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화랑 2전시실에
도예가 윤광조 선생의 상설전시관이 있다.
그는 경주시 안강 깊은 산중,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골'이라 불리는 곳에서
'정신'의 실체를 찾고자
세속과의 인연을 끊고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그해 겨울
내가 처음 수가화랑을 찾아간 날,

그날도 오늘처럼
쫓아 들어오는 햇살 말고는
전시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니
화랑 뒷뜰에
한 여인이 그림처럼 서 있었다.

검은 롱코트에 단발머리
작은 키에 왜소한 몸매
화장기 없는 민얼굴
가느다란 눈만 진하게 아이라인을 그렸는데
샤머니적인 눈매에서
배여나오는 진한 쓸쓸함이
겨울 석양과도 닮았다.




나 왈 : "선생님! 선생님 모습은 꼭 선생님 다우세요"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아이가 몇이에요?"
나 : "저는 선생님처럼 자궁이 튼실하지 못해서... 두명밖에 못 만들었어요"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자궁?"
"ㅎㅎㅎ"
"ㅎㅎㅎ"


나 : "아이들은 언제 만드세요?"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아이들 재워놓고 만들죠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이 학교다닐 때는 실어나르고
아이들은 다 장성하고
지금은 호미들고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요
가족들이 다 자는 시간이라야 내 시간이 나는걸요"

나 : "정말 대단하세요
그 바쁜 틈에 아이를 다섯이나 낳고
그리고도, 또 계속해서 종이 아이들을 만들고 있으니...."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사랑이겠죠"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한국에 오니
식당에도 찻집에도 전시장에도
젊은 여자들이 많이 오네요.
독일에서는 상상도 못해요.
너무 부러워요. 낮의 시간적 여유가"

시간을 쪼개어
시간 강사로만 뛰는 나.

틈새를 이용해 찾아드는
전시장 시간을 부러워하는 여인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뮌헨의 민들레>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 작가

그녀는 전시회를 하는 시간이
외출복을 입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며
'휴식'이라며 ... ...
다음날 독일로 돌아간다고 했다.

아마,
지금도 이국 당에서
작업복을 입고
아이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튼튼한 자궁
난, 그분의 '자궁속 에너지'가 부렵다.

수가화랑을 찾으면
늘, 겨울의 석양과도 닮았던
'김영희'선생의 모습이
그날처럼 보인다.





2008년 5월
18기 10팀
다섯 부부 10명이 보성 차밭에 갔다.
신혼여행이나 온듯
갖은 폼 다 잡아
둘씩 둘씩
싱그런 녹색의 찻물처럼

봄날이 차밭에 머물렀다.

막 해가 지는 순간
'대한다원'에서




어느 해 여름
오늘 처럼 무더웠다.

어머님 병원생활  몇년 차,
대소가 가족들이 지칠대로 지쳐
서로 신경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당시,
대학 1학년(02학번) 이던 큰 아들이
엄마와 단 둘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

하루가 위급한 상황
말도 안되는 제안,
깜짝놀라 누가 들을새라  펄쩍 뛰었다.

" 엄마에게 바람 좀 쐬어드리겠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참 좋은 생각' 이라며 칭찬까지 받았단다.

(만약 아들이나 며느리가 말했다면
'천하의 불효자'
 손자가 말하니 '천하의 기특한 손자^^* ' )

하루에 딱 한번만 떠나는
딱딱한 의자의 완행 열차
칙칙폭폭 전라도 무안으로 ....

아들은 메모수첩과 연필을 들고
맨 앞자리로 옮겨가며
나보고는 멀리 떨어진 뒷자리에 앉으란다.

지성인(?)끼리
나란히 앉아 여행하면
사색에 서로 방해가 된다나.

새볔에 일어나
안개 자욱한 삼나무 숲 사잇길를 걸어
아무도 없는 보성차밭으로 들어서는 순간!

고단하고 쌉싸름하던 날들이
금새 상큼한 차향처럼 ....

아~
'세상은 견딜만 하구나!'

그후 남편과
겨울날 새벽에도 보성차밭에 갔었고
그리고 이렇게 18기 10팀들과 또 여행 중.



그러나 ...
그해 여름,
가장 힘 들었던 시기에
아들이 녹차를 우려주던 지혜만큼의 '감동'은 .....

다녀온 후,
아들 친구들이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묻더란다.

"야 ! 너희 아버님 안 계시니?"

그후로 아들 왈 :
모녀지간이라면 모를까
"모자지간이 같이 여행가는 것 아니래요"

별 미친 놈들!
즈그는 하늘에서 떨어진  '별똥들' 인가?




사진 : 이동인교수 제공


오드리   2008-07-23 22:01:47
차밭이 정말 싱그럽네요. 나도 언젠가 한번 가봐야쥐. 하나 딸밖에 없으니 화양연화님같은 호사는 못누려보겠습니다. ㅎㅎ
류창희   2008-07-24 09:42:16
아~
오드리님
오랫만이죠?
안녕하세요?

