선상문학체험' 현장입니다.
드디어 배가 출항을 하고 작은 음악회와 함께 시작된 오늘 문학체험의 주제는 바로 '엄마'.

▶ 인터뷰 : 류창희 / 수필가 - "어떤 날은 자배기에 빨래를 담아 개울로 나갔지요.
빨래를 하는 엄마 곁에서 저는 돌을 주웠어요."


'논어 강좌'를 하시는 '류창희'수필가께서 <엄마에게 쓰는 편지>
낭독을 하셨어요. 단아한 모습과 애절하고도 구구절절한
사모곡은 참석한 청소년들에게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어요
행사 마치고 여쭤보니, 류창희님께서 어젯밤새 두루마리에
붓글을 쓰시고,색종이로 꽃과 파랑새를 오려붙이셨다고 해요
(클릭! 부산교육 이화전 기자)


류창희 수필가의 엄마에게 쓰는 편지는 가만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단아한 옷차림에 옛서찰처럼 편지를 두루마리로 써와 읽어주시는데 한 편의 긴 시를 듣는듯도 하고
이야기를 듣는 듯도 하였다.
(원북원 부산)


▶ 인터뷰 : 신경숙 / '엄마를 부탁해' 저자 - "다른 것이 아닌 책과 함께하는 부산이라는 점에 감동하고 돌아갑니다.

멋진 부산이 되기를 바랍니다.


" 오늘 느낀 마음을 깊이 간직하고자 노란색 종이에 엄마에게 그리고 또 가족에게 띄우는 메시지를 담아
종이배를 만들어 바다에 띄웁니다.

▶ 인터뷰 : 김다영 / 부산 국제고 - "이번 선상문학체험 기회를 통해서 작가들을 직접 만나서
진솔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시민과 함께한 선상문학체험, 태양이 가득한 선상과 음악, 그리고 문학,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진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박물군자   2009-09-29 20:47:56 
와우!
우리 선생님
너무 잘 나가는 것 아녜요.
우아하시고요.
전형적인 '어머니상'
ㅋㅋㅋ 류사임당~
자연   2009-09-30 02:14:22
그날 선생님 께서는 눈부시게 우와 하셨습니다.
저도 선상 파티에 참석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지요.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방문객   2009-09-30 07:44:10
TV에서 봤는데
그날인가 봅니다.
테레비죤에는 목소리 까지 들려 훨씬 우아하셨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민들레   2009-09-30 07:48:07
화양연화님,
몸 아끼세요.
아직 30년은 더 쓰셔야합니다.







천국의 식사


* 송혜영



  혹시 마나사로바 호수의 진줏빛 물을 한 동이쯤 마셔 내 죄가 다 씻겨진다면 모를까.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저지른 죄가 적지 않으니 천국은 애당초 내 몫이 아니다. 그저 오늘 살아서 갈 수 있는 ‘유사類似천국’이나마 흔쾌히 다녀올 밖에.