촌이는 로마에서 엄마사랑으로
나날이 어여쁜 숙녀가 되고 있으니
더 좋은 곳에
초대를 하겠지요.

아들엄마 싱크대 앞에서 ...
딸엄마 비행기 안에서 ...

지금 뭐하는지 모르겠네요.
우리 아직 녹차처럼 싱그러운 나이인데...

자식 이야기를 하다니...
'쉰냄새' 물씬

날씨탓^^*

방부제 쳐야겠네요.

"앗싸!"

오드리님
한국에 오시면
보성 녹차밥에서 '녹차 수제비' 한그릇 쏠게요.
  2008-07-24 14:55:59
사진상으론 부군님이 최인호작가님을 살짝 닮으셨어요. 물론 훨씬 미남이세요. ㅎㅎ
음, 이방에 오두리님이 계셔서 나는 란이란 필명을 쓸래요.
빙호   2008-07-24 18:56:27
녹차밭이 굼실굼실한 파도를 밀고 오네요.
싱그러운 초록바다에
지친 몸과 마음을 씻어 봅니다.
절절 끓어넘치는 찜통에 무더위를 넣고
오랫동안 식히면 녹차같은
해사한 여름이 우려나겠지요?
두분의 선한 미소가 여름과 닮아 있어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인듯 부럽습니다.
류창희   2008-07-25 08:06:13
'란'
'란님'

역시 아는 사람만 알아요.

"우리신랑 정말 근사하죠?"
결혼 전에는 선배들이
피아니스트 '백건우' 같다고,
어디 문화적인 장소에 가면
'시인'이냐고 물어요.

'예술'은 내가 하는데 ...
신랑은 '애술'만 하는데 ...

사람들은
나보고 막 예쁘다고
몰려와 칭찬하다가
우리신랑 쨘~ 나타나면
저보다 남편이 휠씬 낫다고
난리 굿을 피우죠.

저 다음주 신랑 떼어놓고 어디 다녀와야해요.
지금 상황,
우리 신랑한테 무지 아부해야하는데 ....

란님
더 크게 동네방네
확성기 대고
신랑 미남이라 말해주세요^^*

근데,
<오드리 방>의 '오드리'가 더 정이 들었는데 ...
우짠다~
류창희   2008-07-25 08:43:41
氷壺
빙호

겨울의 얼음 담긴 항아리의
고결함도 좋지만
요즘같은 여름 날
더 곁에 두고 싶은 이름이죠.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면
영화는 찍을 수도 있지만
흥행은 장담 못하겠어요 ㅋㅋㅋ
그래도 한턱 쏘아야지^^*

잘 지내고 계시죠?

나의 짝지는

요즘 몇주째
지도 들고
카메라 들고
망치까지 들고
포항으로 울산으로
암각화를 보러 다닌다.



땡볕에 쫓아다니기 힘들다.
이핑계 저핑계 대면서 ...
멀찌감치 빗겨서서 구경만 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울산을 대표하는 문화재로서,
울산지역뿐만 아니라
국내 암각화 연구에 있어서도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울산 암각화 전시관
위치 :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천진리
전시공간 / 어린이 공간 /체험공간




나리꽃과 나 사이
그곳에 암각화가 있다.
너무 멀고 물에 반쯤 잠겨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다.


암각화란

'암각화' 또는 '바위그림'은
글자 그대로 '바위위에 다양한 기술로
그려진 모든 그림'을 뜻하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과 시대에 걸쳐서 나타나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예술 표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그려진 시기

암각화의 경우 매장 문화재등과 달리
절대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또 관련 동반유물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유적의 특성상
정확한 연대를 알기 어렵다.
다양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이 연대를 추정하고 있는데
현재는 신석기 말부터 청동기새대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08년 7월 13일



박영란   2008-07-21 20:56:36
신나고 행복해 보여 좋아요.
두 분 방학되면서
알콩달콩 재미있는 일 많이 만들어 사이트에 올려주세요.
류창희   2008-07-23 08:05:42
내 짝지!
백초당 한의원에서
나한테 보약 지어 멕이고요.
ㅇㅇ도 해주고요.
또, ㅇㅇ도 해주고요.

그런데 나는요.
'엄마가 쁠났다'에서
김혜자가 냄비 책 밥솥 이불 등등 ....
봉고차에 싣고 떠나며

"아~ 행복해~ "
활짝 웃는 장면에

내가 탈출하는 것도 아닌데,
괜시리 해방감에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신랑과 연속극 같이 보다가
나는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기립박수' 쳤어요.

남편이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얼른 못본체 눈길을 피하던걸요.

행복^^*
그러게요 나 참 행복하네요.
나 삼식이 쉐끼 해야할텐데....
류창희   2008-07-24 08:28:20
참!
어디든 다니다가
'국보'로 지정된 곳이면
작은 초소 안이라도 기웃거려 보세요.

곳곳에 전문요원
<문화 해설사> 들이 배치 되어 있는데

단 한 사람이라도
저희 같이 한쌍의 부부라도
관광단체나 문학단체 등등 ...

그 분야를 심도있게 교육받은
해설사님들이 친절하고 성실하게
설명해 주거든요.

우리부부는 자주 도움을 청하는데요.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어
배우는 자제로 잘 듣기만 하면 '문화국민'이 된답니다.
빙호   2008-07-25 08:11:20 
차갑고 시린 바위같은 그대의 매몰찬 가슴에
뜨거운 입김으로 그리움을 새깁니다.
한획 또 한획, 하늘의 구름은 양각으로
그 하늘 담은 강물은 음각으로 쪼아넣지만
그러나 하늘과 강물 사이에 서 계신
그대의 눈동자는 도무지 그려넣을 수 없네요.
저기 저 자리,
먼 훗날인 지금에도 해독이 불가능한
으깨지고 짓물린 채로 달아난 저 암각화의 세월에
소실된 글자의 한 획이 아마도 당신을 향한
불립문자 같은 제 그리움인 듯 합니다.
류창희   2008-07-25 08:21:37
억!

천기누설 아닌지요?

숨죽이어 꼼짝 못하게 새겨진
아름다운 언어들.

당신이 여기 들어와 계셔
집지은 보람을 ...

암각화의 새로운 인식입니다.
전 감흥없이 짝지로만 쫓아다니는데 ...
사유의 부재^^*
빙호   2008-07-25 17:13:32
오래 전 지독한 가뭄으로 저 사연댐 물이 바짝 말랐을 때
제 앙상한 가슴 남김없이 다 드러내었을 때
강바닥의 질척이는 흙을 밟으며
가까이서 선사인들의 느긋한 숨결을 들여다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물이 빠진 부분은 허옇게 경계를 지우고 있었는데
그게 꼭 새로운 만남을 위해 잠깐 헤어진 이별 같았다고나 할까요.
대곡천을 메운 저 댐의 이름이 사연댐이라 했으니
오만가지 사연 가진 사람들 죄다 모여서
말문이라도 열어 제가끔 성토라도 한다면
고단한 삶, 물처럼 가벼워지지 않을는지요.
류창희   2008-07-25 20:32:02
빙호님은 깊은 뜻을 알고 있군요.
선사인들의 숨결에서 부터
오만가지 사연을 품고 있는 사람들까지

맞아 ~
입으로 발설하지 못할 때
'당나귀귀'를 외치지 못할 때
가슴에 새기는 군요.
최명희의 혼불처럼 ...

아~ 아파!
풍경   2008-07-25 23:22:59 
선사인들과의 속삭임도 좋고 두 분 속삭임 소리도 들려올 듯 합니다.
나는 이 삼복더위에 경주를 갔다왔지요.
박물관 가는 길, 안압지 조금 못 미쳐 연꽃이 지나는 이 발목을 붙잡고 ,
봄에 유채꽃 만발하던 건너편엔 주황색 코스모스 같이 생긴 꽃이 눈을 황홀하게 하더이다.
혼자라 좀 쓸쓸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류창희   2008-07-26 08:20:32
풍경님 다운 산책
고도의 풍경
그곳에 풍경소리

쓸쓸한 여행이
부러워요^^*
리지앙   2008-08-28 20:55:22
부산으로 낙향한지 15년이 넘도록 가봐야지...가봐야지...하던 그곳에 유심한 나는 못가고 무심한 그대가 가 서있네.
세월과 물과 바람의 시달림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그곳, 내짝지는 15년 세월을 넘어 아직도 다음에 가잔다.
운전이 시원찮으니 혼자 가기 두려워, 또한 놀기 바쁜 내 일상이 하염없이 거듭되니...
가진것의 귀함을 잘 챙기세요. 관심많은 그대 짝지가 부럽네요.
류창희   2008-08-31 09:51:05
리지앙님
사람은 성향이라는 것이 있나봐요.
리지앙님과 나의 남편은
학구적인데다가 호기심까지 갖췄으니
탐구 정신이 ... ...

유심한 리지앙님!
리지앙님은 지구촌을
홀로도 다 누빌 수 있는 능력을 늘 발휘하시니 ...

약한척
모르튼척 ㅋㅋㅋ
아니, 전 실제로 약하고 몰라요

저의 '무심함'은 무식함이랑 差不多.
전 남편 앞에 늘 꼼짝 못해요.
남편 그늘에서도 감기나 걸리죠.



2008년 5월 3일

<<봄의 왈츠>>
18기 10팀 중 다섯팀 부부가
5월 3일 5학년 3반 친구들이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도>로 향했다.





이즈음
우리는 조금 한가하고
조금은 여유롭다.

아이들을 볶아야 할 이유도 없어지고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안테나 세울 일도 심드렁하다.

허리띠 졸라매고 근검절약하여
집한칸 마련해야하는 숙제도 끝났다.

가끔 모여 밥 먹고 차 마시는 시간
핏대세우며 따져야할 토론주제도 없다.