  아침에 쪄 놓은 옥수수 두 자루와 포도 한 송이를 배낭에 넣는다. 물병을 챙기는 것으로 짐 꾸리기는 간단하게 끝난다. 길을 떠나려면 짐이 가벼워야하는 법. 하물며 천국 가는 행장이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다녀온 사람들이 한 입으로 찬사를 아끼지 않는 곳, 동네사람들이 천국이라 부르는 그 산꼭대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선녀가 하강한다는 강선降仙마을을 지나간다. 극락 가는 길목, 선녀가 더러 내려오기도 하겠지. 계곡을 따라 선녀 서넛이 뽀얀 몸을 담그기에 적당한 웅덩이가 이어진다. 옷을 훌훌 벗고 선녀 흉내를 내보고 싶어 하는 마음과 달리 흉물이 된 몸이 정신 차리라며 등을 민다. 계곡의 물소리를 옆구리에 끼고 천국으로 가는 울울한 산길로 접어든다.
  어둡다. 남쪽의 마지막 원시림답게 잎이 촘촘한 아름드리나무들이 빛을 가리고 있어서다. 아마 이런 정도의 어둠일거야. 문득 누구나 홀로 걸어가야 할 열명길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뿌옇게 떠오른다. 푸른 안개가 가득한 어둔 숲 너머에 꼭 틴바트교가 놓여있을 것 같다. 악한 자가 건너가려고하면 다리가 칼날 같이 좁아져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그 다리. 죄 지은 자가 모두 악인이라면 나는 결코 무사히 다리를 건널 수 없으리라.  
그런데 숲에 가득한 이 퀴퀴하고 구수한 냄새는 뭐지. 몇 년 푹 묵혀놓은 퇴비 냄새와 비슷한 이 냄새. 혹 저승내가 이렇지 않을까. 제 명을 다 한 만물을 푹  썩혀서 거름을 만드는 곳이 저승이라면 이게 바로 저승의 냄새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수명을 다한 거목들이 여기 저기 쓰러져있다. 몇 백 년을 살다가 십년 전에 간 나무, 20년 전에 누운 나무들이 차례로 땅보탬을 위한 기나 긴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질 좋은 거름을 가져가면 우리 마당 식구들이 환호성을 지를텐데. 안타까워하자 대신 발바닥이 반응한다. 발가락이 흡반이 되어 땅의 영양분을 빨아올린다. 혈관을 타고 시들시들한 몸에 물이 오른다.  
  제법 올라온 것 같은데 정상의 기미는 없다. 동네사람들은 뒷동산에 올라갔다 온 정도로 쉽게 얘기하던데, 도시에서 기신거리던 우리에게는 힘에 부치는 거리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작은 폭포를 낀 너럭바위에 앉아 다리쉼을 한다.
“ 꽤 먼데.”
“ 천국이 그리 호락호락 하게 나타나겠어.”
포도 씨를 뱉으며 격려의 말을 나눈다.
푸른 녹물이 낀 돌에 몇 번 미끄러지면서 어둑신한 산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꽃속에 불을 환하게 켠 것 같은 동자꽃이 길가에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한다. 천국의 전령들인가? 키 작은 관목이 촘촘한 좁은 길을 돌아서자 갑자기 눈앞이 확 밝아지면서 넓은 구릉지가 나타난다. 아마 천국도 어둔 길 헤매다보면 이렇게 느닷없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일 게다.
  완만한 구릉지로 이루어진 탁 트인 정상은 온통 남보라빛의 이질풀꽃과 주황색의 동자꽃으로 뒤덮여 있다. 늘 상투성을 면치 못하는 내 풍경 묘사가 오늘따라 이렇게 한스러울 수가. 어쨌든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경관에 입이 벌어진다. 작은 꽃잎들은 내 무릎 밑에서 살랑거리고 거칠 것 없는 하늘은 견줄 곳이 없어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다. 마치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 같은 이곳. 바로 여기가 천국이야. 만약 천국이 있다면 틀림없이 이런 모습일거야. 천국을 그린 판타지 영화에서 주인공 로빈 윌리암스가 바로 이런 드넓은 꽃밭을 마구 뛰어 다녔잖아.
나는 자발없이 뛰어다니는 것보다 조용히 눕는 걸 택한다. 천국을 느끼기 위해 꽃밭에 몸을 누인다. 포근한 하늘을 덮은 채 눈을 감는다. 여지껏 나를 세계의 한부분으로 포용하던 중력이 잠시 손을 놓았나. 몸이 하늘로 붕 떠오른다. 두 손을 깍지 끼어 떠오르는 몸을 지그시 누른다.
천국에서 얻을 수 있다는 안식이 이런 것이겠지. 걱정도 근심도 없는 달콤한 시간은 얼마 못간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시장기다. 그제야 같이 올라온 사람도 궁금해진다.
  ‘휘’ 둘러보니 그는, 저만치 정상의 깃대를 꽂기 위해 시멘트로 마감해 놓은 곳에 조용히 앉아 있다. 그의 뒷모습에서 천국 체험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당신은 역시 웅숭깊은 사람이야. 등을 두드려주려고 가까이 가보니 웬걸. 그는 내가 오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옥수수를 뜯고 있다.
‘‘후’’ 웃음이 나온다.  
천국의 깃발 아래에서, 이승의 가장 허름한 양식을 넘기는데 열중하고 있는 그의 옆구리를 찌른다.
“ 내 것은 남겨 두었겠지.”
우리는 펄럭이는 붉은 깃발 아래 나란히 앉아, 껍질이 툭툭 터져 속살이 하얗게 부풀어 올라온 찰옥수수를 달게 넘긴다.
  천국의 맛이다.