양기가 아래로 붙어야 하지만
몽땅 위로 올라붙어 입만 바쁘다.

사춘기 아이들이 소똥만 굴러가도
까르르 깔깔 웃듯
사추기 친구들 서로 보기만 해도
설사처럼 웃음을 싼다.

오월의 연보랏빛 등꽃밑에서
또 작전짠다.
틈만 나면 뭘하고 놀아볼까 궁리한다.



저 뒤에 아주머니들 왜 저렇게
기대앉아 자는지 모르겠다.

감성이 졸고 있으면
인생이 멀미가 난다는 사실을 모르는가보다.

나의 감성은 '불면증'
밤이나 낮이나 반짝반짝 초롱초롱 깨어있다.
(나의 남편 아내 곁에서 한시도 떠나지 못하고 있으니...)

선실의 따끈한 장판에 퍼대앉아 뜨끈뜨끈
뜨끈한것이 좋은 나이가 되었다.
선실밖 선창가의 몰아치는 바닷바람
꼭 지금나이 갱년기와도 닮았다.
열이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가
간담이 서늘해지며 오한이 들듯.

그렇다고 관능마저 오한이 들리 없으니
'청산도 아지매'들 노랑머리 빨간입술
꽹과리 장구소리에 노래가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노랫가락에 장구가 따라붙었다.

청산도가 있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있어 청산도로 간다.

우리 모두 주인공들이다.






우리들이 다시 찍는 청산도
왜, 하필이면 그곳에서 서편제를 찍었는지 ...

오정혜와 김명곤의 연기를 배경으로
'봄의 왈츠' 무도장에
우리는 초대를 받았다.





밤새도록 비가 내렸다.
자연산 전복회 성게알 고동 광어 등등....
난 먹는데 별로 취미와 관심이 없다보니
소주 안주거리로만 보지만
"18~ 18~"
"위해서!"
"서서서 오래오래 "
건배 계속했다.

까만밤 파도소리 빗소리
작은 마을을 우산쓰고 헤메고 돌아다녔다.

우택씨와 순남씨
결혼기념일이라 발표
와인과 양주와 케잌과 러브샷으로 흐물흐물
자동차안에서 태격태격 말다툼했다하더니
친구들의 깜짝 이벤트에
눈흘김까지 다 갖췄다.



활어회는 잘 몰라도
풀과 열매는 메니아다.
희긋희긋 보리수 나무에
왕보리수 가지가 휘어지도록
보리수 열매 다닥다닥

두 순남씨
천상의 천사같은 여인들이
갑짜기 지하의 여인들처럼
입속이 빨개지도록 아귀아귀 구겨넣는다.
"어머 어머~"
두손과 열손가락 가지고는 모자란다.

배가 부를쯤 되니
"근데, 이거 먹어도 되는거에요?"
왜 독이 퍼저 죽고나서 물어보지...
변순남씨 키는 멀대같이 커도 귀엽다.



하루에 두번뿐인 배
사람보다 차가 먼저 줄을 서야 뭍으로 나갈 수 있다.
차 줄세워 놓고

새벽부터 산행을 했다.
'미치겠다'는 말
'죽겠다'는 말
정말 미치고 돌아버리겠다.

언제 다시 그곳에서
새벽을 열까.
코끝이 펑 뚤리며
저절로 하늘을 우러러 팔이 벌어진다.

자연에 대한 '경배'
진작에
神을 향해 이렇게 간절하게 환영했더라면
벌써 로또복권 당첨되고도 남았을 터
상쾌 경쾌 통쾌 凉快, 舒服 ^^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오월의 봄날
살만큼 산
그러나 아직 감성이 따끈따끈한 오십대라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새벽에 청산도 보적산에 오를 일이다.
올라본 사람맛이 그 순간을 맛본다.

잠깐!
누구와 같이 오르느냐
그것도 관건이다.

사랑가 따로 있으랴.
귀밑에붙여도 수지침 찔러도 출렁거렸다.
청춘의 봄날이...


사진 : 이동인교수제공



오드리   2008-07-24 00:43:09
멋져요. 가고 싶은 곳은 늘어만가고...............
류창희   2008-07-25 08:36:42
우물안 개구리
저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요즘은 어디를 가면
그냥 그 분위기와 환경에 푹 빠져요.

근데,
'보적산'
하늘 공기 바람 ...
자연에 대해 저절로
'경배'

그 신선한 청량감
여긴 제가 안내할 수가 없습니다.

좋은님과 함께 하세요^^*
오드리님!
류창희   2008-09-08 07:53:10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
2008년 7월 31일 타계
지난 8을 2일 작가는 고향 장흥에 묻혔다.

고향사람들과 문우들이 마련한 노제에서
그가 즐겨 불렀다는 창 <쑥대머리>로
명창들이 신처럼 사는 '선학동'으로 보내드렸다고 한다.

아마도 이청준선생은
<<당신들의 천국>>으로 돌아갔을 터,
아까운 사람일수록 빨리 가는가보다
고이 잠드시기를 ....


2008년 7월 5일~6일

신불산 계곡

정욱 / 진남 동인 / 순남 기봉 / 창희 홍기 / 봉희 정비 / 은경 성호/ 금옥

이짓 저짓 놀다 놀다
궁리끝에
드디어 집을 나오다.

아들이 "엄마도 쫓아가요?"
텐트안에서 잘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무수리과' 엄마를 '마마과'로 안다.

장소와 인원만 확정되면
메뉴짜고
장보고
음식만들고
뒷정리까지 몽땅 남자들이 한다.




먹을 것 잔뜩 실은 기봉이와 창희
들뜬 기분에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샜다.

그 소식 뻔히 알면서
동인씨와 순남씨는
목적지를 지나쳐
도로비 보태주러 울산으로 쫓아오면서
'과로사' 할 지경이라 엄살 떨지만
실제로 '쇼크사' 할 지경.

우리일행이 텐트를 치기로 계획한
하단의 휴양림 평상은 하나도 없다한다.

우리들이 겨우겨우 힘들게
쉰고개 넘어온 여정처럼
되돌아 가기엔 너무나 멀리 왔다.

찾아 찾아 올라가
중텩에 터를 잡으니
장마철 별과 달을 대신하여
'달맞이꽃' 이 먼저 반긴다.





새벽부터 왠 선그라스
난 집만 나서면 세수 안하고
검은 안경으로 눈꼽 가린다.

깔끔떠는 여자들한테 맨날 구박 받으면서...
뭐 어때!
사진으론 표시 전혀 안난다.
바탕이 워낙 곱다보니 ... ...
꼬집피기 일보직전^^

아니! 몰매가 더 무서워 ㅎㅎㅎ



앞뒤 전망좋은 우리집
모양은 그럴싸 하지만
펄럭이는 바람소리 밤새도록
천막이
'긴밤 지새우고' 노래를 불렀다.

옆탠트 정욱씨 홍기씨 부부들 혼숙하면서
남녀 금긋기 대신
밤새도록 3.6.9 게임소리.

계곡 물소리보다
새벽녘 새소리보다
우리 부부 바람소리 후렴넣느라
날밤지새웠다.




허구헌날 한차에 타고다니다
잠시 떨어졌다고 사고 치고
한물 간 메트로 팀
울산순회의 불명예
이 사람들 서로 의지해서 살아야한다.

백초당에서 '총명탕' 한제씩 지어먹고도...
정신 못 차린다.

'토요일밤 토요일밤에'
'해도 잠든 밤하늘에'
'조개껍질 묶어'

장비와 열정과 감성은 충분했지만
오밤중에 도사견 개 한마리가
우리들을 시찰하는 바~

한마리에 12명 기선 제압당했다.
그 견공때문에 밤길 산책도 못하고...
아쉽다.





주황빛 나리꽃 한송이 귀에 꽂고
"맴이 마이아파~"
동막골이 아니더라도
간월산에서
영화 한프로 찍는다.

바로 위 사진 속
세수하고 화장 곱게 한 꽃미녀들 보다
세수 안하는 민얼굴
주인공으로 캐스팅 될만하지 않은가 ㅋㅋㅋㅋ



'구름 위의 산책'
발아래 구름이 깔리고
바람이 안개구름을 걷으면
우와~
또 산이 보이고
또 해가 보이고




지나가다
단지 옷 빛깔이 같다는 이유 하나로
할머니들이 갑짜기 나를 껴안더니
마구 찌찌 만지며
예쁘다고 난리다.

나는 왜?
날이 갈수록 이뻐지는지
요거이 탈이다.




까치수염
꿀풀
잎새뒤에 숨어숨어 익은 산딸기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옥구슬~
.....




이렇게
청춘이 사진 속에 머물고 있다.

날이 갈수록
눈만 뜨면
인생이 싱그럽고 아름답다.

"우리들의 반란을 위해서
서!
서!
서!

오래~
오래~
오래^^*"

(우리18기 10팀 남학생들의 공식 구호이다)

자 건배를 하고
그리고 박수를 쳐야 한다.
"짝짝짝"


수선화   2008-07-09 00:47:11
모두 너무 너무 이뻐고 싱그러워서 나도 짝짝짝
류창희   2008-07-09 07:55:19
수선화님
그냥 박수치면 안되고요.
건배하고 박수쳐야 하는데요.

조만간에 건배자리 돗자리 펼까요?



山東省 濟南 표突泉













































상징하는 마스코트들이
조금은 촌스럽고 유치하다.

어설프고 촌스러운 듯
두루뭉술한 그들!

오늘,
2008년 8월 8일 8시가 되면
부자 '發財'를 꿈꾸는
13억인구의 중국인들이
한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날이다.

세계 60억의 눈도 그들을 주시한다.

지켜보는 마음
설레이기도 하지만
꿈툴대는 용의 기상이 겁도 난다.

태산에서 내려오는 버스안에서 만난
한족소녀
16살이며 이제 막 '까오중'에 입학한다고 했다.