* 송혜영
hisong999@hanmail.net

휴전 협정 3년 후, 경남 울주군 언양면의 한미한 집안에서 출생하여
초등학교 입학 무렵 상경, 죽 서울서 버티다 얼마 전부터 홍천강변의 누옥에서 묵새기고 있슴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수료로 제도권 교육을 마감함
십수년간 소일하던 얼치기 화가 노릇을 접고 2004년 '현대수필'로 등단.



류창희   2009-09-19 16:57:13
곰배령 누구는 '천상의 화원'이라고 한다.
똑 같은 사물을 보고서
한 사람은 사진으로 찍어
눈에 보이는 만큼 (제대로 안목도 없으면서...) 담아 온다.

전에 송혜영님의 글'천국의 식사'를 보면서
천국에 다녀왔다보다 라고만 여겼다.
곰배령 입구에 刻으로 새겨 걸어놓아야 한다.

아끼는 글을 주셔서 감사~
우리 관절 상하기 전에 홍천 찰옥수수 한자루씩 싸들고
언제 한번 올라가 봅시다.

아~ 그곳은 남편들하고만 가야하나...
갑짜기 헷갈리네...
호미   2009-09-21 21:38:51 
곰배령- 곰이 누워서 하늘을 우러러 보는 형상의 고개라고 하던데...
그곳에 누워 송선생님은 천국을 누리고 멋진 식사도 하셨네요.
숲에서 나는 저승의 냄새를 거의 잊고 사는 도회생활에서
달콤한 꽃내음이 폴폴나는 글을 읽으며 천국을 그리워합니다.
예수님이 기다리시는 곳을 ...그리고 또 한곳 이땅에서의....

류창희 쌤의 넓은 발자취 덕분에 오늘 밤은
두편의 멋진 글을 읽고 혼곤한 꿈 속에서 행복할래라!
두분 쌤들 고맙습니데이.
건강하시이소.
류창희   2009-09-22 08:02:21
호미님^^
나란히 앉아 논어읽던 그 분과 함께
그곳에 올라보세요.
송혜영님과 또 다른 사유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남의 생각은 흉내낼 수가 없어요.




'황홀한 노동' 글 속에 나오는 집





수필의 날
부채들고 있는 송혜영님






황홀한 노동


*  송혜영  
hisong999@hanmail.net
                                                  
  
   그들이 왔다.
   긴 머리를 야무지게 뒤로 묶고 왼쪽 귀에 금빛 귀걸이를 해박은 대장을 선두로 그들은 우리 마당에 썩 들어섰다. 젊은 그들이 마당을 점령하자 이끼 낀 오래된 마당에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대장의 명령에 따라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자재며 장비를  풀어놓았다. 그리곤 진군하듯 헌집을 접수해나갔다.
   ‘우두둑’ 오랜 세월 소임에 충실했던 노쇠한 양철지붕이 끌려 내려왔다. 이가 빠진 창문도 급히 몸을 빠져나왔다. 제 구실을 못한 지 오래된 굴뚝이 뭉개졌다.
   마당 가득 유월의 때 이른 폭염이 쏟아지고 있었다. 일하는 그들의 이마로, 귀 뒤로, 싱싱한 뒷덜미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 내렸다. 셔츠의 등판은 금세 땀에 젖어 몸에 척 들러붙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이른 무더위가 내 탓인 것만 같아 돈을 주고 일을 시킨 게 외려 미안할 지경이었다. 이런 내 심경이 무색하게 그들의 얼굴에는 짜증과 피로의 기색이 없었다. “이번 현장은 너무 빡세다”며 투덜거리는 뒤끝에도 웃음기가 묻어있었다. 작업과 관련해 간간이 우스개 소리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지방이 완전 연소된 그들의 팔과 다리는 좀처럼 쉬지 않았다. 잠깐 숨을 돌려 담배 한 대 달게 피우는 게 휴식인 셈이다.
   그들은 아침 여덟 시면 어김없이 우리 마당에 들어섰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내 오랜 습관은 조정이 불가피했다. 기상 시간을 파격적으로 앞당겼고 낮잠도 멀리했다. 그리고 그들의 염도 높은 땀에 대한 보답으로 국수를 삶고 빵을 구웠다. 아껴두었던 매실 원액으로 차가운 음료수도 열심히 만들어 바쳤다.
   나는 현장 감독을 빙자해 일하는 그들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이것저것 참견하려고 했지만 입 댈 데가 별로 없었다. 집 고칠 때 이런 저런 일로 속깨나 썩는다기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속 썩을 빌미를 주지 않았다. 모처럼 내게 찾아온 행운에 감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그들의 활기찬 노동을, 정직한 노동으로 단련된 몸을 황홀하게 바라보기만 하면 됐다. 그들의 알배기 종아리를, 암갈색 팔뚝을 홀린 듯 따라다녔다. 노골적으로 바라보다 들키면 그들도 나도 민망할 것 같아 슬금슬금 안보는 척 훔쳐보았다. 국수에 얹을 애호박을 볶으면서도 간유리에 비친, 진지하게 일에 몰두하는 그들의 프로필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의 잰 손과 부지런한 다리가 가 닿자 오래된 집은 세월에 입은 깊은 생채기와 갈라터진 속이 말끔하게 치유됐다. 유쾌하고 일 잘하는 그들이 하도 보기 좋아 공사가  좀 지연되었으면 하는 객 적은 생각도 해보았다.
   그들이 보여준 황홀경은 삼인 일조의 젊은이 여섯이 손을 맞춰 기와의 일종인 ‘슁글’을 덮을 때 절정을 이루었다. 이슬이 미처 마르지 않은 맨 지붕에 오르는 건 자살행위에 버금간다. 그나마 좀 시원한 아침녘에 기와를 덮는 작업을 할 수 없는 이유다. 물기가 바싹 마른 지붕에 그들이 올랐을 때 여름 해는 젊은이들의 정수리를 녹이려고 작정한 듯 지글지글 타고 있었다. 그늘 한 점 없이 오직 푸른 하늘만을 배경으로 그들은 작업을 시작했다. 땀에 푹 젖어 박자를 맞추며 경쾌하게 기와를 덮는 그들을 입을 벌리고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눈이 부셨다. 그날 햇볕이 유난히 강렬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건강한 젊음이, 정직한 육체가 내뿜는 광채 때문에 더 눈이 부시었다. 나는 이마에 손그늘을 드리우고 그들의 노동에 한껏 매료되어 있었다. 그때 가늘어진 눈으로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이 돌연한 물기는 무엇인가. 그들의 몸이 보여주는 황홀경에 감동해서 눈물겨워진 것인가. 아니면 폭염 속 노동이 안쓰러워서인가. 아! 한 번이라도 저들처럼 삶과 치열하게 정면으로 마주 선 적이 있던가. 부끄러움도 섞인 복잡한 눈물이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내내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내딛는 발자국 하나까지 무심할 수 없었다. 몸뚱이를 금쪽같이 아껴가며, 신통치 않은 머리만 굴리며 삶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데 이골이 난 터에, 가까이에서 접한 그들의 정직한 노동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침내 나는 잔머리 굴리지 않고 몸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경의(敬意)를 보탠 진한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노동의 댓가를 가지고 흥정하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 먹었다.
  일주일간 속도전으로 일을 끝낸 그들은 장비를 챙겨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그들의 빠르고 야무진 일솜씨를 탐내는 곳이 많은 것 같았다. 위태위태하던 헌집은 그들 덕에 산뜻한 새집으로 거듭났다. 이제 마당은 이전의 고요를 찾았고 나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그들이 깔아놓고 간 튼튼한 대청마루에 하는 일 없이 앉아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일 없는 내가 편치 않다. 그들은 지금 어느 현장에서 틈을 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는가. 앞으로 오랫동안 그들이 남기고 간 시큼한 땀 냄새와, 알이 꽉 찬 종아리와, 황홀한 노동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 송혜영
휴전 협정 3년 후, 경남 울주군 언양면의 한미한 집안에서 출생하여
초등학교 입학 무렵 상경, 죽 서울서 버티다 얼마 전부터 홍천강변의 누옥에서 묵새기고 있슴.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수료로 제도권 교육을 마감함
십수년간 소일하던 얼치기 화가 노릇을 접고 2004년 '현대수필'로 등단.