키도 몸집도 작았지만
"나는 한국사람이다" 라는 한마디에
정말이냐며 눈을 반짝이더니,

대뜸!
한국은 '부자나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펑후(豊富) 펑후"를
연발했다.

순간
번쩍!
정신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동성 제남에 있는 표돌천
'표돌천'은 샘물처럼
'뛰어 오르다'
'도약하다' 라는 뜻이다.



















올림픽 이후
그들의 '만만(慢)디' 근성이
'콰이(快)콰이러' 속도로 달릴 것이다.









류창희   2008-08-11 08:33:13

개막식 30분전 부터
초등학교 4학년 자리 조카딸 민지가
카은트다운 분위기에 충만되어
자꾸 핸드폰 문자를 보낸다.
"짜짜작 짝짝!"
하나 됨을 위하여 ... ...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먼 곳으로부터 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孔子의 列國行이 시작되었다.
聖火가 붙는 순간까지
화장실 가는 것 두번 빼고 꼼짝 안하고 보았다.

그러나 한국 산수가 입장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자세를 흩뜨려 비스듬이 누웠다가
하필, 그 순간 깜빡 졸았다.

장이모감독의 연출 대단하다.
우리 문화부장관 '이어령씨'에 비하면
역동적인 소박함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 ...

류창희   2008-08-11 08:44:03

유도를 봤다.
규칙을 모르니
가슴만 졸일 뿐,

무표정한 자그마한 선수가
검지를 세우며
벌써 세판째 '한판승'을 확인한다.

남편이 얼굴이 벌개지더니
벌떡 일어나 투박한 박수를 치며
TV앞으로 다가간다.

고장난 티브이, 겨우 연걸하며 보는데
저거 부서지면 안되는데 ... ...

*최민호선수*
태극기 올라가고 애국가가 나오는데
계속 소몌로 눈물을 훔치며 울고 있다.

그 장면을 지켜보며
나의 남편 혼잣말로
"그만울고 ... 그만울고 ..."
가만히 쳐다보니
따라 울고 있다.



류창희   2008-08-11 09:06:16

마린보이 박태환
언론이 너무 집중하고 띄어주니
기를 빼앗길 것만 같아
마음이 부담스럽다.

시종일관
편안한 얼굴표정
400M를 향해 턴~ 턴~ 할때마다
"어머 어떻게 어머 어떻게~"

먹고 사는 것이 전부도 아니건만
귀로 안 듣는 척하며
전기 압력밥솥에 쌀과 검은 콩 잣을 넣고
'취사' 버튼을 눌렀다.

애국가가가 울려퍼지는데
박태환선수 편안한 얼굴로 태극기를 바라본다.
간간히 시선을 부모쪽으로 향하며,

우리부부 둘이 같이 서서 애국가를 따라 부르다 말고
이구동성으로
"우리 애국가 너무 슬프다"
어쨌든 슬픈 애국가와 편안한 박태환선수와는 안 어울린다.

우리나라는 이제 
위상도
국력도
문화도
정서도
애국가보다는 선진되었다.

*박태환 선수의 표정*
난 남편에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쌍커플진 남자'도 좋아해볼 생각이다.

나의 남편 성형한다고 나서면 어쩌지 ...

칙~ 칙 ~ 대며 김을 빼내던 밥솥이
또랑또랑 기계음을 낸다.
"백미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밥이 보약이다'



류창희   2008-08-11 09:48:53

대한민국!
짜짜작 짝짝!

들어도 들어도 기분좋고 신나는 소리다.

"저눔의 꽹과리와 구호는 좀 안했음 좋겠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그러게 말이야!"
어떤 소리도 귀에 거슬린다.

양궁 여자 단체경기
그들의 숨소리가 전해져온다.
내 숨소리마져도 거추장스럽다.

소나기에 천둥소리
콧등에 손가락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녀들이 치켜든 어깨에 서광이 비친다.

6연패!
24년동안 금메달을 따내는 그녀들!
*주현정 윤옥희 박성현*

올림픽경기보다
한솥의 밥을 먹고 한 방에서 자면서
눈만 뜨면 적이 되어 선발전을 하던
고통이 더 컸다며 ...
누구는 베이징으로
누구는 집으로 향할 때
짐싸는 것을 도와줘야 될지
지켜보고 있어야 할지...

자신들의 생에 가장 영광스런 순간에
동료애를 말하는 그녀들이
진정 아름답다.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다.
2등에게는 냉정하다
승부는 1등에게만 영광스럽다.

현재 국가대표 운동선수를 둔 우리부부
1등보다 2등을 더 많이하는 아들을 위해!
짜짜작 짝짝!
대한민국!
힘차게 구호를 외친다.

"앉아서 애국가 부르면 안돼?"
"무슨소리?"
길에 가다가도 애국가 나오면 서있어야 하던 시절을 잊었나보다.
세계의 하늘아래 태극기가 펄럭거리며 올라가는데
"어서 일어서세요!"