류창희   2009-09-19 17:18:50
홍천 송혜영 작가의 글이다.
'홍천, 그녀가 머무는 곳'
사진 속에 있는 집을 지을 때의 이야기이다.

올 여름 홍천집에 갔을 때의 사진과 같이 올리고 싶었는데
달라고 달라고 조르다가
오늘에서야 내게 글을 보내주었다.
집보다 글이 좋아 혹여라도 홍천에서의 사진이 누가 될까싶다.

가을에도 가보고 싶고
겨울에도 가보고 싶고
물론 봄에도 또 가보고 싶다.
아예, 그 헛간 자리에 방 한칸 얻고 싶다.
근데, 사실 부산에서 너무 멀다.
호미   2009-09-21 21:29:08
오랫만에 송혜영 선생님의 글을 읽습니다.
깔끔한 문장, 맛깔난 글솜씨를 보노라니 문득....
저도 사진속의 마루에 앉아
삼인 일조의 여섯 젊음이 땀흘린 내음에 젖은 낮잠을 즐기고 싶네요.
사진으로 뵙는 송선생님 여전히 행복한 미소가 참, 좋습니다.
건강하시고 재미있는 글 많이 들려 주세요.
- 부산 애독자 -
류창희   2009-09-22 07:58:09
호미님
나의 글벗에게 관심과 사랑주셔서 감솨~
이미 '그여자의 말뚝'에서 만난 사이이지요.
사진 속의 마루!
마루 정말 편안하고 좋아요. 특히 기대앉을 수 있어서.
송혜영   2009-09-25 12:38:43 [삭제]
반가운 호미님!
가을이 깊어갈 때 쯤 류선생과 함께 놀러오세요.
부산과 홍천, 선뜻 나서기가 힘든 길이지만
우리 마루에서 다리 뻗고 수다 떨 기쁨으로 달려올 수는 없을까요.^ ^

류샘도 추석 잘 지내고 건강 또 건강하시옵소서.

예술이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카알라일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그렇다,
태양으로는 결코 담배불을 붙일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태양의 결점은 아니다.


이외수의 <하악하악> 중에서




호수아빠   2009-09-04 11:27:50
예술......예술을 아는사람?
아무튼 한국에서 방귀 좀 끼고 예술 한다는 사람은 다들 서양에서 공부를 해가지고, 서양예술 찬양하는데 정신이 없지만....
정말 한국에서 예술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동양 그것도 한국에만 있는 '멋'을 이야기 할 겁니다.
그런 사람이 정말 멋있는 사람이지요. 이외수 같은 사람....
연가   2009-09-05 10:27:07
예술
애술
류창희   2009-09-06 10:30:29
호수아빠
그럼 우리 방구끼지말고
마~ 이참에 똥쌀까.
똥도 먹은대로 나오니
섬유질 많은 토속적인 칡뿌리 고구마 등 동 똥
잘 먹고 잘 살자 ^^
류창희   2009-09-06 10:31:19
연가
愛術
藝術
들다 좋군요.




책, 함께 읽자!





독서낭독회





숙제 정말 많이들 해 오신다.
두시간 안에 발표하여 읽기도 시간이 모자란다.
각자 써온 자작 수필
낭송할 때,
웃기도 하지만,
눈이 벌개지도록
눈물 콧물이 흐르도록 울 때가 더 많다.







해운대 도서관
책, 함께 읽자 (문체부 문학작가 파견사업)
제 4회 책 낭송회 <류창희 작가>

올 여름은 비가 많았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시작한 비는
8월 중순 입추가 되기까지 내렸다.

푹푹 찌는 더위야 없었지만
물 속에 갇힌듯 답답함도 있었다.

나의 여름은
온전히 글짜 속에서만 허우적 거렸다.
아마,
마음의 양식을 많이 먹어
가을이 풍성할 것이다.



호수아빠   2009-08-19 19:14:11
글은 쓸 때 보다 평할 때 더 어렵죠. 글 쓴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야 잖아요. 몸살 날 만 합니다. 건강 챙기이소~
류창희   2009-08-19 20:30:08
몸살 정도(?)
멀리 찾아간 글벗이 하는 말
머리 속에 '꽈리'가 세개쯤 생기면 터질 수도 있다나.
엄포를 놓더라구!

문학교실

김차숙

복지관 사무실에 45기 등록을 하러갔다. 간 김에 무엇 하고 싶은 것은 없나하고 프로그램을 한번 훑어보다가 문학교실에 눈이 멈추었다. 시간과 강의실을 메모하고 와서 그날을 기다렸다.
문학교실에 가는 날이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데도 나는 나섰다. 집에 있는 식구들의 눈치가 보였지만, 다행히 강의실은 내가 일 년 넘게 드나드는 중국어반 교실이기에 더 익숙하게 왔다. 그런데 교실 가까이 와서야 이것저것 걱정이 마구 떠오른다.
내가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너무 나이가 든 것은 아닐까. 또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60대 중반의 남자분이시겠지 등등으로 선뜻 못 들어서고 골마루 의자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교실에 들어가는 몇 사람을 보니 다들 젊고 잘 할 것 같이 보인다. 괜히 왔나싶었다. 나는 왜 나 자신을 이렇게도 모를까. 하루 중에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도 한참기운 8시경인데, 이런 때는 고의적으로 내 나이를 무시하고 싶다. 79라는 숫자를 보면 뭐 숨겨 두었다가 들킨 것처럼 움찔 할 때도 있다.
교실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가니 열명 쯤 미리 와서 앉아 있다. 맨 뒤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런데 교실로 들어오는 선생님은 뜻밖에도 젊고 고운 여자분 이시다. 괜히 민망하여 ‘이걸 어쩌지’ 하면서도 그냥 듣고 싶었다.
선생님의 작품집 《매실의 초례청》을 받았다. 집에 와서 읽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작가<박완서>의 작품처럼 공감이 가며 단숨에 읽었다. 그런데 실제 선생님은 현대여성(?), 아무튼 작가님과 직접 만나게 되니 꿈만 같다. 작가라면 항상 책표지 안쪽에 찍힌 사진만 보면서 나 혼자 상상의 그림을 그려왔는데…
“어찌 이런 일이!” 그래서 사람은 오래살고 보아야 한다잖아요.




류창희   2009-07-12 17:59:27
"선생님, 숙제 해왔는데요"
동그란 눈 짧은 단발머리,
소녀 같은 수줍은 표정으로 숙제를 해 왔다고 하며
손으로 빼앗듯 감추신다.

'8시경'
'79라는 숫자를 보면, 뭐 숨겨두었다가 들킨것처럼 움찔할 때도 있다'

나도 79세가 되면
꼭 '김차숙님'처럼 되고 싶다.
그때까지 건강관리 잘 해야겠다.
나그네   2009-07-13 11:48:21
'79' 숫자가 아름답군요.
도전하는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있는 그대로 보기좋습니다.
호수아빠   2009-07-13 17:05:24
까까머리 중 3 때, 담임선생님 딱 첫 날 보고 반해서 늘 국사는 100점 받았던 기억 납니다. 그 때 담임선생님이 책 많이 읽으라고 해서 독후감대회 나가서 전국일등인가 하고...그 이후 고등학교 올라가 담임선생님 집에 방문했는데...웬 도둑놈 같은 아저씨랑 같이 살데요...그 후로 실망....누님도 매형이 신비스런 존재로 인식되도록 하심이.... 질투심은 나이 불문이랍니다....ㅋㅋ
류창희   2009-07-14 09:01:41
나그네님^^
전에는 길가에 핀 풀꽃을 보고 감동을 했습니다.
요즘은 사람에게서 풀꽃향을 맡습니다.
류창희   2009-07-14 09:04:52
호수아빠^^
ㅋㅋㅋ
매형의 '신비'라 ...
아직 모자 쓰면, 매형이 누이의 아우같기도 조카같기도 헌데...
'질투심' 신선한 단어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