난 우리집 군기반장이다.

곱게 화장하고
하얀모자위에 선그라스를 살짝 얹은 모습
그녀들은 영광의 순간을 위해
맵씨까지 갖추는 여유로움
메너도 금메달감이다.



류권현   2008-08-11 17:02:48

집사람이 양궁을 보면서 응원을 한다. 야야~야야야야..꽃바구니 옆에끼고 나물캐는 아가씨야.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아무리 고와도~~.정말 시대와 동떨어진 20세기 응원가. I can do it! You con do it!!!
이제는 영어로 신나게 외친다. 하도 꼴사나와서 경고 후 퇴장!! 호수와 내가 명했다. 관람에 방해 된다고.....
중국의 초등학생만 2억 3천만명 이란다. 그 중에 올림픽을 위해 선발된 극소수를 다시 선수로 선발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정말 대단하다. 정신력으로 하는 스포츠 만큼은...



류창희   2008-08-11 22:26:45

이게 누구?
여기까지 들어와 주고.
謝謝爾^^*
어느 언어면 어때~
마음은 하나!
책도 못 읽고, 외출도 못하고.
응원하느라 ...
한국 선수들 쟈요우!



류창희   2008-08-11 22:42:37

스무날 가량을 헤맸더니
속이 빌대로 비어 고기가 먹고싶다.
단디! 몸 추스리고
고기 집에 갔더니 그집에 손님이 한명도 없다.
TV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식사후 이기대 공원에 드라이브 갔는데,
사람들이 차를 세워놓고 모여서있다.
우린 얼른 라디오를 켰다.

양궁남자 단체전 금메달!
집으로 달려와 태국기를 향해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연장전의 달인
'왕기춘'
13초만에 무너졌다.
에잇!

153m의 남현희 펜싱선수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처럼
휙휙휙!
칼을 잘도 흔들며 찌른다.
남편은 또 열광한다.

땅콩 김미현선수가 골프공을 넣을 때도
열광했었다.

"여보! 당신은 작은 여자만 보면 좋은가봐 그치?"
뭐처럼 작은 내가 자랑스러웠다.

"아니~ 열심히 성실하게 하는 모습이 좋아서 ..."
나도 내일부터는 살림 열심히 해야지.

은메달 선수들에게
눈 내리깔고 박수치더니
운동하러 간다며 나간다.
10시가 넘은 이 시간에.



류창희   2008-08-13 09:32:38

지성과 감성반 수업후,
여늬때와 같이 수제비집에서 2부 수업을 했다.
시절이 시절이니 만큼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울컥' 감동하는 순간들을 이야기 하길래
난 위의 댓글에 적힌
태극기가 올라갈 때 같이 일어서서
애국가를 부르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선생님은
'문화류씨'라서 그런가? 하며
남편 전공까지 묻는다.
한참 수상한 웃음들을 주고 받더니
결론을 내렸다.

"세상에 이런 일이 ..."에 나와야한다 하고
누구는 '개그콘서트'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누구는 '유신정권' 도 아닌데,
왜 그래야 하느냐고 했다.

참! 이상한일.
왜? 그들은
자랑스런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나오는데
벌떡 일어서지 않는가.

집에 오자마자
'참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흥분하며 이야기 하니,
남편왈 "우리가 이상한 사람들" 이라 한다.

그러면, 당신은 왜 일어났었느냐고 물으니
"아내가 일어서는데, 어떻게 안 일어나느냐"고 한다.



류창희   2008-09-01 09:44:11

북경올림픽 마스코트 '푸와(福娃)'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마스코트 '푸와'는
중국 국립 고전문학연구회가 수 년간에 걸쳐
중국의 역사와 철학을 담아 만들었다.  

'복되고(복ㆍ福) 사랑스런(와ㆍ娃) 인형'이란 뜻의 푸와는
4종의 동물과 성화를 애니메이션화한 다섯 인형들로 구성돼 있다.  
베이베이(물고기), 징징(판다), 환환(성화), 잉잉(티벳 영양), 니니(제비)
그들로서 이들은 각각 중국 철학에서 말하는
물질 구성 5대 요소인 물, 금속, 불, 나무, 흙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다섯 인형 이름의 첫 글자를 차례로 이어붙이면
'베이징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北京歡迎爾)'라는 문장이 만들어진다. 

엠블럼인 '춤추는 베이징'은
인간이 즐겁게 춤추는 모습과 수도를 뜻하는 한자 '경(京)'을 동시에 형상화한 것으로
자크 로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중국의 힘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베이징올림픽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同一個世界, 同一個夢想)'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인류가 대회를 통해 하나되는 올림픽 정신을 드높일 예정이다.  
이 슬로건은 전세계에 공모한 21만여건의 후보작 중에서 선정됐다.









서편제를 찍었던 곳


서편제 세트장에서


다른 사람들 아무도 없고
우리 일행들만 산속의 곳곳
보리수열매 원도 끝도 없이
평생 먹을 것 다 따 먹었다



청량하다는 말
말 가지고는 모자란다.
그곳
청산도에 한번 가보라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


돌담길 골목골목
담쟁이 덩굴
골목에서 만난 어르신들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봄의 왈츠 셋트장과
서편제 촬영한 곳
청산도

2008년 5월 4일


내 짝지 친구들은 거의 매주 등산을 한다.
나는 운동이라고는 젬병.
일부러 올라가는 산행이 버겁다.

지금보다 더 꽃다운 청춘에는
혼자들 놀더니
나이들이 들어서 일까.

자꾸
집밥이 좋고
집사람이 좋단다.
자기들 끼리 못 놀고 꼭 여학생들을 대동한다.
오늘도 마지 못해 따라 나섰다.



정상에서 뺨을 후려치는 찬바람에
땀을 시키는 맛은 시원하다.



구덕산

산자락에 사는 친구부부
밥먹고 가라며 우리를 초애했다.
그곳에서 가꾼 배추김치와 무김치 시레기국
일품요리 따로 없다.

술 한 잔에 취하고
이야기에 취하고
사람에 취했다.

벽에 걸려있던 가야금을 꺼내더니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닐리리야 닐리리야 니나노 당실로~

황병기선생의 산조에서
권주가로 이어진다.

옆에서 피아노치는  흉내내며 까불다가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겨우내
가야금 문하생이 되었다.
현을 뜯고 누르고 튕기느라
주부경력 26년만에
김장도 못했다.

<백아절현>
백아와 종자기 다시 부활할 수 있는가.

거문고 줄 끊어진지 오래인데....





여수 오동도 (12월 8일)

딱히 어디를 꼭 가보고 싶다는 풍경이나 거리에 관심이 없는 걸까.

그냥 가자고 하면 방향 없이 끌려가는 편이다.

신바람이 나서 따라나서는 법이 없으니 맥이 풀릴 법도 하건만,

내 짝지는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인지 우리의 여행은 가다가 차가 막히면 미련 없이 방향을 바꾼다.

강원도로 달리다가 느닷없이 남도 섬으로도 바뀐다.

나설 때는 시큰둥하게 나서지만 들녘이 보이고,

어느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해가 뉘엿뉘엿 질 때,

피어오르는 저녁연기에 안도의 숨을 쉰다.

집안 걱정도 사람걱정도 돈 걱정도 일 걱정도 없다.

“흐음~ 좋다” 그냥 좋다.

우리의 인생도 이런 날을 위하여....

이 시간을 위해 하루를 열심히 달렸다.

저절로 운전하는 손을 꼭 잡는다.





향일암 들어가는 길

여수의 향일(向日)암 바위 틈새틈새를 동굴처럼 돌아돌아 들어가면 암자가 나타난다.

구석구석 끝나는 것 같은 곳에서 이어지는 확 트인 바다와 함께 나타나는 암자가 미로 찾기 같다.

경상도 절과 다른 점은 불심강한 지역이 아니어서 그런지 구경만 하지

부처님 앞에 온몸을 엎드려 절을 하지 않는 관광지역할이 생소하다.


굴구이가 유명하다고 해서 몇 번이나 길을 지나치며 인터넷사이트에서 찾은 집에 들렸다.

8인 상이나 6인상이나 우리같이 2인상이나 값도 양도 똑 같은데 문제가 있다.

남도 음식의 맛은 말할 것도 없이 최상품이지만

양도 만만치 않아 공익 방송에서는 양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인다.

사근사근 친절한 주인이나 종업원들 인심도 양만큼 푸짐하다.

남도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이다.





마침 진남관을 방문한날이 행사날이다.


여수 문화해설사 '송갑순' 씨에게 들은 이야기.

여수에서도 우리 실버처럼 국비지원 해설사 교육이 있었다는데

교육생 전원을 '여수엑스포'와 '여수관광'의 새로운 로

한달에 3~4회 시티투어나 오동도 진남관 향일암등에 배치를 했다고 한다.

상당한 자긍심과 함께 '희망여수'를 보고 왔다.



모텔 앞에만 서면 괜히 무슨 불륜관계로 걸리는 양

컴컴한 차 안에서도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

비용을 다 지불한 다음 남편이 데리러 와야 살짝 따라나서 잠복하듯 재빨리 숨어드는데,

오늘은 무슨 까닭에 따라나서 옆에 섰다.

일반실 매진이라 하니 4만원짜리 특실로 들어야하는데

‘대실’이라 적어놓고 ‘1만원’ ‘2만원’이다.

나는 순간!

총기를 발휘하여 “여보! 우리 대실 ***”

남편은 나를 무시한 채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 구멍으로 돈을 밀어 넣으며 “자고 갈겁니다.” 한다.

대실은 큰방이 아니라 시간당 대여한다는 뜻이다.





여행지에서 낙조(순천만)를 본다는 것,

다시 한번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아닌가.

괜히 영화주인공 같은 마음에 .......



여수 오동도 (12월 8일)